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동기에는 책이 있었다. 작가보다 개그맨으로 알려졌으나 최형만에게 책은 개그 아이디어를 얻고, 세상에 대한 시각을 넓히는 하나의 창이었다.
방송이 없어 휘청할 때도, 인생의 좌표를 잃었을 때도 책은 답이 됐다. 해답이 됐다. 2003년 동양학 열풍을 일으켰던 도올 김용옥 교수 패러디로 전성기를 누렸다. 밑줄 쫙~ 돼지꼬리 땡땡 유행어도 이때 나왔다.
점차 독서에 빠지면서 3천권이 넘는 책을 읽었다. 덕분에 책읽기 전에는 몰랐던 인간과 사회, 역사, 문화, 종교 등에 대한 관점과 시각을 갖게 됐다. 불혹을 훌쩍 넘겨 50을 바라보는 나이. 최형만은 그간 자신의 경험과 사유를 한권의 인문학 책으로 엮어 출간했다. <북세통>(베가북스 刊). 북으로 세상과 통하다는 의미다. 저자 최형만은 현실과 이상의 간극에 좌절하는 청춘부터, 퇴직 후 인생2막을 열어가야 하는 중년의 불안, 흔들리고 뒤틀려버린 황혼의 그늘까지, 이 시대의 우울한 초상을 담아냈다. 그렇다고 마냥 어둡지만은 않다. 개그맨 특유의 해학과 풍자, 그리고 풍부한 인문학적 지식이 곁들어져 남녀노소 부담 없이 읽어나갈 수 있다. 그는 문제를 제대로 풀기 위해서는 먼저 책을 읽고, 시대의 흐름을 읽어 인생을 보는 안목을 넓혀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누군가의 인생을 흉내 내며 따라 가는 삶을 버리고, 스스로를 믿고 날라리 벌이 되어 제2, 제3의 새로운 인생을 찾아 떠나라고 한다. 여기에 <북세통>에는 최형만이 28년 동안 방송 생활을 하며 겪은 재미있는 이야기와 그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생생하다. 1980~90년대를 풍미했던 스타 개그맨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그 시절 청춘에게 또 하나의 추억을 선사한다. 값 1만3천500원. 박광수기자
출판·도서
박광수 기자
2015-05-06 2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