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립극단 5월 9일~11일 도문화의전당 대공연장서 공연
고향이 그리워도 못 가는 신세/ 저 하늘 저 산아래 아득한 천리/ 언제나 그리워라 타향에서 우는 몸/ 꿈에 본 내 고향이 마냥 그리워// 고향을 떠나온 지 몇 몇해던가/ 타관 땅 돌고 돌아 헤매는 이 몸/ 부모 내 형제를 그 언제나 만나리/ 꿈에 본 내 고향을 차마 못잊어//
“순이야, 그토록 사랑하는 딸자식 하나 온전하게 지켜주지 못하는 이 애비를 용서해라. 지금 생각하니 한없이 애지중지 하면서도 마음 속에만 담아놓고 품에 한 번 안아주지 못했구나. 보고 싶구나. 먼 훗날 수치스런 역사가 너의 잘못이 아니었음을 깨달을 때까지 모든 것 잊어버리고 순이가 아닌 다른 여자로 살아가거라.”
사랑하는 딸을 정신대에 빼앗긴 아버지가 딸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슴 속에 묻으며 흐느낄 때 성황당 뒤에 숨어 차마 나서지 못하고 소리없이 우는 순이…. 나라 잃은 설움에 정신대에 끌려가 온갖 수모와 육체를 유린당하고 해방이 됐는데도 버린 몸 때문에 고향을 찾지 못하는 우리의 딸이요 누이들의 한맺힌 절규가 아직도 귓전을 때리는 것만 같다. 사랑하는 딸을 안아주지 못한 채 가슴 속에 묻고 살아온 우리 아버지, 어머니의 눈물은 가슴을 더욱 미어지게 한다.
우리의 부모들을 생각하게 하는 효의 계절 5월, 경기도립극단이 다음달 9일부터 11일까지 도문화의전당 대공연장에서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이 가슴 속 깊은 곳에 묻어 둔 아픔을 악극 ‘꿈에 본 내 고향’으로 풀어내며 관객들과 울고 웃는 자리를 마련한다.
때는 1894년, 어느 한가한 농촌마을. 김 진사의 딸 순이(우정원 분)와 약혼한 철민(한범희 분)이 경성 유학 중 방학을 맞아 고향에 돌아오나 순이를 흠모하던 가네야마(강상규 분)의 음모로 체포되고, 순이는 필리핀 종군위안부로 끌려간다. 해방이 돼 만삭의 몸으로 고국에 돌아온 순이는 고향에 가지 못하고 악극단에서 잔심부름으로 생활하다 전쟁이 터지자 부산으로 피난을 간다. 그곳에서 가네야마를 목격한 순이, 복수하려는 순간 철민이 나타나 가네야마를 죽이고 둘은 재회하나 철민이 경찰에 체포되면서 다시 헤어진다.
용기를 내 고향으로 찾아온 순이. 하지만 아픈 기억을 가진 딸자식이 고향에서 손가락질 당하는 것을 원치 않는 아버지(이승철 분)가 새 인생을 찾을 것을 바라는 마음에 흐느끼는 모습을 보고 차마 앞에 나서지 못한다. “어머니~”를 외치며 부모님께 마지막 인사를 올리는 순이. 이 때 노래 ‘꿈에 본 내 고향’이 잔잔히 흐르며 막이 내린다.
일제시대를 거쳐 광복과 한국전쟁 등 혼란스런 시대배경 속에서 주인공 순이의 삶을 통해 종군위안부 여성의 아픈 역사와 한을 그려낸 임규의 ‘꿈에 본 내 고향’ 원작을 과거 악극 ‘여자의 일생’과 ‘꿈에 본 내 고향’을 히트시킨 중견 연출가 남궁연 극단 예군 대표가 각색과 연출 등을 맡아 우리의 정서와 한을 음악극으로 담아냈다.
경기도립극단이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리게 된데는 우리의 정서인 한(恨)이 잘 서려있고 그 옛날 관객들과 더불어 울고 웃었던 극장 문화의 재연과 함께 반세기 전 연극의 형태였던 악극을 그리워 하는 단절된 세월을 복원하는 의미도 있다.
주인공 한범희·우정원 이외에 김미옥·이승철·이찬우·강상규·강성해 등 중견 연기자들을 비롯, 도립극단 단원 25명이 참여해 춤과 노래로 관객들과 더불어 울고 웃는 감동의 무대를 연출한다. 악극의 전통은 살리면서 현대적인 구성을 통해 중·장년층의 전유물이었던 악극을 젊은 관객들과 남녀노소 모든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자리로 만든다.
공연 중간중간 ‘막간극’ 형식을 도입해 옛날 악극단의 볼거리 재현은 물론 변사의 만담, 캉캉춤 등 60년대 악극단의 쇼 등 풍부한 볼거리도 제공한다.
다음달 9일 오후 7시30분, 10일 오후 3시와 6시, 11일 오후 3시. S석 3만원, A석 2만원. 문의(031)230-3440~2
/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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