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관객 사로잡은 첫 지휘봉

지휘자로 변신한 피아니스트 김대진과 수원시립교향악단은 환상적인 선율을 만들어 내며 상임지휘자의 수원시향 취임을 자축했다.

수원시립교향악단은 14일 오후 8시 수원 제1음악당에서 김대진 상임지휘자의 취임 기념 특별연주회를 마련했다.

이날 5월의 날씨답지 않게 제법 쌀쌀한 바람으로 제1음악당을 찾은 관객들의 몸을 움츠러 들게 했지만 수원시향은 연주 내내 관객들의 눈이 무대를 떠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국내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손꼽히는 김대진의 피아노 연주를 기대했던 사람들은 물론 피아니스트의 지휘자 변신에 관심을 갖고 지켜본 사람들까지, 이날 제1음악당을 찾은 모든 관객들의 시선은 김대진 상임지휘자에게 집중됐다.

이날 연주는 모든 관객들의 바람을 충족시켜 주기에 충분했다. 김대진은 피아노 앞에 앉은 피아니스트에서 장중한 오케스트라 사이를 오가는 지휘자까지 그의 음악인생 전부를 펼쳐 보여 주었다.

피아노 협주와 동시에 지휘를 하는 이색적인 그의 모습은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첫 곡으로 선택한 곡은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김대진은 베토벤의 원숙기를 대표하는 최대의 걸작으로 꼽히는 이 곡의 시작을 자신의 피아노 독주로 알렸다. 이어지는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스케일과 위풍당당함은 ‘황제’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경쾌하고 장웅한 1악장에 이어 2악장은 고요하고 느린 선율이 연출됐다. 비애를 그의 자랑으로 삼았던 베토벤의 침통한 감동은 조용한 선율에 듣는 이의 집중도를 오히려 높여만 갔다.

3악장에선 또 다시 장대함으로 돌아왔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관객들을 압도했으며, 터져나오는 듯한 관현악 소리는 관객들의 숨을 멎게 했다.

두번째 곡 모차르트 교향곡 25번 작품 183 사단조는 재미있는 선율로 관객들의 마음을 한결 가볍게 해 주었다. 1악장에서 경쾌하고 밝은 느낌의 바이올린 연주는 첫번째 곡에 압도당한 관객들의 숨을 고르게 했고, 2악장에선 균형 잡힌 느낌의 느린 악장으로 바이올린의 테마가 현악기와 현악기의 대화로 이어졌다. 이 대화는 현악기와 관악기의 대화로 이어져 관객들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마지막 곡으로 선택한 곡은 라벨이 최후에 쓴 발레곡으로 유명한 볼레로였다. 우리 귀에 익숙한 선율의 볼레로가 흐르면서 느릿한 동양적인 맛을 풍기는 두 개의 연속적인 가락이 리듬을 타고 발전이나 변형이 없이 그대로 반복되어 엮여 나갔다. 연주가 반복될 때마다 악기의 수는 늘어나고, 마지막으로 3관 편성의 풀 오케스트라가 주제를 연주할 때에는 오케스트라의 장대한 음률이 점점 커지면서 절정에 달해 관객들이 전율에 몸서리를 치게 만들었다.

모든 연주가 끝났을 때 관객들은 누구나 할 것없이 기립박수로 수원시향을 격려했고, 김대진 지휘자와 단원들은 앵콜곡으로 우리들에게 친숙한 쇼스타코비치의 재즈 모음곡 중 ‘왈츠’를 연주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이날 김대진 상임지휘자 취임 기념 음악회는 수원시립교향악단의 아름다운 선율과 수원시민들이 하나된 모습으로 거듭나는 연주였으며 지휘자로서의 성공적으로 데뷔한 김대진의 미래를 밝게 내다볼 수 있게 했다.

/윤철원기자 ycw@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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