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의 밤 수 놓는다

크로스오버 음악의 살아 있는 전설, 클로드 볼링의 내한공연이 고양아람누리 개관 1주년을 기념해 오는 23일 오후 8시 아람음악당에서 열린다. 클로드 볼링은 프랑스에서 태어나 프랑스 그랑프리 디스크를 여섯 차례 수상했고, 미국 그래미상에도 수 차례 노미네이트 된 세계적인 작곡가이자 지휘자, 편곡자, 피아니스트다. 14세 때 이미 재즈 피아노의 ‘신동’으로 불릴만큼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으며, ‘불사리노’, ‘어웨이크닝’, ‘빌리와 필’, ‘은곰들’ 등 100편이 넘는 TV와 영화음악을 담당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번 고양 공연에서는 CF와 라디오 등을 통해 알려진 친숙한 멜로디를 특정하는 클로드 볼링의 다양한 레퍼토리 가운데 대표작들만 엄선, 무대에 올려질 예정이다. 특히 빌보드 차트에 53주간 오르며 클로드 볼링의 위력을 전 세계에 과시한 대표작 ‘Suite for flute’와 스타 첼리스트 요요마와의 연주로 화제를 모았던 ‘Suite for cello’가 한국 플루티스트 정유미, 첼리스트 김창헌과 함께 협연, 고령의 노하우와 젊은 패기가 한데 어우러지는 보기 드문 공연을 펼치게 된다. 또 클로드 볼링 앙상블의 보컬리스트인 마크 토마스와 함께 거쉬인의 ‘Somebody loves me’, 카 마이클의 ‘Georgia on my mind’ 등 스윙을 비롯한 초기 재즈음악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 있는 다양한 스탠더드 재즈 넘버들로 꾸며진 대중적인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클로드 볼링은 여러 차례 내한공연을 갖는 등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해 있지만 팔순에 가까운 나이에도 불구하고 매 공연 때마다 열정적이고 화려한 무대 매너를 선보여 팬들의 뇌리에 깊이 남아 있다. VIP 7만원, R석 5만원, S석 3만원, 합창석 1만원. 문의:고양문화재단(1566-7766) /임명수기자 mslim@kgib.co.kr

