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극 ‘넙떠구리 콩쥐의 노래’

‘모래놀이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어린이 인형극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은 극단 ‘얼굴과 얼굴’이 5일부터 21일까지 부천문화재단 판타지아극장에서 인형극 ‘넙떠구리 콩쥐의 노래’를 공연한다. 지난 2006년 춘천인형극제를 비롯 2007년 모스크바 국립인형극축제 초청작으로 선정된 이 작품은 우리에게 친숙한 ‘콩쥐팥쥐’를 소재로 해 한국적인 정서가 잘 묻어난다. 특히 콩쥐가 예쁘고 참한 아가씨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해 못생기고 넙데데한 얼굴을 가진 평범한 ㅃ캐릭터로 만들어 보다 친숙하게 표현했다. 서양화가 김민숙씨가 직접 실로 감아 제작한 인형은 모래 위에서 심리적 연결고리를 갖고 배우들의 섬세한 손짓으로 탄생된다. 간절한 기도 끝에 아이를 갖게 된 서생 최만춘과 그의 부인은 얼굴은 비록 넓적하고 볼품없지만 노래도 잘 부르고 착해 넙떠구리 콩쥐라 부른다. 부인이 죽자 악독한 계모 배씨와 팥쥐는 사사건건 콩쥐를 괴롭히지만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착함과 총명함으로 꿋꿋하게 희망을 가지고 살아간다. 콩쥐는 결국 감사의 사랑을 받아 결혼을 하고 악독한 배씨와 팥쥐도 착한 사람으로 개과천선한다는 것이 기둥 줄거리.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탄생한 이 작품은 힘든 상황에서도 용기를 잃지않는 아이들과 어른들의 마음에 메아리로 울린다. 한편 연극이 상영되는 판타지아극장 로비에선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모래체험을 통해 직접 무대를 시연해 볼 수 있다. 24개월 이상 관람가. 평일 오전 11시(단체), 오후 4시. 주말·공휴일 오후 1·3시. 전석 1만원. 문의 (032)320-6335 /이종현·권소영기자 major01@kgib.co.kr

<공연리뷰>보스턴발레단 내한공연을 보고

지난 8월28일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에서는 역동적이고 독창적이며 전율적인 무대로 유명한 보스턴발레단의 ‘세기의 명작발레(Three Masterpieces)’가 국내 초연됐다. 3부로 구성된 이날 공연은 전통과 창작 그리고 포스트모더니즘 무용의 진수를 볼 수 있는 자리였다. 