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그들에게 취미가 생겼다. 가정이란 일상을 벗어나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생겼다. 바로 그림이다. 작은 붓터치 하나하나에 그림이란 형태가 드러나고 그곳에 새로운 꿈과 희망이 피어난다. 여성미술동인 ‘줌’(회장 전경화)은 유화와 수채화를 그린다. 앞치마 대신 작업복을 걸치고, 부엌칼 대신 붓을 들었다. 틈틈히 익힌 그림 솜씨는 18일부터 24일까지 수원미술전시관에서 선보인다. 지난 2002년 설립된 줌은 미술가 김석환씨가 지도하며 회원 각자의 개성을 살린 작품을 추구하고 있다. 용환경씨의 ‘토굴서정’은 한적한 농촌의 흙집을 담았는데 마당과 지붕에 가득 쌓인 흰눈이 인상적이다. 또 김태현씨의 ‘속삭임’<사진>은 둥근 화병에 화려한 꽃이 탐스럽게 담겨 있다./이형복기자 bok@kgib.co.kr
“내 반쪽을 찾아라.” 국내 최고의 뮤지컬을 서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관람하고 덤으로 이색적인 소개팅과 파티를 즐기고 싶다면 경기도문화의전당으로 눈을 돌려라. 지난 2003년 초연 당시 객석점유을 95%, 각종 예매차트 1위를 휩쓸며 35만 관객들을 열광시킨 최고의 뮤지컬 ‘그리스’가 오는 25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도문화의전당 대공연장 무대에서 젊음을 맘껏 발산한다. 오만석, 김기준, 김산호 등 매 공연마다 스타를 탄생시킨 스타제조기 ‘그리스’. 이번 무대에서도 새로운 슈퍼 루키 대니와 샌디가 탄생한다. 4차례의 오디션을 거쳐 높은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된 막강한 실력의 신인들로 구성, 지금까지와는 또다른 색깔의 ‘그리스’를 선보인다. 지난해 7월 호암아트홀 공연에서 뮤지컬계 샛별로 떠오른 김형민이 주인공 대니역으로 돌아와 한층 더 성숙해진 무대 매너와 탄탄해진 노래실력으로 ‘그리스’ 팬들을 열광시키고, 대니의 마음을 빼앗는 ‘그리스’의 꽃 샌디역에는 ‘사랑은 비를 타고’에서 사랑스런 모습으로 관객들로부터 호평받은 임혜영이 성악을 전공한 탄탄한 노래실력과 다양한 색깔의 연기력 등으로 팬들을 또다른 감동으로 몰아넣는다. 이번 공연에서 특별히 주목해야 할 것은 ‘그리스’ 공연 자체의 재미와는 별도로 국내 최초로 싱글파티를 즐길 수 있는 이색적인 이벤트. 일명 ‘내 반쪽을 찾아라. 애인을 구해드립니다’. 도내 기관 및 단체들의 단체미팅은 물론 홈페이지(www.ggac.or.kr)를 통해 신청한 싱글 남녀들의 ‘커플 이벤트데이’가 오는 25일, 29일, 30일, 4월5~6일 등 다섯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공연 전 경기도문화의전당 내 선큰무대에서 만남의 시간을 통해 만난 커플들은 로열석에 마련된 커플석(남성 5만원 여성 1만원)에 앉아 다정하게 공연을 관람하며, 공연 후 야외에서 간단한 핑거푸드와 다양한 이벤트 파티에서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갖게 된다. 싱글파티로 달콤함과 질 높은 공연으로 문화욕구를 충족했다면 이번에는 응모권 추첨을 통해 또다른 기쁨을 누릴 차례. ‘그리스’ 공연티켓 구입시 증정하는 응모권 추첨을 통해 동남아 패키지 이용권(2인용)을 비롯, 캘리포니아 와우 휘트니스센터 이용권, 나트라케어, 화장품 및 속옷세트 등 푸짐한 선물들이 준비돼 있다. 최고의 뮤지컬도 관람하고 싱글파티는 물론 동남아여행까지 달콤한 휴식이 기다려지는 이번 공연에 참여해보는 것은 어떻까? R석 5만원, S석 4만원, A석 3만원, B석 2만원. 문의(031)230-3246 /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향긋한 꽃내음과 함께 봄을 즐기세요.” 