<공연리뷰> 극단 예성 ‘피노키오’을 보고

우선 ‘피노키오’라는 원작이 국악뮤지컬로 탄생한다는데 호기심을 가졌다. 당연히 유럽의 시공간을 한국의 과거로 옮길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관절 목각인형이라는 소재의 이국성을 어떻게 소화했을까 하는 궁금증도 가졌다. 더구나 극단 예성의 홍보물에는 국악음악의 신명과 흥, 한국무용의 신체동작 활용, 숙련된 배우들의 앙상블과 다이나믹한 영상효과 등 많은 자랑들을 펼쳐놓았기에 그 진면모를 만끽하는 것도 또 하나의 의무였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극단 예성의 ‘피노키오’는 많은 효과들에도 불구 정작 작품의 본질을 벗어난 내러티브 요소들과 일관되지 않은 양식의 혼돈으로 그야말로 파편의 혼탕이었다. ‘피노키오’라는 동화의 원작은 거짓된 마음과 진실된 마음-형태적으로는 거짓말과 참말, 혹은 이기심과 이타심으로 드러나는 대립구도를 지니고 있으며 그 결과인 진실된 마음의 수용이 나무인형을 사람으로 변모시킨다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극단 예성이 풀어간 ‘피노키오’는 다이나믹한 효과를 취하기 위해 원작의 단순구조에 다양한 내러티브 요소들을 추가하는데 그 과정에서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만다. 우선, 철마왕이라는 존재. 온 마을을 평화가 아닌 전쟁의 도가니로 몰아가며 철생산에 전력투구하여 마을사람들에게 목공일을 하지 못하게 하는 설정이다. 그래서 극단 예성은 원작에서 할아버지가 잃어버린 피노키오를 찾아 바다까지 닿게 된 이야기를 철마왕이 나무인형을 만든 죄로 할아버지를 바다로 끌고 간 것으로 설정했다. 기초 설정 자체는 흥미롭다. 그러나 이런 설정이 일관성을 지니질 못한다. 극 초반부터 전쟁에 대한 위협적인 분위기를 설정했지만 이어지는 장면들에선 그에 따른 어떠한 위협요소도 없으며, 바다로 끌려간 할아버지지만 정작 바다장면에서는 철마왕이라는 존재설정은 사라진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거짓된 마음과 진실된 마음이라는 대립축이 극단 예성의 ‘피노키오’에서는 혼돈에 빠져버린 것이다. 즉, 거짓된 마음과 진실된 마음 또는 남을 배려하지 않는 마음과 남을 배려하는 마음의 주체는 분명 피노키오다. 스스로 거짓을 하고 스스로 남을 배려하지 않다가 스스로 반성하고 뉘우치고 깨우치는 과정에서 일종의 ‘성장기’적인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극단 예성의 ‘피노키오’는 그 주체에 피노키오가 있지 않다. ‘엄마’를 그리워하는 피노키오의 설정 또한 혼돈의 연속이다. 원작은 홀로 사는 할아버지라는 설정이다. 그러나 극단 예성의 피노키오는 소목장과 그의 아내가 있다. 그런데 장면이 전개하면서 느닷없이 아내는 사라지고, 피노키오는 ‘엄마’라는 존재를 그리워한다. 그리고는 소목장을 구출하고 돌아온 피노키오에게 그의 아내가 피노키오의 ‘엄마’라며 반갑게 맞이한다. 결국 극단 예성의 ‘피노키오’에서 설정된 수많은 내러티브 요소들은 전체 구조 속에서 일관된 설정과 대립 갈등관계 속에 녹여진 것이 아니라 그 때 그 때마다 장면적 효과를 위해 끝없이 임의차용하고 생략해버림으로써 이야기틀까지 흔들어놓아 버린다. 혼돈은 내러티브적 요소에 머무르진 않는다. 가장 크게 드러나는 것이 시각적 양식. 극단이 자랑스레 내세운 영상효과는, 하늘을 나는 피노키오나 고래뱃속을 탈출하는 등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지만, 정작 수채만화풍의 영상은 기본무대질감과 의상 등의 시각적 양식과 어울리지 않는다. 더불어, 무대공간과 영상공간이 자연스레 넘나드는 연쇄효과 또한 불연속적이다. 또한 소품의 스타일과 의상의 스타일은 끝없이 시대질감을 넘나드는 혼탕으로 이어진다. 물론 극단 예성의 모든 시도들이 평가절하되어야 하는 건 아니다. 피노키오라는 동화가 한국고전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많은 부분을 한국화했다. 피노키오의 목각스타일을 보다 전통에서 찾고, 인형극장의 설정을 꼭두각시 놀음 등으로 더욱 더 시도하지 못한 아쉬움도 있지만 국악스타일에 어울리는 시공간의 설정은 비교문화적인 의미에서도 긍정적인 시도다. 더구나 국악기로 표현할 수 있는 이야기 소재를 넓혀나간다는 의미 뿐만 아니라 아동교육적 측면에서 국악기와 우리 놀이를 친숙하게 하는 긍정성 또한 있다. 혼돈이 더욱 아쉽게 여겨지는 까닭이 바로 이런 긍정성들 때문이다./안경모 연극평론가

