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경기필 신년음악회 ‘희망의 노래’

오페라 아리아의 향연과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색다른 맛을 느끼게 해준 멋진 신년 음악회였다. 무자년(戊子年) 새해를 연 경기필의 2008 신년음악회 ‘희망의 노래’가 열린 지난 18일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공연장은 통로에까지 발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관객들로 가득 찼다. 이날 음악회는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딱딱한 곡들을 연주했던 예전에 비해 아리아의 향연을 펼치며 새로운 맛을 전해줬다. 큰 박수 속에 등장한 금난새 지휘자는 위트 있는 멘트로 레퍼토리들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곁들이며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시작했다. 고요한 정적을 깬 첫 곡은 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 서곡. 첫 선율이 객석으로 퍼져나가자 ‘경기필의 소리가 많이 나아졌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두 번째 무대는 오페라 아리아의 향연으로 이어졌다. 자주색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등장한 소프라노 서활란은 푸치니의 단막 희극 오페라 ‘잔니 스키키’ 중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와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중 ‘아! 그이였던가’ 등을 열창했다.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를 부를 때는 청아한 목소리의 마리아 칼라스가 떠올랐고, ‘라 트라비아타’ 중 ‘아! 그이였던가’에선 오페라의 한 장면을 연상하듯 깊고 맑은 음성을 객석까지 전달, 곳곳에서 “브라바”(여성 성악가에게 보내는 찬사)와 함께 커튼콜이 이어졌다. 곧이어 테너 나승서가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 중 ‘그대의 찬손’을 열창하자 객석에선 큰 박수소리가 터져나왔고, 이어 관객들의 박수갈채가 흡족한 듯 만면에 웃음을 띤 채 레하르의 오페라 ‘Das Land des Laechelns’ 중 ‘그대는 내마음의 전부’를 열창했다.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중 듀엣 명곡 ‘축배의 노래’를 함께 부른 서활란과 나승서는 두 연인이 사랑을 속삭이듯 노래해 마치 콘서트 오페라를 보는듯 했다. 1부 공연이 오페라 아리아의 향연이었다면 2부는 재즈의 맛과 경기필의 새로운 모습을 각인시키는 자리였다. 루빈스타인 피아노 콩쿨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이고르 체투예프가 거쉰의 ‘랩소디 인 블루’를 연주, 감동을 이어나갔다. 이고르 체투예프의 손이 흰 건반 위를 미끄러지듯 움직이자 관객들의 눈은 건반 위를 달리는 이고르의 손에 고정됐다. 한 편의 영화음악을 듣는듯 했고, 이고르의 연주는 경기필과 멋지게 어우러지며 색다른 맛을 느끼게 해줬다. 마지막 곡은 경기필의 색다른 소리의 맛을 전해주는 자리였다. 낯익은 선율의 라벨의 ‘볼레로’. 배경음으로 작은북 소리가 낮게 깔리면서 플릇이 먼저 볼레로의 주제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곧 오보에가 뒤따랐고 클라리넷에 이어 섹소폰까지 가세하면서 금관악기 파트가 자신들의 숨겨진 역량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현악기들의 현란한 연주에 묻혔던 금관악기 파트가 새롭게 조명받는 자리였고, 관객들을 연주에 흠뻑 빠져들게 만들었다. 금관악기에서 현악파트로 주제곡이 이어지면서 더욱 멋진 화음이 객석으로 전달되며 완성된 볼레로를 선사했다. 작은북 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감동의 물결이 객석으로까지 전해졌고, 잘 짜여진 오케스트라의 선율은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밀려 올라오는 감동의 물결을 느낄 수 있게 해줬다. 앵콜곡 비제의 아를르의 여인 제2모음곡 중 4번째 곡 화랑들(Farandole) 연주가 끝나고 금난새 지휘자가 금관악기 파트를 일일이 일으켜 세우며 소개하자 공연장 곳곳에선 휘파람과 “브라보”가 연이어 터졌고, 기립박수가 이어졌다./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공연리뷰> 화성시민과 함께하는 국악한마당

