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논단] 부영공원의 지하터널과 문화유산

일본제국주의는 팽창의 욕구를 이기지 못해 한반도를 강제점령하고, 이도 모자라 중국을 침략했다. 이때 필요한 중일전쟁의 군수물자를 보급하기 위해 1930년대 말 중일전쟁의 배후 기지로 부평지역을 선정하고 대규모 병기제조시설인 조병창을 건설했다. 이 시설은 건설 당시 일본 본토를 제외한 최초의 병기제조 시설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이 부평지역을 선정한 것은 해안가에 가깝지만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지형이어서 은폐된 지형이라는 것과 밖으로는 철로와 연결됐기 때문으로 보여 진다. 조병창에서 제조된 병기를 산만 넘으면 곧바로 항구로 연결되고, 철길은 만주까지 연결이 가능한 지리적 조건이 일본을 만족시켰기 때문이다. 부평, 중일ㆍ태평양전쟁때 군수기지 이후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본군에게는 엄청난 군수물자가 필요했다. 특히 일본 본토는 미공군기들의 공격 대상에 들어가기 때문에 한반도에 군수기지를 건설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 계획에 의해 부평지역이 선정되고, 부평지역 전체를 조병창 시설로 확장하기 위해 일제는 해당지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을 강제로 아내고 그 자리에 조병창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이후 부평지역의 조병창은 중일전쟁에 군수물자를 공급하는 것은 물론이고 가장 많은 군수물자를 필요로 하는 태평양 전쟁에도 군수물자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2013년 9월 16일, 캠프마켓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이 인천시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했는데, 기자회견의 핵심적인 내용은 지하터널의 존재였다. 즉 캠프마켓에는 지하터널이 존재하며 폭과 넓이가 각 2m 정도 되고 바닥에는 철도레일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하터널은 캠프마켓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부영공원에도 존재하고, 부평공원에도 존재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이 때문에 필자가 부영공원의 지하터널의 확인에 나섰다. 부평구청에서 대략적인 위치 이야기만 듣고 찾아 낸 지하터널의 입구는 완전히 봉해져 있었다. 처음에는 지하터널 입구인지도 몰랐을 정도였다. 마치 건물의 콘크리트 토대로 보였다. 주변을 모두 찾아도 비슷한 흔적이 보이지 않아 지하터널은 소문이었거나, 입구가 완전히 흙으로 덮여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건물의 토대처럼 보이는 콘크리트 구조물의 측면에서 지하터널 입구의 비가림막을 설치한 흔적을 찾아냄으로써 지하터널의 입구를 찾아냈다. 이런 지하터널이 건설된 것은 미국과 중국의 공군기들로부터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감이 주원인으로 보인다. 지하터널을 이용해서 인천항까지 군수물자를 운송하고자 했던 것 아닌가 싶다. 이 계획에 의해 지하터널 건설작업은 이루어 졌으나 물자 운송이 실행됐는지는 현재 확인되지 않고 있다. 현재, 부영공원은 환경오염 정화처리를 준비 중에 있다. 그러나 일정 넓이 이상(1만㎡)일 경우 반드시 문화재유물 조사를 하도록 돼 있다. 이 법령에 의해 문화재청은 부영공원의 환경오염 정화처리 전에 문화재유물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이로 인해 환경오염 정화처리는 중단되고 문화재유물 조사 작업이 준비되고 있다. 소문으로만 돌던 지하터널이 최종 확인된다면 일본제국주의의 끝없는 욕망의 상징이 될 것이다. 비록 그 시설이 과거 우리의 자랑스러운 유물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아픈 역사를 상징하는 유물로서 귀중한 역사교훈의 자료로 충분하다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설은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하고 보호하되 우리 역사의 교훈 및 교육 자료로 삼아야 한다. 