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논단] 자주 배가 아프다는 아이, 언제 병원에 가야할까?

소아청소년 연령에서 소화기 질환으로 내원하는 아이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소견은 바로 복통, 즉 배가 아프다는 증상입니다. 복부는 두부, 흉부와 더불어 그 안에 여러 내부 장기를 포함하고 있는 기관이며, 다른 기관들에 비해 다양한 위치에서 각기 다른 역할을 하는 다양한 모양의 장기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통증의 원인 또한 여러가지 일 수 밖에 없습니다. 복통에는 기간에 따라 갑자기 증상이 나타나는 급성 복통과 수주 혹은 수 개월간 반복되는 만성 복통으로 나뉠 수 있는데, 소아 청소년 연령에서의 만성 복통은 워낙 그 원인이 다양하고, 개인마다 복통을 느끼고 견디는 양상이 달라 평가하는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기질적인 원인을 의심해야 하는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모든 질환이 전형적이지는 않겠지만, 기질적 원인을 의심해서 전문가의 진료가 필요한 증상들은 대개 다음과 같습니다. 5세 미만의 아이가 잦은 복통을 호소한다거나, 설명할 수 없는 발열과 함께 복통이 동반될 경우, 점차적으로 체중이 감소될 경우, 복통으로 인해서 자다가 깨는 경우, 또한 주기적인 혹은 담즙이나 혈액이 포함된 것과 같은 의미있는 구토를 하는 경우에는 소아 소화기 전문가의 진료가 반드시 필요할 것입니다. 비뇨 생식기 증상이 동반된다거나 만성적으로 심한 설사나 야간 설사가 반복될 경우, 성장 속도의 감소나 사춘기 지연 소견이 동반되는 아이들이 만성 복통을 호소한다면 역시 병원에 내원하여 적절한 검사를 받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위장관 질환의 가족력이 있다거나 연하 곤란이 발생할 때, 통증이 배꼽에서 먼 부위에서 나타나거나 복부에서 어떤 원인 모를 종괴가 만져질 때도 기질적인 원인을 알아보아야 합니다. 물론 이러한 증상들이 모두 어떤 심각한 질병을 나타내는 것만은 아닙니다. 다른 원인이나 경우에 따라 한 두 가지 증상이 유발될 수도 있고, 단순 변비와 같은 심하지 않은 질환으로 인한 식욕 감소로 인해 복통과 체중 증가 부진 등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능성 복통을 가진 아이나 그들의 부모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많은 불안과 우울증의 증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복통이 걱정된다면 전문가를 찾아 적절한 진찰과 검사를 통해 질병을 발견하고, 또는 질병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질병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안심과 격려와 같은 인지 행동 치료가 재발성 복통에 유효하다는 것은 이미 여러 문헌을 통해 입증된 사실입니다. 또한 앞에서 언급한 증상들이 없거나 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이 없었다고 하여, 복통이 소위 말하는 꾀병이 아님을 확인하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증상이 중하지 않은 경우에는 처음부터 내시경 같은 침습적인 검사를 진행하지는 않습니다. 간단한 방사선 소견이나 혈액학적 검사, 대변과 소변 검사, 혹은 방사선의 위험이 없는 복부 초음파 검사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제, 자주 배가 아프다는 우리 아이에서 앞서 언급한 증상들이 보인다면, 적절한 진찰과 검사를 통해 질병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또한 증상이 없더라도 그로 인해 아이나 가족이 불안하다면 전문가에 의한 진료를 통해, 질병의 가능성이 없음을 확인함으로써 보다 건강한 내 아이의 일상 생활을 유지하시기 바랍니다. 이대용 중앙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인천논단]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축제와 중소기업 발전

소통과 화합, 나눔과 배려를 목표로 하는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가 9월 19일부터 10월 4일까지 개최되고 있다. 이 대회의 성공을 위하여는 인천시, 조직위원회의 열정을 담은 노력과 더불어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비롯하여 소외계층, 다문화가족 및 외국인근로자 등 다양한 계층의 적극적인 참여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이 대회가 성공적으로 끝나길 바람과 동시에 인천 발전의 전기가 될 수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신바람나는 경제 환경을 기대해 본다. 이 즈음에서 인천 중소기업의 역할과 발전을 재조명해야 할 것이다. 인천을 지리적으로 살펴보면 육로는 물론 공항, 항만 등 교통의 최적지이지만, 상대적으로 수도권이라는 점이 투자 및 발전에 제약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시아 경기대회를 계기로 인천이 한걸음 더 성장하기 위하여 교통 요충지로서의 장점을 최대한으로 활용하고, 경제. 사회의 중심인 수도권의 장점을 살려 세계시장에 진출하여 스스로 성장하고,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Smart한 중소기업의 활약을 그려본다. 또한, 인천 경제 활성화의 기본 전제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어야 하고, 이들의 발전을 통한 지역 고유의 먹거리 확보에 따른 GRDP(지역내총생산)가 성장한다는 사실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근로자의 가처분 소득을 증가시켜 인천경제 활력 증진, 투자 활성화, 내수증진 등 최적의 선순환 경제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며 더큰 인천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하여 몇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우선, 우리나라와 세계 여러나라의 바다, 하늘을 이어주는 인천의 항만과 공항을 활용하여 수도권과 더 크게는 서해안 시대, 대한민국을 리드할 수 있는 인천 특유의 산업 콘텐츠를 개발하여야 한다. 아시아 경기대회의 경험과 향상된 인지도를 살려 내외국인이 활용할 수 있도록 지역내 제조와 서비스를 융합하는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중소기업을 발굴, 지원하여야 한다. 그 예로 첨단 의료관련 기업과 종합병원과 협력하여 인천에서 짧게 체류하면서 치료 받을 수 있는 의료 서비스 제공 및 지리적 특성을 활용하는 수출입과 인적교류를 위한 물류산업 관련 교육, 시스템 구축 등에 힘써야 한다. 다음으로,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발전을 위하여 인천을 대표할 수 있는 Leading Company의 출현을 위하여 우수기업의 유치와 함께 다양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육성정책은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국내외 우수 대학의 인프라를 바탕으로 기업가 정신을 갖춘 젊은 인재들의 창업을 활성화하고, 기업의 연구개발 및 글로벌화를 지원하여 혁신역량을 강화하고,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정책을 시행하여야 한다. 또한 남동공단, 수출공단 등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전통 제조업체가 작지만 강한 기업으로 전환하고, 그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산업단지의 구조고도화 사업을 지원하여 효율적인 산업단지의 출현을 앞당겨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시아 경기대회 개최에 따른 인지도 향상과 수도권의 장점을 활용하여 국내외 대중소기업 및 대학과 능력있는 인재를 유치하여야 한다. 인천에 활력을 줄 수 있는 외부 기업과 고급인력을 공급하는 대학의 유치는 그 자체가 구성원의 활력증진과 함께 인천의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특히, 기업의 지속적인 생존과 발전을 위하여 내적으로는 인성과 기술을 갖춘 창의적인 인재를 지속적으로 육성함과 동시에 외부에 산재되어 있는 능력있는 인재들이 유입되고, 이들이 인천을 떠나지 않고 상주할 수 있도록 건강한 생활문화 환경을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아시아를 넘어서는 세계속의 인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하여 지역경제의 뿌리가 되는 중소기업에 대한 재발견이 필요하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즐겁게 하는 것은 내수를 증진시키고, 중산층을 두텁게하고 복원하는 것이다. 앞으로 아시아경기대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인천은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는 생태계가 조성되어 Smart한 기업이 자생할 수 있는 환경과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는 대표적인 중소기업 도시가 되어야 할 것이다. 김종환 중소기업중앙회 인천본부장

[인천논단] ‘아이스 버킷 챌린지’ 즐거운 나눔의 시작?

