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가 문희철씨(전 용인대 무용과 강사)가 이끄는 ‘문무단’이 다음달 4일 오후2시 경기도박물관에서 ‘해설이 있는 우리춤’ 일환으로 공연을 펼친다. 겨울방학을 맞아 어린이들을 위해 꿈과 희망을 표현한 ‘새야, 새야…’와 얼마전 드라마로 방영된 황진이와 벽계수의 사랑을 극적으로 안무한 황진이 중 ‘벽계수, 그 홀로사랑’ 등을 선보인다. 이매방류 ‘승무’와 ‘춘앵전’ 등 궁중 정재부터 창작무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한 무대에 올려진다. 이번 공연에는 문희철 무용단과 신미경·윤선의·이영훈씨 등이 특별 출연하고 수원여자대학 아동무용지도자와 용인대 무용과 우봉 이매방 전통무용보존회가 후원한다. 문의(031)288-5359 /이형복기자 bok@kgib.co.kr
◇몸 속에 지속하는 추억의 두꺼운 층을 터치하는 춤 그리움은 어떻게 태어나고 어떤 영향을 행사하는가. 사적 기억이 몸에서 마른버짐처럼 꽃피었다 무대에 등장하는 건 어떻게 봐야 할까. 한국 무용계의 새로운 춤맥을 찾아가는 안무가 정영두의 신작 ‘휘어진 시간’을 보면서 이러한 질문들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움은 사적 기억이며 애틋한 감정이다. 성년만이 느끼는 시간적 성찰인 동시에 고유한 감각이다. 그리움을 춤으로 표현한다는 건 살아온 시간들이 축적해온 층을 다시 열고 그 기억의 계열들을 다시 한번 더듬는다는 의미를 갖는다. 기억의 계열들을 고고학적으로 열어 보일 수도 있고 엇갈리는 기억들 속에서 회한과 우수를 느낄 수도 있다. ‘휘어진 시간’은 먼저 무대 한가운데 호선(弧線)을 따라 돌을 배치, 기억을 되살리는 제의를 펼쳐놓는 것 같다. 그것은 사적 기억인 동시에 숭고한 느낌을 자아내기도 한다. 한점의 조명들이 들고날 때마다 무용수 각각이 빛 속에 등장하고, 그들은 각자 그리움의 언어처럼 독특한 몸짓들을 한가지씩 소개한다. 그 그리움의 언어로서 몸짓들은 코드화돼 있으며, 다시 다른 코드들과 만나고 헤어지면서 구체적인 그리움의 장면들이 눈 앞에 나타난다. 가령, 입 속에 손을 넣는 동작, 자신의 몸의 선을 쓰다듬는 동작 같은 단위들이 만나 새로운 장면들로 열어 젖힌다. 안무가 정영두가 배치한 공간은 ‘돌의 정원’이고 마치 그리움을 호출하기 위한 일종의 스톤헨지 같은 영역이다. 앞서 기억을 되살리는 제의를 펼쳐놓는다고 했던 건 이같은 공간적 권능이 물씬 풍기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Renata Suicide가 담당한 라이브 음악이 담백하고 서정적인 톤으로 받쳐준다. 튀지 않으면서도 기억이 일깨워지는 미니멀한 사운드는 안성맞춤이었다. 시공간의 디자인이 끝나자, 정영두는 그리움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는 것이며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차이를 두드러지게 포착한다. 물론 그리움이 발생하는 사적 기억의 거처는 과거에 있었고, 그 과거로부터 전송되는 신호는 다시 한번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울림을 갖는다. 기억은 지속하는 것이며 정신적 흔적을 남기기 때문이다. 곽고은·윤푸름을 비롯한 무용수들은 기억과 그리움, 과거와 현재, 집착과 쿨함 사이를 오가면서 그 신호 체계가 우리에게 있어 무엇인가를 가만히 선보인다. 과거에 흘렀던 물자욱이 강바닥에 우묵한 흔적으로 남듯 상처를 통과하지 못한 그리움은 그리움이 아니라고 표현한다. 실제로 무용수 정동은을 끊임없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고갯마루로 넘기는 연출은 기억을 사람의 몸 전체로 매개한 것이며, 짝지은 커플들이 끊임없이 그 호선의 길을 걸어가며 만남과 사랑과 이별과 분리를 표현하는 건 상처의 현상학을 통해 그리움에 접근하는 것이다. 상처가 없는 기억은 그리움을 낳지 못한다는 것. 