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문화생 10명 집단창작극 ‘인생’ 공연

노인 10명이 4개월동안 인천학산문화원(원장 구동운)에서 연극수업을 받던 중 스스로 만든 집단창작극을 인천과 고양 무대에 올린다. 문화관광부 후원 ‘땡땡땡! 실버문화학교’ 학생들인 이 팀은 오는 14일 오전 학산문화원 공연을 시작으로, 19일 고양시 꽃박람회장, 22일 학산문화원 등 3차례에 걸쳐 집단창작극 ‘인생’을 공연한다. ‘인생’은 이 학교 연극강사인 이란희씨(35·전 극단 한강 단원)가 10명(남성 2명 여성 8명)에게 수업시간 중 상황극 4개를 만들게 한 뒤, 함께 엮어 한 편의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주인공 옥자(배역 강용순 59)와 영길(배역 백흥인 67)은 20대 초반에 서로 사랑을 하지만 집안의 반대로 결혼에 이르지 못한다. 마침내 옥자는 친정어머니의 강요에 못이겨 영길이 군대에 간 사이 부잣집에 시집간다. 옥자의 결혼식장에 영길은 군복을 입고 뛰어 들어와 “옥자는 나의 신부!”라며 울부짖지만 쫓겨 난다. 이윽고 40여년이 흘러 옥자 신랑은 사업 실패와 잇따른 노숙자생활 등으로 숨지고 옥자 시어머니는 치매에 걸려 옥자와 함께 병원을 찾게 됐다. 그런데 시어머니의 담당의사가 바로 영길 이었다. 배우자를 잃고 홀아비로 외동딸과 함께 지내던 영길은 세딸의 어머니가 된 옥자와 재회, 못다했던 사랑을 다시 꽃피운다. 옥자의 환갑날! 환갑식은 영길과의 결혼식으로 극적인 전환을 이룬다. 해피엔딩. 학산문화원 최미영씨(29·문화예술교육)는 “실버라는 말을 가장 싫어할 정도로 젊었을 때부터 연극·가수 등에 끼를 가졌던 분들이 많다”며 “보충수업을 하자는 말씀이나,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도 공연을 걱정하는 김금화씨 등의 열정을 통해 젊은 사람들이 배울 점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김신호기자 shkim@kgib.co.kr

<공연리뷰> 상트페테르부르크필하모닉 내한공연

7-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상트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은 공연 진행과 연주력에 있어 격차가 현저한 무대였다. 첫째날 프로그램은 베버의 '오이리안테' 서곡과 한국인 피아니스트 김원의 협연 무대(그리그 협주곡),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으로 이루어졌다. 독일에서 활동 중인 김원은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인 30대 남성 피아니스트 중에서도 선두주자에 속하는 아티스트다. 그러나 이날 그의 피아노는 안타깝게도 오랜 전통의 오케스트라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사실 몇 십 명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한 가운데 피아노를 유난히도 가까이에서 빼곡하게 둘러싼 무대 지형도는 이미 그 자체만으로도 협연자가 지고 갈 부담을 예상케 하기에 충분했다. 김원의 연주는 깔끔하고 모범적이었으며, 특히나 정확성에 있어서는 아쉬울 바 없을 만큼 탁월했지만, 서정적인 정서는 이런 점들에 비해 솔리스트로부터 정당한 배려를 받지 못했다. 결국 그리그 협주곡에서 기대할 만한 북구의 광활한 정서라든가 내재되어 있는 멜로디 라인은 오케스트라를 통해서만 발현되었을 뿐, 위축된 피아노가 개입할 때 마다 그리그가 작품 안에 심어놓은 노래와 스케일은 개화되지 못한 채 답답하게 닫힌 꽃봉오리로 시들어버리고 말았다. 2부에 연주된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은 3년 전 내한공연에서 청중들에게 깊은 감명을 던져주었던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당시 모두를 열광케 했던 튼실한 현악 파트의 호흡이라든가 비단실처럼 부드러웠던 목관, 탄력 있던 리듬감을 비교할 때, 이번 연주는 호연이긴 했지만 약간의 엉성함으로 2%의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호흡곤란마저 유발시켰던 목관의 투박한 울림은 이 교향곡이 가진 감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겼다. 그러나 다음날 공연에서 지휘자 테미르카노프는 이 모든 상황을 훌륭하게 반전시켰다. 전날과 동일한 무대 배치 속에 블라디미르 펠츠만에 의해 연주된 차이코프스키 협주곡 1번은 오케스트라를 훌륭하게 대적함을 넘어서 멋지게 압도했다. 1악장에서 같은 클래스메이트였던 테미르카노프의 오케스트라 반주와 다소의 신경전을 벌였던 펠츠만은 더 이상은 있을 수 없는 완벽한 테크닉과 카리스마, 변화무쌍한 음색으로 결국 후반 카덴차에서 오케스트라를 굴복시키는 데 성공했다. 2악장과 3악장은 완벽한 피아노만의 독무대였으며, 테미르카노프는 기분 좋게 체념한 독재자의 표정으로 피아니스트에게 90%의 주도권을 넘겨주었다. 2부에 연주된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은 애초에 이 악단이 이 작품 하나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음색을 조율해서 찾아왔다는 것을 여실하게 확인시켜 준 호연 중의 호연이었다. 불과 보름 전 찾아와 동일한 곡을 연주했던 BBC 심포니와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연주는 차원이 달랐다. BBC 심포니가 구사했던 다채로운 음향효과, 다이내믹, 완벽한 앙상블을 월등히 넘어서 상트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은 치열한 시대정신을 전파하며 이 교향곡의 본래 주인임을 천명했다. 화려하고 날렵한 지휘 테크닉을 선보였던 테미르카노프의 두 손이 보다 진중하고 간결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1악장 도입부에서 시작된 불길한 정서는 승리의 행진으로 마무리되는 4악장 마지막 순간까지도 거두어지지 않은 채 이 작품의 무게를 지탱해주고 있었다. BBC 심포니가 유머와 익살로 치장했던 2악장 스케르초에서 조차 이 러시아 악단은 몸서리가 쳐질 만큼 비극을 담았으며, 그 어느 누구도 이의를 달지 못했다. 고무줄처럼 최대한 팽팽하게 당겨지고 늘어진 싱코페이션과 템포는 극단의 긴장을 유발했다. 전날 차이코프스키 교향곡에서 유달리 튄다고 생각되었던 바이올린 악장의 솔로, 플루트의 투박한 음색은 쇼스타코비치 교향곡의 정신을 구현하는 데 최고 수훈 공신이었다. 승리의 피날레를 완성 지은 후 객석 쪽으로 몸을 돌린 테미르카노프와 단원들의 새빨개진 얼굴에는 성공적인 연주에 대한 기쁨보다도 마치 국가를 부르고 난 것처럼 자부심과 비장함이 어려 있었다.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은 음악으로 쓰인 러시아 역사다"라고 테미르카노프는 내한 직전 인터뷰에서 언급한 바 있다. 세대가 바뀌고 포디엄의 주인이 바뀌었지만, 같은 시대를 살고 역사를 개척했던 이 악단에 아직도 작곡가의 호흡이 잔류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합뉴스