악극 ‘불효자는 웁니다’ 무료공연

농협고양유통센터(사장 이상욱)는 지역사회 공헌활동의 일환으로 2~3일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에서 고양문화재단과 공동으로 추억의 악극 ‘불효자는 웁니다’를 공연한다. 고양시와 고양시의회가 공동 후원하는 이번 악극은 농협고양유통센터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고양지역 65세 이상 어르신 8천여명을 무료로 초청하는 공연으로 올해 농협고양유통센터가 목표로 삼고 있는 ‘지역사회로부터 사랑받는 사업장 만들기’ 실천 방안의 하나로 마련됐다. 강태기·유승봉·이한수 등 한국연극배우협회 중견배우들이 출연하는 ‘불효자는 웁니다’는 부모의 사랑과 은혜를 뒤늦게 깨닫게 된다는 웃음과 눈물이 어우러지는 감동의 드라마로 전통적인 악극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편성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어르신께는 우리 농산물의 우수성을 알리고 소비촉진을 위해 5천원 상당의 고급 사과 1봉지씩 무료로 나눠준다. 농협고양유통센터 관계자는 “이번 중견배우들과 젊은 연기자들이 조화를 이뤄 가족간의 소중한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농협고양유통센터는 지역 공동체와 함께 하는 삶을 위해 홀로사는 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돕기, 효자효부 선발 시상 등 다양한 지역사회 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고양=오정희기자 heeya@kgib.co.kr

<공연리뷰>의정부 ‘시가 흐르는 천상음악회’

입가에 흐뭇스레 진 엷은 웃음은,/삶과 죽음 가에 살짝 걸린/실오라기 외나무 다리// 새는 그 다리 위를 날아간다/우정과 결심, 그리고 용기/그런 양 나래 저으며…//풀잎 슬몃 건드리는 바람이기보다/그 뿌리에 와 닿아 주는 바람/이 가슴팍에서 빛나는 햇발//오늘도 가고 내일도 갈/풀밭 길에서/입가 언덕에 맑은 웃음 몇번인가는…(천상병의 ‘미소’ 중에서) 새벽빛과 아침이슬, 붉은 노을이 가득한 세상을 그리워했고, 짧지만 즐거운 ‘소풍’처럼 한 세상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아름다운 세상살이를 즐겼던 사람 천상시인 천상병(1930~1993년). 지난 26일 오후 5시 의정부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선 ‘푸른 것만이 아니다(천상병 시인의 시)’란 주제로 ‘시가 흐르는 천상음악회’가 열렸다. 공연장 밖에서 내리는 빗방울이 무대에서도 내리고 있었고 화면 가득히 천 시인의 ‘미소’ 원고가 배경으로 비쳐지고 있었다. 천 시인의 어린아이 같은 웃음소리와 추억의 사진들이 오버랩 영상으로 비춰지며 시작한 이날 행사는 천 시인을 기리는 축제만이 아니라 그가 품었던 맑은 마음과 시선을 함께 호흡하는 자리였다. 2시간 30분 가까이 시와 음악이 함께 한 자리에는 천상병 시인의 시를 아끼고 그리워 하는 사람들이 객석을 가득 채웠다.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천상병 시인의 시를 읊고 낭송하며 그의 시를 음미했고, 초대가수들의 음악에 푹 빠져 박수치고 웃고 즐기며 하늘나라 소풍을 즐기는 천 시인과 함께 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박나림(전 MBC 아나운서)은 시종일관 편안한 분위기로 2시간이 훌쩍 넘는 음악회를 이끌었다. 첫 무대는 한·중·일 여성5인조 퓨전국악그룹 ‘율려’의 퓨전국악곡으로 문을 열었다. 이어 김도향이 무대에 올라 ‘난 바보처럼 살았군요’ ‘My way’ ‘꽃보다 사람이 아름다워’를 열창하자 40~50대 관객들은 너나 할것 없이 객석에서 일어나 춤추며 박수를 치고 노래를 따라 부르는 등 20대 못지않은 열정을 발산했다. 뜨거운 열기는 지난해 뮤지컬로 선보인 ‘귀천’에 출연한 남녀 주인공이 뮤지컬 넘버 ‘노래하는 새’, ‘귀천’을 불러 천 시인의 삶을 잠시나마 느껴보는 시간으로 잠시 잦아들기도 했다. 아카펠라그룹 ‘아카시아’는 천 시인의 ‘다음’을 아카펠라곡으로 불러 관객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안았고, 새로 의뢰받아 작곡한 ‘푸른 것만이 아니다’는 천상음악회와 맞는 맑고 상쾌한 분위기로 박수치며 따라부르기에 좋았다. 음악회 중간중간 참여한 시낭송도 일품이었다. 천 시인의 시를 영어로 번역해 소개해 온 안토니오 수사(서강대 교수)가 피아노 반주 속에 천 시인의 ‘강물’을 한국어와 영어로 낭송했고, 정옥희 한국예절원 원장의 시 낭송은 잔잔한 감동으로 자리를 빛냈다. 마지막 무대는 신형원과 제자들이 꾸미는 자리였다. 신형원이 ‘개똥벌레’를 부르자 아주머니 관객들은 목청껏 따라불렀고, 자신의 신곡 ‘더 좋은 날’에 이어 제자들과 함께 부른 ‘아름다운 강산’에선 분위기가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날 공연은 밖에 내리는 촉촉한 봄비와 함께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마음에도 감동으로 촉촉히 내려앉았다. /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山寺에서 만나는 효 콘서트

