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문명의 눈부신 발전 속에서도 인간이 생존하기 위한 힘은 음식에서 나온다.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밥과 반찬은 대부분 농업에서 비롯되는데, 하늘을 읽고 땅을 일궈 농작물을 생산하는 농민들의 피땀은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정성과 비견되곤 한다.
이오장 시인(62)의 시집 ‘고라실의 안과 밖’(시문학사刊)은 시인의 농경 체험과 언어학적 방언 연구를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과거의 회상보다는 현실을 더 발전시키는 계기를 제공한다.
시집에 수록된 91편의 시들은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농사법과 농민의 애환을 풍자와 해학으로 풀어내고 때로는 성주신이나 조상신에게 의탁해 삶을 부드럽게 감싸 안는 지혜를 발휘한 농부들의 진솔한 삶을 하나하나 일깨워 놓는다.
‘질기고 질긴 이놈의 방아줄이/영감탱이 상투였으면 얼마나 좋을가잉/댕겨도 댕겨도 땡겨오지 않는 것이/정자나무 밑둥치 같당게’(디딜방아 中) 같은 독백적 표현은 농촌 여인들의 삶 속 애환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모내기, 써레질, 못자리 등의 농사일과 홀태, 쟁기, 지게, 가래, 무자위 등의 농기구, 모시삼기, 갈퀴치기, 베나르기, 물레 등 농촌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소재가 전라도 방언 특유의 질펀한 묘사로 생동감있게 어우러진다. 값 1만7천원.
박성훈기자 psho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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