그리움에 다가가는 길목에는 상처가 환하며 그 상처의 환기를 통해서만 그리움의 대상이었던 타인의 얼굴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타인의 얼굴이 된 사랑은 과거형인 듯하면서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정영두의 안무는 몸을 터치하는 디테일한 동작들이 그리움의 습윤을 어떻게 드러내는지를 보여주며 ‘지금 여기’까지 전해지는 높고 쓸쓸하며 환한 상처를 여과없는 정서로 그려낸다. 가고 가고 한번 더 가는 과정 속에서 연인들은 그리움의 정서가 어떻게 태어나는지를 연기한다. 그 상처의 현상학은 무거움을 발견하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정영두가 이미 쓰러진 한 무용수의 몸 주변에 돌을 하나씩 갖다두는 연출을 하는 건 그 돌무덤이 곧 충분히 무거워진 기억이란 은유일 뜻이다. 그리고 그 돌 하나하나가 움직여질 때마다 사람들이 그 돌의 동선대로 움직이는 건 사람조차 무거워졌다는 뜻일 것이다. 그리움의 진정성은 가볍고 긴 사랑에 있는 게 아니라 못 견딜 정도의 열병과 한기 속에서만 찾아온다는 역설이 바탕에 깔려있는지도 모른다. 확실한 건 그 돌무덤의 구축과 해체를 통해 그리움이 엄청난 무게감을 갖는다는 것이며, 사적 기억보다 더욱 무거워진다는 것이다. 기억은 단지 지속할 뿐이며, 그리움은 지금 막 새로 생성됐기 때문이다. 시간 속을 떠도는 기억은 과거의 매듭을 풀어버리고 새로운 타인을 만날 수 있을까. 새로운 타인의 얼굴을 보면서 새로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호를 타전할 수 있을까. 안무가 정영두는 그러한 대안적인 발상들을 잠시 치워놓는다. 그런 성급한 대안은 통속적인 일반화에 그칠 뿐이며, 오히려 그리움의 고유한 질감을 충분히 맛보기를 권한다. 그 그리움이 침묵의 언어로 말하는 것을 충분히 느껴보기를 권한다. 그리움 스스로가 가는 길을 열 것이고, 그때의 그리움은 동일자와 타자를 갈라놓는 폭력보다는 타인의 얼굴에서 발견하는 기억과 그리움을 통해 이해의 방법을 깨우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예정된 프로그램이 아니라 자발적이면서도 우연적인 프로그램이다. 자명하지 않은 사건으로서의 그리움은 정영두가 발군의 디테일로 포착해낸 몸짓언어와 그 조합이 낳는 정서적 효과로 인해 증폭되고 은근하게 이어진다. 사적 기억이 기억 자체로 그치는 게 아니라 타인과의 연결이란 윤리학적 물음을 던지면서 비로소 기억은 기억다워진다. 고립된 기억이 아니라 그리움의 그물로 확장되는 기억이 된다. ‘나의 기억’이라는 ‘푼크툼’(롤랑 바르트)이 곧 ‘너의 기억’이란 차이를 만나면서 비로소 그리움의 좁은 영역을 벗어나 관객들의 마음에까지 공명현상을 선물한다. 타인의 기억을 통해 자아의 내면을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된 공연이다. /김남수 무용평론가
(재)성정문화재단(이사장 김정자)이 청소년들에게 신선함과 청량함이 가득한 연주회를 통해 정서를 순화시켜주는 무대를 마련한다. 다음달 1일 오후 6시 도문화의전당 대공연장에서 소년소녀합창단 특유의 맑고 고운 음색과 하모니를 만들어 내는 합창연주와 성정뮤지컬단, 첼리스트 문태국의 특별공연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사하는 제17회 성정청소년음악회가 열린다. 청소년들의 바른 인격 함양과 건전한 청소년문화 형성을 위해 (재)성정문화재단이 매년 마련하고 있는 성정 청소년음악회는 그 수준면에서도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이번 연주회에서 난파소년소녀합창단 연주반(지휘 송흥섭)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중심으로 ‘Blue Tango’, ‘Tangueando’, 민요메들리를 선보이고 차세대 난파소년소녀합창단을 이끌어 갈 난파·교육반(지휘 한효종)은 재즈댄스와 오즈의 마법사, Sing Ye Joyeully 등 합창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또 성정뮤지컬단(지도 김민석)은 난타공연과 윌 로저스의 시사풍자를 새롭게 선보여 관객들을 동심의 세계로 이끌, 제15회 성정전국음악콩쿠르 대상수상자인 첼리스트 문태국이 특별출연해 하이든의 첼로협주곡 No.1 C장조 3악장을 연주하는 등 다채롭고 수준 높은 무대를 펼친다. 