황진이처럼 울긋불긋 장식된 가체를 올리고 곱게 한복으로 단장한 이들이 무대에 올라 춤도 추고 노래를 불렀다. 객석을 차지하고 앉은 어르신들도 연신 어깨춤을 췄다. 지난 22일 화성시 근로종합복지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2회 화성시민과 함께하는 효 국악한마당은 시원스런 경기민요들과 함께 진행됐다. 국립국악원 단원들이 어르신들을 위해 펼친 이날 프로그램 수준은 대형 공연 못지 않았다. 유연한 손놀림과 손 끝 하나 흐트러짐 없이 어우러지는 몸짓…. 일반 가요나 R&B 못지않게 음을 가지고 노는 모습, 시원시원한 고음처리 등이 특히 듣기 좋았다. 속을 뚫어주는 꽹가리 소리와 함께 추는 쇠춤 등도 아름다웠다. 학처럼 하얀 옷자락을 날리며 추는 한량무, 퓨전 국악 너영나영, 시원한 민요 한판 등 흥겨운 몸놀림이 수준급인 전통무용수와 탁 트인 목소리를 갖춘 걸출한 창…. 이들은 관객 200여명 앞에서 열정으로 가득 찬 무대를 선사했다. 국립국악원 명성에 걸맞는 공연이었다. 마무리는 출연자들이 모두 무대에 나와 노래 한판을 시원하게 펼치며 이뤄졌다. 흥에 겨워 절로 박수를 치는 관객들, 앉아서 어깨춤을 추는 할머니, 곱게 단장한 출연자를 향해 연신 플래시를 터뜨리는 관객 등이 공연장의 열기를 더했다. “어기야디야….” 귀에 익숙한 뱃노래가 들리면서 소리의 강약이 실제 파도의 울렁임을 느끼게 했다. 마지막까지 강당을 울리는 시원한 전통민요 노랫소리가 귓전을 오랫 동안 울렸다. /김효희기자 hhkim@kgib.co.kr

3색무대 <열정적 콘서트, 재미있는 연극, 감동의 뮤지컬>

콘서트야? 연극이야? 아니면 뮤지컬이야? 불협화음의 아름다운 감동 스토리가 펼쳐진다. 인천 남구학산문화원과 뮤직드라마 크리에이션그룹 화이트아웃은 개관 3주년 기념으로 22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학산소극장에서 록 콘서트 ‘피크를 던져라’(박계훈 작·음악감독)를 무대에 올린다. 스무살 사랑스러운 소녀 지아. 록밴드 ‘비온뒤 비’의 공연을 본 뒤 상경해 그들의 드럼 오디션에 참가한 지아는 사실 ‘비온뒤 비’의 멋진 기타리스트 홍기에게 사랑을 느껴 이번 오디션에 참가하게 됐다. ‘비온뒤 비’는 사실 어둡고 우울한, 가끔은 패배주의적인 음악을 주로 하는 전형적인 록밴드로 그들은 각자 외로움과 상처를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인 밴드. 하지만 지아가 드러머로 합류한 뒤 ‘비온뒤 비’에는 유쾌한 변화가 찾아오는데…. 록밴드 ‘비온뒤 비’는 완벽하게 맞진 않지만 서로 이해하며 함께하는 그들, 그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한다. 직접 만든 음악으로 세상을 연주하고 노래하며 우리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들의 삶, 그들의 이야기, 그들의 고민을 연기한다. 그들은 노래하고 때로는 연주하고, 그리고 연기한다. 때로는 이야기도 한다. 그리고 즐거워한다. 때로는 참을 수 없는 재미로, 그리고 잔잔한 감동으로, 때로는 열정적이면서 감미로운 음악으로, 바로 우리 주변의 사람들, 어쩌면 우리 자신일 수도 있는 이야기들을 펼쳐간다. 드럼 지아(장미), 보컬 인하(강기둥), 베이스 후니(박계훈), 기타 홍기(임수현), 신디사이저 설화(장아름), 피아노 신이(한필수) 등 뮤직드라마 크리에이션 그룹 화이트 아웃(White Out)이 극을 이끌어 간다. 최고의 배우들이 직접 작사, 작곡, 연주, 그리고 노래하는 16곡의 멜로디는 때로는 감동으로, 때로는 열정으로 관객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재미와 감동이 함께하는 탄탄한 드라마와 열정의 무대는 열정적인 콘서트, 재미있는 연극, 감동의 뮤지컬을 동시에 보여준다. 화~금 오후 7시30분, 토요일 오후 3시와 6시, 일요일 오후 3시, 월요일 공연 없음. 일반 2만원, 대학생 1만5천원. 문의(032)867-9168 /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훨씬 넓어진 쌈지미술창고 오세요

