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신간도서] 우에노 역 공원 출구 外

우에노 역 공원 출구 /유미리 지음 /기파랑 펴냄 일본 우에노 역 인근에 사는 노숙자들의 삶을 다룬 소설이다. 일본의 고도성장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부푼 꿈을 안고 도쿄의 우에노 역에 발을 내딛었다. 하지만 현실은 가혹할 뿐. 결국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노숙자로 전전한다. 작품 속 주인공 모리도 마찬가지다. 가난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쿄로 왔지만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아들 고이치는 돌연사하고 만다. 그동안 가족을 소재로 작품을 써온 재일동포 작가 유미리가 이번에는 노숙자들의 힘겨운 삶을 이야기한다. 값 8천500원. 라운드 하우스 / 루이스 어드리크 지음 / 문학동네 펴냄 지난 2009년 퓰리처상 최종 후보작에 올랐던 <비둘기 재앙>의 후속작 격인 작품으로 아메리카 원주민의 가족사를 다룬 소설이다. 원주민인 조는 어머니가 폭행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아버지와 함께 범인을 잡기 위해 나서지만 현실은 원주민에게 불평등하기만 하다. 어머니에 이어 아버지도 위험에 빠지자 조는 결국 자신만의 정의를 실현하기로 마음먹는다. 추리소설처럼 치밀하고 빠른 전개로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값 1만5천500원. 고대 로마 제국 15,000킬로미터를 가다 / 알베르토 안젤라 지음 / 까치 펴냄 트라야누스 황제 시절의 고대 로마제국 속 생활상을 소개하는 책이다. 이야기는 당시 사용된 동전인 세스테르티우스의 유통 과정을 따라가며 전개된다. 동전은 런던, 스코틀랜드, 파리, 아프리카 등 방대한 지역을 거쳐 로마로 돌아온다. 이 과정에서 소개되는 인물과 에피소드는 고대문헌과 당시 작가들의 작품을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상상만 해야 했던 고대 로마가 눈 앞에 펼쳐진다. 값 2만원. 이주의 베스트셀러 1. 비밀의 정원 | 조해너 배스포드 | 클 2. 미움받을 용기 | 기시미 이치로 | 인플루엔셜 3.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 요나스 요나손 | 열린책들 4. 에디톨로지 | 김정운 | 21세기북스 5. 트렌드 코리아 2015 | 김난도 | 미래의창 6. 지금 여기 깨어있기 | 법륜 | 정토출판 7. 센트럴파크(Central Park) | 기욤 뮈소 | 밝은세상 8.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히가시노 게이고 | 현대문학 9. 해커스 토익 보카(전면개정판) | David Cho | 해커스어학연구소 10.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채사장 | 한빛비즈

그리운 이름 박완서 산문으로 돌아오다

마치 덮어 놓고 제 자식 잘난 줄만 알고, 제 자식 역성만 드는 어리석은 엄마 같은 맹목의 애정을 나는 이미 내 앞을 떠나 있는 내 첫 작품에 대해 느꼈다. 그리고 비로소 글은 아무렇게나 쓸 게 아니라는, 글을 하나 써내는 것도 자식을 하나 낳아놓는 것만큼 책임이 무거운 큰일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박완서 작가의 산문집 <나의 만년필>의 한 대목이다. 작가의 첫 장편이었던 소설 <나목>을 탈고한 뒤 쓴 소회이기도 하다. 작가에게 삶의 묵직함은 펜의 무게와도 같았다. 평생을 글과 마주한 삶을 살아오면서도 스스로 글의 감옥에 갇히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1931년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광복과 한국전쟁, 남북분단 등 현대사의 질곡을 고스란히 겪어던 박완서 작가는 1970년 불혹의 나이에 데뷔하여, 2011년 영면에 들기까지 수많은 걸작을 남겼다. 그녀는 소설뿐 아니라 산문에도 능했다. 1977년 평민사에서 출간된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를 시작으로 작가는 꾸준히 산문집을 출간했다. <박완서 산문집>(문학동네 펴냄)은 그녀의 4주기에 맞춰 작가의 산문 300여 편을 엮은 책이다. <쑥스러운 고백> <나의 만년필>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들> <살아 있는 날의 소망> <지금은 행복한 시간인가>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애수> <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 등 7권의 책으로 출간됐다. 각각의 책에는 그의 작품 이면에 숨겨진 인간 박완서의 삶과 사회를 바라보는 비판의식과 소소한 일상에서 풍겨지는 행복과 즐거움이 담겨있어 읽는 이들에게 소설과는 또 다른 감동과 재미를 선사한다. 오래된 글인 탓에 현대 맞춤법에 따라 수정했지만, 박완서 작가 특유의 입말을 생생하게 살리기 위해 다양한 표현들은 그대로 살렸다. 또 작가의 향기를 느낄 수 있도록 작가의 손녀 김지상씨가 박완서 작가의 유품 사진을 촬영해 표지 장식으로 사용했다. 이 7권의 산문집은 길게는 40년, 짧게는 25년 작가의 시간이 담겼지만, 2015년 현재에도 유효할 뿐 아니라 그 어느 신간보다도 생생한 울림을 독자에게 전한다. 값 9만5천원.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인간의 이상행동, 그 원인은 무엇인가

