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혁 장편소설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 펴내

소설을 즐겁게 쓰는 작가, 즐거운 소설을 가져다주는 작가 김중혁(43)이 세 번째 장편소설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문학과지성사刊)을 펴냈다.

등단 15년 구력만큼이나 화려한 입담으로 문단과 대중들로부터 두루 사랑받고 있는 김중혁이 이번 소설에선 ‘딜리터(deleter)’ 혹은 ‘딜리팅’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왔다. 자신의 비밀을 탐정에게 의뢰해 세상에서 지워지게 하는 독특하고 재미있는 소재다. 역시 김중혁답다.

김중혁은 소재가 곧 주제임을 증명하는 소설가이다. 사진작가, 측량원, 타이피스트, 공연 기획자…… 무엇이어도 상관없는 게 아니라 꼭 그것이어만 하는 ‘실물’을 다루는 작가의 이 구체적 상상은 보통의 사람이 아닌 특별한 개인 한 사람에 대한 통찰이고 깊은 관심이며 사랑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중혁의 이러한 상상은 우리 일상과 밀착되어 있고 어떤 낯선 직업과 외모와 배경을 가졌다고 해도 허황되거나 장난스럽지가 않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탐정 구동치 역시 냉정하고 냉철하지만 우리가 사는 곳 가까이에 살고 있는 듯한 친근한 인물로 다가오는 것도 그 이유이다.

지독한 냄새와 비밀이 가득한 악어빌딩 4층에 자리한 구동치 탐정 사무실의 한적한 오후. 1920년대에 녹음된 이탈리어 테너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당신은 그토록 무미건조한 월요일에 나를 찾아왔군요. 이 세상의 덧없음을 아는 사람이여, 나에게 비밀을 말해주세요. 비밀의 그림자는 국경을 넘고 바다를 건넙니다. 우리의 사랑만이 덧없는 세상을 이겨낼 수 있는 힘, 나에게 비밀을 말해주세요. 비밀의 그림자는 월요일처럼 길고 길어요(p. 11).”

이 사무실에 손님이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람의 발자취를, 흔적을 지워주는 탐정 구동치와 계약한 사람은 죽은 뒤에 기억되고 싶은 부분만 남기고 떠날 수 있다. 힘 있는 재력가와 그의 추악한 비밀을 차지한 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거래. 그리고 그들로부터 비밀을 지워달라는 딜리팅 요청을 받은 구동치 탐정의 수사가 맞물려 있다. “살아 있으면서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으려는 마음이 삶을 붙잡으려는 손짓이라면, 죽고 난 후에 좋은 사람으로 남아 있으려는 마음은, 어쩌면 삶을 더 세게 거머쥐려는 추한 욕망일 수도 있었다(p. 328).” 인간 누구나의 마음속에 숨겨진 이기적인 욕망에 대한 예리한 통찰과 재미가 더해진 이 이야기는 독자들에게도 새로운 독서 경험을 안겨준다.

특히 죽음 이후의 삶은 자신이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 딜리팅은 타인의 힘을 빌려 그 삶을 조금 바꿔보려는 그 과정이 흡입력 있게 읽힌다.

작가 김중혁은 지금까지 나온 소설의 ‘작가의 말’ 중에서는 짧은 글로 기록될 한 줄짜리 후기를 썼다. “썼는데, 누군가 지웠다.” 값 1만3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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