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빛수원] 시민과 함께... ‘탄소중립의 길’ 잰걸음

예측하지 못한 날씨가 일상이 된 요즘, ‘기후위기’는 이제 사람들에게 별스럽지 않은 단어다. 폭염이나 폭설 등으로 인한 피해가 지구 곳곳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결국 21세기 지구에서 살아남을 방법은 탄소중립이다. 지구의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하까지만 상승하도록 억제하는 것이 마지노선이다. 2015년 세계 각국 정상들이 파리에서 모여 이를 약속한 것이 바로 파리기후변화협약이다. 4월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지구를 지킬 수 있는 유일무이한 마지막 방법, 탄소중립을 위한 수원특례시의 전략을 살펴본다. ■ 특명! 온실가스를 줄여라! 2021년 기준 수원시 온실가스 배출량은 535만4천t이다. 기준 연도인 2018년보다 3.1%(17만1천t)가 줄어든 양이다. 부문별로는 가정과 상업 및 공공 시설에서 배출되는 건물 부문이 66%인 352만5천t, 수송 부문이 30%인 160만1천t, 폐기물로 인한 온실가스가 4%인 22만9천t 발생했다. 시는 ‘탄소중립 환경특례시 수원 조성’을 비전으로 하는 새로운 전략 수립에 나섰다. 목표는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221만t을 줄이는 것이다.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 552만5천t의 40%에 해당하는 만큼 배출량을 줄인다는 의미다. 시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배출원별 과학적이고 전략적인 대책을 추진한다. 가장 많은 배출량을 차지하는 건물 부문은 2030년까지 158만t을 감축하기 위해 건물의 에너지효율화가 집중 추진된다. 새로 지어지는 건축물은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인증이 일반화될 전망이다. 에너지효율등급(1++)과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을 갖추고 20% 이상의 에너지 자립률 등을 검증받아야 하는 ZEB 인증은 현재 500㎡ 이상 공공 건물에 적용되고 있는데, 2030년에는 같은 규모의 민간 건물까지 확대된다. 오래된 민간 건축물의 경우 단열을 개선하고 창호를 교체하는 등 에너지효율 개선사업을 2030년까지 약 5천800가구에 지원한다. 태양광에너지 등 신재생에너지의 발전설비도 확대 보급한다. 올해 기준 태양광에너지 보급량 19.7MW에서 32%가 늘어난 26MW를 2030년까지 보급하는 것이 목표다. 수송 부문의 감축은 친환경 차량 보급 확대와 다양한 대중교통수단 확대 및 생태교통 활성화에 방점을 둔다. 친환경 차량 보급량은 지금보다 10배 증가해 2030년이면 연간 5천대씩 늘어나게 된다. 시는 전기차와 수소차의 충전 인프라 확충으로 이를 뒷받침할 계획이다. ■ 자발적·주체적 시민 참여가 ‘열쇠’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것은 시민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실제로 지난 2020년 지역 온실가스 배출량은 개인 참여의 중요성을 드러낸다. 코로나19로 사회적 활동이 위축되면서 건물과 수송, 폐기물 등 모든 분야에서 배출량이 줄어든 가운데 유독 가정 부문의 배출량만 소폭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시가 올해 처음으로 시작한 ‘우리집 탄소모니터링 사업’은 개별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탄소중립 달성의 핵심 요소임을 확인시켜준다. 이 사업은 지난 2월2일 지역 내 3개 공동주택단지와 협약을 맺고 1천999가구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주민들이 직접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기·가스·온수·난방·수도 등 에너지 사용량을 모니터링하고 탄소배출량 및 변화량을 시각적으로 확인하며 탄소중립 생활 성과를 확인할 수 있다. 시는 우리집 탄소모니터링 사업 성과를 보다 정밀하게 분석해 하반기 중에 다른 공동주택 단지도 참여할 수 있도록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주민 커뮤니티 등 앱의 사용 편의와 효과성을 높이는 기능도 추가 도입해 주민들이 스스로 탄소배출에 대해 인식하고 자발적으로 에너지 절약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탄소중립교육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한 전략 중 하나다. 