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법’에 대한 견해

국가보안법 개폐문제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전에도 논란이 없지 않았으나 남북정상회담이후 이 법의 처리문제가 급류를 타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공개석상에서까지 국가보안법을 언급했고 김대중 대통령은 개폐가 계류중임을 밝혔으므로 어떤 형태로든 마무리를 지어야 할 필요는 있다. 또 법원이나 검찰에서도 현실정서와 괴리된 실정법부분의 처리에 적잖은 애로가 있어 시급히 해결돼야 할 일이긴 하다. 목적으로 본 국가보안법은 국가안전의 방어적 장치다. 이에비해 조선로동당 규약이 정하고 있는 ‘남조선해방의 궁극적 혁명과업 완수’는 공격적 개념이다. 무력행사만이 아닌 남한 자체에서 생성한 저들의 혁명세력과 합작통일을 의미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공격적 개념임은 부인될 수 없다. 방어적 장치보다 공격적 규정이 앞서 개정되거나 동시 개정돼야 하는 것이지만 이를 초월해 국가보안법부터 먼저 개정해놓고 보고자하는 정부측 입장은 이해한다. 그러나 정상회담을 고비로하여 그 이전보다 간단치 않은데 문제가 있다. 전에는 ‘찬양고무’ ‘불고지’ 등 부분적 손질만 하면 가능할 것으로 보아왔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법리상 공산계열(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는 현행법하에서는 북측과의 협력교류본격화를 법률적으로 설명하기가 어렵다. 그렇긴 하나, 반국가단체의 개념정립을 새롭게 하기란 매우 힘들다. 이에대한 제도적 장치가 잘못 이완되면 북한 세력의 동조집단이 안생긴다는 보장이 없다. 구 이데올로기 대신에 신 이데올로기의 혼란이 온다. 국가보안법문제는 정부 단독으로 처리할 일이 아니다. 검찰 및 경찰, 국정원, 여야국회의원, 북한문제전문가, 학계, 보수·진보단체를 포함한 사회단체등 각계 의견을 충분히 들어야 한다. 공식화된 이들의 의견수렴을 통해 어떤 골격을 정하는 것이 순리다. 우리의 생각을 말하면 정체성을 살려야 한다고 본다. 국가보안법으로 인해 모처럼 조성된 남북화해협력의 분위기가 저해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 이를 위해서는 적잖은 손질이 있어야 할것 같다. 화해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의미해석, 자구수정등은 과감하게 개정하면서 국가안전을 위한 방어적 골격은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정체성만 지니면 민주질서 수호법(가칭)같은 대체입법도 가능하다. 서독도 분단 당시 ‘민주법치국가위해죄’를 원용한 일이 있다.

양호교사 없는 농촌학교

이질·말라리아·홍역 등 각종 전염병이 확산되고 있는데 대다수 농촌지역 학교, 특히 초등학교에 양호교사가 태부족상태라면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최근 파악된 초등학교 양호교사 배치현황은 서울과 6대 광역시 지역은 평균 82%선인 반면 경기도를 포함한 도(道)지역은 평균 65%선에 지나지 않는다. 또 양호실 확보율도 서울 등 대도시 학교는 평균 90%가 넘는데 도지역은 60%선이다. 이러한 상황은 도지역의 경우 시(市)지역과 농촌지역을 구분하지 않고 집계한 수치여서 학급수와 학생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읍·면 소재 농촌 초등학교는 실제 양호교사 배치율과 양호실 확보율은 더욱 낮을 것이다. 농촌 초등학교의 양호교실 배치율이 도시지역 학교보다 낮은 것은 현행 초등학교 교원배치 기준이 현실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33조 초등학교 교원배치 기준에는 18학급 이상인 학교에만 양호교사 한명을 의무적으로 두도록 규정, 대다수의 농촌 초등학교가 이같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이 때문에 각 교육청은 양호교사 미배치 학교에 대해서는 일반교사에게 양호업무를 겸직시키고 인근 학교의 양호 담당자가 순회 관리토록 하는 자구책을 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교사에게 양호업무를 겸직시키는 것은 교사의 업무만 가중시킬뿐 아니라 실효도 없고 형식에 지나지 않는 조치로 농촌 초등학교의 보건을 사각지대로 방치하는 위험을 자초하는 것이다. 양호교사와 양호실 확보율이 농촌학교가 도시지역보다 적은 것 자체가 기초부터 잘못된 방침이다. 도시지역은 의료기관이 학교근처에 상당수 있지만 농촌지역은 의료환경이 취약하다. 농촌지역일수록 양호교사의 활동이 절실히 요구되는데 오히려 농촌 초등학교에 양호교사가 절반정도밖에 안된다면 당국이 농촌지역을 경시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농촌은 도시에 비해 의료시설이 부족하고 위생수준도 낮은 편이다. 교육 당국은 각종 전염병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는 점을 십분 고려하여 농촌지역일수록 양호교사가 우선 배치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보건과목도 정규 교과목으로 채택, 보건대책에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

