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비는 아시아 여성을 기절시키는 팝스타”

영국 로이터 통신이 비(24)를 “서울에서 싱가포르까지 여성들을 기절시키는 한국의 팝스타”라고 표현하며 비의 영화 데뷔를 소개했다. 로이터는 15일 ‘로봇 애인으로 데뷔한 한국의 팝스타 비(South Korean pop star Rain debuts as robot lover)’라는 기사에서 “노래와 춤으로 아시아를 태풍 속으로 몰아넣고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도 선정됐던 한국의 팝스타 비가 최근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라는 영화에 출연했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영화 ‘사이보그지만 괜찮아’의 내용과 비가 맡은 역할 등을 소개하면서 특히 이 영화가 2004년 칸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던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 작품임을 강조했다. 로이터는 또 “비는 아시아 이외의 지역에서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한국과 일본 중국 대만 등에서는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4집 앨범을 들고 아시아 팝스타로서는 처음으로 이달부터 6개월간 아시아 12개국을 돌며 대규모 투어를 여는데, 관계자들은 공연 수익이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 등 세계 시장에서 성공한 아시아 스타는 지금까지 거의 없었지만 비는 아시아 출신 가수가 브리트니 스피어스나 머라이어 캐리처럼 유명해지는 날이 올 것으로 믿고 있다”면서 “미국 시장은 시간이 갈수록 아시아 뮤지션을 좋아하게 될 것이다”는 비의 말을 덧붙였다.

<인터뷰> 가야금 명인 문재숙씨

"국악도 한류로 세계에 뻗어나가야 합니다. 세계화를 향한 첫발을 내디딘 것 같아 기쁩니다." 17일(현지시간) 뉴욕 카네기홀 잔켈홀에서 독주회를 가진 중요무형문화재 23호 '가야금산조 및 병창' 보유자 문재숙(53) 이화여대 교수의 얼굴은 연주회가 끝난 뒤 상기돼 있었다. 카네기홀은 연주자라면 누구나 서 보고 싶어하는 꿈의 무대. 그는 "한 서양인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연주 도중 '얼씨구' 대신 '와우'라며 추임새를 넣은 것을 보고 국악도 한류 대열에 합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지정된 일을 두고 시끄러운 소리가 많아 한국과 동떨어진 장소에서 평가를 받아보고 싶어 이번 무대를 마련했다"면서 "앞으로 국악의 세계화와 후학 양성에 더욱 힘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문 교수는 보유자 인정 당시 남편이 국정원 현직 차장이었고, 대통령 비서실장과 열린우리당 의장을 역임한 문희상 의원이 오빠라는 사실 등으로 인해 많은 구설에 올랐다. 다음은 그와 일문일답. -- 공연을 마친 소감은. ▲이번 공연은 다양한 측면에서 나에게 의미있는 공연이었다. 김죽파류의 계승자로서 전통국악을, 예수를 사랑하는 크리스천으로서 캐럴을 관객에게 선보였다. 한마디로 성악과 기악, 전통과 현대, 종교성이 골고루 가미된 공연이었다. -- 다소 난해한 현대음악도 공연에서 연주했는데. ▲나는 전통의 계승자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것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정신도 있다. '가야금 산조'라는 장르도 세월에 따라 변해야 한다. '꾼'들이 가끔 듣는 나쁜 말 가운데 하나가 '오뉴월 불던 가락 동지 섣달까지 분다'라는 말이다. 산조는 항상 새롭게 연주해야 나중에 '김죽파류'처럼 '~류'가 탄생한다. -- 1979년 처음 가야금 산조를 녹음하고 최근에도 두 딸과 녹음 작업을 했는데, 그동안 스스로 변한 게 있다면. ▲돌에 이끼 낀다고 나이가 50이 넘으니 연주할 때 숨이 찬다.(웃음) 20대 때 연주를 지금 들어보면 손가락이 마치 제트기 날아가듯 했다. 지금은 원숙미나 노련미 등에서 많이 늘었지만 손가락은 젊었을 때를 못 따라간다. -- 향후 계획은. ▲앞으로 김죽파 산조 전승 연구에 더욱 매진하겠다. 또 국악을 세계화하는 데도 앞장서겠다. 이번 카네기홀 공연이 폭발력이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또 후학을 양성하는 데도 힘쓰겠다. 이번에 일부러 제자들과 함께 온 것도 이런 무대가 그들에게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일종의 '체험학습'이라고 할 수 있다. /연합뉴스