아찔한 묘미가 매력인 줄타기 놀이를 이제 안성이 아닌 화성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 효의 본찰 대한불교 조계종 용주사(주지 정호스님)가 경기도국악당과 함께 줄타기는 물론 타령, 판소리, 사물놀이 등을 담은 ‘2008 효 콘서트’를 다음달 12일 밤 마련하기 때문이다. 석가탄신일을 기념해 ‘효’를 테마로 열리는 이번 콘서트는 세대를 아우르는 장르들을 담아 다양한 관객들이 즐길 수 있도록 준비됐다. 가족단위 관람객들을 위해선 줄타기와 국악가요, 노인층 관객들을 위해선 팔도민요, 판소리, 국악관현악 등이 준비됐다. 김영동 예술감독 지휘로 진행될 이번 콘서트 레퍼토리로는 팔도민요, 한강수타령, 몽금포타령, ‘심청가’ 중 심봉사가 눈을 뜨는 대목의 판소리, 국악 관현악 ‘아리랑과 축제’ 등이 준비됐다. 특히 공연 전 용주사에서 전통적으로 치러지고 있는 연등 점등식도 더해져 볼거리를 더해준다. 정호 주지스님은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효행본찰인 용주사가 신도들과 주민이 모여 함께 즐길 수 있는 효 테마 콘서트를 준비하게 됐다”며 “유서깊은 산사에서 창과 사물놀이, 줄타기, 심청가 판소리 등을 많은 이들이 함께 누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효희기자 hhkim@kgib.co.kr

