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현재에 충실하라

아이가 밤에 울기 시작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장난감을 가지고 싶다고 떼를 쓰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갓난아이를 혼내다고 울음을 그칠 리 없고, 추운 겨울밤에 분유병을 들고 망연자실했습니다. 비단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부모가 명쾌한 방법 없이 간신히 그 순간만을 모면하고 있지는 않을까요? 자녀를 가진 부모라면 누구나 한번쯤 했을 고민이다. 오스트리아의 정신의학자 알프레드 아들러의 심리학 연구에 평생을 바쳐온 기시미 이치로도 같은 고민을 했다. 육아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가 아니라 넘쳐나고 있어서 오는 혼란을 똑같이 겪었다. 그런 그가 직접 경험해본 육아에 대해 이야기한다. <엄마를 위한 미움받을 용기>를 통해서다. 이치로는 인간의 모든 고민은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아들러의 심리학을 육아 방법에 적용했다. 그는 아이가 하는 행동이 어떤 상호관계에서 비롯된 것인지 이해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칭찬하거나 훈육할 때도 마찬가지다. 관계에 대한 이해 없이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거나, 질책하는 것은 아이의 능력을 제한하며 잠재력을 무시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저자는 대등한 관계 구축과 이해가 전제돼야 함을 책 서두에서부터 강조한다. 또 아들러 심리학은 현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이치로는 육아에서도 과거의 성공이나 실패에 연연하지 말고 현재에 충실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뭔지, 해야되는 것이 뭔지를 고민하고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이치로는 자신이 공부한 아들러의 심리학과 7년 넘는 시간 동안의 경험을 통해 습득한 구체적 방법을 제안한다.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자, 아이를 혼내지 말자, 칭찬하지 말자, 아이에게 용기를 심어 주자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저자가 아들러의 심리학에서 찾은 육아 문제 해결 방법들이 현실과 거리가 있어 아쉽다. 그의 비교적 긴 육아 경험과 깊은 철학적 고민은 분명 자녀를 둔 부모의 태도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이 수시로 발생하는 육아의 실제 현장에 놓인 부모들이 구체적 해답이 담기지 않은 이 책을 붙잡고 있을 여유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값 1만4천원. 신지원기자

교회를 넘어… 우리사회를 향한 위로의 메시지

풀잎이 바람결에 몸을 부딪친다. 그러나 상처가 난다. 그런데 그 상처 때문에 풀의 향기가 밤 구름 사이로 번져간다. 그것이 바로 상처의 향기다. 우리의 상처가 꽃이 될 수 있기를, 세상이 조금 더 부드럽고 아름다워지기를. 새에덴교회 소강석 목사가 에세이 <꽃씨 심는 남자>(샘터 刊)를 출간했다. 맨손, 맨몸, 맨땅, 이른 바 3M 목회자로 유명세를 떨친 소강석 목사는 이번 에세이를 통해, 교회 속의 사회, 사회 속의 교회에 대한 단상과 일상을 담았다. 전북 남원의 전형적인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소강석 목사는 목회자인 동시에 시인이기도 하다. 기독교와는 동떨어진 가정환경에서 태어났으면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혈혈단신 개척교회를 일구며 신도 수 4만여 명의 대형교회로 새에덴을 반석에 올렸다. 목회 활동 뿐 아니라 민족과 역사를 향한 사회적 책임과 환원 사역을 통해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차세대 목회자로 인정받고 있다. 그래서 딱딱할 수 있지만, 이 책은 다르다. 부드럽고, 섬세하고, 가볍다. 한국교회가 교회라는 울타리에 안주하지 않고 하나님의 사랑을 전파하기 위해 세상과 소통해야 한다고 늘 강조했던 소 목사인 만큼 비신도(非信徒)가 읽어도 지루하지 않고 재밌게 독서할 수 있도록 썼다. <꽃씨 심는 남자>는 모두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 꿈에도 상처가 있다는 과거 지난한 고통의 삶 속에서 꿈과 희망을 포기하지 않은 자전적 이야기다. 우리 사회를 향한 연민과 위로의 메시지가 담겼다. 2부 상처에도 향기가 있다는 꿈을 위해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과정에서 체득한 삶의 지혜를 담고 있다. 3부 다시, 첫 새벽길을 기다리며는 어려움을 무릅쓰고 새롭게 출발하는 삶의 자세와 태도가 녹아있다. 마지막 4부 황무지일수록 꽃씨를 뿌려라는 2014년부터 현재까지 조선일보와 매일경제에 연재한 칼럼을 묶은 것으로 한국사회를 향한 제언과 희망을 이야기한다. 값 1만4천원. 박광수기자

