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가 끝내 최종 부도처리됐다. 지난 6일 1차 부도 이후 채권단이 자금지원 전제조건으로 요구한 구조조정안에 대한 노조동의서를 노조측이 거부함으로써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중단되고 앞으로 법정관리절차를 밟게 됐다. 인천 경기지역 등 협력업체의 연쇄도산과 대량실직, 그리고 제너럴 모터스(GM)와 진행중인 매각협상이 차질을 빚는 등 부도에 따른 경제적 파장을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채권단이 부도를 감수하면서까지 3천500명 감축 구조조정안에 대한 노조동의서를 요구한 것은 더 이상 구조조정을 미룰 수 없다는 절박감에서 불가피했다고 볼 수 있다. 부실기업에 돈을 쏟아 부어 은행부실을 초래하고 결국 국민부담으로 조성된 공적자금까지 축나게 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기업개선작업을 과감하게 추진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대우차가 지난해 8월 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후 1년여 동안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부실화의 길을 걸어온 것은 기업개선작업을 게을리한 채권단과 비협조적인 노조측 모두의 책임이 크다. 워크아웃 기간중 정리된 인원은 전체 종업원 1만7천987명 가운데 고작 1천486명뿐이었다. 또 영업실적은 올 상반기에만 1조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으며, 자산은 17조7천835억원인데 비해 부채는 18조2천267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기업개선작업 기회를 주었는데도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지 않아 이같이 부실이 심화된 기업을 끌어안고 경제가 회복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이제 채권단등 관계당국은 법정관리가 확정될 때까지 당장 대우자동차의 가동 중단사태를 막고 협력업체의 연쇄도산위기를 차단하며, 도산 협력업체에 대한 업종전환지원 등 충격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보완책을 서둘러야 한다. 법정관리가 되면 대우차에 대한 채권·채무가 동결돼 당장 1만여개의 협력업체가 자금난에 빠지고 이에 딸린 종사원 50여만명이 실직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특히 이중 현대·기아차에 공동납품하는 대형업체를 제외하면 대우차에만 납품하는 업체들은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이다. 협력업체에 대한 자금지원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면 자칫 일시적 자금난으로 건실한 협력업체가 도산, 대량실업으로 이어지고 납품을 못하게 되면 대우차 가동에 차질이 빚어질 공산이 크다.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대책을 강구하고 부품생산을 독려해야 한다. 노조 또한 앞으로 노사가 함께 살아남고 빨리 회생할 수 있는 방안모색에 적극 협력함으로써 ‘청산’의 길을 밟는 최악의 상황은 막아야 할 것이다.
“귀하가 체납중인 △△대백과사전대금 ○○만원(법정연체이자 ○○만원 포함)을 2000년 ○월 ××일까지 변제하지 않을 시 재산 차압 등 강제집행조치를 취하기로 하였음을 최종 통보합니다.” 2년 전 모 출판사의 출판물을 구입한 뒤 마음에 들지 않아 곧바로 계약해지 통보를 한 어느 시민에게 날아든 서슬퍼런 독촉장 내용이다. 다른 물품대금이나 서비스 이용료도 연체하면 이와 비슷한 독촉장이 우송돼 온다. ‘재산압류 강제집행 예고장’이라는 붉은 고무인이 찍혀 있고 “신용불량자 및 재산관리대상으로 등록돼 금융상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경고문까지 곁들여져 있다. 과장된 협박성 문구에다 해당되지도 않는 범법행위를 나열하며 공포분위기를 조성해 미납대금을 청구하는 독촉장은 무허가 채권추심업자 및 자사 채권회수팀에 의해서뿐만 아니라 금융감독위원회의 채권추심업 허가를 받은 신용정보업자들에 의해서도 발부되고 있다. 