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그녀의 향기를 듣는다’

차창 너머로 형형색색의 꽃들이 아름다움을 뽐내고 거리의 초목들도 푸르름을 더해가는 계절의 여왕 봄, 싱그러운 봄을 사랑의 세레나데로 장식한다면 어떤 꽃으로 비유할 수 있을까? 아마도 꽃 가운데 가장 사랑받는 장미(Rose)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꽃 ‘장미(Rose)’를 이름으로 가진 팝페라 가수 ‘로즈 장’이 오는 24일 오후 7시30분 경기도문화의전당을 찾아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른다. 국내 최초로 브로드웨이 창법을 선보이는 팝페라 로즈와 뮤지컬 배우, 그리고 도립 리듬앙상블의 음악적 만남인 ‘팝페라 가수 로즈의 뮤지컬 갈라 콘서트(Musical Gala concert with Rose)’. 지난달 소극장 무대에서 펼쳐진 ‘한밤의 세레나데를 시작’으로 대극장 무대를 장식한 ‘그리스’에 이어 오는 6월 LG 아트센터에서 열릴 예정인 ‘화성에서 꿈꾸다’까지 올 한해를 뮤지컬 공연으로 수놓을 도문화의전당은 뮤지컬 페스티벌 연장선에서 팝페라 가수 로즈의 뮤지컬 갈라콘서트를 마련, 관객들을 로맨틱한 공간으로 이끌어간다. 메인 공연은 니콜 키드먼의 노래를 지도한 메리 세트라키안(Mary Setrakian) 교수에게 브로드웨이 창법을 사사, 미국에서 한국인으로는 드물게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로즈 장의 감미로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리로 꾸민다. 로즈 장은 대통령 취임식 전야제에서 축가를 불렀고 반기문 유엔총장 취임 축하공연 무대 등 국제적 이슈의 행사에서 공연을 가져 얼굴보다 목소리가 더 많이 알려졌으며 이날 공연은 기존 뮤지컬 공연과는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이날 공연에서 로즈 장은 뮤지컬 ‘에비타’ 중 ‘Don’t cry for me Argentina’, ‘오즈의 마법사’ 중에서 ‘Over the Rainbow’, 뮤지컬 ‘시카고’ 중에서 ‘All that Jazz’, ‘레미제라블’ 중에서 ‘I dreamed a dream’ 등 주옥같은 뮤지컬 넘버들로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로즈의 가창력 이외에 다양한 볼거리들도 준비된다. 연주를 맡은 경기도립 리듬앙상블은 오프닝 연주를 시작으로 로즈와 함께 환상의 조화를 이뤄 그들만의 독특한 음색과 파워풀한 연주로 이날 무대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특히 뮤지컬 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뮤지컬 배우 10명이 출연해 ‘Dancing Queen’과 ‘Memory’ 등 우리 귀에 익숙한 뮤지컬 넘버와 춤 등을 선보이며 자신들만의 끼를 한껏 발산한다. 이날 무대는 독특한 무대 연출로 뮤지컬 마니아는 물론 일반 관객들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도록 준비했다. R석 5만원, S석 3만원, A석 2만원. 문의(031)230-3440~2/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공연> 싱그런 아침 메뉴 ‘클래식’