[이주의 신간 도서] 왜 아무도 나에게 말해주지 않았나 外

왜 아무도 나에게 말해주지 않았나 / 신혜정 지음 / 호미 펴냄 신혜정 시인이 직접 국내 원자력발전소 지역을 돌아보고, 그 위험성을 경고하는 책이다. 저자는 핵발전 현상을 직접 눈으로 관찰하고, 몸으로 부딪히며 파악했다. 원자력발전의 이론과 역사도 덧붙여 이해를 돕는다. 그리고 핵발전의 대안이 무엇인가를 고민할 게 아니라 탈원전으로 가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기 생산량과 공급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삶의 방식에 대한 고민이 지속 가능한 삶의 길로 나아가게 한다는 것이다. 값 1만2천원. 셜록 홈즈: 모리어티의 죽음 / 앤터니 호로비프 지음 / 황금가지 펴냄 홈즈 돌풍을 불러일으킨 <셜록 홈즈 : 실크하우스의 비밀>의 저자 앤터니 호로비츠의 신작이다. 책은 시간적으로 코난 도일의 단편 <마지막 사건> 직후의 이야기를 전개한다. 코난 도일은 여기서 홈즈가 숙적 모리어티 교수와 맞대결한 끝에 추락사하는 결말로 홈즈 시리즈를 끝내려 했으나 독자들의 원성으로 인해 홈즈가 3년간 잠적하고 유랑했다는 설정의 후속작을 낸 바 있다. 저자는 코난 도일이 설정한 이 3년간의 공백기에 주목했다. 새로운 콤비 애설니 존스와 프레더릭 체이스가 모리어티의 시페를 발견하는 장면으로 서두를 열며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값 1만3천800원. 장례식은 필요 없다 / 베른하르트 아이히너 / 책뜨락 신예작가의 소설로 젊고 아름다운 여성 장의사의 복수담을 그렸다. 아리따운 20대 여성 블룸은 8년 전 자신에게 억지로 장의사 일을 가르친 양부모를 살해한 뒤 조용히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간다.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남편이 사고사로 죽고, 그 뒤에 다섯 명의 가해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블룸은 망설임 없이 진실을 파헤치고, 8년 전처럼 잔혹한 방식으로 가해자들에게 복수를 가한다. 차갑고 건조한 유럽 스릴러의 또 다른 모습이 인상적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 세계 12개국, 8개 언어로 출간돼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값 1만3천원. 이주의 베스트셀러 1. 미움받을 용기 | 기시미 이치로 | 인플루엔셜 2.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채사장 | 한빛비즈 3. 허즈번드 시크릿 | 리안 모리아티 | 마시멜로 4. 담론 | 신영복 | 돌베개 5. 오베라는 남자 | 프레드릭 배크만 | 다산책방 6.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현실너머 편 | 채사장 | 한빛비즈 7. 7번 읽기 공부법 | 야마구치 마유 | 위즈덤하우스 8. 그림의 힘 | 김선현 | 에이트포인트 9. 딸에게 주는 레시피 | 공지영 | 한겨레출판사 10.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히가시노 게이고 | 현대문학

먼저 떠난 딸에 전하는 이어령의 애끓는 ‘父情’

