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넘게 미군 공군사격장으로 사용되던 매향리의 치유 작업이 드디어 시작됐다. 경기도와 화성시, 해양환경관리공단은 27일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에서 ‘농섬주변 갯벌 환경정화사업’의 첫 조사활동을 실시했다. 매향리 사격장이 평화공원과 어민들의 생활터전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의미있는 첫발이다. 매향리 농섬과 주변 갯벌은 한국전쟁 후 1951년부터 2005년까지 54년간 미공군의 사격 및 포격 훈련장으로 이용됐다. 일명 쿠니사격장으로 불리던 이곳에서 뿜어내던 폭음으로 주민들은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 했다. 수십 ㎏에 달하는 포탄이 농가에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하고, 주민들은 난청에 시달렸다. 밤낮으로 전쟁을 방불케하는 살인적 소음 스트레스로 자살한 주민도 상당수다. 2005년 8월 11일 사격훈련이 중단됐다. 지역 주민과 시민사회단체가 1988년부터 18년간 끈질기게 투쟁을 벌여 그해 8월 20일 사격장 폐쇄를 이끌어냈다. 4년여 재판 끝에 2004년 미군 폭격기 소음피해 보상을 얻어내면서 국내 군비행장 소음피해 소송의 단초를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군이 폭탄을 쏟아붓던 농섬 주변 갯벌은 국방부 반환 10년이 되도록 중금속 오염 치유가 되지않았다. 사격장 폐쇄 직후인 2006년 국방부 의뢰로 환경관리공단이 사격장 갯벌 오염을 조사한 결과 카드뮴과 납, 구리 등이 검출됐고, 꼬막ㆍ바지락 등 어패류에서 이상 변화가 관찰됐다. 포성은 그쳤지만 상흔은 곳곳에 남아있고, 오염은 방치된 채 시간이 흘렀다. 매향리 사격장이 폐쇄된 지 10년, 늦었지만 이제 치유 작업에 들어갔다. 27일 농섬주변에서의 첫 조사활동 결과, 상당량의 포탄 파편이 수거됐다. 이번 환경정화사업에선 공군 전투기로부터 투하된 각종 포탄 및 사격탄피에 대한 물리학적 탐사를 통한 침적 잔재물 조사와 현장 실증분석이 이뤄진다. 또 수심 및 지형측량 등 기초자료 조사와 해양환경 조사를 토대로 매향리 해양환경을 분석하고 갯벌 복원, 양식어장 활성화, 평화공원과 연계한 관광 활성화 등으로 진행된다. 화성시는 지난해 농섬과 육상 사격장을 포함한 육상 부분 반환 터 97만여㎡ 가운데 58만여㎡를 매입했다. 이곳에 역사박물관과 조각공원, 매화나무숲이 들어서는 평화생태공원을 조성하고 유소년야구장도 지을 계획이다. 매향리의 치유는 반세기 동안 폭격으로 피폐된 해양환경을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작업이다. 이보다 중요한 건 매향리 주민들이 온몸으로 겪었던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는 것이다. 매향리 주민들이 안전한 갯벌을 터전으로 평화롭고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한다. 이것이 진정 주민들이 바라는 소망이다.
사설(인천)
경기일보
2015-10-28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