평일 오전 브런치(Brunch)와 클래식(Classic)의 새로운 음악과 만남으로 꾸미는 콘서트가 마련된다. 인천시립교향악단(인천시향)은 오는 25일 오전 11시 인천종합문예회관 대공연장에서 신선한 향기와 사랑을 듬뿍 담은 ‘11시의 콘서트’로 브런치 시간대 새로운 문화생활을 제시한다. 11시 콘서트는 정교하고 섬세한 연주를 하는 인천시향과 국내외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성악가들의 만남을 통해 정통 클래식은 물론 가곡, 대중가요까지 넘나드는 폭 넓은 레퍼토리로 아침과 점심 사이 시간대인 브런치 타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도록 기획됐다. 기존 콘서트에선 시도하지 않았던 공연 후 간단한 간식을 함께 하는 시간을 마련, 관객과 관객 사이의 소통을 유도하고 출연자들의 팬사인회를 마련, 자연스럽게 서로 느꼈던 공연의 깊은 감동을 함께 나누는 자리로 만든다. 이번 연주회에는 인천시향 이경구 부지휘자의 지휘로 오페라 ‘돈죠반니’, ‘사랑의 묘약’ 등에서 주역으로 활약한 소프라노 김상혜와 영국 브르스밀러·마가렛딕 콩쿨에서 우승하고 노르웨이 국립음대 초청 오페라 콘서트에 출연하는 등 국내외에서 각광받고 있는 테너 정영수 등 오페라 가수들의 무대가 마련된다. 로시니의 ‘세미라미데’ 서곡을 시작으로 소프라노 김상혜는 ‘신 아리랑(김동진 작)’, 구노의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중에서 ‘아 꿈 속에 살고 싶어라(Ah! Je veux vivre)’를 들려주고 테너 정영수는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 중에서 ‘남 몰래 흐르는 눈물’과 레하르의 오페레타 ‘미소의 나라’ 중에서 ‘그대는 나의 모든 것’을 열창한다. 풍부한 오르간 연주경험을 갖춘 오르가니스트 이정구가 헨델의 오르간 협주곡 바장조 HWV.295 ‘뻐꾸기와 나이팅게일’을 들려준다. 마지막 무대는 ‘아카시아껌’ ‘월드콘’, ‘오란씨’ 등 3천여곡의 CM송을 작곡한 대중가수 김도향을 초청, ‘바보처럼 살았군요’, ‘마이웨이’, ‘보고 싶다’ 등 대중가요 열창무대로 꾸며진다. 전석 1만원, 장애우 5천원. 문의(032)438-7772/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전시>지고지순한 매화, 폭력·전쟁을 고발하다

지금 눈 내리고/매화향기 홀로 아득하니/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저항시인 이육사의 대표작품 ‘광야’의 일부분이다. 매화는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짙은 향을 피우며 굳건히 계절의 순리를 따른다. 한국화가 성태훈(남양주시 조안면 송촌리)이 매화를 화두로 전시를 연다. 전통적인 수묵재료를 기본으로 일상의 폭력과 전쟁, 테러 등으로 점철된 현대사회를 담아낸다. 끊임 없는 외세의 침략을 받은 한반도. 현재도 분단이란 상처를 몸소 겪고 있는 우리나라. 아름답고 고상한 작품을 떠나 성태훈은 폭력성에 저항하며 지고지순한 매화의 정신을 부여했다. 성태훈은 ‘매화는 추위에 향을 팔지 않는다’를 주제로 서울 갤러리영(18~24일)과 일산 롯데아트갤러리(26~다음달 8일)에서 각각 개인전을 연다. 전시될 작품들마다 사군자의 하나인 ’매화’가 등장한다. 여기에 속도감 넘치며 위협하는 전투기와 헬기 등이 여백을 채운다. 화면은 눈과 비바람을 연상시키는 무수한 점들과 사선으로 그어진 선들이 채워진다. 그러나 당당히 만개한 매화는 어떤 시련과 고통에서 의연한 기품을 잃지 않는다. 그는 작가노트를 통해 “위협적인 전투기들은 금방이라도 폭탄을 터트릴 듯한 태세를 취하고 있다. 정적인 동양화 위에 표현될 수 있는 극도의 위태로운 상황. 그러나 매화는 온갖 시름과 고통을 뚫고 오랜 기다림 끝에 혼신을 다해 아름다움으로 피어 오른다”고 밝혔다. 그동안 작가는 식물들과 사군자를 응용해 평화로운 동양화 위에 두려움과 불안의 심상들을 개입시켜 혼탁한 현 시대를 은유했다. 현실을 목도한 작가는 일상을 위협하는 폭력의 부당성에 적극 개입한다. 말 없이 꽃을 피우는 매화의 당당함은 작가 자신의 분신인 줄도 모른다. /이형복기자 bok@kgib.co.kr

