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곡선따라… 잠든 듯 누운 여체

한지·먹선 동양적 오브제로 새 기법 시도

“생명의 원천 大地와 여성의 몸은 닮은 꼴”

갤러리 같은 넓은 화실이다. 벽마다 걸려 있는 100호(1호 엽서크기) 정도의 대형작품이 작가의 스케일을 가늠케 한다. 장지 위에 황토색과 검은색, 푸른색 그리고 옅은 몇 가지 색이 칠해져 있고, 섬유질이 얼기설기 엮여 있는 닥나무 껍질 조각을 군데군데 붙이기도 했다. 서양화를 전공하고 프랑스에서 그림을 연구한 김윤 경기대 교수의 분당 작업장이다. 그는 무엇을 그리고 싶었을까.

그는 선뜻 “여성으로 태어난 것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생명을 잉태하는 자연처럼 여성과 땅의 생성과 회기를 작품에 담고 싶어요.”

황토색이 주조를 이룬 것도 그런 이유다. 태고적 자연의 빛을 기운생동하게 담은 것이 특징이고 작품 속 검은 선은 여성의 누드다. 추상성이 짙은 그의 작품은 멀리서 감상해야 한다. 그래야 신체의 곡선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여성의 누드는 단순히 아름다움이나 상품성이 아닙니다. 신화적 차원에서 여성이 지닌 생명력을 담고자 했죠.”

이는 작품제작 과정에서 엿볼 수 있다. 그는 작품의 형태를 그리기 앞서 배경색을 칠한 후 모양을 찾아간다. 한지나 장지 조각을 붙이고 군데군데 색을 입혀 간다. “작품 오브제를 배치하고 조율하는 콤퍼지션이 가장 중요해요. 그리고 먹선으로 여성의 형태를 잡아가죠.”

그에게 새로운 시도는 늘 즐거운 작업이다.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한지와 같이 우리 것을 사용하며 늘 변화된 기법을 찾고 있다. 최근에는 종이죽 같은 한지 덩어리를 캔버스에 넓게 펼쳐 덮은 후 그 위해 콤포지션을 시도하고 있다. 또 여인의 선을 그렸던 먹선 대신 검은색 한지를 붙여 다른 느낌을 부여하고 있다.

류석우 월간 미술시대 주간은 “그의 화면 속에는 늘 여인이 숨어 있다. 그러나 그 누드에서 단순한 에로티시즘을 느끼기 보다는 자연과 인생이란 광의가 느껴진다”고 평했다.

김 교수는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하는 제8회 한국국제아트페어에 참가, 18일부터 22일까지 작품을 선보인다.

/이형복기자 bo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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