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적시는… 추억의 아릿함

시(詩)의 생명은, 감정이다. 아련함이고, 간절함이다. 또한 사랑이다. 단어와 문장, 심지어 마침표와 공백에도 시인의 언어가 자리한다. 섬세한 감정과 그리움 가득한 문체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작가 김준이 10년 만에 시집(詩集) <내 하루는 늘 너를 우연히 만납니다>(글길나루 刊)로 돌아왔다. 작가 김준은 <月刊 문학21>로 등단, 1998년 첫 시집 <예스터데이>를 출간했다. 첫 작품부터 시 부문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어 2002년 출간한 두 번째 시집 <별이 된 당신에게 하늘 닮은 사랑이고 싶습니다> 역시 5개월 연속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하지만 그는 인생의 정점에 돌연 잠적한다. 명성은 물론 부까지 획득했으나 시인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이라 여겼다. 그렇게 13년. 작가 김준은 한층 성숙해진 감성으로 독자들을 찾았다. 이번 시집에는 작가의 현재와 과거가 동시 담겼다. 표지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각기 다른 그림을 표지에 적용, 세 가지 버전으로 출간했다. 그림은 이혜민 화가의 작품이다. 도록을 방불케 할 정도로 퀄리티 있는 그림들이 각각의 장을 장식한다. 시집에 수록된 이 화가의 작품은 작가 감성을 애잔하게 녹여 주고 있다. 1만2천800원 박광수기자

[이주의 신간 도서] 잿빛 음모 外

잿빛 음모 / 존 그리샴 지음 / 문학수첩 펴냄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법정 스릴러의 대가 존 그리샴의 신작이다. 그동안 대기업의 비리와 사회의 모순을 고발해온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대규모 광산업의 부조리를 폭로한다. 대형 로펌회사에서의 비인간적인 삶, 선탁 재벌에 매수된 법조계, 마구잡이식 광산 개발로 삶의 터전을 잃고 공동체마저 붕괴될 위기에 처한 광산 마을의 실태 등을 심도 깊게 다뤘다. 치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한 짜임새 있는 인물 구성과 탁월한 심리 묘사, 깊이 있는 현실 인식 등이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값 1만4천원. 일본의 야신 노무라 감독 약자가 강자를 이긴다 / 김식 지음 / 북오션 펴냄 야신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도의 롤 모델인 일본의 명감독 노무라 가쓰이의 야구관과 야구인생, 인생관을 담은 책이다. 노무라 감독은 약한 팀을 항상 강팀과 대등하게 겨룰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그런 그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에게서 약자가 강자를 이길 방법을 배운다. 야구인뿐만 아니라 야구만큼 복잡한 세상을 사는 일반 사람들에게도 많은 도움과 깨달음을 전한다. 값 1만4천원. 연애보다 패션보다 피부가 먼저다 / 김연진 지음 / 포북 펴냄 피부과 의사가 말하는 피부 관리 비법을 담은 책이다. 병원을 찾지 않아도 건강하고 예쁜 피부를 가꾸는 방법과 생활 습관을 설명한다. 얼굴을 씻기 전에 손부터 씻으라는 기본적인 클렌징 방법부터, 홍조, 자외선 차단, 악건성, 민감성 트러블 등 다양한 피부 고민에 대한 대처 방법을 알려주고 피부 미인으로 가는 지름길을 안내한다. 이밖에 저자의 비법, 연예인들의 관리 방법, 잘못 알고 있는 피부 관리에 대한 지식을 짚어보는 등 다양한 피부 관리 지식을 공개한다. 값 1만3천원. 이주의 베스트셀러 1. 미움받을 용기 | 기시미 이치로 | 인플루엔셜 2.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채사장 | 한빛비즈 3. 담론 | 신영복 | 돌베개 4. 허즈번드 시크릿 | 리안 모리아티 | 마시멜로 5. 7번 읽기 공부법 | 야마구치 마유 | 위즈덤하우스 6.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현실너머 편 | 채사장 | 한빛비즈 7. 하버드 새벽 4시 반 | 웨이슈잉 | 라이스메 8.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 유시민 | 생각의길 9.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히가시노 게이고 | 현대문학 10. 레프트오버 | 톰 페로타 | 북플라자