이제 냉정을 되찾아야 한다

지금 온 국민이 통일에 대한 기대와 격정에 들떠 있다. 남북 정상회담의 진행과정이나 공동선언의 합의내용이 많은 사람의 예상을 뒤엎는 놀라움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북한사회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해 가졌던 부정적 시각도 많이 달라졌다. 정상회담을 통해 국제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한 김위원장의 언행이 빚어낸 김정일쇼크에 대한 화제도 만발하고 있다. 정상회담 이후 북한을 소재로 한 광고나 유머가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를 얻고 있으며, ‘휘파람’이나 ‘반갑습니다’와 같은 북한 가요의 음반판매가 늘고, 심지어는 ‘김정일 팬클럽’을 결성하겠다는 학급이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사회환경이 과거에는 북한을 찬양하면 안됐는데 지금은 거꾸로 비판하면 안되는 분위기가 됐다. 이렇게 혼란스러워서는 안된다.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북한과 김위원장에 대한 면면들은 겨우 사흘동안 보아온 일부분에 불과하다. 앞으로 예민한 통찰력으로 더 관망하고 균형감각을 찾아야 한다. 북한과 김위원장에 대해 선입견이나 편견을 가져서는 안되겠지만 그 반대인식으로 이상한 신드롬에 빠지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흥분과 감격에서 벗어나 차분한 마음을 되찾아야 한다. 정상회담과 공동선언문이 보여주는 것에 따라 흥분만 하기보다는 그 배경과 동기 등을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물론 5개항의 공동선언문이 획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냉철하게 살펴보면 정부의 설명이 필요한 사항이 한둘이 아니다. 남북의 통일방안 공통성 인정에 대한 문제점은 이미 본란에서 지적한 바 있거니와 그 외에 몇가지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공동선언문에는 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도 들어있던 상호불가침 또는 무력포기에 대한 언급이 없을 뿐더러, 북측이 요구한 비전향장기수 문제 해결은 명기하면서도 우리의 국군포로와 납북 어부 등 강제납북자 송환이 언급되지 않은 것은 이해못할 일이다. 지금 북한에는 어부출신 등 납북 민간인 454명과 생존확인된 국군포로가 268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로서는 이들의 송환문제가 몇명 안되는 비전향장기수보다 훨씬 절박한 인도주의적 숙제인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공동선언문 합의사항의 실천을 위한 당국간 대화과정에서 협상력을 한층 강화, 이같은 미흡점들은 보완할 수 있게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임진강 ‘공동水防’사업

