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카니발

세계축제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축제로 카니발을 꼽을 수 있다. 카니발을 사육제(謝肉祭)라고 번역하는데, 라틴어의 카르네 발레(carne vale:고기여, 그만) 또는 카르넴 레바레(carnem levare:고기를 먹지 않다)가 어원이다. 카니발은 기독교 문화에서 유래했다. 기독교 사회였던 유럽사회는 부활절 40일 전부터 사순절이라 부르며 예수의 죽음에 대한 참회의 뜻으로 경건한 생활을 하며 금식과 기름진 음식은 물론 고가 유제품, 설탕 등을 피하고 절제와 참회를 하도록 권장했다. 사순절이 시작하기 직전 마음껏 고기를 먹고 마시며 놀았다.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 문화권에선 카니발이 방탕하게 흐른다고 보고 카니발을 없애는 쪽으로 흘렀지만, 가톨릭 문화권은 여전히 사순절 전야에 벌어지는 카니발로 수놓아진다. 베네치아 카니발의 기원은 1296년에 베네치아 공화국 의회에 의해 사순절 직전의 마지막 날을 축일로 지정함으로써 카니발은 공식적인 축제가 됐다. 카니발 기간에는 가면을 사용하기 때문에 사람의 신분과 성별, 사회 계급이 존재하지 않는 익명의 세계를 만들고, 어느 장소든 참여할 수 있고, 마음대로 가면복장을 하고 거리를 돌아다닐 수 있었다. 이때 가면과 복장은 자기의 신분과 다른 신분으로 분장하고 카니발을 즐겼다. 이처럼 카니발 기간에는 모든 것이 허용돼 귀족들과 부인들도 이러한 변장을 즐겼으며, 1782년에는 러시아 황태자 부부가 신혼여행 중 베네치아에 들렀는데 황태자비가 젠다(하류계층의 베네치아 여자들의 카니발 복장)복장을 하고 산 마르코 광장에서 마음껏 카니발을 즐겼다는 일화도 있다. 가면복장의 베네치아 카니발은 오늘날에도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리오 카니발은 유럽의 카니발과 출발점이 다르다. 브라질이 가톨릭 문화권으로 카니발이 열리기는 했지만 현재와 같은 대규모로 열리지는 않았다. 포르투갈이 인디오 원주민들을 몰아내고 비옥한 대지를 차지한 후, 사탕수수 경작을 위해 아프리카 흑인들을 강제로 끌고 와 노예노동자로 삼았다. 아프리카 노예들은 특유의 격렬한 몸짓과 리듬을 통해 떠나 온 고향을 그리워하며 자유를 염원하는 축제가 카니발과 연결돼 오늘날 카니발(브라질에는 수십개의 카니발이 존재한다)이 된 것이다. 이들은 카니발의 행사에 삼바리듬으로 춤을 추며 거리에서 퍼레이드를 진행했다. 그러나 1930년대 초반까지는 일반적인 거리축제에 지나지 않았으나 이후 삼바학교들이 설립되고, 학교별 퍼레이드가 경연대회로 진행되며 지금과 같은 규모의 축제로 발전했다. 삼바학교들이 1년 동안 준비한 작품을 가지고 리오의 삼바 드로모의 퍼레이드에 참여하는데, 우승하면 주어지는 상금이 어마어마하지만 오히려 상금은 부차적이다. 우승팀에게 주어지는 명예야말로 최고의 상품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브라질 삼바학교들이 리오카니발의 삼바 퍼레이드에서의 우승을 위해 1년 동안 땀을 흘리며 훈련한다. 이런 과정들이 리오카니발을 세계 최고의 관광축제로 만들어 가며 전 세계적으로 600만 명 이상을 리오데자네이루로 끌어들인다. 과거에서 시작되었던 종교적인 문화가 오늘날 세계적인 관광축제가 된 것이다. 전 세계의 2019년 카니발은 3월 5일(화요일) 피크를 이뤘다. 곽경전 부평풍물축제 기획단장

[함께하는 인천] 공감과 균형의 인권 감수성

피해자가 처해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한 성인지 감수성적 관점을 유지해야 한다 얼마 전 안희정 전 충청남도지사의 항소심 판결문 내용의 일부다. 최근 미투 운동이나 성희롱 및 성폭력 관련 사건으로 대중매체를 통해 자주 언급되는 성인지 감수성은 인권적인 개념에서 볼 때, 감수성의 세 가지 하위 지각인식 즉, 상황지각, 결과지각, 책임지각에 대한 개념적 지식이 필요하다. 상황지각은 상황에 대한 해석 능력으로서 인권의 문제로 인식하고 받아들이는가에 대한 능력이다. 결과지각은 자신과 타인에게 미칠 행동의 가능한 결과를 상상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며 여기에는 타인의 정서인식 능력(공감)도 포함된다. 그리고 책임지각은 인권 관련 행동에 대한 책임을 자신과 관련하여 지각하고 이를 실제 행동으로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에 대한 의지를 뜻한다. 이 중 이번 판결에 영향을 가장 크게 미친 것은 결과지각이다. 어떤 행동 때문에 상대방 즉 피해자가 어떻게 받아들였고 이 때문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중시한 것이다.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적인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로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불이익한 처우 또는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에 노출되는 이른바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피해자 관점의 판결이다. 최근 20대 남성의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낮게 나타났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청년 실업률과 일자리, 게임에만 빠져 있고 힘든 일은 안 한다는 어른들의 차갑고도 냉소적인 시선,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무죄 판결, 게다가 사회적으로 페미니즘 정책과 판결 등으로 20대 젊은 남성들이 사회에 분노하고 있다. 인권에서 권은 정의의 여신 디케가 들고 있는 저울추 권이 어원이다. 저울의 핵심은 저울추를 중심으로 양쪽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필자는 최근 노인복지시설 종사자를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하면서 주로 강조하는 내용이 요양시설이 행복하려면 입소한 어르신들의 삶도 최우선시 돼야 하지만 저울추 원리처럼 다른 한편에 있는 종사자의 인권과 복지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권력을 가진 갑으로부터 을을 보호하면서 있는 자들의 횡포를 막자는 취지도 좋다. 하지만 사실도 아닌 내용을 아니면 말고식으로 공익을 빙자한 제보나 신고를 해 도리어 선의에 피해자가 생겨남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다. 인권감수성은 지식이나 기술이 앞서서는 안 된다. 우리가 호흡하는 현실, 의식과 맥을 같이해야 하며 모두가 인지하고 공감할 수 있을 때 의미가 있다. 노인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기초연금 인상과 노인 일자리를 확대하는 정책도 좋지만, 이 때문에 증가하는 세금을 부담하는 젊은 층 과 기성세대를 이해시키고 공감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이것이 바로 인권의 기본이념인 저울추의 균형과 중심이다. 책임 있는 자리에 있으면 이른 시일 안에 구체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함이 생긴다. 하지만 조급함 때문에 도리어 부작용과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정희남 인천시 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