<전시>소박한 질감 현대적 색감… 주방을 예술로

일상 생활에서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생활자기들이 전시된다. 인천 신세계 갤러리는 18일부터 30일까지 ‘생활속의 예술·도자전’을 연다. 참여 작가는 김영희·김재현·김형준·서국진·선의미·신창희·이은재·장호식·조이현 등 9명. 이들은 흙에서 출발해 기능성과 심미성을 담은 다양한 형태의 생활자기들을 선보인다. 선의미의 ‘화-기(花-器)’는 꽃, 나무와 친근하게 조화되는 도자의 색감과 질감을 표현한다. 조이현은 흙 고유의 질감을 드러내면서 유약의 색채를 단순화시켜 자연스러운 미감을 드러낸다. ‘DA-JOOM’란 장호식의 작품들은 흙색과 닮은 빛깔, 섬세하고 세밀한 도자의 표면 느낌 등이 감각적으로 연출됐다. 전통과 현대의 경계에 선 도예 작가들은 자기의 형태와 기법을 달리해 현대성을 살린다. 김재현은 백자토와 색상감을 재료로 한 색상감 항아리를 통해 상감이라는 전통 기법을 새롭게 각색한다. 김형준은 생활자기의 표면에서 유약은 흘러내리고 번지는 우연의 기법을 통해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이밖에 주황색의 도트주전자, 무지개물컵 등 강렬하고 원색적인 색감의 생활 자기들과 동영토와 백자토를 사용한 수반과 주병세트, 장군병이란 독특한 소재를 다뤄 온 이은재의 작품들도 이색적이다. 문의(032)430-1157~8 /이형복기자 bok@kgib.co.kr

<공연> 로맨틱 뮤지컬 ‘아이 두 아이 두’

평생 한 남자를 남편으로, 한 여자를 아내로 아끼고 사랑할 수 있을까?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가정을 이루고 나이가 들면서 티격태격 싸우기도 하고 서로를 용서하며 부둥켜 안고 울기도 하면서 희로애락을 함께 할 수 있다면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혼율이 급증하고 있는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위기의 부부들에게 말이다. 단 두명의 배우가 20대 신혼기부터 중년을 넘어 70대까지 결혼생활을 하며 겪는 갖가지 에피소드를 감동적으로 풀어낸 로맨틱 뮤지컬 ‘아이 두 아이 두(I Do! I Do!)’. 박해미의 가창력과 객석을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넘치는 뮤지컬 ‘아이 두 아이 두’가 오는 25일 오후 7시30분, 26일 오후 3시와 7시30분 과천시민회관 대공연장 무대에 올려진다. 줄거리는 청춘남녀가 만나 사랑하고 함께 늙어가면서 느끼는 행복을 그려 나간다. 방금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방에 도착해 설렘과 두려움으로 첫날밤을 맞이한 아그네스와 마이클. 시간이 흘러 임신을 하게 되고 아들과 딸을 출산해 2세를 가졌다는 기쁨도 잠시, 아그네스는 양육에 하루하루를 힘들게 보내고 마이클은 작가로서 성공에만 몰두한다. 둘의 사이는 점점 무감각해지고 다투면서 권태기에 접어들고 급기야 아그네스는 집을 나가겠다고 선언한다. 세월이 흘러 중년이 된 마이클과 아그네스 훌쩍 자란 자식들을 보며 추억의 소중함과 서운함 허무함을 새삼 느끼며 제2의 인생을 살자고 이야기한다. 50대가 넘은 아그네스, 폐경기에 접어들면서 갱년기 우울증을 겪고 그런 아그네스를 위로하며 사랑하는 마음으로 감싸주는 마이클,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행복했음을 느낀다. 뮤지컬 ‘I Do! I Do’은 단 2명의 배우가 무대에서 결혼부터 노년까지 모든 부부의 인생 이야기를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에게 지금까지 살아온 또는 앞으로 살아갈 결혼생활을 느끼게 해 준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한국 관객들이 동감할 수 있도록 많은 볼거리를 넣어 재미를 가미했고, 전형적으로 가부장적인 남자와 전형적인 아줌마가 춤과 노래를 곁들여 슬픔과 기쁨의 한판 승부를 벌이면서 자이브, 왈츠 등의 춤과 노래는 물론 함께 마술까지 보여줘 관객과 배우 모두 쉴 틈이 없다. 시트콤 ‘거침없는 하이킥’에서 열연한 박혜미가 아그네스로, ‘웨스트사이드스토리’ ‘오구’ 등 연극과 뮤지컬을 넘나들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정찬우가 마이클로 나와 인생의 웃음과 잔잔한 감동을 전해준다. R석 3만원, S석 2만원. 문의(02)500-1200 /이종현·김형표기자 major01@kgib.co.kr