뉴욕 밤하늘 수놓은 가야금 가락

뉴욕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중요무형문화재 23호인 '가야금산조 및 병창' 보유자인 문재숙(53) 이화여대 교수의 가야금 산조를 맛볼 수 있었다. 항공사가 mp3처럼 승객들이 개별적으로 선택하면 들을 수 있도록 해 놓은 기내 음악 서비스. 음원은 1990년 문 교수가 김동준(장구) 선생과 함께 녹음한 '김죽파류 가야금 짧은 산조'였다. 이 서비스 리스트에 곡이 수록된 가야금 연주자는 문 교수가 유일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 인근 카네기홀 잔켈홀(599석)에는 미국 성조기와 나란히 태극기가 내걸렸다. 문 교수의 '가야의 꿈' 공연이 열릴 것임을 알리기 위함이다. 문 교수가 지난 3월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인정된 이후 독주회를 갖기는 이번이 처음. 딸 이슬기(25ㆍKBS 국악관현악단 단원)-하늬(23ㆍ2006 미스코리아 진)씨와, 얼마 전 추계예술대 수시모집에 합격한 대금 연주자인 아들 권형(18)군도 어머니 공연을 빛내러 먼길을 함께 했다. 크리스마스가 얼마남지 않아 주말인 이날은 뉴욕 시내 전체가 연말 열기로 떠들썩했지만 공연장 열기 또한 이에 못지 않았다. 청중들이 객석의 대부분을 메운 가운데 현지인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이 자리는 문 교수가 '팔방미인 국악인'으로서의 실력을 맘껏 뽐내는 자리였다. '김죽파류 가야금 산조'(장구 김기철)를 선보일 때는 20세기 위대한 여성 연주가 가운데 하나인 김죽파(1911-1989)의 음악을 묵묵히 계승하는 연주자로서, 딸 슬기-하늬씨와 가야금 3중주곡 '행복한 가야금'(박경훈 작곡)을 연주할 때는 화목한 가정의 어머니로서의 모습을 한껏 과시했다. 이들은 8일 세종체임버홀에서는 '이랑앙상블'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가족음악회를 열기도 했다. 또 '3대의 가야금과 타악을 위한 기도-오! 나의 조국이여'를 연주할 때는 현대음악에 대한 열린 태도를, 10명의 예가회 단원들과 가야금 병창 '예수탄생'(장용성 작사, 문재숙 작곡)을 연주할 때는 진지한 신앙인의 모습을 드러냈다. '오! 나의 조국이여'는 우리 조상의 말발굽소리를 장단으로 표현했고, 흐느끼는 소리를 통해서는 숱한 외세의 침략을 겪은 한민족의 한(恨)을 나타냈다. 예가회는 문 교수가 1990년 만든 '예수와 가야금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가야금 산조 등 난해한 곡으로 꾸며진 탓에 처음엔 다소 딱딱한 공연장 분위기는 후반부로 갈수록 열기를 더해갔다. 특히 가야금 중주 '할렐루야'를 연주하자 객석에서는 박수와 함께 '할렐루야'라는 외침이 터져나왔고, 두번째 앙코르곡으로 캐럴을 문 교수가 국악으로 편곡한 '루돌프 사슴코'가 연주되자 관객들도 박자에 맞춰 박수를 쳤다. 몇몇 외국인은 가야금 산조 연주 중 '얼씨구'하는 대신 '와우'라는 추임새를 넣기도 했다. 한국인 친구의 소개로 공연장을 찾았다는 미국인 에드워드 루이스(40)씨는 "한국 전통 음악은 처음 접한다"면서 "가야금 소리는 상당히 호기심을 자아낸다(intriguing)"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천 샘표스페이스 ‘수상한 외줄타기…’ 전시

