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아내로 살게 해주겠다는 프로포즈로 결혼한 지 5년이 됐지만 변변한 시 한 편 쓰지 못하는 엄복태. 시인이 되고 싶은 회사원 엄복태는 매일 매일이 괴롭다. 고독하기 위해 시를 쓰는 지, 시를 쓰기 위해 고독해지고 싶은 지 그 심리적 관계는 무의미해지고 떠나고 싶은 현실만 남아있다.
수원 출신의 소설가 노재희가 지난 2001년 동아일보 순춘문예 당선된 후 펴낸 첫 단편소설집에 수록된 ‘고독의 발명’의 이야기다.
그의 소설집 ‘너의 고독속으로 달아나라’(작가정신 刊)에는 제각각 불행의 이유가 다른 사람들이 등장한다.
가족과 직장 동료, 이웃 등 쉽게 볼 수 있는 각 인물은 하나같이 불안에 떨고 있다. 불안은 곧 불행으로 이어진다. 작가는 이 불안을 현대인의 질병으로 지목한다. 고독이 부재하기 때문에 겪는 것으로 분석한다. 그리고 제안한다. 각자 “고독 속으로 달아나라”고 말이다.
이번 소설집 속 단편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는 작가의 제안을 실현한 인물이 등장한다. 이 소설은 바퀴 달린 여행용 가방과 함께 사라진 아버지를 이십여년만에 찾아 나선 아들의 이야기다.
그 가방에 아버지를 체포해서 넣어오겠다던 아들은 이미 자신의 세계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아버지를 ‘용납’키로 한다.
여기서 아버지는 가족이 외면했던 자신의 고독을 채워줄 작은 가방 하나를 필요로 했으며 결국 집을 나가 스스로 인생의 구명보트 같은 고독의 세계에 빠져 행복한 인물로 그려진다.
작가는 또 ‘시간의 속’, ‘그날 저녁, 그는 어디로 갔을까’, ‘생활의 기술’ 등의 단편에서도 관계속에서 점차 고독해지고 그럼에도 관계를 맺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통증을 그리고 있다.
쳇바퀴 돌 듯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관계 속 소외와 단절에서 불행을 느끼는 현대인에게 자신과 비슷한 무수한 타인을 제시하고 고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일관된 메시지가 강렬하게 다가온다. 값 1만2천800원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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