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피 못잡는 신도시 개발계획

정부가 지난 28일 발표한 도내 화성군 동탄면 일대 12만명 규모의 신도시개발 계획과 판교의 신도시 개발 유보는 일관성 없는 정부 정책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지금 화성과 판교 일대는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 발표로 인하여 지역 곳곳에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현수막이 난무하고 있으며, 과연 정부가 누구를 위하여 이런 정책을 발표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화성군 동탄면 주민들은 구랍 29일 동탄 신도시 택지개발반대 추진위원회를 구성, 청와대 등 관계 기관에 신도시 결사반대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본격적인 반대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불과 3년전에 신도시개발 방침을 철회하여 그동안 각종 중소기업들이 들어서 애써 기반을 닦아 놓았는데, 이제 다시 신도시를 추진하면 생활 터전은 물론 경기지역 경제도 허물어진다는 것이다. 더구나 행정당국이 주민들의 여론을 왜곡시켜 오순도순 살던 지역공동체를 무너뜨리고 외지인들을 위하여 개발을 추진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는 것이다. 판교 지역은 화성과는 반대의 경우이다. 지난 25년간 그린벨트 지역에 묶여 판교 주민들은 재산권 침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 98년 개발예정 용지로 승인하여 최소한 지난 해를 끝으로 개발제한이 해제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또다시 1년간 유보하는 것은 그동안 막대한 재산 손해를 본 주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라는 것이다. 더구나 주민들의 여론을 중시하여 건축제한 조치를 연장할 수 없다던 도와 성남시가 태도를 바꿔 유보를 찬성한 것은 주민을 위한 행정이 아니라 행정을 위한 행정이라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신도시개발 문제는 국가발전 전략에 의하여 수립되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해당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는 절차가 중요하다. 지역공동체도 살리고 또한 재산권도 보호되는 묘책을 강구하기는 쉬운 일은 아니나 그러나 정부는 진지하게 주민들과의 대화를 통하여 문제를 풀어야 한다. 불과 수년간의 정책방향도 설정하지 못한채, 우왕좌왕하는 일관성 없는 정책을 추진한다면 그 피해는 결국 선량한 주민만 보게 된다. 재삼 정부의 원칙과 일관성 있는 정책이 신도시 개발 계획에 적용되기를 요망한다.

地自體 재정낭비 문책해야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낭비가 심각하다. 사업성에 대한 치밀한 검토없이 무작정 사업을 벌이는 일이 허다한 데다 도시발전에 대한 비전없이 마구잡이식 건설사업을 추진하다 중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 시책사업에 시민을 참여시킨다며 추진한 포상제가 당초의 의도와는 달리 선심적으로 집행돼 지자체의 예산낭비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감사원 감사결과 지자체 단체장들이 재원도 마련되지 않은 선심성 사업을 남발해 지난 5년간 전국적으로 422개 사업이 중단되는 등 총 8천592억원의 예산이 낭비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의 경우 안산시가 지난 96년 행자부로부터 재검토 통보를 받고도 지역개발기금 등에서 240억원을 빌려 신도시 2단계 택지개발사업을 추진하다 지난 9월 수익성이 없다며 사업을 포기, 토지매입비 197억원을 날렸고, 실시설계용역비 11억원과 차입금 이자 등 61억원의 예산을 낭비했다. 부천시는 인천시 북구 일신동∼소사구 송내동∼서울 오류동까지 경인우회도로 건설계획을 세우면서 인천·서울시와 사전협의를 거치지 않은데다 민자유치가 제대로 안돼 일부구간을 포기, 설계비 18억여원을 낭비했고, 수원시는 무리하게 영화사업에 10억원을 투자한 결과 회수곤란으로 인한 예산손실이 예상돼 경고조치를 받았다. 이처럼 무리한 사업추진으로 95년 이후 중도에 포기함으로써 낭비된 예산이 도내에선 1천300억원에 이른다. 이같은 예산낭비 사업들은 애당초 지자체장들이 선의에서 시도한 것이었다해도 사전에 수익성과 타당성을 과학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덤볐다면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더욱이 수원시처럼 쓰레기분리수거 포상제를 실시하면서 포상대상자들에게 온천관광과 술판을 제공하는 등 선심을 베풀어 차기 선거에 대비하려는 의도로 예산이 오·남용된 의혹이 있는 경우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 책임을 물어야 한다. 물론 민선 단체장의 자율성은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자율의 확대가 민선 단체장들의 오만과 독단을 초래해선 안된다. 따라서 관계당국은 지방재정의 건전한 운용을 위한 제도개선방안 모색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민선 단체장의 자기목적을 위한 예산낭비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성과급제 是非