현대사회의 병폐를 대변하는 단어 몇을 고른다면 우울증, 자폐증, 폐쇄공포증 등이 아닐까. 삶의 현장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의사소통 부재와 이기적인 태도가 회색빛 도시를 양산하고 있다. 이천의 한 간장 공장에 위치한 샘표스페이스는 왜곡된 일상을 고스란히 작품에 담은 젊은 작가들을 한데 모았다. 오는 20일부터 내년 1월20일까지 열리는 ‘수상한 외줄타기-공장에 간 수상한 몽상가들’이 그것이다. 작가들은 철저히 구조화된 일상에 대해 냉소적인 입장을 취하며 ‘고독한 외줄타기’를 형상화시켰다. 먼저 노진아는 기계와 인간이 소통하는 문제를 다루면서 정보의 교환을 통해 서로 닮아가는 존재론적 상황을 다뤘다. 그로테스크한 그의 작업방식은 복제된 인간의 형상들을 기계론적인 논조로 반복, 결합시켜 불안한 인간의 미래를 표현했다. 다양한 기호들의 움직임을 통해 정체성 없이 부유하는 자아와 타자의 대치 상황을 다룬 노해율은 공장 부속품처럼 기계적인 생명체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한 채 배제되고 소외되는 모습들을 담았고 박지훈의 영상작업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랑하는 남녀 육체가 난투극을 벌이는 장면을 연출, 심리적 공황상태과 포장된 인간의 욕망을 다뤘다. 슈퍼맨 등 대중적인 아이콘을 소재로 삼은 유영운은 가상적인 이미지들을 통해 팝아트의 공허함을 표현했다. 그는 잡지를 재료로 몽상이 지닌 문화적 관계를 조명했다. 캐릭터와 우스꽝스럽고 왜곡된 이미지는 그 결과물이다. 특히 많은 시간을 투자해 잡지를 접거나 붙여 폐쇄적 증상을 실험하고 편집증적 행위를 옹호하거나 부정하는 입장을 균등하게 다뤘다. 최연우는 잡지 접기를 시도했다. 잡지 수천권을 끝없이 접고 접었다. 그는 대량의 전단지 낱장들을 모았다. 중앙에서 투영된 빛의 움직임이나 형체는 모호하고 몽환적이다. 작가의 작품은 애매하고 불확실한 인간의 현 상황을 대변하는듯하다. /이형복기자 bok@kgib.co.kr

2005년 독일 힙합 월드컵 우승 비보이팀 ‘라스트포원’ 조성국

최근 모 CF를 통해 한 총각이 거꾸로 점프스핀을 하는 동작이 사람들의 머리에 각인됐다. 땀방울이 튀면서 슬로우 모션으로 몸이 돌아가는 사이, 동작도 멋지지만 총각이 내뱉는 멘트 또한 일품이다. 몸을 훌렁훌렁 뒤집고,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춤 동작들을 보면 저건 예술이지 싶다. 지구에서 유일하게 중력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은 종족, B-boy족들이 최근 CF면 CF, 공연이면 공연 다방면에서 눈에 띄게 떠오르고 있다. 가수, 탤런트, 개그맨들 인터뷰는 해봤지만, 멋진 총각 B-boy와의 만남이 이제야 이뤄지다니. 국내 활동하는 수많은 B-boy 중 떠오르는 팀 라스트포원(Last For One)의 리더 조성국(25)을 만났다. 하나같이 포스가 느껴지는 라포(라스트포원) 10여명의 멤버들. 리더 조성국(닉네임 조이)은 한 명 한 명 애정을 갖고 설명해준다. 그 중 팀에서 악동 멤버는 박경훈(25), 창단멤버였다가 막 제대한 최동렬(24), 서주현(25)이라고 꼽는다. 장난끼 가득한 이들 덕분에 고향을 떠난 서울생활이지만 매일매일이 시트콤 같단다. 그때그때 날려주는 개그멘트에 항상 멤버들의 숙소는 웃음이 가득하다. 지난 14일 젊은(?) 총각들만의 하루는 어땠는지 들어봤다. 밤 공연이 많아 야행성이 됐다는 비보이팀들은 오전에 일어나기가 힘들단다. 서로 좋아하는 일에 푹 빠진 10명의 총각들. 그래도 공연때만큼은 다시 원기충천이다. 서울 양재동 행사장 오후 1시 공연을 위해 멤버들이 12시부터 양재동 공연장에 몰려들었다. 피곤한 기색들이 완연하지만, 주섬주섬 공연 준비가 시작됐다. 신나던 공연이 훌쩍 지나가고 열띤 관객들을 뒤로 하고 서울 역삼동 연습실로 향했다. 연습실 한식집에 들어가 여느때처럼 일상적인 메뉴를 주문했다. 중력을 무시하는 그들이지만, 계란탕, 낙지볶음, 제육볶음, 김치찌개… 점식식사 후 3시부터 5시까지 연습에 들어갔다. 일본의 한 잡지사 인터뷰가 들어왔다. 자세잡고 포스넘치는 사진도 찍고 얘기도 하고… 이렇게 하루가 저물어 간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멤버들이 많아요. 그래서 어머니나 아버지 한 분만 계신 가정도 많고요. 다들 집을 떠나 서울에서 생활하면서 좋아하는 춤도 열심히 추고 돈도 많이 벌어 가족들에게 돌아갈 생각이예요.” 솔직담백한 리더의 대답에는 팀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다.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젊은이들을 뜻하는 비보이는 전 세계 젊은이들을 열광시키는 힙합 문화. 세계 18개국이 출전하는 힙합 월드컵 독일 세계대회 ‘Battle of the Year’에서 힙합 종주국 미국과 유럽팀을 꺾고 우리나라 팀들이 지난 2002년과 2004, 지난해 연이어 우승을 차지했다. 라포는 그 중 지난해 우승자. 특유의 신명과 기량으로 독일의 한 일간지 1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비보이의 춤은 똑같은 기술은 다 할 줄 알아요. 각자 개성에 맞게 동작들을 변형하고 만들어낸 동작으로 겨루는 것이죠. 국내에서는 잘 하지 않지만, 해외에 나가면 마음 편하게 거리에서 춤을 추기도 하고 사진도 찍죠. 국내는 거리에서 춤을 즐길만한 공간이 부족하거든요.” 언제쯤 CF나 공연에서만 볼 수 있던 이들의 춤을 거리에서 여유롭게 즐길 수 있을까. 오전보다는 오후 공연에서 날아다닌다는 이들의 공연을 찾아가봐야겠다./김효희기자 hhkim@kgib.co.kr