서울랜드가 개장 20주년을 맞아 오는 5월18일까지 봄축제를 펼친다. 축제는 튜립 등 봄꽃축제를 비롯, 러시아 볼쇼이 베어쇼, B-boy 특별공연, 뮤지컬 공연, 청소년을 위한 성교육 등으로 진행된다. 봄꽃축제는 세계의 광장 인근에서 열린다. 우산 세계광장에 들어서면 20주년을 상징하는 3m 높이의 조형물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그 뒤로 펼쳐진 길이 500m의 튤립거리는 어느해보다 더욱 화려한 색깔의 꽃들로 꾸며진다. 특히 봄의 대명사 튤립을 비롯 팬지·데이지·알리섬 등 다양한 봄꽃들이 화려한 모습을 드러내며 나들이객들을 동화 속 꽃나라로 안내한다. 러시아 볼쇼이 베어쇼는 사람보다 뛰어난 개인기를 자랑하는 다섯마리의 곰과 함께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아슬아슬한 서커스. 곰들의 뛰어난 개인기 만큼이나 조련사의 경력도 화려하다. 러시아 공훈 배우인 70대 여성 조련사와 그의 아들이 세계 곳곳을 다니며 직접 지휘한다. 러시아에선 각종 수상경력과 오랜 경험 등으로 여러차례 인정받은 바 있다. 지난 2006년 선보인 ‘구름바다’에 이어 또 하나의 신개념 체험시설인 무지개동산이 문을 연다. 알록달록한 그물망을 엮어 그 안에 볼을 집어 넣은 스파이더 넷과 화산을 연상시키는 모양의 대형 슬라이드 등으로 구성된 무지개동산은 기어오르고 구르고 미끄러지고 하늘을 향해 점프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들이 가득한 신개념 시설이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B-boy들의 현란한 댄스 배틀이 1천200석 규모의 실내 공연장인 이벤트홀에서 펼쳐진다. 국내 정상급 B-boy들이 봄의 생동감을 몸으로 표현하는 스토리가 있는 무대로 화려한 조명과 특수효과 등이 어우러진 브레이크 댄스와 윈드밀 등 현란한 춤들도 볼거리. 초등학생 권장도서인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를 어린이 눈높이에 맞도록 쉽고 재미있게 연출한 어린이 뮤지컬도 공연된다. 철부지, 말썽쟁이, 심지어는 악마라고 불리는 다섯살 꼬마 제제가 라임 오렌지 나무인 밍기뉴와 제제를 사랑으로 감싸주는 뽀르뚜까 아저씨를 통해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신나는 음악과 춤으로 아기자기하게 그려낸다./과천=김형표기자 hpkim@kgib.co.kr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은 어떤 작품들을 수집했을까? 미술관의 주요 역할 중 하나인 작품 수집은 당대의 미술 흐름을 담고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해 247점을 자체 구입했고, 기증 12점, 관리전환 5점 등 모두 117명의 작가 264점의 작품들을 수집했다. 다음달 27일까지 열리는 ‘신소장품 2007전’은 수집품의 이모저모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번 소장품 중 한국화 화단의 거목 김은호, 노수현, 변관식, 이상범, 이용우, 허백련 등 여섯명의 대가가 합작으로 그린 10곡 병풍 ‘산수’(1940년 작품)가 눈길을 끈다. 호남 화단의 주류를 만든 남종산수화의 대가 미산 허형의 8곡 병풍 ‘설경산수’(1930년 〃) 및 남농 허건의 ‘산사’(1957년 〃) 등을 수집했다. 여기다 우리나라 작가 최초로 서양미술의 본거지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고전적이고 전통적인 유럽양식을 선보인 이종우의 ‘루앙풍경’(1926년 〃), 견고한 구도의 정물을 그리고 있는 김수명의 ‘주전자가 있는 정물’(1940년 〃), 아카데믹한 화풍을 선보인 박득순의 초기작 ‘공군기지’(1942년 〃) 등의 근대기 대표작들도 선보인다. 