성과급제 是非 행정의 기업 경영기법 도입이란 말이 있다. 좋은 말이다. 기업인이 본 행정관리면엔 낭비요소가 지극히 많다고 보는 것이 공통적 관점이다. 그러나 기업 경영기법을 행정에 그대로 적용하는덴 많은 문제가 따른 것이 또한 현실이다. 행정은 기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직업공무원은 승진이 보수못지 않는 명예충족 요건이다. 이에 장애를 주는 전문직 공무원 계약제가 적잖은 부작용을 가져오고 있다. 외부채용으로 승진의 폭이 그만큼 좁아지는 것은 계약제가 성공만하면 이론이 있을 수 없겠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또한 현실이다. 아무리 전문가라 하여도 행정의 문외한은 행정을 제대로 할수 없기 때문이다. 지방공무원의 성과급제 확대가 실효성에 의문이 있어 적잖은 논란이 있는 것 같다. 말인즉슨, 일한만큼 성과급을 준다는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성과급의 근무성적평정에 있다. 평정의 방법으로 도표식, 강제배분식, 산출기록법, 대인비교법, 순위법, 체크리스트법, 업무보고법 등이 있다. 여기에 운영상의 유의점이 또 있다. 우선 작성상의 주의점으로 평정요소의 선택, 평정요소의 수, 평정요소의 비중이 있으며 이용상의 주의점으로는 평정계열, 평정자의 수, 평정결과의 공개, 소청 등이 있다. 이러고도 현직이 아닌 다른 직책의 잠재능력을 파악하는데는 역시 어려움이 따르는 맹점이 없지 않다. 성과급제의 성패는 근무성적 평정이 얼마나 체계적 정기적 객관적 평가가 가능하느냐에 달려 있다. 객관화되지 못하고 공개화되지 못하면 아예 안하는 것보다 못하단 말이 나온다. 올해부터 전 지방공무원에 실시하기로 한 성과급제에 아직 평가기준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지극히 우려되는 점이 많다. 근무성적 성과급제가 단체장에 대한 충성도 성과급제로 변질될 요소가 다분하다. 행정의 기업경영 기법도입, 전문가의 계약공무원제, 근무성적의 성과급제가 다 좋은 말인데도 이처럼 역기능이 있는 것은 우리의 행정토양과 분위기가 그같은 제도가 뿌리내린 나라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나름대로 건국이후 반세기가 넘도록 지녀온 행정문화가 있다. 좋든 궂든 이 행정문화속에서 행정가치의 창출 및 배분이 이루어온 사실을 일시에 부인하려 해서는 엄청난 무리가 따른다. 행정개혁은 행정문화의 변화를 유도해야지 기존의 행정문화를 송두리채 부인해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제주 감귤을 서울에 옮겨심는 것처럼 섯부른 제도이식만이 능사가 아니다. /白山

절실한 미군기지지역 특별법

최근 평택시의회가 국회에 낸 ‘미군기지 주변지역 지원 특별법’을 원유철 국회의원이 미군기지를 둔 전국의 지역 국회의원들과 연대, 청원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미군기지로 인해 야기되는 환경오염 및 항공기 소음피해, 사유재산권 침해, 지방세 수입감소, 미군범죄 등에 대하여 국가 차원의 특별지원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28일 개정타결된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SOFA)은 과거에 비해 진일보했다고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선언적 의미에 그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 ‘미군기지 주변지역 지원 특별법’은 더욱 필요하다. SOFA는 형사재판권, 환경, 노무, 검역, 시설, 구역의 공여 및 반환, 비세출자금 기관, 민사소송절차 등 7개 부문에 걸쳐 대대적인 수술을 하게 됐으나 문제점도 많다. 특히 미군 범죄인에 대한 처리, 미군 환경오염에 대한 처리, 미군내 한국노무자 권리 문제 등은 단서조항이 많아 실제 법적용시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아 심히 우려된다. 이번 협상의 가장 큰 쟁점인 사법·노동·환경의 경우 전제조건이 너무 많아 실질적인 운영에서 어떤 변형이 생길지 의문스럽다. 미군 피의자 신병인도 시기에 대해서 12개 주요범죄로 한정했고 우리 경찰의 구금대상인 미군 피의자 범위도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 등 일방적인 기준이 아니라 단순히 강간, 살인 등 흉악범으로 규정, 이러한 조건들의 확대해석이나 남용시 상당한 폐해가 있을 것이다. 노동자 해고와 노동쟁의 등에 대해서도 종전 포괄적인 전제조건을 구체화시켰을뿐 일본, 유럽 등과 맺은 협정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냉각기간이 45일로 정해진 것은 국내법상 특수사업장에만 해당하는 경우이므로 개정이 아니라 개악이나 마찬가지다. 미군의 환경범죄의 경우 범죄행위자 처벌과 원상복구 등에 대한 의무조항이 없이 환경보호 의무조항만 삽입한 것은 무용지물과 다름없다. SOFA의 미비점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지역은 미군기지가 가장 많은 경기·인천지역이다. 이러한 때에 추진중인 ‘미군기지 주변지역 지원 특별법’ 제정은 갈등소지가 많은 SOFA를 보완하는 차원에서도 매우 시의적절하다. 평택시의회가 국회에 제출, 원유철 국회의원 등이 추진중인 이 특별법이 하루 빨리 입법화되기를 기대한다.