이처럼 협박성 독촉장을 남발하는 이유는 법적소양이 부족한 일반 소비자들의 심리적 불안을 자극해 연체대금을 받아내려는 의도때문이다. ‘강제집행통보’ ‘신용거래 불량자 등록 통고서’ ‘최후통고장’ 등 마치 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으나 실제 법적 절차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물품 구입하고 대금을 납부하는 것이 도리이지만, 연체 좀 했다고 해서 독촉장에 주눅들 필요는 없다. 현행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26조 ‘신용정보업자 등의 금지사항 제7호’에 채권 추심업무를 행하는데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거나 위계 또는 위력을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명시돼 있다. 마음 약한 서민들 놀라게 하는 행각이 가소롭다. /淸河
2년전 환란 이후 최대의 실업대란이 또 예고되고 있다. 11·3 부실기업 퇴출은 경제회생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지만 이 과정에서 수많은 실직자가 발생하게 된다는 점에서 매우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다. 이번 조치로 직접적인 실직 또는 고용감소가 예상되는 인원은 5만명이지만 피어리스 등 52개 퇴출기업의 협력업체와 1차 부도를 낸 대우자동차 및 은행권의 2차 구조조정 인원을 합하면 2만0∼25만명이 실직될 전망이어서 우리 사회가 또 다시 실업열병을 앓게 될 처지에 놓여 있다. 따라서 이번 기업퇴출로 9월말 현재 80만명(실업률 3.7%) 수준인 실업자가 올 연말엔 100만명이(5.1%) 넘어 또 다시 혹독하게 춥고도 긴 겨울을 맞을 것 같다. 지난 IMF관리체제 당시 거리로 내몰렸던 100만여명의 퇴출 직장인들이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기도 전에 밀어닥친 매서운 한파다. 특히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그동안 자구노력 차원의 감봉 및 보너스 반납으로 쪼들리는 생활을 유지해 왔으나 그나마 직장마저 잃게 된다면 생계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취업대란속에 당장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아 겨울 거리를 헤매게 될 형편이다. 피어리스와 신화건설 등 해당 기업체 근로자들이 잇따라 항의집회를 갖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것도 그같은 딱한 사정때문일 것이다. 이와는 별도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12일과 19일 대규모 집회를 갖고 총파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마련중이어서 사회적 파장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따라서 관계당국은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좀더 효과적인 실업대책을 서둘러 내놓아야 한다. 물론 정부는 퇴출기업 실직자들을 위한 여러 조치들을 내놓았지만 과거 경험으로 보아 별로 현실성이 있어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고용보험제도를 확충하고 기업주는 해고 회피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또 10%대에 불과한 실업급여 수혜자 비율을 높이고 형식적인 재취업훈련을 내실있게 보강할 필요가 있다. 업종별 인력수급에 대한 예측력을 높여 프로그램을 이에 맞게 개편하고, 직업훈련을 개인 적성에 맞게 실시해 실업급여가 반드시 재취업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노동계 또한 대안없는 총파업 투쟁을 지양, 퇴출 근로자들의 권익을 위한 실질적인 협상에 나서야 한다. 