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가 벌써 종점 부근에 왔는가 / 월간 시와 표현 20호 표지에 허형만 시인의 얼굴이 근사하게 실렸다. / 칠순의 삶이 온화하게 보인다 / 양재동 순천식당에서 / 조병기, 정순영 시인과 저녁술을 마시며 / 언제 누가 촬영한 거냐고 물었더니 / 허형만 시인 왈, 무심하게 / 영정용으로 사진관에서 찍었단다. / 모두 함께 웃었지만 / 나는 무슨 미련이 남았는가. 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장 임병호 시인의 신작 <뒷모습>의 일부다. 시인은 동료들과의 일화를 담담하게 그렸다. 별 다를 것 없이 평범해보이지만 이들의 만남은 특별했던 듯하다. 시인에게 남은 삶에 대한 태도를 고민하게 했고, 시 속에 등장하는 동료들과 뜻깊은 작업을 하는 데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1940년대에 태어나고, 1970년대에 등단한 조병기, 허형만, 임병호, 정순영 시인이 작품집 <4인시>를 출간했다. 이들은 고향이 전남, 경남, 수원 등으로 다르지만 출생과 등단 시기가 비슷한 인연으로 40년 넘게 우정을 이어왔다.
시의 음악성과 서정성을 강조하는 비슷한 시경향도 이들이 깊은 우정을 쌓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평소 한 달에 2~3번 만나 시에 대해 이야기하고, 술잔을 기울이는 네 시인은 최근 만남에서 뜻을 모았다. 점차 난해해지고, 산문화되면서 무뎌진 시의 감동을 다시 독자들에게 전하자고 다짐한 것이다. 허형만 시인의 <난해한 시 읽기>는 이러한 의도를 잘 나타낸다. 눈썰미 깊은 말 주인이야 자기 말을 알아보겠지라는 시 구절에서는 시인 자신만 이해할 수 있는 난해한 시에 대한 풍자적 어조가 엿보이기까지 한다. 시인들은 각자 평범한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담은 신작, 근작 등 20편씩을 소개하면서 시가 주는 감동을 극대화하고, 어느덧 잊혀진 시의 매력을 되살린다.
신지원기자
출판·도서
신지원 기자
2015-07-01 2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