한편 난파소년소녀합창단 출신인 소프라노 이영숙씨가 한층 더 성숙된 기량으로 ‘꽃구름 속에서’, ‘Mein Herr Marguis(Opera Die Fledemaus)’를 연주,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줄 예정이다. S석 1만원 A석 7천원. 문의 (재)성정문화재단(031)257-4500 /이종현기자major01@kgib.co.kr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 선생 1주기 추모 행사 및 전시가 곳곳에서 열린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은 29일 오전 11시부터 30분간 추모식을 갖고, 故 백남준의 부인 구보타 시게코(久保田成子) 여사가 직접 편집한 백남준 회고 영상 ‘My life with Nam June Paik’을 상영한다. 이 영상물은 백남준의 초기 활동부터 말년까지의 모습을 담았다. 백남준의 퍼포먼스 활동들과 86년 첫 조국 방문 당시의 기록,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재활 과정을 담은 ‘섹슈얼 힐링’, 그리고 말년의 일상을 총 1시간 10분 분량으로 구성했다. 또 오는 3월 23일부터 5월 6일까지 ‘백남준 1주기 추모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선 국내에서 보기 힘들었던 비디오 아트 이전 시기의 작품들과 비디오 아트 초기 작품들이 함께 선보여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발전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이어 용인 한국미술관은 28일부터 다음달 28일까지 ‘백남준선생, 가시고 365일 이야기’전을 마련했다. 이 전시는 봉은사 49제, 백남준미술관 기공식, 해외 추모이벤트 등 그간의 자료들을 모아 전시하며, 28일 오후 3시 구보타 시게코씨와 가수 조영남(화가)의 대담도 마련했다. 문의(031)283-6418 서울 필립 강 갤러리는 백남준의 활동을 많이 촬영해온 사진작가 이은주씨의 사진을 모아 29일부터 한 달간 ‘아 백남준’전을 연다. 백남준의 방한 때 활동과 뉴욕 소호의 작업실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들로 처음 공개되는 것들이 많다. 문의 (02)517-9092 ‘백남준과 플럭서스 친구들’전을 마련한 갤러리 쌈지에선 29일 오후 2시에 무속인 김금화씨의 추모굿과 백남준을 기리는 젊은 작가 이지영씨의 한복 설치작품이 전시된다. 전시작품은 백남준이 74세로 사망할 때까지 활동상을 기록사진과 관련 텍스트, 영상 등을 통해 실험예술의 토대가 됐던 60년대 전위운동인 플럭서스를 함께 조명한다. 전시는 3월18일까지. 한편 백남준과 인연을 맺은 예술인들이 모여 만든 ‘백남준을 기리는 모임’(공동발기인 이경성·황병기·이경희 등)은 백남준과의 인연을 추억하며 ‘백남준 추모문집-TV부처 백남준’(삶과 꿈 刊)을 출간하고 29일 오후 6시 프라자호텔에서 출판기념회를 갖는다./이형복기자 bok@kgib.co.kr >> 백남준 (1932~2006) 일본, 독일에서 유학 후 유럽과 미국을 떠돌며 전위적·실험적인 미술집단인 플럭서스(Fluxus)의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공연과 전시회를 열었다. 비디오 예술의 창시자이자 비디오 아트를 예술 장르로 편입시킨 선구자란 평을 들었고, 96년 뇌졸중으로 쓰러졌으나 그 이후 장애를 극복하고 국내·외에서 여러 전시를 열었다. 97년에는 독일 ‘캐피털’지가 선정한 ‘세계의 작가 100인’ 중에 8위에 올랐으며, 베니스비엔날레 황금사자상, 교토상, 한국 금관문화훈장 등을 받았다. 지난해 1월29일(미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있는 그의 아파트에서 타계했다.
