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량무 무보집 출간기념공연 17일 국립극장서

“많은 춤 중에서 나는 한량무를 가장 아끼며 나 자신을 깊이있게 돌아볼 수 있는 춤으로 생각한다. 한량무는 언제나 올바른 뜻과 마음가짐으로 정도를 걷고 항상 예를 갖추고 의리를 지키며 부끄러움을 알고 청렴을 사명으로 알고 살아가는 남아의 몸가짐을 표현하는 춤이기 때문이다.”(조흥동 경기도립무용단 예술감독의 ‘한량무 무보를 펴내면서’ 중에서) 오랫동안 문화예술계에서 활동하며 수많은 공연을 통해 남성 전통춤 개척자로 전통춤의 현대적 계승과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아온 경기도립무용단 예술감독 월륜 조흥동 선생이 자신의 대표작인 한량무 무보집 ‘조흥동의 한량무(閑良舞)-조선 선비의 기개, 그 품격 높은 춤사위의 무보(舞譜)’를 발간했다. 전통춤은 물론 수많은 창작춤을 통해 한국무용계의 표현영역을 확장, 새로운 춤세계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조 감독의 이번 전통춤 무보집 발간은 긴 세월 전해져 오는 우리 춤의 역사와 춤사위 구조를 정리해 기록하는 의미있는 작업으로 한국 전통춤의 가치를 재조명해 보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오는 17일 오후 3시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자신의 대표작인 한량무 무보집 출간기념회를 겸한 기념공연을 마련한다. 경상남도 지정 무형문화재 3호인 한량무는 남성춤의 대명사로 계급사회를 풍자하고 서민 의식 속에 잠재된 한과 흥의 정서를 담아낸 춤으로 조 감독의 한량무 ‘회상(回想)’은 한 선비가 젊은 날의 시속취(時俗趣)를 떨쳐버린 채 꼿꼿하고 고결한 선비의 기개를 지키기 위해 미래를 사유하면서 그가 걸어온 피안의 언덕을 중용의 시선으로 내일을 기약하며 고뇌하는 지식인의 춤이다. 이날 출판기념회에 이어 벌어질 축하공연에서 조 감독은 월륜춤보전회 제자들과 함께 한량무 군무에 이어 단독 한량무를 선보일 예정이며 이어 경기도립무용단의 축하 공연, 판소리 명창 안숙선 선생의 축가 등으로 진행된다. 공연 관람객들에겐 한량무 무보집이 무료로 증정된다. 3만원. 문의(02)2263-4680 /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피아니스트 벤 킴 내한 독주회

재미교포 2세 피아니스트 벤 킴(김진수.24)이 다음달 7일 오후 7시 LG아트센터에서 독주회를 가진다. 지난해 3월 첫 내한공연 이후 꼭 1년만에 다시 한국을 찾는 것. 벤 킴이 국내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05년 11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렸던 쇼팽 콩쿠르에서 32명을 뽑는 본선에 오르면서부터. 당시 결선 진출에는 실패했던 그는 공동 3위를 거머쥔 임동민.동혁 형제에 가려 빛을 보지는 못했지만 심사위원이던 피아니스트 당 타이손으로부터 "이번 콩쿠르에서 가장 인상적인 연주"라는 호평을 받았다. 벤 킴은 지난해 9월 독일에서 가장 권위있는 것으로 알려진 뮌헨 ARD(독일 공영 제1방송)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는 것으로 쇼팽 콩쿠르 결선에 오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랬다. 1970년대 미국으로 이민 간 부모 밑에서 태어난 교포 2세인 그는 5세 때 피아노를 시작해 8세 때 첫 독주회를, 12세 때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만큼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현재 피바디 음대에서 아티스트 디플로마(전문 연주자) 과정을 밟으면서 레온 플라이셔와 문용희 교수를 사사하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슈베르트 소나타 a단조 D.537,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 중 '마제파', 프로코피예프 소나타 6번 A장조 등을 선보인다. 2만-4만원. ☎02-541-6234. /연합뉴스