육중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커튼이 서서히 오르고 10여명의 단촐한 무용단은 음악을 가장 잘 표현하는 안무가로 유명한 조지 바란신이 안무한 ‘콘체르토 바로코’를 무대의 순결함을 증명이라도 하듯 순백의 영혼으로 표현했다. 8명의 군무와 2명의 솔리스트의 결합은 흡사 한 사람이 10명의 목소리를 내는 듯했다. 3악장 알레그로에서는 빠른 템포의 음악이 무대의 무거움을 벗겨냈고 마치 아침에 분주히 먹이를 찾는 새들의 시선을 따라잡는 듯한 한층 역동적인 안무는 신고전주의적 무용의 이미지가 돋보였다. 2부에서는 창작의 춤공간이 관람객들의 눈을 현혹시켰다. 안무가 크리스토퍼 힐튼의 ‘폴리포니아(Polyphonia)’는 마치 한 편의 희곡을 보는 듯 유머러스하고 낭만적이었다. 무용수들의 몸짓은 이어질 듯 끊어지고 끊어질 듯 이어졌고, 특히 상반신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발레는 하반신을 이용하던 기존의 틀과 완연히 대비되고 주떼(공중에서 다리를 180°펼치는 도약동작)에서 서로 하나되는 장면은 예측불가능한 새로움을 시사했다. 잠시후 서정적인 음악에 맞춘 한 줄기 라이트가 무대를 비추고 마치 거울의 양면을 보는 듯 두 명의 솔리스트의 하모니가 이어졌다. ‘검은 왈츠’라 명명하고픈 몽환적인 분위기는 6명의 무용수가 삼중(三中)의 공간을 계산된 이분법에 의해 나누며 마치 인간 내면을 탐구하는 듯 서서히 관객들의 마음을 꿰뚫었다. 빠른 회전과 고난이도의 기예(技藝)를 펼친 2부에 이어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인 ‘다락방에서(In the Upper Room’가 흥분과 열정의 도가니로 무대를 메웠다. 신비한 아이스드라이스 무대와 마치 천상을 표현한 듯한 조명, 어둡지만 신비스러운 비밀을 보여주는 듯한 커튼 속에서 이리 저리 튀어나오는 무용수들의 무대는 장장 40분의 러닝타임을 1분처럼 느끼게 만들었다. 죄수를 연상시키는 두 명의 여자 무용수는 검은 스트라이프 무늬의 무용복에 빨간색 토슈즈를 신고 스트레칭을 하고 킥을 날리는등 가히 전위적인 무대를 연출했다. 요가나 조깅에서 안무의 모티브를 얻었다는 ‘다락방에서’는 보는 이도 흥겹지만 춤추는 이들의 얼굴 또한 막 운동을 끝마치고 나온 선수마냥 엔돌핀이 넘쳐난다. 뛰어난 무대, 현란한 연출, 화려한 음악, 현대발레의 진수…. 이루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무대였지만 아쉬움은 남았다. 특히 3부의 ‘다락방에서’는 남자 무용수가 여자 무용수를 리프트하면서 음악적 타이밍을 염두에 둔 나머지 호흡이 잘 맞지 않아 실수하는 등 서툰 솜씨와 관람객들이 피아노 연주 때 자리를 이동, 연주에 방해가 된 점은 성숙한 공연문화를 만드는데 더욱 신경써야 할 부분이었다. /권소영기자 ksy@kgib.co.kr