'왕의 남자' 관객이 차려준 생일상

열혈 영화 팬들의 영화 사랑이 점점 더 적극성을 띠고 있다. 영화 '왕의 남자' 공식 카페 회원들이 개봉 1주년을 기념한 상영회를 23일 오후 4시 서울 남산 한옥마을에서 마련한다. 이준익 감독, 정진완 이글픽쳐스 대표가 초대된 가운데 열릴 이 행사에는 2만여 명의 카페 회원 중 300명이 참석한다.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마련한 상영회는 사물놀이 공연과 '왕남 폐인의 하루' 영상 상영, 회원의 바이올린 연주, '왕남 패밀리 축하 메시지' '왕의 남자-끝나지 않을 신화' 영상 상영, 케이크 커팅식 등에 이어 '왕의 남자' 극장 개봉판 상영 순으로 진행된다. 카페 운영진 '엘리사벳'은 "지난 4월18일 종영회 때부터 이날 행사를 기획했는데 개봉일인 29일이 평일이어서 23일로 앞당긴 것"이라며 "이준익 감독께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워 하지만 회원들이 오래 전부터 준비해온 행사"라고 밝혔다. '왕남' 카페 회원들은 기념 다이어리도 제작해 회원뿐 아니라 감독, 배우들에게도 선물한 바 있다. 팬들이 자발적으로 마련한 기념 상영회는 '형사-Duelist' 역시 마찬가지. 올해 벌써 2회째 진행됐다. 영화 팬들의 이런 적극적인 움직임은 인터넷 팬 카페를 중심으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지구를 지켜라' '고양이를 부탁해' 등과 같은 영화들이 작품성은 인정받았으나 흥행에서 참패한 후 상영 지속 운동을 펼치던 것에서 시작해 이제 회비를 모아 상영회를 마련하는 수준에까지 이르게 됐다. /연합뉴스