얼음물을 뒤집어쓰거나 아니면 100달러를 기부하는 아이스 버킷 챌린지가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일명 루게릭병으로 더 잘 알려진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기부에도 동참할 수 있는 아이디어로 특히 사회지도층 인사와 연예인, 스포츠맨 등의 참여가 소셜네크워크(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폭발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2013년 미국 북동부에서 유행했던 찬물을 이용한 기부 캠페인 콜드 워터 챌린지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것과 비슷한 고통을 안고 사는 루게릭병 환자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기인했으며, 기부금은 루게릭병 환자들을 위해 사용된다. 이후 들불처럼 번진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리오넬 메시, 빌 게이츠, 마크 주커버그, 팀 쿡 등 세계적인 유명 인사들이 동참하면서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하였다. 우리는 가수 팀이 미국에 있는 친구의 지목을 받고 처음 시작되었다고 하며, 이후 유재석, 원빈 등의 연예인과 등이 참여하는 범국민적 행사로 확대되는 중이다.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시민들은 양동이에 얼음물이 아닌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의 잔해와 흙을 담아 머리에 쏟는 러블 버킷 챌린지(Rubble Bucket Challenge) 캠페인을 벌이며 돈이 아닌 전쟁을 막아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캠페인은 세계 각 지역의 상황에 맞는 방법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할까, 기부금 총액 1억 달러 돌파와 함께 이 캠페인을 주도했던 기관이 기부금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캠페인의 열기도 순식간에 식어 버리고 말았다. 자세한 내용은 더 확인해 봐야 되겠지만 모처럼 활발해진 재미있는 나눔의 열기도 함께 식어버린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 열풍은 우리에게 몇 가지 과제를 던져주었다. 무엇보다 캠페인을 통한 문제해결 가능성에 대한 찬반과 기부와 재미를 추구하는 캠페인의 방식, 참여자들의 태도 등에 대한 논란이 그것이다. 일부에서는 캠페인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루게릭병의 실상과 문제점, 해결방안 등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오직 재미만을 추구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하고 있다. 이런 열풍과 논란을 지켜보면서 10여년 전, 영국 모금기관의 논의가 새삼 떠오른다. 당시 우리의 모금기부 관련 태도는 무겁고, 우울하다 못해 처절하기까지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모금방송이 극단적인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들을 소개하고 이를 돕자는 것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회의에 참여했던 영국의 모금전문가는 기부자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하게 해줘야 한다고 밝혀 한국의 많은 참가자를 의아(?)하게 했다. 기부의 신성함 등을 운운하며 반대하는 우리에게 그는 기부자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라. 즐거운 것과 힘들고 괴로운 것 중 과연 어떤 것을 좋아하겠느냐?고 되물으면서 천박하지 않되, 즐거우면서 의미 있는 나눔의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 후, 10여년의 세월이 흘러, 이제는 우리 나눔문화도 변화하고 있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로 새롭게 주목받는 즐거우면서 의미 있는 나눔의 물결을 만드는 일은 그래서 더욱더 곱씹어 봐야 할 우리 모두의 과제인 것이다. 전흥윤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

[인천논단] 조화로운 다문화 합창을 기대해 본다

하모니(Harmony), 우리말로는 조화, 화합, 화음 등으로 번역되는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단어다. 다문화사회로 깊숙이 진입한 우리나라에 꼭 있어야 할 단어가 아닌가 싶다. 우리 인천에는 하모니 센터가 있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2012년 9월 인천시 남동구에 개관을 한 다문화 관련 대형 프로젝트 사업이다. 전철역이 가깝고 주변에 남동공단이 있어서 접근성이 좋은 곳이다. 필자는 2년 동안 한 번도 그곳에 가보질 않았었다. 다만 기존의 많은 정부예산을 통해 세워진 다문화시설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그런 센터를 세우는 데는 그만한 특화된 비장의 준비가 있을 거라 생각하였고 특히 간판을 하모니센터라 하여 긍정적으로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 7월 시간을 내어서 하모니센터를 방문하였다. 불과 10여분의 설명을 듣는 동안 하모니센터에서 하는 일이 무엇인지 파악이 되었다. 그리곤 내 마음은 마치 안개가 피어오르듯 아쉬움으로 가득 채워지고 있었다. 어두운 얼굴로 계속 있을 수 없어서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담장에는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있다. 거기엔 이용대상을 안내하는 문구가 이렇게 친절하게 적혀 있었다. 다문화 가족 및 내국인 주민 하모니 센터가 말하는 다문화가족은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 인근의 남동공단으로부터의 접근성이 가장 좋은 곳이며, 관내의 모든 다문화인들이 쉬는 일요일에는 왜 문을 닫는 것일까? 수억의 예산을 쓰는 곳에서 왜 기존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나 민간단체에서 하는 프로그램을 그대로 카피해서 하는 것일까? 적어도 하모니 센터라면 민간단체들과의 조화를 이끌어 내고 그들과의 강력한 네트워크를 통해 지역 다문화사회에 대한 연구와 고민을 하는 정부와 민간단체의 완충지로서의 역할, 변화무쌍한 다문화 사회의 흐름에 따라 그에 합당한 인력을 양성하고 기존의 인력들을 재교육하여 현장을 선도해 나갈 수 있도록 역할을 하는 것이 그 이름에 걸 맞는 것이 아닐까? 다문화는 역행할 수 없는 우리시대의 물결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좀 더 지혜로우면서 능동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흔히 다문화 사회라고 말할 때는 적어도 이주자는 물론이거니와 선주민 곧 내국인도 그 다문화에 포함하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다문화 및 내국인 이런 식의 표현은 해결할 수 없는 부조화 또는 불협화음으로 달려가게 하는 것이다. 또한 현재 70만 명이 넘는 국내 거주 이주노동자들은 누구인가? 우리가 그들을 다문화가 아닌 제3의 그룹으로 만든 장본인이면서도 불협화음 또는 부조화의 원인을 모르고 있다. 아니 어쩌면 모른 척하는 것일지도...그것은 아마 정치를 하시는 분들이나 프로그램에 사활을 거는 분들에게 있어서 불편한 진실이니까. 아시안게임은 아시아인들이 스포츠를 통해서 언어, 문화, 관습, 이념, 종교, 색깔의 차이를 극복하는 40억 아시아인들이 하모니를 이룬 축제다. 아시아인이라면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기 때문에 누가 봐도 아름다운 것이다. 하모니의 매력이 바로 그런 것이다. 한국인, 다문화인(결혼이주자), 이주노동자, 새터민, 유학생들은 다문화 사회통합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도모하는 대한민국사회의 다문화인들이다. 정부나 민간단체 역시도 서로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성실하게 서로를 도우면서 조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김철수 목사사랑마을이주민센터

[인천논단] 배 아파하는 우리 아이 변비, 지켜만 볼 것인가?

소아소화기 전공으로 진료를 하다 보니, 부모님들이 배 아픔을 호소하는 아이들과 함께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며 찾아온다. 우리 아이는 대변을 잘 못 봐요. 얘는 엑스레이 찍으면 항상 변이 많다고 했어요. 물론 모든 소아 연령에서의 만성복통이 변비 때문인 것만은 아니다. 처음에는 단순 변비인 줄 알았으나 다른 질환으로 진단된 경우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다른 기질적 원인이 없는 소아 만성 복통의 원인 중에서는 변비가 가장 흔한 것 또한 사실이다. 만성 변비로 내원하는 아이들의 연령 또한 신생아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하다. 특히 만 4세 전후의 아이들이 단순 변비로 내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변 가리기 훈련 이후 시작된 변비가 1~2년 동안 여러가지 이유로 점차 악화돼 방문한다. 또한 새 학교 입학이나 새 학기가 시작된 후, 학교에서는 배변을 참다가 소량의 불충분한 배변만 보는 행동이 반복돼 결국에는 만성 변비로 진행하면서, 소화불량과 더부룩함, 복통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의 변비는 그냥 지켜봐도 괜찮은 걸까? 모든 아이들의 변비가 꼭 기질적인 원인 없이, 습관적으로 발생하는 것만은 아니다. 특히 신생아 연령에서의 변비는 장 폐쇄나 거대결장증, 갑상선 기능 이상 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꼭 전문의에 의한 진료와 감별이 필요하다. 또한 합병증이 동반된 만성변비에서는 이로 인한 식욕부진이나 스트레스 등이 아이의 성장과 발달, 학교생활과 학업 성취도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진단과 치료를 해주어야만 한다. 아이들의 만성 변비에서는 비슷하게 반복되는 패턴을 확인할 수 있다. 배변은 보통 일주일에 2~3회 미만으로 하면서, 흔히들 염소똥, 토끼똥이라고 표현하는 소량의 단단한 양상을 보인다. 좀 더 잦은 배변 간격을 보이는 아이들도 있으며 간혹 변기가 막힐 정도의 다량의 배변을 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의 변비 치료를 위해 어떻게 해주어야 할까? 충분한 수분 섭취나 유산균, 섬유질 식사 등이 장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변비 예방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여러 연구결과와 문헌들을 살펴볼 때, 만성변비의 초기 치료에 있어서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의 도움에 의한 규칙적인 배변 습관의 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식습관에 대한 교정도 필요하다. 과도한 유제품을 선호하는 유아기의 아이들이 간혹 있는데, 빈혈이나 변비에 있어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균형잡힌 식사가 필요하다. 필요한 경우에는 장기간의 규칙적인 약물 치료를 통해, 원활한 배변을 돕고 배변에 대한 공포감을 호전시켜, 효과적인 배변을 지속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 우리 아이의 변비는 단순히 똥을 못싸는 행위가 아닌, 질병의 초기 증상일 수 있고, 단체생활에 있어 심각한 스트레스나 복통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단순히 그냥 지켜봐야 할 문제가 아니라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질병임을 인식해야 한다. 의사와 아이, 부모가 함께 하는 노력한다면,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 이대용 중앙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김상돈 만평] 녹음테잎…