[함께하는 인천] 뱀의 껍질을 벗기다

선배들이 천국이라고 말하는 의예과(예과) 2년을 수료하고 나면 이른바 지옥이라는 의학과(본과)에 진입해 의학의 모든 지식을 배운다. 기초과목을 시작할 때 학생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것은 단연 해부학 실습이다. 이외에도 6년 동안 다양한 실습을 많이 해야 했다. 개구리부터 토끼나 자라를 이용한 생리학실습, DNA를 추출하는 생화학실습이 기억나지만, 가장 잊지 못할 실습은 살아있는 뱀을 직접 잡아 껍질을 벗겨 애벌레를 확인했던 기생충학실습이다. 본과 2학년 1학기 때, 서울의 봄을 겪을 때였다. 그날 종합실습실에는 조마다 큰 유리 수조가 두 개씩 있었고, 하나에는 맑은 물이 담겼지만, 다른 하나에는 꼭 장어같이 생긴 뱀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2인 1조로 뱀의 머리를 자르고는 껍질을 벗기는 일이 우리들의 몫이었다. 태어나서 살아 꿈틀거리는 뱀은 본 적도 없는데 손을 대야 한다니 겁에 질려 한없이 머뭇거리기만 하자 C교수님이 다가와서 손수 시범을 보여주셨다. 머리를 자르고는 목 부분에 수평으로 절개해 껍질과 몸통 사이에 틈을 냈다. 나에게 뱀 몸통을 쥐고 있으라고 하시고는 껍질을 잡아 벗기기 시작했다. 내가 잡고 있던 부분이 하도 미끈거려서 그만 놓치고 말았다. 뱀의 꼬리가 튀겨서 교수님의 얼굴에 닿았다. 죄송한 마음에 이번에는 온 힘을 다해 놓치지 않게 꼭 잡았다. 벗겨진 껍질 밑으로 드러난 뱀의 흰 살을 물이 들은 수조에 넣고 헹궜다. 그러자 껍질과 몸 사이에 살던 많은 유충이 허옇게 떠다니는 광경이 드러났다. 만손열두조충(Diphyllobothrium mansonoides)의 2차 유충인 스파르가눔(sparganum고충)들이었다. 촌충이나 십이지장충 편충 등을 외우기도 바쁜데 개구리나 뱀을 날로 먹어야 감염되는 스파르가눔을 왜 직접 학생들에게 보여 줬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30년 뒤였다. C교수님이 정년퇴임 후 가천대학교에 초빙교수로 근무하시는 동안 뵐 기회가 있었다. 학생시절에 뱀 잡던 날 이야기를 꺼냈더니 그 실습을 기획한 배경을 설명해 주셨다. 후일 대통령까지 지낸 공수여단장 밑에 특전사 상사가 있었어. 부인이 날마다 남대문시장에서 뱀을 사오면 그 상사는 부대원들이 훈련받는 산에 뱀을 풀어놓았지. 시범으로 한마리 날로 잡아서 껍질을 벗겨 먹고 부대원들도 따라하게 했지. 후일 언론에서 뱀에 기생충이 있다는 것을 듣고, 수도 없이 뱀을 날로 먹은 일이 불안해져서 검사를 신청했지. 전공인 내게 의뢰가 왔고, 엘라이자(ELISA효소결합면역흡착검사)로 검사해보니 스파르가눔 양성으로 나와서 그는 나중에 보상받게 됐어. 학생들에게 뱀의 껍질과 몸통 사이에 사는 라바(larva애벌레)를 보여주려고 그 실습을 만들었어. 소화기를 통해 섭취된 스파르가눔이 피부에 가면 염증과 통증을 일으키고, 뇌로 가면 어지럼증, 간질 발작, 마비, 혼수상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유효한 약이 없어서 수술로 제거해야만 한다. 그 실습에서 뱀 껍질 밑에서 사는 스파르가눔을 확인한 우리 동기생들은 평생 뱀탕을 입에 대지 않았을 것이다. 얼마 전 의협신문에서 C교수님의 부고를 보았다. 요사이도 쓰이는 다항원혈청진단법이 바로 그 교수님의 업적이라는 것을 기억한다. 다시 한 번 존경의 마음을 표한다. 황건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함께하는 인천] 신은 자연을 만들고, 인간은 도시를 만들었다

영국 시인 윌리엄 쿠퍼의 말이다. 해석의 여력이 없어도 감히 그 의미를 가늠할 수 있는 명언이다. 전국이 도시재생의 열풍으로 한창인 가운데 그 의미는 더욱더 무겁게 다가온다. 중앙정부와 공기업 그리고 지방자치단체들이 온 힘을 다해 도시재생 집중하면서 성과에 목말라하는 주민들 앞에서 도시계획가들은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며 때로는 무력감도 함께 한다. 우리가 사는 도시는 우리가 만들고 우리의 가치를 부여하여 왔다. 그런데 그 생명이 다한 모습으로 다가와 임종을 앞둔 상태에서 새 생명으로 태어나기 위해 온갖 힘을 다하는 모습이다. 천지 만상에 있는 모든 특효약을 수만리 이국땅에서 찾아와 임상실험도 거치지 않고 복용하기도 하고 임기응변으로 처치하기도 하였다.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수입하여 복용하여 기적처럼 회복하기를 기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도처에서 한숨소리가 들린다. 한탄과 함께 거센 비판의 목소리도 웅성거린다. 5년간 50조를 퍼부어 4대 강에 버금가는 실패한 도시사업으로 섣부르게 예단하면서 평가 절하하기도 한다. 이러한 모습은 필연적인 도시의 본질을 잘 반영하는 당연한 현상이다. 도시는 신이 준 자연을 활용하여 오랜 시간에 걸쳐 인간이 만들었다. 인간은 끊임없이 각기 다양한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노력하고 성취하여 생존을 유지해 왔다. 생존을 위해 유지한 삶의 터전으로 온갖 천차만별의 사람을 담아온 그릇이 도시이고 그 그릇을 통해서 욕망을 충족하는 것을 반복해 왔다. 그러한 그릇이 각기 수명을 다한 상황으로 다양한 처방을 기다리는 것이 현대도시의 천양지차의 모습이다. 각기 다른 인종과 기후, 자연 상태, 역사와 문화 등을 통해 다양한 도시들이 탄생하여 성장 발전하면서 생명을 누려왔다. 우리나라의 도시는 안타깝게도 선진국에 비해 열악한 환경에서 태어나 고도성장의 힘겨운 무게를 감당하면서 오늘날에 이르렀다. 산업혁명을 통해 정상적으로 도시를 발전시킨 선진국과는 반대로 어설픈 도시들이 먼저 태어나 버거운 산업화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산업혁명에 필요한 자원이 부족했기에 어설픈 도시에 공장을 건설하였고 부족한 자원을 교육이라는 인적자원으로 극복하여 고도성장한 저력을 보여주었다. 우리의 도시는 근본적으로 허약한 체질로 탄생하여 간신히 생명을 유지하면서 그 역할을 수행한 고유의 특질을 가지고 있다. 선진 유럽의 정상 체질의 도시와는 달리 도시인프라와 산업구조 같은 기본 체질이 허약해서 새 생명을 불어넣어 재생하는 것은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건물의 구조와 재질, 도로구조와 필수 도시기반시설, 산업구조 등이 허약해서 회복력이 취약하다. 따라서 선진국들이 성공한 도시재생의 성공 효과가 우리나라에서는 기대에 못 미친다. 체질이 다른데 처방이 같으면 효과는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는 이치이다. 우리는 선진국들이 가지지 못한 열정적인 문화가 있다. 고도성장을 이룩한 최고의 인적자원이 바로 그것이다. 도시는 늘 주민이 함께하여 오랜 역사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독특한 생명력을 갖고 있다. 도시는 주민이 참여하여 다 같이 멀리 보며 함께하면 영원히 우리 것이 된다. 신이 준 자연은 우리와 함께하는 도시를 우리 스스로 만들 기회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서종국 인천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함께하는 인천] 문화의 획일화와 수용·재해석

문화는 무엇인가에 대한 개념의 이야기는 다양하다. 단순하게 공연예술만을 문화라고 보는 협의의 개념과 인간 삶의 총화라는 광의의 개념으로도 이야기될 수 있다.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보는 문화라는 용어는 매우 다양하게 인식되고 있다. 예를 든다면 음식문화, 건축문화, 게임문화 등 매우 다양하다. 이처럼 문화에 대한 개념이 다양한 것은 인간의 삶을 폭넓게 문화라고 보는 광의의 개념으로 이야기될 수 있다. 그래서 우리 문화가 획일화될 수는 없다. 거의 모든 사람들은 태어나서 성장하는 과정에서 성향과 취향이 획일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교통의 불편함과 매스미디어의 부재인 상황에서 일정 지역에 사는 사람들만의 고유의 문화가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만을 본다면 각 지역의 다양한 문화가 존재한다. 즉 한국 문화도 획일화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비록 구들장문화처럼 일부 획일화된 건축문화가 존재하기는 했지만, 교통과 자연의 조건에 따라 사람의 이동이 제한된 상태에서 음식문화를 비롯한 공연예술도 지역마다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현대사회로의 진입에 따라 문화에 대한 급격한 변화가 발생했다. 세계는 교통의 빠르고 편리함에 따라 사람들의 이동이 빨라졌다. 또한, 매스미디어의 발전에 따라 지구의 반대편에서 일어난 일들도 실시간으로 우리에게 전달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고유문화가 유지되기보다는 새로운 외래문화가 급격하게 유입되는 사례가 많아진 것이다. 특히 새로운 세대가 우리 고유의 문화를 제대로 받아들이기도 전에 새로운 문화의 유입은 고유문화의 연속성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은연중에 서구사회 특히 미국의 문화를 비판 없이 수용하고 있다. 마치 미국의 문화가 절대선 인양 수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미국의 문화가 직접적으로 우리의 의식체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럼에도 수용과 재해석이라는 틀거리로 획일화를 거부하는 우리의 문화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문화의 현상을 보면 우리가 수용하고 재해석한 문화가 역으로 서구사회로의 역유입이 일어나고 있다. 서구문화의 개념을 빌렸으되 수용과 재해석이라는 형식으로 우리 문화가 서구사회로 진입되는 것이다. 이미 K-pop은 말할 것도 없다. 드라마는 아시아를 넘어 서구사회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물론 이런 현상을 제3세계 입장에서 본다면 또 다른 외래문화 침략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유입된 서구사회의 문화로 획일화되기보다는 우리 성향에 맞는 형태로의 수용과 재해석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부분들이 아시아 등 다른 문화권을 넘어 서구사회가 익숙한 형식을 통해 새로운 의식을 담아 낸 우리의 문화가 서구사회에 신선함을 던져주는 것이다. 외래문화의 유입으로 고유의 문화가 사라질 수 있다. 그렇지만, 유입되는 외래문화의 태풍 속에서 고유의 문화를 지켜내고자 노력할 수 있다면, 유입되는 외래문화로의 획일화보다는 수용과 재해석이라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우리 고유의 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곽경전 前 부평구문화재단 기획경영본부장