기획전시 출품작들도 만날 수 있다. 지난해 열린 ‘베르나르 브네-선, 흔적, 개념전’에 출품된 브네의 작품 ‘세 개의 비결정적 선’(1995년 〃), ‘검은 거울’(1963년 〃)과 해외 순회전인 ‘민중의 고동-한국미술의 리얼리즘 1945-2005전’에 출품된 이종구의 작품 ‘국토-동막에서’(1992년 〃), 황재형의 작품 ‘광부’(미상) 등이 그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외국작가의 작품들도 수집했다. 스위스 현대 조각예술을 대표하는 예술가이자 키네틱 아트(Kinetic Art)로 유명한 쟝 팅겔리의 설치작품 ‘회귀의 벽’(1987~88년 〃)과 더불어 마네킹을 이용해 가상공간을 구성한 베르나르 포콩의 사진작품 ‘페퍼민트 쥬스’(1980년 〃), 이탈리아의 포토 저널리스트 마시모 비탈리의 사진작품‘Firenze Via Via’(1998년 〃) 등이다. 중앙홀 및 제2전시실 등지에서 진행되며 입장료는 성인 1천원, 어린이와 청소년 및 65세 이상은 무료다. 문의(02)2188-6114 /이형복기자 bok@kgib.co.kr
자신의 장기를 다른 이에게 스스럼없이 나눠주는 것만큼 숭고한 사랑이 있을까. 우리가 바라는 이상향은 행복은 더불어 함께 하고 슬픔은 함께 나누는 그런 사회가 아닐까. 아름다운 사회 구현을 위해 장애우와 사랑의 장기기증 가족 200여명 및 고양 시민들에게 꿈과 사랑을 전하고 있는 ‘아름다운 소식을 전하는 사람들’이 경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연주자들을 초청, 사랑나눔 콘서트를 오는 21일 오후 7시30분 고양 아람누리 아람음악당 무대에 올린다. 공연은 1~2부로 나눠 1부는 경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가 출연, 유광 강남대 음대 교수 지휘로 피아니스트 김연정(강남대 교수)과 바리톤 김동규가 협연한다. 연세대 음대를 졸업한 지휘자 유광은 독일과 네덜란드, 체코 등지에서 기악을 전공했으며 그동안 예술의전당 등에서 연주활동을 펼쳤고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을 역임했다. 피아니스트 김연정은 연세대와 보스턴음악원 출신으로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감미롭고 빼어난 연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바리톤 김동규도 연세대 음대 출신으로 이탈리아 베르디 국립음악원을 졸업했으며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오페라극장에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무대에 서 ‘사랑의 묘약’ 등 주옥같은 오페라 아리아를 열창한 한국을 대표하는 성악가이다. 레퍼토리는 요한스트라우스의 오페레타 ‘박쥐’ 서곡, 쇼팽의 피아노협주곡 제1번 마단조, 마스카니의 오페라 ‘카발레리아’ 중 간주곡, 카르딜로의 ‘무정한 마음, 차이코프스키의 교황곡 제4번 제4악장, 비제의 ‘투우사의 노래’, 미국 민요 ‘쉐난도’ 등이다. 2부는 인터뷰 영상 상영의 시간으로 박양우 전 문화관광부 차관과 김재환 ‘아름다운 소식을 전하는 사람들’ 회장, 민웅기 고양교육장의 격려사가 이어진다. 모시는 자리 7만원, 으뜸 자리 5만원, 좋은 자리 3만원. 문의(02)587-5961~2 /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수원 클래식 음악계 관심을 모았던 공연 ‘김대진, 김선욱 그리고 수원시향’이 지난 13일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공연장 무대에 올려졌다. 