파주 헤이리 예술인 마을에 위치한 쌈지미술창고가 최근 문을 연 복합문화상업공간 더스탭 건물 2층으로 확장 이전하면서 ‘쌈지아트콜렉션’으로 새롭게 출발한다. 오는 22일부터 이전기념 재개관전을 마련, ‘쌈지아트콜렉션 1998-2008’을 주제로 열고 그동안 선정성 문제로 공개되지 않았던 최경태 등 다수의 작업이 성인들에 한해 개방한다. 쌈지의 아트마케팅을 잘 보여주는 아트광고 섹션, 쌈지작가들의 싱글채널 비디오 섹션 등도 선보인다. 지난 2004년 헤이리 예술인 마을 내 건립된 쌈지미술창고는 쌈지아트콜렉션을 보관·전시하는 창고형의 대안적 미술관. 대중들에게 현대미술작품의 동향을 보여줌과 동시에 대안공간인 쌈지스페이스 활동을 총체적으로 선보였다. 쌈지아트콜렉션에 등록된 작품은 400여점. 신진 작가부터 이불·최정화·김홍석·이형구·정연두 등 국내외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들과 더불어 이강소·이건용·김태호 등 원로작가, 앤디워홀·요셉 보이스 등 세계미술사적 거장에 이르는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다. 쌈지미술창고가 기획한 전시는 제1회 ‘Packed·Unpacked’전을 시작으로 포장된 작품들과 포장되지 않은 전시용 작품들을 함께 진열해 전시장과 수장고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방식을 시도해 왔다. 어린이의 환상과 꿈의 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열린 ‘내 마음 속의 앨리스’전과 헤이리로 표상되는 자연환경과 그 속의 위치한 인간문명을 은유한 ‘하늘과 땅 사이에’, 작품으로 동화를 구성하고 관람객들이 줄거리를 따라가며 작품을 감상하도록 한 ‘스토리팩토리’ 등도 주목받았다. /이형복기자 bok@kgib.co.kr

사진·그림 전시회…저의 꿈이죠

“언젠가는 직접 작업한 사진과 그림으로 전시회 열고 싶어요.” 윤은혜가 뉴욕을 찾아 오는 25일 ‘쉬즈 올리브, 윤은혜 인 뉴욕’에서 깜짝 그림실력을 공개했다.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촬영 당시에도 직접 세트 그림을 그리는 등 그림에 대한 관심을 살짝 드러냈던 윤은혜가 단짝 친구와 함께 뉴욕 센트럴파크, 브로드웨이,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등지를 돌아보며 평소 좋아하던 그림과 사진으로 재충전을 하고 왔단다. 윤은혜가 직접 센트럴 파크에 앉아 뉴욕을 화폭에 담기도 하고 “밤에 문득 초와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초와 수채물감을 이용한 독특한 그림을 즉석에서 그려내기도 했다. 그의 그림은 방송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윤은혜가 재충전의 장소로 뉴욕을 선택한 이유도 평소 그림과 사진에 관심이 많아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 뉴욕의 문화 중심지를 둘러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노이에(Neue) 갤러리에서 좋아한다는 클림트의 그림을 만나고 싶었던 것도 이유중 하나. 윤은혜는 “평소에는 바쁜 일정 탓에 문화생활을 거의 하지 못하는데,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도 만나고, 뮤지컬과 다양한 디자인을 감상하는 여행이 새로운 작품이나 캐릭터를 공부하는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윤은혜는 뉴욕의 심장 센트럴 파크를 거쳐 과거 육류도매상가에서 지금은 수많은 클럽, 호텔, 패션숍, 레스토랑 등이 모여 뉴욕의 최고 트렌드한 거리가 된 미트패킹 디스트릭트, 300만점이나 되는 소장품을 갖고 있어 세계 4대 박물관 중 하나인 메트로 폴리탄 뮤지엄 등을 방문한다. 이어 브로드웨이를 찾아 뉴욕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뮤지컬 감상에 나서다가 당일부터 시작된 영국 오리지널 배우 주연의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관람하는 행운도 얻는다. 늦은 밤 록펠러센터 아이스링크를 찾아 아직 녹슬지 않은 스케이트 실력도 뽐내고, 꼭대기에 올라가 맨해튼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뉴욕의 야경에 푹 빠지기도 한다. 센트럴 파크 조깅을 시작으로 머핀가게, 갤러리, 재래시장 등을 다니며 뉴요커로 변신한 윤은혜를 만나볼 수 있다. 여행 동안 뉴욕 곳곳을 카메라에 담은 윤은혜는 “사진을 전문적으로 배우지는 않았지만, 먼 미래에 직접 작업한 사진과 그림으로 전시회를 갖는 것이 꿈”이라고 소망을 밝혔다. /김효희기자 hhkim@kgib.co.kr