[함께하는 인천] 노인연령 상향에 따른 딜레마와 꼼수

UN에서 세계 인류의 체질과 평균수명을 근거로 연령분류 표준에 대한 새로운 규정을 만들어 사람의 평생 연령을 5단계로 나눠 발표했는데 연령별로 0세~17세를 미성년자, 18세~65세를 청년, 66세~79세를 중년, 80세~99세를 노년, 100세 이후는 장수노인이라고 정했다. 실례로 우리나라 경로당은 65세 노인은 이용할 수 없고, 75세가 넘어야 주전자 들고 물시중을 드는 막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65세가 된 나도 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경로당에 가는 것 자체를 꺼리기도 한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최근 정부는 만 65세인 노인연령 기준을 올리고자 태스크포스(TF)를 구성, 각종 정책사업별로 노인연령 기준을 정비하고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가 상생할 수 있는 어젠다를 발굴할 계획이다. 하지만 각종 복지 정책의 기준이 되는 노인연령을 만 70세로 올리자는 제안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있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노령층 표심을 의식해 선뜻 실행에 옮기지 못한 탓이다. 문재인 정부 역시 21대 총선이 코 앞이라 노인연령 기준을 올리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계와 학계를 중심으로 노인 연령 상향론이 다시 나오고 있다. 심각한 저출산고령화로 의료연금 등 노인 복지 재정 부담이 급증하는 게 첫째 요인이다. 65세 이상 70%에 지급하는 기초연금만 해도 올해 재정 부담액이 10조원을, 2022년에는 20조원을 돌파한다. 건강보험 진료비도 총인구의 14%인 노인이 전체 진료비의 40%를 쓰고 있다. 노인이 늘어날수록 노인의료비 부담이 커져 국민의 건강보험료 인상 부담은 커진다. 둘째 이유는 근로 인구 부족 사태다. 한국의 경제활동 인구(만 15세부터 64세)는 2015년에서 2050년까지 1천만명 정도 감소해 일본만큼 심각하다. 정년을 연장해 노동시장의 근로연수를 늘이자는 것이다. 하지만 노인 연령 상향으로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양질의 노인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노인연령 기준을 올리면 복지 혜택을 받는 나이가 함께 미뤄져 퇴직과 함께 빈곤으로 떨어지는 소득 절벽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이때 기초연금 등 수급자에서 제외되는 65세부터 69세까지의 노인 소득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노인의 절대빈곤율은 10.2%, 상대빈곤율은 8.7%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필자는 기존 정부에서도 시도했지만 번번이 좌절됐던 노인연령 상향 정책을 굳이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시도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기존 65세부터 70세 미만 노인들의 반발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제2의 IMF라고 할 정도로 어려운 경기상황을 타개하고자 노인연령 상향으로 노인에게 지급하는 예산을 내수시장에 돌려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하려는 꼼수라는 의구심 때문이다. 세계 노인들 가운데 80번째를 차지하는 노인소득수준과 OECD 국가 중 노인들의 자살률 1위라는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이 경제적 문제와 빈곤임을 감안하면 노인연령 상향 정책은 노인자살률과 빈곤율을 상승시켜 궁극적으로 노인복지에 역행하는 정책이 될 전망이다. 정희남 인천시 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

[함께하는 인천] 박자의 역할

몇 년 전부터 새해의 문을 열 때면 지구 반대편에서 불과 몇 시간의 시차를 두고 중계되는 신년음악회를 비교적 음향이 좋은 영화관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즐기곤 했다. 해마다 연말연시에는 회식도 많고 수술도 많아, 피곤하고 어깨도 뻐근한데, 모처럼 심신을 휴식하는 시간이 됐다. 올해는 베를린 필하모니의 신년음악회를 평소처럼 세 자리 예약했는데, 어머니가 지난주에 부정맥으로 입원해, 음악회까지 동반할 형편이 안되어 아내와 둘이서만 가게 됐다. 베를린 시립교향악단(Staatskapelle Berlin)의 종신 지휘자인 아르헨티나 출신 다니엘 바렌보임(1942~)이 모차르트의 대관식을 관현악단을 지휘하며 직접 피아노로 연주했다. 이후 라벨(Ravel, 1875~1937)의 스페인 랩소디, 어릿광대의 아침 노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지휘했다. 스페인 랩소디에서 캐스터네츠가 플라밍고 무용수를 떠올리게 했다. 80세를 바라보는 노지휘자가 다부진 체격으로 두 시간 가까이 지휘하다 보니 힘이 퍽 들겠다는 생각이 들 즈음에 마지막 곡 볼레로가 연주되었다. 조용하게 울리는 스네어 드럼으로 리듬이 속삭이듯 곡이 시작됐다. 바로 노래조의 가락을 플루트가 연주하고, 클라리넷이 받아서 되풀이했다. 이 가락은 목관 악기로 넘어가고, 다른 악기들이 추가되어 점점 연주되는 악기들이 많아졌다. 속도가 빨라지고 음색이 커지도록 악기들이 추가되어도 처음부터 끝까지 스네어 드럼이 함께했다. 특이한 점은 지휘자가 곡의 시작부분에서만 지휘하더니 곧 지휘봉을 겨드랑이에 낀 채로 줄곧 서 있기만 했다. 드럼이 일정한 속도로 리듬을 맞춰 주고 있으니 그는 안심하고 연주되는 악기들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다양한 음색의 악기들이 크레센도를 이뤄 마지막 클라이맥스를 이룰 때서야 그는 다시 지휘봉을 손에 들어 마무리했다. 마지막 앙코르곡으로 비제의 카르멘의 서곡을 듣고 돌아오면서, 볼레로에서 지휘자 대신 리듬을 이끌어간 타악기, 스네어 드럼에 대해 생각해 봤다. 고등학교시절 교련사열 때 밴드부 지휘자 바로 뒤에 따라오는 고적대의 작은북들이 지휘자는 보지 못한 채 행진하는 우리가 왼발, 왼발을 맞추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기억이 났다. 리듬의 중요성을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오늘도 힘든 수술을 몇 개 마쳤더니 오른쪽 어깨가 거북하다. 수석전공의와 인턴, 스크럽 간호사가 도와주지만 최종 결정은 내가 해야 하고, 책임도 내가 져야 한다. 디자인과 절개부터 모든 중요한 수술의 과정은 다 내가 담당해야 한다. 쉰다고 하면 절개 부위를 봉합하는 것 정도만 전공의에게 훈련시키고 나는 뒤에 앉아 지켜보며 숨을 돌리는 정도일까. 그때도 귀 기울여 듣는 것은 마취기 위에 있는 심전도기기에서 삑, 삑하는 심전도 소리이다. 너무 빠르거나 너무 느리면 자동으로 마취의사에게 환자 괜찮습니까?하고 묻는 말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유명한 지휘자나 연주자는 자신의 맥박수로 계산하여 곡의 빠르기를 조절한다고 들었다. 외과의사인 내게 환자의 심전도 소리가 메트로놈 역할을 한다. 부디 내가 나이가 들어도 박자의 감각을 잃지 않게 되길 소망한다. 황건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함께하는 인천] 정의 vs 내로남불