<2006 문화예술> ⑨음악

올해 클래식 음악계를 관통하는 최대 화두는 단연 '모차르트'(1756-1791)였다. 그의 탄생 250주년을 맞아 국내외에서는 다양한 공연이 열렸다. 세종문화회관은 지난해 초부터 올해까지 2년간에 걸쳐 '모차르트 협주곡 전곡 연주회'를 펼쳤고, 피아니스트 신수정(서울대 음대 학장)과 허승연(독일 취리히 음악원 부학장) 등 연주자들도 모차르트 관련 시리즈를 기획했다. 유명 해외 연주단체들도 대거 내한해 모차르트 음악의 진수를 선보였다. 콘첸투스 무지쿠스 빈과 쇤베르트 합창단을 이끌고 내한한 지휘자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가 11월25일 예술의전당에서 선보인 모차르트의 미완성작 '레퀴엠'은 올해 최고 호연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예술의전당이 기획한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 프로덕션의 '돈조반니'(프란체스카 잠벨로 연출. 4월20-23일)와 알반베르크 현악4중주단 모차르트 기념공연(5월20일)도 큰 관심을 끌었다. 소프라노 신영옥과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10월10일), 피아니스트 스타니슬라프 부닌과 바이에른 체임버 오케스트라(5월17일) 등의 공연도 모차르트를 위한 무대였다. 금호아트홀이 슈만 음악회와 쇼스타코비치 음악회를 마련하는 등 슈만 서거 150주년, 쇼스타코비치 탄생 100주년 기념공연도 활발하게 열린 한해였다. 또 올해는 작곡가 안익태(1906-1965) 선생 탄생 100주년이었다. 이를 기념해 그의 탄생일인 12월5일 KBS홀에서는 안익태기념재단 주최로 음악회가 열렸다. 올해 초 자필 악보가 발견된 안익태의 교향시 '마요르카'가 이날 국내 초연됐다. 하지만 그가 1942년 독일에서 만주국 창립 10주년을 축하하는 음악을 직접 작곡하고 지휘한 영상물이 발견되면서 친일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올해는 또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들의 내한공연이 어느 해보다 활발했다. 규모로는 1997년 이후 최대로 꼽힐 정도. 특히 가을 들어 빈 필하모닉(9월21, 22일), 말러 체임버 오케스트라(10월1일),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와 빈 베를린 앙상블, BBC심포니 오케스트라(10월21, 22일), 상트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11월7, 8일), 뉴욕 필하모닉(11월15, 16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11월17-19일), UBS 베르비에 페스티벌 오케스트라(11월23일), 아르농쿠르의 콘첸투스 무지쿠스 빈 등 세계 최정상급 오케스트라가 1-2주 간격으로 한국에 상륙했다. 이밖에 세계 10대 오케스트라 초청 시리즈를 진행 중인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주최로 NHK교향악단이 6월20일 한국을 찾았고,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바흐 오케스트라도 7월 방한해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전곡 연주회를 펼쳤다. 아르농쿠르를 비롯해 자신의 앙상블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를 이끌고 내한한 필립 헤레베헤 등 저명한 고음악 연주자들을 국내에서 만날 수 있었던 점도 의미있었다. 그러나 빈필의 입장권 가격이 최고 40만원에 달하는 등 지나치게 비싼 티켓값은 도마 위에 올랐다. 국내 오케스트라 가운데는 1월 정명훈 씨를 예술감독으로 영입한 서울시향의 눈부신 변신이 화제였다. 서울시향은 올해 100여 차례의 연주회를 통해 15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올해의 총수입은 2년 전의 1억원에 비해 월등히 많은 23억여 원으로 추산됐다. 베토벤 사이클은 전회 매진 사례를 기록했다. 오페라는 예년에 비해 제작편수가 줄어든 가운데 대작들 위주로 공연이 펼쳐졌다. 예술의전당은 '돈조반니'와 '돈 카를로'(연출 이소영.11월7-11일)를, 국립오페라단은 '투란도트'(2월22-25일)와 '라 트라비아타'(11월19-23일)를, 한국오페라단은 두 가지 버전의 '토스카'(3월2-5일, 11월9-12일)를 무대에 올렸다. 11월 열린 '토스카'는 작곡가 푸치니가 직접 연출한 1900년의 로마극장 초연 무대를 세종문화회관에 재연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바리톤 레나토 브루손(스카르피아 역), 소프라노 다니엘라 데시(토스카 역), 테너 파비오 아르밀리아토(카바라도시 역) 등 세계적인 성악가가 출연했다. 국립오페라단이 세계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창작 오페라 '천생연분'(10월13-16일)은 한국적 색채와 작품성, 재미 등에서 골고루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쇼팽 콩쿠르에서 2위 없는 공동 3위를 차지한 임동민-동혁 형제를 스타로 탄생시킨 한국 피아노계는 올해는 '김선욱'이라는 옥동자를 얻었다. 김선욱은 9월 세계적인 권위의 영국 리즈콩쿠르에서 우승해 국내 음악계를 이끌 기대주로 떠올랐다. 국악계에서는 나라음악큰잔치 추진위원회(위원장 한명희)의 활동이 빛났다. 7월 몽골 울란바토르 초원에서 펼친 음악잔치와 판소리 '적벽가'의 역사적 배경인 중국 츠비(赤壁)에서 열린 판소리 공연 등을 통해 국악을 세계에 알리는 데 앞장섰다. /연합뉴스

