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장스님 조계종 교육아사리
올해는 윤달이 있는 해다. 윤달은 본래 윤월(閏月)로 ‘더하다, 보태다’의 ‘윤(閏)’에 한글로 월(月)을 표기한 한자와 한글이 혼용된 표현이다. 그래서 윤달을 잉여의 달, 추가된 시기로 여기며 민간과 종교에서 특별하게 여겨왔다. 그런데 왜 이런 특수한 시기가 생겨나게 된 것일까. 지금과 같이 일상의 대부분을 양력으로 보내고 태어날 때부터 양력만을 사용해온 세대에게 음력도 다소 낯선데 윤달은 더욱 생소하고 자칫 종교적인 것으로 여겨질지도 모른다.
윤달은 특히 동아시아에서 발전된 개념으로 선조들이 이 땅에 정착하고 생활환경을 꾸리며 만들어낸 지혜로운 시간법이다.
우리는 예부터 농사를 생계의 중심으로 삼아온 농경사회다. 그렇다 보니 태양을 중심으로 한 서양의 시간과 천문과는 다르게 달과 별을 중심으로 시간과 날짜를 계산했다.
그러나 태양의 주기에 의해 생기는 사계절도 무시할 수 없었기에 태양과 달의 움직임을 모두 중요시하다 보니 다른 어떤 지역보다도 계절과 천문의 움직임에 상세하고 정밀한 계산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바로 ‘태음태양력(太陰太陽曆)’이다.
이 태음태양력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도 계절의 변화를 나타내는 이십사절기는 양력으로 하지만 농사를 비롯해 민간의 의례에 관한 건 음력으로 지내는 것이다. 그러나 태양과 달의 움직임에는 큰 차이가 있어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윤달이다.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27.3일이다. 그러나 지구도 태양을 돌고 있기 때문에 속도에 차이가 발생하게 돼 태양을 돌고 있는 지구를 다시 달이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29.5일이 된다.
그리고 29.5일에 열두 달을 곱하면 354일이 되는데 양력의 1년인 365일과 약 11일의 차이가 발생한다. 그래서 양력과 음력의 1년의 시간차를 극복하기 위해 2, 3년마다 한 달을 더 넣게 되는데 이것을 ‘치윤법(置閏法)’이라 한다.
즉, 윤달은 양력과 음력을 동시에 사용하며 그 시간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만든 치윤법의 산물이다. 이는 일상의 농사와 의례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고안해낸 선조들의 지혜인 것이다.
이 치윤법에 의해 2025년에 윤달이 있게 된 것이고 양력 7월25일이 음력으로 두 번째 6월인 윤달이 된다. 이처럼 윤달은 같은 달이 두 번 있게 되기에 예부터 이 시기에는 그동안 소홀히 했거나 하고자 했던 것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행해 왔고 특히 종교계에서는 윤달맞이 법회나 기도회를 열어 자신과 인연들의 공덕을 쌓고자 한 것이다.
이번 7월의 윤 6월에 자신의 주변과 인연들을 보다 살펴보고 그동안 놓쳤던 것이나 하지 못했던 것들을 챙겨 다시금 해본다면 선조들이 만든 지혜로운 시기에 자신을 보다 발전시키고 행복한 삶으로 이끌어가는 지혜로운 우리의 윤달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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