뮌헨 챔버 오케스트라 첫 내한공연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의 교착적음향(Colloides Sonores)을 감상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찾아온다. 현대와 고전을 아우르는 레퍼토리로 차세대 선두주자로 평가받는 뮌헨 챔버 오케스트라가 오는 31일 오후 7시30분 고양어울림극장에서 첫 내한공연을 갖고 윤이상의 ‘현악 앙상블을 위한 교착적음향’ 등 고전과 현대와 넘나드는 앙상블을 선보인다. 뮌헨 챔버 오케스트라는 기존 전통적 레퍼토리로부터 현대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들을 자유롭고 실험적으로 연주, 독일음악출판협회가 수여하는 베스트 콘서트 프로그램상(Best concert program)을 2차례나 수상하는 등 차세대 선두주자로 불리고 있으며 활발한 음악 연구와 새로운 해석으로 탄둔의 ‘마르코폴로’를 비롯, 차야 체모윈, 비킨다스 발다카 등 현대 작곡가들의 곡들을 초연, 세계의 평단과 청중들로부터 인정받았다. 이번 고양 공연에선 뮌헨 챔버의 장기인 한국의 작곡가 윤이상의 ‘현악 앙상블을 위한 교착적음향(Colloides Sonores)’과 모차르트의 디베르티멘토, 그리그의 홀베르크 모음곡, 슈만의 고전 명곡 레퍼토리 등을 함께 선보인다.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인 알렉산더 라프라이히(38)는 콘드라신 지휘 콩쿨에서 우승한 재원으로 일찍이 벨기에 국립 오케스트라,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 스코티시 챔버 오케스트라 등을 지휘하면서 새로운 세대의 선두에 있는 지휘자로 주목 받고 있으며 지난해 10월 단원들의 만장일치로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가 됐다. 이번 내한공연에서 슈만의 첼로 콘체르토를 협연하는 줄리 알버스는 지난 2003년 경남 국제음악콩쿨 첼로 부문에서 1위에 입상하는 등 한국이 발견한 첼로계의 보석으로 현재 링컨센터의 챔버뮤직소사이어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으며 ‘알버스 트리오’, 콰르텟 ‘첼로(CELLO)’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5만~1만원. 문의(031)960-0000 /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경기필하모닉 ‘심포니 페스티벌’

만물이 생동하는 새봄. 무거운 겨울 외투를 벗어던지고 새봄을 맞이하는 생동감 넘치는 심포니 페스티벌이 펼쳐진다.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이하 경기필)는 오는 9일 오후 7시30분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봄을 위한 심포니 페스티벌’이란 주제로 심포니 페스티벌 투어 첫 공연을 마련한다. 레퍼토리는 금난새 경기필 예술감독 지휘로 스페인 출신의 피아니스트 알폰소 고메즈가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 B장조 작품83 등을 비롯,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중 멋스런 팡파르와 아름다운 선율이 울려퍼지는 교향곡 4번 F단조 작품36 등이다.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 B장조 작품83은 브람스가 일생동안 남긴 피아노 협주곡의 마지막이자 두번째 곡으로 원숙한 기량을 보유한 시기에 작곡됐으며 교향곡처럼 4악장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곡은 브람스다운 특유의 안정되고 중후한 멋은 있으나 피아노 협주곡으로서 화려함이나 고난이도의 기교는 없는 게 특징이다.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중 가장 변화무쌍 하고 열정적인 곡인 피아노 협주곡 제2번 B장조 작품83은 그의 음악적 특성인 선율의 어두운 아름다움과 교묘한 구성, 관현악법의 묘미 등은 교향곡 ‘비창’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서술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3만~1만5천원. 문의(031)230-3440~2 /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공연리뷰> 드레스덴 필하모니ㆍ성십자가 합창단