<리뷰>전통선율, 오케스트라와의 앙상블

전통악기의 재료인 8음(8가지 재료)이 모두 들어간 유일한 악기 해금, 어떤 음악도 잘 소화해 내며 사람의 목소리만큼이나 표현의 폭이 넓어 지구촌의 어떤 악기와도 어우러지는 악기다. 크로스오버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요즘, 국악도 재즈와 전자음악 등 전 장르를 넘나들며 관객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서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이러한 시도의 일환으로 해금과 오케스트라의 행복한 만남의 시간이 마련됐다. 경기도립 국악단 해금 수석인 박경숙씨가 지난 8월 7일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공연장에서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는 해금으로 부르는 노래’ 연주회를 열었다. 이날 공연은 박경숙 수석이 세계속의 한국음악을 표방하며 진행하고 있는 ‘박경숙의 해금 속으로’ 시리즈 세 번째 공연으로 청소년을 위한 특별공연으로 마련됐다. 고영신 작곡의 해금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아리랑 환상곡’, 변계원의 초연곡 ‘추억으로의 여행’, ‘방아타령’, ‘추상’, ‘엄마야 누냐야’ 등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박경숙의 해금이 멋진 하모니를 선사했다. 첫 곡은 북한의 작곡가 최성환의 ‘관현악을 위한 아리랑’이 장식했다. 플룻이 아리랑의 주제를 이끌어가자 애잔한 아리랑의 정서가 해금의 선율을 타고 관객 속으로 파고들었다. 아리랑 주제의 변주와 해금의 애잔한 선율이 잘 맞아떨어지는 자리였다. 두 번째 곡은 변계연 작곡의 ‘추억으로의 여행’으로 20여년 전 추억을 떠올리는듯 오케스트라의 잔잔한 음악을 타고 해금의 현이 춤을 추었다. 마치 추억의 한 장면을 떠올리는듯 했고, 일순간 경쾌한 곡조로 바뀌면서 오케스트라와 멋진 앙상블을 이루었다. 세 번째 프로그램은 청소년들을 위한 ‘선물보따리 1’. 대공연장을 찾은 청소년 관객들을 위해 해금사랑 선생님 모임의 김재은(효정초), 박소리(팔달초). 신향숙(매현초), 정혜은(영동초) 교사가 우정출연해 정해은 편곡의 동요 ‘동심으로’를 흥겨운 오케스트라의 반주와 함께 연주했다. 이어진 곡은 경기 대표 민요인 ‘방아타령’ 주제에 의한 해금협주곡이었다. 경기민요의 밝고 화려한 음악적 특징이 잘 살아있고 오케스트라와의 만남을 통해 방아타령의 흥겨움을 해금 특유의 기법으로 신명나게 표현해냈다. 현을 당기고 밀면서 뿜어내는 오묘한 가락과 음은 흥겨움 자체로 객석으로 오롯이 전달되었다. 박경숙의 연주력이 더욱 돋보이는 무대였다. 다섯번째 곡은 청소년을 위한 ‘선물보따리 2’로 무예신동들의 절대무공이 박경숙의 연주와 오케스트라의 협주로 해금협주곡 ‘추상’과 어우러지며 화려한 퍼포먼스가 펼쳐냈다. 경쾌한 리듬의 영화 ‘황비홍’의 주제가를 따라 다섯 명의 무예 신동들은 멋진 동작들을 선보이며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고 오케스트라와 해금이 격렬하게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이날 공연의 대미는 지난해 초연했던 고영신의 ‘해금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아리랑 환상곡’이 장식했다. 아리랑의 주제가 편곡자에 의해 어떻게 변화하는지 잘 보여주는 격정적이면서도 멋진 연주였다. 박경숙은 이날 공연을 짧게 끝내는 것이 못내 아쉬웠는지 앵콜곡으로 ‘강변에 살자’와 ‘엄마야 누나야’에 이어 ‘올챙이 송’으로 마무리했다. 이날 연주회는 현대 창작음악의 발전과 전통음악의 저변 확대를 위해 아리랑 및 전통 선율을 주제로 한 창작곡과 청소년을 위한 재미있는 음악연주, 음악과 무예의 포퍼먼스가 어우러진 무대를 펼쳤지만 곳곳에서 아쉬운 점이 눈에 띄었다. 먼저 작은 규모의 오케스트라 편성으로 현파트는 해금의 풍부한 음량을 따라가지 못했고, 인상적인 색채감과 표현은 물론 매끄럽지 못한 부분을 상당부분 노출시켰다. 여기에 곳곳에서 해금의 선율과 오케스트라가 원활한 앙상블을 이루지 못해 관객들의 감흥을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등 미흡했던 부분도 많았다. 