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위기에 처한 평택항

기획예산처의 극심한 시각차이로 평택항 2단계 사업이 좌초위기에 처했다. 해양수산부가 올해 평택항 동측 부두 건설을 위해 지난해 100억원의 정부지원 예산을 신청했으나 삭감됐고 올해 요청한 설계용역비 30억원도 문제사업으로 분류, 예산이 2년째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평택항 서측 부두 2선석만 건설되고 나머지 동측부두 12선석 (배접안시설)은 착공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만일 평택항 동측 부두를 적기에 건설하지 못할 경우 798만1천여t의 일반 물동량 수요가 예상되는 오는 2006년부터는 선석부족에 따라 물동량 중 70%에 달하는 560만9천여t을 처리하지 못하는 심각한 사태가 발생한다. 특히 평택항 개발과 함께 추진되고 있는 인근의 평택 포승공단 분양, 청북택지개발, 아산만권 개발사업들이 잇따라 지연되거나 취소될 것이 확실시돼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우려가 매우 크다. 기획예산처의 처사가 더욱 이해가 안되는 것은 감사원의 권고사항도 아예 무시하고 있는 점이다. 감사원이 지난 1998년 6월22일부터 9월3일까지 감사를 실시한 후 ‘동측 부두 건설이 6년이 넘도록 착공조차 못돼 중부권 화물 물류비 증가 및 국책사업 투자 지연에 따른 국가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정부재정투자로 전환, 조기 착공할 것을 권고한 바 있는데도 예산 반영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이다. 감사원과 기획예산처의 시각차이가 너무 판이한 것도 이해가 안되고, 마치 힘 겨루기를 하는 것 같은 의구심마저 갖게 하지만 그러나 평택항은 대북방 무역의 교두보 역할을 할 중추적인 항만이다. 평택항에 추가선석 없이 매년 폭증하는 물동량을 처리한다는 것은 절대 무리라는 사실을 기획예산처는 확실히 알아야 한다. 동측 부두 건설이 지연돼 정부가 부산신항, 광양항만 개발사업과 함께 ‘3대 국책 항만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평택항이 표류하거나 기능이 상실되지 않도록 기획예산처는 물론, 경기도와 평택시 등 관련 기관들도 대책을 하루빨리 마련하기 바란다.

국회는 무조건 정상화해야

한나라당의 국회불참 태도는 옳지 않다. 국회정상화 거부이유로 내거는 여당의 국회법개정안 강행처리 무효주장은 이해한다. 이에대한 민주당의 사과요구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빌미삼아 등원을 거부, 국회기능을 식물화하는 것은 잘한다고 할수 없다. 야당의 무효주장 및 사과요구의 대여투쟁은 원천적 요인인 국회법개정안에 국한해야 하며, 이에 관련한 야당의 원내 투쟁은 명분이 충분히 인정된다. 그러나 국회법개정안과는 전혀 별개인 다른 안건까지 연계, 국회를 마비시킬 명분은 못된다. 사리가 이럼에도 임시국회의 공전으로도 모자라 정기국회까지 파행으로 몰고 가려는 것은 유감이다. “다음달 1일까지 여당이 사과하지 않으면 정기국회도 개회식만 참석, 의사일정에는 합의하지 않겠다”는 정창화 한나라당 총무 발언은 심히 무책임하다. 국정감사와 2001년 예산안 심의까지 포기하겠다는 것은 책임있는 공당이라 할수 없다. 이미 올 추경예산안만 해도 국회처리가 늦어져 정부는 가집행하고 있는 상태다. 국회승인이 없는 예산집행을 장기간 방임하는 것은 국회의 권능을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다. 임기가 9월로 만료되는 헌법재판관 2명의 국회선출문제가 있고 정부조직법개정안이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금융지주회사법안 처리도 시급하다. 한나라당이 제안한 관치금융청산조치법 국가부채감축특별법 처리 역시 과제다. 이밖에도 민생의안이 산적해 있다. 정기국회까지는 앞으로 약 한달 남았다. 또 정기국회는 정기국회대로 해야할 일이 있다.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주요현안을 한달이나 남은 정기국회로 넘기는 것만도 지탄받아 마땅한 판에 정기국회마저 파행을 예고하는 것은 행패다. 원내1당의 대여투쟁 수준이 겨우 이정도라면 국민에게 큰 실망을 안겨준다. 여당의 국회법개정안 상임위 날치기 통과를 두둔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이 때문에 야당이 국회를 빈사상태로 만들 권리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나라당의 경직성은 날치기통과로 빚은 이면합의설 등에 대한 감정적 대응의 인상이 짙다. 국회는 무조건 정상화돼야 한다. 국회법개정안을 둘러싼 야당의 대응은 어디까지나 원내에서 해야 하는 것이 순리다. 한나라당은 더이상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바란다.