이미 스무 살 나이에 피아니스트계 거목으로 자라나 수원에도 팬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한국예술종합학교 스승 김대진 지휘자와 한 무대에 섰던 것. 이날의 주인공은 김대진, 김선욱 두 사람이었다. 피아니스트를 보러 온 이들의 눈에는 김선욱만 보였고, 수원시향의 공석인 상임지휘자 후보자를 살펴보러온 사람들에게는 김대진 지휘자가 보였을 것이다. 음악회의 힘찬 시작을 알리는 보로딘의 ‘이고르왕자 서곡’으로 시작한 이날 공연은 경쾌한 매력이 넘치는 김대진 지휘자의 성품이 그대로 음악에 묻어나는 듯 했다. 두번째 곡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을 수원시향과 협연하기 위해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등장하자, 그의 유명세와 실력이 궁금했던 객석은 환호했다. 귀에 익숙한 곡조가 긴박감 넘치게 흐르기 시작하고 객석은 숨 한번 제대로 쉬지 않고 김선욱의 손에 집중했고 겨우 1곡의 공연에 더욱 열광했다. 4번의 커튼콜이 있은 후에야 할 수 없이 다시 피아노에 앉은 김선욱은 1곡의 앵콜곡을 연주할 수 있었다. 연주 후 인터미션 시간 관계로 더이상 객석의 부름에 응하지 못하자, 객석의 아쉬움은 더했고 쉬는 시간 내내 김선욱의 연주에 대한 격찬이 객석 사이 이어졌다. 김선욱의 스승이 김대진 지휘자였으니, 객석의 호응은 김대진 지휘자의 역량에 대한 호응이기도 했을 것이다. 김대진 지휘자는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다가 3년 전인 지난 2005년 수원시립교향악단을 통해 지휘자로 데뷔한 바 있다. /김효희기자 hhkim@kgib.co.kr
봄향기가 가득한 싱그러운 계절 3월, 군포 프라임필이 한국 최고의 성악가들과 함께하는 새봄음악회를 마련했다. 프라임필은 오는 28일 오후 7시30분 군포문예회관 대공연장에서 ‘2008 새봄음악회’를 연다. 이번 연주회에선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김덕기 지휘자(서울대 교수) 지휘로 동양의 마리아 칼라스로 불리우는 소프라노 김영미(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비롯, 테너 김영환(추계예대 교수), 바리톤 최종우(한세대 교수), 메조 소프라노 이아경, 오보이스트 김예현 등이 출연해 정다운 가곡들과 오페라의 주옥같은 아리아, 아름다운 선율의 오보에 협주곡 등을 들려준다. 연주회는 프라임필이 봄의 만개를 알리듯 힘차고 경쾌한 선율의 ‘경기병 서곡’으로 첫 문을 열고 바리톤 최종우가 ‘임이 오시는지’, 메조소프라노 이아경이 ‘그대 있음에(김순애 곡)’, 테너 김영환이 ‘내 마음의 강물(이수인 곡)’, 소프라노 김영미가 ‘봄처녀(홍난파 곡)’ 등 우리에게 익숙하고 정겨운 가곡들을 들려주며 프라임필이 베르디의 ‘아이다 신포니아’로 1부를 장식한다. 인터미션 후 2부에선 오보이스트 김예현이 부드럽고 아름다운 선율의 아리아로 유명한 푸치니의 오페라 ‘라 파보리타’ 주제에 의한 오보에 협주곡을 프라임필과 협연으로 연주하고 메조소프라노 이아경이 생상의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 중 ‘그대 음성에 마음 열리고’, 바리톤 최종우가 로시니의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 중 ‘나는 이 거리의 제일가는 이발사’, 이아경과 최종우가 로시니의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 중 ‘그게 나라고’를 듀엣으로 부른다. 