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법정 또는 소송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은 냉정하고 논리적인 이미지를 떠올린다. 시비를 가르고 분쟁을 처리하는 과정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법정에서 펼쳐지는 감동과 웃음, 반전과 아이러니, 상처와 치유를 전하는 책이 출간돼 눈길을 끌고 있다. 17년간 변호사로 살아온 조우성이 집필한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리더스북 刊)이 바로 그것. 법무법인 태평양 파트너 변호사인 저자는 흔들리거나 지치지 않고 진실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나가는 한결같은 변호사가 되겠다는 삶의 신조를 담아 뚜벅이 변호사라는 필명을 사용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법정에서 마주한 경찰서에 직접 자식을 신고할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의 기막힌 사연(내 아들을 신고합니다!), 수십 년간 하늘같이 존경하던 남편의 충격적인 진실을 알게 된 어느 부인의 이야기(남편의 완벽한 가면), 헤어진 여자친구를 고소하고 싶어하는 한 남자의 억울한 사연(애인에게 준 선물, 돌려받을 수 있나요?) 등 35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들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은 왜 법정을 찾고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변호사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들려준다. 또 내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고 공감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상처를 스스로 극복하는 용기를 낼 수 있다는 깨달음을 전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사건에서 기본적인 모티브를 따오되 상당 부분 각색됐다. 변호사는 의뢰인의 신상정보와 비밀을 누설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조우성은 프롤로그를 통해 이 과정을 겪었던 책 속 주인공들의 인생 이야기를 보며 생의 지혜 한 자락과 팍팍해진 무릎을 두드리고 다시 먼 길을 떠날 수 있는 용기 한 줌을 전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값 1만3천원 장혜준기자 wshj222@kyeonggi.com
시인의 아내로 살게 해주겠다는 프로포즈로 결혼한 지 5년이 됐지만 변변한 시 한 편 쓰지 못하는 엄복태. 시인이 되고 싶은 회사원 엄복태는 매일 매일이 괴롭다. 고독하기 위해 시를 쓰는 지, 시를 쓰기 위해 고독해지고 싶은 지 그 심리적 관계는 무의미해지고 떠나고 싶은 현실만 남아있다. 수원 출신의 소설가 노재희가 지난 2001년 동아일보 순춘문예 당선된 후 펴낸 첫 단편소설집에 수록된 고독의 발명의 이야기다. 그의 소설집 너의 고독속으로 달아나라(작가정신 刊)에는 제각각 불행의 이유가 다른 사람들이 등장한다. 가족과 직장 동료, 이웃 등 쉽게 볼 수 있는 각 인물은 하나같이 불안에 떨고 있다. 불안은 곧 불행으로 이어진다. 작가는 이 불안을 현대인의 질병으로 지목한다. 고독이 부재하기 때문에 겪는 것으로 분석한다. 그리고 제안한다. 각자 고독 속으로 달아나라고 말이다. 이번 소설집 속 단편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는 작가의 제안을 실현한 인물이 등장한다. 이 소설은 바퀴 달린 여행용 가방과 함께 사라진 아버지를 이십여년만에 찾아 나선 아들의 이야기다. 그 가방에 아버지를 체포해서 넣어오겠다던 아들은 이미 자신의 세계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아버지를 용납키로 한다. 