전세대란 근본대책 세워야

수도권의 전세대란이 또 우려되고 있다. 미분양아파트가 남아 도는데도 한편에선 전세물량 부족으로 전세값이 급등하는 현상은 정상이라고 할수 없다. IMF 사태를 겪으면서 한때 인하소동을 벌인 전세금이 작년 이맘 때 오르기 시작하더니 올해는 IMF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전세물량 부족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서민들의 주거안정이 위협당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최근 시장조사에 따르면 수원 성남 고양 용인 수지지구 등의 전세주택 보증금이 매매가의 80%까지 육박하고 있다. 24평형의 경우 지난 봄 보다 전세금이 500만∼2천만원 이상 오른 7천만∼8천만원에 거래되고 있으나 그나마 24평 이하 중·소형 아파트는 아예 물건을 찾기 힘든 품귀현상마저 빚고 있다. 이처럼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매물이 모자라 서민들이 허둥대고 있는 상황인데도 미분양아파트가 도내에만도 2만여세대에 이르고 있으니 주택시장의 왜곡치고는 너무나 뒤틀린 기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이같이 한편에선 미분양 아파트가 남아 도는데 한편에선 전세물량 부족으로 전세금이 오르는 것은 한마디로 수급 부조화가 빚어낸 현상이다. 우선 작년 한꺼번에 시작된 서울시내 5개 저밀도 아파트 재건축사업으로 인한 5만여가구의 전세수요가 고양 성남 용인 등 지역까지 전세물량부족 현상을 빚게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다 올해 안양 비산지역 등 저층아파트의 재건축사업으로 4천여가구가 이주를 시작, 인근 지역의 전세물량이 동난 상태다. 앞으로 이같은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수도권에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전세시장의 물건부족현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이와함께 정부가 소형주택 건설 의무비율을 폐지한 것도 저소득층의 전세물을 줄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따라서 전세값 진정을 위해선 공공임대 아파트공급에 주력하고 무엇보다 당국 스스로가 급격한 전세수요를 유발하는 재건축사업은 시차를 두고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 정부는 차제에 미분양아파트의 공공임대화는 물론 건설업체의 경영난을 덜어주고 채산성을 높이기 위해 폐지한 소형 평수 의무건설 규정을 되살리는 문제도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제 당국은 중·단기적으로 주택시장환경의 추이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면서 수급균형을 맞추는 구체적인 방안을 세워야 한다.

자금세탁방지법을 반대?