인생의 단맛 쓴맛… 구수한 사투리·재치로 승화

아름다운 풍경이나 추상적인 사물보다는 흔한 일상을 시에 담았다. 정제된 말보다는 구어나 사투리로 현실 그대로를 표현해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듣던 옛 이야기처럼 포근하고 편안하다. 윤한로 시인이 첫 시집 <메추라기 사랑 노래>를 통해 세상을 이야기한다. 지난 1981년 등단한 이후 34년 만에 내놓는 시집이다. 그렇다고 그가 그동안 시를 쓰지 않은 것은 아니다. 발표를 하지 않았을 뿐 6백여 편이 넘는 시를 계속 써왔다. 이렇게 많은 시를 써오면서도 책에 담지 않았던 이유는 좋은 시를 쓰려는 욕심 때문이었다. 제대로된 시를 준비하려다 3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나갔다. 물론 세월이 많이 흐른 만큼 그의 시에는 30년 인생의 굴곡이 모두 담겼다. 총 4부로 나눈 책의 소제목을 잡시, 졸시, 천시, 동시로 나눈 것도 굴곡을 솔직하게 담아내기 위해서다. 하나 하나 읽어내려가다보면 좋고 아름다운 향기보다는 삶에 찌른 땀 냄새가 더 강하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냄새가 고약한 건 아니다. 자신이 살던 시골, 아내, 할머니는 물론이고 자신이 키우던 개 등도 시의 소재로 삼은데다 다정한 이웃들의 구어와 할아버지, 할머니한테서 들을 수 있는 구수한 사투리를 있는 그대로 담아 정겹다. 또 추상적인 이미지보다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노래해 어렵지 않고, 시인의 재치와 유머에 재미마저 느껴진다. 그가 안동의 시골학교 교사였던 이오덕 시인의 <일하는 아이들>을 통해 시를 배웠고, 등단 이후 지금까지 안양예고에서 아이들에게 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만큼 아이들의 동심도 제대로 포착했다. 이슬비, 개똥참외, 바보온달, 개떡 등 그의 학창시절 속 추억은 물론 현재 아이들의 생각과 고민도 시 속에 펼쳐진다. 편안하고 아름다운 우리말, 사투리로 그리고 있는 그의 시를 들여보다 보면 구수하고 포근했던 옛 추억이 저절로 떠오른다. 값 9천원. 신지원기자

