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

1950년 한국전에 참전한 미군들 가운데는 국내 민간인들에게 행패를 부린 군인이 더러 있었다. 특히 낙동강까지 후퇴하고 9·28수복으로 북진하는 와중에서 더 심했다. 행패는 부녀자들 겁탈이 많았다. 이승만 대통령이 하루는 한국전에서 전사한 워커대장에 이어 부임한 리지웨이 미8군사령관을 불러 그같은 탈선을 경고했다. “알겠습니다. 엄히 단속하겠습니다. 하지만 각하! 우리 병사들은 목사가 아닙니다.” 리지웨이 말은 목사가 참전했으면 그같은 불상사는 없겠지만 전쟁은 치를 수 없다는 뜻이었다. 오산전투에서 전원 전몰한 스미스부대의 추념비는 지금도 당시의 처절한 상황을 말해준다. 그 치열한 공방전 가운데 어느 미군병사가 참외밭 임자를 찾아 ‘좀 따먹어도 되느냐’며 허락을 받았다는 숨은 일화가 전하기도 한다. 미공군의 공습에 의한 충북 영동군 노근리 양민학살사건에 이어 육군에 의한 경남 마산시 곡안리 양민학살사건이 제기돼 주목을 끌고 있다. 당시 낮에는 이쪽 세상, 밤에는 저쪽 세상이 되곤 했던 전쟁터의 민간인들은 밤은 밤대로 낮엔 낮대로 적과 내통했다며 숱하게 학살당했다. 전쟁의 속성이며 비극이다. 전쟁은 이처럼 참외임자의 허락을 받는 얼굴과 양민을 학살하는 얼굴, 두 얼굴을 낳는다. 노근리 양민학살사건이 미언론에 의해 제기된 것은 충격이다. AP통신이 기록문서를 추적, 보도한 것을 워싱턴포스트지가 받아 사설로 다루었다. 이미 50년이 다되는 일을 추적한 것도 놀랍고 이를 보도한 것도 놀랍다. 아마 우리같으면 국익에 어긋난다며 매국노취급당하기가 십상일 것이다. 사실을 사실대로 기록한 미전쟁문서도 경이롭고 미국의 진정한 언론자유 또한 경이롭다. 우리와는 격차가 심한 인권의 참다운 면모가 어떤것인가를 보는것 같다.

사기꺾인 도립국악단

경기도립국악단이 매월 두차례씩 토요일 오후에 공연하는 토요상설 국악공연이 우리음악을 사랑하는 많은 도민들의 사랑을 받고있는 가운데 지난 2일 열린 공연에선 두 프로그램을 예정대로 하지못했다. 이유인 즉은 도문예회관 공연과에서 공연 며칠전 상설공연에 출연하기로 했던 객원출연자에 대한 출연료를 지불할 수 없다며 그 프로를 빼고 진행하라고 통보해왔기 때문이다. 무료공연이므로 객원료 지출이 어렵다는 갑작스런 얘기에 국악단에서는 섭외했던 국악인(성악)에게 정중한 사과와 함께 취소를 했고, 그날 공연은 결국 프로그램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도립국악단의 토요국악 상설공연은 우리의 다채로운 국악(歌·舞·樂)을 선보일 기회가 적어 전통부터 창작까지 다양한 국악장르를 선보이며 국악인구 저변확대에 한몫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또 토요일 오후에 도문예회관에 오면 언제나 우리음악을 접할 수 있게해 경기도를 찾는 국내·외국인들에게 우리 전통문화를 소개하고, 청소년들에게도 우리음악을 쉽게 감상하고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만들고자 한 것으로 지금까지 많은 학생들과 관심있는 도민들이 공연장을 찾았다. 국악상설무대는 각 악기별 연주, 성악, 전통무용, 사물, 민요, 창작음악 등으로 다채롭게 꾸며 지난 3월13일부터 오는 12월18일까지 총 20회가 공연되는데 이중 성악이나 전통무용, 국악가요 등 몇분야는 국악단내 해당전문인이 없어 외부출연자(객원)를 쓰고있다. 다양한 국악장르를 제대로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20회 공연에 객원출연료는 고작 500여만원에 불과하다. 국악단은 많지않은 1년 예산을 절약해 그동안 최소한의 비용으로 공연을 진행해왔다. 그런데 갑자기 상설공연이 무료공연이어서 객원료 지출이 안되므로 앞으로 단원들이 가능한 음악만 연주하라니, 그동안 주말을 반납하고 사명감을 갖고 늦은 저녁까지 공연을 해온 단원들은 기가 있는대로 꺽였다. 문예회관은 이전에 신