박경숙과 해금사랑 선생님들의 합주는 해금의 대중화를 위한 의도가 느껴졌지만 첫 곡 ‘동심으로’를 빼곤 뒷부분으로 갈수록 곡의 의미와 감흥을 떨어뜨리고 관객들을 지루하게 만드는등 아쉬움을 남겼다. 여기에 해설자도 관객들에게 친근함을 주지 못하고 딱딱하고 형식적인 진행으로 관객들을 흡입하지 못해 많은 준비가 필요함을 보여주었다. 특히 아쉬움을 지울 수 없는 것은 친구 사이인 변계연의 초연곡 ‘추억으로의 여행’이었다. 오케스트라와의 앙상블이 원활하지 못한 탓도 있으나 혼란스러움으로 인해 무엇인가 아쉬운 추억의 여행이 되었고, 관객들의 감흥을 이끌어내는 데도 실패했다. 여기에 1시간 이상 공연을 독주자 혼자 끌어가지 못하는 점은 이해하나 독주자의 역량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프로그램으로 꾸며졌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공연이었다. /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인터뷰 / 박경숙 해금 연주자 “레퍼토리 다양화…새로운 시도 계속할 터” 속칭 ‘깡깡이, 깡깽이’라고 부르던 해금(奚琴). 해금은 먼 옛날 중국의 얼후라는 악기에서 태어났으나 정작 그 화려한 꽃을 피운 것은 우리 땅 고려였다. 이런 유서깊은 해금을 정악의 연주에만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통해 해금의 아름다운 선율을 관객들에게 선사하는 이가 해금 연주자 박경숙이다. 7일 도문화의전당 귀빈실에서 만난 그의 고운 외모와 여린 손마디는 한없이 애잔한 해금과 닯았으나 눈빛은 강렬했다. “해금이 한국음악으로 머무는 것이 아닌 세계속에 한국음악으로 자리잡기를 바란다”는 그는 “처음 공연을 기획할 때 오케스트라는 서양의 최대의 하모니를 가졌기에 해금소리가 묻히거나 특유의 소리를 낼 수 없으면 어쩌나 우려했지만 오히려 해금의 독특한 선율이 오케스트라의 화음 속에서 빛을 발하며 때로는 애절하고 경쾌하게 그리고 장엄하고 웅장한 음향을 드러냈다”고 말한다. 또 “레퍼토리를 다양화해 재즈, 민요, 가요, 동요, 개량 가야금, 피아노 등 장르와 악기편성을 넘나들며 크로스오버의 진수를 보여주려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며 “이번 연주회에는 무예 신동들이 펼치는 무예퍼포먼스를 곁들여 박진감 넘치고 현람함을 배가하는 오케스트라와 해금합주의 강렬한 비트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요즈음 장르 자체를 국한하지 않는 탈장르화와 함께 신선하고 이색적인 시도가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어요. 하지만 새로움에만 치우쳐 본래의 의미와 목적인 ‘전통’을 잃어가는 모습이 안타까워요. 특히 후배들이 음악적인 개성을 살리려는 연주가로서의 고민보다는 엔터테인먼트 무대인 쇼맨십에 치중하는 것이 우려돼요.” 후배들의 모범적인 선두주자로서 레퍼토리의 개발과 신나고 재밌는 연주를 향한 고민은 언제나 일직선상이지만 그 같은 길에는 항상 본래의 목적과 중심이 있어야 한다는 그는 새삼 ‘전통’의 의미를 강조했다./이종현·권소영기자 major01@kgib.co.kr <음악비평> 장인종 음악비평가 소규모 오케스트라 편성 관객과의 소통엔 역부족 지난 8월 7일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열린 ‘박경숙의 해금 속으로 III’은 빼어난 독주자의 기량과 의욕적이고 내실있는 기획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아쉬움이 남는 공연이 되었다. 연주회 프로그램은 변계원과 고영신의 창작곡 초연 및 재연을 포함하여 빈번하게 연주되는 해금협주곡 레퍼토리가 중심이 되었고, 또 청소년을 위한 이벤트를 따로 준비하여 비교적 알차게 구성된 편이었다. 그러나 당연히 아무리 충실한 기획이더라도 현장에서 그것이 어떤 효과를 갖는가 하는 점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이 날의 청중들의 반응은 무예신동 퍼포먼스에만 집중이 되었고, 공연의 중심이 되어야 할 음악 연주에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시큰둥했다. 