디지털시대의 사이버 수사력

사이버 범죄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경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한햇동안 발생한 사이버 범죄는 6천669건으로 2000년 429건에 비해 무려 15.5배나 늘었다. 유형별로 보면 게임사기가 49.4%로 가장 많았고 해킹 및 아이디 도용 24.8%, 음란물 배포·유통 9.4%, 명예훼손 사범 4.4%, 기타 12% 등 범죄양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컴퓨터 보급이 폭발적으로 늘고 이용범위가 확대되면서 관련범죄도 보편화 되고 있는 것이다. 경찰의 통계수치는 사이버 범죄가 더 이상 특정인의 영역이 아님을 보여준다. 사이버 범죄라 하면 흔히 해커에서 연상되는 것처럼 고도의 지식과 지능을 이용한 것만 생각하기 쉬우나 이미 우리의 일상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컴퓨터가 일반 통신에서부터 판매·뱅킹에 이르기까지 생활의 장(場)이 됐기 때문이다. 최근 경찰에 적발된 사례만 보더라도 외국 유명상표를 모방한 가짜 상품을 인터넷을 이용해 통신판매하고, 홈페이지를 만들어 있지도 않은 상품을 그럴싸하게 광고한 뒤 고객들로부터 물건값을 송금받고는 자취를 감추거나, 음란물을 복제해 파는 경우가 두드러졌다. 또 도박사이트를 개설, 회원을 모집한 뒤 영업비 명목으로 수억원대의 ‘고리’를 챙긴 사례까지 있었다. 이처럼 사이버 범죄는 과거의 ‘호기심형’ ‘과시형’에서 ‘경제형’으로 변하고 있다. 또 단독범행이 쉽고 범행자의 신분가공이 용이하며 현장이 드러나지 않는 등의 특징 때문에 어린 학생들까지 쉽게 유혹에 빠져드는 추세다. 작년 사이버 범죄중 10대가 59.3%를 차지하고 있는 사실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정부는 인터넷 벤처가 한국산업의 살 길이라며 정보화산업 육성을 국가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올려 놓았다. 정부의 그같은 정책과 디지털사회로의 세계적 추세가 맞물려 우리 사회는 관제하기 힘겨운 속도로 정보화 사회로 달려가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인터넷의 긍정적 측면에 도취되면서도 그 부정적 측면인 사이버 범죄에 대한 대비는 소홀하다. 선진국들이 특별기구를 마련하는 것과는 달리 우리 정부는 대증요법으로 풀어가려는 인상을 준다. 그러나 각양각색으로 급증하는 사이버 범죄를 막자면 이런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디지털시대의 사이버 범죄를 막고 신속히 잡아내려면 이에 상응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전문수사인력을 확충하는 한편 기술도 최신급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급변하는 디지털사회에 상응하는 발빠른 대책과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것이다.

한·미정상 협력체제 강화를

오늘 부시 대통령이 방한하여 김대중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하여 남북문제를 비롯한 한·미간의 중요한 현안에 대한 협력방안을 다루게 된다. 비록 2박3일의 짧은 일정이지만 정상회담을 비롯하여 분단의 현장인 도라산역을 방문하여 연설하는 등 부시 대통령이 남북분단 현실을 목격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어 있어 과거 어느 미국 대통령의 방문 못지 않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 더구나 이번 부시방한은 최근 미의회에서 연두교서를 통하여 북한을 ‘악의 축’으로 발표한 이후 남북한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이에 대한 찬반 논쟁으로 미국에 대한 세계 각국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이루어지기 때문에 부시의 일거수 일투족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물론 부시는 방한 직전 기자들과의 대담이나 일본에서의 연설을 통하여 한국의 햇볕정책을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기는 하지만 국내 여론이 상당히 고조된 상황이기에 과연 부시가 한국에서 어떤 발언을 할지 주목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기본 입장은 한국의 햇볕정책은 지지하지만 북한은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9·11 테러 이후 미국내의 여론이 대량살상무기로 무장하고 이를 판매하여 테러집단을 지원하는 북한에 대하여 호의적이지 못한 점을 부시 대통령은 강조하면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도 이런 미국의 태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북한에 대한 강경정책보다는 유화정책이 장기적 관점에서 더욱 효과적임을 미국측에 설득, 북·미 대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미국의 태도는 별로 변한 것 같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한·미정상회담은 사전에 충분한 조율이 없으면 대북문제에 대한 견해 차이로 양국간의 갈등의 골만 깊어질 수 있다. 한국과 미국은 각각 주권국가로서 이해관계가 상충될 소지도 많다. 그러나 대북관계에 있어 기본적 관점은 상호 협력을 통하여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는데 있음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양국 정상은 상호 이해를 통하여 대북정책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에 대한 협력체제를 강화시키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한·미동맹관계의 강화는 현실적 문제이지 감정적 문제가 아니다. 이번 부시방한을 통하여 대북문제에 대한 한미관계가 더욱 협력체제를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조성윤 교육감의 사퇴