지역경제 활성화의 길

지금 우리의 최대 현안은 경제위기 탈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다. 정부의 올 경제운용방향도 향후 급격한 경기침체에 대비하여 소비와 투자심리의 회복을 정책운용의 주축으로 삼고, 예산의 60∼70%를 상반기에 조기집행하는 등 재정지출을 통한 지역경제활성화 등 경기조절 기능을 강화하는 데 두고 있다. 올해 우리 경제가 여러 측면에서 어려울 것이라는 점에는 정부나 민간 연구소들이 별 이견이 없다. 우선 경제성장률은 한국개발연구원이 5.1%, 삼성경제연구소가 5.7%를 보고 있으며, 정부도 5∼6%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물가는 3%대, 경상수지 흑자는 50억∼90억달러로 보고 있다. 지난해 경제성적표(성장률 9.2%, 소비자물가 상승률 2.3%, 경상수지흑자 1백억달러)와 비교하면 뚝 떨어지는 것이다. 경기급랭현상을 반영하는 민간소비증가율은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3∼5%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도민들의 체감 경기도 마찬가지다. 얼마전 경기도가 도민 3만6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작년 가계생활이 전년보다 나빠졌고 올해도 가계소비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인천지역은 대우자동차의 부도와 신용금고의 잇단 도산으로 지역경제가 몹씨 휘청거리고 있다. 3년전 환란위기 때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느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 얼마간 더 지속된다면 우리 사회가 정말로 붕괴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렇게 된데 대한 1차적 책임은 정부의 무비전과 무소신·무대책에 있다. 총선을 의식해 IMF 조기졸업을 선언하고 구조조정과 개혁의 고삐를 늦춘 정책 실패 탓이다. 4대 부문 개혁이 일관성이나 객관적인 기준과 원칙도 없이 추진됐고 시한에 쫓겨 허둥대며 말바꾸기를 거듭했다. 그 결과가 금융시장 혼란과 불신, 그리고 제2의 경제위기설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상태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한국경제가 다시 일어서고 지역경제가 활성화 될 수 있는 획기적인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물론 지자체의 독자적 활성화 전략도 필요하지만 정부는 우선 원칙에 충실하고 일관성 있게 기업·금융개혁을 추진, 신뢰를 회복함으로써 국민의 불신·불안감을 해소시키고 자신감을 갖도록 주력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위기를 헤쳐나갈 국민의 단합된 힘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불신감이 팽배한 현 상황에선 아무리 훌륭한 정책도 무용지물이 될 뿐이다. 국민도 냉소와 불신은 결국 스스로의 고통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인식, 다시 한번 ‘금모으기’ 심정으로 돌아가 위기극복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의왕도시계획위원회 의결