여기서 아버지는 가족이 외면했던 자신의 고독을 채워줄 작은 가방 하나를 필요로 했으며 결국 집을 나가 스스로 인생의 구명보트 같은 고독의 세계에 빠져 행복한 인물로 그려진다. 작가는 또 시간의 속, 그날 저녁, 그는 어디로 갔을까, 생활의 기술 등의 단편에서도 관계속에서 점차 고독해지고 그럼에도 관계를 맺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통증을 그리고 있다. 쳇바퀴 돌 듯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관계 속 소외와 단절에서 불행을 느끼는 현대인에게 자신과 비슷한 무수한 타인을 제시하고 고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일관된 메시지가 강렬하게 다가온다. 값 1만2천800원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한국의 항일여성독립운동가를 소개한 시집 서간도에 들꽃 피다(CreateSpace 刊)가 미국에서 번역 출판됐다. 이 책은 이윤옥 시인이 중국의 임시정부 피난길인 상하이, 꽝쩌우, 류쩌우 창사 등지부터 부산, 나주, 안동, 춘천 등 여성독립운동가의 생가나 무덤을 현장답사하고 생존자를 만나 채집한 이야기와 시를 담고 있다. 번역 작업은 박혜성 홍보대사(미국 보스턴 지역 한국 문화 홍보 프로그램)가 주관하고 미국 교포 고등학생 16명이 지난해 여름부터 참여했다. 영문판 시집명은 41 Heroines: Flowers of the Morning Calm으로, 겨레의 큰 스승 백범 김구의 어머니 곽낙원, 이등박문을 저격한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 수원의 논개 김향화, 고양 동막상리 만세운동 주동자 오정화 애국지사 등 41명의 시가 수록돼 있다. 출판사 관계자는 세계 최대 책 쇼핑몰인 아마존에서 이 번역 시집을 판매함으로써 전 세계에 일제침략의 어두운 역사 속 잔 다르크와 같았던 한국의 항일여성독립운동가들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값 18.5달러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내 인생이 바뀐 날(아녜스 드자르트 著/문학과지성사 刊) 매일 자기를 놀려 대는 담임 선생님 때문에 학교 가기 싫은 건 말할 것도 없고 어떻게 하면 지긋지긋한 선생님과 학교를 벗어날 수 있을지 궁리하기 바쁜 열 살 소년 안톤의 이야기를 그린 책이다. 어느 날 우연히 만난 음악 선생님을 통해 중세 악기라는 미지의 세상과 만나고 자신 안에 숨겨진 열정과 음악적 재능을 발견하게 된 안톤이 음악 학교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값 8천500원 ■새 판을 짜다(장박원 著/행간 刊) 혁신을 테마로 한 이 책은 절대적 가치가 붕괴된 세상에서 새판을 짜려고 고군분투한 혁신적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다. 지속가능한 혁신을 위해 민생을 안정시키고 파격적으로 인재를 등용시키는 등 국가 전 분야에 걸쳐 혁신을 이룩한 관중을 비롯해, 약육강식과 무력의 시대에 지식혁명을 일으켰던 공자, 시대 변화에 따른 전쟁의 양상이 바뀌었음을 읽고 승리의 의미를 재정의한 손자, 말더듬이였으나 법가를 집대성하고 진시황의 사상적 멘토가 되어 사상사와 중국사에 큰 족적을 남긴 한비자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개인적, 국가적 혁신을 이룬 인물들을 소개하고 그들에게서 혁신의 방법을 배워본다. 값 1만5천원 ■숫타니파타를 읽는 즐거움(보경스님 著/민족사 刊) 지난 몇 십 년 동안 앞만 보고 내달리던, 물질문명의 풍요만을 쫓아 초고속 성장 발전을 경험한 세대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성장률 제로시대, 세대 간 계층 간 갈등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는 불안한 시대이다. 오늘날과 같은 불안한 시대에 한 권의 책을 고르라면 최초의 불교경전인 숫타니파타를 꼽을 수 있겠. 