시민대화합축제 유감

지난 3일 오전 10시 의왕 내손체육공원에서는 제11회 의왕시민의 날을 맞아 시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화합과 단결을 도모하는 시민대화합축제가 열렸다. 12만 의왕시민들을 축하해 주기라도 하듯 비가 내리던 전날과는 대조적으로 모처럼 따사로운 햇볕이 내리쬐는 화창한 가을 날씨가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그러나 주민들의 모습은 이런 분위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6개 동민들의 입장식이 끝난후 만난 한 주민은 같은 동에 위치한 모 아파트주민들이 체육대회때 동네 원주민들이 참가하면 참여하지 않겠다고 해 입장식때는 아예 원주민들은 입장조차 하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개막식행사후 시 태권도협회의 태권도시범때는 잠깐동안이지만 종교적인 행사인줄 착각했다는 주민들도 있었다. 시범 막바지에 박을 격파했을때 박에서 나온 플래카드에 적혀진 ‘할렐루야’라는 문구를 본 주민들은 “교회체육대회에 온 느낌이다. 범시민적인 행사에 웬 종교 용어냐”며 의아해 했다. 응원전에서도 주민들의 말은 이어졌다. 동에서 응원상을 타려고 수십만원씩을 들여 이벤트회사의 치어리더들을 데려와 응원전을 폈다. 축구, 배구 등 매년 같은 종목으로 체육대회를 치르는데 대해서도 주민들은 식상해 했다. 이 때문에 매년 동 직원들은 선수 차출을 위해 행정은 뒷전으로 미루고 선수섭외에 상당한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12만 시민이 단결하기 이전에 같은 동의 원주민들과 아파트주민들간의 이격감부터 해소하고 행사의 사전검토작업부족 등 행정의 미숙에서 오는 불신, 어린 아이에서부터 노인들까지 고루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개발 등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선행되지 않는한 시민 모두의 단결과 화합을 이룬다는 당초 목적달성은 요원할 것이다./의왕=임진흥기자(제2사회부)

秘書

진(秦)나라가 16년만에 망한 것은 황제 호해가 우매한 틈을 탄 조고의 전횡때문이었다. 조고는 자신의 위엄을 시험하고자 사슴을 말이라며 황제에 바쳤으나 아무도 직언하는 신하가 없었다. 지록위마(指鹿爲馬)의 고사를 낳은 조고는 환관이었다. 비록 내시였지만 황제를 지근에 두어 지금으로 말하면 비서행세를 했다. 조선조에선 왕의 비서실인 승정원에서는 정사를 관여치 못하게 했다. 비서들이 설쳐 잘되는 일이 없는게 고금의 이치다. 자유당정권때 ‘비서정치’란 말이 있었다. 이승만 대통령을 당간부나 장관이 만나려고 해도 박모비서관의 허락부터 먼저 받아야 했다. 청와대 전·현직 공보수석의 두 박씨가 구설수에 오른 것은 매우 유감이다. 현 공보수석은 중앙일보사장 홍석현씨가 개인탈세 혐의를 두고 검찰에서 조사받으면서 ‘집권(김대중 대통령)기간동안 잘 협조할테니 선처를 부탁했다’며, 홍씨구속은 언론탄압이 아니라고 공식 발표하고 나섰다. 이에 발끈한 것은 중앙일보보다 검찰이다. 대검은 “홍사장과 청와대 사이에 무슨 말이 있었는진 알 수 없으나 그런식의 선처를 요구한 사실이 없다”며 심히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중앙일보는 지난 1월 전공보수석이 편집국장을 비롯한 대대적인 인사압력이 있었다고 밝혀 주목을 끌고 있다. 이같은 전·현직 공보수석의 구설이 어디까지 진실인지는 잘 알 수 없다. 그러므로 실체를 가려내야 한다. 정권의 도덕성과도 연계된다. 홍씨에 대한 처벌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전·현직 공보수석에 대한 진실규명이다. 비서는 말을 아끼고 조심해야 하는 것이 직분이다. 자고로 비서가 설쳐서 잘된 일이 없다. 비서를 잘 다스리는 것은 비서를 거느린 이의 책임이기도 하다.

