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불우이웃에 꿈과 희망 선물

“오늘밤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있는 결식아동과 소년소녀가장에게 꿈과 희망의 빛이 비춰지길….” 우리 주변의 소외된 계층과 불우한 이웃을 위해 애써온 ‘수원사랑포럼’이 지난 23일 밤 수원시 만석공원 제2야외음악당 야외무대에서 결식아동과 소년소녀가장들을 위한 ‘수원사랑 야외음악회’를 열었다. 이날 음악회에는 홍기헌 수원시의회 의장, 이윤희 수원사랑음악회 집행위원장, 시의원, 사회단체장을 비롯 시민 2천여명이 참석, 공연을 관람하고 결식아동과 소년소녀 가장들을 격려하며 저마다 힘을 보태는데 노력하기로 다짐했다. 세계적인 브레이크 댄스 그룹 ‘메드핑크크루 비보이(B-Boy)’와 한국 최초 넌버벌 퍼포먼스 그룹 ‘난타’, 남성 11인조 앙상블 ‘WMF 음악친구들’이 이날의 자리를 빛냈다. 공연은 비보이의 강력한 브레이크 댄스로 출발했다. 빠른 비트의 음악이 흐르며 무대가 훤히 밝혀지자 초저녁 산책이나 자전거를 즐기기 위해 공원을 찾은 주민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어느새 무대 주위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메드핑크크루가 힙합 리듬에 따라 박력있는 비보이 댄스를 펼치자 일순간 2천여 관객들의 시선이 무대로 고정됐고, 희망의 에너지로 무대를 가득 채워 나갔다. 이들의 에너지는 오늘의 주인공들이 험난한 사회를 살아가는데 꿈과 용기의 원천수가 됐다. 힙합 댄스의 원기 넘치는 분위기는 난타의 흥겨운 사물놀이 장단으로 자연스럽게 오버랩됐다. 난타가 만들어낸 소리는 우리들의 어머니들이 늘상 만들어내는 소리로, 바로 음식장만 소리였다. 그렇지만 결식아동과 소년소녀 가장들에게는 이 소리야말로 평생 꼭 한 번 듣고 싶은 소리였다. 난타의 경쾌하고 코믹한 무대는 즐거움으로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음악회의 대미는 WMF 음악친구들이 장식했다. 가곡 ‘고향’으로 시작된 이들의 하모니는 ‘마법의 성’, ‘향수’ 등 감미로운 노래로 관객들에게 따뜻한 화음을 전달했다. 공연이 펼쳐지는 동안 무대 한켠에 마련된 모금함에는 소년소녀가장과 결식아동을 돕기 위한 작은 정성들이 쉴 새없이 이어졌다. 송죽동에 살고 있다는 김재진씨(46)는 “이런 자리가 있어 우리 모두가 마음 따뜻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어려운 아이들을 돌아볼 수 있는 자리가 많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윤희 집행위원장은 “가장 큰 설움이 배고픈 설움인데 결식아동이 3천여명에 달한다는 것은 정말 가슴 아픈 일”이라며 “이번 사랑의 야외음악회가 우리 주변의 결식아동들을 다시한번 더 기억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철원기자 ycw@kgib.co.kr /사진=조남진기자 njcho@kgib.co.kr

공연의 마술사 ‘김장훈 원맨쇼’

1천500여회의 라이브 콘서트가 증명하는 공연의 지존. 10년 이상 늘 새로운 컨셉으로 공연계를 이끌어온 최고의 연출, 즐겁지 않으면 김장훈이 아니다. 김장훈, 그가 드디어 수원으로 달려온다. 김장훈은 다음달 13일(오후 8시), 14일(오후 6시·9시15분), 15일(오후 6시) 3일동안 4회에 걸쳐 수원 청소년문화센터 온누리아트홀에서 ‘원맨쇼-소극장편’을 선보인다.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소극장 투어 원맨쇼, 그러나 이번에 달라진 건 소극장이다. 지난 연말 대형 원맨쇼 콘서트에 이어 이젠 소극장용으로 전국을 누빈다. 관객과 함께 웃고, 즐기고, 호흡하고 모두 하나가 된다. ◇‘김장훈 원맨쇼’ 최대의 강점은 수많은 히트곡 김장훈의 최대 강점은 그의 수많은 히트곡이다. 김장훈 공연장에 가면 노래가 나올 때마다 관객들은 ‘아, 이 노래’를 연발한다. 나와 같다면,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사노라면, 슬픈 선물, 굿바이 데이, 오페라, 내일이 찾아오면, 난 남자다, 혼잣말, 고속도로 로망스, 허니, 그대로 있어주면 돼, 쑈, 커플 …. 게다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에픽하이와 함께 한 신곡 ‘남자라면 웃어요’까지. 한 곡 한 곡 새로운 편곡과 환상적인 연출이 어우러질 때마다 끝없는 감동으로 관객들을 몰고 간다. ◇공연의 마술사 김장훈이 꿈꾸는 세상 김장훈은 매번 색다른 아이디어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감동과 열정, 눈물과 웃음이 공존하는, 쌍쌍이 아니라도 어색하지 않은 그런 공연을 연출한다. 더불어 그의 고객 감동 서비스는 상상을 초월한다. 멀리 있는 관객을 위해 천장을 날아다니는가 하면 사다리, 대형 풍선을 타거나 미끄럼틀, 크레인, 변장 등 예측할 수 없는 갖가지 방법을 동원한다. 또한 공연장 천장에 은하수를 놓거나 장미꽃밭으로 연출하거나 흔히 볼 수 없는 레이저 쇼 등 각종 특수효과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문의 (031)252-8899/윤철원기자 ycw@kgib.co.kr