<공연리뷰>뮤지컬 ‘화이트 프로포즈’를 보고

옛날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엔 달나라 토끼가 절구를 찧는 줄 알았는데, 현재 대한민국은 우주인 이소연씨가 우주에서 지구 사진을 보내오고 있다. 달나라는 이미 사람이 다녀온지 한참이고 말이다. 과학 발달과 문명이 발전하는만큼 마음 속 예쁜 환상이 하나씩 사라져간다. 현실과 환상의 괴리는 볼수록 비참하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아직 주변에 남은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는 뮤지컬 ‘화이트 프로포즈’를 만났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사)새중앙문화아카데미 가족극장 비전홀 무대에 오른 뮤지컬 ‘화이트 프로포즈’는 하늘과 맞닿은 달동네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다. 달동네 사람들의 인생은 대한민국 평균에 비해 힘겨워 보이지만, 무슨 이유인지 뮤지컬 해설자는 달동네 사람들에게 공주와 기사, 마법사, 궁중 요리사, 소년과 소녀 등 예쁜 애칭을 붙여준다. 동화 속 등장 인물들처럼 말이다. 이야기는 시작되고 등장 인물들의 비참한 속 사정을 알게 된다. 해설자가 부르는 애칭이 사랑스러운 만큼 그들의 삶은 더욱 슬프다. 욕쟁이 달동네 하숙집 할머니가 여왕님, 남편에게 버림받고 가난 때문에 하나뿐인 아들 만복이와 떨어져 살아야 하는 하숙집 주방 아줌마가 궁중 요리사, 언젠가는 사장이 되겠다지만 당장 술에 빠져 사는 아저씨가 마법사다. 술집 여자를 짝사랑하는 중년 남성이 기사님, 그 남자의 마음을 알지만 상처받을까 두려워 새 삶을 시작하지 못하는 술집 여인이 공주님이다. 그 여인의 동생인 소녀는 시를 쓰는 소년을 사랑하지만, 당장은 허드렛 아르바이트나 하는 신세다. 시를 쓰는 소년도 소녀를 좋아하지만, 곧 군대에 입대해야 하는 대학생. 여기에 오디션에 계속 떨어지기만 하는 연예인 지망생 소녀가 한명 더 있다. 모두 하숙집 소고기 반찬 하나에 흥분하는 달동네 사람들이다. 힘겨운 삶이지만, 희망을 간직한 이들은 모두 조그만 행복을 갖고 있다. 주방 아줌마는 어서 돈을 모아 만복이와 살고 싶다는 꿈을 꾸고, 계속 시를 써서 문단에 오르겠다는 소년, 그런 대학생 소년처럼 공부해 대학에 가겠다는 소녀, 언젠가는 주인공이 되겠다는 연예인 지망생처럼 말이다. 그런 모습은 우리 일상이었고 익숙한만큼 삼류 소설이라 불린다. 하지만 삼류 소설이 계속되는 이유는 사람들이 그만큼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 아닐까. 뮤지컬 속에 점점 동화되더니 거슬리던 어설픈 음향이나 정확하지 않은 대사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냥 라이브 피아노 소리 속 훈훈한 스토리만 남았다. 가족극장 비전홀은 안양 새중앙교회가 운영하는 공연공간이다. 기독교 관련 내용이 조금 가미되지만, 진하지 않아 비기독교인도 부담 없이 관람했다. 무엇보다 배우들 수준이 보통 이상이었다. 배우 모두 노래와 춤에서 수준급 실력을 선보인 덕분에 관객들이 뮤지컬 속에 충분히 동화됐다. 특히 마지막 부분은 객석의 웃음과 박수가 진심에서 우러났다. 아쉬운 점은 일반 대형 공연공간에 비해 부족한 설비 때문인지 음향이 다소 어색한 순간들이 눈에 띄었고, 대사 전달이 잘 안되는 경우도 있었다. 종교성보다 전문성을 살린 공연으로 방향을 잡았다면, 보다 공들인 세트와 음향으로 더욱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김효희기자 hhkim@kgib.co.kr