문화계 새해설계 - 김 홍 희 경기도미술관장

“블록버스터를 지향하기보다는 관람객들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할 것입니다.” 김홍희 초대 경기도미술관장의 무자년 키워드는 무엇일까. 김 관장은 미술관 부실공사와 도내 박물관·미술관 통합 등으로 개관 초기부터 우환을 겪었지만 “기반을 더욱 단단히 하는 계기”였다고 자평했다. 지난해는 이미 짜여진 기획전을 진행하는데 그쳤다면 올해는 김 관장 자신의 소신을 펼칠 수 있는 전초전이다. 지난해까지 학예사 3명이 동분서주하며 김 관장과 호흡을 맞췄다. 부족한 인원에도 개관 1주년을 맞아 기획한 ‘경기 1번 국도전’은 지역미술관의 역할을 새삼 상기시키는 전시였다. “취임 전부터 불거졌던 부실공사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요. 어쩌면 기반을 다진다는 의미에서 직원들에게 엄격한 태도로 대하기도 했어요” 이런 와중에도 ‘경기 1번 국도전’은 대중성을 쫓는 국·공립미술관과 다른 지향점을 제시했다. “좋은 전시는 자연히 많은 관람객들이 찾게 됩니다. 잘 알려진 외국 작가들의 작품들보다는 관람객들과 소통하고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전시가 필요하죠. 그런 의미에서 ‘경기 1번 국도전’은 이슈 파이팅을 제공한 기획이었다고 자평해요.” 이쯤되면 김 관장의 올해 키워드는 자연히 관람객들과의 ‘소통’이 아닐까. 내년 주요전시에 대해서는 “새로 구입한 작품들을 도민들에게 공개하는 신소장품전을 비롯해 건축과 미술의 만남을 재해석하고, 작가 스튜디오를 미술관에 옮기는 전시를 펼칠 것입니다. 여기다 ‘경기 1번 국도전’의 연장선상에서 2차 전시도 후반기에 기획하고 있습니다.” 김 관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 중 하나는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 소재 경기도립직업전문학교 리모델링. 가칭 창작레지던시로써 역량있는 작가들의 작업공간이자, 전시장, 작품창고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리모델링을 거쳐 가을께 시범 오픈에 이어 내년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50~100명의 작가가 입주할 수 있고, 미술인들의 성장을 위해 멘토링 프로그램과 썸머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이 공간은 단순 창작터전이 아니다. 넘치는 작품을 감당하기 어려운 작가들을 위해 보관 창고를 임대하고, 오픈스튜디오와 창고 오픈, 아트페어, 기획전을 연계한 미술축제도 마련중이다. “이미 휼륭한 하드웨어를 갖췄기 때문에 소프트웨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어요. 행사때 경기도를 찾은 외국 작가들의 거처로 활용될 수도 있지요. 이 공간을 통해 경기도 브랜드를 한 단계 올리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미술관이 경기문화재단 산하로 민간 통합되는 것에 대해 “이미 도지사와 대표이사께서 미술관의 독립성과 효율성을 강조한 만큼 재단이 바른 청사진을 제시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아쉬운 점은 적정 인원의 확보. 현재 경기도미술관 정식 학예사는 단 3명. 대전시립미술관 10여명과 서울시립미술관 20여명 등과 비교할 때 턱 없이 부족하다. “그동안 적은 인원으로 학예사들의 업무에 심한 과부하가 걸렸지요. 안산 도립직업전문학교 운영 인원을 비롯해 홍보, 교육, 소장품 관리 등을 담당할 인력 확충이 시급합니다.” /이형복기자 bok@kgib.co.kr