테너 김영환은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투’ 중 ‘공주는 잠 못 이루고’, 소프라노 김영미가 도니제티의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중 ‘주위는 침묵에 잠기고’ 등을 불러주고 김영미와 김영환이 도니제티의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중 ‘아 그내는 나의 한숨 소리를 들을 것이니’를 듀엣으로 들려준다. R석 1만5천원, S석 1만원. 문의(031)392-6422 /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도시에서 살아본 사람들은 안다. 아침과 저녁 출·퇴근시간의 번잡한 대중교통과 해질녘 집을 향해 오르는 골목길, 힘겹지만 내일의 희망을 안고 하루하루를 버티는 소시민들의 삶. 대단위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 사람 냄새 풀풀 풍기던 그런 동네는 재개발이란 유탄을 맞고 하나둘 사라진다. 수도권도 예외는 아니다. 택지개발의 돌풍에 정든 고향을 떠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고, 외지인들이 성냥곽 같은 아파트의 새 주인으로 등장한다. 화가 정석희의 고향은 서울 금호동 산 7번지. 30여년을 지내는 동안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됐고, 오랜 세월이 지나 작고 초라한 그 현장을 찾았다. 이미 개발의 물결이 들이닥쳐 옛 정취는 오간 데 없다. 골목길에 딸린 조그만 가게와 어둑칙칙한 방앗간, 재잘거리던 아이들과 눈인사를 나누던 어른들의 정겨운 미소도 사라졌다. 작가는 옛 기억을 반추하며 어릴 적 풍경을 화폭에 담았다. 눈이 하얗게 쌓인 마당과 장독대, 담벼락 너머로 아득하게만 보였던 집들, 계곡처럼 느껴졌던 많은 계단들과 커다란 바위들, 당시로선 구경조차 힘들었던 바나나를 먹던 소녀…. 작가는 “각자의 고향을 떠나 삶의 고단한 안식처를 이뤘던 거대도시 서울의 외곽, 금호동 산 7번지는 나에겐 소(小)우주였다”고 고백한다. 그는 지난해 눈덮인 금호동을 담았다. 그는 시간이 흐르며 변화를 거듭하는 풍경을 눈에 담은 후 점차 사라지는 기억과 회한, 존재의 의미를 하나둘 그려냈다. 갈색의 모노톤으로 차분히 그려낸 작품들은 하나같이 서정적이다. 화면을 가득 채운 집들과 넉넉히 쌓인 눈들이 평화롭기까지 하다. 전시는 오는 22일까지 아트포럼 뉴게이트에서 열린다. 문의(02)737-9011 /이형복기자 bok@kgib.co.kr
‘한밤의 세레나데’(?). 촌스런 뮤지컬 이름에 극 배경도 70년대, DJ가 등장하고 포크송과 디스코라니 큰 기대 없이 객석 한 켠에 앉았다. 대학로 소극장에서 자주 본듯한 활달한 한 총각이 기타를 들고 나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데, 공연이 진행될수록 점점 상상이 무너지더니 지난 7일 오후 경기도문화의전당 소공연장을 나오면서는 흡족함을 감출 수 없게 됐다. 장소는 30년 전통 지선이네 순대국집 안에 설치된 70년대식 라디오부스. 시간은 새벽 2시. 컴컴한 무대에 마르고 촌스런 스타일의 서른세살 노처녀 DJ가 부스 안에서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서른세살이란 나이도 “꽃 중의 꽃 사쿠라가 둘 삼땡~!”이란 노래로 희화하면서 신나게 기타치는 그가 주인공이다. 오랜만에 듣는 기타소리가 정겹고 DJ의 노래는 폼잡는 노래보다 훨씬 실감이 나 관객들의 마음을 조금씩 열어낸다. 컴컴하고 작은 소극장 분위기에 인위적인 부분이라곤 찾아보기 힘든 스토리 전개가 점점 자연스러운 관객들의 반응을 유도해 억지 웃음이 없는 무대가 이어졌다. 액자식 구성으로 진행되는 이 뮤지컬은 갑자기 지난 1973년 12월29일로 돌아간다. 디스코장 쎄씨봉, 25도 두꺼비 소주를 입구를 털어내고 따라마시는 모습에 객석에서 웃음이 연이어 터진다. 