문화접대비 연간 2천억원 수요창출 효과

정부가 14일 발표한 '서비스산업 경쟁력강화 종합대책'에 포함된 기업의 문화접대비에 대한 손비 인정 제도는 문화예술분야에 적잖은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연계는 "기업의 티켓 구입량이 늘어나 어려움을 겪는 순수예술계에 큰 힘이 될 것"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 제도는 기업이 공연관람권 구입에 지출한 문화접대비에 대해 2년간 접대비 한도액의 10%까지 손비를 추가로 인정하는 것. 그 비용만큼 과세표준에서 빠지므로 기업은 법인세 부담이 줄고 그만큼 문화예술계에 대한 지출을 늘리게 된다. 기업의 접대비는 2004년 현재 5조4천억원 규모. 따라서 이 제도가 시행되면 접대비 한도액의 10%에 해당하는 5천400억원 가량의 추가 손비인정 효과가 기업에 발생하게 된다. 문화관광부 이형호 예술정책팀장은 "이 제도는 기업의 접대비 가운데 70% 이상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음주, 유흥 등 향응성 접대비 지출을 문화접대비 등 건전한 방향으로 유도함으로써 문화예술의 수요를 확충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기초예술활성화를 위해 그동안 문화예술단체에 대한 세제지원 등을 추진했으나 그런 단체들이 대부분 비영리법인이거나 규모가 영세해 실질적인 지원효과를 거둘 수 없었다"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문화예술 소비자에 대한 세제지원 방안으로 기업의 문화접대비 손비인정 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2004년부터 이 제도의 도입을 추진했던 문화부는 기업의 문화접대비에 대한 추가 손금 처리가 시행될 경우 문화예술계에 연간 2천여억원의 수요창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위해 문화부가 재정경제부와 협의하고 있는 기업의 접대비 지출 총액 대비 문화접대비의 손금 처리 기준비율은 5%. 전체 접대비 가운데 5% 이상 문화접대비로 지출했을 때 추가 비용에 대해 손금으로 인정해주는 것이 이번 제도의 핵심내용이다. 예컨대 기업이 전체 접대비 가운데 8%를 문화접대비로 사용했을 경우 기준비율인 5%를 추가한 3%에 대해 손금을 인정해주는 제도이다. 연간 2천여억원의 수요창출 기대치는 5조4천억원에 이르는 기업들의 전체 접대비 가운데 문화접대비 비중을 5%로 확대했을 때를 상정한 것이다. 이번 제도는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른 2년 한시법이어서 제도 시행 후 미비점을 보완해나갈 계획이다. 문화부가 이 제도와 함께 추진했던 개인 소비자의 문화비 지출에 대한 소득공제는 이번에 도입되지 못하고 장기과제로 남게 됐다. 이 제도의 도입에 대해 공연계는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업의 티켓 구매가 대중성이 높은 공연에 몰릴 수 있다며 우려하기도 했다. 유니버설발레단 임소영 홍보팀장은 "기업 이미지를 높이고, 사원과 고객에게 만족감을 줄 뿐 아니라, 어려움을 겪는 순수 예술계에도 도움을 준다는 측면에서 윈윈 정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뮤지컬과 클래식 위주로 공연장을 꾸려가고 있는 충무아트홀 관계자는 "기업들의 공연 지원금이 늘어나게 돼 공연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환영한다"면서도 "기업에게 염가로 티켓을 대량 판매하면 잔여 좌석들의 티켓 값이 오르는 경향이 있어 순수 팬들에게 부담이 가기도 한다"며 부작용을 경계했다. 이한승 실험극장 대표는 "기업들의 문화접대비 지출은 대중성이 높아 광고 효과가 좋은 뮤지컬, 오페라 정도로 집중되고 있다"면서 "날로 위축되는 순수예술의 진흥을 위해 외국처럼 순수 문화 단체에 협찬이나 기부를 할 경우 세금을 대폭 감면해 주는 정책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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