[인천논단] 서세동점(西勢東占)과 인천 아시안게임

2007년 4월, 쿠웨이트에서 제17회 아시안게임의 개최지로 인천이 선정되자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당시 인천은 송도 개발 열기로 한창 주가가 오르던 시절이었다. 말끝마다 국제도시, 동북아 허브 도시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녔다. 그러나 한켠에서는 회의론도 없지 않았다. 서울, 부산에서도 이미 개최했던 대회를 뭘 굳이 끌어오나, 겉치레 행사에 돈만 쏟아 붓는 거 아니냐 등이었다. 이에 대해 인천 시정부와 유치위원회 측은 아시아 시대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을 치를 때 쯤이면 명실상부한 아시아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세계 속 아시아의 위상이 지금(2007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별 주목을 받지 못하는 아시안게임도 그때 가면 올림픽에 버금가는 국제 스포츠 잔치가 될 것이다 등의 논리였다. 과연 아시아는 많이 달라졌다. 아시아가 구미 열강들의 식민지배를 벗어난 지 70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이제는 국제사회 전반에서 아시아 파워가 기세를 높이고 있다. 인천아시안게임을 목전에 두고 잠시 과거 아시아가 겪은 질곡의 시대를 상기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어 보인다. 1521년 3월 마젤란이 필리핀의 사마르 섬에 상륙했다. 인류 사상 처음으로 지구를 일주하는 항해였다. 그러나 그는 원주민과의 전투에서 목숨을 잃는다. 이후 그의 조국 스페인은 수차례에 걸쳐 원정대를 필리핀으로 보낸다. 1571년 마침내 이 섬나라를 정복했다. 당시 스페인 국왕이던 펠리페2세의 이름을 따 필리핀으로 명명한다. 서세동점(西勢東占)-. 15세기에 시작된 대항해 시대와 지리상의 발견이 초래한 거대한 파도였다. 아시아는 속수무책이었다. 아시아라는 이름도 고대 그리스인들이 그들 나라의 동쪽에 있는 나라들을 가리키던 말이다. 포르투갈, 네델란드, 프랑스, 영국 등 저마다 동인도회사를 설립했다. 당시 유럽인들에게 동인도는 아시아를 의미했다. 필리핀에 이어 아시아 각지로 서구인들의 배가 들이닥쳤다. 인도와 인도네시아에는 이미 16세기에 영국과 네델란드가 들어왔다. 베트남은 프랑스 동인도회사에, 미얀마와 싱가포르 등은 영국에 접수됐다. 오스만 투르크 제국이 종이 호랑이로 확인되면서 중동아시아도 서구인들의 차지가 됐다. 서세동점의 거대한 파도는 마침내 동아시아로까지 밀려들었다. 아편전쟁(1840년)은 수천년을 이어 온 아시아 시대에 종언을 고했다. 서구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러일전쟁의 포문이 열린 1904년 2월 9일, 인천항의 모습은 그 시대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일본 해군이 바랴크 등 러시아 전함들에 선제 공격을 한 날이다. 당시 인천항에는 러시아 전함 외에도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의 전함들이 검은 포신을 번뜩이며 닻을 내리고 있었다. 서구인들의 위세 앞에 아시아인들은 수세기 동안 숨을 죽이고 살아야 했다. 1951년 뉴델리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안게임은 질곡의 시대를 벗어난 아시아인들이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는 의식이었다. 수세기 동안 자기 결정권을 빼앗겼던 아시아인들이 이제 우리도하는 자각이 아시안게임을 태동시켰다. 그러나 한국은 첫 아시안게임에는 참가할 수도 없었다. 일제 식민지배에서는 벗어났지만 한국전쟁이라는 시련이 다시 덮친 때문이었다. 이렇듯 사연이 적지않은 아시안게임이 인천에서 열리는 것은 의미롭다. 150여 년 전 서구 열강들의 전함들이 앞 다투어 몰려왔던 그 항구도시다. 이제는 세계인들이 아시아, 그 중에서도 한국을 크게 주목하는 시대가 됐다. 한류(韓流)는 문화와 경제를 넘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인천아시안게임이 질곡의 시대를 거쳐 온 아시아인들에게 큰 위로와 새로운 꿈의 잔치가 되기를 기대한다. 정기환前 중앙일보 경인총국장

[인천논단] 관심과 관계가 사람을 살립니다

올해로 56세인 K씨는 대기업 임원으로 성실하게 일하며 생활을 해오던 중 지난 2010년 뇌출혈로 쓰러졌지만, 죽음의 고비를 구사일생으로 넘겼다. 그러나 K씨는 오른쪽 팔과 다리에 감각을 잃었고, 어눌한 언어와 인지 상태로 사회활동을 더는 할 수 없게 돼 집안에서 가족과 간병사의 도움으로 벌서 4번째 여름을 보내고 있다. K씨는 몸 상태가 나빠지는 것을 막고, 잔존 능력을 최대화 할 수 있도록 운동치료는 물론 언어치료와 인지치료 등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건강보험법에 따라 K씨가 받을 수 있는 치료는 일주일에 한 번뿐인 운동치료가 전부다. 언어치료, 인지치료, 수중치료 같은 병행이 필요한 치료법은 모두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K씨가 모든 치료비를 부담해야 한다. 또한, 장애인이 된 K씨에게는 모든 것이 장애 요소다. 아파트 주변에 휠체어를 타고 나오면, 자신은 물론 휠체어를 밀어주는 가족 또한 초죽음이 된다. 정돈되지 않은 보도블럭, 불쑥 튀어나오는 계단들 때문이다. 고궁 등 문화재의 입장료가 무료이면 무엇하나? 돌길, 흙길, 높은 문턱 때문에 K씨는 돌아설 수밖에 없다. 외식이라도 하려면 음식점 문 앞에 계단이 있는지, 화장실은 어떤 구조인지, 식탁은 좌식만 있는지 등도 미리 답사를 해야 한다. 이 같은 불편을 해소하고자 지역사회 내에 주간보호센터나 복지관이 있다. 그러나 장애인 복지관은 지적장애 아동 중심의 치료 프로그램이 많을 뿐, 성인 중심의 프로그램은 많지 않다. 또 연령이나 학력, 사회적 배경이 고려되지 않는 단발성 프로그램들이 많아 선뜻 참여하기가 쉽지도 않다. 주간보호센터는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한계가 있다. K씨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장애를 가진 몸으로 제2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보호되거나 감금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회는 장애인답게 불편을 감수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그나마 제공되는 프로그램이나 서비스라도 감지덕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장애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고, 현실적인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또 이 같은 서비스가 제공됨에 있어 비장애인들이 그들의 불편과 희망을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태도가 절실하다. 특히 장애와 빈곤을 동일시해 일방적으로 도와줘야 할 대상이라는 발상에서 벗어나 다른 생활 패턴을 가진 소비자 또는 사회 구성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복지관이나 주간보호센터의 획일적인 프로그램이 아니라, 문화센터처럼 다양성이 존중된 프로그램을 개발해 장애인들이 수강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을 넓혀야 한다. 또 접근성이 용이하도록 보다 편리한 생활 반경 안에 위치해야 한다. K씨는 사고 전 사진 찍는 취미생활을 즐겨왔으며, 동호회 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는 오른 손을 사용하지 못해 왼손으로 카메라를 사용하고 싶은 방법을 알고 싶어한다. K씨는 이 같은 정보를 정보를 알려주고, 함께 할 수 있는 이와의 만남을 원한다. K씨와 비슷한 나이 또래의 장애인들이 장애 이전의 상태를 그리워하며, 절망하고 고립돼 삶을 포기하기 보다는 또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다름을 이해 받는 사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조현순 경인여대 교수

[인천 논단] 남북공동응원단 통해 평화의 바다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개막이 38일 남았다. 45개국 1만3천여명이 참여한다. 그러나 인천아시안게임은 개최국 내에서 개막하기 전 가장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대회에 속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까지 나서 국고지원 불가입장을 내세우면서 아시안게임 유치를 말렸으나, 안상수 당시 인천시장은 국고지원을 받지 않고 인천시 예산만으로 개최하겠다고 까지 나선 것이다. 이때의 결정으로 인천 아시안게임에 대한 국고지원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 비해 훨씬 적은 금액만 지원받게 됐고, 부채비율이 높은 인천시 부채비율을 한계선까지 높였다. 결국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송영길 인천시장은 아시안게임 반납 또는 주경기장의 신설을 포기하고 문학경기장을 리모델링해서 사용함으로써 무리한 예산지출을 줄이려 했으나 여러 정치적인 이유로 포기하고 원래대로 서구에 주경기장을 신축하게 됐다. 이제 9월 19일이면 인천시 서구 아시안게임 주경기장에서 개막식이 열린다. 그러나 개막 38일을 남겨 둔 지금도 인천아시안게임에 대한 홍보효과라든지 시민들의 관심도는 대단히 미약하다. 아마도 한국에서 열렸던 올림픽이나 월드컵대회, 과거 2차례나 개최됐던 아시안게임 등 국제적인 이벤트들로 인해 2014년에 개최되는 인천아시안게임에 대한 희소성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흔히 북한 응원단을 미녀응원단이라 부른다. 아마도 지난 부산아시안게임과 대구유니버시아드 대회, 인천아시아육상경기대회 등에 나타난 여성응원단의 미모에서 기인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미녀응원단의 등장으로 발생하는 홍보효과의 극대화가 아니라, 서로 대포와 로켓을 주고받고 있는 현재의 남북관계를 완화시켜 나갈 수 있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두 정치주체의 대립이 격화됐을 때 대화의 장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것 중 가장 좋은 것으로 스포츠를 들 수 있다. 과거 냉전시절 미중 간 대화의 물꼬를 트면서 국교수립까지 이어졌던 것은 핑퐁외교라고 불리우는 탁구팀의 교류에서 출발했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남북관계는 여전히 꼬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지난 7월 1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실무회담의 결렬이었다. 이날 열린 실무회담에서 북한 실무대표단이 우리 측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퇴장하고, 통일부는 재개될 실무회담에 대해 우리 측이 먼저 제안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발표함으로써 아시안게임의 앞날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다행히도 오는 20일부터 22일까지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 조 추첨 행사에 북한체육회 대표단이 참여한다는 뉴스가 한줄기 서광을 비추게 한다. 이제 정부는 인천아시안게임의 성공을 위해 북한에 대해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 더 이상 갈등과 대립보다는 화해와 교류 협력의 시대로 나가는 물꼬를 터주어야 한다. 남북공동응원단 추진조직은 작년부터 인천시의 요청으로 민간단체가 중심이 돼 인천시와 협의하며 진행돼 왔다. 그러나 인천시가 정부부처의 요구에 의해 갑자기 예산지원까지 중단시킨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따라서 남북공동응원단의 구성에 관해서 인천시는 확정돼 있는 예산지원을 통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 특히 부정적인 정부부처를 설득해서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공동응원단 추진주체와 협의해 모두가 참여하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리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인천아시안게임이 화해와 교류의 물결을 타고 평화의 바다로 나가도록 해야 한다. 인천아시안게임이 단순히 인천에서 열리는 국제대회를 넘어서 남과 북의 대화와 화해, 교류의 새로운 출발점이 돼야 한다. 인천은 남과 북의 화해와 교류, 평화가 이루어질 때 인천 앞바다는 분쟁의 바다가 아니라 평화의 바다가 될 것이며, 이로 인해 인천의 미래가 밝아지기 때문이다. 곽경전 부평미군부대 시민참여위원회 부위원장