며칠 전 고위공직자의 성추문 사건으로 세상이 떠들썩한데, 이 책의 한 구절(마이뚜나(房事)에 빠지는 사람은(중략)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명예와 명성을 다 잃게 된다)이 떠오를 정도로 이 책은 세상의 온갖 문제에 대해 올바른 삶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값 1만5천원 <이번주 베스트셀러> 28일 기준 교보문고 제공 1. 꾸뻬씨의 행복여행/프랑수아 를로르/오래된미래 2.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혜민 스님/쌤앤파커스 3.위대한 개츠비(세계문학전집 7)/F. 스콧 피츠제럴드/문학동네 4.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신경숙/문학동네 5. 위대한 개츠비(세계문학전집 75)/F. 스콧 피츠제럴드/민음사 6. Ls Bravo Viewtiful(그룹 인피니트 엘의 포토에세이 북)/L(엘)/울림엔터테인먼트 7.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무라카미 하루키/비채 8. 나는 천국을 보았다/이븐 알렉산더/김영사 9. 신의. 2/송지나/비채 10. 마법의 순간/파울로 코엘료/자음과모음
해외에 흩어진 우리나라 문화유적은 얼마나, 어떤 것이, 어떤 모습으로 보존되고 있을까. 한국해외문화유적답사비평(어드북스 刊)은 이 같은 질문의 답을 찾아 세계 각 국에 흩어져 있는 우리 역사의 조각을 찾아나선 역사학자의 답사기다. 지난해 세계적 명소인 영국의 대영박물관을 찾았을 때, 한국인이라는 자긍심에 한껏 어깨를 올렸다가 금세 고개마저 푹 숙였던 기억이 있다. 영국박물관이라고도 불리는 대영박물관은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로 꼽히며, 1759년 개관해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그리스, 로마 등 고대 유물이 그득하다. 세계 각 국의 대표 문화 유적도 별도 전시 공간을 마련해 놓았는데 한국관도 있다. 하지만 대영박물관에서 마주한 한국관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한국해외문화유적답사비평의 저자인 최근식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의 연구교수 역시 비슷한 슬픔과 분노를 느낀 듯하다. 그는 (영국박물관)한국실, 일본실 전시문제편에서 전시실에 걸린 한국사 연표에서 구석기 시대와 고조선, 발해 등이 빠진 것을 지적하며 마치 일본의 식민사학자 또는 중국의 동북공정 연구자가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고 비판한다. 한글, 세계최초 금속활자 직지, 세계무형문화유사에 등재된 판소리 등에 대해 언급하지 않거나 아주 간단하게 전시 처리한 것을 지적했다. 반면 이어서 방문한 일본실은 한국실보다 2~3배 넓고 세계사적 의의를 갖고 있는 전시물로 화려하고 보기 좋게 채워져 있음을 비교하고 있다. 그는 머리말을 통해 다음과 같이 답사기를 정리하고 있다. 연간 관람객이 6백만 명을 넘고 있다는 영국박물관의 한국실 전시물들을 보니 있는 한국사마저 제대로 홍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독일 구텐베르크박물관의 고려 시대 금속활자 전시공간에는 또는 <한국>이라는 명판마저 걸려 있지 않았다. 아무도 애타게 관리해주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그의 답사 현실은 참담하다. 대영박물관뿐만 아니라 해외 대부분의 한국 유적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방치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학술논문이 아닌 까닭에 극히 주관적이고 억측 또는 과도한 주장으로 비춰지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잘못된 문화재 관리 부분은 누구나, 미약한 소리라도 외쳐주는 것이, 그래서 인터넷에 한 줄이라도 올려주는 것이 한국 사회와 역사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개인적 바람과 집필 계기는 온 국민이 공감할 만 하다. 