정의란 무엇인가? 10여 년 전에 전 세계에 돌풍을 일으킨 하버드대학 마이클 샌델교수가 지은 베스트셀러이다. 매년 7천 명도 채 안 되는 학부생 가운데 무려 천 명의 학생들이 대강당에서 강의를 듣는 실제 강의내용을 바탕으로 쓴 것으로 인기가 매우 높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초청하여 강의하였고 각 분야에서 인문학 필수도서로서 추천되기도 하였다. 일부 독자들은 추천의 근거나 내용의 의미를 알지도 못하고 누구나 꼭 읽어야 하는 의무감을 부여받게 되어 마지못해 읽어야 했었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우리 시민이 살면서 부딪히는 어려운 질문들을 평이하게 설득력 있게 풀어나간다. 제러미 벤담의 공리주의에서 출발해서 칸트, 루소, 로크, 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현대의 자유주의 이론의 대가 존 롤스까지 두루 소개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매우 어려운 난해한 이론을 비교적 쉽게 전개하여 설득력을 높이고 있어 독자들을 매력적으로 끌어들인다. 이쯤에서 왜 이 책이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게 되었는지를 짚어보면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 당시 전 세계가 아프게 경험한 금융위기가 그 본질일 것이다. 신자유주의로 인해 경제위기를 경험하면서 자유주의에 대한 기존의 이론이 비판받게 되고 대안적 자유주의를 요구받게 되었던 시대적 상황이었다. 이러한 욕구에 부응하여 샌델은 오랫동안 축적한 공동체주의를 대안적으로 제시하면서 그 갈증을 해소하는 청량제 역할을 한 것이다. 개인의 선택은 보장하되 함께하는 사회도 소중하게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감히 정리할 수 있다. 우리는 개인이든 집단이든 끓임없이 선택을 한다. 경우에 따라 선택의 자유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아주 자유스럽게 각자의 선택을 한다. 모든 개인이 다른 선택의 기준을 가지며 선호도도 다양하기에 선택의 결과는 하나로 수렴되기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선택의 결과는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간혹 갈등의 양상으로 부각되기도 한다. 갈등이 심화하면 사회적으로 이슈화되어 정책의제로 설정되고 큰 비용과 노력을 통해 해결을 모색한다. 갈등의 해소과정은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데서 출발하는 것이 샌델의 정의론이다. 여러 사회 정치적 문제를 떠안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라는 가치를 내세웠다. 매우 매혹적인 슬로건으로 많은 기대와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요즈음 여러 분야 특히 경제문제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 나타나면서 모든 문제의 근원을 정부의 정책실패로 비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 각 분야에 누적된 적폐를 청산하는 것까지도 비난하면서 흔들고 있다. 그러면서 동원하는 용어가 내로남불이다. 지역사회에서도 중앙정부와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의 선택을 인정하지 않고 나만이 옳다는 민원을 제기하면서 사회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어 안타깝다. 목소리가 크면 이긴다는 소아적 주장이 난무하는 사회는 정의롭지 않다. 원도심과 신도시, 송도와 청라, 그리고 현시정부와 과거 시정부 정책 등이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볼썽사나운 모습이다. 정의로운 사회는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면서 소통하여 함께하는 것이다. 서종국 인천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함께하는 인천] 부평 조병창

부평의 지형은 해안과 가까이 접해 있으면서도 계양산에서 시작하여 철마산과 만월산을 지나 부천의 원미산까지 반원형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해안가와 분리시킨 지형이다. 이러한 지형은 해안으로 접근하는 외부 세력에 의해 어느 정도 보호될 수 있는 지정학적 조건에 속할 수 있다. 또한 경인철도가 부평을 지나면서 철도가 서울로 이어지는 것도 교통의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이러한 요소들이 반영되어 일제가 부평지역에 군사무기들을 생산하는 조병창을 건설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1909년 일제에 의해 전국적인 토지조사사업 이전에 부평에서 최초로 시험 조사를 했는데, 이로 인해 부평지역에 토지구획정리 등이 이루어졌다. 이런 조건들이 조병창을 건설하기 위한 도시계획을 수립하는데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처럼 일제가 제국주의 침략을 노골화하기 위한 전초기지로 삼았던 부평 조병창의 이야기는 독립운동의 역사에서 소외되었던 지역이기도 했다. 강제 징용당한 노동자들의 일부일지언정 태업을 통해 일제의 전쟁능력을 약화시키거나 무기를 빼내 독립운동이 사용하고자 했던 노동자들의 이야기도 있으나 제대로 된 발굴조차 이루어지지 못했다. 대한민국의 독립운동사에서 소외당했던 조병창을 배경으로 민초들의 이야기를 뮤지컬화해 인천시와 인천문화재단의 컨텐츠 공모에 선정되었던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 조병창은 이 땅에 살아가던 민초들의 이야기다. 정사(正史)가 아닌 야사(野史)에 나올 수 있을 법한 이야기다. 강제노역의 역사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치열함 속에서 삶을 추구하던 민초들의 이야기다. 태평양 전쟁이 격화되던 시기는 많은 자원을 요구하게 되었다. 일제는 한반도에서 가정의 놋그릇과 사찰의 종마저도 강제적으로 징발하게 되었다. 또한 노동력이 부족하자 청소년들까지 강제성을 띠고 조병창의 노동자로 끌어들였다. 독립운동은 양반출신들만의 활동이 아니라 훨씬 많은 민초들의 활동이 토대가 되었으나 정작 민초들의 활동을 중심으로 그려낸 것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극단 아토에서 만들어 낸 뮤지컬 조병창은 더욱 새롭다. 그동안 인천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개항장 위주로 이야기했다. 마치 개항장 시기의 스토리가 아니면 인천의 스토리는 존재하지 않는 듯 거의 모든 포커스가 개항장 위주로 맞춰져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극단 아토가 만들어 낸 뮤지컬 조병창의 스토리는 부평을 품어낸 인천의 역사를 수면 위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새롭다. 그러나 아쉬움은 상당하다. 일반적으로 뮤지컬은 많은 예산을 요구한다. 다양한 무대와 많은 배우, 창작해야 하는 노래들을 고려하면 많은 예산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인천의 역사를 담아 낸 소재의 작품을 공연예술 작품으로 내놓으려 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예산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다른 작품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서 예산의 지원이 적당하게 지원된다면 제대로 된 작품의 완성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뮤지컬 조병창과 같은 작품들에 대한 예산의 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인천을 대표하는 공연예술 작품 중 하나로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굳이 개항장뿐만 아니라 조병창처럼 인천의 다양한 스토리를 문화예술로 승화시켜 낸다면 인천의 문화예술을 좀 더 풍부해질 수 있을 것이다. 곽경전前 부평구문화재단 기획경영본부장

[함께하는 인천] 장 크리스토프의 멘토, 고트프리트

얼마 전 투고한 원고가 대폭수정 후 재심사 통고를 받았다. 그 원고는, 가슴부위의 피부에 혈관을 붙인 피판(flap)을 이용해 얼굴과 목의 결손을 재건하는 방법의 원조가 누구인지를 짚어보는 내용이었다. 지금까지 이 기법은 예일대학 교수인 스테판 아리안이 처음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실은 미국에서 활동한 한국 출신 성형외과 의사 백모 교수가 처음 유명 학술지에 투고했으나 게재 불가판정을 받고 타 학술지에 싣는 중에 아리안교수의 논문이 먼저 게재된 것이었다. 심사위원의 회신에는 내가 인용하지 못한 약 100년 전 논문의 저자 이름과 고대 인도의 수술법까지 거론됐다. 게재 불가 판정 대신 다시 쓰라고 권유합니다. 당신이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당신이 다시 강조하는 그 가치를 우리가 알도록 해 주세요. 회신을 보니 로맹 롤랑의 『장 크리스토프』가 떠올랐다. 불멸의 음악가 장 크리스토프는 네 살부터 작곡을 했다. 궁정 악장인 할아버지가 장의 음악적 천재성을 발견하고 인정하자 그는 우쭐하게 된다. 그런 장에게 영향을 준 또 한 사람이 외삼촌 고트프리트이다. 그는 곱사등이에다 장돌뱅이로 세상을 떠돌아다닌다. 여동생 집에 들르면 어린 장과 함께 강가에 나가 소리를 들으며 신비로운 노래를 부른다. 그 노래를 들은 장은 큰 감동에 빠졌다. 느슨하고 단순하며 미숙하면서도 중후한 노래였다. 단조로운 가락으로 결코 서두름이 없었고, 긴 침묵을 느끼게 했으며 평온과 고뇌를 동시에 느끼게도 했다. 사람들이 무시하는 그의 삼촌, 고트프리트. 그러나 장은 고트의 신비로운 노래를 들은 때부터 고트를 우러러봤다. 그리고 어느 날 자신이 작곡한 음악을 삼촌에게 들려줬다. 고트: 너는 왜 이 곡을 작곡했지? 세상에는 노래가 많은데 장: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고트: 훌륭한 사람? 장: 네 고트: 무엇 때문에? 장: 아름다운 노래를 만들려고요. 고트: 너는 단지 쓰기 위해서 쓴 거야. 훌륭한 음악가가 되려고, 남에게 칭찬받으려고 쓴 거야. 너는 오만했어. 만약 그가 나의 글을 읽는다면 나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왜 이런 글을 쓴 거요? 이미 발표된 글이 많은데 뭣 하러 또 쓰나요? 그 심사위원의 권유대로 수정하기 시작하자 내가 아는 사실들이 빙산의 일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선행연구를 살피지 못하고 최초라고 쓴 논문도 여러 편 나타났다. 그러다 보니 나의 원고는 검토논문(Review article) 형식으로 바뀌면서, 다이어그램과 표들이 추가됐다. 마치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일곱 가문의 계보처럼 그 수술 방법에 대한 족보를 정연하게 됐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 나의 원고는 게재승인을 받고 출간됐다. 그저 논문을 위한 논문, 수필을 위한 수필을 쓰는 그 우둔함을 깨우쳐 주는 멘토, 고트프리트. 그야말로 진정으로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글의 초점을 유도해주는 아름다운 스승일 것이다. 이 원고는 Hwang K. A Periodical Article Reviewer as Gottfried: The Uncle of Jean-Christophe. J Craniofac Surg. 2017 Jun;28(4):858-859.을 이차출판한 것임. 황건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함께하는 인천] 지속가능한 발전과 젊어서 고생