안산 인질 살해사건 등 연일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끔찍한 사건이 터진다. 그 기저에는 반드시 범인의 정신적 문제가 존재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정신적 고통이 해결되지 않는한 그 가족과 사회, 결국 내가 영향 받는 것이다. 개인의 정신적 고통은 공동의 과제가 됐다. 이 과제 해결을 돕는 책이나왔다. 김청송 심리학 박사(경기대학교 청소년학과 교수)가 펴낸 <사례중심의 이상심리학(싸이북스 펴냄)>이 그것이다. 우리 혹은 나, 누구나 정신적인 문제로 이상 행동을 할 수 있다. 이상심리학은 바로 이 같은 인간의 이상행동과 정신장애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김청송 박사의 <사례중심의 이상심리학>은 2012년부터의 저자의 연구 결과를 집약한 책으로, 손가락 관절염을 겪을 정도로 학자로서 심혈을 기울인 연구서다. 인간정신의 줄기세포는 어디인가, 성격 유전자인가, 환경유전자인가? 아니면 이 둘의 복합유전자인가? 인간의 정신적 문제는 왜 발생하고, 그 결말은 무엇인가? 저자의 이 같은 질문에서 시작된 이 책은 이상심리학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200여 개 사례를 통해 진단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인간의 정신적 문제를 이해하는 데 해박한 지식을 전달한다. 예를 들어 씹어 먹는 것이 싫어 먹은 후 바로 토하고 잘먹지 않는 아이의 이야기에 회피적/제한적 음식섭취 장애를 진단한다. 이어 집에서 독자가 직접 진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며 체계적 둔감화 기법과 노출치료를 포함한 인지행동치료 등의 치료법을 일러준다. 금연을 강요하는 회사 분위기에 각종 금연법에 실패하면서 살찌고 안절부절하는 여성의 사례를 들어 타바코-관련장애를 들며 익히 금단 증상이라 치부한 행동들의 속살을 들춰내고 금연법을 제시한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사사건건 화를 내는 주부와 애인과 성관계를 맺은 후 성욕이 감퇴한 미혼 샐러리맨 등 누구나 겪음 직한 정신장애와 이상행동을 나열한다. 저자가 신경정신과 수련과정 중 만난 사람들부터 해외사례까지 고르고 고른 내용이다. 이 때문에 제목은 전공서적처럼 느껴지지만, 어느 페이지를 읽어도 쉽게 공감할 수 있고 나와 내 주변을 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줘 자기계발서 같은 느낌이다. 또 각 증상별로 대표적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구성으로 마치 실제로 독자가 궁금한 것을 콕 집어 대신 질문하고 전문의의 설명을 듣는 듯하다. 특히 이 책은 저자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미국정신 의학회의 <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편람 5편>(2013) 원서를 번역해 한국식으로 담았다는 데 의미가 깊다. 김 박사는 947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편람을 번역해 진단기준을 우리의 정서에 맞게 옮겼다. 긴 시간 현대인의 정신세계의 문제와 해결방법에 몰두한 저자의 결론은 무엇일까. 그는 사람은 궁극적으로 행복을 추구하지만 너무 바쁜 일상에 쉼표가 없어 정신적 문제를 겪는다. 아이러니 하게도 고통과 불행은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이 책이 자신의 심리적 문제를 찾고 휴식을 갖게 하며 행복으로 이끄는 안내서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 사춘기 학생들을 지도하는 선생님, 부부 생활에 권태를 느끼는 중년 등 행복한 내일을 꿈꾸는 모든 사람들에게 권할 만 하다. 값 2만5천원. 류설아기자