문화재유물 조사 작업서 확인해야 어떤 용도로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전문가 의견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참고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시민 다수가 이 상징물의 활용방안에 대해 의견들을 제시할 수 있는 참여창구를 만들면 좋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인천시나 각 구청의 홈페이지를 통해 의견들을 제시하면 문장이 틀려도 키워드가 비슷하다면 같은 의견으로 정리하고 그 숫자들을 나열한다면 어떤 방안이 가장 많은 의견으로 나타나는지를 시민들 스스로 알 것이다. 이처럼 우리 아픈 역사의 상징이 될 수도 있는 근대유산이 시민들의 참여로 역사의 아픈상처가 새로운 미래가치를 상징하는 문화유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곽경전 부평미군부대 시민참여협의회 부위원장

[인천논단] 작은 소리를 경청하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지역 내 큰 빌딩마다 이는 붉은색과 푸른색 현수막 물결, 여기에 큼지막한 후보자들의 얼굴이 담겨 64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리고 있다. 유권자들은 늘 큰 기대로 자신의 귀중한 한 표를 행사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한 표에 담았던 희망들을 적당히 포기해야 한다. 다음 선거가 다가올 즈음엔 내가 선택한 후보자가 갖고 있는 권력의 양만큼 실망을 할 때도 많지만, 또다시 귀중한 한 표가 세상을 바꾸길 기대하며 선거를 치르게 된다. 유권자가 바라는 것은 시민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들어주는 일과 약속했던 공약을 지키기 위한 성실한 노력일 것이다. 그러한 성과를 위해서는 작은 목소리까지 수용할 수 있는 경청이 요구된다. 하지만 정책이 결정되고 실현될 때까지 현장의 소리는 얼마나 다양한 경로를 통해 경청되고 있는 것일까. 세상은 지나치리 만큼 소통과 경청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문제해결 방식은 아직도 획일적이고 권위적일 때가 많다. 그것은 개인의 잘못이기보다는 지금까지 우리 사회를 지배해온 이념이 갖고 있는 문제일 것이고, 근대의 훈육의 권력(disciplinary power)이 필요 이상으로 일상을 규범화하는 가운데 자연스레 길들여져 왔기 때문일 것이다. 가속화되는 지구화 현상 속에 다양성 인정에 대한 자연스러운 욕구는 패션이나 문화 영역에서부터 시작해 각 분야별로 예외 없이 나타나고 있다. 청소년기에 접하는 음악, 만화 등 다양한 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수용이 전제돼 있기도 하다. 문화예술 종사자들은 다양한 시도로 관객이 처음 접하는 작품을 통해 새로운 충격과 감동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다양한 욕구와 그에 따른 시도는 해체와 통합을 거치며 문화 발전을 이뤄 가는 것이다. 그런데 유독 사람에 대해서는 우린 여전히 거리두기가 일상적이다. 새로움을 탐닉하며 수용하는 청소년도 얼굴색이 다른 친구들에 대해 다른 시선을 갖는 것은 우리의 오래된 단일민족의 허상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고통은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정부의 다문화가족에 대한 지원사업이 변화를 예고하면서 방문지도사로 일하는 종사자들은 다문화가족에 대한 걱정을 안은 채 자신들 일자리의 지속성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진행은 되지 않았지만 집단 행동을 운운하기도 했다. 자신의 뜻을 알리기 위해 길거리로 나가는 사람은 자신의 절박함에 아무도 귀 기울여 주지 않기 때문이다. 때론 그러한 행동이 집단 이기주의라는 비방을 받기도 하지만, 힘 없는 집단일수록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는 엄청난 노력과 용기가 필요하다. 어떤 이에게는 소리내기가 일상이지만, 있는 힘을 다해야 그러한 표명이 가능한 집단도 있다. 그것은 그만큼 힘이 없다는 것이고, 그래서 그 목소리가 무시돼 왔다는 것이다. 힘을 내 작은 소리를 내보지만 그냥 묻혀버릴 때는 바위 같은 세상과 깨뜨려진 달걀 같은 초라한 자신을 대면하기도 한다. 힘 없는 작은 집단, 소수자의 입장을 고려하는 것은 민주적인 사회발전을 위한 과제이고, 이러한 과제의 해결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선거를 앞둔 시점에 각 정당이나 후보가 다양하고 작은 목소리에 귀기울여 주기를 바란다. 시민 대다수의 이익이 달려있는 사안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미래사회의 바람직한 변화를 이끌어 가기 위해 투신한 정치지도자는 소외계층이나 소수의 의견을 청취함으로써 정치적, 사회적 사각지대에서 발생하는 일로 인한 혼란이나 사회적 비용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다. 그것은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여 마음을 다해 경청할 때 자연히 얻어지는 지혜일 것이다. 김자영 인천시 부평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인천논단] 송파 삼모녀 자살사건 그 이후