빠름의 시대 ‘느림의 미학’으로 바라보기

무엇이든 빠르다. 기술도, 인간도, 교통도, 일상도. 뭐든 LTE 급이다. 효율성과 경제성, 실용성의 잣대로 요약되고, 간소화된 사회다. 그만큼 스쳐가는 것들도 많다. 속도와 빠름 사이사이 잊히고 생략된 것들이다. 멀리 있지도 않다. 우리 주변에 산재한다. 보는 방법은 쉽다. 느리게, 그리고 천천히 걸으면 된다. 가끔은 의자에 앉아 쉬어가도 된다. 그러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들리지 않던 것들이 들린다. 길가에 핀 이름 모를 꽃들과, 시장상인들의 물건 파는 소리, 처마 아래서 낮잠을 즐기고 있는 고양이들과도 마주친다. 또 모르고 지나쳤던 지역 문화재와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과도 조우한다. 이 모두가 느림의 미학을 통해 만나게 되는 또 다른 세상이다. <화성소타나 II>(아이콘커뮤니케이션 刊)는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에서 벗어나 걷기를 통해 잊혀진 지역문화재를 탐방, 재조명하는 책이다. 화성에서 군수를 지내고, 초대 시장을 역임한 우호태 씨와 그의 후배이자 지역 50년 토박이인 이재훈 씨가 함께 걸으며 썼다. 지난해 12월 출간된 1권에 이은 두 번째 기행이다. 전 권에서 무봉산과 제부도, 세마대 등 주로 화성지역을 탐방했다면, 이번 권에서는 공간을 조금 옮겨 화성과 수원을 잇는 수원천과 화성(華城)을 글의 무대로 했다. 지역과 탐방 형태에 따라 1부로 2부로 나눴다. 1부 황구지천 물길 여행 수원천 서해로 가다편에서는 수원천 발원지인 광교산을 시작으로 연무교, 화홍교, 두물머리, 독산성까지 이어지는 물길을 따라 그와 함께 발상한 문화와 생명의 기원을 되짚는다. 이어 2부 화성순행(華城巡幸) 편에서는 팔달문, 화서문, 창룡문, 장안문 4대문과 방화수류정, 화성장대, 연무대 등 수원화성 곳곳을 돌아다니며 역사적 의미와 순간을 생생한 문장으로 재현했다. 형식과 구성은 탐방이지만, 이 책은 단순한 기행만은 아니다. 인문서다. 심층적인 역사는 물론, 현대의 풍경 안에 담긴 사람과 그 속에 녹은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함께 요리했다. 여기에 저자들이 직접 찍은 사진과 시(時), 탐방지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연표와 도표 등 풍부한 부록들이 함께 수록돼 교양서로도 활용할 수 있다. 수원화성에 초점한 현대판 택리지(擇里志)다. 값 1만2천원. 박광수기자

고뇌하는 젊은이들에 용기를 박노해 著 ‘사람만이 희망이다’ 개정판

1997년 당시 시대의 화두로 떠오르고, 수많은 독자들의 가슴을 뒤흔든 시인 박노해의 옥중 사색 <사람만이 희망이다>가 새로운 편집과 디자인으로 출간됐다. 1997년 경주교도소 독방에 무기수로 수감 중이던 박노해 시인이 아내와 형 등이 면회 때 받아 적은 옥중 구술과 메모를 엮은 이 책은 출간 당시 90년대 최고의 정신적 각성의 기록, 고민 속에 흔들리는 많은 사람에게 용기를 준 책 등의 평가를 받으며 바로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은 물론, 30만 부 가까이 읽히는 등 폭발적인 관심이 쏟아졌다. 이번 개정판은 박노해 시인의 문체를 다듬고 새로운 편집과 디자인으로 변화를 꾀했다. 군사정권 아래 7년여의 수배생활, 체포 후 참혹한 고문사형 구형, 무기수로 독방에서 보낸 7년 등 절망으로 가득한 삶을 산 박노해가 하루 12시간씩 좌정해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간 글에는 그의 날카로운 고뇌가 녹아있고, 여전히 시대 곳곳을 겨냥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를 통해 길을 잃고 고민하는 이 시대의 젊은 이들에게 희망을 선사하고, 깊은 위로와 용기를 건넨다. 크게 7개로 나뉜 소제목 아래 담긴 122편의 에세이를 비롯, 출간 당시 함께 실린 故 김수환 추기경의 추천사와 도정일 경희대 교수의 발문도 그냥 넘길 수 없다. 또 박노해 시인이 세계 각지를 다니며 찍은 나무 사진을 본뜬 표지와 각 장의 그림도 암담한 세상 속에 작게나마 피어나는 희망을 보여주는 듯하다. 값 1만5천원. 신지원기자