재정경제부가 ‘자금세탁방지법’을 지난 97년 국회에 상정했었으나 국회의원들의 반발로 심의조차 하지 못한 채 폐기됐다는 사실은 지나간 일이라 하더라도 국회를 더욱 불신하게 만드는 사례이다. 자금세탁방지법이 무엇인가. 중대범죄로부터 획득한 자금인줄 알면서도 정당화하여 사용하려는 부정행위를 단속하자는 법이 아닌가. 그러한 ‘자금세탁방지법’ 심의를 국회의원들이 반발했다는 것은 부정을 방조하겠다는 게 아니고 무엇인가.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발표한 ‘1990년대 한국의 돈세탁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불법돈세탁 규모는 자그마치 연간 54조∼169조1천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169조1천100억원은 국내 총생산(GDP)의 25%에 달하는 것이다. 돈세탁수법도 날로 지능화·첨단화하여 가짜 매출전표를 만들거나 거액을 현금으로 쪼개 거래하는 수법은 이미 고전에 해당한다. 폭력조직의 ‘카드깡’부터 금융기관의 기업비자금 관리대행, 유령회사를 이용한 장부조작에 이어, 최근에는 정보화시대를 맞아 전자카드와 전자화폐를 이용하는 사례도 적발되고 있다. 돈세탁의 매개체로 이용되는 기관도 예전엔 은행이 고작이었으나 최근에는 증권회사, 카지노, 환전소, 보석상 등 비금융권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더욱이 금융개발과 더불어 불법돈세탁이 국제화하는 경향도 날로 확산되고 있는데 뇌물과 알선증·수재, 횡령 등 화이트칼라 범죄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현상이다. 재정경제부가 이번에 재추진하고 있는 ‘자금세탁방지법’은 돈세탁 묵인 금융기관 종사자들은 5년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돼 있다. 무산 3년만에 올 가을 정기국회에 다시 상정할 가칭 ‘자금세탁방지법’과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은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 이번에도 또 국회의원들이 반발하는 불상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국회는 각성하기 바란다.

이제 內政에 눈돌려야 한다

온 민족을 감동시키고 눈물짓게한 이산가족의 만남이 3박4일의 행사로 오늘 끝난다. 이제 그 감격과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선 집권당을 비롯한 정치권은 내정(內政)에 눈을 돌려야 한다. 모두가 상봉장면에 감격하고 감동해 있는 며칠동안 우리의 정치는 정지된 듯한 느낌이었다. 물론 이산가족 상봉사업을 비롯한 대북정책은 중요한 국가적 과제다. 하지만 이것말고도 과제는 많다. 당장 의약분업이 실시됐다고는 하나 의료계의 재폐업으로 환자들이 큰 고통을 겪는 의료대란에 빠져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여·야는 개회중인 임시국회를 가동시킬 생각은 않고 입씨름이나 벌이고 있다. 추경예산안·정부조직법개정안·금융지주회사법안 등 시급한 현안들도 방치한 상태다. 여·야의 상당수 의원들이 외유중에 있고, 시급한 민생현안을 방치할 수 없다며 단독국회 강행의지를 보이던 민주당은 소속 3의원의 출국으로 단독국회가 좌절된 후 최고위원 경선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야당 역시 광복절 기념식을 정부와 별도로 독립기념관에서 가질만큼 여야관계가 소원한 상태다. 남북 이산가족들이 반세기 생이별의 한을 풀고, 혈육의 정은 그 어떤 이념이나 체제도 갈라놓을 수 없음을 깨달으며 민족의 화해 협력이 절실함을 느끼고 있는데도 오히려 우리의 국내 정치는 여·야가 서로 등을 돌린 채 제 갈길만 가고 있다. 이처럼 정치가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고, 정부는 정부대로 남북문제에만 매달려서인지 우리의 경제사정은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신임 산자부 장관이 지적했듯이 체감경기가 우려할 정도로 떨어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산업경쟁력강화와 투자심리 회복에 정책수단들이 집중돼야 할 시급한 상황이다. 이렇게 정치권의 화합이 절실한데도 여·야 가릴 것 없이 국회를 정상화하는 데는 신경을 안쓰고 트집잡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여·야간 화합의 우선적 책임은 여당에 있다. 여당은 최고위원을 뽑는 전당대회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정치의 기능회복에 더 진지한 관심을 두어야 한다. 야당의 요구사항을 전향적으로 수용해야할 것이며, 야당도 여당의 대화제의 자체를 거부해서는 안된다. ‘남남갈등’도 해소못하면서 어떻게 ‘남북화해’를 이룰 것인가. 정치권의 각성과 분발을 재삼 촉구해둔다.

