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철 장편소설 ‘사랑은 게으름을 경멸한다’ 출간

한 남자가 거리를 걷다 카페의 유리창 너머로 ‘의자들’을 이리저리 옮기고 있는 한 여자를 보게 된다. 두 사람은 의자를 계기로 연인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현재 한신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인 작가 최수철의 신작 장편소설 ‘사랑은 게으름을 경멸한다’(현대문학刊)의 일부 내용이다.

이 책은 ‘의자’라는 메타포를 중심으로 인간의 광기와 욕망, 억압과 공포, 그리고 사랑과 치유를 그린 작품이다.

작가 최수철은 오래전부터 ‘의자’에 관심을 가져왔고, 연애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한다. 따라서 ‘의자’를 통해 얻은 관찰과 성찰을 토대로 한 사랑 이야기가 완성됐다. ‘규도’, ‘한나’, ‘부민’, ‘알랭’ 등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강박적일 만큼 ‘의자’에 관한 트라우마를 지닌 이들이다. 이들이 서로 사랑하고 관계 맺는 과정을 통해 ‘의자’로 대변되는 각자의 억압을 떨쳐내고 치유받는 모습이 존재론적 사유와 미학적 상상력, 엄정한 문체로 치밀하게 그려져 있다.

의자는 이 작품의 시작이자 끝이라 할 만큼 사건들의 모든 국면에 개입한다. 갈등을 유발하고, 해결하는 결정적인 요소이다. 의자는 원래 인간의 앉는 행위를 위해 만들어진 물건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의자는 이런 특성과 관련해 파생될 수 있는 다양한 함의를 표현하는 단순한 메타포를 뛰어넘어, 작중 인물들의 삶과 죽음, 만남과 이별 등 모든 서사를 이끌어나가는 주인공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인간은 의자에 예속된 존재다. 한평생 한 의자에서 다른 의자로 옮겨 앉으며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작중인물들이나 서술자의 입을 통해 나타나듯, 이 작품 속에서 의자는 인간의 본성과 삶을 표상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 그 자체를 의미하고 있기도 하다. 즉, 작가는 의자를 “한 인간이 태어나서 늙어 죽을 때까지 거치는 역사”로, “인간의 삶을 재구성하는 장치”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평생 한 의자에서 다른 의자로 옮겨 앉으며 살아야 하는 인간에게 의자란 부박한 삶의 표상이기도 하고, 벗어날 수 없는 욕망이기도 하며, 억압이자 종속이기도 하다. 작중인물들은 의자를 증오하거나 두려워하면서도 끊임없이 자신의 의자를 찾아 헤맨다. 욕망하고 갈등하고 방황하던 이들은 각자 ‘자신의 의자’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과정을 거치고, 그럼으로써 사랑을 회복하고 그 사랑으로 치유된다.

이런 과정들은 우리들이 세계를 받아들이는 과정이자, 우리들 각자가 지닌 ‘억압’에서 해소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의자’라는 특정한 메타포를 통해 비춰진, 다소 극단적일 수도 있는 인물들의 면면과 삶의 방식, 특별한 사랑 이야기 우리의 삶과 세계라는 보편성을 획득하는 지점이다

값 1만4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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