우리 사회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말이 1987년 세계 환경개발위원회에서 처음 사용한 이래 여러 분야에서 가장 많이 찾아볼 수 있는 개념이다. 위원회 보고서에서 미래의 세대가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가능성을 손상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개발이라고 지속 가능한 발전이란 말이 정의를 내렸다. 매우 이상적인 개념임에도 매력적이고 논리가 정연하므로 아무런 비판이나 반대 없이 수긍하면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특히 지구 환경이 자연자원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면서 인간의 영구적 생존을 위한 대안 개념으로 주목을 받았다. 생태계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현 세대와 후세대가 같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매우 이상적인 것을 목표로 한다. 애초의 현실적인 지속가능한 개념은 어획자원의 남획을 막고자 실제로 활용된 개념이었다. 바닷가에서 고기를 잡아 삶을 영위하는 어부들이 자손만대 영구히 고기를 잡을 방법은 현재의 어획할 수 있는 양을 현재 추가로 산출하는 양만큼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연간 산란량 만큼만 잡으면 지속적으로 고기자원이 고갈되지 않고 영구히 자원을 활용해 고기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많은 어촌 마을에서 주민들이 합의하여 연간 어획량을 일정수준으로 설정해서 그 이상의 남획을 방지하도록 활용하고 있다. 현재 고기잡이 수요의 유혹을 자제하면서 미래를 바라보는 지혜로운 절제의 철학이 그 본질이다. 지속가능의 본질은 인간의 무한한 현재 욕망을 적절하게 제어하면서 궁극적으로 삶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합리적인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경험적인 실체를 통해서 단기적인 최대 행복의 추구는 영구적인 삶의 행복으로 귀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고 계몽하는 것이다. 꿈을 위해 육체적인 즐거움을 포기하거나 절제하라고 요구하는 자기관리의 선택적 고생일 수 있다. 우리 옛말에 젊었을 때 고생은 후일에 잘 살기 위한 밑거름이 된다는 의미의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와 맞닿은 얘기이다. 그러나 이 옛말의 의미가 지속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지난해 초 대통령 선거 분위기가 일기 시작할 즈음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조선대학교 강연에서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하는 만큼 국외로 진출하고, 정 일없으면 자원봉사라도라고 하면서 노력의 중요성을 언급한 후 많은 네티즌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극단적으로 지금 행복하지 않은데 미래가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는가? 지금의 여건을 최대한 활용해서 최대한 행복해야 에너지가 충전되어 미래의 행복을 담보할 수 있는 거 아닌가라고 대응할 때는 옛말의 의미가 사서 고생한다.라고 축약 비아냥 된다. 현실성에 최고의 비중을 두고 이기주의에 방점을 두는 오늘날 청년들의 삶의 방식이 현인들의 삶의 철학마저 흔들리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 얘기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누구나 꿈을 꾸는 대기업에 취업한 후 야근 등의 직장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2년 이내에 그만두는 청년들이 비교적 많다. 그들이 직장을 그만두면서 2년 현실이 행복하지 못해서 새로운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항변하는 것은 지속가능성이 있는 것일까? 서종국 인천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함께하는 인천] 인천문화양조장의 시작을 기대하며

동인천역에서 도원역 방향으로 걷다 보면 상가지역이 침체한 중앙시장 거리가 나온다. 문을 닫은 상가거리를 지나면 배다리라고 불리는 지역이 나오는데 역시 배다리도 침체한 거리에 속한다. 배다리에 대한 설은 명확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다. 1983년 인천항(옛명칭, 제물포항)이 개항된 이후 배가 오가며 배다리 지역까지 활발하게 드나들었다는 설과 배들로 임시 다리를 형성하여 사람들이 오갔다는 설들로 나뉘게 된다. 이후 동인천역 부근을 메워 시가지를 형성하였기에 배다리 지역이 거리로 형성되었다. 배다리를 걷다 보면 문 열고 영업하는 상가보다 문을 닫은 상가들이 더 많아 보인다. 다행히 침체기를 견뎌내며 운영하는 헌책방들이 아직도 남아 있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뭉클해진다. 책값이 부족할 때 배다리에서 헌책을 사 읽고 지식을 쌓던 시절들의 기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배다리 헌책방 거리를 기억의 장소라고도 말하는 것이다. 배다리의 거리를 좀 더 걷다 보면 오래된 낡은 건물의 입구에 설치된 깡통로봇과 만나게 된다. 이 건물이 1920년대 건립되었던 인천양조장이다. 인천양조장은 막걸리를 제조하며 판매했는데, 1970년대 부평구 청천동으로 이전하면서 배다리의 인천양조장 건물은 공간으로 남게 되었다. 그러나 배다리의 역사와 문화라는 장소가 한순간에 휩쓸려 나갈 뻔했다. 소위 배다리 관통도로 개설이라는 명목으로 인천시가 배다리 지역의 중간으로 도로 계획을 추진한 것이다. 역사와 문화가 부재한 도시공학의 결과로 배다리 마을의 중간이 도로계획으로 철거돼 볼썽사납게 변한 것이다. 문화와 지역의 공동체에 관심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 배다리 관통도로를 반대하며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는데, 이들 중 일부가 배다리 지역의 비어 있는 공간들을 찾아 입주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지역의 현안에 참여하며 역사와 문화를 되살리기 위한 행동의 하나로 배다리를 살리기 위한 행동에 집중했다. 이들이 모이고 논의하고 다양한 준비들을 할 수 있던 장소가 인천양조장 건물이었는데, 이 건물은 대안미술운동을 추구하는 스페이스빔이 입주하며 임대한 것이다. 양조장은 재료를 가지고 시간과 과정을 거치며 술을 빚어내는 공간을 말한다. 그 과정과 재료들은 단 한 순간에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역사 속에서 경험이 축적된 결과로 술을 빚어낼 수 있고, 인천양조장은 그러한 결과를 토대로 술을 빚어낼 수 있었다. 문화는 단시간 내에 특정분야의 사람들만으로 좋은 문화를 탄생시킬 수 없다. 개방성을 토대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논의하고 협력할 때 생명력이 긴 새로운 문화가 탄생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술을 빚어내던 인천양조장의 공간을 다양한 단체와 사람들이 함께 사용하며 문화를 빚어낼 수 있도록, 인천문화양조장이라는 이름으로 개방하는 것은 공간적 개념을 넘어 역사와 문화의 미래가치라 볼 수 있다. 그래서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철학이 부재한 도시공학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모인 공간 인천문화양조장의 시작은 미래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기대를 하게 한다. 곽경전 前 부평구문화재단 기획경영본부장