6월 복사골 수놓을 환상의 선율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부천필 코러스가 코러스 창단 20주년을 맞아 6월 한달 동안 다양하고 알찬 공연을 마련한다. 첫 공연은 다음달 10일 오전 11시 복사골문화센터 문화사랑에서 ‘성악과 재즈의 만남’을 주제로 부천필과 함께 하는 모닝콘서트Ⅳ를 마련, 환상의 하모니를 선사한다. 부천필과 함께하는 모닝콘서트는 저녁시간대 공연장을 찾기 어려운 주부들을 대상으로 삼아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남편의 출근, 아이들의 등교 등 아침시간 한바탕 전쟁(?)을 치른 뒤 찾아드는 여유로움을 아늑한 카페에서 커피 한 잔과 함께 음악을 감상하는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으며 알기 쉬운 해설까지 곁들여져 주부들이 클래식 음악과 좀 더 가깝게 접할 수 있게 했다.(전석 5천원) 두번째 공연은 13일 오후 7시30분 부천시민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리는 부천필의 제121회 정기연주회 ‘드뷔시와 차이코프스키’. 미국에서 활동하며 창조적이고 개성적인 곡을 해석하는 김진 지휘자와 부천필이 만들어 내는 최상의 하모니를 통해 드뷔시와 차이코프스키 음악의 참 멋을 느낄 수 있다.(전석 1만원) 부천필코러스의 창단 20주년을 기념한 ‘부천 합창 페스티벌’은 20일 오후 7시30분 부천시민회관 대공연장 무대에 오른다. 부천지역의 대표적인 합창단들이 함께 모여 노래의 대향연을 가질 예정이며 어린이합창부터 성인합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역 합창단들의 수준 높은 연주를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전석 7천원) 가족과 함께 볼 수 있는 ‘사운드 오브 뮤직’도 28일 오후 3시 GS스퀘어 판타스틱홀에서 열린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은 배우라면 한 번 쯤 출연하고 싶은 작품으로 가족의 사랑과 소중함을 깨닫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선착순 무료) 마지막으로 29일 오후 8시에는 부천필이 도전하는 ‘브루크너 교향곡 전곡 연주 시리즈 Ⅲ’으로 ‘낭만적’을 연주한다. 섬세하고 다이나믹한 연주로 정평이 난 객원 악장 정준수와 임헌정 지휘자, 부천필이 가장 로맨틱하고 순수하며, 주옥같은 음악의 향연을 펼친다. (R석 3만원, S석 2만원, A석 1만원) /임명수기자 mslim@kgib.co.kr

국내 최정상 성악 드림팀 카르멘무대 선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중심으로 세계 최고의 테너로 인정받고 있는 박기천을 비롯해 김학남, 김동규, 우주호, 김인혜 등 국내 최정상급 성악가들로 구성된 드림팀이 김자경 오페라단 창단 40주년을 기념해 오페라 ‘카르멘’을 성남아트센터 무대에 올린다. 오페라 ‘카르멘’은 짚시여인의 자유분방한 사랑과 비극적인 결말을 그린 죠르주 비제의 걸작품으로 라 트라비아타, 아이다와 함께 세계 3대 오페라로 꼽힌다. 주인공 카르멘 역에는 얼굴과 목소리, 몸짓에서 화려함과 관록이 조화를 이루는 연기와 연주로 배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한국이 낳은 세계 최고의 카르멘으로 꼽히는 김학남과 세계 오페라 무대에서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는등 최고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는 양송미가 맡았다. 또 돈호세와 가르멘 사이에 나타나 삼각관계를 형성, 오페라를 비극으로 치닫게 하는 운명의 인기 투우사 에스까미오 역에는 바리톤 우주호, 송기창, 김동규가 차례로 출연하며 돈 호세의 순진한 약혼녀 역은 현 서울대 음대교수인 소프라노 김인혜와 하수연, 박상영이 출연한다. 이번 작품은 기존의 2시간30분짜리 긴 공연 중에서 문화적 차이로 이해가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졌던 부분을 과감하게 줄이고 가장 사랑받는 부분을 빠짐없이 소화해 두 시간 길이로 재해석한 2008년판 재창작품이다. 특히 ‘하바네라’, ‘투우사의 노래’ 등 주옥같은 아리아와 중창들은 원어로 불러 원래의 맛을 그대로 살렸고 노래 형태의 대사인 ‘래치타티보’는 대부분 한국말로 각색, 감동의 속도를 높였다. 별도의 해석 자막까지 곁들여 오페라 카르멘에 대한 관객의 완벽한 이해를 돕고, 지나치게 선정적인 부분은 삭제해 8세 이상의 학생들도 관람할 수 있게 했다. 오는 28~30일 오후 8시 성남아트센터 오페라 하우스. 문의:사단법인 김자경오페라단(02)521-1281) /임명수기자 mslim@kgib.co.kr