환영과 착각 들여다보기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놀이기구가 많지 않았던 시절, 만화경(萬華鏡)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만화경은 길쭉한 3개의 평면거울로 만든다. 한쪽 끝은 젖빛유리로 봉하고, 다른 끝으로 들여다본다. 그 안에 작은 색종이 조각이나 셀룰로이드 조각을 넣어 돌리면 거울에 다양한 모습이 아름답게 비쳤다. 잠자리의 눈은 평균 3만개의 낱눈이 모인 겹눈이다. 카메라 구조와 닮았다는 인간의 눈은 그에 비하면 단순한지도 모른다. 만화경이 펼쳐낸 요지경과 잠자리의 눈은 또다른 세계로 인도한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에 인간들은 희망과 절망을 오간다. 인간이 지닌 시력 또한 현상에 대한 반영이지 사물의 이면을 투시할 수 없다. 그래서 슈퍼맨과 같은 초인간적인 이상향을 그리는지도 모른다. 작가들은 이러한 환영을 일컫는 일루전(Illusion)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쉽게 읽히는 사물과 현상의 경계를 넘어 만화경 같은 세상을 꿈꿀까. 아니면 예술가 특유의 삐뚤게 보기를 과감히 시도할까. 파주 헤이리에 위치한 한길갤러리가 ‘A Sweet Illusion’을 오는 26일부터 다음달 25일까지 기획했다. 그동안 일루전은 현실이 아닌 환영과 착각 정도에 그쳤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일루전에 자극받은 모든 감각이 동원된다. 단순한 착시를 넘어 작품을 완성해 가는 환상을 비롯해 시각적 환상을 유도한다. 또 작가의 인위적인 연출에 따른 일루전도 펼쳐진다. 전시는 크게 3부분으로 구성됐다. 먼저 ‘Mental Illusion’. 황혜선은 회색톤의 배경에 길거리를 담았다. 그는 시계나 우산, 머그컵, 신발 등 일상의 소품 등을 거리에 등장시키고 둥근 유리구슬인 ‘스노우볼’에 영상작품을 투사했다. ‘그 향기의 기억’이란 영상작품은 눈이 펄펄 내리는 가운데 주인공이 춤을 추는 장면이 나타난다. 박성현은 캡처된 TV화면을 캔버스에 옮겼다. 연속적인 영상의 한 순간은 마치 눈꽃이 날리듯 투박하다. 인화 직전의 필름처럼 강한 단색의 빛깔이 느껴지며, 영상이 아닌 독립된 장면 장면이 강렬한 몽상과 환영을 뿜어낸다. 두번째 ‘Optical Illusion’은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넘나든다. 양연화는 사진과 회화를 병행한다. 액자속 꽃과 과일이 밖에 나와 중첩되고, 그리스 신화 주인공들이 사진이나 그림으로 결합돼 완성된다. 또 사진작가 이경민은 어른거리는 병모양을 통해 회화의 영역에 도전하고, 주도양은 공원이나 쇼핑몰 등의 풍경을 분할 촬영한 후 한 점을 기준으로 360도로 펼쳐진 장면을 보여준다. 마지막 ‘Artificial Illusion’은 작가의 인위적 연출이 개입됐다. 백승우는 풀밭이나 공중전화박스, 지하철 승강장 등에 손가락 크기의 사람인형을 배치하고 사진을 찍었다. ‘리얼 월드(real world)’란 제목의 이면엔 꾸며진 거짓세상이란 사회적 풍자가 깔려 있다. 반면 이민호는 병원 침실과 기찻길, 고철더미 등의 사진을 붙인 여행용 가방을 바닷가나 실내에 놓고 사진을 찍는다. 가방속 사진과 그 배경을 이룬 풍경은 이질적이면서 낯선 곳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또 이경민은 작가 자신이나 지인의 집 내부를 사진으로 찍은 후 네모난 사각틀에 붙여 넣었다. 각종 가구와 옷가지, 시계 등의 사진을 오려붙인 사각틀을 찍은 작품은 실제 공간과 또다른 공간을 넘나든다. 전시를 기획한 강은주 독립큐레이터는 “일루전은 신기루 같은 꿈을 꾸게 하며 유쾌한 상상을 가능케 하는 반면, 인간의 사고·기억·경험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인간의 지각이 불완전한 것일 수 있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문의(031)949-9305 /이형복기자 bok@kgib.co.kr