시장·군수 판공비 ‘쌈지돈’?

어제 본지에 보도된 ‘단체장 판공비 제돈 쓰듯 펑펑’ 제하의 국감자료 인용기사는 두가지점에서 주목할만하다. 하나는 병폐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나 상당수 시장·군수들의 도덕성을 의심케 한다. 단체장 기관운영 업무추진비로 불리는 판공비가 마치 시장·군수들의 호주머니 돈처럼 쓰인 고질적 병폐에 대한 세간의 비판은 이미 오래전에 있었던 일이다. 그런데도 시정은 커녕 도내의 경우 올해 무려 평균 37.3%나 증액된 것은 결코 지역주민을 위한다 할 수 없다. IMF이후 긴축재정으로 공무원봉급 10%삭감, 소모성 경비절감, 불요불급한 예산억제, 구조조정등이 강조돼온 터에 유독 판공비만 올린 일부 시장·군수가 있었다는 것은 낯뜨거운 처신이다. 시장·군수들은 인구수에 따라 연간 5천여만원에서 7천여만원, 또는 1억원대의 판공비 이외에도 그중엔 이에 못지않은 금액의 또다른 용처가 예산항목 곳곳에 은닉돼 있는 것이 관행처럼 돼있다. 하물며 자신의 판공비를 자기손으로 올린 것은 지역주민에 대한 배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또한가지 주목되는 사실은 시장·군수의 도덕성 차별화가 발견되는 점이다. 도내 모든 시장·군수가 다같이 판공비를 올리지 않은 것은 그래도 불행중 다행스런 현상이다. 31개 시·군 가운데 평택·부천·성남·의왕·이천시등 5개 시는 지난해보다 줄이고 광명, 구리, 양주, 여주, 화성, 가평, 양평 등 7개 시·군은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했다. 지방자치발전의 최대 걸림돌이 바로 지방재정의 열악성이다. 제한된 예산으로 인해 미루고 있는 지역사회의 현안이 산적해 있다. 지방재정확충을 위해서 단돈 몇십원 몇백원하는 무료민원도 유료화 하거나 현실화가 요구되는 실정이다. 지역주민은 허리띠를 졸라매는 판에 주민의 세금으로 부담하는 판공비나 눈독들이는 시장·군수가 계속 있어서는 생각을 달리할 수밖에 없다. 판공비를 제한하는 법제화가 필요하고 이와함께 판공비 내역의 공

은행 "꺾기' 왜 못고치나

고질적인 불공정 금융거래 관행은 정말로 치유 불가능한 것인지 답답한 일이다. 정부가 그동안 수없이 근절 지시와 함께 단속을 벌여 왔음에도 불구하고 은행의 이른바 꺾기(구속성 예금) 관행은 개선되지 않고 여전하다. 또 시중금리가 내리고 있는데도 은행 대출금리는 고금리 체계를 유지, 중소기업과 서민의 금리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런데다 금리하향조정을 요구하는 고객에겐 높은 해지수수료를 물리도록 하고 있다. 은행의 ‘꺾기’가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가중시킨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어렵사리 은행돈을 빌리게 되자 마자 은행으로부터 날아드는 것이 바로 대출금의 일부를 강제로 예금하라는 이른바 반강제성 예금인 ‘꺾기’인 것이다. 돈을 가까스로 빌리는 입장에서 은행의 요구를 뿌리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당국은 중소기업 지원얘기만 나오면 ‘꺾기’를 근절시키겠다고 다짐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중소기업체중 27.4%가 거래 금융기관으로부터 ‘꺾기’를 권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꺾기’가 문제된 것이 언제이고, 근절지시가 떨어진 것 만도 몇번인데 아직도 ‘꺾기’가 성행한다는 것은 당국의 의지를 의심케 한다. 또 시중금리가 계속 내려가고 있는데도 대출금리만은 고금리 체계를 고수하는 것도 문제이다. 시장금리 상승기에는 이른바 연동 시스템이라 하여 대출금리는 즉각적으로 인상하면서, 금리하락기엔 대출금리를 경직적으로 운용하는 것은 형평원칙에 어긋나는 일이다. 이는 금융기관의 우월적 지위남용에 해당되므로 금융감독 기관은 적절한 시정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지금 추진하고 있는 금융산업 개혁이 금융산업의 효율성과 수익성을 중심으로 한 경영혁신을 지향하고 있는 점은 충분히 인정된다. 그래서 과거와는 달리 수익성을 훨씬 더 중시하게 된 점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 해도 고금리 체계를 개선하지 않고, ‘꺾기’ 단속을