조성윤 경기도 교육감이 고교 평준화지역 재배정 사태에 책임을 지고 용퇴한 것은 당연하다. 그렇긴 하나, 매사에 당연적 귀결을 좀처럼 보기 어려운 게 현실적 세태인 점에서 그의 사퇴는 우선은 평가할 만하다. 민선인 그의 재임기간은 3년여를 남겨놓고 있어 전격 사퇴는 또 대사건으로 받아들일 만하다. 이런 저런 제반의 관점 속에서 교육감의 사퇴를 그래도 잘한 것으로 결론 지을 수 있는 것은 누군가가 마땅히 책임져야 하고, 그 책임 당사자는 교육감이야 하며, 책임방법은 일단 사퇴 이외엔 달리 있을 수 없기 때문인 것이다. 본란이 어제 교육감의 사퇴 일축에 겸손을 촉구한 것은 바로 이런 맥락이었다. 어떻게 보면 민선교육감이 고교 재배정에 책임을 지고 그만 두는 것은 가혹하다는 동정론이 있을지 모르지만 민선이 책임 한계의 해방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며, 고교배정의 실무 책임이 교육감의 감독 책임을 면해주는 것은 결코 아니다. 결국 총체적 최종 책임은 교육부장관과 교육감인 가운데 교육감이 사퇴로 책임을 지는 것은 순리다. 고교 재배정 같은 불상사는 일찍이 있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있어선 안되는 수치스런 사건이다. 1970년대에 경북도교육청에서 있었던 중등교사 자격시험지 유출사건과 쌍벽을 이루는 지방교육청의 불상사로 꼽힐 만하며, 당시 시험지 유출사건의 그 곳 교육감은 사퇴선 이상의 책임을 져 보였다. 하루 전날까지만 해도 도의적 책임은 느끼지만 사퇴할 생각은 없다고 한 그가 왜 갑자기 생각을 바꾸었는 지는 잘 알 수 없으나 사퇴로 책임을 질 수 있는데는 역시 한계가 있음을 앞으로 유의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사태의 근원적 원인이 교육자치의 부재에 기인한 사실은 크게 성찰할 만하다. 교육자치는 허울뿐 교육부의 지시 일변도 충족에 급급했던 게 경기도교육청이었고, 이는 비록 타 시·도 또한 마찬가지였으나 앞으로 시정해야 할 과제다. 다른 시·도가 어떻든 경기도교육청은 이번 사태로 명실공히 교육자치의 목소리를 내는 새로운 전기가 되기를 바란다. 예컨대 문제가 된 고교 평준화같은 게 심화하는 경쟁사회에 과연 합당한가는 심히 의문인 것이다. 조성윤 교육감의 사퇴는 책임 한계의 일단계 마무리이면서 새로운 문제의 출발이다. 후임 교육감이 선출될 때까지 대과없는 과도기를 넘겨야 할 것이다.