<공연리뷰>네덜란드 무용단 ‘댄스 씨어터Ⅱ’를 보고

‘내면, 관계, 권력’ 지난 18일 성남아트센터 무대에 오른 세계적인 무용단 네덜란드 댄스 씨어터Ⅱ(NDTⅡ)는 이렇게 3가지 단어로 자신들의 공연을 대변했다. 23세 이하의 무용수 16명으로 구성된 NDTⅡ의 움직임에는 한 인간의 내면을 파고드는 고뇌와 만남과 헤어짐, 인간과의 관계에서 오는 허무, 권력의 중심과 변두리 그리고 권력에 편승하는 인간들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때론 무용수의 구체적인 묘사로 움직임의 의미를 잘 알 수 있기도 하지만 공연 전반에 걸쳐 무용수 각자의 추상적인 움직임들을 연결 연결해야 비로소 그 움직임의 의미를 떠올릴 수 있게 한다. ‘3인 3색’ 이날 공연도 3부분으로 나뉘어 3명의 안무가가 그들만의 독특한 예술 세계를 펼쳐 보였다. 지리 킬리안의 ‘슬리프리스(Sleepless)’. NDT의 예술고문 겸 상임안무가로 활동하고 있는 지리 킬리안은 음표 하나라도 놓치지 않는 정교함과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무대장치와 조명으로 인간의 심연을 탐구했다. 갈등하는 듯 보이는 한 여인의 신비한 그림자놀이로 시작하는 슬리프리스 역시 무대 위에 설치된 여덟 조각의 천을 두고 세 쌍의 남녀 무용수가 무척 그로테스크한 방식으로 등장했다가 퇴장한다. 세 쌍은 몽환적인, 그러나 극도로 정교하게 계산된 움직임으로 인간의 심연을 추상화했다. 마지막 장면은 처음과 같이 혼자 남은 여인이 우울한 그림자놀이와 함께 천의 틈 사이로 사라지는 장면으로 마치 삶의 순환을 암시하는 듯했다. 한스 반 마넨의 ‘심플 씽즈(Simple Things)’. 네덜란드 국립 발레단의 상임안무가를 역임한 한스 반 마넨은 무용수의 추상적인 움직임에 집중하면서도 그들의 관계에 주목했다. 짝짓기를 위한 몸짓으로 보이는 두 남자 무용수의 경쾌한 움직임에 이어 여자 무용수가 하나 둘 등장해 두 쌍은 행복한 춤을 춘다. 이들 남녀 두 쌍은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어느 순간 여자 무용수들은 남자 곁을 떠난다. 또다시 처음처럼 두 남자 무용수만 무대에 남겨지지만 그들의 모습은 처음과 같지 않다. 허무가 밀려오는 외로움에 사로잡힌다. 처음과 똑같은 춤을 추는 두 남자 무용수의 모습에서 어딘지 모를 고독감과 벗어나고픈 몸부림이 느껴졌다. 마지막 작품은 오하드 나하린의 ‘마이너스 16(Minus 16)’. 언제나 힘이 넘치고 에너지가 충만한 안무로 유명한 오하드 나하린은 이 작품을 통해 권력에 편승하지 못하는 ‘주변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부터 정장 차림의 무용수 15명이 반월형으로 배치된 의자에 앉아 마치 파도타기를 하는 움직임을 보이는가 하면 앞으로 엎어지고 옷을 벗어 던지는 등 긴장감과 통렬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15명의 무용수 중 가장 끝에 앉은 무용수는 넘어져도 더 고통스럽게 넘어지고, 옷도 벗지 못한다. 반면 중앙에 앉은 무용수는 지도자(권력)의 모습을 보여준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그들의 모습은 권력관계 속에서 쳇바퀴 돌듯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의 자화상처럼 느껴졌다. /윤철원기자 ycw@kgib.co.kr