반부패특위가 해야할 일

대통령 직속의 반부패특별위원회가 발족하여 업무를 개시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8·15일 경축사에서 한국사회에서 부정부패를 척결하지 않고는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국가발전을 이룩할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 이를 실천하기 위하여 반부패특위를 설치하였으며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을 임명하였다. 따라서 요즘처럼 민심이 이반되고 또한 정치인들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 경제인 등 사회지도층이 부정부패에 연루되어 국민으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는 이 상황에서 반부패특위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크다. 반부패특위는 지난달 27일 첫 회의를 개최하고 금년 사업으로 주요 기관별로 부패지수를 측정할 수 있는 모형을 개발하여 조사한 뒤 그 결과를 오는 12월에 발표하기로 했다. 또한 인터넷 홈페지를 개설하여 자체 고발 접수창구를 만들며, 시민단체 등과도 연계하여 제도개선 의견을 수집하는 등 여러가지 정책을 발표하였다. 이런 정책들은 초기에 국민들이 기대한 반부패특위의 과단성 있는 정책실천 방향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느낌이지만 점진적인 차원에서는 수행되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하며 다음의 몇가지는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될 과제라고 생각된다. 우선 반부패특위는 법적 지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반부패특위는 대통령령에 의하여 설치된 자문기구이다. 때문에 강력한 권한을 갖지 못하여 대통령에게 자문 이상의 역할을 하기 힘들다. 따라서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부정부패방지 기본법안에 반부패특위 설치에 대한 조항을 삽입하여 법적 규제력을 갖는 기구로서 위상을 갖추어야 된다. 둘째, 특위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크다. 그러나 국민의 기대가 크다는 부담감을 너무 의식하여 성급하게 초법적인 정책을 내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부정부패는 법을 지키지 않아 야기되는 것인 만큼 특위는 비록 국민의 욕구에는 미흡하더라도 법적 테두리내에서 반부패활동을 개시해야 된다. 셋째, 반부패활

'인천 전국체전'을 앞두고

오는 11일부터 17일까지 인천에서 7일동안 열리는 제80회 전국체육대회가 불과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1920년 조선체육회가 가진 전조선야구대회를 시작으로 여든해 연륜의 금세기 마지막 전국체전을 20세기를 본격 개항한 항도, 인천에서 장식하는 것은 매우 뜻깊다. 벌써부터 체전분위기가 무르익는 인천시가지는 오는 9일 강화 마니산 참성단에서 채화되는 성화가 3백여명의 주자들에 의해 봉송되면서 절정에 이를 것이다. 인천체전은 올해로 네번째다. 처음 성화가 불타오른 1964년 45회대회에 이어 1978년 59회대회를 치렀다. 이때는 경기도에 속했을 때였고, 직할시 승격이후엔 1983년 64회대회를 치른이후 16년만에 80회대회를 맞는다. 전국체전 개최도시로 관록이 있긴 하나 올해는 사상 최대규모인 2만3천여명의 각 시·도 선수단이 참가한다. ‘황해로! 세계로! 미래로!’의 대회구호와 ‘보여주자 시민의식, 자랑하자 항도인천’이란 대회표어에 걸맞는 만반의 마무리준비와 함께 범시민적인 친절운동이 있기를 당부하고자 한다. 전국체전은 전통적으로 우리들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다. 전국체육대회는 한국스포츠의 메카다. 아마추어, 프로페셔널은 물론이고 생활체육의 저변 역시 전국체육대회를 통해 확대되고 있다. 전국체육대회는 한국인의 정신적 지주다. 일제때는 민족저항의 구심점이었으며, 건국이후에는 1950년 한국동란이 일어난 그해 31회 대회만 제외하고는 전쟁중에도 열렸다. 여러 대를 대대로 이어가며 민족적 정서가 배양된 스포츠행사가 곧 전국체전인 것이다. 전국체육대회는 또 미래를 향한 우리의 개척의지다. 대회때마다 나오는 각종 신기록, 해마다 수준높은 단체경기나 격투기종목의 기량향상은 국가적 대외경쟁력제고의 저력으로 맥락을 같이 한다 할 것이다. 지난 59회 인천체전은 특히 크고 작은 사건, 심지어는 소매치기 같은 것도 단 1건이 없었던 모범대회로 평가받았