성인 전체 인구의 약 40%가 2027년까지 탄소중립교육에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버스정류장, 전광판 등 일상 공간에서 쉽게 자주 탄소중립에 대한 개념을 접하면서 탄소중립교육을 생활 속에 녹여낼 계획이다. ■ 맞춤형 전략으로 탄소중립 선도 ‘환경수도’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해 온 수원시는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선도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도 박차를 가한다. 시는 지난 2013년부터 온실가스 배출량을 자체적으로 산정하고 감축 성과를 모니터링하고 있는 유일한 기초지방자치단체다. 자체적으로 구축된 인벤토리 덕분에 온실가스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그 효과를 검증하는 것까지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탄소중립을 위한 선도적인 정책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11일 정부의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이 최종적으로 확정된 가운데 시는 기초지방자치단체 단위의 계획을 수립 중이다. 또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제정된 ‘수원시 탄소중립 기본 조례안’이 20일 공포된다. 탄소중립 정책을 선도하기 위해 수원시는 기술적인 실증을 통해 맞춤형 모델을 개발하는 탄소중립 그린도시 사업을 추진 중이다. 권선구 고색동 일원에 에너지 전환과 흡수원 확대, 기후변화 적응, 자원순환 촉진 등의 분야에서 시민의 참여를 바탕으로 한 모델을 만들고 있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동 변화”라며 “일상 생활에서 실천하는 에너지 절약을 통해 탄소중립을 이룰 수 있도록 시민들의 힘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수원 탑동 도시개발 가시화되나 ‘주목’

서수원의 기능 활성화와 공장총량제 한계 극복을 위한 ‘수원특례시 탑동지구 도시개발사업’ 가시화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18일 수원특례시 등에 따르면 시는 19일 약 26만7천㎡(권선구 탑동 555번지 일원) 규모 ‘탑동지구 도시개발사업에 대한 구역 지정 및 개발 계획 수립’에 대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시청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내·외부 전문가인 총 23명 위원 중 20명이 참석한다. 지난달 말 사업시행자 수원도시공사(이하 공사)의 요청에 따라 진행되는 이번 심의는 첨단산업단지 조성의 첫발 격으로, 탑동지구(본보 2022년 11월29일자 2면)에 대한 도로와 공원 등 기반·공공시설 용지와 IT·BT 업체가 사용할 기업 용지 등 전반적인 토지이용계획도가 평가된다. 앞서 시와 공사는 지난 2020년 12월에도 탑동지구에 대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받았지만, 재심의 판정을 받은 바 있다. 개발계획의 구체적인 실행안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당시까지만 해도 양측은 사업 대상지를 34만2천여㎡로 정했지만, 지난 2020년 부동산 훈풍에 따라 지가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민간 토지 매입 비용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이에 시와 공사는 결국 민간 토지 7만5천㎡를 제외한 약 26만7천㎡로 사업을 재검토해 이번에 다시 심의를 받게 됐다.  이번 심의에서 원안 가결 및 조건부 수용 등의 결론이 나올 경우 시와 공사는 ▲도시개발구역 지정 및 개발 계획 수립 고시 ▲실시계획인가 ▲사업시행자 정식 지정 ▲보상 등의 행정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 토지이용계획도가 최종 확정되는 실시계획인가를 거쳐 같은 해 하반기 착공을 예상하고 있다. 추정 완공 시기는 2026년 상반기다. 공사 관계자는 “앞으로 개최 예정인 기업 유치 설명회를 시작으로 우수 기업을 유치할 수 있도록 시민과 기업의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탑동지구는 첨단산업단지로 조성되는 만큼 공장총량제에 따른 제조업 공장 신·증축 등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또 시는 해당 첨단산업단지와 호매실지구 등 주거시설과의 연계 효과를 고민 중이다.