<공연리뷰> 예술의전당 기획오페라 '돈 카를로'

지휘자 오타비오 마리노의 손끝에서 '돈 카를로'의 첫 악절이 흘러나오는 순간, 객석은 기대로 가득 찼다. 마리노와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빚어내는 오늘의 연주가 만족스러우리라는 확신을 얻었기 때문이다. 뒤이어 무대 오른쪽에서 타이틀 롤을 맡은 테너 김재형이 '그녀를 잃었네(Io l'ho perduta)'를 부르기 시작하자, 그의 완벽에 가까운 가창 덕분에 공연에 거는 기대는 더욱 고조되었다. 예술의 전당이 기획, 제작한 베르디의 걸작 '돈 카를로(Don Carlo)'는 7일 첫 공연에서 이처럼 높은 음악적 완성도를 보여주었다(11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9일 공연 없음). 연출가 이소영은 16세기 스페인 왕실을 배경으로 진보와 보수가 대결하는 이 역사극을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보편적이고 상징적인 사건으로 바꾸어놓았다. 따라서 장엄한 스펙터클이나 화려하고 고풍스런 궁정의상을 기대하며 오페라 극장을 찾은 관객들이라면, 어둡고 단조로운 무대나 흑백이 주조를 이루는 현대적인 의상에 어느 정도는 실망할 수도 있다. 각 장면에 숨겨져 있는 의미코드를 찾아내 연결하는 수고를 해야만 감동을 얻어낼 수 있는 이런 연출방식은 어찌 보면 불친절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돈 카를로'는 어차피 좌석에 편안하게 기대앉아 발장단을 맞추며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오페라가 아니다. 독일의 문호 프리드리히 쉴러의 극본을 토대로 한 이 오페라의 대사는 마디마디 폐부를 찌르며, 중기에서 후기로 넘어가는 베르디의 오케스트레이션은 강렬하고 중후하다. 그런 만큼, 복합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장면들이 연출되는 것도 당연하다. 다만, 해석이 어려운 장면들의 이해를 돕는 연출노트가 프로그램 책자에 덧붙여지지 않는 것은 아쉽다. 1막에서 스페인 왕가의 묘실들을 배경으로 돈 카를로와 로드리고(바리톤 강형규)가 '우정의 이중창'을 부르자 흥분은 더욱 커졌다. 이만큼 만족스러운 '함께 살고 함께 죽으리라(Vivremo insiem e morremo insiem!)'를 실제 무대에서 체험하기란 쉽지 않다. 에볼리 공주가 궁정의 여인들과 함께 '사라센의 정원에서'를 노래하는 장면은 전체적으로 무겁고 어두운 이 오페라에서 유일하게 밝고 화사한 장면이다. 그러나 군중의 '정지동작'으로 시작된 이 장면은 밝은 조명과 다채로운 의상의 색채와 춤동작에도 불구하고 전혀 활기차게 느껴지지 않았다. 귀족사회의 매너리즘과 경직성을 보여주려는 연출의 의도를 짐작할 수는 있었으나, 이 장면에서 베르디의 음악이 펼쳐놓는 분방한 활력과는 썩 어울리지 않는 무대였다. 이제 이날 공연에서 전율을 불러일으켰던 장면이 전개된다. 연인을 아버지 필리포 왕의 왕비로 빼앗긴 카를로 왕자가 이제는 '어머니'라고 불러야 하는 연인 엘리자베타와 이중창을 부르는 장면이다. 두 사람이 뒷걸음으로 서로에게 다가서며 기쁨과 분노와 고통을 표현하는 이 대목의 절창은 분위기를 최고조로 뒷받침한 환상적인 조명(이우형)과 더불어 관객을 완전히 몰입시켰다. 무대 위의 두 사람은 마치 어두운 밤바다에 떠 있는 외로운 섬처럼 보인다. 