유사금융 사기에 속지 말자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터는 유사금융사범이 활개치고 있어 ‘큰일’이 났다.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며 서민들을 현혹, 투자자를 모집한 뒤 돈을 가로채는 금융사범들이 근절되지 않는 것은 이들의 사기 수법이 워낙 그럴 듯 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금융사범들이 교통범칙금 납부 등 단순 형태를 넘어서 투자·펀드, 팩토링 등 자산관리 및 투자회사를 설립하는 등 외형적으로 볼 때 규모 및 범죄수법이 다양, 대범해져 속아 넘어가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유사금융사범들은 다단계 방법을 통해 물품을 판매하거나 소자본으로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현혹, 주로 서민이나 중산층이 투자토록 한 후 돈을 가로채 자취를 감추는 수법을 많이 쓴다. 이들은 광고지를 이용하거나 투자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합법적임을 위장하여 투자자를 모집한다. 특히 일가족이 동원되는 패밀리 형태의 금융 다단계 업체까지 등장, 선량한 서민들의 피해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가족 관계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가명까지 사용하는 것은 물론 모집한 투자비를 단 한 푼도 투자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경기경찰청이 지난 달 21일부터 최근까지 유사금융사범 216명을 검거한 사실만 봐도 그 실태를 알 수 있다. 이들 금융사범에 의해 4천594명이 163억여원의 피해를 입었다니 참으로 딱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고추차 제조사업에 투자하면 고배당을 준다’고 투자자를 모집, 2천557명으로부터 87여억원을 가로챈 사범이 있고, ‘미얀마 사금채취사업에 60만원을 투자하면 10일 후 90만원을 지급한다 ’고 속여 500명으로부터 20억5천여만원을 편취한 사범도 있다. 서민들이 쉽게 사기를 당하는 이유는 유사금융사범들이 처음에는 배당금을 일정기간 제때마다 지급하면서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수법으로 계속 투자자들을 수천명씩 끌어 모은 뒤 수십억원씩 편취하는 바람에 1인당 피해액이 적게는 수십만∼수백만원, 많게는 수천만∼수억원에 달하고 있으니 보통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니다. 더구나 최근에는 돈을 벌게 해준다는 e-메일을 불특정 다중에게 보내는 교묘한 방법으로 사기행각을 일삼는 인터넷 이용 금융사범도 급증하고 있어 갈수록 태산이다. 금융사범에 대한 경찰의 단속은 물론 지속적으로 실시돼야 하고 적발되면 중벌을 적용해야 한다. 그러나 서민들의 냉철한 인식도 함께 필요하다. 건전한 금융질서는 물론 가정을 파괴하는 사기 수법에 농락되지 않도록 특히 서민들이 각별히 노력해야겠다.

교육감은 좀 겸손해야

고교배정 사태와 관련한 교육인적자원부의 경기도 교육청 특별감사가 이번주에 있게 된다. 학생 배정 방법, 프로그램 사전점검, 용역업체 선정 과정 등에 대한 다각적 특감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상주 교육부장관은 ‘1974년 고교 평준화 실시이후 최악의 대형사고’라고 말했다. 경기도 교육청은 재배정 발표 이후에도 여전히 일부 학부형들의 농성 등으로 어수선하다. 경찰버스 10여대가 상주하는 가운데 무궁화 두개를 단 간부 등이 눈코뜰새 없이 현장 경비지휘를 맡고 있는 실정이다. 생각하면 경기도 교육청 사태는 이 정부의 주먹구구식 교육 실책이 압축된 불행한 사건이다. 학교 건물도 교실도 없는 유령학교에 학생을 배정하는 교육이 도대체 우리말고 세계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다. 교육부부터가 자유로울 수 없다. 이토록 무책임하다 보니 고교 재배정 사태같은 일도 다 벌어지게 된다. 그러나 이젠 기왕지사다. 원인규명도, 특별감사도 다 있어야 하지만 지금 당장 시급한 것은 수습책이다. 따지면 어떻게 하든 4만7천여명의 학생들 배정이 다 만족스러울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불만의 연유가 도교육청의 과실로 인한 재배정에 기인한 점에서 그 책임이 면탈되기 어렵다. 실무 국·과장의 직위해제로 책임을 다했다고 하기엔 과실이 너무 무거운 것이다. 이런 마당에 조성윤 교육감 입에서 사퇴 일축설이 나오는 것은 좋지 않다. 과거 관선 교육감 같았으면 벌써 자리를 그만 두게됐을 것이나, 민선 교육감이라 하여 책임 한계로부터 초월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교육감더러 당장 그만 두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농성 학부형 입장에 서서 좀 더 겸손한 생각을 밝히는 게 사태수습에 보다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학부형 측에도 할말은 있다. 재배정을 취소하고 또 재재배정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재배정에 대한 불만이 아무리 억울해도 거역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곧 개학이 닥친다. 자녀의 입학을 일단은 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학부형들 간에 거론되고 있는 법정투쟁은 권리에 속한다. 경기도교육청과 국가를 상대로 하는 행정소송, 민사소송을 다 고려할 수가 있다. 학사행정만은 어떻게든 어긋짐이 없길 바라는 것은 도교육청을 위해서가 아니다. 학생들을 위해서다.