버스카드 조속 전면 시행을

경기도가 지난 7월 31일부터 수원을 비롯하여 경기전역의 버스요금을 시내버스 일반형을 기준으로 무려 20%까지 인상하였으나, 이에 대한 서비스준비가 전혀 되지 않아 도민들의 불만이 대단하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불만은 교통카드를 사용케하여 3.3%의 할인을 적용하는 서비스 개선안을 제시하였는데, 현재의 준비 상황을 보면 빠른 시일내에 전면 시행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어 이에 대한 강력한 정책 집행이 요구된다. 서울시는 오래 전부터 교통카드를 적용하여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고 있다. 그러나 수원을 비롯한 경기도는 버스카드 보급률이 미미하다. 수원시의 경우, 서울행 좌석 버스를 제외한 약 70%가 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경기도 역시 5천700대의 버스중 약 2천대가 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하여 주민들이 겪는 불편은 대단하다. 카드 사용으로 인한 할인 혜택은 고사하고 항상 현금을 소지하고 다녀야 하며, 때로는 거스름 돈 때문에 운전사와 시비도 잦아 많은 불편을 자아내고 있다. 카드 사용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은 단말기 보급업체가 경영부실을 이유로 기계를 보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떠한 조건으로 단말기 보급업체와 계약을 하였는지 알 수 없으나, 계약업체의 경영난을 이유로 단말기보급이 어려워 카드 사용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정당한 논리는 아니다. 오히려 업체가 제대로 계약 내용을 이행하지 못하면 위약금을 물리거나 또는 다른 업체와 계약을 다시 맺어서라도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되는 것이 관련기관들의 의무가 아닌가. 경기도 관계자들은 현재 카드 단말기 보급업체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업체도 있다고 하는데, 경영부실한 업체에 질질 끌려 다니는 이유는 무엇인지 구체적 내용을 밝혀야 된다. 서울시는 지하철과 버스간의 카드의 호환 사용체제까지 준비하고 있으며, 이런 시스템은 외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되어 있다. 더구나 앞으로 전자화폐 기능까지 포함된 카드도 개발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버스 이용 주민에 대한 편의 제공은 물론 버스업체의 경영 투명성 확보를 위하여 교통카드의 전면적 실시는 시급한 과제이다. 업체의 경영 부실을 핑계대지 말고 주민 편에서 카드 전면 사용을 위한 강력한 대책을 강구해야 될 것이다.

직권면직은 공정하게

공무원 2차 구조조정 방법으로 직권면직을 택하고 9월30일까지 대상자를 선정토록한 경기도의 지시에 따라 시·군 공무원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고 한다. 직권면직이라는 시퍼런 칼날 앞에서 불안해 하지 않을 공무원이 어디에 있겠는가. 더구나 중앙부처와는 달리 이번 대상자들은 대부분 기능·고용직 등 하위직과 여성들이어서 사태가 여간 심각한게 아니다. 직권면직은 직제와 정원의 개폐·또는 예산 감소 등에 의해 과원이 됐을 때 임용권자가 직권으로 공무원을 면직할 수 있도록 규정한 지방공무원법에 근거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구조조정은 사실 행정자치부가 주도하고 전국 지자체에 악역을 떠넘긴 셈이다. 각 지자체에 부서·직종별 감축 지침만 내렸을 뿐 구체적인 대상자 선정은 지자체 자율에 맡기면서, 지방 공무원법상 직권면직은 자치단체장의 고유권한으로 기준을 획일적으로 제시할 수 없다고 밝힌 것이 바로 악역은 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전국적으로는 3천600여명, 경기도의 경우는 고용직 211명, 기능직 119명, 별정직 41명, 연구지도직 6명 등 377명의 공무원이 이번 직권면직 대상이 되는데 이로 인해 그렇지 않아도 한파에 시달려온 공직사회가 더욱 혼란해지게 됐다. 이번 직권 면직이 불가피한 조치라고는 하지만 대상자를 선정하는 일은 공무원 개개인의 자존심은 물론이고 가족들의 생계가 걸린 참으로 심각한 문제다. 일반 기업체라 하더라도 감원은 지극히 어려운 일인데 하물며 관공서가 애당초 적정인원을 채용하지 않고 감원을 일삼는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 처사이다. 원래 구조조정 취지는 중간 관리직을 많이 줄여야 하는데 하위직들만 희생양이 되는 것 같아서 애석함을 금할 수 없다. 직권면직 대상자로는 각종 자격증 유무·컴퓨터 사용능력·징계기록·연령·병력(病歷)등을 적용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지만 결격 사유가 없는 공무원들은 어떻게 선정할 것인가. 과연 지자체들이 얼마나 투명하고 합리적인 잣대를 마련했는지는 앞으로 지켜 보겠지만 공직자의 반발과 행정소송 등이 야기되지 않도록 부작용 최소화에 주력하기 바란다.