가슴속 처절한 고통을 섬세하면서도 생생하게 목소리에 담아낸 테너 김재형은 감정을 억제하려고 애쓰다 드라마틱하게 폭발시키는 엘리자베타(소프라노 조경화)와 더불어 탁월한 장면을 연출했다. 에볼리 역을 맡은 메조소프라노 미리아나 니코릭의 진가는 뒤로 갈수록 빛을 말했다. 2막의 3중창 '조심해요, 가짜 아들(Trema per te, falso figliuolo)!'에서 보여준 분노에 찬 극적인 연기, 엘리자베타에게 죄를 고백하는 장면 및 '저주스런 나의 미모(O don fatale)'에서 들려준 강렬한 가창은 극의 재미와 활력을 한껏 살리는 데 기여했다. 필리포 2세를 연기한 베이스 엔리코 주세페 요리의 부드럽고 안정감 있는 음색은 독재자의 횡포를 표현하기에는 다소 유약한 감이 있었으나 '그녀는 나를 사랑하지 않아(Ella giammai m'amo)'에서 서정적이고 깊이 있는 그의 표현력은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대심문관(베이스 임채준)과의 이중창에서는 두 가수 모두 최상의 연기력을 발휘했다. 언제나 연출가를 깊은 고민에 빠트리는 2막 2장 군중의 합창과 화형 장면. 역시 이소영의 선택은 밝고 생동감 있는 베르디 음악의 분위기를 여지없이 배신하는, 어둡고 분노에 찬 군중장면이었다. 검은 옷을 휘감은 격렬한 몸짓의 스페인 민중, 수탈과 학대로 끔찍하게 짓밟혀 죽어가는 흰옷의 플랑드르 백성들, 그리고 압제자 꼭두각시들의 춤은 관객에게 동학혁명과 광주민중항쟁을 동시에 떠올리게 하는 기법으로 연출되었다. SF영화 등장인물 같은 대심문관과 성직자, 군인들의 분장은 권력을 희화화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사극을 이처럼 현재화시키는 방식은 대단히 의미있는 작업이다. 그러나 어느 시대도 어느 장소도 아닌 상징적인 시공간을 선택한 까닭에, 연출의도는 비교적 선명하게 전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장면의 효과는 그리 뛰어나지 못했다. '우리 시대의 이야기'로 가슴에 와 닿는 호소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하나의 통일된 맥락으로 관객에게 전달되기에는 의미코드 자체가 다소 모호했던 것이 아닐까. 이 장면의 연기와 춤이 왠지 어색해보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로드리고 역의 강형규는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에서 금빛 조명을 받으며 예상대로 가장 감동적인 가창을 들려주었다. '행복한 심정으로 죽어갑니다(Io morro, ma lieto in core)'를 노래할 때 주위의 관객들은 눈물을 보였다. 소프라노 조경화는 '당신은 세상의 허무함을 아시지요(Tu che le vanita)'와 마지막 카를로와의 이중창에서 여린 부분의 더욱 섬세한 표현이 아쉽긴 했지만 풍부한 성량과 표현력으로 최선의 기량을 과시했다. 젊은 시절보다 훨씬 풍요롭고 깊어진 베르디 최고의 음악을 정교한 지휘로 치밀하게 살려낸 지휘자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다. 세 시간 반 가량의 긴 공연 시간이 조금도 지루하지 않을 만큼 몰입할 수 있는 연주였다. 자막 번역이 보기 드물게 세심하고 유려해 관객들이 복잡한 극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을 덧붙이고 싶다. /연합뉴스