무더웠던 날씨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음악의 질과는 별도로 전통음악에 익숙하지 않은 대다수의 청중들의 감각을 무대로 집중시킬 수 있는 흡입력이 부족했고 그로 인해 연주회 내내 무대와 객석 간에 친밀감이 형성되지 못한 탓이 크다. 서양음악 관현악 연주회는 보통 연주회용 서곡으로 시작하곤 하는데 이것은 복잡한 감상에 앞서 청중들의 감각과 소통의 경로를 트여놓는 부수적 효과가 있다. 이 공연의 첫곡으로 연주된 북한 작곡가 최성환의 ‘관현악을 위한 아리랑’은 친숙한 선율 진행과 관현악적 음향 효과 등으로 이러한 서곡의 기능을 담당하기에도 꽤 적합한 악곡이다. 그러나 이날 오케스트라의 작은 편성은 현파트의 풍성한 질감과 유려한 진행이나 다이내믹의 폭넓은 굴곡을 드러내기에는 다소 역부족이었다. 또 부분적으로 인상적인 색채감과 표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적절한 긴장과 이완을 형성할 수 있는 템포와 리듬의 운용도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다음으로 연주된 변계원의 초연곡 ‘추억 속으로의 여행’ 역시 향후 종종 재연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볼 만큼 친숙하고 감성적인 테마를 선보인 작품이었으나, 전체적으로 오케스트레이션이 매끄럽게 이루어지지 못한 부분이 많았고 연주 면에서도 원활하지 못한 오케스트라의 앙상블로 인해 혼란스러운 텍스쳐가 반복되면서 점차 지리멸렬해졌다. 결국 공연 첫머리에 연주된 두 작품은 청중의 귀를 잡아 놓는 데에 그다지 성공적인 결과를 낳지 못했다. 이와함께 무엇보다 직접적으로 청중과 무대 사이에 친밀감을 형성했어야 할 사회자의 역할도 아쉬운 부분이다. 기왕 사회자의 등장을 기획했다면 이 날처럼 딱딱하고 형식적인 진행은 지양되어야 했고, 연주 공간의 분위기를 만들고 감상의 핵심을 짚어 줄 수 있는 보다 자연스럽고 능숙한 진행이 필요했다. 이렇게 무대에 대해 서먹함을 극복하지 못한 청중 앞에서는 동요와 애니메이션 주제곡 등으로 이루어진 접속곡도 분위기를 모으지 못하고 다소 억지스러운 모양새를 띠지 않을 수 없었다. 또 늘 문제거리가 되곤하는 국악과 서양음악과의 관계 설정도 이 공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공연 후반 연주된 김영재의 ‘방아타령 주제에 의한 해금 협주곡’과 이경섭의 해금 협주곡 ‘추상’은 원래 국악관현악과 해금독주를 위한 곡이지만 여기서는 서양음악 오케스트라로 대체되었다. 물론 이 해금협주곡들이 다소 어색한 카덴차를 포함하여 서양음악의 구조를 일정 정도 따르고 있고 국악관현악이라는 형태 역시 이식된 근대성으로부터 자유로운 존재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서양음악 오케스트라로 연주되면서 전통음악의 시김새와 음색은 대부분 사라졌고, 그 과정 역시 서양관현악과 접속하여 새로운 미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국악관현악의 단순 번역에 불과해 연주내내 오케스트라 파트는 지극히 통속적이고 상투적인 울림을 넘어서지 못하였다. 박경숙은 김영재 선생의 해금 민요 연주에서 들을 수 있었던 오묘한 시김새가 바로 연상될 정도로 인상깊은 연주를 들려주었지만 그 조차도 오케스트라의 상투적인 음향의 반복 속에서 희석된 것 같아 아쉽다. 이렇게 연주회는 감성의 환기없이 진행되었고 그 가운데 마지막 곡이었던 고영신의 ‘아리랑 환상곡’의 구성미도 청중들의 감각 속에 각인되기는 어려웠다. ‘박경숙의 해금 속으로 III’ 공연은 무예 퍼포먼스, 접속곡, 사회자 진행과 서양오케스트라의 활용 등 관객과 거리를 좁히기 위한 장치들을 적극적으로 배치했다. 그러나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그것들이 기대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독주자의 충실한 연주와 창작곡의 작품성 또한 제대로 청중들에게 전달되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언제나 진지하고 공들인 음악이 있다면 굳이 그런 장치 없이 공연의 아우라만으로도 관객과의 소통 역할 정도는 충분히 담보하고도 남음이 있지 않을까. 음악이 보다 호소력을 갖는 ‘해금 속으로 IV’를 내심 기대해 본다.