[인천논단] 아동 방과후 보호의 과제

인천지역에는 140여 개의 지역아동센터가 있으며, 전국적으로는 4천여 개에 달한다. 저소득 가정 아동이 사는 지역사회의 최일선에서 아동을 위한 방과 후 보호를 위해 공부방으로 시작된 민간차원의 사업이 지역아동센터라는 이름으로 점차 정부의 운영지원금과 지역자원을 동원해 20~30명의 아동에게 정서건강학습안전영역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또 아동이 사는 가정을 위한 부모교육 및 복지서비스 연계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아동센터에 정부의 예산이 지원되고 있다 하더라도, 사실 센터당 월 300만 원 남짓한 예산이 지원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매우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지원 예산 중 60%가량(180만 원)을 인건비 등 운영비로 사용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사정은 더욱 힘들다. 그래서 지역아동센터장은 급여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고, 생활복지사도 겨우 1명을 채용해 100만~120만 원의 급여를 주고 있다. 이 같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이들 센터는 운영 매뉴얼 상 20~30명의 직원을 둔 복지관과 큰 차이 없는 사업영역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구비 서류 목록은 부족한 인력으로 채울 수 없을 만큼 많다. 투명한 회계를 위한 현금출납부총계정원장후원금대장지출결의서월말결산서연말결산서안전점검일지 등은 물론이다. 특히 올해부터 모든 아동에 대한 사례관리 사업이 시행되면서 센터에서 제공되지 않는 서비스가 필요한 대상과 가족을 가려내 지역사회네트워크를 통한 지원연계를 해야 하고, 이에 개인신상정보가족환경정보건강검진기록상담일지프로그램 계획서 프로그램 운영일지프로그램 평가보고서연고자 상담 기록지아동 위험도 사정지심화 집중사정지개별 발달 지원 계획표타기관의뢰서사례관리 과정일지 등 새로운 구비 서류가 추가됐다. 더욱이 보건복지부는 올해 초 사회복지 종합 시스템 안에 모든 기록을 등록하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역아동센터 직원들은 그야말로 살인적인 서류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부모님과 같은 사랑스러운 손길이 그리운 아이들을 한 번이라도 더 보듬어야 하는 센터장들은 사례관리를 통한 지역연계를 하느라 회의를 찾아다니기 바쁘고, 생활복지사는 아이들에 대한 모든 정보를 컴퓨터에 입력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 모두 보건복지부의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다. 아이들을 보살필 여력이 없어진 센터는 자신도 지칠 대로 지쳐버린 상태다. 프로그램 품질이 전산 시스템 입력으로 담보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누구를 위한 정보관리 시스템인가? 효율적이고 현실적인 문서 관리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 또 지역아동센터의 쾌적한 환경 조성과 고급 인력 배치를 위한 인건비 지원이 전제되면 프로그램 품질은 보너스로 찾아오는 게 아닐까 싶다. 지역아동센터 이외에도 방과 후 보호 인프라는 너무 많다. 여가부교육부복지부에 관련사업 담당자들이 함께 모여 흩어져 있는 사업비를 모으고, 전달체계를 일원화하기 위한 묘안을 논의해보길 바란다. 영혼이 건강하고,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좌절되지 않는 지역아동센터가 돼 집보다 편안하고 행복한 아이들의 공간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조현순 경인여대 사회복지과 교수

[인천논단] 치료의 선풍기야 돌아라

요란한 기계소리와 함께 숨 막히는 더위를 날려 보내려는 듯 힘차게 팬을 돌리는 대형 선풍기의 굉음은 자그마한 공장을 가득 메워 어지간한 사람 목소리는 잘 들리지도 않는다. 한낮의 온도가 32도를 넘는 주일 오후, 김포의 H공장에서 사출 일을 하는 필리핀 출신 이주노동자들의 건강체크를 위해 필자와 의료팀이 찾아가는 건강검진 방문을 했다. 사랑마을이주민센터에서는 4년 전부터 격월 로 30여명의 의료팀이 찾아와 의료종합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건강검진을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이주노동자들의 명단을 만들고, 연중 가장 취약한 때에 현장을 방문하여 도움을 주기로 한 것이다. 열악한 이주노동자 근로환경 7월 중순의 바깥 온도에 대해서는 누구나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인다. 하지만 에어컨도 없는 공장 내부, 기계가 내 뿜는 열기에다 비좁은 공간 그리고 기름과 플라스틱을 가열하여 녹인 냄새까지 곁들여져 있는 그곳을 과연 의료팀원들 중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다행인 것은, 우여곡절 끝에 건강검진을 잘 마쳤고 아픈 사람 없이 모두들 건강하다는 것이다. 의료팀원 중 한 사람이 말했다. 너무나 열악한 환경인데도 아프지 않은 이유는, 아마도 아플 여유가 없는 것과 자신의 희생은 곧 가슴이 시리도록 보고 싶은 가족들에게 희망이라는 사실이 아닐까요? 그러나 대다수의 의료팀원이 공감하는 것은 저런 상태로 건강을 돌보지 않고 일만 하다가 언젠가 실직을 하든가 아니면 고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덜컥 겁이 났다. 그리고 돌아오는 동안 내내 필자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 것이 있었다. 공장 내부의 더위를 식혀 보겠다고 돌리긴 하지만 더운 바람만 일으키는 대형 선풍기였다. 필자를 비롯한 의료팀원들의 생각에는 그 선풍기는 한마디로 무용지물 그 자체였다. 의지할만한 것이 아닌 것에 의지하며 기대는 것 같은 생각에 마음이 안쓰러워 편하질 않았다. 죽도록 일만 하는 이주노동자들. 혹자는 말한다. 일하고 돈 벌기 위해서 왔으면 당연한 것 아니냐?라고. 필자는 반문한다. 그렇다고 사람은 기계가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기계라도 일정시간 일을 하면 닦아주고 조여주고 기름칠도 해주는데, 또 그렇게 해야만 기계의 수명도 연장이 되는 것이다. 자가용 소지자들 중에, 10년이 넘은 차를 새 차 때의 컨디션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타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은 주기적으로 차량을 점검하면서 문제가 생기면 그 때 그 때 수리를 하는 분들이다. 그 덕에 남들 두 번 차 바꿀 때까지 여전히 아무 문제없이 깨끗하게 차를 타는 것이다. 하물며 이주노동자들은 사람이 아니던가! 아무리 일을 하기 위해서 온 분들이지만 때로는 위로의 말이, 때로는 쉼이, 때로는 치료가 필요한 우리와 전혀 다르지 않은 사람이다. 이러한 위로와 쉼 그리고 치료가 적절하게 이루어진다면, 이는 곧 바로 노동력 향상과 품질상승이라는 열매로 나타날 것이다. 그렇지만 대다수의 이주노동현장에서는 이런 여유있는 모습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우리가 제대로 된 위로와 쉼 그리고 치료의 대형 선풍기를 한 번 돌려주자고 급하게 센터 식구들과 그날 저녁에 의논을 하였다.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국민휴가철에 그분들과 함께 산이나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기로 말이다. 위로와 쉼, 적절한 힐링 필요 호사스러운 휴가는 아니지만, 단 이틀이라도 자연에서 맘 편하게 느끼는 선풍기 바람은 온 몸을 흠뻑 적신 땀만 식히는 것이 아니라 고된 이주노동에 지친 마음과 가슴시리도록 보고 싶은 가족을 향한 그리움까지도 달래 줄 것이다. 바람아 불어라. 이주노동자들의 가슴을 향해서 부드러우면서도 강하게, 시원하면서도 따스하게! 김철수 목사사랑마을이주민센터 대표