[이주의 신간도서] 주마등 일기 外

■ 주마등 일기 / 은학표 지음 / 등대지기 펴냄 흔히 우리 인생을 주마등에 표현한다. 주마-등(走馬-燈)은 등갓에 말이 그려진 등이다. 공중에 매달려 빙빙돌 때 마치 말이 빠르게 달리는 것처럼 보여 붙은 비유다. 은학표의 시집 <주마등 일기>는 이 비유에 대한 적절한 사유의 결과물이다. 일상을 시집으로 그려낸 <주마등 일기>는 저자의 어릴적 삶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담았다.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고, 느끼고 싶어도 느낄 수 없는 어머니와 그 때 그 시절. 기억이 명멸하는 시대. 영혼의 필서로 독자에게 위안을 선사한다. 값 1만원. ■ 고미숙의 로드클래식, 길 위에서 길 찾기 / 고미숙 지음 / 북드라망 펴냄 길, 길. 꼬일대로 꼬인, 지워질 대로 지워진, 뻗을 대로 뻗은, 길 사이 고전평론가 고미숙이 섰다. 기존 길을 소재로 했던 인문학 서적이나 기행문과는 성격이 좀 다르다. 길이 길이 전해지는 고전 중 길을 배경으로한 로드클래식 6편을 모았다. 서유기, 돈키호테, 허클베리 핀의 모험, 그리스인 조르바, 걸리버 여행기, 열하일기. 한번 쯤은 읽거나 들었을 고전 중 고전이다. 삶 자체가 길 없는 대지 위를 걸어가는 여행이라고 말하는 고미숙은 이 로드클래식 작품 속 주인공들을 통해 지금의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삶의 기술들을 펼쳐 보인다. 값 1만5천원. ■ 감정과 욕망의 시간 / 남다은 지음 / 강 펴냄 남다은의 영화평론집이다. 저자에게 영화비평은 어떤 것을 쓸 것인가 혹은 영화란 무엇인가의 물음은 아니다. 그보다 더 간절하고, 절박한 문학이다. 남다은에게 비평은 자신이 있는 곳에서 영화가 위치한 어떤 지점으로 회귀하거나 이행하는 과정이다. 영화가 열어준 세계의 결들을 힘껏 긍정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질수록, 현실의 언어들이 더욱 가까워지고, 짙어진다. 본질과 맞닿은 사유의 영역인 셈이다. 씨네21에 연재된 글들을 엮었다. 값 2만원. 이주의 베스트셀러 1. 미움받을 용기 | 기시미 이치로 | 인플루엔셜 2.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채사장 | 한빛비즈 3. 담론 | 신영복 | 돌베개 4. 허즈번드 시크릿 | 리안 모리아티 | 마시멜로 5. 7번 읽기 공부법 | 야마구치 마유 | 위즈덤하우스 6.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현실너머 편 | 채사장 | 한빛비즈 7. 하버드 새벽 4시 반 | 웨이슈잉 | 라이스메 8.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 유시민 | 생각의길 9.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히가시노 게이고 | 현대문학 10. 레프트오버 | 톰 페로타 | 북플라자