지금 약속할게. 네가 다시 올 수만 있다면 하루가 아니라 삼백예순날이면 어떠냐. 서울 밤 풍경이 빛나는 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거기 있거라. 이게 너에게 해주지 못한 말이야. 그 전화에 대고 이렇게 말할 걸. 이제야 이 시를 전한다. 굿나잇 키스와 함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지성인 이어령이 딸 故이민아 목사의 3주기를 맞아 펴낸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의 한 구절이다. 아버지 이어령은 세상을 떠난 딸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해주지 못했던 말을 꺼낸다. 힘겹게 한 마디 한 마디 이어나가는 아버지의 말이 눈물겹다. 이어령은 초대 문화부 장관, 문학평론가, 에세이스트, 소설가, 시인, 대학교수, 일본 연구가 등 열두 가지 이상의 직함을 가진 대표 석학이다. 하지만 그런 그도 한 명의 남편이자 자식을 둔 아버지다. 특히 3년 전 떠나보낸 딸 이민아 목사 앞에서는 평범하고, 무뚝뚝한 이 시대의 대표적인 아버지였을 뿐이다. 딸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을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에 담았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 살아서 못다 한 말은 저자가 기억하고 있는 딸의 출생부터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의 이야기다. 제목처럼 딸에게 미처 전하지 못한 말을 잠자리에 들기 전 동화책을 읽어주듯 나직한 어조로 속삭인다. 그리고 아버지의 굿나잇 키스를 기대하고 서재 문 앞에서 기다리던 딸의 모습을 회상하며 뒤늦게나마 굿나잇 키스를 전한다. 2부는 딸이 세상을 떠난 이후 슬픔, 그리움, 상실감 등의 감정을 실은 시를 담았다. 살아 있는 게 정말 미안하다, 오늘도 아침이 왔다, 겨울이 아직 멀었는데 등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절절한 그리움과 아픔에 눈물이 절로 흐른다. 3부에서는 이어령과 딸 이민아, 부인 강인숙이 서로에게 써보낸 편지와 故 이민아 목사의 인터뷰 기사 등으로 딸과의 추억을 떠올린다. 책에 담긴 에세이와 시는 대부분 처음 공개된 것들이다. 딸을 떠나보내고 3년여의 시간 뒤에 저자가 내놓은 글들은 개인의 슬픔을 넘어 동시대를 사는 부모들의 마음, 사랑하는 사랑을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 위안과 희망을 전한다. 신지원기자

모자 쓴 뱀·기타치는 매미… 엉뚱한 동물 친구들에게 생긴 일

해파리는 너무너무 외롭고 슬펐답니다. 너무 쓸쓸해서 견딜 수 없어! 해파리는 이렇게 탄식하곤 했어요. 늘 혼자라고 생각한 거에요. 해파리들은 몸이 투명해서 서로 잘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엉뚱한 동물 백과>(도서출판 산하 刊)에 등장하는 해파리에 대한 짤막한 형용이다. 느낌대로 다른 동물 백과사전과는 많이 다르다. 무엇보다 스펙이 없다. 학명이 어쩌고, 길이가 어떻고, 서식지가 어디냐는. 그런 뻔한 질문과 분명한 답이 이 책에는 없다. 다만 자유로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동물들의 짤막한 이야기가 있다. 육지나 바다, 하늘을 배경으로 살아가는 동물들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따뜻하게 담겨있다. 코알라와 겨울잠쥐, 밍크, 기린, 호랑이 등 익숙하지만 낯선 87종의 동물이야기다. 각각의 페이지에는 해당 동물에 대한 익살스러운 삽화가 들었다. 그림도 글처럼 사실보다는 상상에 초점했다. 뱀이 모자를 쓰고 있기도 하고, 매미가 기타를 친다. 폴짝폴짝 메뚜기는 막대를 들고, 높이뛰기를 한다. 익살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 웃음 짓게 하는 삽화는 아이들에게 또 다른 상상력을 안겨준다. 책의 저자는 빈또와 친또다. 스페인 국적의 동화작가. 두 명의 개구쟁이 친구들이 떠오를 것 같은 이름이지만, 마흔도 훌쩍 넘은 중견 작가다. 진짜 이름은 다비드 삔또(David Pintor)와 까를로스 로뻬스(Carlos Lpez). 열 살 가까운 나이 차가 나지만, 둘은 친구다. 지난 1993년부터 함께 작업했다. 처음에는 동화책에 들어가는 삽화만 그렸다. 그러다가 함께 글도 썼다. 지금까지 20권이 넘는 그림동화책을 펴냈다. 그 열정의 공로로 오비에도 국제 만화 살롱전에서 주는 학스뚜르상을 비롯해 에르메스상, 메를린상, 마르띤 사르미엔또상 등을 받았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깔깔대며 웃을 수 있는 책이다. 내용이 짧아 오래 걸리지도 않는다. 박광수기자