[인천논단] 인천AG와 남북체육교류

오는 9월 19일부터 10월 4일까지 열리는 2014인천아시아경기대회에 흥행 청신호가 켜졌다. 45개 회원국 모두가 참가하는 이른바 퍼펙트 대회도 더 이상 바람이 아닌 현실이 됐다. 북한이 지난 5월 23일 인천AG 참가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이달 7일에는 응원단을 파견하겠다고 전격 발표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6월12일에는 인천AG에 참가할 14개 종목, 150명 규모의 인원엔트리를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들 소식은 그동안 북한의 대회참가와 함께 백두산 성화채화, 일부종목 단일팀 구성, 남북 동시입장 및 공동응원 등을 성사시키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왔던 인천시 입장에선 낭보 중 낭보가 아닐 수 없다. 양측 관계회복 돌파구 기대 사실 인천시는 남북관계가 상당기간 어려운 국면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도 북한의 AG 참가를 유도하기 위해 눈물겹도록 고군분투해왔다. 이는 인천시가 여러 가지 우여곡절과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인천 평화컵 국제유소년(U-15) 축구대회, 성인남자축구팀(인천유나이티드-425축구단) 친선경기 등 남북체육교류를 끈질기게 추진해온 데서 잘 드러난다. 다행스럽게도 북한의 인천AG 참가 결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남북관계 회복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특히 300만 인천시민의 기대는 남다른 것 같다. 한반도의 화약고가 돼 버린 서해5도가 위치해 있고 전체인구의 15~20%가 이북5도민 출신인 인천시의 지정학적인구학적 특성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체육교류분야는 그동안 남북 간 긴장완화와 관계개선에 큰 도움이 돼 왔다. 일찍이 경평축구대회가 있었다. 1929년 전경성군 대 전평양군 축구대항전이란 이름으로 시작된 이 대회는 대단한 인기가 있었다. 1990년에는 경평축구가 남북통일축구대회로 이름을 바꿔 서울과 평양에서 번갈아 열렸다. 이를 시작으로 남북체육교류는 1991년 제41회 지바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제6회 세계청소년축구대회 남북 단일팀 구성, 1999년 남북노동자축구대회, 1999년 남북통일농구대회, 2002년 남북태권도 시범단 교환경기, 2003년 민족통일평화체육축전, 2005년 남북통일 815축구경기, 2007년 남북유소년축구팀 상호교환경기, 2008년 남북태권도교류행사로 이어졌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시작해 전 세계인에게 뜨거운 감동을 줬던 남북공동입장은 이후 2004년 아테네올림픽,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 2006년 도하AG, 2007년 창춘동계AG까지 이어졌다. 2002년 부산AG과 2003년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 2005년 제16회 인천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는 북한응원단이 참가해 연일 화제를 몰고 다니기도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009년 이후 남북체육교류는 사실상 단절돼 왔다. 스포츠는 국경, 종교, 이념, 정치를 초월한다고 했다. 이제 앞으로 체육교류만큼은 정치군사적 상황과는 별개로 그 어떤 조건에서도 지속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란다. 특히 북한의 인천AG 참가를 계기로 남북스포츠교류가 정례화 되기를 희망한다. 이와 함께 조속한 시일 내에 남북체육교류의 내용과 형식을 다각화하고 활성화하기 위한 논의의 장이 활짝 열리기를 학수고대한다. 정치적 상황 초월한 축제의 장으로 한편 우리 인천시가 남북체육교류의 중심이자 남북화해의 전진기지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이를 위해 먼저 인천시가 그동안 각별한 관심을 보여 온 남북 간 축구교류의 성과를 계승해서 한동안 중단돼온 경평축구를 인천-평양축구(인평축구)로 부활시킬 것을 제안한다. 또 인천시체육회가 운영하고 있는 인천시청 및 체육회 운동경기부 선수(팀)과 북한선수(팀) 간 합동전지훈련과 정기교류전을 실시하는 것도 적극 검토할 만하다. 벌써부터 필자의 귓가에는 인천하늘에 울려 퍼질 남북응원단의 벅찬 함성소리가 들려온다. 남북이 어깨동무로 하나 되어 부르는 아리랑 노래에 목이 절로 메어온다. 김도현 인천시체육회 사무처장

[인천논단] 부영공원 문화재 발굴조사와 환경오염

부영공원은 캠프마켓 옆의 옛 군부대 자리의 공원이다. 정확히는 정식 공원이 아니라 빈 군부대 터를 산책과 운동경기장으로 사용하는 공원이다. 최근 몇 년 간 이 공원이 언론에 자주 등장했는데, 이유는 옆의 캠프마켓의 반환이 이루어지면서 나타날 환경오염의 수준과 정화처리 절차 등의 선행사례에 속하기 때문이다. 이런 부영공원이 요즘은 새로운 법적 문제로 언론에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30,000㎡ 이상의 터를 새롭게 조성하거나 형질변경 할 경우 문화재 지표 조사를 하도록 법에 규정되어 있는데 부영공원이 그런 예에 속하기 때문이다. 즉 법규에 의해 환경오염 정화처리 전에 사전절차로 문화재 지표 조사를 하고 난 다음 문화재 매장 여부를 파악하고, 지하에 문화재가 매장되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발굴조사 작업을 해야 한다. 작업과정서 주민 피해 발생 우려 부영공원은 이 규정에 속하기 때문에 공원 전체를 폐쇄한 상태에서 문화재 발굴조사 작업에 들어간다. 부영공원은 일제강점기 시절 군수물자를 생산하는 조병창 터였다. 과거부터 이 터의 지하에 인천항까지 지하갱도가 연결되어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최근 필자는 지하갱도가 항구까지 연결되어 있을지는 몰라도 부영공원 터 안에 지하갱도의 입구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당연히 이 시설은 일제강점기 시절의 터와 시설 등은 보존할 가치가 있는 근대문화유산에 속한다. 우리 민족에게 씻을 수 없는 비극과 자존심에 상처를 준 역사의 유물이지만 후세에게 필요한 역사와 교훈을 위한 교육 자료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파기하기 보다는 보존해야 한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은 부영공원에 대한 문화재 발굴조사 작업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주민들은 하루빨리 환경오염 정화가 이루어져 깨끗하고 안전한 시민들의 쉼터로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지만, 문화재 발굴조사 작업 과정에서 2차 오염 또는 주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까 우려하는 것이다. 또한 시간이 늦어질 수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주민들은 우려하고 있다. 문화재 발굴조사 작업은 바둑판 모양을 기준으로 시굴 즉 발굴을 하게 된다. 특히 부영공원 터는 풍화작용에 의한 자연적인 토양 위에 조병창 터로 사용하기 위해 복토를 했기 때문에 자연적인 풍화작용에 의한 토양이 나올 때 까지 상당한 깊이로 토양을 파내야 한다. 즉 자연적인 토양위에 복토를 하고 조병창을 건설하고 사용하였기 때문에 지하에 매장되어 있는 유물 존재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자연적인 토양이 나올 때까지 파고 들어가야 한다. 예를 들어 깊은 곳은 6m 이상을 파고 들어갈 수도 있다. 이 부분은 7월 2일 산곡3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열린 주민설명회에서 발굴조사단의 보고에서도 나타났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오염된 토양이 대거 파 올려 져 지상에 쌓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 토양에 대한 철저한 통제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심각한 2차 오염과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게 된다. 특히 발굴조사원들이 일차적인 피해를 입을 수가 있다는 것이다. 오염 물질 중에는 피부에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피해 입을 수 있는 독성물질들도 매립되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오염된 토양이 바람에 날려 주변 아파트 주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살수 즉 물을 뿌려 바람에 날리지 않게 하겠다고 하지만 뿌려진 물로 인해 오염물질이 2차 오염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에 적절한 대안은 아니다. 철저한 관리로 토양 유출 막아야 문화재 매장 발굴 작업은 필요하다. 그러나 발굴 과정에서 파 올려 진 오염토양을 반출처리하거나 빈터에 보관시설을 마련하여 발굴 작업이 끝날 때까지 보관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이도 여의치 않으면 방수천막으로 완전히 덮어 비와 바람으로부터 토양이 유출되지 않게 하면서 만의 하나라도 통제된 구역 안에 들어 온 주민이 오염물질과 접촉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렇게 관리하지 않으면 조사원들과 지역 주민들의 건강안전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법과 규정에만 얽매이지 말고 열린 사고를 해야 한다. 그럴 때 행정기관이 주민을 위한 사업을 한다고 말할 수 있다. 곽경전 부평미군부대 시민참여위원회 부위원장