‘기여입학제’검토할 만하다

정부내에서 찬반논의가 제기되고 있는 대학 기여입학제는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만하다. 기여입학제 도입이 1986년 교육개혁심의회에서 처음 거론된 후 수차 간헐적 논의가 있을 때마다 교육부는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덮어두곤 했다. 그러나 이번엔 정부에서 먼저 이의 도입론이 다시 제기되면서 대학 총장 모임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도 공론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3월 연세대가 기여입학제 추진방침을 천명한 이후 기부금이 지난 한햇동안 408억원이나 접수된 고무적 사실은 대학사회를 흥분시키고 있다. 물론 연세대만이 당장 기여입학제가 허가된 것은 아니다. 다만 언젠가 기여입학제가 실시될 것을 기대해 이를테면 예약성격의 기부금이 이토록 답지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대학에 대한 기부행위가 선진국 사회에서는 상례화 한 지 오래다. 독지가들의 쾌척도 있고 기여입학 기부금도 있다. 이에 비해 국내에서는 어렵게 살면서 못 배운 이들이 모은 재산을 배우지 못한 게 한이 돼 대학에 내놓는 사례는 더러 있어도 돈 많은 부유층이 대학에 기부하는 것은 별로 볼 수 없었다. 기여입학제는 말 그대로 돈으로 대학에 들어간다. 대학에 많은 돈을 기부하는 대가로 자녀를 입학시킬 기왕의 부유층 기부금이라면 정상입학 정원 외로 두는 기여입학 인원을 정원제로 하여 기부금 한도를 경매방식으로 늘리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교육부가 ‘국민정서에 맞지 않다’느니 ‘교육기회의 균등에 어긋난다’느니 하는 불가 이유는 기여입학제가 처음 거론된 80년대에나 할 만한 소리다. 지금은 아니다. 정상입학의 정원 이외이기 때문에 균등의 기회를 침해하는 것도 아니고 국민정서에 반하는 것도 아니다. 대체로 돈을 움켜쥐고 사회에 내놓지 않는 것이 한국의 부유층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기여입학제를 통해서라도 돈을 내놓게 할 수 있다면 기부를 받아 대학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사회공익에 합치된다. 단, 기부금은 기부금다운 거액이어야 한다. 수십억원, 백억원대가 돼야 기여입학제의 효과가 있다. 수억원대의 기여입학 따위는 대학 이미지와 풍토만 흠집내기 십상이다. 기여입학을 실시해도 물론 일정한 규범이 있어야 한다. 교육부는 무턱대고 안된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전향적 검토를 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공청회 같은 것을 가져볼 만하다. 발상의 대전환이 요구된다.

교실없는 高校배정 취소해야

경기교육청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하는 일이 하나같이 어설프기만 하다. 컴퓨터 프로그램 오류를 미처 점검하지 못해 고교평준화지역의 고교 신입생 배정결과를 하루만에 전면 취소해 큰 혼란을 야기시킨 도교육청이 이번엔 교실없는 학교에 학생들을 배정한 잘못을 시정치 않아 학부모들로부터 큰 반발을 사고 있다. 도교육청이 고교평준화지역의 고교 신입생 배정작업을 하면서 교사(校舍)가 완공되지도 않은 신설교에 학생들을 배정한 것은 지난해부터 정부의 ‘교육여건개선사업’이 무리하게 추진되면서 빚어진 결과다. 이 때문에 학교건물 공사가 20% 밖에 진척되지 않은 부천시 오정구 오정동 덕산고교에 배정받은 505명의 학생들이 인근 학교에서 더부살이 수업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안일하고 무책임한 교육행정 때문에 입게 된 피해로 도교육청 당국의 무모한 조치가 한심하기 짝이 없다. 교육청 당국은 ‘학교 부지 매입에 차질이 생겨 공사가 지난해 7월에야 시작된데다 시공사의 공사지연으로 이같은 일이 빚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궁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말도 안되는 소리다. 정작 상황이 그러했다면 올 11월에야 완공될 학교의 개교(3월)를 무리하게 서두르지 말았어야 했고 학생도 당연히 배정하지 않았어야 했다. 학생을 수용할 교실도 없는 학교에 대해 서류상으로만 개교하고 또 학생을 배정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도교육당국이 학급당 학생수를 현재의 42.7명에서 35명으로 줄이겠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과잉의욕에 맞춰 교실도 없는 ‘유령학교’에 학생을 배정한 것은 무사안일주의의 대표적인 예의 하나다. 말로만 듣던 무사안일 행정의 병폐가 고교 신입생들이 인근 중학교에서 더부살이로 수업해야 하는 부작용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교실을 빌려 주는 다른 학교 교육의 질까지 떨어뜨리고 더부살이를 빨리 끝내려고 급히 짓는 교실은 부실의 문제를 낳기도 쉽다. 도교육청 당국은 이미 이뤄진 배정을 취소할 수 없다고 고집만 부릴 것이 아니라 이제 경색된 관료주의적 교육행정의 악폐를 털어버리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시행착오가 더 큰 화(禍)를 초래하기 전에 잘못된 점은 과감히 시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덕산고교에 배정된 학생들은 부천시내 16개 고교에 1∼2명씩 분산 재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대통령 임기중에 뭔가를 이루려는 조급증과 교육당국의 무사안일주의 때문에 학생들에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거의 1년간 더부살이 수업을 받게 하는 것은 그 피해가 너무나 크다. 교육당국의 용단을 거듭 촉구해 둔다.