순대국집 할머니의 구수한 욕설이 줄줄 이어지고 귀여운 여배우들이 스토리를 따라 사람 사는 모습이 희노애락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작은 뮤지컬이지만, 등장 배우들은 하나같이 노래 실력이 수준급이다. 공연 후 커튼콜에서 보니 배우라곤 DJ, 엄마 박정자, 아빠 박유성, 감초배우 이렇게 4명뿐이었는데 무대는 분명히 수많은 사람들이 왔다 간 기분이다. 처녀 적 엄마부터 욕쟁이 할머니 엄마 박정자를 연기한 윤진성의 순간 변신도 멋졌고, 전체 스토리를 끌고가는 DJ 박지선 역을 맡은 김영옥의 노래실력과 끼도 돋보였다. 감초배우로 할머니, 야채장수, 이정한, 류경아, 실장 등 일인 다역을 소화해버린 배우 이상은도 잊지못할 공연을 선사해줬고 아빠 박봉팔과 도너츠 역을 소화한 배우 배윤범은 느끼함의 진수로 객석을 뒤집어놓았다. 배우 한명 한명의 내공들이 모여 규모는 작아도 공연의 감동은 예산을 잔뜩 들여 만든 왠만한 대형 공연 못지 않았다. 언제 옷을 갈아입었나 싶게 빠른 변신, 극 전개가 전혀 지루함이 없어 공연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어린 아이들까지 뮤지컬에 빠져들었다. 자연스런 대사와 배우 동선이 많이 다듬어진 듯 보였는데, DJ 멘트 중 “연말”이란 단어도 그렇고, 극 전반적인 분위기가 겨울이라 연말에 더 어울리는 공연이란 생각이 들었다. 전반적으로 음향은 경기도문화의전당 공연 중 손에 꼽을 만큼 훌륭한 소리전달로 객석 뒷자리까지 생생하게 전달됐다. 하지만 DJ박스 장면은 빔이 너무 약해 잘 안보여 조명조절이 다듬어진다면 완벽한 공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공연을 보는 내내 “촌스러워, 촌스러워, 어떻게 저렇게 촌스러울 수 있나” 싶은데, 보면 볼수록 중독되는 촌스러움이 결국 마음 속에 따뜻함으로 남아버렸다. 올해 연말 가족들과 다시 한번 뮤지컬 ‘한밤의 세레나데’를 보러 가야할 것 같다. /김효희기자 hhkim@kgib.co.kr
(연합뉴스) 이탈리아 출신 재즈 피아니스트 조반니 미라바시(Giovanni Mirabassi)가 4월3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단독 내한공연을 펼친다. 지난해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에서 한국 관객 앞에 선 바 있는 그는 이탈리아 페루지아에서 태어나 현재 프랑스를 주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멜로디로 사랑받고 있다. 10세부터 재즈 피아노를 연주했으며, 17세에는 전설적인 재즈 트럼펫 연주자 쳇 베이커와 함께 공연하는 영광을 누린다. 1992년부터 파리로 활동 무대를 넓혔고, 1996년 아비뇽 국제 재즈 콩쿠르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2001년 명반으로 평가받는 '아반티(Avanti!)'를 발표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는다. 음반 '에어(Air)'로는 프랑스 재즈 아카데미가 선정한 2003년 올해의 앨범상을 받았다. 이번 내한은 2월 발표한 새음반 '테라 퓨리오사(Terra Furiosa)' 관련 월드 투어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레온 파커(드럼), 지안루카 렌치(더블 베이스) 등과 함께 무대에 올라 트리오 형태로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공연에서는 '아반티'와 '프리마 오 포이(Prima O Poi)'의 수록곡을 중심으로 연주한다. 한국 팬을 위해 일본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테마도 특별히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