값 1만5천원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12년간 많은 철학 독자와 논술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철학입문서 피노키오의 철학 마지막 이야기 니체에게 묻고 싶은 것들(휴머니스트 刊)이 출간됐다. 저자 양운덕은 철학 그 자체에만 매몰된 설명이 아니라 음악, 소설, 미술 등 철학의 논변과 관련이 없어 보이는 다양한 소재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1권 피노키오는 사람일까, 인형일까?, 2권 진리와 진리가 다툰다면?, 3권 언어와 차이로 만든 세계를 출판한 바 있다. 시리즈 마지막인 이 책은 서구 철학을 강력하게 비판했던 니체의 문제의식을 이용해 진리를 찾으려는 시도는 어떤 전략에서 비롯된 것인지, 그것이 숨기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파헤친다. 또 현대 철학에 큰 영향을 미친 니체의 허무주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물으며, 서구의 사고와 과학의 발전을 이끈 결정론의 패러다임과 결정론에서 벗어나 사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저자는 머리말을 통해 이 책은 철학과 처음 만나는 이들에게 철학마을을 대표하는 철학자들의 사고방식을 상큼하고 귀엽게, 하지만 너무 가볍지는 않게 소개하는 책이라며 모두를 위한 책이라기보다는 사고의 즐거운 놀이에 동참하려는 이들을 위한 책이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값 1만5천원 장혜준기자 wshj222@kyeonggi.com
화성시와 공동주최로 29일 오후 3시부터 경기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세계문화유산 융ㆍ건릉 권역 종합정비를 위한 학술세미나를 개최한다. 이번 학술세미나는 지난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조선왕릉의 대표격인 융ㆍ건릉과 연계유적인 용주사와 만년제가 어떻게 조성ㆍ관리되고 있는지, 해당 유적의 바람직한 정비방안 및 활용에 대해서 주제발표를 한다. 이남규 한신대학교 교수 사회로 진행되는 이날 세미나에서 채인석 화성시장과 황정호 정조대왕문화진흥원 공동대표의 인사말, 이윤진 운영위원장의 내빈소개에 이어 주제발표가 진행된다. 주제발표는 정해득 한신대학교 외래교수의 융ㆍ건릉의 조성과정 및 관리체계, 한지선ㆍ김왕국 국립문화재연구소 연구원의 건릉 초장지의 고고학적인 성과와 이승연 경기문화재연구원 연구원의 화성 만년제 발굴성과의 고고학적 조사를 통한 유적의 의미와 중요성을 짚어본다. 이어 역사문화콘텐츠 활용과 조선왕릉 주변의 지속가능한 개발을 주제로, 이해종 한중대학교 교수(도시행정학)의 융ㆍ건릉 일대 정비방향에 대한 제언으로 학술발표가 진행된다. 한편 이날 행사는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 (사)전주이씨대동종약원, (사)정조대왕기념사업회가 후원한다. 문의 (031)234-0163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맥간공예(麥稈工藝) 창시자인 백송(白松) 이상수씨가 자신의 맥간예술세계를 총정리하며 새로운 이정표격인 작품집을 내놓았다. 그가 발간한 도록 맥간은 지난 35년간 8번의 개인전을 통해 발표한 작품과 문하생을 양성하면서 만든 700여점의 맥간공예 작품들을 수록하고 있다. 맥간공예는 보릿대 특유의 빛깔과 질감을 살린 공예품으로 칠공예기법과 모자이크 방식을 응용해 5건의 실용신안이 특허청에 등록된 상태다. 이상수씨는 지난 1980년 맥간공예 기법을 이용한 첫 실용신안 특허 출원을 시작으로 35년간 끊임없이 맥간공예의 예술세계를 확장해오고 있다. 현재 맥간공예는 액세서리함과 찻상같은 생활용품부터 액자와 병풍처럼 예술작품으로 만날 수 있으며, 무지갯빛 필름지ㆍ금박ㆍ은박 등 소재도 다양해졌다. 무엇보다 맥간공예가 품고 있는, 이상수씨가 새긴 이야기들이 무궁무진하다. 우리나라 전통문화유산이 그 멋진 자태를 뽐내고 상상속에 있던 십장생이 생생하게 움직이며 세계 명작 동화 속 주인공들이 미소를 짓는 등 맥간공예 속 주인공은 시간과 장소의 경계를 뛰어 넘어 다채롭다. 