[함께하는 인천] 권력관계이론에 의한 참담한 자본주의 현실

권력관계이론 중 갈등이론을 보면 사회는 원래 분리돼 있으며, 힘이 있는 집단이 그렇지 못한 집단을 지배하는 것에 성공했기 때문에 이뤄지는 안정상태라는 것이다. 또 이 두 집단 사이에는 끊임없는 갈등이 있고, 이 갈등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동력인 것으로 본다. 권력관계이론에서 본다면 앞다퉈 사회에서 권력을 가진 힘 있는 집단이 되려고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을 보면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며, 그래서 국가는 모든 국민을 차이와 차별 없이 대우해야 할 책임이 있고, 국민의 행복을 위해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근래 국가의 존재 이유에 대해 강하게 부정을 하게 된 일화가 있다. 필자는 부평에서 40년간 다닌 교회가 있다. 그 교회가 있는 지역은 재개발이 진행 중이며, 우리교회 또한 재개발에 따른 이전 준비를 하며 조합 측과 협상하고 있었다. 재개발에 따른 이전 및 신축비용이 터무니없이 낮아 협상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협약서를 통해 이전에 따른 임시처소 및 이전비용과 보상에 대한 합리적인 이행 내용이 있었기에 어렵지만 원만히 해결되리란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조합 측은 명도소송과 강제집행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고, 그 결과 조합측이 승소했다. 법원에 제출한 조합 측과 시공사의 승소 조건에는 명도소송 이후 원만히 교회 측과 이전을 협의하겠단 내용도 있다. 통상 1차 판결이 나고 2주 이후에 집행이 들어가게 되는데, 시행사는 1차 판결이 나자마자 4일 후 바로 용역 등을 통해 종교시설에 대한 전국 초유의 강제집행준비 태세에 들어갔다. 100여 명이 넘는 용역 직원들이 교회에 난입했고, 이를 저지하다 필자 또한 계단 아래로 3번이나 내동댕이쳐졌다. 교인들은 강제로 교회 밖으로 쫓겨나갔고, 전날 나오기로 한 강제집행정지 처분소송이 빨리 인용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곧 나온다는 결과는 기각으로 결정돼 통보받게 됐다. 평소 TV에서만 보던 강제집행과 무력에 의한 진압을 당하고 나니 대한민국이 진정 법치국가인지를 의심하게 됐다. 사법의 정의는 살아있을 것이라는 생각 자체가 어리석었다. 법에 대한 상식이 부족하고 상호 협의로 진행될 것이란 믿음이 법원과 시공하는 건설사 측에 있었지만, 거대기업 앞에선 사법정의가 없음을 실감했다. 불법과 무력으로 침입해서 교회를 오랫동안 지켜왔던 할머니들을 밀쳐내고 패대기쳐도 돈으로 치료비만 물어주면 된다고 생각하는 거대 자본주의에 소름이 끼쳤다. 사법정의가 대기업이면 봐주고, 법을 잘 모르는 우리 같은 서민들은 엄격하게 법적용을 해야 한다는 의미인 것 같아 대한민국에 산다는 것이 슬픔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대한민국 헌법은 개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주권은 거대자본에 있으며 권력은 기업과 같은 거대자본으로 나온다고 말이다. 콘크리트 계단 바닥에 내던져져 느끼는 육체적 고통도 있지만, 거대자본에 사법정의가 흔들리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더 가슴 아프다. 정희남 인천시 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

[함께하는 인천]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내게 1년에 한두 번 청탁서를 보내는 수필전문지의 문학포럼에서 얼마 전 공고된 발제자 중 1명의 발제 초록내용이 편집인의 노선과 달라 발표 이틀 전에 포럼의 회장이 사퇴하는 일이 있었다. 문우가 그동안 열심히 이끌어온 포럼의 회장직을 그만둔다는 서운한 소식에 위로의 문자를 보냈더니, 잡지사로부터 그들과의 관계를 해명하라는 거친 요구를 받았다. 이런 데 휘말리게 되다 보니 청파에 고이 씻은 몸이 어찌 될까 봐 서둘러 해명의 문자를 보냈다. 그 일을 계기로 최근에 논문을 쓴 독일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The Right to Heresy)라는 책이 생각났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3명의 주인공에 얽힌 역사적 사건들을 연구하고 책으로 요약해 관용 정신의 소중함을 일깨웠다. 이들 3명은 종교개혁을 일으키고 제네바에서 신정 정치를 펼치는 동안 자신의 뜻을 어기는 사람들을 추방하고 죽인 무서운 독재자 장 칼뱅과, 칼뱅의 삼위일체설에 대한 오류를 지적하다 이단으로 몰려 화형 당한 미겔 세르베투스, 그리고 칼뱅의 횡포에 점잖은 언어로 대항한 세바스티안 카스텔리오 등이다. 황건 내가 맡은 문학과 의학 과목에서 나는 의과대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라는 과제를 줬다. 독후감에는 의사가 의업에만 전념하는 것과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 중 어느 편을 선호하는지와, 자신의 신념에 목숨을 걸 가치가 있는지, 그리고 현대사회에서 의사에게 관용(tolerance)의 중요성이 요구되는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한 답변이 포함되도록 했다. 대부분의 의대생은 의사가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 이유로는 의사의 지평을 넓히고, 책임감과 지도력으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소수 학생들만이 의사는 의업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또 과반수는 신념에 목숨을 걸겠다고 했으나, 약 1/3은 그러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현대사회에서 의사에게 관용이 요구되는 이유로는 소통을 위해서란 응답과 더 나은 치료결과를 위해서란 응답이 많았다. 카스텔리오는 스스로를 코끼리 앞의 모기라고 부를 만큼 칼뱅의 권력이 막대하다는 걸 알았지만 지식인으로서 불의에 맞섰다. 그는 이단자에 관하여라는 저서에서 생각의 자유를 변호했다. 그는 진리를 구하고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 그것을 말하는 것은 절대로 범죄가 아니다. 아무도 어떤 신념을 갖도록 강요해선 안 된다. 신념은 자유다 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사람을 죽이는 것은 한 사람을 살해하는 것이다라고 표현했다. 카스텔리오는 칼뱅이 세르베투스를 화형 시킨 무모함을 명백한 살해라고 말했던 것이다. 이번 일을 통해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인문학 중 가장 순수해야 할 문학모임에서도 이렇게 편이 나눠지는 것을 처음 알았다. 나도 신념에 목숨을 걸지는 않겠다는 1/3에 들어간다는 것을 인정하게 됐다. 책을 읽고 학생들의 조별 발표를 들으면서 다시금 관용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내 자신부터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의 의견도 존중하려는 마음을 가져보련다. 카스텔리오가 그랬던 것처럼. 황건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함께하는 인천] 인천항, 환황해권 대표 컨테이너 항만 꿈꾼다

말콤 맥린,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이 이름은 오늘날의 항만의 모습을 있게 한 장본인이다. ‘트럭을 바퀴만 빼고 옮기면 어떨까?’라는 그의 물음에서 오늘날의 컨테이너 박스는 태동하였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마크 레빈슨의 저서 “더 박스”는 컨테이너가 어떻게 전세계 경제의 글로벌화에 기여하였는지 기술하고 있다. 컨테이너 박스가 상용화되기 이전에는, 브레이크벌크라고 하여 쓰다 남은 상자, 자루에 건화물이 운송되었다. 당연히 화물 운송의 안전성과 효율성이 담보되지 못하는 구조였다. 말콤 맥린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표준화된 강철 박스를 설계하였고, 그 결과 최초의 컨테이너박스 56대가 1956년 미국 뉴어크에서 휴스턴으로 운송되었다. 이후 1967년 베트남 전쟁에서 군수물자 운송수단으로 활발히 쓰이기 시작하면서 컨테이너 박스는 가장 보편화된 해상운송수단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 당시 수출 주도형 경제성장 정책을 추진하던 우리나라도 이러한 물류혁신을 선도적으로 받아들여, 인천항에 우리나라 최초 컨테이너 전용부두인 내항 4부두를 5선석, 1,160미터 규모로 1974년 개장하였다. 이를 통해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수출물량을 운송하면서 7~80년대 고도 산업성장을 견인하였고, 기계·전자제품·섬유 등 우리나라 제조업 발전의 토대를 놓았다. 이후 컨테이너 운송은 부산항 개발, 경부권 물류운송 체계 확장 등으로 인하여 부산을 중심으로 발전한 면이 없지 않으나, 현 시점에도 수도권 관문항으로서 인천항의 컨테이너 운송 기능은 여전히 유효하며, 앞으로도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2,500만이 넘는 수도권의 배후 소비 수요와 전국 제조업 사업체의 약 48%를 차지하는 수도권 제조 산업을 배후에 두고 있으며, 대외적으로는 중국, 동남아, 중동 등 우리나라 주요 무역국과의 우수한 접근성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인천항의 잠재력을 계발하기 위하여 해양수산부는 일찍부터 인천 신항 개발에 착수하였다. 그 결과, 지난 해 11월 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을 완전 개장하였으며, 인천항은 총 13선석, 하역능력 321만 TEU의 대규모 컨테이너 인프라를 보유하게 되었다. 이러한 인프라를 발판으로 인천항은 지난해 총 305만 TEU를 처리하여 전국 2위이자 역대 최고 물동량을 기록하였다. 앞으로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신항 배후단지 1구역 조성을 2019년까지 완료하여 항만배후부지 부족문제를 해소하고, 아암물류2단지에는 고부가가치 물류기업을 유치하여 인천항을 환황해권 물류 허브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컨테이너 운송은 전자기기·기계·자동차 부품 등 각종 소비재 원료와 중간재, 그리고 최종 소비재 등을 수출하는 역할을 담당하므로, 수출입 무역 의존형 경제 구조를 갖고 있고 세계 5위의 제조업 국가인 우리나라에는 필수적인 물류 체계이다. 인천항이 중국, 중동, 동남아시아, 오세아니아 등과 우리나라를 연결하는 환황해권 대표 컨테이너 항만으로서 도약하여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인천 시민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격려를 기대한다. 박경철 인천지방해양수산청장

