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人文學·Humanities)은 인간의 삶과 사고, 인간다움 등 인간의 근원 문제에 대해 탐구하는 학문이다. 자연과학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자연현상을 다룬다면, 인문학은 인간의 가치탐구와 문화, 표현활동을 대상으로 한다. 문사철(文史哲)로 대표되는 인문학이 대학에서 찬밥 신세다. 최근 관련 학과의 통폐합이 가속화되고 있다. 인문계열 학과를 졸업하면 취업이 안된다는 게 이유다. 취업시장의 이공계 인력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문·이과 학과 간 불균형이 심화됐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서울 소재 대학들에서 인문사회계열 학과 17개가 사라지고 공학계열 학과 23개가 신설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어문계열 통폐합이 많았다. 한국외대는 2020년 지식콘텐츠전공, 영어통번역학전공, 영미권통상통번역전공이 융합인재학부로 통합됐다. 삼육대는 지난해 중국어학과와 일본어학과를 통합해 항공관광외국어학부를 신설했다. 이는 공대 학과 신설 증가세와 대조된다. 지난해 공대 학과를 신설한 대학은 고려대 3개, 중앙대 3개, 한양대 2개, 세종대 2개로 파악됐다. 삼육대는 인문사회계열이었던 경영정보학과를 IT융합공학과와 통합해 공학계열인 지능정보융합학부를 신설했다. 인문계열 학과의 폐과·통폐합은 지방 대학도 마찬가지다. 이로 인해 전임교원 수가 줄어 강의 선택 폭과 강의 수준 저하가 우려된다. 인문계열 학과의 축소는 대학을 ‘취업률’로 평가하는 정량지표도 문제다. 이런 문제를 제기한 강득구 의원(민주·안양만안)은 “폐과나 통폐합이 아닌 인문학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평가지표를 바꾸고 예산 지원과 투자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문학은 사고력의 바탕이 된다. 그 자체로도 중요하고 융복합의 근본이 되는 소중한 학문이다. 대학들이 지나치게 효율성만 추구하고, 교육부까지 취업률로 대학을 평가하다 보니 인문학이 위기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현대 사회는 인문학의 실용화가 필요하다. 대학에선 인문학을 외면하는데, 기업과 자치단체 등에선 인문학 강좌를 늘리며 ‘인문학적 소양’을 쌓느라 열공하고 있으니 뭔가 잘못됐다. 이연섭 논설위원
오피니언
이연섭 기자
2022-10-03 19: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