<Review/리뷰> - 콘서트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

빗자루를 만들어 어렵게 살림을 꾸려 나가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일을 나간 동안 헨젤과 그레텔은 양말을 꿰매고 빗자루를 만들다 배고픔을 달래려고 춤을 춘다. 집에 돌아온 어머니는 놀고 있는 아이들에게 화를 내며 산에서 딸기나 따오라고 내는다. 축제 덕분에 비를 다 팔고 신이 나 집에 돌아온 아버지는 아이들이 마녀가 사는 숲으로 갔을까 염려하며 어머니와 찾으러 나서고, 딸기를 따던 남매는 숲에서 길을 잃고 잠이 든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난 헨젤과 그레텔은 숲 속에서 과자로 만든 집을 발견하고 그 집을 조금씩 떼어먹다 마녀에게 붙들리고 만다. 마녀는 남매를 마법으로 꼼짝 못하게 하고 그들을 잡아먹으려 하지만 헨젤과 그레텔은 기지를 발휘해 오히려 마녀를 오븐 속에 밀어 넣어 죽이고 마녀에 의해 과자로 만들어진 많은 아이들을 구한다. 그들을 찾아 나선 아버지와 어머니가 나타나 모두 함께 신께 감사 드리며 행복의 노래를 부른다. 재미있는 동화 한편을 보는듯한 오페라 공연이었다. 그림형제의 동화 ‘헨젤과 그레텔’을 바탕으로 엘겔버트 홈퍼딩크가 작곡한 3막의 독일어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독일어 Hansel und Gretel)을 그대로 무대로 옮긴 콘서트 오페라 공연이 구랍 27~28일 고양 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열렸다. 1893년 12월23일 독일 바이마르에서 초연된 이래 크리스마스와 연관지어 오면서 크리스마스 시즌에 자주 공연되는 이 작품은 그래서인지 이번 공연도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콘서트 오페라로 무대에 올려져 아람음악당 객석은 어린이와 부모들로 만원을 이뤘다. 특히 국내 오페라 공연에서 오페라하면 으레 이탈리아 오페라를 떠올리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독일 작품과 만나게 돼 새로웠고, 그동안 접할 기회가 적은 콘서트 오페라여서 기대 또한 컸었다. 콘서트 오페라는 정식 오페라와는 달리 최고의 오페라 가수들이 출연해 전곡을 연기하기 보다는 우리 귀에 익은 오페라 아리아와 중창, 합창 등을 오페라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불러주는, 음악적인 면을 강조한 형식으로 오페라 가수들의 아름다운 아리아와 연기, 오페라 무대배경의 자막이 담긴 영상 등 이 세가지가 한 박자를 이뤄 하나의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한다. 그래서 오페라 관람료가 비싸 부담스러웠던 관객들이나 여유를 즐기지 못한 학생들을 위한 공연으로 안성맞춤이다. 이날 공연은 콘서트 오페라로 무대에 올려졌지만 단순히 하일라이트 식의 곡모음용이 아닌 2시간 동안 1막부터 3막까지 전부분을 연주, 명작 오페라로서의 작품성은 그대로 유지했다. 무대 중앙에는 안현성이 지휘하는 고양필하모닉오케스트라(고양필)가 자리했고 별다른 무대 세트 없이 무대 중앙에 커다란 판이 세워지고 거기에 동화 속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투영시키는 방법이 사용됐다. 안현성 고양필 지휘자가 극 시작에 앞서 작품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한 다음 연주에 들어가면서 공연이 시작됐다. 딱히 오페라를 위한 화려한 무대세트는 없었지만 의상은 극에 맞게 갖추었고 배우들은 연기는 물론 노래까지 멋지게 불렀다. 배우들은 무대 전체를 활용하면서 연기와 함께 각각의 노래를 잘 소화해냈다. 콘서트 오페라이면서도 전곡 연주인탓에 부담이 컸을텐데 주인공인 헨젤과 그레텔 역을 맡은 신민정과 김진희는 안정적인 호흡으로 이중창 등을 무리없이 소화해 냈고 동작과 표정, 목소리까지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 마녀역을 맡은 정현수는 전혀 마녀같지도 않은 퉁퉁한 몸매(?)에 빨간 망토를 걸친 우수꽝스런 복장이었지만 코믹하면서도 여유로움으로 극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내 극이 끝났을 때 최고의 박수를 이끌어 낸 히어로였다. 하지만 배우들의 열정적인 면에 비해 주변 조건에선 부자유스런 모습들을 곳곳에서 노출됐다. 오페라 자막은 작품의 시각적 표현을 더하는 하나의 예술적 요소가 되는 동시에 관객들이 배우들의 언어와 움직임을 즉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최측이 무대 좌우측에 화면을 설치, 어린이 관객들이 배우들의 노래와 곡의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했지만 객석의 반을 차지한 어린 관객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거나 어투 등은 좀 더 가다듬을 필요가 있었다. 특히 3막 중간부분에서 자막이 중단된 건 기술적인 오류였기를 바란다. 또 다른 한가지. 콘서트 오페라의 생명은 배우들의 빼어난 가창력 이외에 오케스트라의 연주력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이날 공연에서 고양필은 그러한 모습을 충실히 보여주진 못했다. 연주부분 곳곳에서 보인 자잘한 실수는 차치하더라도 불안정한 음정 돌출은 물론 음향적인 밸런스 역시 좋지 못해 깔끔한 사운드를 들을 수 없었다. 배우들의 노래가 오케스트라의 사운드에 묻혀버리기도 하면서 이는 곧 극의 분위기를 상승시키지 못하는 결과로 귀결되고 말았다. /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전문가 비평> / 장인종 음악평론가 연출의 중요성 보여준 아쉬운 3막 구랍 28일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의 둘째날 공연이 고양 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열렸다. 