'마태수난곡'의 마지막 코드가 끝나자마자 터져 나온 박수는 좀처럼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지휘자가 합창단원들을 치하하고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일으켜 세우자 객석에는 기립박수의 물결이 이어졌다. 합창단원들이 모두 무대에서 퇴장하고 나서야 박수소리는 겨우 진정됐다. 바흐 음악의 위대함이 승리하는 순간이었다. 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드레스덴 필하모니와 성 십자가 합창단의 바흐 '마태수난곡' 연주회에 참석한 청중은 종교를 초월하여 바흐의 음악 속에 하나가 되었다. 신약성서 중 마태복음의 예수 수난과 죽음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작곡된 바흐의 '마태수난곡'은 인류가 낳은 가장 훌륭한 종교음악 중 하나로 평가되는 걸작이지만, 연주시간만 세 시간이 넘고 5명 이상의 독창자와 2개의 합창단, 2개의 오케스트라가 필요한 대작이기 때문에 자주 무대에 올리기는 어려운 작품이다. 그 흔치 않은 걸작이 연주되기 때문인지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예술의전당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행렬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바흐의 '마태수난곡'은 예수의 수난 예언부터 체포까지의 내용을 다룬 제1부와 예수의 재판과 죽음에 이르는 제2부로 구성된다. 제1부가 비교적 서정적이고 명상적이라면 제2부는 매우 드라마틱하고 강렬하다. 그래서 음악이 진행될수록 점차 감정의 폭이 상승해가는 것이 특징이다. 이날 지휘를 맡은 로데리히 크라일레는 후반으로 갈수록 더욱 압도적이고 극적인 효과를 강조하는 해석으로 이 작품의 개성이 충분히 드러나도록 이끌었다. 지휘봉을 쓰지 않는 그의 유연한 지휘로, 제1부의 도입 합창인 '오라 딸들아'를 비롯한 주요 합창과 아리아에서 바흐 음악의 기저에 깔린 춤곡 풍의 맥박이 더욱 생명력을 얻었다. 드레스덴 필하모니의 가볍고 날렵한 연주도 바로크 풍의 흐르는 듯한 리듬을 만들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오케스트라 주자들은 바흐 당대의 악기로 연주하지는 않았지만, 비브라토를 자제하고 활을 빠르게 쓰는 등 고악기 연주기법을 차용해 가볍고도 투명한 바로크 오케스트라의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빈소년합창단보다 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드레스덴 성 십자가 합창단은 저성부의 파워가 상대적으로 강해 소년합창단 치고는 두터운 음색을 지니고 있었으나 제1부에서는 다소 힘이 달리는 듯 했다. 그러나 2부에 이르러 이 합창단의 진가가 빛을 내기 시작했다.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라 외치는 격렬한 군중 합창으로부터 예수의 죽음을 애도하는 여리고 비장한 코랄, 그리고 마지막 합창인 '우리들은 눈물에 젖어 무릎을 꿇고'에 이르기까지 혼신의 힘을 다한 그들의 합창은 듣는 이의 마음속을 깊이 파고들었다. 5명의 독창자들 가운데서는 예수의 수난 이야기를 전하는 '복음사가' 역의 테너 마틴 페촐트의 활약이 돋보였다. 그는 최상의 컨디션은 아닌 듯 했지만, 베드로가 예수를 부인하는 장면과 예수가 모욕을 당하는 장면, 예수의 죽음을 묘사하는 장면에서 울먹이는 듯한 음성과 강력한 악센트, 극도로 가늘고 여린 다이내믹 등을 선보이며 예수 수난의 이야기를 매우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아름다운 바이올린 솔로로 유명한 알토의 아리아 '나의 하느님'과 기품 있는 베이스의 아리아 '예수를 내 마음에 받아들이리라' 등 유명 아리아들의 연주도 매우 훌륭했다. 물론 전체적으로 볼 때 이번 드레스덴 필하모니와 성 십자가 합창단의 '마태수난곡' 연주가 완벽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세부적으로 보면 간혹 집중력이 흐트러진 순간도 있었고 잔 실수도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예수의 죽음에 강점을 둔 드라마틱한 해석과 고상한 음색, 혼신의 힘을 다한 그들의 연주는 특히 제2부에서 많은 청중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바흐의 음악 자체가 주는 감동이야말로 그날의 음악회를 성공으로 이끈 주역이었다. 국내에서 바흐의 종교음악이 이처럼 환영받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말러의 교향곡, 바그너의 음악극, 바흐의 수난곡. 이 작품들 모두 연주 시간이 길고, 연주하기도 어렵고, 듣기도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난 몇 년 간의 국내 공연 사례로 보면 국내 청중은 오히려 어렵다고 알려진 진지한 음악에 목말라 있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증명되고 있다. 진실한 음악에 대한 갈증이다. 이처럼 국내 청중의 욕구가 명확하게 증명되고 있다면 연주자와 기획자는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다. 가벼운 해설음악회와 교육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진지한 청중을 위한 양질의 클래식 프로그램을 더 많이 개발해야할 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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