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여기자들의 치열한 삶 생생하게 담아
우리나라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게다가 한국에서 여기자로 산다는 것은 ‘죽고 못살’ 일이다. 여자이기 이전에 기자여야 하고, 기자임과 동시에 엄마, 아내, 며느리, 딸, 직장 선배이자 후배여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여기자는 남자보다 몇 배 더 일해야 인정받는 사회적 조건 위에 서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여성기자였던 추계 최은희 선생(전 조선일보 기자)의 치열한 기자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최은희여기자상’ 역대 수상자들의 삶을 통해 여기자들의 삶을 되짚어 볼 수 있는 ‘세상은 바꾸고 역사는 기록하라’(신동식 외 20인 지음, 최원석 엮음, 푸르메刊)이 출간됐다.
책에는 1984년 출범한 ‘최은희여기자상’의 역대 수상자 32명 가운데 21명이 참여해 1인 6역, 1인 7역을 해야 하는 대한민국 여기자들의 치열한 삶이 글 속에 생생하게 녹아 있다.
이연섭 경기일보 논설위원을 비롯해 최현수 국민일보 군사전문기자, 이미숙 국제부장, 임도경 한국영상자료원 부원장 등 현직기자부터 이미 은퇴한 기자들까지 각양각색 취재기는 무협지를 방불케할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온 기자들이 쏟아내는 현장감 넘치는 이야기는 기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기자의 전형을 보여주고, 방대한 주제를 다양한 형식과 깊은 지성으로 녹여낸 그들의 기사는 훌륭한 글쓰기 교본으로 활용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기자 특유의 자부심과 좋은 사회를 만들어나가고픈 열정으로 시련과 역경을 이겨낸 여기자들의 삶은 수많은 좌절과 실패를 겪는 우리 인생의 멘토로 삼기에도 충분하다.
제22회 수상자인 이연섭 경기일보 논설위원은 “2004년 한 해 동안 총 38회 걸쳐 분단된 남북한을 흐르는 한탄강을 역사, 관광, 생태계, 지형, 지질학까지 총체적으로 조명하며 통한의 강이 통일의 강, 화합의 강이 되기를 염원했다”며 “일에, 시간에, 사람에 떠밀려 어떻게 세월이 흐르는지 모르는 후배들에게 전문성을 갖기를 권유한다”고 말했다. 값 1만4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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