수원역 동측 환승센터 ‘지하화’… 심사 걸림돌 제거

수원특례시가 수원역 동측 환승센터를 지하 형태로 계획해 정부의 심사 문턱 넘기에 착수했다. 16일 수원특례시에 따르면 시는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라 기획재정부의 투자심사(총 사업비 500억원 이상)를 받고자 지난 2021년 9월부터 해당 시설에 대한 자체 용역을 4억4천만원을 들여 진행 중이다. 총 사업비 1천57억원 중 278억원이 국비로 투입되는 만큼 심의에 앞서 최종 결과를 올해 상반기 도출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용역은 수원역 동측 환승센터의 경제적 파급 효과 및 주변 교통체증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등에 대한 분석으로 효율적인 환승 체계를 마련하는 게 주요 골자다. 또 시는 해당 시설이 완공될 경우 시민들의 편의성 증진 등을 평가해 건립의 당위성을 구상한다는 복안이다. 앞서 시는 지난 2020년 11월 국토교통부의 ‘GTX 역사 환승센터 시범사업 공모’ 사업에 수원역 동측 환승센터를 제출한 결과 최우수작으로 선정돼 국비 지원을 확정한 바 있다. 당시 조감도에는 해당 시설이 수원역과 육교로 이어지는 것으로 돼있다. 그러나 시는 국토부와 협의한 끝에 이를 지하화로 변경했다. 지상의 경우 지역의 관문으로 여겨지는 수원역에 대한 경관 저해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더욱이 경부선과 신분당선 등으로 하루 평균 11만3천명, 도내 유동 인구 1위인 수원역에는 GTX-C 노선(양주 덕정역~삼성역~수원역)까지 관통하는 것으로 예정됐다. 이처럼 수원역을 오가는 시민들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현재 반타원형 구조의 수원역광장교차로에 오가는 버스 역시 증설된다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시는 해당 시설의 지하화로 교통 혼잡을 최소화한다는 복안이다. 수원역광장교차로는 지난해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민철 의원(의정부을)이 한국교통안전공단 등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경기지역에서 가장 많은 택시 교통사고가 발생한 곳이기도 하다. 시 관계자는 “지상 환승센터의 경우 유지 보수 문제도 있었던 만큼 지하로 건설 형태를 결정했다”며 “현재는 자체 용역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테그리스, 수원에 둥지 튼다

수원에 국내 매출액 4천200억원 규모의 미국 반도체 기업이 들어선다. 13일 수원특례시에 따르면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이재준 수원특례시장, 제임스 오닐 인테그리스 수석부회장은 전날 오후 4시(현지시각) 미국 코네티컷주 댄버리에 위치한 인테그리스 댄버리 기술센터에서 투자유치 협약을 진행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종합솔루션 기업인 인테그리스는 수원지역 6천600㎡ 부지에 반도체 소재 개발 연구소를 설립한다. 특히 이번 투자 협약서에는 해당 기업이 최대 150명의 연구개발인력을 고용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최근 5년간 도내 외국인 R&D(연구개발) 기업의 고용 규모 중 최대인 만큼 일자리 창출과 전문인력 육성이 기대된다. 이에 도와 시는 인테그리스가 연구소 설립을 원활히 추진할 수 있도록 각종 인허가 등 제반 행정절차를 신속히 처리하기로 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에 본사를 둔 인테그리스는 반도체 화학물질·특수가스 제조, 미세 오염제어, 특수재료 운송 등을 다루고 있다. 반도체와 생명과학과 같은 첨단기업에 관련 소재 및 프로세스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다 4천400개의 특허 및 지식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 한 해 전체 매출액은 약 40억 달러(4조8천억원)이며 국내 매출액은 약 3억5천400만 달러(4천200억원)이다. 우리나라에는 지난 1996년에 진출해 인테그리스 코리아 연구소를 수원에 두고 화성, 평택 등에서 3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주요 고객사는 국내 굴지의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다. 인테그리스는 이번에 수원에 연구소를 증설함에 따라 기존 평택 오성 공장의 CMP슬러리 연구개발 부서를 수원으로 이전하고 소재 연구 분야를 확장할 예정이다. 따라서 반도체 제조공정에 필수 요소인 특수가스, 필터, 원판 평탄화용 CMP슬러리 등 첨단 반도체 소재 기술을 국내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은 “이번 유치는 인테그리스가 한국에서 더 단단히 성장할 수 있는 전략적 교두보가 생긴 것”이라며 “연구소가 들어선 이후에도 기업지원 조례, 수원기업 새빛펀드, 수원형 규제샌드박스 등 세제·금융혜택, 규제혁신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번 협약으로 민선 8기 수원특례시는 세번째 기업 유치에 성공했다.

