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숙자 교수의 아직도 못다한 ‘안젤로 이야기’

미술관 건립까지의 애환 담은 수필집 펴내

수필의 매력은 한 사람의 내밀한 경험을 공유하며 공감하는 데 있다.

자칫 문학성과 절제력을 잃어 독백에 그치지 않는다면, 그 어떤 글보다 진정성을 무기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내용과 형식이 자유롭고 비전문적인 글’이라는, 다소 가볍게 취급하는 정의에도 많은 사람들이 쓰고 읽기를 멈추지 않는 이유이지 싶다.

최근 권숙자 강남대학교 회화과 교수가 펴낸 <이 세상의 산책-안젤로의 전설> (아트벤트 刊)은 이 같은 수필의 장르적 특성을 아쉬움없이 보여준다.

저자는 2001년 지구문학 수필 부문에 등단했으며 저서로 <생의 한 자락을 잘라> 와 <이 세상의 산책> 이 있다.

2015년에 내놓은 이 책은 최근 권 교수가 개관한 ‘안젤로 미술관(Angeli Art Museum)’을 건립하기까지의 애환을 담았다.

프랑스의 샤갈미술관에서 감동받은 저자는 우리나라에도 햇살이 미술관 바닥에 그림처럼 드리워지고 아름다운 그림을 전시하는 미술관 건립을 꿈꾸기 시작했다. “벗이며 충고자이며 또 다른 세상을 비춰주는 등불”이었던 남편, 곽 안젤로 비올리스트는 아내인 권 교수의 꿈을 단단하게 지지했다. 그러나 남편은 2013년 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세상은 변한 것이 없는데 일상은 폭풍같은 변화를 몰고 왔다. 배우자가 떠난 고통은 어떤 것도 위안이 될 수 없는 깊고 지독한 슬픔과 무의미가 동반하였다.”

저자의 글이 외로운 자기고백에서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수필로 진화하는 지점이다. 권 교수는 깊은 상실감을 딛고 꿈을 현실화하는 과정을 아름답게 썼다.

남편을 그리는 저자의 절절한 감정은 부부의 가치를 일깨운다. 이처럼 한 인간이 필연적인 상실에 끝모를 허무에 빠졌다가 집념으로 상처를 딛고 열정으로 현실에 나서는 과정은 공감하고 감동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값 1만8천원

류설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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