<공연리뷰> 관객 사로잡은 첫 지휘봉

지휘자로 변신한 피아니스트 김대진과 수원시립교향악단은 환상적인 선율을 만들어 내며 상임지휘자의 수원시향 취임을 자축했다. 수원시립교향악단은 14일 오후 8시 수원 제1음악당에서 김대진 상임지휘자의 취임 기념 특별연주회를 마련했다. 이날 5월의 날씨답지 않게 제법 쌀쌀한 바람으로 제1음악당을 찾은 관객들의 몸을 움츠러 들게 했지만 수원시향은 연주 내내 관객들의 눈이 무대를 떠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국내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손꼽히는 김대진의 피아노 연주를 기대했던 사람들은 물론 피아니스트의 지휘자 변신에 관심을 갖고 지켜본 사람들까지, 이날 제1음악당을 찾은 모든 관객들의 시선은 김대진 상임지휘자에게 집중됐다. 이날 연주는 모든 관객들의 바람을 충족시켜 주기에 충분했다. 김대진은 피아노 앞에 앉은 피아니스트에서 장중한 오케스트라 사이를 오가는 지휘자까지 그의 음악인생 전부를 펼쳐 보여 주었다. 피아노 협주와 동시에 지휘를 하는 이색적인 그의 모습은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첫 곡으로 선택한 곡은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김대진은 베토벤의 원숙기를 대표하는 최대의 걸작으로 꼽히는 이 곡의 시작을 자신의 피아노 독주로 알렸다. 이어지는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스케일과 위풍당당함은 ‘황제’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경쾌하고 장웅한 1악장에 이어 2악장은 고요하고 느린 선율이 연출됐다. 비애를 그의 자랑으로 삼았던 베토벤의 침통한 감동은 조용한 선율에 듣는 이의 집중도를 오히려 높여만 갔다. 3악장에선 또 다시 장대함으로 돌아왔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관객들을 압도했으며, 터져나오는 듯한 관현악 소리는 관객들의 숨을 멎게 했다. 두번째 곡 모차르트 교향곡 25번 작품 183 사단조는 재미있는 선율로 관객들의 마음을 한결 가볍게 해 주었다. 1악장에서 경쾌하고 밝은 느낌의 바이올린 연주는 첫번째 곡에 압도당한 관객들의 숨을 고르게 했고, 2악장에선 균형 잡힌 느낌의 느린 악장으로 바이올린의 테마가 현악기와 현악기의 대화로 이어졌다. 이 대화는 현악기와 관악기의 대화로 이어져 관객들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마지막 곡으로 선택한 곡은 라벨이 최후에 쓴 발레곡으로 유명한 볼레로였다. 우리 귀에 익숙한 선율의 볼레로가 흐르면서 느릿한 동양적인 맛을 풍기는 두 개의 연속적인 가락이 리듬을 타고 발전이나 변형이 없이 그대로 반복되어 엮여 나갔다. 연주가 반복될 때마다 악기의 수는 늘어나고, 마지막으로 3관 편성의 풀 오케스트라가 주제를 연주할 때에는 오케스트라의 장대한 음률이 점점 커지면서 절정에 달해 관객들이 전율에 몸서리를 치게 만들었다. 모든 연주가 끝났을 때 관객들은 누구나 할 것없이 기립박수로 수원시향을 격려했고, 김대진 지휘자와 단원들은 앵콜곡으로 우리들에게 친숙한 쇼스타코비치의 재즈 모음곡 중 ‘왈츠’를 연주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이날 김대진 상임지휘자 취임 기념 음악회는 수원시립교향악단의 아름다운 선율과 수원시민들이 하나된 모습으로 거듭나는 연주였으며 지휘자로서의 성공적으로 데뷔한 김대진의 미래를 밝게 내다볼 수 있게 했다. /윤철원기자 ycw@kgib.co.kr