남북정상회담에 따른 공동협력사업 1호로 임진강 수해방지가 거론되고 있다. 아직은 정부의 기획단계이긴 하나 건설교통부가 지난해 8월 북한에 공식 제의한바 있고 북측 역시 임진강 수해해소가 현안이어서 굳이 거부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남북을 휴전선 넘어 흐르는 임진강은 길이 63.8% 유역은 62.9%가 북한땅이다. 전반적 치수사업으로 유수의 흐름을 원활하게 바로 잡아야 상류고 중·하류고간에 수해를 막을수가 있다. 경기북부지역의 상습수해 또한 근원적 치유는 임진강 치수에 있다. 장마를 앞두고 당국은 올 수해예방에 힘쓰고 있다지만 여전히 걱정스런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수중도시를 이룬 임진강범람대책에는 여전히 허점이 있기 때문이다. 임진강에 대한 고민은 하류만 손대서는 별 실효가 없는데 있다. 특히 비무장지대의 임진강은 반세기동안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 완전히 드러난 상태다. 남북협력의 공동수방사업이 절실한 것이 바로 임진강인 것이다. 그런데도 지금은 치수의 기초가 되는 자료마저 빈곤하다. 강우 및 유수량, 수위 및 하천상태 등 그 어느것 하나 완전한 자료가 없다. 협력사업 제의와 함께 착수에 앞서 이같은 자료교환부터 선행하는 것만으로도 서로 유익하다. 임진강 공동 수방사업은 물론 어려운 일이긴 하다. 현지답사에서 설계 및 시방서작성, 사업비 분담 및 공사추진 등에 그때마다 많은 문제점이 따른다. 그러나 안될 이유 또한 없다. 임진강 협력사업은 실효성이 높지만 상징성 역시 크다. 휴전선에서 남북이 함께 벌이는 협력사업이야말로 진정한 평화 구현으로 세계적 이벤트의 관심사가 되기에 충분하다. 북한당국은 앞으로 우리측 정부의 제의에 십이분 긍정적 검토가 있기를 바란다. 아울러 가능한한 조기에 착공되기를 희망한다. 정부도 협의과정에서 애로가 적잖더라도 결실을 가져오는 적극적인 추진력 발휘가 있어야 한다. 두 정상의 만남이 보여준 민족적 감격이 감성으로 끝나지 않은 임진강 협력사업의 실체적 가시화는 역사의 기록이 될 것이다. 휴전선에서 울려퍼지는 임진강 사업의 화음은 세계에 과시하는 남북화해, 민족화합의 서곡이다. 그날이 기다려진다.

문화교류에 경기도가 앞장

성공적으로 끝난 남북정상회담은 앞으로 구체적인 과제가 산적돼 있지만 우리에게 큰 희망을 안겨주었다. 자주적인 남북통일, 통일방안 공통성 인정, 이산가족·장기수 해결, 다방면 교류·협력, 그리고 당국자 대화 조속 개최 및 김정일 국방위원장 서울 방문 등이 합의된 남북 공동선언문 서명은 한민족의 미래를 밝혀주는 쾌거라 하겠다. 모두가 소중하고 시급한 민족적 현안이 아닐 수 없다. 이 5개항 합의 가운데 남과 북의 다방면 교류·협력은 특히 경기도 문화교류에 폭넓은 물꼬를 터줄 것으로 전망된다. 바로 경기도가 휴전선을 끼고 두 지역으로 갈라져 있는 문화유산의 분단 현장이기 때문이다. 경기도와 문화예술단체들이 그동안 각종 대북사업을 추진해 왔다는 사실은 오늘, 그리고 내일의 남북화해시대를 대비한 일로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우선 경기문화재단이 문화유산의 공동연구와 보존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남북으로 분단된 경기도의 대표적인 2대 도시인 수원과 개성직할시 사이의 성곽 등 문화유산 비교 학술회의를 추진해 왔으며, 수원이나 개성, 비무장지대, 판문점 등에서의 문화예술교류활동 등을 타진했다는 것이다. 또 기전매장문화재연구원과 개성의 역사박물관이 비무장지대에 산재한 매장문화재 발굴사업 등을 위해 북한 관계자와 1년여동안 접촉했다고 한다. 경기도와 도내 문화예술단체들의 이러한 남북 문화교류사업 추진은 남북정상 공동선언을 계기로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되는데 특히 내년 8월 광주와 이천, 여주에서 열리는 2001 세계도자기엑스포에 북한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에 박차를 가해 주기 바란다. 세계도자기엑스포행사 기간 중에 북한의 도예품을 전시·판매하고 유명 도예인을 초청, 남북한 도자기 심포지엄을 연다면 문화교류에 큰 활력을 불어 넣어줄 것이다. 또한 질 좋은 북한산 고령토를 들여와 도자기를 제작하거나 남북한 도예인들이 도예기술을 교류할 수 있어 이데올로기로 인해 나누어진 문화유산을 하나로 보전, 계승하게 될 것이다. 차제에 경기문화재단이 지난해 7월 중국 연변대학 개교 50주년 학술회의 등에서 북한 학계 관계자와 비공식접촉 등을 통해 상당한 접근을 보았으나 추진주체와 비용 등의 문제로 올들어 일시 중단된 남북문화교류 사업이 재개되기를 바란다. 경기도 당국은 이미 만들어진 접촉라인을 활용, 남북문화교류가 성사될 수 있도록 특별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연합제와 연방제의 공통성??

