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시대는 갔다. 현대사회에 들어 모든 정보를 인터넷으로 실시간으로 검색하고 취하면서 그만큼 책이 차지하는 자리는 크게 줄었다. 손가락을 움직여 빨리 필요한 정보를 얻지만 사유의 힘을 기를 방법은 없다. 이와 관련 오직 독서뿐(김영사 刊)의 저자이자 한양대 국문과 교수인 정민은 책을 통해서만 생각이 깊어진다며 속도를 늦추고 책 읽기를 강권한다. 또 이 같은 주장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선인의 독서에 관한 글을 골라 제시하고 있다. 저자가 선택한 선인은 허균, 이익, 양응수, 안정복, 홍대용, 박지원, 이덕무, 홍석주, 홍길주 등 총 9명이다. 이들이 전하는 공통된 독서 전략은 이러하다. 독서 효과를 제대로 얻기 위한 지침이다. 우선 한 가지 뜻으로 한 책씩 읽을 것을 당부한다. 역사책에서는 치란흥망의 자취를 읽고, 경전에서는 옛사람의 마음자리를 본다. 실용성에서 얻을 것은 정보다. 경전을 실용서 읽듯 해서는 안되고 역사책을 경서 읽듯 할 것도 없다. 또 의문을 품고 봐야 한다. 의심에 빠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에 이르면 안된다는 것이다. 의심을 해결하면 제대로 볼 수 있게 된다. 얕게 읽고 낮춰 봐야 한다. 아무것도 아닌 말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거나 지나가는 말을 대단한 것으로 착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물러서서 선입견을 털어내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책의 핵심을 파악하는 법도 중요하다. 책이 처음부터 핵심을 드러내는 법은 없다. 한두 구절을 들고 앉아 궁리하지 말고, 이 책 저 책 있는대로 끌어 읽어도 소용없다. 부지런히, 꼼꼼하게, 반복적으로 읽어야 한다. 선인들은 책 읽기에 대해 이렇게 비유했다. 독서는 집 구경과 같다. 집 구경은 겉만 보와서는 알 수가 없다. 교통도 봐야 하고, 위치와 규모도 살펴야 한다. 다른 집과 견줘도 본다. 책 읽기도 이리저리 뜯어보고 하나하나 따져 보아, 책을 덮고 나서도 생생해야 한 권을 온전히 읽었다 할 수 있다.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출판·도서
류설아 기자
2013-06-04 1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