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우 연작소설 ‘황천기담’ 출간

‘5월의 작가’ 임철우(한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가 돌아왔다. 5월의 광주와 분단의 문제와 이데올로기의 폭력성을 고발하는 소설을 써왔던 작가가 이번엔 ‘욕망’을 다루고 있다.

이번에 출간한 ‘황천기담(문학동네刊)’은 지난 수년 동안 띄엄띄엄 단편소설로 발표한 바 있는 다섯 편의 이야기를 작가가 ‘황천이야기’라는 제목의 연작소설로 써내려간 것이다. 스스로 욕망의 화신이 되거나, 욕망에 사로잡힌 타자들에 의해 괴물과 유령으로 변해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첫 작품 ‘칠선녀주’는 2인칭 시점에서 기술이 되며, ‘당신’으로 지칭되는 소설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나비길’은 황천의 중학교 생물 선생으로 부임해온 남자의 이야기이다.

‘황금귀(黃金鬼)’는 금광 열풍이 일었을 무렵, 황금에 대한 집착으로 황천읍까지 흘러들어온 황충과 그의 아내 이야기이다. ‘월녀’에 이르러 이 책의 기이한 분위기는 정점을 찍으며 가슴이 남들보다 더 달린, 남들과 다른 신체 구조를 가진 월녀가 등장한다. 마지막 ‘묘약’은 첫 작품 ‘칠선녀주’와 짝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중심인물은 소설가가 아닌 두 쌍의 남녀이다. 전설적인 인물 황금심의 딸 황홍녀와 그녀의 옛 애인 허기진 목사, 그리고 은밀하게 여행을 온 홍선생과 양교수가 그들이다. 

이렇게 기이한 다섯 편의 이야기는 때로는 전혀 다르게, 때로는 아주 긴밀하게 얽혀 있어 읽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황천기담’의 특별함은 여기에 있다. 임철우 작가의 신작이기에 의심할 나위 없이 기대가 된다는 사실을 차치하고라도, 한국 문단에서 확고한 자신만의 색을 가진 작가가 제목에서부터 그동안의 작품 색과 다른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러나 여전히 그의 작품의 중심은 ‘사람’이다. 그것도 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 여기까지는 전작들과 다를 것 없이 익숙하다. 그렇지만 기담이다. 그렇다면, 황천은 어디인가. 그것이 이 작품 안으로 들어가는 주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임철우는 작가의 말에서 “언젠가부터 내게는 소설이 갖고 있는 ‘이야기로서의 힘’이랄까 설화적 상상력의 무한한 자유로움에 대한 절실한 욕망이 자리하고 있었다. 내 나름으로는 그나마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 있는 이번 소설은 바로 그런 욕망으로부터 태어난 셈”이라며 “모처럼 상상력의 자유로움을 한껏 누릴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새롭고 행복한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값 1만3천500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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