경쟁력 잃은 부실기업을 마냥 국민세금으로 연명시킬 수 없는 만큼 노·정은 기업퇴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입동이 지나서인지, 가로수 낙엽이 하루가 다르게 쌓여간다. 노랑 단풍잎을 떨어뜨리는 은행나무 가지가 앙상해간 가운데 얼마 남지않은 잎사귀가 안떨어지려 몸부림치는가. 겨울을 불러들이는 늦가을 바람이 낙엽을 더욱 재촉한다. 인간사는 어지러워 의혹이다, 사고다, 퇴출이다 하여 뒤숭숭해도 대자연의 법칙은 한치 어김이 없다. 벌써 밤거리에는 군고구마장수가 등장했다. 다시 다가온 실업대란, 경기불황은 올겨울 또 많은 노점상인을 양산할 것 같다. 참고 참는데도 왜 들리는 것, 보이는 것마다 비위를 뒤틀리게 하는 것들인지. 또 얼마를 견뎌야 한단 말인가. 화려한 말잔치속에 민초들 가슴만 멍들어간다. 서민사회는 못살아도 따뜻한 정이 감도는 조약돌같은 얘기가 많은데 호사스런 권력사회는 왜 구린내 풍기는 추잡한 얘기들뿐인지. 화려한 말잔치속에 민초들 가슴만 멍들어 간다. 그래도 토끼눈망울같은 눈으로 바라보는 아이들 세상을 위해 더욱 열심히 살아야 하긴 하는데 어떻게 되어 살면 살수록이 세태는 더 힘들기만 하는지. 화려한 말잔치속에 민초들 가슴만 멍들어 간다. 요지경속처럼 뭐가 뭔지 도시 종잡을 수 없는 난장판에 양의 탈을 쓴 늑대같은 신 ‘오적’이 있다는데 있다면 그들은 누구일까.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으니 꽃도 지고 꽃이 지면 잎도 지는 것인가. ‘낙화인들 꽃이 아니랴…’하는 어느 고시조구절과 마찬가지로 낙엽인들 어찌 잎이 아니겠나. 바람에 흩날리며 길거리를 뒹구는 낙엽이 주는 계절의 정취는 아름답지만 인간사의 낙화나 낙엽은 자연과 달라서 추할 것이니 그것이 걱정된다. /白山
농림부가 최근 고양시 일산구 대화동 908 일대 기존 고양국제전시장 부지와 맞닿은 자유로 인근 12만2천평에 대한 농지전용 심의를 마쳤다. 이번 심의에서 대체농지 조성 조건으로 전용을 허용키로 함으로써 지난해 4월 일산 신도시 내에 입지가 확장된 동양최대 규모의 ‘고양국제전시장’ 조성사업이 1년 7개월만에 본궤도에 올랐다. 그동안 당초 계획 부지 10만평을 23만평 규모로 늘리는 문제때문에 사업진도가 6개월이상 지연됐었다. 고양시는 내년까지 설계를 마친 뒤 2002년 1월 1단계 공사에 들어가 2008년까지 2·3단계 공사를 모두 완료할 예정이다. 고양시는 고양지역에만 6만여명의 고용효과와 함께 연간 2백만명 이상의 국내외 관광객 유치를 기대하고 있다. 또 건설업·부동산 및 개인서비스업·금융·도소매업 등 전산업에 걸친 직·간접의 경기활성화 효과도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점도 많다. 고양시는 국제전시장과 주변시설 등으로 6만명의 고용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현재 일산 신도시 인구는 30만명이다. 이미 도시계획상 인구 27만4천여명을 2만여명 이상 초과한 상태다. 따라서 전시장 건설에 앞서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일산 신도시와 자유로를 잇는 장항·이산포 인터체인지 일대와 주변 진입도로의 교통난이다. 충분한 도로 신설이나 확장이 없을 경우 전시장 조성으로 이미 악화될대로 악화된 일산∼서울 교통난이 최악에 이를 게 분명하다. 상·하수도나 오·폐수 처리시설 등 도시기반시설 확충도 미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 고양시 부담 사업비가 지나치게 많아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재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 소지도 있다. 시는 7백28억원의 토지 매입비 전액을 부담해야 하며 2002년까지 1단계에만 6백46억원의 전시장 건설사업비를 분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9년째를 맞는 일산 신도시엔 아직 미개발지가 수두룩한데 1조원이 넘는 막대한 외자를 과연 성공적으로 유치해 주변 지원시설을 적기에 조성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고양시는 본란의 이러한 지적사항을 절대 간과하지 말고 치밀하고도 완벽한 대책을 세우기 바란다. 그래서 고양국제전시장이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명실상부한 전시장이 되도록 노력하기 바란다.
