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꼭 해야할 역할이었어요”

김남주는 22일 공개된 영화 ‘그놈 목소리’(감독 박진표, 제작 영화사집)에서 아이를 유괴당한 엄마 오지선 역으로 6년 만에 컴백했다. ‘연기는 안하고 CF만 출연한다’는 비난 아닌 비난을 들어야 했던 김남주가 오랜 기간 연기 활동을 쉬었음에도 ‘그놈 목소리’에서 아이를 유괴당해 숨쉬는 것조차 힘들 만큼 고통스러워 하는 모정을 절절히 연기해 박수를 받았다. 도대체 편하게 연기할 수 있는 장면이 없는 영화를 굳이 컴백작으로 선택한 그의 결정과 촬영하는 동안 부대꼈던 심적 고통, 그리고 실제 ‘이쁜 짓’을 하는 한 딸의 엄마로서 그의 근황을 들었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너무 무서웠어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 시나리오 안에 담겨 있었다. 알려졌다시피 ‘그놈 목소리’는 싸늘한 주검이 돼서야 돌아온 지난 91년 이형호 군 유괴사건을 다룬 팩션이다.

“아이 엄마로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는 무서운 일이죠. 그렇지만 이 역은 제가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연기를 얼마만큼 해낼지 자신이 없었지만, 반드시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것. 이 모순된 발언은 그의 당시 심경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그놈 목소리’는 ‘현상수배극’이란 낯선 용어를 동원했다. 이제는 공소시효조차 지나버린 형호군 유괴범 ‘그놈’을 찾겠다고 공공연히 밝힌 영화는 그런 면에서 굉장히 도발적이며 과감한, 한국영화계에서 흔치 않은 시도를 한다.

“영화에서 보인 우는 장면은 촬영 기간 울었던 것의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그만큼 내내 울고 살았죠. 가슴은 먹먹하고.”

설경구와 김남주의 연기는 관객의 공감을 유발하기 충분하다. 숨도 제대로 못 쉬며 “우리 형호, 밥은 먹였나요?”라며 꺽꺽거리는 오지선의 모습을 보면 아이를 둔 엄마가 아닐지라도 눈시울이 붉어진다.

아들 상우가 죽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면서도 끝내 인정하지 못해 한마디 말도 하지 못하며 가슴을 펑펑 내리치는 장면은 오래오래 기억된다.

이제 돌 지난 딸 라희를 두고 있는 김남주는 아이를 유괴당하는 영화를 찍으면서 라희가 눈에 밟히고 늘 신경 쓰였지만, 그것보다 더 큰 감정은 친정어머니의 사랑을 새삼 느낀 것이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라희 사진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도 분명하게 말했다. 뒤에서 내뱉는다고 책임감 없이 듣기 민망한 말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성공적으로 연기 복귀식을 치른 김남주는 자주 배우로서 만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좋은 작품으로 언제든”이라고 답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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