안산예당 3 공연, 가을을 연다

아침 저녁으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과 맑고 쾌청한 가을 하늘, 그리고 풍요로운 자연을 담은 알찬 공연이 안산시민을 찾아간다. 안산문화예술의전당은 풍성한 가을을 맞아 가을색이 물씬 풍기는 3편의 공연을 무대에 올린다. 가을의 첫 만남은 6일 ‘Memory of Love(사랑의 기억)’라는 주제로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가 장식한다. 동양의 조지 윈스턴이라 불리는 유키 구라모토는 감동적 서정을 자아내는 뮤지션으로 CF(카페라떼), TV드라마 주몽 OST 중 조수미가 노래한 ‘사랑의 기억’, 영화 ‘달콤한 인생’ OST 등으로 우리에게 익숙하다. 이번 공연은 지난 5월에 발매된 신보 ‘피아노 노스탤지’의 수록곡과 베스트 곡을 모아 오케스트라와 함께 풍성한 가을밤 하늘을 수놓을 예정이다.(해돋이 극장, 오후 5시, 5만~1만원) 두 번째 만남은 한가위 연휴가 시작되는 12일과 13일 양일간, 우리 근대사의 어려웠던 시절을 배경으로 현대인들에게 가족간의 사랑과 효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는 주옥같은 악극 ‘울고 넘는 박달재’가 무대에 오른다. 박인환, 양재성, 김진태 등 TV브라운관 최고의 명배우들이 펼치는 구성지고 맛깔스런 연기와 ‘울고 넘는 박달재’, ‘애수의 소야곡’, ‘타향살이’ 등 옛 추억의 노래를 만날 수 있다. 여기에 최고의 악단이 연주하는 환상의 음률과 발랄한 댄서들의 활기찬 율동까지 어우러져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선사한다.(해돋이극장, 오후 4·7시30분, 2만5천~3만원) 가을의 마지막 문턱은 20일 ‘동서양 춤과 음악의 충돌’이라는 주제로 한국과 아일랜드 예술가들이 넘는다. 양국의 전통악기가 만들어내는 현대적인 감각의 리듬, 건축가들이 참여한 무대미술, 비주얼 아티스트들의 영상 작업, 의상 디자이너들의 전통과 현대적인 요소를 접목한 의상 컨셉 등 동서양의 문화적인 요소들이 접합된 새로운 감흥을 선보일 예정이다.(달맞이극장, 오후 7시, 2만~1만원) 문의 (031)481-4000 /임명수기자 mslim@kgib.co.kr

세계적 거리공연…과천이 ‘들썩’

세계적인 야외·거리공연으로 자리잡은 과천한마당축제가 다음달 23일부터 28일까지 과천시민회관 등 과천 일원에서 펼쳐진다. 올해 열 두번째 축제를 맞는 과천한마당축제는 국내 공식참가작 14개 작품과 자유 참가작 8개 작품, 프랑스, 호주, 미국, 일본 등 9개 해외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과천한마당축제의 올해 개막작은 과천 전설의 하나인 ‘왕후의 묘’를 소재로 배우들과 일반시민 등 약 100여명이 참여하는 집단 포퍼먼스로 환상적인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국내 작품은 4관객프로덕션 극단의 ‘사라진 달들’을 비롯 댄스씨어터 창의 ‘새’, 디주얼씨어터 컴퍼니 꽃의 ‘페인팅 퍼포먼스’, 엘리스 김 극단의 ‘실크’ 등이 선보인다. 해외작품은 올해 관객들의 최대 관심을 끌고 있는 프랑스 제네릭 바뾔 극단의 ‘야영(Bivouac)’과 프랑스 엑스니일로 극단의 ‘삶의 여정, 도시의 여정(Trajets de vie, Trajets de ville)’, 우크라이나 보스크렌시아 극단의 ‘벚꽃동산(The Cherry Orchard)’ 등이 초청돼 한국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제네릭 바뾔극단의 ‘야영’은 정보과학도서관과 과천청사 사거리까지 약 4시간 정도 교통을 통제한 가운데 도로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이 작품은 독특한 기계장치와 운송장치들을 이용해 기묘한 이미지를 연출하고, 수 십개의 드럼통을 거리에 굴리면서 우리가 처한 산업사회의 단면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장면이 압권이다. 거리극 공연 외에도 기획행사, 학술행사, 거리극 제작 워크숍, 거리음악 공연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마련돼 있다. /과천=김형표기자 hpkim@kgib.co.kr