전시리뷰 - 최경숙 ‘달바라기’ 테마 개인전

무분별한 욕망을 냉정히 질타한 잉에보르크 바흐만 시집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와 70년대 지식인의 암울한 시대상을 첫사랑으로 치환된 이문열의 소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추락’이란 절대 절망과 ‘날개’란 구원의 메시지가 묘한 흥분을 일으킨다. 인생은 선택의 순간이다. 그 선택이 추락과 날개란 극단을 달리면서 더 큰 고통을 수반하지 않기 위해 사람들은 몸부림치는 지도 모른다. 서양화가 최경숙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달바라기’를 테마로 펼친 개인전(수원미술전시관 8~14일)은 노란 둥근 달이 등장하고, 고양이와 까마귀, 달팽이 등이 화면을 채운다. 이들은 모두 달을 바라본다. 무슨 소원을 빌까. 날개가 달린 까마귀는 길다란 다리를 곧추 세우고 달을 쳐다본다. 날짐승이 발을 딛고 있는 모습은 일종의 상실감이다. 들판이나 지붕 위에 고즈넉히 앉아 달을 쳐다보는 고양이의 뒷 모습에선 연민마저 느껴진다. 작가가 등장시킨 달들은 지상의 세계를 점령하지 않는다. 지상의 형체는 실루엣처럼 드러나고 밝은 달은 포근히 하늘에 걸려 있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은 채 조화와 균형을 이룬다. 바라볼 대상이 있다는 것은 ‘희망’이 있다는 것. 그래서 최경숙의 작품은 침울하지 않다. 비록 쳇바퀴를 돌리는 고양이와 다리만 길게 늘린 채 날지 못하는 까마귀일지라도 달을 향해 비상하려는 꿈을 지녔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슨 꿈을 꾸며 사는가. 어둠 속의 빛은 더욱 선명하고 익숙했던 것을 낯설게 한다. 처음 떠난 여행의 흥분과 새로운 것들에 대한 불안이 교차하면서 좀 더 색다른 것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 이는 추락과 상승을 반복하는 어리석음이 아닌, 꿈꾸는 자의 진정한 행복임을 작가는 넌즈시 일러준다. /이형복기자 bok@kgib.co.kr