사람의 마음을 얻는 소통의 대화법

소통은 몇해 전부터 사회 전반에 녹아있는 갈등을 해소하는 중요한 가치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어렵다. 많은 전문가들이 다양한 방법을 소개하고 있는데 실천이 쉽지 않다. 이런 고민을 해결해주는 책이 나왔다. <절대 설득하지 마라>는 20년 동안 금융 기관과 패션 회사 CEO 경험을 바탕으로 리더십과 소통에 대해 10년 이상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명강사 김종명이 말하는 소통의 비결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소통은 어렵고 잘 안 되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말한다. 설득의 역설 때문이다. 사람들은 종종 대화를 하면서 상대방을 설득하려고 든다. 하지만 각자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신념이 다르고, 지식과 경험의 차이가 있어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설득당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설득이 오히려 독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원활한 소통의 방법으로 마음 알아주기 대화법을 제시한다. 자신의 판단을 일단 멈추고 상대방의 기분, 생각, 욕구를 먼저 파악한 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라는 것이 핵심이다. 또 저자는 입으로 듣기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들을 때 귀로만 듣지 말고 입으로도 들으라고 조언한다. 들은 내용을 입으로 확인하면 오해를 방지하고, 마음이 통하는 길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책을 읽는다고 해서 소통이 저절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다만, 책장을 넘기다보면 소통을 위해 해야할 것들이 머리 속에 하나씩 정리되면서 소통으로 가는 출발점에 서게 한다. 신지원기자

신경숙 작가, 표절 논란에 부인 “작품 알지 못한다. 믿어주길 바란다”

신경숙 작가 표절 논란 부인 작품 읽은 적 없다 신경숙 작가 표절 논란 부인 작품 알지 못하고, 믿어주길 바란다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신경숙 작가가 출판사 창비를 통해 문제가 된 일본작가의 작품을 읽은 적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17일 전달했다. 출판사 창비 역시 두 작품의 유사성은 전체 작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며 표절로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신경숙 작가는 현재 신작 집필을 위해 서울을 떠나 있는 상태로 표절 의혹에 대해 부인하는 내용의 답장을 이날 이메일을 통해 출판사로 전했다. 신 작가는 오래전 금각사 외엔 읽어본 적 없는 작가로 해당 작품(우국)은 알지 못한다. 이런 소란을 겪게 해 내 독자분들께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 풍파를 함께 해왔듯이 나를 믿어주시길 바랄뿐이고,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런 일은 작가에겐 상처만 남는 일이라 대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소설가 겸 시인인 이응준 씨는 지난 16일 한 온라인 매체에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이란 제목의 기고문을 싣고 창작과비평이 출간한 신 작가의 오래전 집을 떠날 때 가운데 수록된 단편 전설의 한 대목(240~241쪽)이 유키오 작품의 구절을 그대로 따온 표절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에서 손꼽히는 소설가 중 한 명인 신경숙 작가가 표절 시비에 휘말리자 파장은 일파만파 커져나갔다. SNS 등 온라인 상에서는 이날 오전부터 신경숙 작가에게 배신감을 느낀다는 글들로 도배가 됐었고, 작가의 입장이 있어야 한다는 글들이 도배됐다. 문학계의 충격은 더했다. 한편, 출판사 창비는 표절로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창비 문학출판부는 일본 작품은 극우민족주의자인 주인공이 천황 직접 통치를 주장하는 쿠데타에 참여하지 못한 후 할복자살하는 작품이며, 신경숙의 전설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인간의 근원적인 사랑과 전쟁중의 인간 존재의 의미 등을 다룬 작품이라면서 유사한 점이라곤 신혼부부가 등장한다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창비는 (문제가 된) 신혼부부가 성애에 눈뜨는 장면묘사는 일상적인 소재인데다가 작품 전체를 좌우할 독창적인 묘사도 아니다며 이를 근거로 표절 운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신경숙 작가의 작품은 이 외에도 몇 차례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문학동네 1999년 여름호에 발표한 소설 딸기밭이 재미유학생 안승준의 유고집 살아있는 것이오의 상당 부분과 흡사하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이후에도 프랑스 작가 패트릭 모디아노와 일본 작가 마루야마 겐지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사진=신경숙 작가 표절 논란 부인, 연합뉴스