정부는 남북공동선언에서 밝힌 통일방안에 대해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는 정리된 정책제시를 할 필요가 있다. 어제 본란이 대체적 공동선언내용을 긍정적으로 포괄평가한 것과 마찬가지로 평화통일의지는 지지한다. 그러나 북측의 연방제안을 부정해온 정부가 정부의 종전 연합제안과 공통성을 인정한 것은 통일방안의 수정인지, 무엇인지 모호하다. 연방제 개념이 내포한 위장된 평화공존성을 부각, 내외여론을 현혹시키고 감상적 통일논의를 불러 일으켜 국가안보태세를 악화시킴으로써 남조선혁명의 적화통일을 성취하고자 하는 대남전략 기본노선 일환이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었다. 북한은 1960년 8월 14일 과도적 통일형태로서 연방제를 주장한 이래, 고려연방제에 이어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을 제시하는 등 줄곧 연방제를 주장해왔다. 또 1991년 신년사에서는 ‘1민족 1국가 2제도 2정부’에 기초한 연방제 통일을 주창하고 1993년 4월 7일 제9기 5차 최고인민회의에서는 통일전선전술에 입각한 ‘전민족 대단결 10대 강령’ 및 ‘4대 전제조건’을 제시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민족연합군 창설, 대외정책 일원화등 대외주권의 연방정부 독점을 규정해놓고 있다. 이것이 ‘1민족 2국가 2제도 2정부’를 형성, 두 정부는 각각 동등하게 외교 군사 내치권을 갖는 우리측 국가연합안과 어떤 공통성이 있다는 것인지 잘 알수 없다. 하긴, 공동선언문에서는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라고 완곡하게 표현된 점은 주목할만하다. 이것이 만약에 연방정부의 대외주권 독점완화를 시사하는 것이라면 낮은 수준이란게 어디까지인지가 공통성여부의 관건이 된다. 김대중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단독회담에서 이에 어떤 언질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그렇더라도 연방제 불수용에서 공통성 인정으로 돌아선 것은 정부의 명백한 통일방안 수정으로 보아 이에대한 구체적 해명이 요구된다. 문제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통일의 자주적 해결…’이란 대목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남과 북이 다른 용어의 이중적 개념차이는 과거에 많은 혼동을 가져왔다. 특히 ‘자주’란 말은 7·4 공동성명후 북측이 미군철수를 의미한 것으로 해석해 보인 경험이 있다. 앞으로 통일방안등의 논의과정에서 미군철수를 전제조건으로 요구해올 경우 정부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국민은 미리 알고 있을 권리가 있다. 평화 화해 협력으로 공존공영을 이루는 것이 평화통일을 이루는 길로 알고 있다. 우리는 공동선언이 밝힌 통일방안 지향이 함정이라고 믿고 있지 않으나 그렇게 우려하는 일부의 시각이 없지 않다. 정부는 이에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책임이 있다.