지뢰제거작업, 완벽해야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올 추석을 전후해 기공식을 갖게 될 경의선 복원시 가장 난관은 철로주변에 매설된 지뢰제거작업일 것이다. 내달 중순께 경의선 복원공사가 시작되면 남한은 문산∼장단 12㎞ 구간을, 북한은 장단∼봉동 8㎞ 구간을 각각 맡게 되는데 지뢰제거가 가장 큰 관건이다. 우리 한반도 비무장지대(DMZ)는 세계의 분쟁지역 중에서도 대인·대전차 지뢰가 가장 많이 매설된 곳으로 이미 알려져 있다. 현재 남한쪽 복원구간인 파주시 문산읍 선유리∼장단 12㎞ 약 24만평에는 대전차·대인지뢰 10만여개가 매설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방부는 야전공병부대 2개대대와 특수요원 등 2천여명을 동원해 지뢰제거작업에 나설 방침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 군이 보유하고 있는 탐지장비로는 완벽한 제거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여 주한미군측에 첨단 장비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속칭 발목지뢰인 M14 대인지뢰에 대한 탐지·제거가 난관이라고 한다. 이 주변에 매설된 지뢰로 지금까지 여러 사람이 피해를 보았다. 국방부가 공식 확인한 92년도부터 97년 8월까지만 해도 44건의 지뢰사고가 발생, 35명이 죽고 43명이 부상했다. 지뢰지역은 사고위험이 높아 군인들도 아예 접근하지 않는데다 최근 몇해동안 경기 북부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상당수의 지뢰가 유실됐을 가능성이 높아 더욱 우려가 된다. 이러한 위험부담이 있는 지뢰제거작업에는 반드시 지뢰전문가들을 참여시켜야 한다. 지금 지뢰제거작업에 참여할 장병들의 가족은 전쟁터에 아들과 남편을 보내는 심경으로 가슴을 졸이고 있음을 명심해야 되는 것이다. 경의선 복원을 위하여 지뢰제거 작업에 투입되는 장병들이나 민간인들이 단 한 명이라도 다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춘 특별대책이 있기를 거듭 당부한다.