[이주의 신간도서] 될 때까지 끝장을 보라 外

■ 될 때까지 끝장을 보라 / 김종수 지음 / 모아북스 펴냄 저자가 20년 동안 현장에서 무수한 리더들을 만나며 느끼고 깨달은 특급 성공 노하우를 담았다. 한국성공&행복연구소 소장이기도 한 김종수씨의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론 중심의 성공학에 대해 반기를 든다. 그리고는 실천 중심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만 권의 책을 읽기보다 한 권을 제대로 읽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저자는 지식의 시대를 넘어 지혜의 시대로 이행하는 데 필요한 핵심 원칙들을 풍부한 실전 경험과 함께 제시한다. 변화하는 현실 속에서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을 안고 사는 이들에게 필요한 책이다. 값 1만5천원. ■ 거꾸로 보는 경제학 / 이진우 지음 / RHK 펴냄 경제 현상에 대한 해석은 주관적이다. 때론 정치적이다. 수치의 세계지만, 활자가 지배하기도 한다. 거대담론에 휩슬리거나 풍문에 의지하다 보면 잘못된 생각에 사로잡혀 오판을 하게되기도 한다. 그런 오판이 모이고 모여 대공황을 야기한다. 때문에 경제을 바라보는 제1원칙은 수치의 비정치화다. 신간 거꾸로 보는 경제학은 거대한 경제 담론이 아닌 실생활의 경제, 일상의 경제학을 다룬다. 또한 잘못된 경제 상식으로 경제현상을 바라보면 범할 수 있는 오류들도 낱낱이 분석한다. 왜 충성도 높은 고객이 호갱님으로 전락하게 되는지, 왜 제품의 가격이 원재료의 가격보다 유통비와 임대료에 좌우되는지를 저자의 냉철한 시각으로 풀어내어 친절하게 알려준다. 값 1만3천원. ■ 오늘 하루/작자 미상/보누스 펴냄 한 페이지에 두 문장을 넘지않는 본문을 비롯해 총 100페이지도 되지 않는 책. 이 짧은 글이 주는 감동은 생각보다 크다. 읽는 이가 엄마라면 더 그렇다. 육아와 가정생활에 지친 엄마들을 지원하는 뉴질랜드의 한 육아지원센터에 붙어있던 작자 미상의 짧은 글을 편역자이자 시인인 이토 히로미가 번역했다. 온종일 아이를 돌보느라 쌓인 설겆이, 과자 부스러기가 올려다보는 방바닥, 기저귀에서 나는 냄새로 가득한 집 등 비슷비슷한 육아기에 간단한 삽화를 곁들였다. 엄마들을 향한 담담한 위로가 형성한 공감대가 매력적이다. 값7천원 이주의 베스트셀러 1. 미움받을 용기 | 기시미 이치로 | 인플루엔셜 2.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채사장 | 한빛비즈 3. 담론 | 신영복 | 돌베개 4. 허즈번드 시크릿 | 리안 모리아티 | 마시멜로 5. 7번 읽기 공부법 | 야마구치 마유 | 위즈덤하우스 6.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현실너머 편 | 채사장 | 한빛비즈 7. 오베라는 남자 | 프레드릭 배크만 | 다산책방 8. 하버드 새벽 4시 반 | 웨이슈잉 | 라이스메 9.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히가시노 게이고 | 현대문학 10. 그림의 힘 | 김선현 | 에이트포인트