봄비 내리던 밤… 가슴적신 낭만의 선율

“밖은 봄이지만 가을을 느껴보는 연주곡들도 재미있을 것 같지 않나요.” 가늘게 이슬비가 내리던 지난 4월25일 늦은 8시, 고양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고양 고양어울림누리 어울림극장에서 제21회 정기연주회로 마련한 ‘해설이 있는 낭만주의 음악여행’의 첫 시리즈는 독일 낭만주의 숨결 속으로의 여행으로 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독일 낭만주의 음악들로 채워졌다. 고양지역에서 나름대로 영역을 구축해 오고 있는 고양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지난해 5차례에 걸쳐 연주한 ‘베토벤’ 교향곡 시리즈에 이어 올해 그 맥을 이어받아 낭만주의 음악으로 테마를 정하고 첫 기획한 공연이었다. 이날 공연은 1820~1900년 독일에서 비롯된 유럽 음악의 경향인 낭만파 클래식 음악 중 독일 낭만파 작곡가들의 명곡만을 선정해 지휘자 안현성의 맛깔스런 해설과 곁들여 관객들과 낭만에 젖어보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감성적이고 섬세한 연주로 정평이 나있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준(서울시립대 교수)이 부천필과 협연하는 무대도 마련돼 낭만주의 음악을 만끽할 수 있었다. 연주는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원명 자유의 사수·Der Freischutz)’ 서곡으로 시작됐다. 연주에 앞서 안현성 지휘자가 인사말과 함께 곡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줘 관객들의 이해를 도왔고, 단원들도 비교적 균형감 있는 연주로 목가적인 선율을 선사했다. 다만 금관파트의 불안한 출발과 트롬펫과 호른의 돌출하는 듯한 느낌 등 음악적으로 정돈되지 않은 느낌을 준 것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두 번째 곡은 브르흐의 바이올린협주곡 제1번 사단조 작품 26으로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준의 협연으로 연주됐다. 오케스트라의 조용한 서주부의 연주에 이어 독주 바이올린의 자유롭고 정열적인 서창풍의 멜로디로 시작하는 1악장은 아련한 옛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듯 했고, 꿈속을 걷는듯한 멜로디의 2악장 아다지오와 집시풍의 선율과 리듬의 3악장 알레그로는 충만한 감성으로 표현해냈다. 김영준의 협주는 약간은 힘이 모자란 듯한 느낌과 함께 그만의 특색을 보여주지 못한 채 고양필의 연주에 묻혀버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고양필이 1악장의 격정적인 부분을 연주하고 지나간 뒤 바이올린 협연이 뒤따라 오는 1악장 중간부분에서는 정작 바이올린의 독주가 빛나야 하나 그렇지 못하고 밋밋하게 흘러버렸다. 꿈속을 걷는듯한 낭만주의 색채가 잘 드러나는 2악장 초반 감정을 끌어올리는 부분에서도 격정적인 제스처가 없어 관객들의 귀와 시선을 전혀 끌어들이지 못해 아쉬움으로 남았다. 인터미션 후 마지막 곡으로 브람스의 교향곡 제4번 마단조 작품 98이 연주됐다. 이 곡은 약간 지루하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는 곡이지만 외롭거나 쓸쓸할 때 듣기 좋은 곳으로 이날 연주회 주제와도 맞아떨어지는 곡 선택이었다. 만추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1악장, 호른으로 시작하는 꿈 속같은 멜로디의 2악장에선 감미로운 연주로 마치 꿈속 공원을 걷는듯한 한가로움을 느끼게 했고, 아이들이 장난치는 즐거운 광경이 떠오르는 3악장과 금관의 화려함이 있고 웅장하고 장엄한 분위기의 4악장까지 잘 소화해냈다. 하지만 연주하는동안 금관파트가 지나칠 정도로 돌출하는듯한 연주를 곳곳에서 노출했고, 2악장에선 호른이 불안정 호흡을 보여 전체적으로 오케스트라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안타까웠다. 목관파트의 부드러움과 섬세한 표현들이 빛을 잃을 정도여서 아쉬움이 더 컸다. 이같은 아쉬움 속에서도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와 환호성으로 이들의 연주에 수차례 앵콜을 요청하며 화답했다. 고양필이 준비한 곡을 모두 연주했을 때 관객들은 수차례 커튼콜과 ‘앵콜’을 외쳤고, 안현성 지휘자는 지휘를 공부하기 전 전공한 트롬펫을 들고 나와 즉석에서 ‘밤하늘의 트롬펫’을 앵콜곡으로 연주하는 깜짝 이벤트를 연출,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고 이어 객석의 박수소리에 맞춰 오페라 카르멘의 전주곡을 연주하며 즐거운 기분으로 연주회를 마무리했다. 지난해 아람누리에서 열린 오페라 콘서트 이후 1년만에 다시 만난 고양필은 여전히 부족한 면을 노출하기도 했지만 빗속에 공연장을 찾은 많은 관객들에게 낭만주의 음악들과 즐거움을 함께 선사했다. 비오는 봄날 낭만파 음악을 듣는 것도 색다른 맛이 있었고 다소 엉뚱하게 가을 분위기의 곡들로 채워졌지만 낭만에 젖어볼 수 있었던 좋은 공연이었다. /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전문가비평> 합리적인 작품해석 성공 지난 4월 25일 고양어울림누리 어울림극장에서 열린 고양필하모닉오케스트라(이하 고양필)의 제21회 정기연주회는 ‘해설이 있는 낭만주의 음악여행시리즈’로 기획되었다. 이른바 ‘해설이 있는 음악회’의 형식은 그동안 클래식 음악의 문턱을 낮추는 데에 기여를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 자체가 유행이 되면서 점차 매너리즘에 빠지는 경향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번 고양필의 정기연주회도 작품과 작곡가에 대한 소개를 중심으로 해설을 꾸몄고 이를 통해 어느 정도 무대와 객석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내용 면에서는 연주회 팸플릿에 수록될 만한 일반적 내용을 중언부언하는 것과 별다름을 찾기 어려웠는데 이러한 점은 타성에 젖은 음악회 해설의 한 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아쉽게 느껴졌다. 클래식 음악회의 아우라가 일종의 허위의식과 닿아 있다고 비판되더라도 그것으로부터 형성되는 고유한 예술적 향수와 미의식 또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해설이 있는 음악회’에서는 그 형식 때문에 이러한 아우라가 상당 부분 제거되기 마련이므로 해설은 음악의 진지한 감상과 이해를 위해 더 많은 역할을 해야만 한다. 음악회의 해설이 단지 해설을 위한 해설이 아니라 어떠한 목적과 효과를 위해 등장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 속에서 보다 치밀하게 구성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음악회의 사족에 불과할 것이다. 이날 공연의 첫곡인 베버의 ‘마탄의 사수’ 서곡은 비교적 안정적이고 균형감있게 진행된 연주였다. 아다지오 서주에서 현 파트는 다이나믹의 점차적 변화를 잘 살려내었고 호른은 한 두 번의 불안한 어택에도 불구하고 네 성부의 무난한 호흡 속에서 목가적 선율을 노래될 수 있게 하였다. 이어진 비바체에서는 활력이 조금 부족했으나 차분하게 각 부분을 구성하며 작품의 윤곽을 깔끔하게 그려내었다. 다만 충분한 긴장감을 갖고 도입되지 못한 C단조 주제의 포르티시모에서 주선율 또한 관파트의 수직화음에 묻혀버렸던 점, 그리고 E♭장조 주제가 다소 경직되게 제시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 부분들은 클래식 음악에 익숙지 않은 관객의 귀를 집중시킬 수 있는 지점이기 때문에 보다 음악적으로 정돈되고 강조되어 처리되었다면 청중들에게 더 큰 호소력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이어서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준의 협연으로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이 연주되었다. 김영준은 이 곡을 그의 지명도만큼이나 능숙하게 펼쳐내었는데, 냉정한 연주 자세와는 대조적으로 매 악구에 잠재되어 있는 표현을 수면 위로 끌어내며 매 악장을 충만한 감성으로 채워 나갔다. 1악장의 즉흥적 패시지들에서는 긴장감을 충분히 형성하며 악곡에 극적인 추진력을 부여했고, 2악장에서는 너무 느리지 않은 템포 속에서 로맨틱한 선율을 굴곡있게 드러내면서 악장의 몽상적인 분위기를 주도했다. 3악장에서는 수직 화음과 레가토를 특징적인 텍스쳐로 대조시키며 주제를 선명하게 형상화시켰고 피날레의 생동감 또한 살아있었으나 긴장감에 비해 이완력이 부족하여 다소 피로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고양필 역시 대체적으로 독주와 호흡을 무난하게 맞춰 나간 편이었고 전반적으로 작품에 대한 합리적인 해석이 바탕이 된 연주를 들려 주었다. 그러나 군데군데 앙상블의 균형을 깨뜨리는 일부 관 파트의 음량은 거슬리는 부분이었고, 이러한 현상은 인터미션 이후 이어진 브람스 ‘교향곡 4번’에서도 지속되었다. 이날 고양필의 연주에서는 금관 파트의 내성이 과도하게 돌출되는 경향이 있었는데 스타일이나 해석의 차이라고 하기에도 지나칠 정도였다. 브람스 교향곡에서 이러한 문제는 곳곳에서 드러났고 여기에 수 차례 호른의 불안정한 음정이 더해져 전체적으로 파트간의 불균형과 정돈되지 못한 음색의 원인이 되었다. 단정하게 정돈된 현 파트의 움직임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 것이 아쉽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2악장에서 현과 목관의 섬세한 표현과 3악장의 에너지와 역동성은 인상적이었고 4악장에서 플룻 솔로로부터 이어지는 피아니시모의 긴장도 귀 기울일 만한 부분이었다. 물론 좀더 정돈된 앙상블로 파사칼리아의 변주적 구조와 비극적 분위기가 드러날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일부 문제 때문에 브람스 ‘교향곡 4번’은 청중들에게 큰 만족을 주기 어려웠지만 앵콜로 마련된 지휘자 안현성의 트럼펫 연주와 객석의 박수 소리에 맞춰 ‘키치스럽게’ 연주한 ‘카르멘 전주곡’을 통해 즐거운 기분으로 음악회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고양필은 1999년 창단 후 만 10년의 기간 동안 지역 안팎에서의 꾸준한 연주로 고양시를 대표하는 문화예술단체가 되었다. 고양필의 연주회에 참석할 때마다 오케스트라의 탄탄한 기량을 확인할 수 있지만 이와 함께 약간의 아쉬움을 갖고 돌아가게 된다. 지역을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가 되기 위한 도약의 과정을 기대해 본다. /장인종 음악평론가