안정남국세청장의 골프부킹 청탁거절 지시는 신선하다. 일선 세무서장등이 업무에 심각한 지장을 받을만큼 시달리는 골프부킹 청탁으로부터의 해방을 위해 이같이 지시했다. 아울러 국세청 직원들의 골프장 출입을 금하고 지방청장급 이상이 부득이 골프를 해야 할 경우엔 미리 승인을 받도록 다짐했다. 서울에 인접, 골프장이 밀집한 기전(畿甸)지역의 입장에서는 각별한 관심이 쏠리는 조치다. 골프부킹 거절지시는 정치권과 정부부처의 청탁사례를 직접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인과 중앙 고위공무원들의 도덕적 품성이 얼마나 이완됐는가를 가늠케 한다. 나라와 민생을 걱정한다는 사람들이 사치스런 주말나들이를 위해 세무공무원에게 압력을 행사해온 것은 의식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세무서장들은 이제 그같은 권력형 위인(爲人)들의 부킹청탁이 들어와도 거절할 명분이 세워져 편하게 됐지만 국세청장이 남모른 원성을 듣지 않을까 하여 걱정이다. 잘은 몰라도 정치권과 부처로부터 원망 아닌 원망을 듣지 않겠나 싶지만 이를 각오했을 그의 결단이 돋보인다. 생각하면 어찌 세무공무원 뿐이겠는가. 다른 공조직을 통한 부킹청탁이 또한 횡행할 것으로 보는 짐작이 어렵지 않다. 국가조직의 공권력을 골프치는데 동원하는 정치인, 중앙 고위공무원들의 병폐야말로 개혁의 대상이다. 의식개혁 대상이 되는 자신은 개혁하지 않고 남에게만 개혁을 요구하는 것은 학동(學童)들에 ‘바람풍’을 가르치면서 자신은 ‘바담풍’이라고 하는 잘못된 글방 훈장과 같다. 가치관의 혼돈이 국가사회를 심히 불안하게 한다. /白山
본지가 연재하고 있는 ‘대학 비정규 단기강좌 무엇이 문제인가’ 제하의 기획시리즈는 많은 문제점을 제시해준다. 이 기획물은 동방금고 불법대출사건과 관련한 이모씨가 인맥구축을 위해 모대학 단기강좌를 두번이나 수강한 사실이 검찰수사에서 밝혀진 것을 계기로 점검한 것이다. 단기강좌 개설은 제4공화국 유신정권이 대학의 반발을 무마하는 계책으로 내준 것이어서 알고보면 그 태생부터가 비정상적이다. 이렇게 시작된 각종 단기강좌는 운영마저 왜곡돼 평생교육의 허울아래 사학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들이 수강을 선호하는 것이 특징이다. 예컨대 특히 지방의원 선거때마다 말썽이 된 대학원 학력시비가 이러하다. 최종학력을 대학졸업 없이 ‘대학원수료’라고 적시, 마치 정규대학원을 마친 것처럼 해보여 사회혼란을 부추긴다. 교육법상의 최고학력은 대학이지 대학원이 아니다. 대학원은 석사 박사를 배출하는 학위기관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학위기관에 비학위 단기강좌를 개설, 수강생을 마구잡이로 모집한다. 누구든 돈만 내면 되므로 자격시험이 있을 수 없다. 이어 1년이면 1년, 6개월이면 6개월만 지나면 수강을 제대로 했건 안했건간에 이수생들에게 수료식이란 것을 해준다. 비학위 수강생에겐 당치않는 학위복 학위모까지 갖춰 교수들과 함께 사진을 찍어준다. 이를위해 대학에 따라서는 교수들에게 강좌수강생 모집을 할당하고 대학원 관계자는 아예 전문적 섭외에 나서기도 한다. 이수생들은 또 그들대로 ○○대학원 동문회니 동창회니 하는 모임을 갖는 예가 많다. 실로 당치않는 동문회 동창회 간판인데도 이것이 행세하는 거품사회가 돼 있다. 이같은 연유가 최고의 지성을 자랑하는 대학에 의해 발생되고 있는 사실은 이만저만한 자가당착이 아니다. 사회혼란과 가치관을 호도하는 것이 지성이 자행할 수 있는 능사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대학(대학원)이 강조하는 평생교육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활동의 전문분야에 종사하면서 좀더 학문적 탐구가 갈구되는 것이 이즈음의 시류다. 이에 부응하면서 제대로 권위를 인정받는 단기강좌가 되기 위해서는 이제 달라져야 한다. 학위복과 학위모를 욕보이는 허황한 수료식 따위를 갖지 않아도 배우고자 하는 참된 수강생을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이수증 또한 제대로 배웠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검증절차를 거친 이수증이 발부돼야 하는 것이다.