[함께하는 인천] 균형발전의 오해

균형이라는 단어는 우리가 매우 매력적으로 반기며 자주 사용한다. 특히 갈등의 조짐이 있거나 차이가 크게 나는 경우 이를 무마하거나 해결하고자 동원되는 표현이다. 그러나 균형이라는 표현은 매력적인 의미를 담은 만큼 진한 위험스러운 그림자도 내포하고 있다. 정교하고 신중한 개념 정의 없이 무차별적 활용은 그 순수성을 해치는 것은 물론 본질을 왜곡하여 상황을 악화시키는 우를 범하게 된다. 균형의 사전적 정의는 ‘무게를 가진 물체가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안정을 이루는 상태, 평형’, ‘둘 이상의 일이나 현상이 어느 하나에 두드러짐이 없이 서로 비슷하거나 맞먹는 상태’, ‘부분이 전체와 이루는 조화, 밸런스’ 등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균형을 ‘똑같음’으로 인지하는 경향이 많고 그렇게 사용하고 있는 경험을 자주 한다. 대표적으로 최근 도시 정부의 핵심정책으로 발표한 ‘원도심균형발전’을 사례로 들 수 있다. 과거 도심이 부흥했던 것과 같이 기능을 회복하고 활성화를 위한 대대적인 정비와 개발을 의미하여 주민을 호도하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사례이다. 원도심에 거주하는 시민이나 상인들에게 신도시와 똑같은 생활여건과 일자리를 확보해 줄 것으로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오해의 근거는 균형을 단순히 물리적인 평형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다양하게 삶을 영위하는 도시에서는 ‘똑같음’보다는 ‘조화’와 ‘밸런스’가 더 의미 있는 가치이다. 도시는 각기 독특한 공간적 특성이 있는 인간의 정주 공간으로서 다양한 경제적 활동이 전개되면서 의식주를 해결하는 곳이다. 자유시장 경제를 바탕으로 큰 도시시장을 형성하면서 개개인의 욕구를 추구하고 달성한다. 다양한 개별경제 주체들이 모여서 하나의 거대 시스템을 구성하여 조화와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하여야 한다. 조화와 밸런스가 무너진 현상이 각기 다양한 도시문제의 모습으로 표출되고 도시경쟁력을 저하하여 매력을 상실한 도시로 나타난다. 조화와 밸런스를 근간으로 하는 도시의 균형발전은 똑같음으로 달성될 수 없다. 모든 공간이 똑같은 주거공간과 상업공간이 될 수 없다. 한정된 도시 공간은 구조적으로 하나의 시스템으로 전체적 조화를 이루면서 다양한 기능과 구실을 하여야 한다. 한번 이루어진 조화와 밸런스가 변화 없이 지속하면 그 도시는 일순간 안정적인 것 같지만 역동성이 없어 정체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역동성 있게 도시의 성장을 이끌어 가려면 조화롭게 달성한 균형을 스스로 깨고 새로운 조화를 추구하여야 한다. 오늘날 도시는 영속적인 정주 공간으로 물리적이건 비물리적이건 옛것과 새로운 것 그리고 여러 계층이 늘 함께 존재한다. 신도시와 원도심,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청년과 노년 등 다양한 유형이 함께하면서 각자의 삶을 영위하는 공동체로서 상호 복잡하게 작용하면서 조화를 이루고 있거나 그렇지 않은 문제를 얘기하기도 한다. 부조화를 조화로 슬기롭게 극복하는 것은 각자의 역할과 기능을 체계적으로 연계 통합하는 것이다. 원도심을 신도시와 똑같이 재생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고 과거의 모습으로 회생하는 것도 현실적이지 못하다.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는 유일한 방법은 연계하면서 다 같이 상생하는 것이다. 도시균형발전은 특정 지역의 개발 정비가 아니라 도시 전체의 역할과 기능을 조화롭게 연계 통합하는 것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서종국 인천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함께하는 인천] 한국GM을 우려하며

1997년 IMF 외환위기는 한국사회를 혼란으로 몰아넣었다. 많은 기업이 도산했는데 대우그룹은 그룹 자체가 도산했다. 대우자동차는 재무구조가 건실했으나 모회사의 어려움을 지원하고자 매각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때 GM이 인수하면서 GM대우라는 회사명으로 변경되었다. 이후 GM대우라는 회사명이 한국GM으로 다시 바뀌게 된다. 얼마 전 한국GM은 자동차 디자인과 설계를 담당하고 있는 부서를 한국GM에서 분리하는 법인분할결정을 내리고 주주총회를 소집해서 법인분리 법안을 통과시켰다. 한국GM은 분리된 법인을 자동차 디자인과 설계를 담당하되 미국 본사의 디자인과 설계 회사와 연계시켜 운영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GM의 일방적인 법인분리는 지난 5월 정부와 한국GM이 체결한 합의 사항을 위반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당시 합의한 사항에는 8천억원의 예산은 지원하되 한국GM의 중장기 경쟁력 강화와 자동차 핵심부품 개발역량 확대, 자동차 부품사 경쟁력 강화를 이행하기로 합의했다. 그래서 법인분리는 지난 5월 합의사항의 위반이라는 이야기다. 이번 법인분리에 대해 한국GM노조가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법인분리가 한국GM의 한국시장 철수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일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즉 한국GM의 법인분리는 군산공장 폐쇄 이후 진행 중인 한국GM의 조각내기로 보는 것이다. 미국의 GM 본사는 군산공장의 폐쇄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 설립된 공장들도 수시로 폐쇄한 경력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한국GM의 법인분리결정은 단순히 한 회사의 결정에 그치지 않는다. 정부는 부평의 생산공장을 유지하기 위해서 산업은행으로 하여금 미국 GM 본사가 요구하는 재정지원을 하도록 결정했다. 산업은행이 지원하게 된 것은 한국GM의 지분을 갖고 있기도 하지만 경제 충격과 일자리의 안정을 위한 결정이었을 것이다. 2004년 인천시가 한국GM이 요구하는 기술연구소 부지를 청라국제도시 내에 53만1천762㎡ 부지를 최대 50년간 무상임대라는 엄청난 특혜를 준 이유도 한국GM의 부평공장 유지 때문이었다. 그래서 한국GM의 일방적인 법인분리결정은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지역사회는 노조가 우려하는 것처럼 법인분리를 단순하게 보고 있지 않다. 박남춘 인천시장조차 분리 법안에 대한 시민사회의 동의가 없다면 무상임대 부지를 회수 추진하겠다고 한다. 그만큼 심각하게 보는 것이다. 결국, 충분한 협의가 없는 일방적인 결정은 노조의 파업투쟁을 넘어 한국 사회에서 GM의 브랜드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한국GM의 결정과정의 투명성과 합의에 대한 존중 등이 무시된 것은 판매율의 저하로 이어지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한국인의 제품 구매문화는 제품의 품질과 더불어 해당 업체의 좋은 이미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이번 한국GM의 법인분리 과정은 한국인들에 좋은 이미지를 주고 있지 못하다. 정부에게 지원을 요청해서 합의한 끝에 정부가 지원해 주었으나 정부와 전혀 협의 없이 갑자기 일방적으로 법인분리를 통과시켰다. 이런 운영방식이라면 한국GM의 이미지는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국GM의 행위는 지역경제 차원에서 우려스러운 것이다. 곽경전 前 부평구문화재단 기획경영본부장

