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균형발전의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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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이라는 단어는 우리가 매우 매력적으로 반기며 자주 사용한다. 특히 갈등의 조짐이 있거나 차이가 크게 나는 경우 이를 무마하거나 해결하고자 동원되는 표현이다. 그러나 균형이라는 표현은 매력적인 의미를 담은 만큼 진한 위험스러운 그림자도 내포하고 있다. 정교하고 신중한 개념 정의 없이 무차별적 활용은 그 순수성을 해치는 것은 물론 본질을 왜곡하여 상황을 악화시키는 우를 범하게 된다.

 

균형의 사전적 정의는 ‘무게를 가진 물체가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안정을 이루는 상태, 평형’, ‘둘 이상의 일이나 현상이 어느 하나에 두드러짐이 없이 서로 비슷하거나 맞먹는 상태’, ‘부분이 전체와 이루는 조화, 밸런스’ 등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균형을 ‘똑같음’으로 인지하는 경향이 많고 그렇게 사용하고 있는 경험을 자주 한다. 대표적으로 최근 도시 정부의 핵심정책으로 발표한 ‘원도심균형발전’을 사례로 들 수 있다. 과거 도심이 부흥했던 것과 같이 기능을 회복하고 활성화를 위한 대대적인 정비와 개발을 의미하여 주민을 호도하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사례이다. 원도심에 거주하는 시민이나 상인들에게 신도시와 똑같은 생활여건과 일자리를 확보해 줄 것으로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오해의 근거는 균형을 단순히 물리적인 평형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다양하게 삶을 영위하는 도시에서는 ‘똑같음’보다는 ‘조화’와 ‘밸런스’가 더 의미 있는 가치이다. 도시는 각기 독특한 공간적 특성이 있는 인간의 정주 공간으로서 다양한 경제적 활동이 전개되면서 의식주를 해결하는 곳이다. 자유시장 경제를 바탕으로 큰 도시시장을 형성하면서 개개인의 욕구를 추구하고 달성한다. 다양한 개별경제 주체들이 모여서 하나의 거대 시스템을 구성하여 조화와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하여야 한다. 조화와 밸런스가 무너진 현상이 각기 다양한 도시문제의 모습으로 표출되고 도시경쟁력을 저하하여 매력을 상실한 도시로 나타난다.

 

조화와 밸런스를 근간으로 하는 도시의 균형발전은 똑같음으로 달성될 수 없다. 모든 공간이 똑같은 주거공간과 상업공간이 될 수 없다. 한정된 도시 공간은 구조적으로 하나의 시스템으로 전체적 조화를 이루면서 다양한 기능과 구실을 하여야 한다. 한번 이루어진 조화와 밸런스가 변화 없이 지속하면 그 도시는 일순간 안정적인 것 같지만 역동성이 없어 정체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역동성 있게 도시의 성장을 이끌어 가려면 조화롭게 달성한 균형을 스스로 깨고 새로운 조화를 추구하여야 한다.

 

오늘날 도시는 영속적인 정주 공간으로 물리적이건 비물리적이건 옛것과 새로운 것 그리고 여러 계층이 늘 함께 존재한다. 신도시와 원도심,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청년과 노년 등 다양한 유형이 함께하면서 각자의 삶을 영위하는 공동체로서 상호 복잡하게 작용하면서 조화를 이루고 있거나 그렇지 않은 문제를 얘기하기도 한다.

 

부조화를 조화로 슬기롭게 극복하는 것은 각자의 역할과 기능을 체계적으로 연계 통합하는 것이다. 원도심을 신도시와 똑같이 재생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고 과거의 모습으로 회생하는 것도 현실적이지 못하다.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는 유일한 방법은 연계하면서 다 같이 상생하는 것이다. 도시균형발전은 특정 지역의 개발 정비가 아니라 도시 전체의 역할과 기능을 조화롭게 연계 통합하는 것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서종국 인천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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