이스탄불 도자기 화려한 방문

오색 찬란함의 대명사, 도자기 기술 중에 가장 어렵다는 터키 도자기가 그 화려함을 뽑내기 위해 수원을 찾았다. 13∼19일 수원미술전시관 제2, 3 전시실에서 열리는 ‘2008 이스탄불에서 불어온 바람展’은 터키에서도 도자기로 유명한 큐타햐의 타일, 도자기, 마블링 등 130여점이 선보인다. 터키의 도자기는 특별한 방식을 거쳐 빨간색, 에메랄드 그린색, 터키석색, 코발트 블루색 등 생생하게 살아 있는 듯한 색채감과 리드미컬한 아라베스크 문양이 어우러진 다채로움이 특징이다. 이번 전시회는 ‘도자기의 도시’라는 별명에 걸맞게 도시 곳곳에 산재한 500여개의 작업장에서 숙련된 장인들이 빚어낸 공예품들과 큐타야가 배출한 거장 메흐멧 규르소이, 와즈칸 엘라외즈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메흐멧 규르소이는 터키의 대표적인 도예가로 16세기 터키의 전통 디자인을 바탕으로 현대화된 도자기를 만들어 터키 도자기 역사를 새롭게 확립한 주역이다. 외즈칸 엘라외즈는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터키 전통 미술인 마블링과 타일을 접목시켜 전통과 현대 건축의 조화를 이뤄냈다. 또 이번 전시회는 아름답고 신비로운 무늬의 마블링과 터키 전통의 세밀화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윤철원기자 ycw@kgib.co.kr