경제학 교수 눈에 비친 욕망의 근원 ‘서울’

서울은 하나의 거대한 회로다. 도체와 부도체, 자본과 비자본의 결합체이자, 대한민국 사회를 움직이는 운영체제다. 비좁은 도시, 효율적으로 쌓아올린 거대한 아파트와 빌딩숲, 대기업 사원증을 목에 걸고 거리를 활보하는 직장인의 행렬, 우수학군에 편입되기 위한 부모들의 분투로 상징되는 도시 자본은 그 자체로 서울을 작동하는 동력이자, 욕망의 근원이다. 이 책은 이 같은 서울의 동력을 정치경제학적 프레임을 통해 설명했다. <마르크스가 내게 아프냐고 물었다> <일하기 전엔 몰랐던 것들>에서 정치경제학과 일상,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솜씨 있게 엮었던 충남대 경제학과 류동민 교수가 이를 담았다. 저자 자신이 살며 겪었던 서울의 일상을 책의 소재로 했다. 하지만 경험에 의존하지는 않는다. 케인즈, 마르크스, 피케티의 이론, 다시 말해 정치경제학의 분석 도구로 프렌차이즈카페, 대리운전, 대형교회, 유흥주점 등 오늘의 일상을 하나씩 분석하면서 임대료, 자영업, 재개발처럼 서울의 삶을 굴리는 운영 체제를 설명한다. 저자의 눈에 비친 서울은 잔인할 정도로 척박하다. 끊임없이 재건축되는 아파트는 물신의 상징, 대학과 교회는 도시 한복판에 자리잡은 대형 위신재나 다름없다. 서울을 가동시키는 욕망의 운영체제는 한계점에 다다랐다. 능력주의 신화가 무너지고 알아서 살아남기가 유일한 생존법이 된 사회가 지금 여기 서울이자 한국사회라는 것이다. 값 1만4천원.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이주의 신간도서] 20세기 아리랑 外

20세기 아리랑 /이태영 지음/ 한울아카데미 펴냄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 이슈와 논점을 제시하며 진보와 보수 사이의 중립적 이해를 시도하는 책이다. 저자인 고등학교 역사교사 이태영 씨는 일제강점기에도 사람이 살았다는 사실을 진보진영이 인정하고, 북한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보수진영이 인정해보자고 제안한다. 지금까지의 한국 근현대사 서술은 지나치게 정치적이고 이념적이었다는 저자의 문제의식이 책에서 녹아들었다. 또 지금까지의 한국 근현대사 서술은 지나치게 정치적이고 이념적이었다고 설명한다. 값 2만9천원. 예술 수업 /오종우 지음 / 어크로스 펴냄 미술, 음악, 영화, 소설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 작품이 어떻게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고 경직된 것을 파괴하는지, 또 우리가 확인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책이다. 성균관대 러시아어문학과 오종우 교수가 교양강의 예술의 말과 생각의 내용을 글로 옮긴 이 책에는 도스토옙스키, 피카소, 셰익스피어 등 천재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저자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은 아는 만큼이 아니라 느끼는 만큼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 예술과 현실은 결코 동떨어진 게 아니고 서로 스며드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값 1만7천원. 만화로 보는 기후 변화의 거의 모든 것 /필리프 스콰르조니 지음 / 다른 펴냄 기후의 역사, 기후 변화 현상 등 기후와 관련된 대부분의 이야기를 만화로 옮긴 책이다. 인간 사회의 잔혹함과 현대사회의 병폐 등 무거운 주제를 다뤄온 프랑스의 필리프 스콰르조니는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전하기 위해 6년간 자료 수집과 인터뷰에 몰두했다. 만화지만 정치경제학적 파장에 대한 내용까지 담으며 폭넓은 정보를 제공하고, 기후학자, 경제학자 등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담아 신뢰성을 높였다. 저자는 자연을 바꾼 것은 우리이기 때문에 희망의 가능성도 우리에게 있다고 강조한다. 값 1만9천800원. 이주의 베스트셀러 1. 비밀의 정원 | 조해너 배스포드 | 클 2.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 요나스 요나손 | 열린책들 3. 미움받을 용기 | 기시미 이치로 | 인플루엔셜 4. 트렌드 코리아 2015 | 김난도 | 미래의창 5. 에디톨로지 | 김정운 | 21세기북스 6. 센트럴파크(Central Park) | 기욤 뮈소 | 밝은세상 7.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히가시노 게이고 | 현대문학 8. 지금 여기 깨어있기 | 법륜 | 정토출판 9. 해커스 토익 보카(2014 전면개정판) | David Cho | 해커스어학연구소 10. 해커스 토익 스타트 Reading(개정판) | David Cho | 해커스어학연구소