세상을 바꾼 컴퓨터, 탄생부터 미래까지

현대의 가장 큰 특징은 세계의 분할이다. 전선(line)을 기준으로 안(on)과 밖(off)으로 완벽히 구분돼 있다. 중심에는 컴퓨터가 있다. 컴퓨터의 발명과 IT 기술의 진보는 20세기 이후 인류문명사 가운데 가장 뛰어난 성취로 평가된다. 컴퓨터가 바꿔놓은 일상은 그만큼이나 드라마틱하다. <컴퓨터과학이 여는 세계>(인사이트 刊)는 제목 그대로 컴퓨터 기술의 발전이 어떤 알고리즘으로 세상을 변화시켰는가를 공학자의 시선에서 서술한 책이다. 책의 저자인 이광근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첫 장에서 (소프트웨어라는 마음을 도구로 활용하게 되면서) 인간은 놀랍게 확장하고 있다며 지능이 확장하고 본능이 확장하고, 인간의 현실이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계 있는 세상에서 한계 없는 무한한 상상의 도구인 컴퓨터를 통해 인간의 인지와 의식의 지평을 확장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컴퓨터 기술의 발전은 PC시대를 열었고, 사이버 공간을 비약적으로 확대시켰다. 이를 통해 스마트폰의 기반이 완성됐고, 과거 공상과학 영화에서도 상상하지 못한 세계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기술 진화의 속도도 빨라 어제의 기술은, 그야말로 과거로 취급되는 정보통신혁명의 시대를 살고 있다. 이 책은 컴퓨터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앨런 튜닝의 튜링머신부터 실현, 활용, 현재에 이르기까지 컴퓨터 기술발전의 프로세스를 차근차근 짚어간다. 공학자의 책인 만큼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이 따라가기에 조금은 난해한 부분이 있다. 특히, 4장 언어와 논리 페이지에는 프로그래밍을 위한 기본 개념 정리가 방정식화 돼 있어 특히 어렵다. 그렇다고 일반인의 접근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는다. 저자가 밝혔듯 교양서이자 입문서인 만큼 어려울 수 있는 개념들을 친절한 설명과 풍부한 각주로 풀어냈다. 때문에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해당 분야에 지식을 쌓고자 하는 일반인도 마음만 먹으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또한 컴퓨터 기술 발전의 역사적 관점과 인문학적 의미가 녹아있어 변화하는 정보통신사회의 이면과 핵심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값 1만8천원. 박광수기자

절을 찾아 떠나는 길… 그길에서 마주한 인생

불교 문화 유산이 많은 국내 절들을 순례하는 과정을 그린다. 절에 도착하는 게 목적이 아니다. 절로 가는 길에 만나나는 사람들, 그리고 자연 풍경에 대한 감상이 중심이다. <저절로 가는 길>은 한국의 절을 찾아 순례하는 등산걷기 여행 모임을 만들고 7년간 국내 700여 곳의 절을 탐방한 저자 고원영 씨가 36개의 절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길과 다르게 우리나라 국토 전체가 성지순례길이라며 그 속에서 마주한 스님, 산악인, 주부, 할머니, 법조인, 시인 등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의 사람들 이야기를 소개한다. 저자가 찾은 절들은 서울과 수도권, 경남, 전남 등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 심지어 유명한 사찰을 선택하지도 않았다. 절로 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가는 과정에서 떠오르는 이야기와 감정을 그리는 데 집중한다. 특히 저자는 자신만의 순례길로 절을 찾아간다. 서울 도심 한복판의 조계사를 갈 때도 혜화문에서 출발해 숙정문으로 이어지는 북악산 성곽 길을 걷고, 삼청공원을 지나 가회동 언덕을 넘어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해 한용운이 만년을 보낸 한옥 심우장을 바라보고, 중학천 부근에 숨어 있는 칠보사를 가슴에 품는다. 또 전남 강진의 다산련원에서 정약용의 남도 유배길을 따라 백련사를 찾는 여정에서는 시인 정호승이 감탄을 금치 못한 뿌리의 길을 마주하고, 다산과 혜장선사가 우정을 나눈 다산 오솔길에서 옛 이야기를 떠올린다. 절을 찾는 과정이 삶을 살아가면서 접하는 경험, 생각과 닮아 있어 불자가 아닌 독자에게도 흥미를 선사한다. 값 2만원. 신지원기자