인력 유출 좌불안석…“특례시의회 조직, 확대‧강화돼야”

인구 100만 이상의 전국 특례시의회 의장들이 정책지원관의 인력 유출에 노심초사하며 해당 자리의 직급 상향을 요구하고 나섰다. 또 조직 확대로 특례시의회라는 명칭에 걸맞은 지방의회의 완성을 정부에 촉구했다. 수원(김기정)‧용인(윤원균)‧고양(김영식)‧창원(김이근)특례시의회 의장들로 구성된 대한민국특례시의회의장협의회(이하 협의회)는 12일 한옥기술전시관(수원 팔달구)에서 제15차 정례회의를 열고 ▲정책지원관 직급 상향 ▲조직확대 등에 관한 건의안을 채택했다. 경기도가 지난 4~7일 의원들의 입법 활동을 돕는 정책지원관에 대한 원서 접수를 마감한 가운데 특례시의회 의장들은 이들의 이직을 우려했다. 특례시의회와 같은 기초의회의 정책지원관은 광역의회보다 한 단계 낮은 7급 이하이기에 이들이 더 나은 조건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더욱이 특례시의회는 지방 광역시의회만큼 의정 수요가 많아 정책지원관의 전문성 강화 차원에서 직급이 조정돼야 한다는 게 협의회 주장이다. 김기정 의장은 “7급 상당 수원의 정책지원관이 경기도나 서울시 등 광역의회에 지원하게 되면 우리는 또 사람을 뽑아야 한다”며 “이는 행정안전부에서 풀어줘야 하는 사안으로 문제가 있는 만큼 정책지원관의 직급은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의 개정 필요성도 언급됐다. 창원을 제외한 특례시의회는 4급 상당의 의회사무국장 산하에 담당관(5급) 자리가 1개뿐이다. 인구 101만7천여명의 창원은 2개 이상의 지방자치단체(창원‧마산‧진해)가 합쳐졌기에 두 자리까지 가능하다. 따라서 이러한 규정의 ‘2개 이상의 지방자치단체’이라는 식의 문구를 삭제해 수원과 용인, 고양에도 담당관이 추가 신설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협의회는 이외에도 특례시에 대한 행‧재정 권한의 일괄 이양이 주요 내용인 특별법 제정 촉구 건의안을 원안 가결했다. 김영식 협의회장(고양특례시의회 의장)은 “명실상부한 특례시의회를 만들기 위해 4개 의회가 한 데 머리를 맞대자”고 제안했다. 한편 제16차 정례회의는 오는 6월 안으로 고양에서 개최된다.