찬바람

어느덧 아침의 찬 세수물보단 더운물이 좋게 느껴진다. 덥다고 호들갑을 떨던게 엊그제 같은데 정말 절후란 절묘하다. 오는 9일의 한로(寒露)를 며칠 앞두어서인지 벌써 내륙지방에서는 서릿발이 인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러고보니 가을하늘이 점점 멀어져가면서 가로수 이파리도 달라지고 있다. 좀 있으면 초겨울이 성큼 다가서면서 연말연시 소리를 듣게 될 판이니 역시 세월은 빠르다. 서민들에겐 무엇보다 가장 무서운 것이 겨울철이다. 하루벌어 하루먹는 사람들은 벌이가 신통치 않게 되어 걱정이기도 하지만 우선 생활비가 훨씬 더 든다. 난방비도 그렇고 옷차림도 그렇고 모든 겨우살이가 돈이 더 들어야 해결된다. 서민들에게는 이처럼 겨울넘기기가 힘겹지만 각종 재해 또한 겨울철에 더 많이나 걱정이다. 화재, 안전 및 교통사고등 이같은 불청객들이 시민 생활을 위협한다. 시·군 등 지방행정은 ‘월동대책’을 세울때가 돼간다. 한데, 해마다 거의 베끼다시피하여 복사판 ‘월동대책’인게 많다. 올해는 좀더 내실있는 대책이 담겼으면 한다. 현실감있고 현장감있고 책임감있는 내용이어야 내실있는 대책이랄 수 있다. 영세민들의 겨우살이도 도와주고 각종 재해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할줄 아는 자치단체가 돼야 할 것이다. 1999년도 불과 얼마 남지 않았다. 그보단 20세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올 한해를 잘 마무리 짓는 준비를 지금부터 서둘 필요가 있다. 가을은 원래 좋은 계절이라는데 물난리를 두어차례 겪다보니 올 가을도 어느새 짙어 멀어져 간다. 바람이 차가워진다./白山

영아 약취사건을 보며

자칫 미궁에 빠질 뻔했던 오산 산부인과 영아 약취사건은 모든 범죄는 비정상적인 발상에서 비롯되며 大衆의 감시기능과 신고정신이 얼마나 위력적(?)이었나를 다시한번 입증해줬다. 지난달 16일 오후 1시30분께 오산 J산부인과 신생아실에서 김모씨(30·인천시)가 출산한 생후 3일된 건강한 남자아기가 산모 보호자를 사칭한 20대 여자에 의해 감쪽같이 없어진 사건이 발생했다. 관할 화성서는 아기의 안전보호를 위해 언론매체에 보도자제를 요청한뒤 비밀리에 병원관계자, 주변인물, 목격자 등을 상대로 조심스럽게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그러나 사건발생 10여일이 지나도록 이렇다할 단서를 찾지 못한데다 참다못한 피해자측이 언론사에 이같은 사실을 고지하게 되자 지난달말 공개수사로 수사방향을 돌렸다. 다행히 언론매체의 보도직후 경남 진해에서 익명의 제보로 용의자 박모씨(24·경남 김해시 진영읍)가 경찰에 긴급체포되면서 사건발생 보름여만에 일단락됐다. 박씨는 결혼후 2차례의 유산과 사산을 하는등 정신적인 압박감을 감내하지 못해 남편 모르게 자신의 동생부부와 범행을 모의한뒤 지난달 16일 친정인 용인에 왔다 인근 오산에서 아기를 데리고 갔다. 수차례 유산과 사산의 경험으로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렸을 박씨의 처지는 딱하고 이해할 수 있겠지만 아기를 약취한 방법론은 지극히 비정상적인 발상으로 분명한 범죄행위임에 틀림이 없다. 남편과 상의후 입양 등 얼마든지 정상적인 방법으로 아기를 얻어 기를 수 있었으련만 왜 하필 약취라는 극약처방을 내려야 했는지 곰곰히 생각해도 시원스런 답을 얻을 수없어 안타깝기만 하다./오산=조윤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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