훔퍼딩크의 동화오페라 ‘헨젤과 그레텔’은 독일에서 요한 슈트라우스의 ‘박쥐’와 함께 성탄과 연말무렵 가장 많이 무대에 올려지는 가족 오페라 레퍼토리이다. 굳이 외국의 관습을 도입할 이유는 없겠지만, 한해를 보내면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관람할 음악 공연물로서 이 오페라만한 게 흔치 않기에 이번 ‘헨젤과 그레텔’ 공연은 절기와 대상에 적합한 기획이었다. 그래서인지 꽤 많은 수의 청중을 객석에 모아낸 성과가 있었고, 특히 제작비를 낮춘 콘서트 오페라 형식으로 구성돼 티켓가격 거품 논란이 끊이지 않는 요즘 비교적 저렴한 입장료로 시민들에게 오페라 감상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도 의의가 있을 것이다. 콘서트 오페라라고는 하나 이 공연은 오케스트라 피트가 없는 공연장이라는 조건과 무대 장치를 최소화한 점, 원작에 등장하는 열네명의 천사들을 제외시킨 점 등만 빼고는 원작 오페라 구성과 큰 차이가 없었다. 가수들은 연기를 빠짐없이 소화했고 분장과 의상 역시 제대로 갖췄으며 스크린의 이미지 영상은 생략된 무대 배경을 보완하는 효과가 있었다. 이 정도면 흔히 말하는 세미 스테이지 오페라 이상의 규모가 된다. 이처럼 콘서트 오페라의 조건 속에서도 최대한의 구성을 갖추려고 한 노력은 높이 살 만하다. 하지만 실제로 콘서트 오페라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찾은 관객들의 눈에 이 공연의 무대는 빈약하고 허전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콘서트 오페라+알파’는 어디까지나 주최측의 생각일 뿐 다수 관객들 입장에선 ‘풀 스테이지 오페라-알파’로 느껴질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콘서트 오페라인지 풀 스테이지 오페라인지 애매해진 정체성 때문에 생긴 역효과도 간과하기 어렵다. 음악에만 집중하고자 하는 가장 단순한 형태의 콘서트 오페라는 가수들이 최적의 위치에 자리하고 노래한다. 그러나 이날 공연에서 가수들은 무대 전체를 활용하며 연기했는데, 결국 위치와 방향에 따라 무대 위에 함께 배치된 오케스트라 음향 속에 가수의 노래들이 파묻히는 경우가 빈발했다. 가수들의 동선이 집중되는 무대 중앙은 오케스트라의 전면이어서 어떠한 무대장치도 둘 수 없었다. 이때문에 출연자들의 연기는 빈 무대 위에서 자주 펼쳐졌고 그 순간 시각적인 효과는 제한될 수 밖에 없었다. 최근 콘서트 오페라나 그외 오케스트라 피트가 없는 무대에서의 음악극 공연을 보면 오케스트라 위치나 악기 배치에 변화를 주거나, 또는 오케스트라 자체를 극적 연출에 활용하는 등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들이 종종 눈에 띄는데, 이날 공연도 이 부분에 좀 더 고려가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오케스트라 위치문제에서 파생한 결과와는 별개로 이날 반주를 맡은 안현성 지휘의 고양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연주 자체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1막 종지의 적나라한 실수는 어디까지나 실수라고 하더라도 곳곳에서 불안한 음정이 돌출됐으며 파트간의 수직적인 음향 밸런스 역시 좋지 못해 관현악으로부터 깔끔한 사운드를 들을 수 없었고 극이 흐름에서 요구되는 분위기와 감성 또한 제공받기 어려웠다. 오케스트라 반주 경험이 비교적 많지 않은 고양필이지만 ‘헨젤과 그레텔’의 연주 경험이 몇번 있었는데도 이날 공연에선 그 노하우가 드러나지 않은듯 보여 아쉽다. 다음날 예정된 고양필의 송년연주회로 집중이 분산됐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날 출연한 성악가들은 각각의 노래들을 대체로 잘 소화한 편이었고 적극적이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줬다. 다소 밋밋하게 노래했던 엄마 역의 정선경과 사악하지도 코믹하지도 않았던 마녀 역의 정은서 연기는 조금 아쉬웠지만 배역을 소화하는데는 무리가 없었고, 아빠 역을 맡은 유일한 남성 출연자인 이종윤의 육중한 음성은 어린 관객들의 집중력을 붙잡아 두기에 충분했다. 주인공인 헨젤과 그레텔 역을 각각 맡은 김선정과 김수진은 몇몇 이중창의 절묘한 표현들을 끌어내는데는 조금 부족했으나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호흡으로 노래를 이어갔다. 이들의 연기력은 이날 공연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 중 하나였는데, 특히 헨젤 역의 김선정은 동작, 표정, 목소리 등에도 가난한 소년의 게스투스가 들어있는 연기를 보여줘 깊은 인상을 남겼다. 마녀의 집에서 펼쳐지는 3막의 스토리는 흥미로운 부분인데도 객석의 집중력은 점점 떨어졌다. 어린이들이 긴 시간에 지루함을 느끼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으나 이 공연이 동화책의 결말처럼 흥미를 끌지 못했던데는 몇가지 이유가 더 있을 것이다. 번역 자막에 사용된 어휘나 어투는 좀 더 가다듬어질 필요가 있었다. 동화책 따옴표 안의 말처럼 쓰여질 수는 없었을까. 우리에겐 조금 낯설지만 ‘헨젤과 그레텔’의 정서와 약간 엉성하게 짜여진 베테의 원작 대본도 지루함의 요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위기와 결말의 순간을 더 흥미롭게 구성하지 못한 연출 역시 아쉬운 부분이다. 모래도 사금으로 보이게 하는 게 연출의 임무일테니까 말이다.