경기경찰청 직제 확대 시급하다

경기지방경찰청의 직제를 서울경찰청 수준으로 확대·개편하고 경기북부지역에도 제2경찰청을 신설해야 한다는 경기경찰청의 건의는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경기도는 수도권 신도시 개발과 함께 남북 교류와 접경지역지원법 제정 등으로 인해 인구 유입이 폭증, 조만간 인구뿐 아니라 치안수요면에서도 서울을 넘어설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경찰청과 한국개발연구원이 공동조사한 경기청 수사요원 인력 실태를 보면 사태가 매우 시급하다. 특히 주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형사·교통·조사 등 민생치안 업무를 처리하는 수사요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빠른 시일내에 특단의 조치가 강구되지 않으면 치안공백이 크게 우려된다. 경기청에는 현재 형사 300명, 조사 738명, 교통사고 472명 등 모두 1천510명의 인력이 모자란다고 한다. 계급별 인력구조도 열악하기 짝이 없다. 총경급 이상 45명을 포함 순경 5천179명 등 모두 1만1천762명이어야 하지만 현원은 1만1천264명으로, 498명이 부족한 가운데 경찰 1인당 883명의 인구를 담당한다. 더군다나 국내 체류 외국인들의 조직적이고 흉포한 범죄가 날로 늘어나고 있으나 경기경찰청 및 일선 경찰서의 외사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 이들 범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도내에 등록된 중국·파키스탄·방글라데시 등 외국인은 모두 5만5천67명이며 불법체류자까지 합치면 무려 10만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도내 외국인 범죄가 지속적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는데도 현재 도내 외사경찰 인력은 지방청(외사수사대 포함) 13명, 일선 경찰서 41명 등 54명에 불과하다니 그 실태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경기경찰청 관할 인구와 면적은 955만7천109명, 1만190㎢이다. 서울청과 비교할 때 인구는 48만여명 부족하지만 곧 서울보다 많아질 게 분명하다. 면적이 무려 16배 이상 넓은 현황을 고려하면 치안인력 확충은 지극히 당연하다. 북부지역 제2경찰청을 신설하는 경기경찰청 직제 확대·개편은 물론이려니와 하위직 인력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형태도 개선돼야 한다. 경사급 이하가 무려 88%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역동적으로 일을 해야 할 경위∼경정급은 1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경기경찰청이 제출한 보고서 ‘미래를 지향하는 경기경찰의 비전과 전략’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한편 이제는 과거와 같이 통제·감시 중심의 수직적인 다단계 구조를 축소하고 평면적·원형적 조직으로 과감히 전환해야 한다.

