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주 산문집 ‘도마뱀은 꼬리에 덧칠할 물감을 어디에서 구할까’

사람들은 장석주를 시인, 문장 노동자, 독서광이라 부른다. 장석주는 우리 시대의 문장가로 자타가 손꼽는다. 스스로를 ‘문장 노동자’라 칭하는 장석주는 서른 해를 쉬지 않고 읽고 쓰며 70여 권의 저서를 펴냈다. 일상과 사물을 새롭게 바라보고 세상을 깊게 파고들어 통찰하는 장석주의 문장은 그만큼 유려하고 미쁘다.

학교 도서관에 처박혀 내낸 책만 읽다가 고등학교를 자퇴한 시인은 지금도 새벽 4시면 일어나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여전히 왕성하고 치열하게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이번에 출간한 산문집 ‘도마뱀은 꼬리에 덧칠할 물감을 어디에서 구할까’(서랍의날씨刊)에선 그의 산문, 정수를 만날 수 있다.

장석주는 자칫 다독이 다변으로 흐를까 경계한다. “말을 줄이고 줄여서 침묵에 닿고자 했던” 자신의 의도가 성공했다면 이 책이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 한다. “말의 살을 발라내고 앙상한 뼈만 남기는” 산문을 쓰려던 그의 시도는 실패했다며, “남은 것은 침묵의 잔해 같은” 글이라 말한다. 그러면서 “침묵 면전에서의 망설임, 놀라움, 무서움에 마음의 여린 부분이 긁혔다. 가까스로 몇 마디 짧은 말들로 응고된 것들은 그 긁힘의 자국들”이라고 이 문체주의자는 겸손해한다. 시인이자 극작가 김경주가 그의 글을 ‘침묵과 질량이 아름다운 산문’이라고 하는 까닭일 것이다.

책은 모두 5부로 구성됐지만 내용상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사물이나 개념을 통찰해 빼어난 감각과 밀도 있는 문장으로 표현한 부분, 하이쿠를 장석주만의 방식으로 감상하는 부분,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을 읽어 내는 부분 등이다.

부록으로 날마다 책을 읽고 산책하는 걸 인생의 큰 보람으로 삼는 장석주 시인의 자술 연보가 들어 있다. 시인이 말한 시의 비밀을 또 하나 더듬어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값 1만2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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