孝 악극 꿈에본 내고향 / 손수건 흠뻑 적신 나라잃은 설움

고향이 그리워도 못 가는 신세/ 저 하늘 저 산아래 아득한 천리/ 언제나 그리워라 타향에서 우는 몸/ 꿈에 본 내 고향이 마냥 그리워// 고향을 떠나온 지 몇 몇해던가/ 타관 땅 돌고 돌아 헤매는 이 몸/ 부모 내 형제를 그 언제나 만나리/ 꿈에 본 내 고향을 차마 못잊어// “순이야, 그토록 사랑하는 딸자식 하나 온전하게 지켜주지 못하는 이 애비를 용서해라. 지금 생각하니 한없이 애지중지 하면서도 마음 속에만 담아놓고 품에 한 번 안아주지 못했구나. 보고 싶구나. 먼 훗날 수치스런 역사가 너의 잘못이 아니었음을 깨달을 때까지 모든 것 잊어버리고 순이가 아닌 다른 여자로 살아가거라.” 사랑하는 딸을 정신대에 빼앗긴 아버지가 딸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슴 속에 묻으며 흐느낄 때 성황당 뒤에 숨어 차마 나서지 못하고 소리없이 우는 순이…. 나라 잃은 설움에 정신대에 끌려가 온갖 수모와 육체를 유린당하고 해방이 됐는데도 버린 몸 때문에 고향을 찾지 못하는 우리의 딸이요 누이들의 한맺힌 절규가 아직도 귓전을 때리는 것만 같다. 사랑하는 딸을 안아주지 못한 채 가슴 속에 묻고 살아온 우리 아버지, 어머니의 눈물은 가슴을 더욱 미어지게 한다. 우리의 부모들을 생각하게 하는 효의 계절 5월, 경기도립극단이 다음달 9일부터 11일까지 도문화의전당 대공연장에서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이 가슴 속 깊은 곳에 묻어 둔 아픔을 악극 ‘꿈에 본 내 고향’으로 풀어내며 관객들과 울고 웃는 자리를 마련한다. 때는 1894년, 어느 한가한 농촌마을. 김 진사의 딸 순이(우정원 분)와 약혼한 철민(한범희 분)이 경성 유학 중 방학을 맞아 고향에 돌아오나 순이를 흠모하던 가네야마(강상규 분)의 음모로 체포되고, 순이는 필리핀 종군위안부로 끌려간다. 해방이 돼 만삭의 몸으로 고국에 돌아온 순이는 고향에 가지 못하고 악극단에서 잔심부름으로 생활하다 전쟁이 터지자 부산으로 피난을 간다. 그곳에서 가네야마를 목격한 순이, 복수하려는 순간 철민이 나타나 가네야마를 죽이고 둘은 재회하나 철민이 경찰에 체포되면서 다시 헤어진다. 용기를 내 고향으로 찾아온 순이. 하지만 아픈 기억을 가진 딸자식이 고향에서 손가락질 당하는 것을 원치 않는 아버지(이승철 분)가 새 인생을 찾을 것을 바라는 마음에 흐느끼는 모습을 보고 차마 앞에 나서지 못한다. “어머니~”를 외치며 부모님께 마지막 인사를 올리는 순이. 이 때 노래 ‘꿈에 본 내 고향’이 잔잔히 흐르며 막이 내린다. 일제시대를 거쳐 광복과 한국전쟁 등 혼란스런 시대배경 속에서 주인공 순이의 삶을 통해 종군위안부 여성의 아픈 역사와 한을 그려낸 임규의 ‘꿈에 본 내 고향’ 원작을 과거 악극 ‘여자의 일생’과 ‘꿈에 본 내 고향’을 히트시킨 중견 연출가 남궁연 극단 예군 대표가 각색과 연출 등을 맡아 우리의 정서와 한을 음악극으로 담아냈다. 경기도립극단이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리게 된데는 우리의 정서인 한(恨)이 잘 서려있고 그 옛날 관객들과 더불어 울고 웃었던 극장 문화의 재연과 함께 반세기 전 연극의 형태였던 악극을 그리워 하는 단절된 세월을 복원하는 의미도 있다. 주인공 한범희·우정원 이외에 김미옥·이승철·이찬우·강상규·강성해 등 중견 연기자들을 비롯, 도립극단 단원 25명이 참여해 춤과 노래로 관객들과 더불어 울고 웃는 감동의 무대를 연출한다. 악극의 전통은 살리면서 현대적인 구성을 통해 중·장년층의 전유물이었던 악극을 젊은 관객들과 남녀노소 모든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자리로 만든다. 공연 중간중간 ‘막간극’ 형식을 도입해 옛날 악극단의 볼거리 재현은 물론 변사의 만담, 캉캉춤 등 60년대 악극단의 쇼 등 풍부한 볼거리도 제공한다. 다음달 9일 오후 7시30분, 10일 오후 3시와 6시, 11일 오후 3시. S석 3만원, A석 2만원. 문의(031)230-3440~2 /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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