조선시대 건축물 속 風水

행궁은 임금이 머무는 곳인 만큼 가장 의미있는 장소를 선정했을 것이라는 전제가 가능하다. 예로 남한산성의 행궁은 전시 대비용이지만, 둥그렇게 둘러싼 산들에 의해 형성된 보국과 명당을 갖줘 장풍국(풍수에서 바람의 기운을 잘 갈무리하는 형국으로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의 형국이다. 선조는 일찍이 남한산성의 형세가 으뜸이라 들었다고 했다. 수원시 팔달구 행궁 길에 위치한 화성행궁은 어떠한가. 수원 행궁은 평소에 수원부의 관아로 사용하다가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1735-1762)의 현륭원을 수원으로 이장한 후 참배하러 오면 행궁으로 사용했다. 역시 풍수적 관점에서 입지 선정이 이뤄졌다. 화성은 팔달산 동편 기슭에 위치하지만 북쪽에는 높이 300m 내외의 광교산맥이 서쪽에는 여기산이 서 있어 분지의 형상을 하고 있다. 특히 행궁은 화성의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으며 배산임수의 공간 구성적 특성을 보여준다. 주산인 팔달산이 뒤를 받쳐주고 앞에는 팔달산에서 발원한 명당수가 유유히 흐르며 음양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수원행궁의 어전이자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진찬연이 열린 행궁의 봉수당 상량문에는 용이 엎드리고 봉황이 날아오르는 듯하니 하늘과 제왕의 땅이며, 학의 상서로움과 거북의 징험을 받아 이루어진 곳이라 했다. 박정해 (사)정통풍수지리학회 이사장은 <한국 유교건축에 담긴 풍수 이야기>를 통해 남한산성과 화성처럼 조선시대 건축에서 풍수가 가장 두드러지는 입지 선정 조건이었다고 강조한다. 남한산성, 화성행궁, 연천군에 위치한 숭의전 등 유교사상을 바탕으로 국가 안보를 책임진 건축물들을 집중 연구한 결과를 근거로 제시한다. 특히 경기지역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에 대한 조명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저자는 경기도는 서울에 인접해 많은 문화유산을 간직한 지자체인만큼 중요한 지역이며 각각의 문화유산이 갖는 가치조차도 의미가 크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관심과 연구의 필요성은 크다고 집필 의도를 밝혔다. 박 이사장은 건축학 박사로 한양대에서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풍수명당이 부자를 부른다>와 <조선 유교건축의 풍수 미학> 등을 썼다. 값 3만원. 류설아기자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거창高 직업 십계명