경기도를 대표하는 다섯개 공연장 극장장들이 모여 도내 극장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지난 24일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 빌딩에서 ‘경기도공연장협의회(이하 경공협)’를 발족시켰다. 이날 박인건 경기도문화의전당 사장, 박웅서 고양문화재단 대표이사, 이종덕 성남아트센터 사장, 구자흥 안산문화예술의전당 관장, 이진배 의정부예술의전당 관장 등 5명은 이종덕 사장을 협의회 회장으로, 박인건 사장을 간사로 선출했다. 이후 경공협은 도내 공연장의 네트워크를 구축, 경기도 문화벨트 컨소시엄 프로젝트 등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경공협은 첫 사업으로 오는 3월 북경세기극장에서 열리는 한중일문화포럼에 참가, 중국 북방성극장연합회와 상호교류를 협의할 예정이다. 이 밖에 각 공연장에서 제작하는 프로그램 가이드 광고를 통한 상호홍보와 함께 홈페이지 연동 등 통합홍보를 추진하기로 했다./김효희기자 hhkim@kgib.co.kr
안양 대안공간 스톤앤워터(관장 박찬응)가 ‘창고 대방출’을 단행했다. 거창한 작품이나 반듯한 액자를 기대하면 오산이다. 지난 5년동안 안양의 재래시장인 석수시장에 자리잡은 스톤앤워터가 켜켜이 쌓아온 역사를 되집어 보는 자리다. 전시의 정식 명칭은 ‘입춘 맞이 창고대방출전’. 건물 옥상에 위치한 작은 창고(가로 3.3mX세로 4mX높이 1.8m)에는 그동안 전시에 사용됐던 갖가지 용품들이 즐비하다. 전시 현수막부터 쓰다만 페이트통, 작은 나사못, 쇼핑백 등등. 스톤앤워터에 이런 소품들이 많은 건 전시 형태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테마를 달리하는 기획전이 열릴 때마다 벽이나 기둥을 제외하고는 전시공간이 새롭게 꾸며지기 때문이다. 없던 간이벽이 설치되고 관람 동선도 시시때때로 바뀐다. 허름한 양철지붕을 언고 있는 이 창고에 소장한 작품들도 함께 선보인다. 노순택·오용길·진근영·금영보·이억배·김혜환 등 스톤앤워터와 인연을 맺은 작가들의 작품들도 옛 전시 흔적과 함께 만날 수 있다. 잡동사니도 예술가들의 시야에 들어오면 오브제로 변한다. 일상적인 흐름을 창조적으로 변신시키는 예술가에겐 버릴 게 아닌, 재창조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와 함께 스톤앤워터가 위치한 건물 지하공간과 계단, 복도, 창고 등도 예술적 분위기로 변신한다.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방치된 공간이 새롭게 재탄생할 날이 기다려진다. 전시는 다음달 15일까지 진행되며 매주 토요일 오후 3시 전시 경매도 이뤄진다. 문의(031)472-2886 /이형복기자 bok@kgib.co.kr
김남주는 22일 공개된 영화 ‘그놈 목소리’(감독 박진표, 제작 영화사집)에서 아이를 유괴당한 엄마 오지선 역으로 6년 만에 컴백했다. ‘연기는 안하고 CF만 출연한다’는 비난 아닌 비난을 들어야 했던 김남주가 오랜 기간 연기 활동을 쉬었음에도 ‘그놈 목소리’에서 아이를 유괴당해 숨쉬는 것조차 힘들 만큼 고통스러워 하는 모정을 절절히 연기해 박수를 받았다. 도대체 편하게 연기할 수 있는 장면이 없는 영화를 굳이 컴백작으로 선택한 그의 결정과 촬영하는 동안 부대꼈던 심적 고통, 그리고 실제 ‘이쁜 짓’을 하는 한 딸의 엄마로서 그의 근황을 들었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너무 무서웠어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 시나리오 안에 담겨 있었다. 알려졌다시피 ‘그놈 목소리’는 싸늘한 주검이 돼서야 돌아온 지난 91년 이형호 군 유괴사건을 다룬 팩션이다. “아이 엄마로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는 무서운 일이죠. 그렇지만 이 역은 제가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연기를 얼마만큼 해낼지 자신이 없었지만, 반드시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것. 이 모순된 발언은 그의 당시 심경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그놈 목소리’는 ‘현상수배극’이란 낯선 용어를 동원했다. 이제는 공소시효조차 지나버린 형호군 유괴범 ‘그놈’을 찾겠다고 공공연히 밝힌 영화는 그런 면에서 굉장히 도발적이며 과감한, 한국영화계에서 흔치 않은 시도를 한다. “영화에서 보인 우는 장면은 촬영 기간 울었던 것의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그만큼 내내 울고 살았죠. 가슴은 먹먹하고.” 설경구와 김남주의 연기는 관객의 공감을 유발하기 충분하다. 숨도 제대로 못 쉬며 “우리 형호, 밥은 먹였나요?”라며 꺽꺽거리는 오지선의 모습을 보면 아이를 둔 엄마가 아닐지라도 눈시울이 붉어진다. 