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날’ 의미 되새겨야

20년 이상 부부 이혼이 느는 요즘

일방적 희생 없는 ‘건강한 부부’ 되길

5월은 가족 행사의 달이다. 어린이날 나들이에 이어 어버이날 특별한 외식을 하고 성년이 된 자녀를 축하해주는 행사까지 치르고 나면 아직은 아는 사람만 아는 또 하나의 특별한 날이 온다. 부부의 날이다. 2004년부터 국가기념일로 제정되었는데, 두 사람이 하나가 된다는 의미에서 21일로 정했다고 한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해마다 가정의 달 5월을 앞둔 4월 말이면 통계청에서 전년도의 이혼 통계를 발표한다. 올해 발표된 자료를 보면 2009년도의 총 이혼 건수는 12만 4천 건으로 2007년도와 유사한 수준이며, 2003년에 16만 6천여 건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이혼 건수가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하지만 이혼 건수를 동거기간별로 분석해보면 의미 있는 변화가 드러난다. 동거기간을 5년 단위로 구분했을 때 이혼이 가장 많은 시기는 결혼 5년 이내로 이러한 추세는 지난 10년 동안 변함이 없다. 그런데 유독 동거 20년 이상인 부부의 이혼은 계속해서 증가한다. 1990년에는 전체 이혼 건수 중 20년 이상 동거한 부부의 이혼 비중이 5%에 불과했는데 2000년에 14%로 늘더니 2009년에는 22.8%에 달했다. 5년 미만 부부의 이혼 비중인 27.2%와 맞먹을 정도다. 20년 이상 함께 산 부부의 이혼의 지속적인 증가는 결혼을 통해 맺어진 아내와 남편의 관계에 비대칭적인 구조가 내재해 있음을 시사한다. 이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몇 가지 조사 결과들을 보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결혼한 남자는 아내의 잔소리 덕분에 독신 남자보다 건강상태가 더 좋고, 독신남과 이혼남의 사망률이 결혼한 남자보다 10% 더 높다(영국), 배우자를 잃은 남자의 자살률은 10만명당 104.3명으로, 배우자를 잃은 여성의 자살률 10만명당 23.7명보다 4.4배나 더 높다(한국), 배우자가 있는 암 환자는 배우자가 없는 암 환자보다 생존율이 현저히 높다. 그런데 암과 같은 난치병에 걸린 아내들의 이혼율은 20.8%이고 마찬가지로 난치병에 걸린 남편의 이혼률은 2.9%이다. 즉, 여성이 불치병에 걸리면 남성에 비해 이혼당할 가능성이 7배나 더 높다(미국), 노후에 남편과 사는 여성은 남편이 없는 쪽에 비해 사망 위험이 2배나 높다. 그러나 노후에 아내와 사는 남성은 아내가 없는 쪽에 비해 사망 위험이 0.46배 낮다(일본).

 

이러한 결과들이 일관성 있게 시사하는 것은 결혼생활에서 남편이 아내에게 의존하는 정도가 매우 크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남편이 가족의 생계 부양을 책임지고 아내가 가족 돌봄을 책임졌지만 요즘에는 생계 부양의 책임도 아내가 나누어 지는 가정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남편들은 여전히 가족 돌봄과 가사노동에 소극적이다. 게다가 남편들은 일로 맺어진 관계 이외의 사회적 관계망이 취약한 탓에 나이가 들수록 아내에 대한 정서적, 심리적 의존이 심해진다. 노부모가 계실 때 아버지가 먼저 돌아가셔야 서로 편안하다는 이야기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평생 가족을 부양했으니 퇴직 후에는 아내의 삼시 세 때 공양을 받으며 평안하게 살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을 갖고 있는 남편들에게 묻고 싶다. 아내들도 일평생 가족을 위해 쳇바퀴처럼 밥하고 빨래하며 청소하고 아이 돌보는 노동을 하며 살았는데, 아내의 정년은 언제인가를. 아내도 늙으면 아프고 힘들다.

 

건강한 부부는 둘이 하나로 합체되어 서로 분간할 수 없는 상태가 아니라 오히려 아내와 남편이 경제적으로, 정서적으로 어느 정도의 자립과 독립을 유지할 수 있는 상태일 때 가능하다. ‘둘이 하나 되는 부부의 날’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때다.  /손영숙 道가족여성연구원 성평등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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