의약 분쟁 긴급대책 세워야

앞으로 15일 있으면 실시될 의약분업이 파행 실시될 지경에 놓여있다. 현재와 같이 의약분쟁이 그대로 지속될 경우, 의약분업은 제대로 실시될지 의문이다. 전공의들을 포함한 의료인과 의료기관들은 의약분업에 대한 자신들의 요구가 15일까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오는 20일부터 집단폐업을 하겠다고 정부에 대하여 강경한 자세를 나타내고 있다. 정부 역시 마찬가지이다. 보건복지부는 13일 의료법 48조 1항에 의거 전 의료기관과 의료인에 대하여 집단폐업, 폐문, 그리고 폐업을 금지하는 지도명령을 14일부터 실시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지도명령을 위반하면 의료법에 따라 의료기관은 15일 이하의 업무정지, 의료인은 1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받게된다면서 의료인들의 자숙을 요망하고 있다. 의약분업에 따른 분쟁은 이미 계획단계부터 야기된 것이기 때문에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의약분업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하여 새삼 논의할 필요는 없다. 의약분업의 당위성은 의료인과 약사 모두 인정하고 있으며, 국민들 역시 조속 실시를 요망하고 있다. 다만 실시에 있어 제기되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어 이에 대한 보완이 요구되었던 것이다. 의료인들의 주장은 현재의 방안대로 실시되면 동네의원들이 망할뿐만 아니라 의료소비자인 국민들이 더욱 불편을 겪는 제도가 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이런 문제는 실시과정에서 보완될 것이기 때문에 우선 의료인들이 의약분업에 협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폐업을 하면 법에 의하여 처벌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국민들은 과연 정부가 그 동안 많은 시간이 경과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강경한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는 지경에까지 처한 이유에 대하여 잘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지도명령은 최후의 수단이다. 문제는 의료인들의 협력 없이는 의약분업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인데, 의료인들을 이렇게 막바지까지 몰아 넣고 과연 의약분업이 잘 될 수 있다고 믿는지 의심스럽다. 의약분업은 결국 국민들을 위한 제도이다. 의약계가 국민들을 위한 대원칙에 합의한다면 다른 문제들은 대화를 통하여 해결할 수 있다. 파국보다는 상호이해와 양보를 통하여 슬기롭게 분쟁을 해결하는 자세가 아쉽다. 의약분쟁 해결을 위한 긴급대책이 요구된다.

민족사의 새 轉機

남북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민족사의 새 이정표로 평가된다. 김대중 대통령이 방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가진 2박3일의 평양회담 및 체류일정은 민족번영 전기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정상간에 논의된 4가지원칙은 민족적 공동 경사다. 화해협력, 긴장완화 및 평화정착, 이산가족상봉, 경제 사회 문화 등 다방면의 교류등은 칠천만 남북한 및 해외 동포들의 한결같은 염원이다. 7·4남북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가 없었던것은 아니지만 이번의 논의는 최고 당국자가 직접 한 점에서 다르다. 두정상간의 허심탄회한 회담속에서 김정일위원장이 보인 긍정적 면모는 현안이행의 전망을 밝게 해준다. 평양 정상회담을 통해 세계에 새롭게 부각된 김정일위원장은 책임있는 실천이행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 남북이 냉전을 종식, 평화를 구가하는 가운데 경제 사회 문화 등의 교류를 활성화 하는것은 곧 민족공동운명체의 공존공영이다. 후속조치를 위한 제반 분야의 실무접촉이 간단한것은 아니지만 두정상이 만난 민족적 의의를 살리면 그리 어려운 문제인 것만은 아니다. 이번만은 총론과 각론이 달랐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으로 믿어 우리는 각별한 기대를 갖는다. 남북간의 골깊은 불신을 일시에 해소 하기는 물론 어렵다. 그러나 서로 성의를 다해 보이며 잦은 접촉을 거듭하다 보면 신뢰회복이 싹튼다. 동족끼리 믿지 못하는 것처럼 정말 고통스러운 것은 없다. 우리는 지난 55년의 분단을 이런 고통속에 지내왔다. 민족적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불신의 고통에서 하루빨리 해방 되기를 소원한다. 북쪽의 ‘아리랑’이나 남쪽의 ‘아리랑’이나 다같은 민족정서를 지닌 ‘아리랑’이다. 더이상 동족을 적대시하는 것은 후세에 대한 죄악이다. 상호 신뢰회복의 노력은 후세에 대한 우리들의 의무다. 김대중대통령이 공식 초청한대로 김정일국방위원장의 서울방문이 조만간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 남북정상의 왕래는 남북간 평화정착의 지렛대다. 세계는 앞으로도 우리를 주시한다. 이번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더좋은 만남이 있기를 기대하고자 한다.