경기필하모닉 정기연주회

젊은 시절 깊어가는 가을밤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야기로 긴 밤이 새하얗게 새버린 것도 모르고 읽었던 ‘아라비안나이트’, 이제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아라비안나이트’의 세계로 푹 빠져보자. 지난달 화려하게 취임공연을 열었던 금난새와 경기필하모닉이 본격적인 연주장정을 시작하는 첫 공연으로 오는 29일 오후 8시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공연장에서 정기연주회를 연다. 경기필하모닉은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공연장에서 펼쳐질 제79회 정기연주회에서 로시니의 ‘윌리엄텔 서곡’과 엘가의 ‘첼로협주곡’,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세헤라제데’를 들려준다. 첫 곡은 ‘윌리엄텔 서곡’이 문을 연다. 1829년 작곡된 오페라 ‘윌리엄텔’은 쉴러의 희곡을 프랑스의 드 주이가 대본으로 만든 로시니 작곡의 오페라로 지금은 서곡만 널리 연주되고 있으며 4부분으로 된 자유로운 형식으로 오페라의 배경인 스위스의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두번째는 영국의 근대 작곡가 중 가장 존경받고 있는 엘가의 ‘첼로협주곡’. 이 곡은 독특한 구성에 바탕을 두고 지극히 간결하게 작곡된 4악장으로 숭고한 분위기를 표현하고 있으며 중후한 영국인 다운 품격을 갖추면서도 적덩한 서정성과 담담한 우수를 띤 멜로디가 일품이다. 차세대 첼리스트로 줄리어드 엘가 콩쿨에서 우승하는 등 음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송영훈이 협연한다. 마지막 곡은 림스키-코프사코프의 교향곡 모음곡 ‘세헤라자데’가 장식한다. 이 작품은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오는 아야기를 사실적인 묘사수법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전편을 통해 트럼본 저음으로 나타나는 험악하고 잔인한 샤리알의 테마와 부드럽고 아름다운 바이올린 독주의 테마가 눈여겨 볼만하다. 6세 이상 관람 가. 전곡 95분. R석 3만원, S석 2만원, A석 1만원. 문의(031)230-3243·5 /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사람들> 성악가 데시-아르밀리아토 부부

"한국에서의 첫 공연이라 기대가 큽니다.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한테 좋은 평가를 받고 싶어요." 세계적인 성악가 다니엘라 데시(49.소프라노)-파비오 아르밀리아토(50.테너) 부부가 최근 내한했다. 9-13일(12일은 공연 없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한국오페라단(단장 박기현)의 '토스카' 공연을 위해서다. 데시와 아르밀리아토는 각각 비극의 두 주인공 토스카와 카바라도시 역을 맡아 열연한다. 오페라계에서 부부는 소문난 '닭살 커플'이다. 연습실에서조차 틈만 나면 입맞춤을 하는 탓에 다른 연기자들의 눈총을 받기가 일쑤고, 극중에서도 키스신이 나오면 기다렸다는 듯 상대에게 입술을 내민다고 한다. 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기자간담회 장소에 손을 맞잡고 나타난 둘은 사진 촬영을 위한 포즈를 요청하자 자연스럽게 상대 어깨에 손을 얹더니 이내 몇 차례 입술을 포갰다. 부부 금슬이 남다른 비결을 묻자 데시는 "한국 여자들은 너무 이쁘다"면서 "비결을 가르쳐주면 다른 여자가 이 남자를 데려갈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웃었다. 그는 "서로에 대한 존중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상대에 대한 절절한 사랑은 극중에서도 그대로 감정이입돼 호연(好演)이라는 옥동자를 낳았다. 두 사람이 그간 '토스카'에서 호흡을 맞춘 것만 무려 55차례. 하지만 세계적인 거장 레나토 브루손(바리톤.스카르피아 역)과 함께 세 명이 동시에 무대에 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데시가 아닌 다른 여자와 극중에서 커플 연기를 한다는 것은 생각하기도 싫어요."(아르밀리아토) "우리는 감정적인 측면 뿐 아니라 음악적인 면에서도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부부가 극중 커플 연기를 하면 집에서도 호흡을 맞춰볼 수 있어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많죠."(데시) 데시는 최근 전세계적으로 가장 잘 나가는 소프라노 가운데 하나다. 이번 한국 공연이 끝난 뒤에도 곧바로 로마로 돌아가 '토스카' 공연을 하고, 2009년까지 스케줄이 꽉 차있다. 아르밀리아토는 데시의 후광에 가려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는 배우다. 둘은 "첫 공연이 끝나고 어떤 평가를 받을지 기대가 된다"며 "한국측에서 환대해줘 공연이 잘 끝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입을 모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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