[인천논단] 규제개혁과 수도권정비계획법

정부는 수도권인 서울, 경기, 인천 등 3개 시도에만 적용되는 수도권정비계획법에 근거해 과밀억제권역, 성장관리권역, 자연보전권역의 3개 권역으로 나눠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그 예로 수도권지역에 대기업 신증설 금지, 대학 신증설 금지, 공업용지 조성 등 대규모 개발사업 제한, 공장총량 등 공업입지를 규제하고 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은 1982년 국토의 균형발전과 수도권개발의 규제를 명시하고자 만들어진 것으로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된 인구와 산업을 적정하게 배치하도록 유도해 수도권을 질서있게 정비하고 지방과 수도권이 균형있게 발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국민분열ㆍ사회적 통합 저해 우려 민주화 이후 역대 정권은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고 그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수도권 개발제한과 기업의 지방이전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이라는 기본 틀은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지난 30여 년간 지역균형발전의 논리에 치우쳐 수도권을 규제해야 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한다는 폐쇄획일적이고 경직된 수도권 규제를 유지함으로써 수도권기업으로의 투자와 외자유치를 저해해 기업경쟁력과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수도권은 우리나라 전체면적이 국토의 12%에 불과하지만 전체인구의 50% 이상이 살고 있으며, 수도권 과밀과 지방간 격차 문제는 국가경쟁력 약화라는 경제적 비효율성과 국민 분열이 발생 할 수도 있어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을 포함한 수도권 규제개혁은 수도권은 물론 지방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편 국가균형발전정책은 정치적 측면도 많이 있으므로 경제적 효율성 뿐만 아니라 역사적 경험과 정서적인 측면을 고려하여 인내심을 가지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는 비수도권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수도권경제를 규제희생시키는 반사이익의 측면이 아닌 지역의 산업기반 조성 등 자립경제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수도권 규제를 시행했던 영국일본프랑스 등 선진국들의 경우는 수도권 성장억제 정책의 실효성 부족과 수도권의 글로벌 거점 역량 강화를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전환해 자율적 계획관리 체제로 전환한 바 있다. 즉, 일본은 8개 광역지방계획권역을 설정하여 전국계획과 광역지방계획의 이층 구조로 전환했고, 도쿄지역은 2002년 공장 및 대학의 입지규제를 폐지했다. 프랑스는 6개의 광역경제권으로 구분하여 권역별 개발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이는 수도권 규제정책의 논리적 근거인 수도권의 인구산업의 집중억제와 지방의 성장과 낙후성 탈피를 위한 정책의 효과가 불분명하고 국가경쟁력을 약화하는 부작용을 초래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선진국들의 수도권 공장의 입지규제 철폐 정책은 수도권규제 위주의 국가균형발전 정책보다는 국가차원의 대도시권(광역경제권)의 균형발전을 위한 성장관리계획 수립의 필요성을 말해준다 하겠다. 균형발전 위한 성장관리계획 절실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을 포함하는 수도권 규제 개혁은 수도권과 지방의 상생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수도권과 지방의 경쟁력강화와 국가발전, 대외적 연계와 협력 그리고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풀어야 한다. 지역이기주의와 정파주의를 내려놓고 어떤 정책이 수도권과 지방 주민에게 도움이 되고 나라와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은지를 판단해야 한다. 수도권 규제의 법적 기반인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 및 수도권 성장억제정책에서 수도권 성장정책으로의 정책전환을 전략적 목표로 설정하고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 사례별로 실용적인 관점에서 법적제도적 보완을 병행해 규제개혁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김재식 인천상공회의소 부장

[인천논단] 대한민국, 또 다른 우리가 사는 사회

이주노동이라는 말이 필자에게는 어릴 적부터 생소하지 않은 단어였다. 소위 떠나는 이주노동, 곧 사우디아라비아나 독일(서독)에서 우리의 아버지 삼촌 또는 이모나 고모들이 가족의 생계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떠났다. 그러나 지금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그리고 남미, 더 나아가 동 유럽에서도 내 나라 대한민국으로 이주노동을 위해 러시를 이루고 있다. 그렇게 모인 사람들이 결혼이주여성을 포함하여 150여만 명을 헤아린다. 이역만리 물설고 낯 설은 땅으로 정든 가족들을 뒤로한 채 찾아 온 이들의 마음은 얼마나 비장해야 가능한 일이었을까? 흐르는 눈물을 훔치고 떨리는 입술을 깨문 채 다짐에 또 다짐을 하면서 왔을 것이다. 꿈 위해 찾아온 이주민 보살펴 줘야 기어이 Korean Dream을 이루리라 대한민국에서 꿈을 이루게 된다면 이 나라는 그와 그의 가족들 특히 그의 자녀들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고마운 나라로 남게 될 것이며,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든지 한 때 자신이 대한민국 사회의 일원이었던 것에 자부심을 가지며 자랑할 것이다. 어쩌면 그의 자녀가 훗날 그 사회의 중요 인사가 된다면 친한파 인물이 될 수 도 있지 않을까? 그러한 사람이 한 두 명도 아니고 전 세계에 수백만을 헤아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비장한 각오만큼이나 양날의 검이 될수도 있음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지금처럼 이주노동자들을 홀대하거나 비인격적으로 대한다면 언젠가는 우리가 다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불법체류 방지라는 미명하에 이루어지는 갖가지 문제들 중 베트남 정부가 실시하는 귀국보증금 예치제도 는 우리 정부가 베트남정부에 불법체류 비율이 높다는 이유로 이주노동자 도입을 중단하였고, 또한 이주노동자 송출재개 조건으로 불법체류방지 대책을 세우라고 요구를 하면서 생긴 제도이다. 결국 베트남정부는 위의 제도를 내놓으면서 올해 3월부터 베트남 노동자들을 다시 송출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이로 인해 베트남 노동자들이 한국에서 이주노동을 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귀국보증금 540만원을 포함해서 1천만원이 넘는다. 이주노동자들의 미등록 체류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엄청난 금액의 송출비와 절대 무관하지 않다. 불법체류를 방지하겠다고 내놓은 귀국보증금 예치제도는 미얀마를 비롯한 다른 나라들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미등록자들을 양산하는 불명예스러운 제도가 될 것이다. 필자는 내 나라 대한민국에서 이주노동을 경험하고 이제는 본국에 돌아가 자리를 잡은 사람들 중 위의 두 가지 서로 상반되는 경우의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았다. 꿈을 이룬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모두들 하나같이 자국에서 자영업으로 자리를 잡아 성공적인 삶을 살면서 어쩌다 만나게 되는 한국사람들에게는 한없이 친절하고 자상하게 대한다. 시간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는 식사까지도 제공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반면에 꿈은커녕 마음에 상처와 분노만을 가지고 돌아간 사람들은 하나같이 한국사람들을 쏘아 보면서 공격적인 자세를 취한다. 13년 전, 방글라데시에서 온 친구가 있었다. 석재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쌓아 둔 대리석이 무너지면서 오른 쪽 다리에 심각한 골절상을 입은 친구였다. 필자가 잘 아는 실력 있는 정형외과 원장님의 수술로 병원 입원 치료 5개월 만에 퇴원하여 본국으로 돌아갔다. 그 친구는 방글라데시에서 완전히 자립을 했고 자칭 방글라데시의 한국 홍보대사의 역할을 하고 있다. 사고 후 회사 측이 미안한 마음을 전하면서 지극정성으로 살폈고 병원에서도 원장님 이하 모든 직원들이 최선을 다해 살펴준 때문이었다. 어떤 동물이 몸은 하나인데 머리가 둘이라면 이 동물을 하나로 보아야 하는가 아니면 서로 다른 개체로 보아야 하는가?의 질문에 가장 현명한 답은 그 하나의 몸에 물리적인 힘을 가했을 때 나타나는 반응에 따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머리 두 개가 각각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인다면 두 마리이고, 만약에 두 개의 머리가 똑같은 반응을 보인다면 한 마리라고 보는 것이다. 한국인 고용주와 외국인 노동자는 분명히 서로 다르지만 그들은 한 공장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는 한 몸으로서의 동료이다. 그것을 인식한 고용주는 외국인의 사고에 같이 아파하면서 정성을 다해 살펴주었다. 그 결과 돈 한 푼 안들이고 현지인 한국 홍보대사를 만들어 낸 것이다. 대한민국의 남성들은 모이면 군대얘기로 밤을 새운다. 그것은 필시 현대 한국 남성들에게 있어서 최대의 이주사건이 바로 군에 입대하여 꽃다운 청춘을 바쳤기 때문일 것이다. 긍정적 인식이 현지인 외교관 낳아 그렇다면 이주노동자들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사회에는 우리와 다른 생김새를 가진 또 다른 우리가 살고 있다는 이주노동자를 향한 우리의 긍정적인 인식이 현지인 외교관을 만들어 낼 수도 있고, 아니면 현지에서의 반한감정의 단초를 제공할 수 도 있다. 그 중요한 일의 시작을 이주의 도시 인천시민들이 긍정적으로 만들어 가길 희망한다. 김철수 목사사랑마을이주민센터 대표