<공연리뷰> 경기도립극단 ‘꿈에 본 내 고향’을 보고

“순이야. 그토록 사랑하는 딸자식 하나 온전하게 지켜주지 못하는 이 애비를 용서해라. 보고 싶구나. 먼 훗날 수치스런 역사가 너의 잘못이 아님을 깨달았을 때 모든 것 잊어버리고 순이가 아닌 다른 여자로 살아가거라.” 해방이 되어 고향을 찾은 딸자식을 보고도 얼굴을 돌려야만 했던 우리 아버지의 진한 슬픔이, 성황당 뒤에 숨어 그리워 하던 아버지 앞에 차마 나서지 못하는 우리의 딸 순이, 가슴 속 깊이 묻어두었던 한(恨)이 온전히 가슴 속으로 전달돼 오는 것 같았다. 경기도립극단이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공연장 무대에 올린 악극 ‘꿈에 본 내고향’은 힘없는 민족의 설움과 애환을 ‘한’이란 정서에 담아 사실적으로 그려내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도립극단은 일제하 종군위안부로 끌려간 우리의 누이들,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이 가슴 속 깊이 묻어둔 아픔을 악극형식으로 풀어냈다. 극은 암울했던 일제시대, 광복 등 혼란했던 시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종군위안부로 끌려간 주인공 ‘순이’를 통해 종군위안부 여성의 아픈 역사와 ‘한’을 잔잔하게 때로는 격정적으로 그려나갔고, 극 중간중간 막간극 형식을 첨가해 관객들을 울리고 웃겼다. 사실 도립극단이 악극을 무대에 올린다고 했을 때 걱정부터 앞섰다. 정통 악극을 해보지 않았고 무대도 소극장에서 대극장으로 바꾼데다 연습시간까지 짧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우는 공연을 보면서 말끔히 사라졌다. 주인공 한범희, 우정원, 이승철, 김미옥, 이찬우, 김종칠, 강상규, 강성해 등 도립극단 중견배우들이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극에 힘을 실어주었고, 섹시춤(?)과 트롯 노래로 관객들을 울고 웃게 했다. 특히 종군위안부 생활을 그린 장면에서는 리얼한 연기가 극에 사실감을 불어넣어 관객들을 숨죽이게 했고, 곳곳에서 눈물을 훔치게 했다. 여기에 악극단의 막간극 ‘홍도야 울지마라’에서 홍도오빠 역의 심완준과 홍도 역의 추연주는 공연장을 찾은 60~70대 어르신들의 옛 향수를 불러일으켰고, 코믹연기는 젊은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또한 배우들의 트로트 노래실력도 유감없이 발휘돼 관객들이 박수를 치며 따라부르는 유쾌한 자리를 만들었다. 유쾌한 자리는 정겨운 트로트 가요로 엔딩인사 하는 즐거운 이벤트로 흥겨움 속에 마무리돼 됐다. 다만 몇가지 아쉬운 점도 있다. 관객들이 ‘한’이란 정서에 몰입하려 하면 장면이 바뀌면서 정서가 온전히 객석까지 전달되지 못했다. 또한 필리핀 종군위안부 생활을 그린 장면에서는 리얼한 연기는 돋보였으나 극의 3분의 1을 차지하면서도 순이의 애환은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여기에 철민과 순이의 애틋한 사랑은 찾기 힘들어 관객들에게 전혀 어필하지 못했다. 가장 큰 아쉬움은 대극장 무대가 객석과 멀리 떨어져 있어 배우들의 연기를 피부 가까이 느끼기에는 충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몇가지 아쉬움 속에서도 오랜만에 도립극단이 새롭게 시도하는 악극과 즐겁게 만날 수 있어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선생님이 벌써 그립습니다” 박경리 ‘토지’ 국악으로 만난다

