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말 그저 ‘진짜를 흉내 낸 가짜 싸구려 예술품’이라는 예술의 상업화와 소비재로서의 예술을 비꼬는 의미에서 출발한 키치는 어느 틈엔가 문화적 의미를 가진 미적 논의의 대상으로 그 위치가 올라가고 이제는 대중문화의 흐름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술 장르로까지 그 개념이 확대됐다.
그렇다면 키치(kitsch)란 무엇인가? 키치의 모든 것을 선명하게 분석한 책 ‘키치, 달콤한 독약’(조중걸著ㆍ지혜정원刊)이 출간됐다. 조중걸 교수는 키치를 우리 삶과 세계를 타락과 파멸로 이끄는 독소로 규정하고 그 정체를 해부하고 폭로한다.
이 책은 엄밀히 말해, ‘키치’의 기원과 그 의미에 대한 탐구를 하는 책이 아니다. 기원을 찾고 정의를 내리는 무의미한 탐구보다는 이미 우리 삶 깊숙이 자리 잡은 키치가 어떤 모습으로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어떠한 태도로 바라보아야 하고, 앞으로 어떻게 극복을 해야 하는지와 같은 실제적 유용성에 맞춰 펼쳐진다.
키치의 출현과 확장에 맞서 거짓 낭만과 삶의 기만적 행복에 반항하며 외로움과 소외 속에서 분투했던 예술가들의 투쟁처럼 이 책 또한 키치에 잠식돼 있는 실존을 되살리려는 저자의 외로운 투쟁의 결과물이다.
책은 ▲1장 인식론 ▲2장 키치란 무엇인가? ▲3장 최초의 충돌 ▲4장 현대예술과 키치 ▲5장 현대예술, 철학으로 돌아보기 등 총 5장으로 구성돼 있다.
거짓 이미지에 불과할 뿐인 작품에 창조와 독창성이라는 그럴듯한 의미를 덕지덕지 붙이는 예술가, 세속의 것에 탐닉하며 불법과 비리를 저지르고도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나에게 돌을 던지라고 하는 종교인, 재난 현장에 찾아가 카메라 앞에서만 피해주민의 손을 잡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정치인, 학문적 성취보다는 사회적 명성이 더 중요한 학자, 지식 밑천 없이도 있는 척, 아는 척 양비론을 구사하며 이미지 관리로 밥벌이를 하는 지성인. 키치는 뻔뻔한 자기기만과 오만에 심오한 의미를 덧붙여 자신의 꼭두각시들을 만들어 조종하고 있다. 이러한 키치인간이 넘쳐나는 곳에 슬프게도 키치에 열광하는 우리의 모습이 있다.
저자는 그럼에도 우리는 오로지 예술을 위한 예술을, 사랑을 위한 사랑을, 삶을 위한 삶을 살기 위해 분투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현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으로서 가져야 할 태도이자 가치관이라고 강조한다. 값 3만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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