“표결 결과 8대5로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구랍 28일 오전11시 의왕시청소회의실. 13명의 도시계획위원들이 관내 초등학교신설부지선정을 위한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군포교육청이 제출한 가칭 포일초등학교 신설부지안에 대해 표결을 실시했다. 이날 위원회에는 도시계획위원장인 시장을 비롯, 부시장과 국장 등 시 공무원과 시의원, 대학교 건축·도시계획·도시환경과 교수 등으로 구성된 그야말로 도시계획에 관한한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모였다. 아파트건설로 인한 인구증가에 따라 가칭 포일초교를 포일동 177의6일원에 1만1천㎡규모로 짓겠다는 군포교육청의 초둥학교신설안에 대한 심의를 벌이기 위해서였다. 회의 내내 대부분의 위원들은 교육청이 제출한 부지에 대해 적정치 않다는 의견들이었다. “내손동에 있는 학생들을 위해서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인덕원에서 성남으로 가는 대로변에 학교가 들어설 경우 등·하교길에 학생들이 교통사고의 위험이 있다. 서울구치소가 인접해 환경으로도 맞지 않다”는등 교육청이 제출한 곳은 학교부지로는 맞지 않는다며 인근의 다른 부지를 검토해줄 것을 요구했다. 교육청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난뒤에도 의견집약이 안되자 위원장은 표결을 선언했다. 그러나 회의때 분위기와는 달리 결과는 8대5로 교육청안을 받아들이자는 것으로 결정됐다. 대부분의 위원들이 서울과 안양, 수원 등 외지에 거주하고 있어 지역실정도 제대로 모르면서 학교건립예정부지에 나가보지도 않고 그것도 30분만에 표결로 뚝딱 해치우는 모습은 말 그대로 탁상공론의 견본이었다. 더욱이 교육청은 학부모들에게 “이 문제를 빨리 결정하지 않으면 학교설립이 늦어져 2부제수업을 계속할 수 밖에 없다”고 재촉해 학부모들이 다급한 마음에 울며겨자먹기식으로 교육청안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소문이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교육은 백년대계인만큼 심사숙고해서 결정해 달라”는 위원장의 말은 허공의 메아리에 불과했다. /임진흥기자<제2사회부/의왕> jhlim@kgib.co.kr

相生의 정치 기대할 수 있나

신년 초부터 정국이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민주당의 배기선(裵基善), 송석찬(宋錫贊), 송영진(宋榮珍)의원이 탈당, 자민련에 입당함으로써 자민련은 국회에서 교섭단체 구성이 가능케 되었으며, 동시에 소위 DJP 공조가 복원된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번 사건은 그동안 여당이 자민련의 원내 교섭단체 구성을 위하여 국회법 개정을 수차례 시도하였으나, 현실적으로 어렵게된 상황에서 등장된 해법인 것 같다. 물론 배의원 등 당사자들은 현재와 같이 야당이 반대하는한 자민련의 교섭단체 구성은 불가능하고, 따라서 안정된 정국 운영이 어려워 여당이 각종 개혁입법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구국의 심정으로 민주당을 탈당, 자민련에 입당하였다고 하지만 과연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더구나 최근 새로 임명된 여당 대표가 DJP 공조가 복원되었다고 언급한 직후에 나온 사건이기 때문에 여권 지도부와 전혀 무관하게 이루어진 행태로 보기는 어렵다. 한편 야당은 이를 정계개편을 위한 정치적 쿠데타로 규정, 더이상 여당과의 대화는 무의미하다고 비난하면서 강력한 대여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불과 얼마전까지 상생의 정치를 강조하면서 더이상 인위적 정치개편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여당이, 이런 국민을 속이는 정치를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으므로 장외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새해 들어 여야관계가 상생의 관계로 회복되기를 기대했던 국민들에게 이번 사건은 큰 실망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 의원들의 탈당만 없었다면 오는 4일 청와대에서 김대중대통령과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간의 신년 여야 영수회담이 열려 화합된 모습을 보임으로써 국민들은 새해에 대한 희망을 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에서 영수회담이 열리기는 어려울 것 같으며, 정국은 더욱 꼬일 전망이다. 자민련이 비록 국회에서 때로는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정치적 실체이기는 하지만 여당이 이렇게 상식에 벗어난 정치행태를 통하여 DJP 공조를 해야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지난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인위적인 정치개편보다는 정책대결을 통한 타협과 대화의 정국운영을 요망하였다. 상생의 정치는 말로 또는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타협과 대화속에서 국민을 위한 진정한 정치를 펼때 가능한 것임을 특히 여당은 알아야 된다.

