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정의 vs 내로남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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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10여 년 전에 전 세계에 돌풍을 일으킨 하버드대학 마이클 샌델교수가 지은 베스트셀러이다. 매년 7천 명도 채 안 되는 학부생 가운데 무려 천 명의 학생들이 대강당에서 강의를 듣는 실제 강의내용을 바탕으로 쓴 것으로 인기가 매우 높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초청하여 강의하였고 각 분야에서 인문학 필수도서로서 추천되기도 하였다. 일부 독자들은 추천의 근거나 내용의 의미를 알지도 못하고 누구나 꼭 읽어야 하는 의무감을 부여받게 되어 마지못해 읽어야 했었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우리 시민이 살면서 부딪히는 어려운 질문들을 평이하게 설득력 있게 풀어나간다.

제러미 벤담의 공리주의에서 출발해서 칸트, 루소, 로크, 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현대의 자유주의 이론의 대가 존 롤스까지 두루 소개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매우 어려운 난해한 이론을 비교적 쉽게 전개하여 설득력을 높이고 있어 독자들을 매력적으로 끌어들인다.

이쯤에서 왜 이 책이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게 되었는지를 짚어보면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 당시 전 세계가 아프게 경험한 금융위기가 그 본질일 것이다. 신자유주의로 인해 경제위기를 경험하면서 자유주의에 대한 기존의 이론이 비판받게 되고 대안적 자유주의를 요구받게 되었던 시대적 상황이었다.

이러한 욕구에 부응하여 샌델은 오랫동안 축적한 ‘공동체주의’를 대안적으로 제시하면서 그 갈증을 해소하는 청량제 역할을 한 것이다. 개인의 선택은 보장하되 함께하는 사회도 소중하게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감히 정리할 수 있다.

우리는 개인이든 집단이든 끓임없이 선택을 한다. 경우에 따라 선택의 자유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아주 자유스럽게 각자의 선택을 한다. 모든 개인이 다른 선택의 기준을 가지며 선호도도 다양하기에 선택의 결과는 하나로 수렴되기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선택의 결과는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간혹 갈등의 양상으로 부각되기도 한다. 갈등이 심화하면 사회적으로 이슈화되어 정책의제로 설정되고 큰 비용과 노력을 통해 해결을 모색한다. 갈등의 해소과정은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데서 출발하는 것이 샌델의 ‘정의론’이다.

여러 사회 정치적 문제를 떠안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라는 가치를 내세웠다. 매우 매혹적인 슬로건으로 많은 기대와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요즈음 여러 분야 특히 경제문제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 나타나면서 모든 문제의 근원을 정부의 정책실패로 비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 각 분야에 누적된 적폐를 청산하는 것까지도 비난하면서 흔들고 있다. 그러면서 동원하는 용어가 ‘내로남불’이다.

지역사회에서도 중앙정부와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의 선택을 인정하지 않고 나만이 옳다는 민원을 제기하면서 사회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어 안타깝다. 목소리가 크면 이긴다는 소아적 주장이 난무하는 사회는 정의롭지 않다. 원도심과 신도시, 송도와 청라, 그리고 현시정부와 과거 시정부 정책 등이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볼썽사나운 모습이다. 정의로운 사회는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면서 소통하여 함께하는 것이다.

서종국 인천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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