과천시립 오케스트라 창단연주회

과천시립아카데미 오케스트라(상임지휘 김경희)는 다음달 3일 예술의전당에서 ‘아카데믹 페스티벌’이란 주제로 창단연주회를 연다. 이날 창단 연주회에서는 가장 독일적인 작곡가로 신고전주의의 대가인 브람스의 대학축전 서곡과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5번을 무대에 올린다. 첫 곡은 힘차고 밝은 관현악곡인 브람스의 ‘대학축전’ 서곡으로 화려한 문을 연다. 이 곡은 브람스의 수많은 작품 중 가장 명랑하고 밝은 곡으로 브람스의 곡들이 대체적으로 장중하고 엄숙한 분위기인데 반해 이 작품은 브람스 자신의 학창시절을 생각하며, 그때 불렀던 4개의 노래를 편곡해 삽입했다. 자신이 창작한 특유의 주제로 전체를 통합한 브람스의 관현악곡 중 가장 화려하고 생기 넘치는 작품이다. 이어 러시아의 시대적 배경을 가장 적나라하게 표현한 대표적 작곡가인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한영란 연세대 교수의 연주로 들려준다. 모두 3악장으로 구성된 이 곡은 전체적으로 힘차고 활달한 분위기이지만 2악장 안단테는 서정적인 아름다움이 뛰어난 작품이다. ¶ 또한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제5번’으로 과천시립아카데미 오케스트라의 화려한 새 출발을 알린다. 이 곡은 총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15곡 중에서도 규모의 장대함과 진지함이 엿보이는 높은 작품성으로 그가 만들어낸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힌다.¶시립아카데미 오케스트라 관계자는 “지난 2001년 출범한 과천시립청소년교향악단이 시립아카데미 오케스트라로 새롭게 태어났다”며 “앞으로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를 꿈꾸며 새롭게 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천=김형표기자 hpkim@kgib.co.kr

‘명랑 300단’ 신세대 심청이 떴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뻔한 스토리 심청이는 가라!! 도립극단만의 활기차고 재미있는, 신명나는 색다른 맛, 늦여름 무더위 유쾌, 통쾌, 명쾌한 심청이를 만나 시원하게 날려보자. 경기도립극단이 야심차게 마련한 상설공연 ‘명랑소녀 심청’이 오는 29일부터 31일까지 경기도문화의전당 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특히 기존 전래동화속 심청이가 아닌 명랑 300단의 심청이가 등장하는 등 기존 공연 심청의 상상 그 이상의 색다른 맛을 볼 수 있다. 우선 이번 공연은 도립극단이 올해 새롭게 선보이는 야심찬 상설공연 작품으로 도립극단의 실력있는 중견배우들과 16인의 도립단원이 대거 출연해 무게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무게감 속에서 명랑한 심청을 통해 어린이와 엄마, 아빠가 함께 편하고 즐겁게 관람할 수 있도록 재미있게 구성돼 있다. ¶또 공연 중간에 어린이들과 온가족이 즐겁게 즐길 수 있도록 현대적인 음악과 랩스타일의 노래 형식을 도입한 것은 물론 애니메이션 ‘케로로’와 ‘세일러문’ 등의 퍼레이드와 ‘황비홍’의 무술액션 등 흥미진진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금요일 오전 11시, 오후 4시, 토·일요일 오후 2·4시. 만 3세 이상 관람가능하며 전석 1만원. 문의(031)230-3240 /임명수기자 mslim@kgib.co.kr

미술로 담아낸 ‘통일의 꿈’ 314점

경기도 제2청은 다음달 2일부터 10월26일까지 의정부예술의전당 등 경기북부지역 4곳에서 평화와 통일에 대한 염원을 미술로 표현한 제4회 경기도 평화통일미술대전 수상작 순회전시회를 연다. 이번 전시회에는 평화를 인간 화합의 이미지로 표현한 배수진씨의 서양화와 통일염원의 시를 대련 형식으로 표현한 김복진씨의 서예작품 등 다양한 아이디어로 평화와 통일을 표현한 작품 314점이 전시된다. 도2청은 다음달 20일까지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 개막 전시회를 연 뒤 특선작 이상의 수상작들을 모아 파주시 1사단 15연대 체육관과 남양주시 와부읍 주민자치센터, 동두천 자유수호평화박물관 등을 돌며 문화 소외지역 주민을 위한 순회 전시회를 연다. 한편 도2청은 전시회 기간 중 중견 작가 45명을 의정부예술의전당으로 초청해 ‘소통과 화합, 그리고 평화’라는 주제의 초청작가전도 열 예정이다. 도2청 관계자는 “이번 전시회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대학생들의 작품부터 세계적인 수준의 유명작가 작품까지 다양한 작품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경기도 평화통일 미술대전이 유망한 신인 작가들의 등용문으로 정착돼 국내 미술문화 저변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의정부=이호진기자 hjlee@kgib.co.kr