얼마 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연쇄 자살 사건을 우리는 기억한다. 그러나 충격은 그때뿐이었다. 국민은 또다시 자기 살기에 분주하다. 정부는 특별 대책의 하나로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 혹시 위기에 처한 가정이 있는지를 발견해 주민 센터에 알려주는 역할을 가진 좋은 사람들이란 지역 모니터단을 만들고 있다. 또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차상위 계층 일제 발견령을 내렸다. 쥐잡기의 달도 아니고, 무슨 사건이 있을 때만 일회성 행사로 그치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행사는 이제 좀 그만 할 일이다. 몇 달 전 필자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인천시론에서 지역단위의 공동체 의식을 강조하며, 이웃 간의 어려움을 서로서로 알아주고, 혼자 돕기 어려운 가정은 같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십시일반 협력해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정부에게 국민 복지의 모든 책임을 돌리고, 내 주변 이웃의 삶에 무관심한 우리 자신의 삶을 돌아보자는 것이었다. 어려운 주민 통합적 파악 희망복지팀 고려시대에 오가통이라는 제도가 있었다고 한다. 다섯 가정씩 그룹을 맺어 평소에는 서로 가깝게 지내다가 한 가정이 힘든 상황에 봉착하면 관가에 도움이 필요함을 알려주는 제도라고 한다. 우리도 최소한 우리 주변에 사는 다섯 가정과의 친밀한 관계와 관심 어린 교류를 해보는 것을 제안한다. 그러나 이렇게 하더라도, 한 가정의 어려운 사정이 발견돼 주민 센터에 알려졌다고 하더라도, 정부의 모든 지원이 그 가정에 신속하게 제공돼 어려운 상황이 해결될 수 있을까? 공공부조를 비롯한 국가의 모든 복지 급여는 일 년 간의 정해진 예산안에서 제공되므로 제공 대상과 인원수도 미리 정해져 있다. 또한, 정해진 인원을 골라내도록 매우 엄격한 심사기준이 있기 마련이다. 자살한 모녀가 제도를 몰랐던 것이 아니고, 각각의 급여와 서비스에 대응하는 자격을 마련하고서 그 혜택을 차지하기에는 이 엄격한 기준 앞에 너무 무기력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그래서 이 가정의 경우는 정부 복지 서비스 주체들이 욕구 하나하나에 들어맞는 자격조건을 증빙하였을 때 그것으로 판단하겠다는 소극적 태도보다는 자격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증명하지 못하는 사연을 통합적으로 이해해야 하고, 예외적 적용을 하겠다는 적극적 태도가 필요하다. 정부 부처 안에 한 가지 단위 서비스나 급여 조건을 적용해 냉정히 결과만을 통보하는 공무원도 필요하지만, 이들을 상대로 예외적 상황에 대한 통합적 옹호자 구실을 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 또 이들은 부처와 부서 간 경계를 넘나들며 소통과 조정을 할 수 있고, 예외적 혜택을 요청 또는 결정 할 수 있는 역할 그 이상의 권한이 필요하다. 우리 인천시에도 이런 역할을 위해 10개 기초단체에 희망복지 지원단(팀)을 두고 있다. 이들은 경제과와 복지과처럼 희망복지팀의 독자 사업을 하는 또 하나의 부서가 아니다. 市차원 권한ㆍ역할 제도적 보장 필요 한 명의 주민이라도 더 구제할 수 있도록 공무원이 주민의 어려운 상황을 통합적으로 파악하고 대상자의 대변인이 돼 부처와 부서를 넘나들며 엄격하고 경직된 장벽을 유연화하고, 부처 또는 부서 간의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한 간사와도 같은 존재로 여겨야 할 것이다. 모든 전달 체계가 취지를 이해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인천시 차원에서 희망복지팀의 권한과 역할을 제도적으로 보장해 주라고 부탁하고 싶다. 조현순 경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인천논단] AG경기장은 인천시민의 자부심