농지불법전용 처벌 강화해야

합법을 가장한 농지불법전용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는 보도다. 최근 고양시 자유로 일대 농지에 버섯재배사를 지어 놓고 물류창고로 불법 임대하거나 불법전용한 뒤 시세보다 2배 이상 높은 가격에 팔아치우는 투기행위까지 성행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지난 1992년 60평 이하의 버섯재배사는 허가나 신고없이 자유롭게 신축한 뒤 건축물대장에 등재토록 농지법을 완화한 후 일어나는 부작용의 결과로 결코 가볍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한정된 좁은 국토에서 임야나 잡종지 할 것 없이 땅값이 오르기만 하니까 농민들이 합법을 가장해 버섯재배사를 지은 뒤 불법전용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엔 일부 건축업자들이 농민들에게 접근, 버섯재배사를 짓게 한 후 임대자를 알선하거나 높은 가격으로 매매까지 유도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업자들의 교활함이 농경지에도 뻗쳐 그 폐해가 논과 밭을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일산지역만 보더라도 지금 곳곳에선 254개동의 버섯재배사가 우후죽순 신축중에 있다. 이들이 모두 불법전용을 위해 짓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미 건축된 73개동 중 본래 목적대로 사용되고 있는 것은 34개동뿐, 나머지 39개동이 미사용(22동) 또는 불법전용으로 고발(17동)된 것을 감안하면 이런 편법에 의한 투기분위기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농지불법전용이 이처럼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는 것은 이들이 당국으로부터 고발된다해도 거의가 벌금형(200만원 이하)으로 처벌되고 그 벌금액수가 불법전용으로 돌아올 부가가치와 비교해 볼 때 별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저 벌금만 물면 된다는 범법자들의 면죄의식이 불법적 농지전용을 서슴없이 저지르게 한다고 볼 수 있다. 농지의 용도변경을 법으로 규제하고 있는 것은 논밭의 훼손을 방지 보전하고 그 이용도를 높여 농업생산력을 증진하기 위한 것이다. 농촌은 우리의 뿌리이기 때문에 농지전용은 엄격히 규제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경기도 농촌지역은 다른 지역과 달리 급속한 도시화로 농지가 크게 잠식당하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태다. 때문에 관계법을 강화, 농지를 투기대상으로 삼아 고의적으로 훼손하는 행위는 강력하게 단속해야 하고 처벌 또한 단호해야 한다. 훼손된 농지는 반드시 원상회복시켜야 함은 물론 재산형을 우습게 여기는 범법자는 체형으로 처벌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금연운동 더욱 확산돼야 한다

최근 금연운동이 각 직장은 물론 군부대, 학교 등에서 확산되고 있어 국민 건강 증진에 반가운 소식이다. 금년초 폐암에 걸려 투병하고 있는 코미디언 이주일씨가 폐암 등을 유발하는 담배의 위해성을 지적하면서 ‘국민 여러분, 담배 피우지 마세요. 담배 피우면 저처럼 됩니다’라는 구호하에 금연전도사로 활동하면서 금연 열풍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주일씨 이외에도 야구 해설가 하일성씨와 같은 인기인들이 금연운동본부의 홍보대사로 위촉되어 금연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어 금연운동은 더욱 확산될 것이다. 흡연이 건강에 해로운 것은 굳이 거론할 필요도 없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매년 4백만명이 흡연으로 인한 폐암·심장병 등 질병 때문에 사망하고 있으며 2020년에는 1천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니 그 피해는 가히 짐작할 수 있다. 흡연자가 폐암으로 사망할 확률은 비흡연자에 비하여 무려 22배에 달하며 공기 오염에 미치는 영향도 대단하다. 때문에 WHO는 지난해 5월31일을 ‘세계금연의 날’로 정했을 정도로 흡연은 전 지구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청소년과 여성의 흡연 인구 증가이다. WHO 통계에 의하면 여성흡연은 남성 흡연율 44%에 비하면 12%로 낮은 수치이지만 계속 확대되고 있다. 흡연이 여성의 불임·골다공증의 원인으로 나타나고 있음에도 이런 피해를 여성들이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18세 이상 청소년 흡연은 무려 70%에 달하여 더이상 방치하면 청소년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 중학생의 흡연율이 10년동안 3배가 증가하였으며 최근에는 초등학교에서 조차 흡연이 성행하고 있어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금연운동은 일시적인 충동에 의하여 성공할 수 없다. 특히 더욱 증대되는 여성과 청소년의 흡연을 줄이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교육인적자원부와 같은 관련 부처에서 흡연 피해에 대한 홍보활동을 더욱 강화해야 된다. 가정과 학교에서 청소년이 흡연에 유혹되지 않도록 부모와 교사들의 지속적인 노력과 관심이 요구된다. 어린 청소년들이 충동에 의하여 흡연하지 않도록 학교에서 금연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운용해야 할 것이다. 한국이 10대 흡연율 세계 제1위라는 불명예가 계속되지 않도록 강력한 금연운동 확산에 전 국민이 동참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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