DJP의 오만과 失德

“뭣 십년에 ‘목딱’이란 귀신 처음 본다”고 했다. 민주당의 용병의원 빌려주기는 53년의 의정사상 처음 보는 폐악이다. 일찍이 자유당 독재정권이나 군사정권에서조차 볼수 없었던 희한한 권모술수다.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고 또 예측이 가능했던 일도 아닌 상식의 허를 찔린 국민은 김대중대통령과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 즉 이른바 DJP의 노회함에 경악과 공분을 금치 못한다. 김대통령과 김명예총재를 가리켜 흔히 ‘정치9단’이라고들 말한다. 두 ‘정치9단’의 기발한 착상인 용병의원 빌려주기는 과수다. ‘정치9단’은 커녕 9급도 안되는 자충수로 끝내 민심을 더 멀리 이탈시켰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자민련의 원내교섭단체구성을 위한 이같은 편법은 국회를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요량인 것 같다. 그러나 역대 그 어느 집권당치고 국회운영을 일방적 힘에 의거하여 민심을 얻은 적은 없다. 우리는 DJP공조 여부는 두당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보아 한동안 소원한 것을 다시 복원한다고 하여 굳이 탓할 생각은 없다. 두 당이 합당을 하든지, 아니면 국회운영에 자민련이 원내 무소속으로 남아 민주당과 동조하든지 하는 것은 그들의 책임에 속하는 일이다. 하지만 용병의원 빌려주기같은 인위적 정계개편 강행은 일종의 헌정질서 파괴다. 우리는 용병의들이 둘러대는 국정안정을 강변으로 여기는 것처럼 두 당의 지도부가 세 의원의 탈당 및 입당은 자의적 결단이라고 우기는 사실을 경멸할 수 밖에 없는 불행을 체험한다. 설사, 아래사람들이 그같은 정치적 농간을 추진하였다 하여도 결국은 이를 승인한 김대통령과 김명예총재의 책임으로 돌아가는 것은 나라의 불행이다. 더욱이 야당은 새해를 맞아 적어도 경제에 관한한 초당적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공언한바가 있다. 여야의 상생정치, 생산적 정치기운이 모처럼 싹트는 마당에 이에 찬물을 끼얹는 DJP의 폐악은 아직도 버리지 못한 양김의 오만이다. 양김이 오만을 버리지 못하면서 YS의 오만을 배척하고자 하는 것은 이만저만한 자가당착이 아니다. 우리는 3김중 정치현역에 머문 양김 가운데 특히 김대중대통령이 폐덕의 주역인 사실을 몹시 안타깝게 여긴다. 정치를 현실이라고만 생각한다면 미래가 없는 것도 또한 알아야 한다. 이래가지고 민심을 수반해야 할 개혁을 어떻게 제대로 마무리 짓겠다는 것인지 지극의 의문이다. 민심을 얻는 것은 꾀가 아니고 덕이다. 덕은 저버린채 꾀로만 일관하는 실덕은 유한하다. 김대중대통령은 불행히도 국민의 구심력을 저버리는 그 길을 가고 있다.

걱정없는 세상을

“한국인들은 대부분이 정치·경제·북한문제 전문가들이다.” 어느 미국인의 말이다.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80년대 일본 신문의 서울특파원 가운데 “한국인들의 정치에 대한 높은 관심은 놀랍다”고 말한 기자가 있었다. 우리가 생각해도 정치얘기를 꽤나 많이 한다. 해방직후의 좌·우익 충돌, 자유당 독재, 유신정권, 신군부정권, 3김정치등이 그렇게 만들었다. 태평성대가 없었으므로. 경제문제 역시 이 몇년 사이에 국민의 적극적 관심사가 됐다. 민초들은 평소 별로 듣지 못했던 IMF(국제통화기금)란 말이 초등학생의 귀에까지 못이 박히도록 널리 쓰이기 시작하더니 근래엔 ‘감자’란 말이 대중화됐다. 웬만한 지식인들조차 용어공부를 안하면 신문기사를 제대로 읽지 못할만큼 경제전문 용어가 생활화 되다시피 한다. 국민들 저마다가 떼밀려 전문가가 돼가고 있다. 경제불안의 심화가 여전하므로. 남북관계 관심은 6·15 이후 갑자기 더 심해졌다. 북한이 어떠니, 통일이 어떠니하는 자신의 생각을 나름대로 갖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가 돼간다. 대북관계에 국민의 출혈이 지나치므로. 이는 국민들이 그만큼 더 많은 걱정을 한다는 얘기가 된다. 정치걱정을 하고, 경제걱정을 하고, 대북관계걱정을 하다보니 전문가 아닌 전문가 소릴 외국인들에게까지 듣고 있다. 긍정적 측면보단 부정적 측면이 더 많은 사회위기 현상이다. 국민들은 저마다 본업이 있고 전문분야가 따로 있다. 정치걱정, 경제걱정, 대북걱정 같은 것은 안해도 되는 세상이 돼야 한다. 올해는 제발 민초들이 자기일만 걱정하며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국가사회가 돼야 할텐데, 그렇게 되기가 어려울 것 같아 또한 걱정이다. /白山