[함께하는 인천] 웰빙과 웰다잉

발달심리학자 에릭슨은 심리사회적 발달 8단계를 정의하면서 노년의 시기를 생의 마지막 정리가 아닌 자아통합의 시간으로 보았다. 고령화 시대에 사는 우리는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죽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시대가 됐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인 대한민국. 1위라는 순위도 수치스럽지만 그 원인이 노인의 건강문제로 인한 우울감과 경제적 빈곤인데, 이는 후진국형 자살원인이다. 새 정부 들어 이에 대한 대책으로 기초연금 인상, 노인일자리 확충과 예산증액 등을 통해 보충적 소득보장으로 노인들의 후진국형 자살 유형을 막아내려고 공적서비스를 확충하고 있다. 민간영역에서도 홀몸노인들에 대해 생활관리사를 파견해 정서적 지원을 통한 고독사 방지 서비스와 대책을 실천해 가고 있다. 이러한 노인자살 방지대책들도 중요하겠지만 노인들만의 자조모임을 통한 자생적이고 지속가능한 조직화 활동, 그리고 이에 대한 지원책도 필요하다. 노인복지 선진국인 프랑스는 지자체마다 노인클럽을 활성화해 사회적 단절 해소와 고독사를 예방하고 있다. 프랑스 노인들의 80% 정도는 보통 1가지 이상의 클럽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또 전국 지자체별 노인복지센터에선 여가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전담부서를 두고 있다. 1975년 지역사회 노인 보호 원칙의 일환으로 개발된 고령자 클럽에서 제공되는 프로그램은 보통 친교 활동을 비롯해 여행·수영·당구·탁구 등 스포츠 활동, 영화 감상, 전문 기술 습득 프로그램 등이 있다. 이처럼 여가 및 문화 활동에 적극적인 프랑스 노인들을 돕기 위해 프랑스 정부에선 버스, 항공여행 등의 할인혜택과 무료이용 등의 교통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 여론조사기관인 소프르의 설문조사 결과, 은퇴자 10명 가운데 7명이 본인이 아직 젊다고 생각하고 은퇴 후 더 나은 생활을 추구하고 있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노인이 되어서도 자신들의 삶에 만족하고 이를 즐길 줄 아는 프랑스의 노인들이 부러울 따름이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 또한 60세 이상이 되면 지역사회에서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웰-다잉 프로그램들을 실시되고 있다. 프로그램을 통해 본인의 자서전을 작성해 보기도 하고, 유서를 쓰고 장례식 준비도 하면서 묏자리를 준비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알게 되고 친해진 친구들은 서로의 무덤 곁에 묻히기를 희망하며, 서로 무덤 친구가 되기도 한다. 얼핏 보면 이런 자조모임이나 클럽활동이 노인의 여생에 대한 임종 프로그램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서전을 쓰면서 나에게 가장 행복했던 날들을 기억하고 추억해보며, 장례식 초대장을 만들면서 나에게 가장 의미 있었던 사람들을 상기하기도 한다. 추억을 만들어 준 사람들을 위해 남은 생을 최선을 다해서 살겠다고 다짐하는 것이 웰-다잉 프로그램의 참 의미다. 웰-다잉은 남은 생이 아닌 앞으로 살아갈 인생을 의미 있는 시간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웰-다잉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때다. 정희남 인천시 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

[함께하는 인천] 왕좌에 앉은 음악가

규모가 큰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전시공간에서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다리도 아프고 작은 글씨의 작품설명을 읽느라 눈도 피곤해진다. 그래도 전시된 작품은 모두 보고 싶은 욕심에 동선이 커져서 마지막에는 자세히 보지도 못한 채 나오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아쉬움을 배려한 것인지 특별전 이외의 상설 전시는 가장 유명하고도 중요한 작품을 관람자의 주요 동선에 배치한다. 방문연구로 기약된 1달을 알차게 보내려고 지난 주말에는 라이프찌히 조형예술박물관을 방문했다. 1층 정면의 전시실에 들어서자마자 큰 홀의 한가운데에 사람 키의 2배 정도 높이의 조형물이 눈에 들어왔다. 한 남자가 아주 호화로운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데, 그의 발밑에는 큰 독수리가 날개를 모으고 있다. 벗은 남자는 담요로 하반신 일부만 덮고 있다. 가슴과 어깨, 오른쪽 넓적다리의 근육이 드러나 보이고 두 손은 주먹을 쥔 채 오른쪽 무릎 위에 놓여 있다. 대리석으로 조각한 독수리는 발톱으로 바위를 움켜잡고 있다. 청동의자는 팔걸이가 화려하고 사람의 얼굴들을 새긴 부조석상들이 붙어 있다.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철 왕좌보다 훨씬 더 화려했다. 이 남자는 올림포스 신전에 앉은 신 같았다. 독수리가 있으니 제우스일 것이다. 그런데 수염을 기른 제우스와 얼굴이 달랐다. 머리칼은 부스스하고 눈은 부리부리한데 코는 주먹코에 입은 꼭 다문 채 입 꼬리가 아래로 처져 있다. 한국 석굴암 부조에 있는 금강역사를 닮았다. 베토벤이었다. 조각가는 막스 크링거(Max Klinger)였는데 그는 왜 베토벤을 제우스처럼 조각해 신격화했을까 생각해 봤다.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난 베토벤은 어려서부터 음악에 재능이 두드러졌는데 부모를 일찍 여의자 피아노 연주자로 가족을 부양했다. 작곡자로서도 인정받았으나, 28살 때 귓병으로 청력을 잃고 32살 때에는 자살하려고 유서까지 썼다. 고난과 번민을 딛고 작곡에 매진해 하이든, 모짜르트의 뒤를 이어 자신만의 예술을 창조했다. 다문 그 입과 주먹 쥔 두 손은 역경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표현한 것 같았다. 청력을 잃고도 굴하지 않고 훌륭한 음악을 작곡한 인간승리를 기리고자 조각가는 그를 ‘신의 영역’에 앉혀놓은 것이 아닐까? 흔히 베토벤을 악성(樂聖)이라고 하니까 성인의 반열에 오른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를 넘어 이제는 신으로 여긴 것이다. 베토벤은 유서에 신을 향해 ‘너무도 가혹하십니다’라고 썼다는데, 가혹한 처사의 신도 이겨낸 인간이고 보니 이 정도로 신격화된 동상이 안성맞춤 같아 보였다. 뿐만 아니라 그가 작곡한 138개가 넘는 작품들이 듣는 이의 마음과 정신을 고양시키는 경우가 흔해 인간을 좌지우지하는 예술의 신으로 여길 만했다. 관람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에 유럽식 건축물의 열린 창으로 서툰 솜씨의 플루트 곡조가 흘러나왔다. “미미파솔 솔파미레 도도레미 미레레…” 걸음을 멈추고 합창교향곡의 그 곡조가 끝날 때까지 다리가 아픈 줄도 모르고 서서 들었다. 황건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함께하는 인천] 인천의 양극화는 불치병인가

서울의 평당아파트 매매가격이 1억 원을 돌파했다는 뉴스를 접하고는 모두 귀를 의심했다. 이에 때맞춰 정부는 강력한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고 투기를 근원적으로 차단하겠다고 공언하였다. 그러나 대부분 국민은 정부의 정책에 의구심을 갖고 그 실효성에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 극히 소수 투기지역에 국한하는 늘 반복되는 일로서 대부분 국민은 남의 일로 여기며 한편으로 박탈감과 위화감을 느끼고 있다. 수도권에 속한 인천시민들도 더욱더 허탈감과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왜 정부가 그렇게 호들갑을 떨고 있는지 불만이 가득하다. 인천은 송도를 비롯한 경제자유구역이 지배적인 역할을 하면서 2006년 이후 연평균 6% 이상 가격상승률을 이끌어 왔다. 그러나 2016년 연간 송도 평당아파트 평균 실거래가격은 1천600만 원인데 비해 미추홀구는 900만 원으로 그 편차가 심각한 상황이다. 서울의 강남과 강북의 모양새와 비슷한 것으로 기성 시가지에서는 송도를 별천지로 여기며 위화감과 상실감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인천의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여 마침내 2016년 10월 300만 명을 돌파하였으나 그 내면의 구조적인 양극화는 매우 심각하게 고착되는 모습이다. 인천 부동산 침체기인 2011~2013년 사이에 연평균 인구증가율은 1.47%로 가장 높고, 같은 기간 65세 이상 인구 연평균 증가율도 6.2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2016년 현재 65세 인구 비중이 높은 자치구는 중구(13.7%), 동구(17.8%), 미추홀구(13.8%)로서 도심에 노인 인구가 상대적으로 집중하고 있다. 불황기에 노인 계층이 대거 인천 도심으로 유입되어 빈약한 원도심의 재정부담을 가중하고, 열악한 노동력과 구매력 저하를 더욱더 심화시켜 도시 성장의 악순환을 반복하게 한다. 산업구조에서도 자치구별 편차가 심각하여 인천의 성장한계로 지적되는 요인이다. 인천의 서비스산업의 비중이 2000년 59.8%에서 2016년 70.1%로 급격히 확대되어 구조고도화가 진행되었으나 서구와 남동구는 각각 56.9%, 55.7%로 매우 빈약한 전통 제조업의 비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화 시대에서 살아남고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로의 산업구조고도화는 절체절명의 과제인바 근원적인 지역 한계로 고착된 양극화는 지역의 중요한 과제이다. 양극화의 해소는 모든 지역이 통합하면서 역할을 분담하는 전반적인 도시 공간구조의 재편이 그 첫걸음이다. 모든 지역이 다 최고의 주거 공간이 될 수 없고 상업지역이 될 수도 없다. 각 지역이 비교우위에 있는 차별적인 특성으로 기능을 재편하면 서로 상생하여 균형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원도심과 경제자유구역을 비롯한 신도시는 상생할 수 있는 역할 분담의 전략이 절실하다. 송도에 바이오산업의 메카가 조성되고 종합병원이 설립되면 이를 연계한 도심의 산업단지와의 연계 협업을 통한 산업구조고도화 선도와 질 높은 노인 의료복지의 확대 등을 동시에 고려하는 차원 높은 시정이 필요하다. 함께하면서 멀리 가면 양극화는 극복할 수 있는 과제일 것이다. 서종국 인천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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