정기국회 국정감사가 오늘로서 20일간의 일정을 모두 마친다. 그간 중앙 및 지방기관에 대한 국감이 실시되면서 적지않은 문제점이 노출됐다. 이런가운데 본란은 지방정부와 관련한 몇가지 문제점을 지적, 시정을 촉구하고자 한다. 첫째, 국감의 범위에 대한 확실한 인식이 요구된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은 광역자치단체의 감사범위를 고유사무는 지방의회가 구성될때까지로 한정, 위임사무만 실시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지방자치 선진국에선 자치단체에 국감을 실시하는 나라가 없는 사실에 비추어 자치단체에 대한 국감의 근거를 위임사무로 제한한 것이다. 법이 이러하고 또 1991년 7월 지방의회가 구성된지 9년이 지났는데도 감사대상에 여전히 국가위임사무, 지방고유사무를 가리지 않는 국감시행은 입법기관인 국회가 스스로 위법을 저지른 처사인 것이다. 지방의회의 엄연한 고유사무 감사권을 침해, 지방자치의 본질과 발전을 해치는 독선이기도 하다. 둘째, 자치단체 국감의 정치적 악용이다. 비록 광역단체장이나 광역의원의 정당소속이 가능하여도 자치단체 사무는 어디까지나 행정이지 정치가 아니다. 이점은 여야가 분명히 명심해야 할 사항이다. 이런데도 야당의 어느 의원은 유감스럽게도 국감과 무관한 정치적 인신공격성 질문을 일삼았다. 재판이 계류중인 도지사의 신상문제를 거론하는 등 정치공세장화한 것은 국감의 본궤를 심히 일탈하였다. 이에 본란은 이미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이 정한 ‘감사 또는 조사의 한계’,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증언 등의 거부’ 등을 들어 그 부당성을 상론한바 있으므로 더 언급지는 않겠으나 정치적 탈법은 정치발전을 위해서도 무익하다. 셋째, 국감자료의 무리한 요구다. 중앙부처도 1회밖에 치르지 않는 국감을 경기도는 무려 4회나 치렀다. 업무별 소관 상임위가 다르다지만 동일사안에 대한 중복감시가 적잖았던 것은 막심한 낭비다. 이에따른 자료제출이 총 2천50건으로 3t트럭으로 3대 분량에 달한다. 자료의 분량도 방대하지만 시일 또한 촉박하여 상당한 시달림을 받았던 것으로 전한다. 국회의원들의 직접제출 요구가 대부분이어서 국감동안 도청직원들이 국회에 가 살다시피한 것으로 안다. 이러고도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가지고 공무원 이름까지 들먹이는 엉뚱한 질책으로 사기를 떨어뜨리기 예사였다. 자료제출요구는 위원회의결, 위원장 또는 교섭단체 대표의원 등을 통해 해야 함에도 개인명의로 요구하는 관행이 폐단을 낳고 있다. 이같은 준비로 도정 본연의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던 국감이 과연 얼마나 실효가 있었는가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 광역단체에 대한 국감은 이제 개선돼야 하는 것이다.
