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수원 상징목의 시름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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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에는 특이한 곳이 많다. 오래된 소나무들이 늘어섰다는 뜻의 ‘노송지대(老松地帶)’도 그렇다.

 

좀 더 들여다보자. 이곳은 안양에서 1번 국도를 따라 지지대를 넘으면 만날 수 있다. 길이는 5㎞ 남짓하다. 왼쪽과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양옆으로 늘어선 모습이 마치 열병식을 하는 병사들처럼 늠름하다. 한 그루, 한 그루 들여다 보면 제법 가지런하다. 그리고 다소곳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선비처럼 올곧다.

 

조선왕조실록 등 문헌에 따르면 노송지대는 조선 후기 개혁군주인 정조가 조성한 것으로 파악된다. 왕실 경비 1천냥으로 소나무 500여그루를 심었다고 한다. 250여년 전이다. 현재는 대부분 고사하고 38그루만 남아 있다.

 

이곳의 소나무는 껍질이 붉은 편이다. 흔히 적송이라 불리는데 내륙지방에서 많이 자란다. 낙락장송이 울창한 경관은 정조의 효성을 함축하면서 발길을 멈추게 한다.

 

수원에는 이처럼 노송지대는 물론이고 만석공원과 옛 경기도청이 있던 팔달산 등지를 비롯해 곳곳에 소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그래서일까. 경기도기념물과 수원시 상징목으로 지정됐다. 각각 1979년과 1999년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수원에서 소나무들이 때 아닌 시름(본보 6월13일자 5면)을 겪고 있다. 잎이 바짝 마르고 일부는 가지째 축 늘어져 있다. 상당수는 생장 기능을 멈춘 듯 줄기가 갈라져 있다. 죽은 가지 사이로 병든 잎도 드문드문 보인다. 전문가들은 원인을 지난해 폭설로 추정하고 있다.

 

소나무는 공원녹지사업소와 각 구청이 예산을 편성해 관리 중이다. 소나무를 포함한 수목관리 예산만 140억원가량이지만 일부 소나무가 고사한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더구나 정기적인 관리보다는 민원 접수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만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나무를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매뉴얼에 따른 체계적인 관리가 제때 이뤄져야 한다. 문제가 발생한 뒤에야 조치하는 방식보다 사전에 점검하고 예방하는 관리체계 구축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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