[새빛수원] 역사 잇는 열린문화공간 ‘후소’

공간과 건축물은 인간의 삶이 펼쳐지는 무대다. 세월이 흐르면서 흥망성쇠가 반복되며 저마다의 고유한 역사와 이야기, 분위기와 향기를 품게 된다. 오래되고 낡은 건축물을 완전히 허물고 새로운 건축물을 세우는 대신 옛 건축물의 기억을 살리고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재생’이 의미를 갖는 이유다. 수원특례시가 건축물과 산업유산 등 주요 건축자산들을 재활용한 성공적인 사례들도 각자의 이야기를 품고 새로운 만남으로 역사를 잇고 있다. 첫 번째로 소개할 공간은 팔달산 아래 자리잡은 ‘열린문화공간 후소’다. ■ 200년을 품은 터, 40년을 품은 건물 수원화성의 관광 거점 화성행궁을 바라보고 왼쪽편으로 수원시화성사업소와 수원문화재단 건물 사이로 열리는 행궁길은 공방거리로 유명하다. 나무, 도예, 칠보 등 다양한 공예를 체험할 수 있는 공방이 줄지어 들어서 있고, 오래된 건물을 개조해 개성이 넘치는 카페와 음식점뿐만 아니라 도시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우물도 남아 있어 매우 이색적인 거리다. 아기자기한 행궁길을 200m가량 걸어가다 보면 잘 꾸며진 정원을 갖춘 2층 가옥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열린문화공간 후소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구도심 건물들 사이에서 숨을 틔워주는 정원은 아담하지만 기품이 흐른다. 입구에는 안쪽 방향으로 안내하듯 팔을 뻗은 멋진 소나무가 있다. 이 공간의 이야기는 19세기에 시작된다. 1861년(철종 12년) 이병진이 지었으며, 이후 을사오적 중 한 명인 이근택(1865~1919)이 의적에게 칼을 맞은 뒤 수원으로 이사해 죽을 때까지 살았던 집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후 1922년부터 수원의 대지주였던 양성관(1867~1947)이 소유하며 ‘양성관 가옥’으로 불리기 시작한 남창동 99칸집 터였다. 팔달산 아래 5천200여㎡ 넘는 넓은 대지를 차지했던 남창동 99칸집 일부는 일제강점기 이후 수원지방검찰청, 남창동사무소 등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1970년대의 일이다. 양성관의 후손들이 소유하던 99칸집을 매도해 38개 필지로 분리 매매가 이뤄졌다. 원래 가옥은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1973년 10월 일부는 한국민속촌으로 옮겨져 지금도 옛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필지 중 99-28번지(653㎡)는 백내과병원 원장이 매입해 집을 지었는데, 그것이 현재 건물의 원형이다. 1977년 신축된 건물은 ‘예술의전당’을 설계한 김석철 건축가가 설계했다. ■ 오래된 공간에 새생명을 불어넣다 99칸집 터에 들어선 구옥은 2017년 11월 수원시가 매입한 뒤 새로운 사명이 주어졌다. 대지면적 1천170㎡, 연면적 334㎡, 지상 2층 규모의 백내과 원장집을 리모델링해 시민의 쉼터이자 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하면서다. 시는 후소 오주석 선생을 기념하는 공간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내부 리모델링은 큰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도 전시공간으로서의 활용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먼저 방 2개와 거실, 주방, 식당, 화장실을 갖춘 전형적인 가정주택 구조의 1층은 문화 및 전시공간으로 만들었다. 건물 중앙 거실은 전시실로, 안쪽 방 두 개는 터서 교육 및 회의실로, 입구 맞은편에 위치했던 주방은 사무실로 변신시켰다. 2개의 방과 복도, 계단, 화장실, 옥외공간이 있던 2층은 상설전시공간 및 자료실로 바꿨다. 반면 외부는 개방감을 위해 다양한 변화를 줬다. 고압적이고 권위적으로 보였던 높은 담장은 대폭 낮췄다. 3~4m에 달해 내부 정원이나 건물 모습이 보이지 않던 원래 담장을 허리께 높이로 내렸고, 재료 또한 공방거리에 어울리는 것으로 바꿨다. 입구 쪽에 별도로 존재했던 차고 건물도 철거한 뒤 작은 잔디밭을 만들어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편안한 쉼터 분위기를 조성했다. 모든 준비를 마친 2018년 9월, 열린문화공간 후소는 문을 활짝 열고 사람들을 맞기 시작했다. ■ 시민 누구에게나 활짝 열린 공간 열린문화공간 후소는 크게 2개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1층은 전시공간으로, 2층은 ‘오주석의 서재’로 꾸며져 행궁길 여행 중 가볍게 산책하듯 즐기는 친근한 문화공간이다. 