특수목적고등학교도 아니지만 매년 입시철만 되면 우수한 명문대 진학률을 기록하는 거창고등학교의 교육 철학이 공개된다. <거창고 아이들의 직업을 찾는 위대한 질문>은 10대 자녀를 둔 한 엄마가 거창고에서 교장을 역임한 교육인과 함께 거창고등학교 졸업생들이 삶을 대하는 태도를 파헤치는 책이다. 저자 강현정은 거창고 졸업생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3년간 전국 곳곳은 물론 일본까지 누볐다. 거창고 교장을 역임한 바 있는 공저자 전성은의 생생한 구술도 포함됐다. 거창고에는 3대 교장인 故 전영창 교장의 가르침을 요약한 직업선택의 십계라는 현대 사회에서는 납득하기 힘든 지침이 있다.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승진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장래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라 등의 지침은 저자마저 의문을 가진다. 하지만 한 귀로 흘려듣기 딱 좋은 이 말에 거창고의 교육 철학이 결합되면 꽤 괜찮은 삶을 대하는 원칙으로 바뀐다. 이 학교에서 3년간 배우고 졸업해 사회로 뛰어든 졸업생들의 이야기가 이를 증명한다. 특히 한 졸업생의 건축가라면 자기가 세운 다리는 무너지지 않아야 하고, 의사는 사람의 목숨을 소중히 여긴다. 또 판사는 믿을 수 있는 판결을 내려야 하고, 기자는 거짓을 전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은 거창고등학교가 추구하는 교육 철학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할 만큼 엄청난 부와 명예를 가지진 않았지만 스스로 가치를 정하고 삶을 대하고 있는 졸업생들의 이야기는 성공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책에는 좋은 교육법이나 직업 선택을 잘하는 비결이 나와 있지 않다. 혹시나 기대했다면 곧 실망이 뒤따를 것. 하지만 이 졸업생의 말이 귓가를 맴돈다면 일독을 권한다. 값 1만2천800원. 신지원기자

경기문학 2014 신작모음집 ‘그곳에 이야기가 흐른다’ 발간

경기문화재단은 2014년 문화예술 공모지원사업 문학분야 선정 작가 12인의 작품을 모아 <경기문학 2014 신작모음집그곳에 이야기가 흐른다>를 펴냈다. 앞서 재단은 2014 경기문화재단 공모사업을 통해 선정한 문인 12명의 창작작업을 지원했다. 이들이 경기지역의 문화유산과 자연자원을 활용한 신작을 집필할 수 있도록 했으며 해당 작품을 격월간지 문화나루에 1년간 순차적으로 게재했다. 이번 책은 지난 일년 간의 결실을 모아 무크(mook)지로 엮어낸 것이다. 책에는 경기도라는 장소에 오랜 세월 각인된 인간과 삶에 관한 기록이 시소설동화수필 등 여러 장르를 통해 보여준다. 운문 60편, 산문 12편 등 총 72편의 작품을 수록했다. 산과 강, 문화유산과 도시의 거리, 시장과 박물관 등 지리적 공간을 중심으로 보편적 인간사를 탐색하게 한다. 문학평론가 김수이는 경기도는 중앙과 지방, 근대와 근대 이전, 무장소성과 장소성이 충돌하는 최전방으로서, 우리 시대와 장소에 대한 정직한 목격자의 역할을 자처하는 시인들이 다각도로 증언하고 탐사하는 각별한 현장으로 거듭난다. 공동 저작인 이 작품집은 경기도의 장소성의 귀환과 새로운 도래의 가능성을 노래한다고 평했다. 한편 재단은 매년 무크지로 지속적으로 펴낼 예정이다. 류설아기자