“클래식과 놀아요”

유아와 어린이들을 위한 클래식 악기 체험공연이 열린다. 꾸러기예술단은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의정부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클래식 악기 체험공연 ‘악기야 놀자’ 공연을 마련한다. 최신일 예술단장이 해설을 해주고 서울뉴데이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를 맡는다. 연주곡은 모차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뮤직’, ‘작은별 변주곡’, 엘가의 ‘사랑의 인사’, 파헬벨의 ‘캐논 변주곡’, 브람스의 ‘헝가리안 무곡5번’ 등이다. ‘악기야 놀자’ 프로그램은 현악기편, 목관악기편, 금관악기편 등으로 구성됐다. 어린이 관객들이 직접 악기를 만져보고 소리를 내어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특징. 기존 전시회 형태의 체험공연이 갖는 주입식 위주에서 탈피해 어린이 관객들이 실제 궁금했던 악기를 직접 만져볼 수 있도록 했고 공연 진행자가 이들에 질문에 응답하고 직접 연주해 보여줘 어린이 관객들이 클래식에 대해 보다 친숙한 감성을 갖도록 감수성 훈련과정도 거친다. 1부에선 참가한 모든 악기로 친숙한 멜로디의 환영 오프닝 공연이 열리고 악기 체험마당인 2부에선 관객들 모두 실제 악기를 만져보고 소리를 들어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3부에선 각자 악기들이 가진 음색이 조화된 연주가 해설과 함께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음악회에 대해 궁금했던 점들에 대한 질의 응답도 이뤄진다. 4세 이상의 어린이면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31일과 다음달 1일 오전 11시, 다음달 2일 오후 2시와 4시, 다음달 3일 오후 2시. 문의(031)828-5841 /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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