신발을 벗고 들어선 뒤 왼쪽으로 돌면 전시공간이 펼쳐진다.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만큼 규모는 작지만 전시실의 품격은 결코 낮지 않다. 오히려 아늑한 공간에서 오롯이 작품과의 만남을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지금은 테마전 ‘에필로그-어느 수원 연극인’이 전시되고 있다. 수원 출신의 연극인 고(故) 김성열(1954~2019)과 수원의 연극사를 재조명하는 내용이다. 대학 시절부터 수원에 살면서 연극 활동을 한 김성열은 1983년 극단 ‘성(城)’을 창단하고 ‘혜경궁 홍씨’, ‘정조대왕’, 뮤지컬 ‘나혜석’ 등 수원의 문화와 역사를 주제로 한 연극을 만들었다. 오래된 나무계단을 올라 2층으로 들어서면 고서 특유의 책향기가 가득해 ‘서재’에 왔음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수원 출신 미술사학자 오주석의 서재를 재현한 공간이다. 열린문화공간 후소(後素)라는 이름은 그의 호에서 따왔다. 다양한 저술과 전시기획으로 김홍도 등 옛 그림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환기시킨 인물로 평가받는 오주석의 저서와 연구자료 등이 이곳에 남아 있다. 열린문화공간 후소를 찾은 한 관람객은 “화성행궁과 팔달산을 방문했다가 알게 돼 가끔 쉬어가는 공간인데, 시의 노력으로 오래된 공간의 역사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수원시 권선구 첨단산단 조성… 서수원 개발 본격화

수원특례시가 상대적으로 개발에서 소외된 서수원 지역에 대한 중장기 종합 발전 방안을 최초로 마련한다. 11일 수원특례시에 따르면 시는 올해 상반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다. 현재는 이와 관련한 세부 내용을 수립하는 과정이어서 예산은 산출되지 않았다. 이번 용역은 수원역에 한정된 ‘수원역 역세권 미래 비전 및 발전구상 용역(본보 2월20일자 5면)’과는 다르게 서수원 전역에 대한 상전벽해 방안을 찾는 것으로 이러한 행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원을 관통하는 경부선 기준으로 왼쪽에 있는 권선구 입북동 등 서수원 지역은 약 8천세대의 호매실지구(2019년 준공), 7천900여세대의 당수지구(올해 중순부터 입주 예정) 등 정부의 택지 개발 사업으로 주거 기능이 확충되고 있다. 그러나 산업과 연계되지 않은 이상 베드타운으로의 전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더욱이 호매실지구 등은 지나치게 서쪽에 치우쳐 있는 등 지리적 단점을 지닌 데다 주거기능만 있는 등 유동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어 국토교통부가 특별광역 교통대책 지역으로 선정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시는 권선구 탑동의 ‘탑동지구(조성 면적 26만7천㎡)’는 물론 같은 구 입북동 일원의 ‘수원 R&D 사이언스 파크(조성 면적 35만7천㎡)’ 등 첨단산업단지 조성을 추진 중이다. IT·BT 기업과 연구집약시설의 보금자리 조성으로 추진되는 이러한 사업은 지역의 미래 먹거리 창출의 수단으로 여겨지는 만큼 시는 탑동지구, 수원 R&D 사이언스파크 등 첨단산업단지와 호매실지구와 같은 주거기능을 연계해 서수원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복안이다. 다만 수원은 수도권정비계획법상 과밀억제권역으로 분류돼 제조시설과 같은 공장이 신축·중축되는 데 한계가 있어 서수원에 대한 공업지역 추가 지정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 관계자는 “서수원 지역의 그린벨트 해제는 쉽지 않기에 기존 추진 중인 첨단산업단지와의 시너지 효과를 모색할 방침”이라며 “현재는 세부 내용을 만들고 있으며 용역 기간은 1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권선구 장지동 일원의 공군 제10전투비행단(수원군공항) 탓에 수원역을 비롯한 서수원 지역 대부분은 비행안전구역 5구역으로 지정됐다. 이 때문에 지상 15층(높이 45m 수준) 이상의 건축물이 들어설 수 없어 서수원 지역은 비교적 개발이 더딘 지역으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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