아들 상우가 죽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면서도 끝내 인정하지 못해 한마디 말도 하지 못하며 가슴을 펑펑 내리치는 장면은 오래오래 기억된다. 이제 돌 지난 딸 라희를 두고 있는 김남주는 아이를 유괴당하는 영화를 찍으면서 라희가 눈에 밟히고 늘 신경 쓰였지만, 그것보다 더 큰 감정은 친정어머니의 사랑을 새삼 느낀 것이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라희 사진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도 분명하게 말했다. 뒤에서 내뱉는다고 책임감 없이 듣기 민망한 말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성공적으로 연기 복귀식을 치른 김남주는 자주 배우로서 만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좋은 작품으로 언제든”이라고 답했다./연합뉴스
지난 19일 만인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뮤지컬 앙코르 공연 ‘맘마미아’가 성대한 막을 열었다. 유명 뮤지컬 배우들이 즐비하고 히트곡들이 무성한 아바의 노래 22곡으로 엮은 대형 쥬크박스 뮤지컬 ‘맘마미아’는 관객들의 기대를 반영, 공연 첫날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전석이 관객들로 빼곡히 들어차고 심지어 오케스트라 자리까지 관객들에게 내줘야할 형편이었다. 기대를 북돋워주는 힘찬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물결치던 스크린이 올라가고 무대 위에는 인어공주를 연상시키는 딸 소피가 하얀 펜션에 걸터앉아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와 흡사한 음성으로 뮤지컬 대사와 함께 아바의 노래를 잔잔히 부른다. “어려움이 닥쳐와도~ 난 이겨낼 힘이 있어~ 실패한다해도 해보는거야~” 100% 한국어로 개사된 아바의 노래들이 쉬운 전달력을 자랑하며 한편의 말랑말랑한 가족극을 보러온 기분을 선사한 오프닝은 무려 10~15분동안 지속됐다. 이에 유명 뮤지컬 배우들의 춤과 흥겨운 아바노래에 열광할 준비를 하고 온 관객들은 살짝 술렁거리기까지 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흥이 더해지는 구조였던 ‘맘마미아’는 결국 관객들의 기대를 저버리진 않았지만 말이다. 가족극으로 시작된 ‘맘마미아’는 극의 후반부로 치달을수록 성인극과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여 주인공 소피가 남자배우 스카이의 배 위에 올라 앉아 키스하는 장면, 비속어를 연상시키는 개나리와 10㎝를 연발하는 조연 배우들, 잠수복을 속옷까지 보여주며 무대 위에서 적나라하게 갈아입는 남자배우 스카이의 모습 등 서양의 개방적인 성의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들이 속속 펼쳐졌다. 프로듀서 쥬디 크레이머는 지난 89년 세계적으로 히트를 기록하고 있는 아바의 노래들을 엮어 뮤지컬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지난 94년 예술성보다 관객들의 엔돌핀을 생성시켜주기 위해 탄생된 뮤지컬 ‘맘마미아’는 팝 그룹 아바만큼 인기를 끌면서 쥬크박스 뮤지컬의 시대를 열었다. 지금의 40대가 한창 젊었을 적 유행한 아바의 노래들은 그 세대의 풋풋한 추억들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로 자리를 매김하면서 뮤지컬 ‘맘마미아’도 동시에 한국 중년층의 향수를 자극, 공감대를 형성해 그간 흥행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이번 성남아트센터 앵콜 공연은 비록 원곡과 달리 완전 한국어로 개사됐지만, 유명한만큼 감칠맛 나는 연기를 선보인 뮤지컬 배우들 덕분이 아닐까 싶다. 이번 무대는 중견 뮤지컬 배우 최정원·전수경이 무대에 올랐다. 특이한 건 마지막 커튼콜에서 주인공이었던 소피보다 타냐역의 전수경, 도나역의 최정원 등이 가장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는 점이다. 성남아트센터측은 조용한 공연 가운데 1막 중에만 2차례에 걸쳐 늦은 관객들을 무더기로 입장시키는 편향된 서비스 정신을 보여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김효희기자 hhkim@kgib.co.kr