<공연리뷰>탈출구 없는 극한 상황 이념과 현실의 갈등

낯선자. 그 이름은 방문자. 방문자라는 말은 타의에 의한 자발적인 침입이라는 뜻이다. 내가 원하지 않은 시간과 장소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연극 ‘방문자(Le Visiteur)는 그들을 모티브로 쓴 연극이다. 산울림 소극장이 지난 12일부터 다음달 28일까지 무대에 올리는 연극 ‘방문자(심재찬 연출)’는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의 동일 제목이 원작이다. 지난해 ‘나비눈’에 이어 올해 ‘틱틱붐’, ‘침향’에 이어 이번 작품까지 모든 예술이 꿈꾸는 아름다운 꿈을 무대 위에 펼치는 심재찬 연출가가 이번에는 신과 인간의 진지하고 치밀한 두뇌게임을 무대 위에 올려놓았다. 연극은 단일 장소에서 1시간 50분의 러닝타임을 달린다. 그 장소에는 모두 4명의 배우가 그들의 이야기를 꾸미는데, 그 인물이 아주 독특하고 유니크하다. 이 시대 최고의 지성이라 일컬어지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그의 딸 안나. 환자를 치료하던 예의 그 유명한 소파를 가운데에 두고 넓찍한 서재와 서재를 가득 메운 그의 저서들 그리고 그의 시거. 이렇듯 아주 일상적인 공간이지만 때는 1938년의 비엔나이다. 나치가 오스트리아를 침공해 유태인들을 그야말로 ‘청소’하던 비참한 그 시기에 학대당하는 민족을 위해 망명하지 않는 프로이트를 위협하는 현실의 낯선 방문자가 찾아온다. 게슈타포, 그는 독일장교로서 골칫거리인 프로이트를 협박하기 위해 그의 딸을 잡아가는 범행을 저지른다. 딸을 구하기 위해 독일의 개가 되어야 하는 망명서에 서명할 것인가, 아니면 대의를 위해, 민족을 위해 아니 그 자존심을 위해 딸을 버릴 것인가. 현실은 그에게 계속 망명서를 작성하기를 원하고 이 때 깔끔한 슈트 턱시도에 멋쟁이 모자를 비스듬히 눌러쓴 비현실의 낯선 그러나 익숙한 ‘그’가 방문한다. 그리고 그는 철학적이고 이성적인 치밀한 논리를 펼치며 프로이트에게 계속 질문을 해댄다. ‘신을 믿느냐고’, ‘믿지 않느냐’고. 그러나 그는 딸을 구해야 하는 한낱 필부일 뿐 지금 이런 질문들은 그에게 무의미하다. 하지만 그는 계속해서 낯선 방문자에게 빨려들어가고 급기야 그에게 이 모든 상황을 해결해주길 바란다. 관객들은 극을 보는 내내 궁금하다. 과연 그 낯선 방문자는 정말 신일까, 아닐까? 하지만 이것은 또한 연출가의 또다른 ‘관객속이기’의 한 장치는 아닐까. 낯선 방문자가 다름아닌 프로이트의 또 다른 에고(ego)라면? 최고의 지성이라 자부하는 어른이 된 프로이트는 현실의 가로막힌 벽 앞에서 또다시 유년시절 자신 안에 갇혀버린 것처럼 자신 속에 숨어버린 것은 아닐까. 그리고 우리들 또한 어른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살지만 극한적인 상황이 오면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지 않은가. 한없이 나약하지만 ‘용기’라는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다룬 연극 ‘방문자’는 라스트신에 희곡을 안겨준다. 결국 신을 믿지 못해 기적을 보여달라며 떼를 쓰던 프로이트는 창문으로 탈출하는 그에게 두 발의 총알을 쏜다. ‘탕’, ‘탕’ 숨을 헐떡거리며 관객들을 향해 돌아선 ‘그’의 마지막 대사. “헉, 헉…. 빗나갔어.” /권소영기자 ksy@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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