이 기쁨, 천만가족 모두 누리게

어제 서울과 평양에서 반세기만에 이루어진 이산가족의 상봉은 울음과 눈물바다를 이룬 감동의 만남이었다. 냉전 이데올로기가 갈라 놓은 남북이산가족의 역사적인 만남의 현장은 생이별의 아픔과 서러움이 한꺼번에 복바쳐 울부짖는 혈육의 몸부림으로 차라리 처절하기만 했다. 서로 부둥켜 안고 말을 잇지 못하며 흐느낀 오열의 재회는 그러나 이념과 체제를 뛰어넘는 것이 혈육이며 가족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분단 반세기, 구구절절 단장의 사연을 간직한 이산가족들은 이제 부모·처자·형제와 만나 이별의 아픔과 서러웠던 사연들을 털어놓음으로써 혈연의 정을 다시 나누고 있다. 그러나 재회의 기쁨을 나누는 상봉자는 고작 남북에서 선발된 각각 100명씩으로, 그 감격의 시간도 한순간뿐 사흘 뒤에는 아쉬움만 남긴 채 기약없이 또 남북으로 헤어져야만 한다. 그리운 핏줄을 만나 50년 한맺힌 응어리를 푸는 이산가족의 재회는 참혹한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남과 북이 서로 감싸고 이념과 체제의 분열을 극복하고 민족통합으로 가려는 첫 걸음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시적이고 제한적인 극소수의 상봉만으로는 이산의 아픔은 치유될 수 없고, 다만 형식적인 이벤트 행사에 그치기 쉽다. 우리가 그동안 본란을 통해 주장해왔듯이 앞으로 이산가족의 만남은 제한없이 확대되어야 한다. 다행히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방북 언론사 사장단과의 면담에서 9·10월에도 상봉행사가 계속되고 내년부터는 고향방문도 허용할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이산가족들이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제한된 사람들만의 고향방문만으로는 부족하다. 상시적이고 무제한적인 상봉이 곳곳에서 이뤄지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 지금 남한에 살고 있는 이산가족은 1세대만 해도 123만여명이다. 이 가운데 가족상봉 신청을 했다가 탈락한 사람이 7만6천여명이 넘는다. 이들이 원하는 때 언제나 자유롭게 서신을 교환하거나 왕래 상봉케 함으로써 50여년의 비원을 풀어줘야 한다. 그것이 6·15 남북공동선언의 진정한 의의를 구현하는 일이다. 이산가족의 상봉으로 형성되는 해빙의 기류가 남북간의 진정한 화해로 이어지고 평화체제로 구축되기 위해서는 남북이 고위급 회담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의 기회를 무제한으로 확대해야 함을 재삼 강조해 둔다.

이산가족 면회소 조속 설치를

오늘 오후에는 서울과 평양에서 역사적인 겨레 상봉이 이루어 진다. 지난 85년 이후 15년만에 재개되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의미를 나타내고 있다. 이번 상봉은 지난 6월 15일 남북정상간의 발표된 공동선언문의 구체적 이행이라는 측면에서 앞으로 다른 사항의 실천에 있어서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된다. 더구나 과거와는 달리 이산가족들은 항공기를 이용, 사상 처음 합법적으로 서해상의 휴전선을 넘어 서울과 평양을 방문하여 50년이상 떨어졌던 가족들을 만나게 되었다는 점에서 앞으로 남북교류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다. 이산가족의 슬픔은 겨레의 슬픔으로서 남북문제 해결에 있어 우선적으로 처리되어야 한다. 이산가족의 슬픔은 당사자 이외에 어느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사항이다. 더구나 대부분의 이산가족들이 연로한 세대이기에 조속한 시일 내에 해결되지 않으면 사실상 그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 때문에 남북문제 해결에 있어 최우선 과제로 삼기를 남북 양측에 강력히 요구한다. 이산가족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가족간의 상봉이다. 그러나 지금같이 100여명 수준으로 상봉을 추진해서는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지난 주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방북 언론사장단에게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9∼10월에도 추진할 것으로 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 정도의 수준으로는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수십만명의 가족 상봉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 따라서 이산가족 상봉 기회를 대폭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이산가족 상봉을 확대하는 방안은 우선적으로 판문점에 면회소를 조속 설치하는 것이다. 이는 남북정상회담과 장관회담에서 이미 합의한 사항이기 때문에 양측이 실무적인 접촉을 통하여 구체적인 사항만 합의하면 큰 어려움이 없다. 따라서 면회소의 조속 설치를 위한 실무자회담이 속히 추진되어야 한다. 면회소에서의 이산가족 상봉은 자유롭게 이루어져야 하며, 또한 많은 신청자가 면회할 수 있도록 매일 실시되어야 한다. 이산가족을 위한 면회소가 조속 설치되어 한(恨) 많은 이산가족들의 슬픔이 다소나마 해소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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