도록 맥간은 이 같은 맥간공예의 다양한 면모와 역사를 총정리하는 작품집으로 향후 더 새로운 예술세계를 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관련 이상수씨는 숙련된 기술을 요하는 맥간공예가 예술이 되기 위해 스토리가 있는 도안(디자인)이 있어야만 한다며 도록에는 나의 인생에 가장 큰 자산인 바로 이 도안을 담았으며 훗날 문하생들이 펼쳐나가는 예술세계의 길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길 없는 길을 걸었던 위대한 선승들의 이야기를 담은 장편소설 할(喝)(여백 刊)이 출간됐다. 가톨릭 신자였던 저자 최인호는 1990년대 초 불가의 가르침에 감화해 구한말 선승들의 흔적을 찾아 전국의 사찰을 돌아다녔다. 그가 발견한 첫 번째 선승은 깨달음과 가르침으로 근대 불교의 선풍을 일으켰던 경허 선사다. 저자는 경험을 바탕으로 1993년 길 없는 길을 출간했으며, 경허 선사 열반 100주년이었던 지난해 경허 선사와 그의 세 수법제자와 맺었던 인연의 고리를 다시 이었다. 석가탄신일에 맞춰 출간된 할이 바로 그것. 이 책은 길 없는 길에서 경허와 수월ㆍ혜월ㆍ만공 등 그의 수법제자 이야기를 따로 뽑아 재구성했다. 한없이 어두웠던 절망의 시대 구한말에 어둠을 꿰뚫는 진리의 불꽃으로, 또 자비의 은은한 달빛으로 길 없는 길을 걸어간 경허 선사와 수법제자, 이들이 남긴 법훈과 선화들을 담아냈다. 또 경허, 수월, 혜월, 만공의 흔적들을 다큐 형식으로 엮어 입체적으로 선승들을 소개한다. 최인호는 머리글을 통해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고 아랫물이 맑으면 윗물도 맑다는 진리를 야반삼경에 대문 빗장을 가만히 열어보는 심정으로 밝혀봤다며 조용히 들어와 제자들에게 때리고 할(喝)하는 경허의 여전한 고함 소리를 엿들으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값 1만3천원 장혜준기자 wshj222@kyeonggi.com
우리나라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게다가 한국에서 여기자로 산다는 것은 죽고 못살 일이다. 여자이기 이전에 기자여야 하고, 기자임과 동시에 엄마, 아내, 며느리, 딸, 직장 선배이자 후배여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여기자는 남자보다 몇 배 더 일해야 인정받는 사회적 조건 위에 서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여성기자였던 추계 최은희 선생(전 조선일보 기자)의 치열한 기자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최은희여기자상 역대 수상자들의 삶을 통해 여기자들의 삶을 되짚어 볼 수 있는 세상은 바꾸고 역사는 기록하라(신동식 외 20인 지음, 최원석 엮음, 푸르메刊)이 출간됐다. 책에는 1984년 출범한 최은희여기자상의 역대 수상자 32명 가운데 21명이 참여해 1인 6역, 1인 7역을 해야 하는 대한민국 여기자들의 치열한 삶이 글 속에 생생하게 녹아 있다. 이연섭 경기일보 논설위원을 비롯해 최현수 국민일보 군사전문기자, 이미숙 국제부장, 임도경 한국영상자료원 부원장 등 현직기자부터 이미 은퇴한 기자들까지 각양각색 취재기는 무협지를 방불케할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온 기자들이 쏟아내는 현장감 넘치는 이야기는 기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기자의 전형을 보여주고, 방대한 주제를 다양한 형식과 깊은 지성으로 녹여낸 그들의 기사는 훌륭한 글쓰기 교본으로 활용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기자 특유의 자부심과 좋은 사회를 만들어나가고픈 열정으로 시련과 역경을 이겨낸 여기자들의 삶은 수많은 좌절과 실패를 겪는 우리 인생의 멘토로 삼기에도 충분하다. 제22회 수상자인 이연섭 경기일보 논설위원은 2004년 한 해 동안 총 38회 걸쳐 분단된 남북한을 흐르는 한탄강을 역사, 관광, 생태계, 지형, 지질학까지 총체적으로 조명하며 통한의 강이 통일의 강, 화합의 강이 되기를 염원했다며 일에, 시간에, 사람에 떠밀려 어떻게 세월이 흐르는지 모르는 후배들에게 전문성을 갖기를 권유한다고 말했다. 값 1만4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