상전벽해(桑田碧海).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로 변할 정도로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음을 의미하는 사자성어다. 이런 의미에서 인천은 상전벽해라는 말이 꼭 들어맞는 도시다. 예전 인천은 서울의 변방도시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명실상부 대한민국의 심장 경제수도 인천이란 슬로건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지금 우리 인천은 130여년 역사를 자랑하는 인천항, 9년 연속 세계 공항서비스 평가 1위에 빛나는 인천국제공항, 바다를 매립해 조성한 송도청라 경제자유구역 등을 발판으로 (2013년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이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발전가능성이 높은 도시로 탈바꿈했다. 더욱이 유엔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과 세계은행 한국사무소를 유치하고 유네스코가 선정하는 2015 세계 책의 수도에 선정되면서 인천은 글로벌 도시의 위상을 확실하게 다졌다. 최첨단 체육시설 모든 인프라 갖춰 또 인구 300만 명 시대의 개막을 목전에 두고 삼성바이오로직스, 하나금융타운, LG전자인천캠퍼스, BMW 드라이빙센터 등 국내외 굴지의 기업들이 속속 들어오면서 이제 인천은 300만 경제수도를 향해 힘껏 비상하고 있다. 체육 분야 역시 예외는 아니다. 필자가 인천시유도회 전무이사를 처음 맡았던 1981년도 만해도 인천의 체육시설 인프라는 숭의종합운동장, 시립도원야구장, 도원체육관 및 수영장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33년이 지난 지금은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숭의종합운동장과 도원야구장은 비록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대신 그 자리에 유럽 축구선진국의 경기장에 비견되는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이 들어섰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경기장으로 사용됐던 문학경기장은 인천시체육회관으로 활용키로 하면서 인천체육의 요람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했다. 뿐만 아니다. 오는 9월19일부터 10월4일까지 열리는 제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를 앞두고 서구주경기장, 계양경기장, 선학경기장, 강화경기장, 십정경기장, 송림경기장, 문학수영장, 남동경기장 등 8개 경기장도 예정대로 착착 건설되고 있다. 이미 지난해 제94회 인천전국체육대회에서 활용된 몇몇 아시아경기대회 신설경기장에 대해서는 타시도 선수들의 찬사가 쏟아지기도 했다. 필자는 지난 3월1일자로 인천시체육회 사무처장에 부임한 이래 시체육회가 위탁관리하고 있는 아시아경기대회 신설경기장을 둘러보았는데, 그 위용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특히 경기장과 함께 조성된 주변 녹지공간은 도심을 더욱 쾌적하게 만들어주었고, 인천시민들의 여가 및 휴식공간으로도 손색이 없었다. 외국여행을 할 때 부러운 눈빛으로 쳐다봤던 도심 속 유명공원에 와 있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번 아시아경기대회를 계기로 인천은 최첨단 체육시설 인프라를 갖춘 우리나라 최고의 체육도시가 됐다. 나아가 인천은 공항과 가까운 지리적 잇점을 잘 살리면 세계스포츠의 메카로 성장할 수도 있으며, 언제든지 하계올림픽과 같은 메가스포츠 이벤트 유치에 도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확보하게 됐다. 사실 아시아경기대회 경기장은 293만 인천시민의 저력과 자부심을 상징한다. 사상초유의 시 재정난으로 인해 아시아경기대회 개최여부를 둘러싸고 여러 가지 우려와 논란이 있었지만, 인천시민들은 그대로 포기하지 않고 주경기장 국고지원을 촉구하는 백만인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자발적인 노력과 단결된 힘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올림픽 등 유치 가능한 잠재력 확보 어느덧 봄기운이 완연하게 느껴진다. 화창한 봄날 주말 온 가족이 손에 손을 잡고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지어진 아시아경기대회 경기장으로 봄나들이를 떠나보면 어떨까 제안해본다. 40억 아시아인의 축제마당이 펼쳐질 경기장을 미리 둘러보며 내 고장 인천에 대한 자긍심을 한껏 느껴보길 바란다. 김도현 인천시체육회 사무처장