<전시>그녀 눈을 통해 본 시간의 흔적들

좀 상투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사진작가의 눈은 카메라의 파인더다. 자연적인 ‘눈’이 아니라 인위적인 ‘눈’이란 의미다. 물론 그렇다고 전적으로 인위적인 ‘눈’에만 의존해선 작품이 창조될 수 없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인위적인 ‘눈’을 빌려, 자연적인 ‘눈’이 지시하는대로 피사체를 그려야 한다. 자연적인 ‘눈’은 단순히 시각은 물론 청각과 후각, 미각, 촉각 등 가능한 모든 감각들이 다 동원돼야 한다. 사진작가의 오감(五感)은 그래서 팽팽하게 긴장하기 마련이다. 제작될 때부터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편리하게, 그리고 획일적으로 맞춰진 디카로 그냥 조리개만 적당하게 맞춰 셔터만 누르면 되는 게 사진이 아니라는 얘기다. 20여년을 사진에 천착해 온 백복현(63·여)의 분신들은 그렇게 탄생됐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현장을 지켜 온 작가의 놀랄만한 섬세함이 배어 있는 까닭은 자연적인 ‘눈’의 소유자(?)인 작가가 여성인 탓이다. 우선 그의 작품들은 프레임부터 틀리다. 거실 바닥을 물걸레로 훔치듯, 또는 살림을 정리하듯 작가는 피사체를 응시할 때 불필요한 부분은 과감하게 자른다. 그에게 있어 절단도 곧 창조의 한 과정인 셈이다. 사진은 원래 잘라내는 예술이기도 하지만, 이 대목에선 어떻게 잘라야 하느냐는 점도 중요하다. 주부가 살림을 할 때 그냥 버리는 것들은 하나도 없다. 가령 어머니들이 바느질을 할 때(물론 요즘은 옛날처럼 옷을 깁거나 훔치는 일은 거의 없지만) 허드렛 헝겊들이 있지 않은가. 가능성을 보여준 추상적 아름다움…. 평론가인 한정식 중앙대 명예교수는 작가의 분신들을 한마디로 이렇게 평가했다. 그냥 스스로 고운 것들은 이 세상에 아무 것도 없다. 그래서 모래 속에서 사금을 찾아내거나, 흙 속에서 보석을 건져 내기는 힘든 법이다. 그래서 작가는 늘 겁이 난다. /허행윤기자 heohy@kgib.co.kr

<공연>주부들 ‘오전의 행복’

오전에 즐기는 문화생활, 새로운 문화트렌드로 자리잡으며 주부들의 여가시간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아람누리 마티네 콘서트’. 마티네는 ‘오전’이란 뜻의 프랑스어다. 마티네 콘서트는 아람누리를 찾는 관객들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30~40대 주부들의 꾸준한 요청에 따라 마련된 무대로 ‘음악과 함께 하는 오전 11시의 행복’을 테마로 오는 17일부터 10월16일까지 모두 4차례에 걸쳐 콘서트를 마련한다. 오는 17일 열릴 첫 무대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뮤지컬 빅5 플러스 갈라 콘서트’로 꾸며진다. 국내 최고의 보이스로 감동적인 노래를 들려주는 뮤지컬 스타 류정한, 아름다운 목소리의 뮤지컬 배우이자 드라마에서도 활약 중인 김소현, 힘 있는 노래와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여 온 오진영, 팝페라 가수에서 뮤지컬 배우로 도전하고 있는 신예 뮤지컬 스타 박완 등 그 이름만으로도 설레는 국내 최고의 뮤지컬 스타가 총출동해 모스틀리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함께 뮤지컬 명곡 퍼레이드로 화려한 뮤지컬 갈라 콘서트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번 무대에선 ‘오페라의 유령’, ‘레 미제라블’, ‘캣츠’, ‘노트르담 드 파리’, ‘미스 사이공’, ‘지킬 앤 하이드’ 등 한국인의 가슴속에 진한 감동으로 자리 잡은 뮤지컬 명곡들을 한 무대에서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 뮤지컬 고전이자 한국에서도 그 명성을 입증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중에서 매혹적이면서도 공포스러운 캐릭터의 팬텀이 부르는 ‘Phantom of the opera’를 비롯, ‘All I ask you’를 김소현과 류정한이 불러주며, ‘마이 페어 레이디’ 중에서 ‘I could have danced all night’를 들려준다. 쓸쓸하고도 아름다운 멜로디를 자랑하는 늙은 고양이의 노래 ‘Memory’, 지킬박사의 비장한 목소리가 빛나는 ‘지금 이 순간(This is the moment)’, ‘노트르담 드 파리’의 명곡 ‘대성당의 시대’ 등 주옥같은 뮤지컬 넘버들의 향연이 이어져 뮤지컬 무대를 뛰어넘는 깊은 감동을 전해준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가 들려주는 쉽고 재미있는 해설은 이들이 선보이는 레퍼토리를 더욱 빛내준다. 17일 오전 11시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 전석 1만5천원. 문의(031) 960-9721 /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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