인간의 삶, 나직히 읊조리다

일상의 쉬운 언어로 현실 이야기를 그린다. 자연을 바라보고, 인생을 고요한 마음으로 관찰하는 태도는 수많은 독자들을 책 속으로 빠뜨린다.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정호승 시인의 이야기다. 그가 산문집 <우리가 어느 별에서>를 들고 다시 독자들을 찾아왔다. 이 책은 1996년 <첫눈 오는 날 만나자>, 2001년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2003년 <위안>으로 개정증보해왔던 책이다. 이번에 다시 세월호 비극,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탈북시인의 시집에 대한 글을 등 18편의 산문을 추가하고, 기존의 산문을 선별해 총 78편의 작품을 담아 <우리가 어느 별에서>라는 이름으로 출간했다. 작가의 40년 작품활동의 면면을 들여다보고, 그의 작품세계를 다시 되새겨보게 한다. 시인은 어린 시절부터 현재의 이야기까지 찬찬히 그려나간다. 시를 써나가기 위한 자양분을 받았던 순간, 실패와 가난, 대학 졸업 후 시인으로서의 삶을 살기 전까지의 이야기 등이 책 속에 펼쳐진다. 또 가장으로서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축복이라고 말하는 시인의 삶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그는 삶을 반추해보며 인간의 눈물과 고통에도 주목한다.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외로움과 고통을 뼈저리게 경험해야 사랑의 가치를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시인은 또 세월호 참사의 비극을 언급하며 우리는 지금 눈물이 필요합니다라고 외친다. 이기와 부정, 부패에 마음을 빼앗겨 이웃의 불행을 함께 아파하는 마음의 눈물을 잃은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그는 삶을 살아오면서 마주했던 그리운 이들도 책에 언급한다. 윤동주, 이육사 시인, 정채봉 작가, 박항률 화백 등의 삶과 작품세계를 자신만의 시선으로 풀어나간다. 인간의 삶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시인의 태도는 나라 안팎으로 거대한 혼란을 겪고 있는 이 시대에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소중한 가치들을 기억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고 이 시대를 올바른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사람들의 가슴에 창을 달아준다. 값 1만5천500원. 신지원기자

[이주의 신간도서] 조선국왕 연산군 外

조선국왕 연산군 / 이수광 지음 / 책문 펴냄 연산군의 광기와 고독, 그리고 사랑 등을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붙인 소설이다. 어머니 폐비 윤씨의 죽음, 연산군의 고독하고 우울했던 어린 시절, 사림파와 훈구파의 권력 싸움, 연산군과 대신들 간의 갈등, 연산군의 끝없는 폭력과 음행, 무오사화, 갑자사화 등을 연산군이 남긴 어제시와 함께 재구성하고, 상상력을 덧붙여 긴박하게 그려나간다. 명작에게 사랑을 묻다 / 이동연 / 평단 명사들의 삶과 사랑, 그리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폴 고갱, 레프 톨스토이, 오노레 드 발자크, 에두아르 마네, 베르톨트 브레히트, 샤를 보들레르, 세르게이 바실리예비치 라흐마니노프, 빈센트 반 고흐, 윌리엄 셰익스피어 등 천재들의 삶과 사랑을 만날 수 있다. 또 세기의 명작이 탄생하는 과정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버킷리스트5 / 이경남, 안성영 외 8명 지음 / 시너지북 버킷리스트를 적고 이루어지기를 믿으며 오늘도 꿈을 향해 달라가는 10명의 저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엄마의 요리 비법이 담긴 책 출간하기, 가족 음악회로 봉사하기, 사랑을 아는 아이들을 위한 학교 세우기 등 타인을 위한 사랑을 표현하는 꿈을 비롯해, 초현실 긍정주의 화가 되기, 책 출간으로 경제적 자유 누리기, 교육메신저로 살아가기 등 평소 자신이 꿈꾸던 삶을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과정이 펼쳐진다. 그리고는 독자에게 운명을 바꾸는 힘은 버킷리스트에 있다고 강조한다. 이주의 베스트셀러 1. 미움받을 용기 | 기시미 이치로 | 인플루엔셜 2.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채사장 | 한빛비즈 3. 7번 읽기 공부법 | 야마구치 마유 | 위즈덤하우스 4. 담론 | 신영복 | 돌베개 5. 허즈번드 시크릿 | 리안 모리아티 | 마시멜로 6. 하버드 새벽 4시 반 | 웨이슈잉 | 라이스메 7.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현실너머 편 | 채사장 | 한빛비즈 8.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 유시민 | 생각의길 9. 원피스 77 | 오다 에이치로 | 대원씨아이 10.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히가시노 게이고 |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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