[인천논단] 전통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어가는 것

올해 6월은 시작부터 지방선거로 온 국민을 분주하게 만들었다. 일면식도 없는 이들이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인 것처럼 청하는 악수지만,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열정과 다부진 다짐이라 믿어보며 기꺼이 손을 잡아줬다. 쥐여주는 전단을 읽어야만 국민의 의무를 다하는 것 같아 밀린 숙제를 하듯이 각 후보의 됨됨이와 관심사, 그동안 살아오며 이룬 일들을 열심히 읽고 비교했다. 거리 곳곳에 걸린 현수막이 국민의 시선을 가로막아도, 시도 때도 없이 전화벨이 울려 하던 일을 중지시켜도, 각종 SNS에 온갖 선거정보가 도배되더라도, 공해라고 생각하지 않고 마치 축제의 한복판에 와 있다고 생각하며 일상의 불편함을 용서하고 지냈다. 당선자 바뀔 때마다 새 전통 그려 이처럼 온 국민의 나라 사랑하는 마음과 더 행복한 국민이 되길 염원하는 마음이 모여 축제와 같이 선거를 무사히 치렀고, 그 결과 좋은 일꾼들이 새롭게 선출됐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선거 이후 국민은 선거를 통해 선출된 당선자들의 행보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뽑았다는 사실조차 국민은 잊은 듯하다. 과거의 경험을 보면, 우리가 잊고 있던 사이에 이런 일들이 일어나곤 했다. 떨어진 사람을 위로하기보다는 뽑힌 당선자를 축하하기에 바빴다. 앞서 일한 이들의 공로를 인정하고, 잘 보내 드리기보다는 진압군 같은 인수위원회를 구성하거나 업무 파악이란 핑계로 권위적인 지적 질이 앞섰다. 뽑아준 이들보다 나를 뽑아주지 않은 이들을 찾아 응징하듯이 우리 편 길들이기에 힘썼다. 전통을 이어가기보다는 자신의 이름으로 새로운 전통을 만들고자 모든 에너지를 집중했다. 지금 또다시 이 같은 일들이 반복되는 것이 아닐지 심히 우려된다. 자주 바뀌는 복지정책, 공무원도 다 외우지 못하는 제도의 변화, 눈만 뜨면 생겨나는 새로운 서비스, 알 만하면 바뀌는 공무원의 인사이동 등은 국민이 몸으로 느끼는 복지만족에 큰 위험요소이다. 이 같은 위험요소들은 사각지대를 만들고, 불필요한 예산소비를 발생시키고, 전문성이 결여 시키며, 전시적이고 실적위주의 행정을 하게끔 한다. 또 민관 협력을 어렵게 하고, 소신 있게 일하기보다는 지적받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공무원까지 생기니 적극성과 창의성이 제대로 발휘될 리가 없다. 전임자 장점 찾아 발전 시켜 나가야 국민은 누가 하느냐보다 어떻게 하는가를 더욱 중요시한다. 그래서 선거에서 새롭게 뽑힌 이들의 자리도 영원한 자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전임자의 장점을 먼저 찾아 배우려 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계승발전시켜야 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전임자와 행복한 동행을 할 수 있다면, 전통을 이어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들 수 있다. 새로운 당선자들이 앞서 일한 이들의 공로를 존중하고, 전통을 이어나갈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하다. 조현순 경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인천논단] 인천시장 경제공약

지방선거가 마감됐다. 한마디로 정책실종, 민생실종의 선거라 하겠다. 각 후보들은 세월호 사고로 조용하게 선거전을 치렀지만 선거운동 기간중 흑색 비방전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수위가 높아졌고 정책과 민생은 실종됐다. 중앙정부에 대한 평가 못지 않게 지방정부에 대한 평가도 중요하다. 하지만 지방정부의 성과에 대한 검증과 평가가 부족했고 지역 현안과 쟁점에 대한 더 많은 논의가 절실히 필요했다. 새누리당 유정복 후보 공약집을 살펴보면 인천발전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송영길 후보에 대한 인천시 재정 관련 비난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정책ㆍ민생 실종 경제관련 주요 공약으로는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인천 KTX 추진, 제3연육교 착공, 영종-강화 통일대교 추진, 투자 및 기업 유치단 구성, 산업단지 구조고도화를 통한 공단기능 회복 등 뿐이다. 이외에 새누리당 차원의 실패 기업인 재도전센터를 통해 재기교육, 기업회생, 신용회복, 재창업자금 지원과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온라인으로 사업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크라우드 펀딩 제도 도입 뿐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어떠한가. 송영길 후보도 30만개 좋은 일자리와 20조원 투자유치라는 큰 주제 아래 바이오자동차 산업 등 6대 신성장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글로벌기업 10개 유치, 인천의 중소기업 30개를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중견기업으로 육성, 청년창업기업 1천개 지원, 경제자유구역을 인천항루원시티까지 확대 등을 공약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와 안전 관련 공약과 정부와 상대당 후보 비난이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지방선거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데, 소규모 지역공동체의 의사결정권자를 뽑는 것으로 지역 생활정치 즉 지역공동체에 소속된 구성원의 삶의 질과 관련된 복지, 환경, 주택, 문화, 지역경제 등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후보자들은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외쳐댔다. 하지만 정치인들이 경제가 중요하다고 외치지만 왜 이렇게도 경제 관련 공약은 빈약한가? 정치라는 것이 말과 행동이 분리되는 것인가. 이는 경제의 중요성은 알지만 이를 지역주민의 삶과 연결시킬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말은 많이 들었지만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천할 것인가 하는 지점에서 막히고 마는 것이다. 새로 선출된 유정복 시장당선자는 정치경제사회문화복지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정을 펼쳐나가야 한다. 특히 경제분야에서는 지역경제정책 등 경제운용과 기업경기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인천시는 일자리창출과 경기활성화를 위한 많은 정책을 전개하였지만 일반시민과 기업인이 체감하기에는 미치지 못한 점이 있었다. 당선자를 지지했던 사람과 반대했던 사람 모두가 함께 내고장 인천을 사랑하는 애향인으로 뭉쳐 시민과 인천을 위한 경제정책을 실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시장당선자는 능력과 인품을 가지고 시민과 인천을 위해 가장 잘 일할 수 있는 사람을 기용해 지역경제를 살려내야 한다. 기업경기 활성화 방안 강구해야 더불어 9월에 개최되는 2014인천아시아경기대회에는 북한이 참여한다. 인천시장 후보자가 모두가 환영한 바 있는데 남북 관계 해빙의 신호탄으로 지역경제 활력화의 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인천AG를 남북한은 물론 아시아의 화합과 평화의 축전으로 발전시켜 인천이 아시아의 중심도시로 발돋움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인천의 경제력와 문화를 각국에 널리 홍보해야 한다. 남북한 선수단이 개막식에 공동입장하고, 공동응원과 합동 공연, 단일기 사용 등은 민족과 국가차원에서 긍정적으로 검토돼야 할 것이다. 김재식 인천상공회의소 부장

[인천논단] 6ㆍ10과 87년 체제

몇 년 전부터 87년 체제라는 말이 자주 인용되고 있다. 87년 체제라는 의미는 민주 대 반민주의 대립된 개념을 토대로 한다. 특히 87년 체제의 출발점을 6월 항쟁 또는 610 항쟁으로 말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영국의 역사학자이자 법철학자인 로드 액턴은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는 말을 남겼다. 총칼로 권력을 장악하고 대통령을 체육관에서 선출하는 괴기한 체제가 유지되는 가운데 전두환 정권에서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로 부패가 만연한 사회였다. 억눌린 침묵의 체제 속에서 젊은 청년을 중심으로 저항운동이 일어났다. 민주 대 반민주 대립구도 논란 일어 이런 와중에 87년 1월 서울대생 박종철이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 끝에 죽음을 당했다. 이때 중앙대부속병원 의사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용기 있는 증언으로 박종철의 억울한 죽음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분노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된 민주주의 쟁취를 위한 저항운동은 27년 전 6월10일을 기점으로 전국적으로 일어났다. 이날은 당시 여당인 민정당이 대선 후보 선출 전당대회 날이었다. 이날 민정당은 노태우 전 체육부 장관을 대통령 후보로 선출했다. 그러나 축제 분위기가 돼야 할 민정당 전당대회는 민주주의를 외치는 데모대와 경찰의 충돌로 서울시 중심가는 최루가스로 덮였다. 이때 청년 학생들의 데모에 동참하기 시작한 새로운 세력이 넥타이 부대라고 부르는 30~40대 직장인들이었다. 서울 중심가에서 벌어진 청년 학생들의 데모에 직장인들의 참여는 북한의 지령을 받는 좌익용공세력의 반국가 행동으로만 알고 있었던 일반 시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결국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면서 노태우는 6월29일 대통령 직선제를 수용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72년 유신헌법이 탄생하면서 통일주체국민회의라는 선거인단을 통해 대통령을 선출하는 간선제가 도입된 지 15년 만인 87년 12월 국민이 대통령을 직접 선출하게 됐다. 비록 양 김의 단일화 실패로 민주세력으로의 정권교체가 이루어지 못했지만 헌법적 가치가 정치권력에 의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87년 체제를 넘어 서자고 하는 그룹과 아직 시기상조라는 그룹의 담론이 존재한다. 87년 체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민주 대 반민주라는 대립된 개념이 가장 큰 담론을 구성하고 있다. 그래서 87년 체제를 넘어 서자고 하는 그룹은 대립적인 민주 대 반민주라는 구도를 허물고 연대와 타협을 통해 타협의 정치권력이 운영되는 체제를 만들어 가자고 하는 것이다. 당연히 새로운 체제는 현재의 소선거구제 대신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고 다양한 정파를 의회 안에 수렴하기 위해 비례대표를 대폭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반해 의문을 던지는 그룹은, 민주 대 반민주라는 개념 안에는 절차적 민주주의와 내용적 민주주의가 포함돼 있으며, 절차적 민주주의는 권력자부터 법을 준수하며 모든 권력의 집행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민주주의 원칙에 의해 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절차적 민주주의이다. 절차적ㆍ내용적 민주주의 충족됐나 내용적 민주주의는 불평등과 소득의 양극화를 완화시키는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심화돼 가는 불평등과 소득의 양극화가 사회적 불안 요인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를 막는 방법은 불평등과 소득의 양극화를 완화시키며, 자력으로 생활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질문 한다. 오늘 6월10일, 87년 체제가 담고 있던 절차적 민주주의와 내용적 민주주의가 충족됐는가. 곽경전 부평미군부대 시민참여위원회 부위원장