고(故) 박경리 선생의 대하소설 ‘토지’가 경기도립국악단의 웅장한 국악 관현악으로 승화돼 무대에 올려진다. 도립국악단(예술감독 김영동)은 고(故) 박경리 선생의 대하소설 ‘토지’를 함축한 노랫말을 음악극으로 재창조, 경기일보사 후원으로 오는 23일 오후 7시30분 도문화의전당 대공연장 무대에 올려진다. 특히 이번 무대는 지난 5일 타계한 故 박경리 선생을 애도하는 뜻을 담아 추모음악제로 꾸며지며, 고인에 대한 향수와 그의 작품에 대한 숭고한 정신, 전무후무한 우리 문학의 대서사시를 고스란히 담아낼 예정이다. 공연은 김영동 감독의 지휘로 다른 연주 프로그램 없이 이승하 시인의 노랫말로 압축한 대본에 우리의 국악을 입힌 순수 ‘토지’ 음악만을 국악 관현악과 솔리스트의 연주로 60여분간 진행된다. 음악극 ‘토지’는 김 감독이 지난 1995년 토지 완간 1주년 및 광복 50주년을 맞아 서양 오페라에 견줄 수 있는 국내 서사음악극을 계획, 이승하 시인의 노랫말에 음악을 입혀 그해 9월5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직접 지휘한 작품이다.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 서울시립합창단, 서울시립가무단, 서울필하모닉 오페라코러스 등 단체들이 모두 참여한 당시 공연은 서양음악에 익숙한 우리 문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진 것은 물론 우리 문화의 세계화를 내딛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번 연주회에서는 소설 ‘토지’ 가운데 제1부와 2부를 축약해 경남 하동 평사리 마을에서 5대째 대지주로 살아가는 최참판댁 며느리가 머슴과 함께 달아나는 것으로 시작해 모두 4막으로 구성했다. 다만 소설이 서희를 중심으로 극이 전개됐다면 이번 ‘토지’는 서희는 마지막 부분에 등장할 뿐 소설 속 인물 모두가 주인공으로 표현돼 극중 개개인의 특성이 음악으로 표출되는 다양한 음색을 느낄 수 있다. 제1경은 어머니 별당아씨와 머슴이 달아나자 어린 서희가 눈물과 앙탈로 주변사람들을 들볶기 시작하고, 이를 바탕으로 김평산이 농투성이(농부를 낮잡아 부르는 말)들의 설움을 부추겨 당주 최치수를 교살한다. 이어 수려한 용모의 용이와 무당의 딸 월선의 애달픈 사연과 용이의 처 강청댁의 투기가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제2경에서는 머슴들이 최참판댁 고방을 부수고 식량을 가져간 뒤 지리산으로 들어가 동학의 잔당이 되는 것을, 제3경은 최치수에 이어 윤씨부인마저 목숨을 잃자 서희가 조준구(서희의 외가쪽 먼 친척)에게 재산을 빼앗기고 북간도로 떠나는 내용을 묘사하고 있다. 마지막 4경에서는 할머니 윤씨부인이 남겨준 보석을 팔아 사업을 시작, 간도에서 부호가 된 서희가 길상을 평생 반려자로 삼고, 조준구에게 빼앗긴 땅을 되찾으면서 고국으로 돌아오는 ‘권선징악’의 극적 묘미를 표현한다. 만 7세 이상 관람 가능. R석 2만원, S석 1만원, A석(청소년석) 5천원. 문의 도립국악당(031)289-6400 /임명수기자 mslim@kgib.co.kr <대하소설 ‘토지’는…> 집필 기간만 26년 걸린 역작 대하소설 ‘토지’는 고(故) 박경리씨가 1969년부터 집필한 대하소설로 갑오년 동학농민혁명과 갑오개혁, 을미의병(1895년) 등을 거쳐 1897년 한가위로부터 극이 전개된다. 이후 일제의 본격적인 식민지배와 독립투쟁, 2차 세계대전(일명 태평양 전쟁), 그리고 광복의 기쁨을 맛본 1945년 8월15일까지의 처절하고 긴박했던 한국 근대사를 시간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또 공간적 배경으로는 경남 하동 평사리라는 전형적인 한국 농촌을 시작으로 지리산과 서울, 간도, 러시아, 일본, 부산, 진주 등에 걸쳐 광활한 국내외적 공간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작품 속 인물은 만석꾼 대지주 최참판댁의 마지막 당주인 최치수와 그의 고명딸 서희를 주인공으로 700여명의 인물이 등장해 토지의 상실과 회복을 둘러싼 과정, 그 속에서 벌어지는 암투와 민족애, 가정사 등 인간사의 오욕칠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토지’는 26년간의 집필기간, 원고지 3만매가 넘는 분량의 역사와 운명의 대서사시를 담고 있으며 한국인 삶의 터전과 그 속에서 개성적 인물들의 다양한 운명적 삶과 고난, 의지가 민족적인 삶으로 확대된 한국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임명수기자 mslim@kgib.co.kr 인터뷰/ 김 영 동 예술감독 “서양 뮤지컬의 범람속에서 문화정체성 뿌리 찾을것” “서구 대형 오페라나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국내 공연계에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찾고 싶었습니다.” 1995년 박경리 선생의 대하소설 ‘토지’를 축약한 노랫말을 음악극으로 작곡해 무대에 올려 화제가 된 도립국악단 김영동 예술감독은 우리 것의 소중함을 강조한다. 그는 “서양 뮤지컬이 만연한 무대공연 작품의 범람 속에서 ‘토지’를 통해 박 선생의 역작을 기리고 우리 문학의 중심이요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대서사시가 우리의 음악으로 재탄생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토지’의 소회를 밝혔다. 다음은 김 감독과의 일문일답. -많은 작품 중에 ‘토지’를 선택한 배경은. ▲故 박경리 선생이 25년간 집필하신 대하소설 ‘토지’는 일제 강점기 시절 우리 서민들의 끈질긴 삶과 잃어버린 땅을 되찾고자 하는 강한 집념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선생의 사위인 김지하 시인과 절친한 관계여서 평소 왕래가 잦았던 것이 계기가 됐고, 선생께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다고 간청했는데 흔쾌히 승낙해 주셔서 가능했다. -소설의 방대한 분량을 함축해 음악극으로 연출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그렇다. 5부 16권의 분량을 1995년에는 1시간, 2004년에는 1시간 40분으로 축약했지만 당시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소설은 서희를 중심으로 극을 전개했지만 이번 공연은 서희가 아닌 역사와 소설 속 등장인물 700명 모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합창을 많이 삽입하는 등 거시적 측면에서 접근했다. 다만 투자만 이뤄지고 우리의 문화적 현실이 받아 들여지면 세계적 오페라 처럼 3~4일로 나눠 연속성 있게 작품을 만들고 싶은 포부를 간직하고 있다. 이번 작품은 장기공연은 물론 오페라, 뮤지컬, 가극 등 모든 장르로 표현이 가능하도록 기획해 항상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박경리 선생 타계의 심정과 마지막으로 작품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면. ▲첫 공연과 두 번째 공연 모두 박 선생께서 직접 관람하셔서 “서희가 중심이 되지 않아 좋았다”는 평가를 내려주셨는데 그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이번 공연에서도 함께 계셨으면 좋았으련만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음악극 ‘토지’는 우리 것을 소재로, 우리의 악기로 표현한 우리의 것이기 때문에 경기도 만의 콘텐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며, 나아가 국가적 브랜드로 격상시켜야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든 것이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의 것을 담고 있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해 전세계에 알려야 한다. 외국인들은 우리의 음악을 접하고 감동을 받는데 왜 우리는 국악이라 하면 외면하는지 모르겠다. 아쉬운 부분이다. /임명수기자 msli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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