畿甸문화의 융성 다시 일구자

문화와 지식이 국력을 좌우하는 시대, 21세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001년 새해는 ‘지역문화의 해’이다. 그동안 이른바 ‘중앙’으로 일컬어지는 서울로만 집중돼온 문화향수의 기회를 지방으로 확대하려는 정부의 계획은 일단 고무적이다. 정부가 지난 10여년간 ‘미술의 해’ ‘문학의 해’ ‘연극의 해’ 등 여러 분야를 지정, 진흥사업을 편 결과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지만 새해를 ‘지역문화의 해’로까지 지정한 이유는 지역간 문화적 불균형을 해소하고 그 기회의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서일 것이다. 지역문화는 지역주민들의 삶을 여유있고 윤택하게 영위케하는 정신세계의 윤활유다. 지역주민의 구체적인 생활기반인 지역의 자연적·역사적·사회적 특성을 바탕으로 주민들 스스로가 생활환경과 생활양식을 개선해 나가면서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정신적으로 위안을 얻기 위한 활동의 소산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 경인지역은 ‘기전(畿甸)문화’를 형성한 독특한 지역이기 때문에 ‘지역문화의 해’에 거는 기대가 더욱 크다. 일찍이 기전지역은 서울을 포함한 경기도, 인천, 북한지역의 개성 일원을 가리키는 한반도의 중심부였다. 삼국시대에 백제 500년, 고려 500년, 조선이후 오늘날까지 600여년간 한국의 수도를 둘러싼 지역인 것이다. 따라서 한반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발상 지역이었다. 경기·인천지역 문화창달에 앞장서온 경기일보가 2001년도 주제를 ‘신(新) 기전시대 열린다’로 정한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 이다. 때마침 경기도가 21세기 동북아 중심의 세계경쟁시대에서 경기지역이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문화사업에 중점을 둔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문화산업 육성책의 첫 시발점으로 ‘디지털 아트 하이브’, 즉 문화예술자원을 디지털화해 집약시켜 놓은 공동지원센터를 추진하기 위해 부천시를 대상지로 선정한 것을 비롯, 다양한 문화예술 창작과 활성화, 그리고 사이버 문화관광, 사이버도서관 구축 등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사업가운데 수원의 화성 성역화, 남한산성 복원, 양주 회암사지 복원계획 등은 단순한 문화유산 보존관리의 차원을 넘어 도민들의 자긍심 제고와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이다. 특히 이천·여주·광주를 도자벨트로 연결해 올해 8월10일부터 10월28일까지 80일간 ‘흙으로 빚는 미래’를 주제로 개최하는 세계도자기엑스포 등은 지역문화의 해를 맞은 경기도의 역점사업이다. 이제 경기도는 서울을 둘러싼 위성도시, 또는 수도권이라는 지칭이 적어도 문화예술계에서는 벗어나야 한다. 기전문화가 부활해야 하는 것이다. 서울을 위하여 경기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서울이 경기도 안에 있는 것으로 인식돼야 한다. 기전문화는 서울에 속하지 않는 독자적인 문화, 개성있는 문화전통의 정체성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 융성했던 기전문화가 부활되어 수도권이 아닌 경기도의 정체성을 확보, 한반도 중심의 문화체계로 자리잡아야 하는 것이다. 지역문화 육성은 지역문화 예술인들이 당연히 중심에 서야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도 크다. 미미하기 짝이 없는 문화관련 예산을 앞으로 특별예산을 짜서라도 대폭 늘려 ‘지역문화의 해’를 맞아 개최되는 행사를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역문화의 해를 맞아 종래의 문화예술을 단순히 보고 듣고 즐기는 대상에서 문화를 소재로한 상품과 더 나아가 문화산업으로까지 육성하는 정책을 세워야 한다. 획일화된 문화제 행사와 일회적인 행사로 그치고 마는 형식적인 예술제 등은 지양해야 된다. 지역문화의 해에 기획된 행사가 2002년은 물론 그 이후에도 계속 열려야 하는 것이다. 지역문화의 해를 맞아 아무쪼록 국토의 중심부에 위치한 경기도와 인천이 가장 향토적인 문화사업을 펼쳐 나가기를 바라 마지 않는다. 가장 향토적인 문화가 가장 세계적인 문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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