평화의 싹 돋아나는 DMZ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진행되고 있는 때에 북한이 비무장지대(DMZ)에서 대남 비방방송을 중단하고 우리 측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로 화합, 평화분위기가 무르익어 가고 있다는 소식이 기쁨을 더해 준다. 분단의 현장인 DMZ 일대에서 평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1972년 7·4공동성명 직후와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합의체결 이후 세 번째로 요즘 분위기는 마치 50년간의 뼈아픈 상흔도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을 정도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남북정상회담 예정 발표 이후부터 대남 확성기방송에서 20여 차례에 걸쳐 김대중 대통령을 언급하면서 과거와 달리 모두 ‘김대중 대통령’으로 호칭했으며 음악으로 할애했다고 한다. 북한은 또 지난 4월 10일 이후 DMZ 일대 대남 확성기방송과 전단을 통한 비방을 사실상 중단했다는 것이다. 월북 종용이나 반정부 선동을 부추기기 위해 뿌려온 대남전단 역시 4월 이전 제작된 것만 발견돼 살포작업이 중단된 것으로 추측되고 있기도 하다. 북측 선전마을 앞에 서 있는 구호도 최근 ‘백두광명성’에서 ‘동족상쟁반대’로 바뀌었으며 특히 6월 14일 서해교전 1주년을 앞두고 북한 해군함정이나 꽃게잡이 어선이 북방한계선 (NLL)을 넘어올 어떠한 징후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화해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국군 장병들의 경계태세는 추호도 흐트러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한반도 허리를 두 동강 낸 휴전선 철책은 강화도 서해 끝섬 말도에서 시작, 개성 남방의 판문점을 지나 중부의 철원 김화를 거쳐 고성 명호리에 이르러서야 155마일 긴 여정을 마친다. 그 155마일 907㎢의 비무장지대는 역사의 저린 아픔이지만 한편으론 오랫동안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아 희귀 동·식물이 마음껏 서식하는 세계적인 생태계의 보고가 되었다. 아울러 민족의 고귀한 역사 문화 유적지이기도 하다. 대북관계는 그도동안의 경험으로 환상은 금물이지만, 이러한 DMZ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동족상잔의 비극을 교훈삼는 ‘평화지대’ ‘생태계의 낙원’으로 변모하기를 기원해 마지 않는다.

민족자존의 감격

남북이 새로운 새천년을 열었다. 김대중대통령과 김정일국방위원장과의 만남과 악수, 그것은 새 역사의 시작이다. 서울서 평양 순안공항까지 특별기로 1시간이면 갈수 있는 정상의 평양방문이 55년이 걸렸다. 내빈접객에 전례없는 김정일위원장의 공항 직접영접, 숙소까지의 승용차 동승등은 가히 파격적이었다. 평양시민들의 열렬한 환호가 김정일위원장에 대한 것일지라도 그 자리에 두 정상이 함께 있었다는 사실은 55년의 세월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남북정상회담은 오랜 숙원이었고 이번 방문은 두달전부터 예정된 것이어서 이미 다 알고 있었지만 막상 평양서 보여준 두 정상의 만남은 역시 감회가 깊다. 급격한 인식의 변화로 남과 북이 감격적 혼란을 겪고 있으나 이는 민족자존이 감격이다. 아울러 민족자존의 공존공영은 서로 상대를 인정하는데서 비롯된다. 서로가 살아가는 방식이 다른 것을 굳이 탓할 필요는 없다. 화해와 협력은 공존공영의 요체다. 한반도에서 전쟁재발이 위협만 해소되면 남과 북이 민족번영의 새 장을 이루지 못할 이유가 없다. 우리는 정치적 분단국이지 인종 종교 언어가 달라 갈라진 분열국이 아니다. 평화통일의 소망이 절실하긴 하나 독일식 통일은 당장 막대한 통일비가 소요된다. 독일은 이미 20조원이 들어가 무거운 세부담에도 불구하고 10조원이 더 소요되는 실정이다. 경제협력을 비롯, 문화 사회 교류 등으로 상호 이질감을 해소해 가는 것이 통일의 길로 가는 순리다. 점진적 제반교류는 남과 북 어느 한쪽만의 이익이 아닌 상호호혜의 원칙에 의해 이행돼야 한다. 김정일위원장을 위시한 평양의 김대중대통령 영접분위기는 이같은 교류의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일단 볼만 하다. 두 정상은 오늘 단독 및 확대회담 등을 통한 공식접촉에 들어간다. 산적한 남북간의 현안을 하루 이틀새에 다 해결할 수는 물론 없다. 또 회담은 이견이 있기 마련이어서 원래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우선 합의가 가능한 것부터 시작해서 문제를 하나 하나씩 풀어가면 민족번영의 공존공영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점에서 우리는 김정일위원장의 서울 답방등 정상회담의 정례화를 희망한다. 텔레비전 현지보도를 지켜본 칠천만 국내외 동포들이 비상한 관심속에 오늘의 회담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