문화계 거장, 스승을 말하다

문화의 최전선에서 시대를 풍미한 거장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거장, 스승을 말하다(리더스하우스 刊)가 출간됐다. 이 책은 고은, 김윤식, 임권택, 정경화, 조수미, 강수진, 장한나, 이현세 등 우리니라 문화계에서 거장이라 불리는 13인을 인터뷰해 그들의 성장을 촉발시킨 스승에 대해 탐구한 결과를 담았다. 20년 경력의 기자출신 저자가 오랜 시간 교류하며 취재하고 인터뷰해 책으로 엮었다. 저자는 서두에서 참된 스승이 부재하는 시대라 개탄하지만 실상 부재하는 존재는 진정한 제자라며 거장의 삶, 거장의 스승을 통해 제자의 길을 배워보자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영화 서편제 등 102편의 영화를 제작한 명장 임권택 감독은 스승인 정창화 감독에게 영화의 테크닉을 전수받았지만, 영화의 정신과 소재의 대부분은 조선의 예술혼과 민중, 한국의 근현대사를 통해 습득했다고 말한다. 민족의 지성이라 불리는 시인 고은은 은사와 제자라는 수직적 도제(徒弟) 행위를 거부한다. 그는 오히려 사막과 바다, 대지가 나의 스승이라고 답하며 스승관을 우주론적으로 확장한다. 시인에게는 천지만물이 문학적 은사였던 셈이다. 이외에도 미샤 마이스키를 만나 지휘자로 자신의 길을 확장하고 있는 첼리스트 장한나, 수도승 같은 자세로 자신의 길을 걸었던 발레리나 강수진, 아버지를 최초의 스승으로 만나 독학으로 미술의 기예를 연마한 화가 몽우 조셉킴 등의 성장담이 수록돼 있다. 값 1만6천500원.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강아지 시선으로 본 세상… 은유·해학 넘쳐

사과 궤짝에서 자기 때문일까? 밤에는 잠이 들지 않고, 낮에 자게 된다. 밤에 잠이 오지 않으니 자연 마당을 빙빙 돌게 된다. 달이 밝다. 달을 바라보고 있으니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엄마도 달을 바라보고 있을까? 그러면 나를 생각하고 있지나 않을까? 슬픈 생각이 났다. 우리들은 왜 이렇게 헤어져서 살아야 하는 것일까?. 달빛을 따라서 건넌방 쪽 마루 앞으로 옮겨 앉았을 때였다. 장지(방과 방 사이 문)가 열렸다. 나는 벌떡 일어섰다. 장지를 열고 내다보는 사람은 창수 아버지였다. 전등은 켜지지 않았다. 앗! 베쓰, 허허! 그놈 참 신통하다. 여보오~ 창수 아버지는 큰 소리로 어머니를 부르며 말했다. 베쓰가 말야! 집을 지키느라고! 자지를 않는구려~ 은유와 해학이 넘친다. 책 멍멍 나그네(문학과지성사 刊) 내용 중 베쓰의 일기 중 한 구절이다. 글에서 유추할 수 있듯 이 책의 주인공은 어린이 창수가 키우는 강아지 베쓰다. 따라서 이 글을 쓴 이도 강아지다. 일기장에는 태어나서부터 주인을 만나기 전까지 엄마 개와 보낸 행복한 순간들이 고스란히 적혀있다. 개가 눈먼 아기를 데리고 다니며 밥 동냥을 해 키운 이야기와 개가 주인을 불속에서 살리고 자신은 죽은 이야기등 베쓰의 어머니가 훌륭한 개로 자라라고 교육시킨 이야기들도 있다. 밤에는 도둑을 지키고 낮에는 쇠사슬에 묶여 꾸벅꾸벅 졸아야 하는 서글픈 신세를 한탄하는 글들도 있다. 독특한 주인공을 내세운 만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특별하다. 보고 있으면, 배시시~하고 미소가 지어진다. 그래서 이름이 베쓰인 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우리나라 창작동화 선구자인 마해송 전직의 일곱 번째 권인 장편동화다. 강아지의 의인화(擬人化)를 통해 인간 세계의 객관성과 그 사회가 지니는 원초적 가치를 서정적이고 동화적으로 표현했다. 더불어 이 책은 구어체, 그것도 할아버지가 손주들에게 들려주는 동화 구연체 문장을 쓰고 있어 읽는 사람에게 훨씬 친근함을 준다. 그것이 선의지를 지향하는 작품 내용과 어울려 마치 맘씨 좋은 할아버지로부터 옛날이야기를 듣는 듯 구수한 맛을 남긴다. 베쓰의 일기 외에도 책에는 골초 영감, 슈슈 선생 세 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책 곳곳에 구전으로 전해져 오는 전래 설화가 많이 삽입돼 있어 읽는 재미가 있다. 책의 말미에는 마해송 아동문학의 작품 전체 목록을 연표로 정리했다. 값 1만1천원. 박광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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