국어대사전은 홍역을 ‘여과성 병원체에 의하여 일어나는 급성 발진성 전염병’이라고 풀이했다. 처음 3∼4일은 발열 기침 콧물 눈곱이 끼다가 얼굴 목 가슴 몸통 순으로 붉은 발진이 번진다. 이천에서 처음으로 집단발생 소식이 들리더니 도내는 물론이고 전국으로 급속확산 돼 가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당국의 무대책이다. 보건복지부는 기껏 ‘홍역에 걸린 아이는 감염시킬 우려가 있으니 등교치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도대체 홍역을 앓는 아이를 어떻게 학교에 보낼수 있다고 보고 하나마나한 그런 지시를 한 것인지 알수 없다. 이번 홍역은 예방접종을 마쳐 마음놓고 있다가 걸린 아이들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막상 집단발병이 창궐하고 나서 나온 소리가 2차접종까지 마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몰랐던 부모들이 많지만 알았던 부모도 일부러 안맞힌 예가 있는 것 같다. 어느 아이 어머니는 “백신사고가 하도 잦아 2차접종을 안했다”고 말했다. 이래저래 전염병 예방대책과는 거리가 먼 백성들이다. 홍역은 중이염, 폐렴, 뇌염등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이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어떤 일에 몹시 애먹거나 어려운 일을 겪을때 하는 말로 ‘홍역을 치른다’는 옛말이 있다. 홍역은 평생에 안걸리면 무덤에서라도 앓는다고 했지만 지금은 예방만 잘하면 면역을 기르는 정도로 가볍게 거치고는 앓지 않을 수 있는 세상이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고역을 치르는 아이들을 빤히 보면서 아무 손도 쓰지 못하는 것이 미안하고 부끄럽다. 그저 절로 홍역바람이 가라앉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것인가. 白山
학교급식 업체들이 스스로 밝힌 저질급식 원인은 그동안 학교측이 저질급식을 부추겼다는 점에서 책임을 물어야할 일이다. 최근 학교급식을 시행하고 있는 일부 초·중·고등학교가 급식업체 선정 과정에서 무리하게 시설 설치비를 요구하거나 하루 급식비를 낮추기 때문에 질 낮은 농산물이나 외국산 농산물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한 것이다. 급식관리협회에 따르면 학교급식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많게는 1억원 가량의 시설비를 요구하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하루 급식비는 1천400∼1천600원으로 6년전과 동일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실정이 이와 같은데 양질의 학교급식을 기대하였다니 어이가 없다. 문제가 심각한 것은 이러한 학교측의 무리한 시설비 요구와 현실성 없는 급식비 책정이 외국산 농산물 사용과 저품질 농산물 사용으로 이어져 학생들의 영양상태와 건강이 나빠졌다는 점이다. 전국주부교실중앙회와 식생활개선운동본부가 초·중·고교 119곳을 대상으로 학교급식 현황을 조사한 결과 부식재료로 국내산 농산물을 사용하는 학교는 48%에 그쳤고 절반 이상이 국내산과 외국산을 섞어 급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불량한 위생상태다. 1995년 13명(4건)에 불과했던 학교급식소 식중독사고 환자수가 1996년 543명(14건), 1997년 653명(8건), 1998년 1천385명(16건)에 이어 지난해에는 3천444명(27건)으로 늘어 지난 5년동안 환자수가 무려 264배나 급증했다. 학교급식은 급식을 하는 학생들이 성인이 된 후에도 계속 국내 농산물을 소비해야 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다. 따라서 학교급식 재료의 국내산 사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농업관련 기관을 통한 농산물 직거래를 확대하고 원산지 표시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이보다 앞서 개선돼야할 것은 업체선정 방식과 급식비의 현실화이다. 학교가 급식업체에 시설 설치비를 요구한다는 것은 묵과해서는 안되고 앞으로 계속돼서도 안될 부조리 중 하나이다. 시설 설치비를 마지못해 내고 급식비가 비현실적인데 그 업체가 급식을 제대로 할 리가 만무하다. 업체 선정방식 개선과 급식비 현실화가 화급하다. 교육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신속한 대처가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