날마다 ‘작은 통일’ 이뤄내는… 개성공단 사람들

개성공단은 퍼주기다?, 개성공단은 북측 지도부의 돈줄이다?, 근로자 임금을 국가가 가져간다?, 근로자들은 훈련받은 엘리트들만 온다? 개성공단을 떠올리면 많은 이들이 오해를 하거나 의문을 가지는 지점이다. 하지만 모든 의문에 대한 답은 NO다. 개성공단은 북측에 비해 우리가 몇 배나 더 많이 퍼오는 곳이고, 근로자들이 버는 돈은 대부분 생활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돼 지도부가 몰래 챙겨갈 돈은 없다. 또 임금 가운데 문화시택비 등 일부를 제외한 70%는 근로자의 손에 들어가고, 북한에는 노동력이 부족해 특별히 인력을 선발하고 말 여지조차 없다. <개성공단 사람들> (내일을 여는책 刊)은 우리가 가진 북한에 대한 오해, 개성공단에 대한 여러 가지 의문을 해소해주는 책이다. 그리고 서로의 차이를 확인하고 서로에 대해 알고, 배울 수 있는 개성공단을 통해 통일의 희망까지 엿본다. 참여정부 시절 대북정책을 수립ㆍ집행하고, 이후 개성공단에서 대북협상을 담당한 북한ㆍ통일 문제 전문가 김진향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교수가 총괄 기획을 맡았다. 또 다양한 분야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작가, 편집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는 강승환, 이용구, 김세라가 집필에 참여했다. 이들은 124개의 기업이 입주한 개성공단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9명의 남측 주재원을 직접 만났다. 개성공단의 속살, 북측 근로자들의 민낯 등을 생생하게 풀어낸다. 오랜 분단으로 문화적 차이는 있지만 한국에서 쓰는 욕을 북한 근로자들이 그대로 쓰고,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북측 주민들의 생활태도와 모습은 남ㆍ북한이 한민족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한다. 또 김진향 교수는 개성공단 관리위원회에서 4년간 근무한 경험과 북한ㆍ통일 문제 전문가로서의 분석을 바탕으로 오해하고 있던 북한을 이해하고, 진실을 바라보게 한다. 2010년 2월부터 2011년 7월까지 개성공단을 방문하고, 거기서 겪었던 여러 가지 일을 생생하게 쓴 15편의 일기도 흥미롭다. 무섭고, 삭막할 것만 같은 북한도 눈물과 웃음이 존재하는, 사람 사는 곳이라는 사실을 느끼게 한다. 값 1만5천원. 신지원기자

권숙자 교수의 아직도 못다한 ‘안젤로 이야기’

수필의 매력은 한 사람의 내밀한 경험을 공유하며 공감하는 데 있다. 자칫 문학성과 절제력을 잃어 독백에 그치지 않는다면, 그 어떤 글보다 진정성을 무기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내용과 형식이 자유롭고 비전문적인 글이라는, 다소 가볍게 취급하는 정의에도 많은 사람들이 쓰고 읽기를 멈추지 않는 이유이지 싶다. 최근 권숙자 강남대학교 회화과 교수가 펴낸 <이 세상의 산책-안젤로의 전설>(아트벤트 刊)은 이 같은 수필의 장르적 특성을 아쉬움없이 보여준다. 저자는 2001년 지구문학 수필 부문에 등단했으며 저서로 <생의 한 자락을 잘라>와 <이 세상의 산책>이 있다. 2015년에 내놓은 이 책은 최근 권 교수가 개관한 안젤로 미술관(Angeli Art Museum)을 건립하기까지의 애환을 담았다. 프랑스의 샤갈미술관에서 감동받은 저자는 우리나라에도 햇살이 미술관 바닥에 그림처럼 드리워지고 아름다운 그림을 전시하는 미술관 건립을 꿈꾸기 시작했다. 벗이며 충고자이며 또 다른 세상을 비춰주는 등불이었던 남편, 곽 안젤로 비올리스트는 아내인 권 교수의 꿈을 단단하게 지지했다. 그러나 남편은 2013년 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세상은 변한 것이 없는데 일상은 폭풍같은 변화를 몰고 왔다. 배우자가 떠난 고통은 어떤 것도 위안이 될 수 없는 깊고 지독한 슬픔과 무의미가 동반하였다. 저자의 글이 외로운 자기고백에서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수필로 진화하는 지점이다. 권 교수는 깊은 상실감을 딛고 꿈을 현실화하는 과정을 아름답게 썼다. 남편을 그리는 저자의 절절한 감정은 부부의 가치를 일깨운다. 이처럼 한 인간이 필연적인 상실에 끝모를 허무에 빠졌다가 집념으로 상처를 딛고 열정으로 현실에 나서는 과정은 공감하고 감동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값 1만8천원 류설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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