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소화기 전공으로 진료를 하다 보니, 부모님들이 배 아픔을 호소하는 아이들과 함께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며 찾아온다. 우리 아이는 대변을 잘 못 봐요. 얘는 엑스레이 찍으면 항상 변이 많다고 했어요. 물론 모든 소아 연령에서의 만성복통이 변비 때문인 것만은 아니다. 처음에는 단순 변비인 줄 알았으나 다른 질환으로 진단된 경우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다른 기질적 원인이 없는 소아 만성 복통의 원인 중에서는 변비가 가장 흔한 것 또한 사실이다. 만성 변비로 내원하는 아이들의 연령 또한 신생아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하다. 특히 만 4세 전후의 아이들이 단순 변비로 내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변 가리기 훈련 이후 시작된 변비가 1~2년 동안 여러가지 이유로 점차 악화돼 방문한다.
또한 새 학교 입학이나 새 학기가 시작된 후, 학교에서는 배변을 참다가 소량의 불충분한 배변만 보는 행동이 반복돼 결국에는 만성 변비로 진행하면서, 소화불량과 더부룩함, 복통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의 변비는 그냥 지켜봐도 괜찮은 걸까? 모든 아이들의 변비가 꼭 기질적인 원인 없이, 습관적으로 발생하는 것만은 아니다.
특히 신생아 연령에서의 변비는 장 폐쇄나 거대결장증, 갑상선 기능 이상 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꼭 전문의에 의한 진료와 감별이 필요하다. 또한 합병증이 동반된 만성변비에서는 이로 인한 식욕부진이나 스트레스 등이 아이의 성장과 발달, 학교생활과 학업 성취도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진단과 치료를 해주어야만 한다. 아이들의 만성 변비에서는 비슷하게 반복되는 패턴을 확인할 수 있다. 배변은 보통 일주일에 2~3회 미만으로 하면서, 흔히들 염소똥, 토끼똥이라고 표현하는 소량의 단단한 양상을 보인다. 좀 더 잦은 배변 간격을 보이는 아이들도 있으며 간혹 변기가 막힐 정도의 다량의 배변을 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의 변비 치료를 위해 어떻게 해주어야 할까? 충분한 수분 섭취나 유산균, 섬유질 식사 등이 장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변비 예방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여러 연구결과와 문헌들을 살펴볼 때, 만성변비의 초기 치료에 있어서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의 도움에 의한 규칙적인 배변 습관의 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식습관에 대한 교정도 필요하다. 과도한 유제품을 선호하는 유아기의 아이들이 간혹 있는데, 빈혈이나 변비에 있어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균형잡힌 식사가 필요하다. 필요한 경우에는 장기간의 규칙적인 약물 치료를 통해, 원활한 배변을 돕고 배변에 대한 공포감을 호전시켜, 효과적인 배변을 지속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 우리 아이의 변비는 단순히 똥을 못싸는 행위가 아닌, 질병의 초기 증상일 수 있고, 단체생활에 있어 심각한 스트레스나 복통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단순히 그냥 지켜봐야 할 문제가 아니라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질병임을 인식해야 한다. 의사와 아이, 부모가 함께 하는 노력한다면,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 이대용 중앙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오피니언
이대용
2014-09-15 2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