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먼드 카버 소설집 ‘대성당’ 개정판 출간

드디어 나왔다.

국내에서 절판 후 권당 수십만원에 거래되는 기현상까지 보였던 책,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문학동네刊)이 세계문학전집의 옷을 입고 개정판으로 새롭게 출간됐다.

소설가 김연수의 번역으로 지난 2007년 국내에 소개된 이래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이 작품은 ‘헤밍웨이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가’, ‘리얼리즘의 대가’, ‘미국의 체호프’ 등으로 불리며 미국 단편소설의 르네상스를 주도한 레이먼드 카버의 대표작이다.

레이먼드 카버는 1960년 첫 단편 ‘분노의 계절’을 발표한 이후 1988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그는 소설집, 시집, 에세이 등 십여 권의 책을 펴냈다. 그러나 카버의 진면목은 무엇보다 단편소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역시 카버의 팬을 자처하며, 그의 소설을 직접 번역해 일본에 소개하기도 했다.

단편작가로서 절정기에 올라 있던 레이먼드 카버의 문학적 성과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대성당’은 표제작 ‘대성당’을 비롯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깃털들’, ‘비타민’, ‘신경써서’, ‘내가 전화를 거는 곳’ 등 총 12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가난한 제재소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난 카버는 제재소 목공, 병원 수위, 교과서 편집자, 도서관 사서 등을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열아홉이라는 젊은 나이에 결혼하고 스물한 살에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됐다. 실직으로 실업수당을 받고, 알코올중독까지 겹치면서 그는 매우 힘겨운 삶을 보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밥벌이’를 위해 전쟁처럼 삶을 치러내야 했던 카버에게 글쓰기는 삶을 견뎌내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다. “우리들이 쓰는 모든 것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전적이다”라고 했던 그의 말처럼, 카버의 작품에는 그가 살아내야 했던 신산한 삶의 풍경이 여기저기 그 흔적을 드러낸다.

삶의 한 단면을 현미경 들여다보듯 비춰주며 언제 부서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일상을 포착한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은, 이 소설집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생의 말기에 쓰인 ‘대성당’은 그런 황량한 풍경 속에서도 이전 작품들보다는 한층 충만하고 희망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값 1만3천500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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