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입었지만 공연 무대에는 선다. 월드투어 공연을 펼치고 있는 톱스타 비가 홍콩 공연 도중 입은 부상에 대해 직접 설명하고 공연에 임하는 남다른 각오를 밝혔다. 비는 21일 오후 싱가포르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레인스 커밍(Rain’s Coming)-06/07 레인 월드투어 인 싱가포르’ 공연을 앞두고 마련된 19일 현지 기자회견에서 “홍콩 공연 둘째날 무대 아래로 떨어졌을 때 부상을 입었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팬과의 약속된 공연을 지키기 위해 아픔을 참고 공연에 임하고 있다”고 소속사인 JYP엔터테인먼트가 전했다. 비는 또 “부상을 당한 다음 날 열린 홍콩의 마지막 공연이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날 중의 하나였다”고 당시 부상 때문에 곤란했던 상황에 대해 전했다. 비는 13일 홍콩 공연 도중 무대에서 넘어지면서 무대 밖으로 떨어져 오른쪽 팔꿈치 부근 뼈가 금이 가는 부상을 입었다. 비는 공연 후 병원에서 정밀 검진을 받았으며 “무리하지 말고 한 달 가량 휴식을 취하라”는 진단을 받은 바 있다. 한편 비는 싱가포르 공연을 위해 18일 밤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현지 시간으로 자정이 넘었지만 1천여 명의 팬이 공항에 나와 비의 입국을 열렬히 환영했다. 이어 비는 19일 70여 개의 매체가 참석한 가운데 현지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비는 작년 12월15일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미국 일본 중국 캐나다 등 12개국을 도는 월드투어를 벌이고 있다. 싱가포르에 이어 27일에는 말레이시아 공연이 이어진다. /연합뉴스
1988년 영국에서 2명의 연주자가 우스꽝스러운 닭 벼슬모양의 고무모자를 쓰고 플릇, 리코더, 송어모양의 오카리나, 괴물모양으로 만든 호른 등 40여개 이상의 목관악기를 연주하며 2가지 아코디언으로 아주 빠른 템포의 클래식 레퍼토리인 ‘클래식 버스커스(The Classic Buskers)’란 매력적인 공연을 펼쳐 큰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마이클 코폴리와 이에 대적하는 이안 무어가 그들로 오는 25일 오후 7시30분 경기도 문화의전당 소공연장 무대에서 그들만의 매력적인 공연을 펼친다. 전문 연주가로서 탄탄한 실력을 자랑하는 마이클 코플리는 이미 도이치 그라모폰 레이블 리코더 협주곡 음반을 발매했고 이무지치와 필립스 레이블로 ‘바흐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음반을 함께 녹음하기도 했다. 오르가니스트인 이안 무어도 ‘도리안 우키 프라이즈’를 수상했으며 캠브리지 킹스 칼리지 합창단에서 활동하며 EMI, ASV 등의 레이블로 음반이 발매하기도 했다. 이들은 그동안 영국, 벨기에,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일본, 싱가폴 등 세계 여러 나라들로부터의 초청 공연과 페스티벌 등에 참가, 관객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이미 밴쿠버 심포니, BBC 콘서트 오케스트라 등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들과 함께 공연한 ‘클래식 버스커스’는 지난 2004년 한국 공연에서 세계 여러 나라의 고전음악과 민속음악을 ‘80분간의 세계일주’란 주제로 선보여 찬사를 받았다. 이들의 무대는 클래식의 무거움을 벗어던지려는 색다른 아이디어로 가득하다. ‘클래식의 뜨내기 악사’란 그룹 명칭에서 보여주는 가벼움은 관객들이 클래식과 친숙해질 수 있는 문을 열어두고 있다. 이들 공연의 매력은 다양한 레퍼토리에 있다.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하이든의 트렘펫 협주곡, 베토벤의 협주곡 9번 ‘합창’, 비제의 ‘카르멘’, 모짜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 중 ‘밤의 여왕’ 아리아, 바그너의 ‘발퀴레의 기행’ 등 전통 클래식을 폭 넓게 아우르는 그들의 뛰어난 연주 솜씨는 빛을 발한다. 차이코프스키의 ‘1812 전주곡’, 롯시니의 ‘윌리엄 텔 서곡’, 라벨의 ‘볼레로’ 등까지 새로운 레퍼토리를 추가한데다 마이클 코플리가 공연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줘 클래식에 대한 지식이 없는 관객들과 어린이 관객들도 쉽게 즐길 수 있다. 탁월한 기량과 웃음으로 클래식 음악에 대한 열정을 전달하는 이들의 열정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공연을 통해 관객들은 클래식의 즐거움은 물론 지식까지도 얻을 수 있고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이번 무대를 통해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색다른 클래식 공연을 체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입장료 2만~3만원. 문의(031)230-3440~2 /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