[인천논단] 공평함을 위한 지원은 특혜가 아니다

센터 문을 힘차게 밀고 들어오는 아이들의 까르륵 웃는 소리에 뭐가 그리 좋은가 하곤 바라본다. 11살12살 한참 자신의 외모에 대한 관심도 많고 또래 집단의 인정과 승인이 필요한 아이들. 먼 나라에서 시집 온 엄마를 둔 이유로, 남과 다른 피부색을 가진 이유로 학교의 친구집단에서 무조건 편안할 수 없는 아이들. 이 아이들이 센터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서로 가까워져 친형제처럼 경계 없는 웃음을 나누며 몸을 부딪고 장난 치는 것을 보니 웃음이 절로 난다. 아이들은 마음도 몸도 점점 커지며 나이를 먹고 돌풍 같은 청소년기를 거치고 청년으로 성장하겠지. 그리고 엄마와 아빠에게 받은 다양한 문화의 영향으로 새로운 창의성을 발휘하여 자신만의 개성이 넘치는 일을 찾아 사회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을 거야 즐거운 상상만으로도 마음은 봄 햇살처럼 따뜻하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에 더 많은 투자 인천은 전국에서 외국인주민이 빠르게 증가해온 도시이다. 전국 시도를 통틀어 현재 5위지만, 대도시 이주현황으로는 서울 다음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현재 인천의 외국인주민인구는 7만5천여명으로 인천인구의 2.7%를 차지한다. 2010년 2.3%에서 해마다 0.1%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다문화가정의 자녀의 수도 2010년 7천229명에서 2013년 1만1천082명으로 증가하였다. 3년 동안의 증가율은 53%에 이른다. 다문화가정 자녀의 유형은 다양하다. 국제결혼가정의 자녀도 초혼가정의 자녀, 이혼 후 홀로 자녀를 양육하는 이주민 엄마의 자녀, 재혼가정에서 외국 출생 후 중도 입국하는 자녀, 그리고 외국인이주노동자 가정의 자녀, 난민가정 자녀까지 서로 다른 상황에서 겪는 어려움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다문화가정의 자녀는 우리 국민으로 살아갈 것이란 사실이다. 비록 애국가를 부를 때 네가 왜 애국가를 부르냐!는 철없는 친구들이 있어 가끔 속상하긴 하지만 그들에겐 국방의 의무까지 다해야 하는 소중한 조국이다. 이주민 엄마의 한국어 소통의 어려움은 자녀의 언어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체된 언어발달은 자연스럽게 학습지체로 이어져 학교생활에 있어 복합적인 어려움을 겪게 된다. 배워서, 가르쳐서 해결될 수 있는 어려움이라면 방법을 찾아 도와주어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것은 특별한 혜택이 아니라 공평함을 위한 지원이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는 아이들의 언어발달을 위해 언어발달지원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학령기 이전 아동이 주요 대상이므로 엄마가 동행하여 센터에서 진행된다. 또 엄마나라 말과 문화를 배우는 이중언어교실이 진행된다. 대한민국보다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나라에서 온 엄마나라에 대하여 배우며 엄마나라 뿐 아니라 엄마에 대한 이해까지 커지는 것을 본다. 이는 가정을 세우는 중요한 요건을 충족시켜가는 과정이다. 아동이나 청소년의 권리는 이 땅에 사는 모든 아이들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하고 그 공평함을 위해 같은 출발선을 제공해야 하는 것은 모든 어른들의 책임일 것이다. 동일한 출발선을 만들어 주고 같은 과정을 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특혜라고 말할 수 없다. 아직 다문화가정 자녀는 소수자이고 소수자를 돕는 일은 늘 더 많은 투자와 배려가 필요한 일이다. 외국인주민 수용ㆍ배려하는 철학 필요 이제 외국인주민과 함께 살아가는 일이 일상화되어 가는 현실에서 우리가 대비하고 선택하는 방법에는 인간존중과 국민으로서의 외국인주민을 수용하고 배려하는 철학이 필요하다. 물론 장기적인 정책을 수립하는 일이 필요하고, 그러한 정책에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조건은 정책의 대상이 되는 당사자의 의견과 그들의 주변에서 그들의 권익을 위해 종사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일이다. 정책을 입안하고 결정하는 과정에 꼭 필요한 건 묻는 일이다. 김자영 인천시 부평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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