[인천논단] 여기서 살면, 여기 사람

세월호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하기 이를 데 없다. 삶을 살다보니 기대 이상의 일을 이룰 때도 있어서 행복한 미소를 짓다가도 이내 스스로 그 미소를 애써 달래면서 감추기까지 한다. 누구라도 같은 마음이며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서 대한민국은 모두가 한 가족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이번 세월호 사건을 통해서 새롭게 깨달은 것이 있다. 과거에는 국가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한 가족이라고 확신했었는데, 지금은 국가가 아닌 누구라도 여기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다는 이유로 우리는 출신국과 민족을 불문하고 한 가족이라는 것이다. 매년 45월은 이주노동자들에게 아주 반가운 때이다. 대부분의 동남아 출신 이주노동자들이 그러하듯이 필자가 섬기고 있는 센터에 출석하는 필리피노 분들에게도 겨울은 정말 견디기 어려운 계절이다. 대한민국호에 승선한 사람 모두 한가족 혹독한 겨울을 잘 버텨내고 맞이하는 34월 봄철엔 집안 청소와 무거운 솜이불부터 시작하여 두터운 겨울옷들을 빨래도하면서 봄단장을 한다. 그리고는 모두들 기다렸다는 듯이 45월엔 소풍을 계획하곤 한다. 하지만 웬일인지 필리피노공동체에서는 이번 소풍을 준비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누구 한사람도 물어보는 사람이 없다. 마치 서로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대신에 센터 직원들에게 묻는다. 혹시 오늘은 몇 사람이라도 구조가 되었어요?, 한 명이라도 구조가 되면 좋겠어요.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뭘까요. 돕고 싶어요. 올해는 특별히 서울투어를 계획하고 있었던 터라 기대가 더 컸을 터인데 그런 것들은 이미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사실 이주노동자들의 이런 모습은 전에도 몇 번 쯤은 봐왔던 일이긴 하다. 한국과 다른 나라의 축구경기를 할 때면 보통 저녁 8시에 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퇴근해서 저녁을 먹는 시간인데 밥 먹는 것도 잊은 채 TV를 통해서 열렬히 한국을 응원한다. 하지만 이번 일은 분위기나 내용이 사뭇 다르다. 이분들의 얼굴에서 한국인들 못지않은 아픔을 느낀다. TV 보도를 지켜보는 이분들의 눈시울은 이미 젖어있다. 그렇다. 그가 누구든 간에 여기서 살고 있으면 여기 사람인 것이다. 그가 누구든 간에 여기서 일하고 있으면 여기 노동자인 것이다. 결국 여기 대한민국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한 우리는 같은 구성원이며 공동체인 것이다. 필자도 다른 어떤 나라보다 필리핀을 자주 가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나도 모르게 누군가 필리핀에 대하여 나쁜 말은 하면 그 사람에게 항변을 할 정도로 필리핀에 대한 애정이 있는데 하물며 이 나라에서 가장 소중한 젊음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이랴! 세계 경제대국을 지향하고 있는 대한민국호는 반드시 목적지 항구를 향해서 순항해야 한다. 그러려면 큰마음으로 끼리끼리라는 소인배적인 구습 내지는 악습을 벗어 던져 버려야 한다. 지역과 혈통과 피부색을 초월하여 여기 대한민국호에 승선한 모든 사람들이 한 가족이라는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항해를 해야만 한다. 이유야 무엇이든 이주민들은 이미 그런 마음의 준비가 갖춰져 있다. 문제는 우리 선주민이다. 받아들이자. 그리고 함께 가자. 수많은 파도와 싸우며, 수없는 암초들을 피하여 안전한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각자의 위치에서 일하는 사람들 그 누구라도 믿어주고 지원해주고 격려해 주어야 한다. 지역ㆍ피부색 초월, 믿어주고 격려해줘야 150만 명의 이주민들은 대한민국호가 꼭 필요로 하는 위치에서 땀 흘리며 자신들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서 순항에 박수를 보내며 함께 기뻐하며 보람을 느끼고 있다.그런가하면 시련의 파도와 암초를 만났을 때에는 승선한 선주민들과 전혀 다르지 않게 함께 아파하고 힘들어하고 있다. 이주민들과 선주민의 구분이 없는 대한민국호의 출항은 경제대국, 행복대국항을 향해 순탄한 항해를 해나갈 것이다. 김철수 목사ㆍ사랑마을이주민센터 대표

[인천논단] ‘Pay-go’ 정책과 지방재정

정부의 2015년도 예산안 편성지침과 2014년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살펴보면 페이고(pay-go)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페이고는 Pay as you go(번 만큼 쓴다, 재원이 없으면 지출도 없다)를 줄인 말로, 의무지출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새로운 입법을 할 때 이에 상응하는 세입 증가나 법정지출 감소 등 재원조달 방안이 동시에 입법화되도록 의무화하는 것을 말한다. 페이고는 1990년대초 미국이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도입한 것으로 2002년 폐지했다가 2010년 관련법을 부활시킨 정책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0년 5월 이 원칙을 도입, 시행하고 있다. 복지지출과 같은 의무지출 정책 추진시 재원 확보를 위한 대책도 함께 검토하도록 하는 정부재정 건전화 방안의 하나인데, 이 원칙만 확실하게 적용된다면 정부는 건전재정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세수증대 위한 지역경제 활성화는 페이고 원칙의 득실에 대해서 논란은 있지만 페이고가 정부의 재정적자 규모를 줄이는데 효과가 있다는데는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신규사업의 경우 페이고 원칙을 적용해 세입증대 방안 또는 지출한도 내에서 기존사업의 감축방안을 동시에 제시하는 등 신규사업에 따른 재정부담 증가를 억제하고, 미래세대에 대한 재정적 부담 전가를 방지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하지만 페이고는 복지예산과 같은 의무지출 비중과 사회간접자본(SOC)과 같은 재량지출의 비중을 어느 정도까지 국가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입법부인 국회의 승인(법률 통과)을 받아야 하지만 표의 극대화를 의식하는 정치인들의 지역개발사업 추진 등 선심성인기 공약 욕구와 쪽지예산 등 때문에 입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9대 국회에서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재정이 수반되는 의원입법 발의건수는 88건으로 법안 통과시 연간 67조원에서 최대 90조원의 재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인천시의 경우 중앙정부의 페이고 정책으로 인해 항만과 공항, 경제자유구역 등 각종 지역개발사업과 현안사업과 관련된 국가 예산 확보가 더욱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방자치단체간의 예산확보를 위한 경쟁에서 국정기조에 부합하는 신규사업으로 이를 넘어서야 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현재의 인천시 재정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향후 지방재정 안정을 위해서도 지역 차원의 페이고 원칙의 입법화는 필요하다 하겠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방재정의 위기는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 측면이 있다. 즉 세입측면에서 지방의 여력이 부족하고 주로 중앙정부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으며, 경기가 침체할 경우 그 영향을 크게 받을 수 밖에 없다. 또한 세출측면에서 불황극복 대책 관련 사업과 산업기반 정비를 위한 투자적 경비가 팽창하고 있다. 또한 세원(稅源)의 중앙집중화 등 중앙집권적 지방재정 구조와 특정보조금을 통한 지방비를 추가 부담하는 등의 문제가 지방재정 위기의 구조적 원인이 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방정부의 재정위기 극복 해결책 따라서 이런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중앙과 지방의 권력분배, 사무분배 등의 문제에 대해서 집중적인 논의와 해결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며 이에 대한 시민과 정치권의 관심이 필요하다. 더하여 세수 증대를 위한 지역경제 활성화는 중앙 및 지방정부의 재정위기를 극복하는 근본 해결책임을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제조업체 집적화 등의 기업유치방안과 산업단지 기반구축 등의 기업지원형 인프라구축, 업종별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데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김재식 인천상공회의소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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