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풀뿌리 민주주의로의 진화

6월은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4월 419혁명과 5월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과 전통을 이어받은 87년 6월 민주화운동은 오늘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의 출발이 되기 때문이다. 국가 기념일로 지정된 6월10일을 시작으로 6월29일, 직선제 개헌을 수용하는 629선언이 발표될 때까지 6월 한 달 내내 전국에서 수많은 시민과 학생들의 시위가 있었다. 최루탄에 맞아 목숨을 바친 청년도 있었다. 민주주의라는 나무는 피를 먹고 살아간다는 말처럼 우리 사회 민주주의를 지키고, 키우기 위해서 많은 분의 희생과 수고가 있었다. 멀리는 419에서부터 유신독재와의 싸움, 80년 광주시민의 희생과 80년대 지속된 민주화운동, 그리고 87년 6월 민주주의의 위한 국민운동까지 온몸을 던졌던 희생을 밑거름으로 민주주의는 진화됐다. 물론 6월 민주화를 위한 국민운동 이후에도 학생과 노동자, 시민의 희생은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민주주의란 주권자인 시민이 지배하는 가치와 사회체제이자, 대화와 타협을 통해 더 많은 시민의 행복을 실현하려는 정치제도이기도 하다. 더 많은 행복이란 쉽게 수량으로 가늠해서는 안 된다. 최근 모두를 위한 도시란 구호가 유행하듯, 민주주의 성숙도는 다수에 의해 소외되는 소수의 존재를 통해 판단될 것이다. 시민의 지배가 온전히 실현되려면 현재의 선거제도와 정치시스템은 부족하다. 선거기간에만 자유롭다고 영국인을 조롱한 루소의 지적도 있었지만 여전히 출구를 찾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는 선거제 개혁의 법안까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모두를 위한 민주주의까지는 아니더라도 양극화로 심화되는 비정규직의 고통과 동네 자영업자의 몸부림은 왜곡된 정치가 낳은 현실이다. 다수를 지배하는 자본의 힘을 정치가 제어하지 못해 다수가 소수에 의해 움직이게 되는 뒤틀림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87년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치며 거리를 가득 채웠던 시민의 함성은 이후 사무실과 마을에서 조용한 일상으로 녹아들어 갔다. 그리고 그 힘은 30여 년이 지나 역사를 정방향이 아닌 역주행으로 민주주의를 퇴보시켰던 대통령을 탄핵했다. 그러나 반복되는 거리에서의 정치는 많은 희생과 수고를 필요로 한다. 힘을 가지고 있는 시민이지만 그 힘을 자주 발휘하기는 어렵다. 다시금 생활현장에서 민주주의를 키워가야 한다. 거리가 아닌 일상에서의 민주주의를 발전시켜가려면 선거제 개혁을 마무리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선거 만능에서 벗어나 시민의 지배를 실현할 수 있는 또 다른 방식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대표의 선출을 선거만이 아닌 추첨제의 도입을 제안한다. 선거는 시민보다 탁월한 사람을 선출하지만, 추첨은 보통시민을 대표로 선출하여 시민의 뜻을 잘 반영할 수 있다. 최근 주민참여예산 위원 선정이나 주민자치회 구성 과정에서 추첨을 통한 선출이 확대되고 있다. 생활현장에서부터 추첨제를 다양하게 적용하여 풀뿌리민주주의를 발전시켜야 한다. 풀뿌리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는 추첨제와 함께 직접 참여를 통해 실천적 활동이 필수적이다. 또한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주민활동의 성장은 생활현장을 넘어 직접민주주의 영역을 넓혀주고 있다. 작은 단위에서부터 추첨제의 다양한 실험, 중앙 집중에서 지방분권과 마을 자치로, 풀뿌리민주주의와 직접민주주의 강화로 한층 더 성숙한 민주주의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6월 민주화운동 32년을 돌아보며, 다음 세대의 민주주의를 생각해 본다. 유문종경기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운영위원장

[경기시론] 길 위에서 길을 묻다

지리산(智異山)이란 이름의 뜻은 지혜가 달라지는 산이다. 지리산이란 지혜의 차원이 달라지는 산이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지리산을 등반하면서 많은 지혜를 배운다. 많은 학교가 학생들과 함께 지리산 종주를 통해 지혜를 배우는 시간을 가진다. 몇 년 전 학생들과 함께 지리산을 오르면서 길 위에서 길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던 기억이 있다. 학생들이 힘겨운 산행을 하면서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 보고, 그리고 구름 위를 걸으면서 보이지 않는 인생의 길을 발견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언젠가는 산행이 끝나는 시간이 있고, 힘들게 올라가면 반드시 내려올 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힘든 산행이었지만 지혜를 배우고 인생의 다른 차원을 배우는 기회였다. 정말 지리산 산행을 통해 길 위에서 길을 배우는 기회였던 것 같다. 요즘 학생들이 컴퓨터와 게임으로 소통하는 시대에 자연을 느끼고, 한계를 극복하면서 서로 소중함을 배우는 산행을 통해 참 많은 것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WHO에서는 게임중독을 질환으로 인식하려고 하고 있다. 요즘 학생들은 온라인 삶으로 세상을 배우고 있기에 몸으로 경험하는 교육이 부족한 실정이다. 제주도 올레길을 만든 서명숙 이사장은 길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길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는 것이다. 그래서 제주 올레 길은 옛날부터 있던 길, 있다가 인적이 끊겨 잊힌 길, 인적은 끊겼지만 염소나 동물들은 다니는 길 등을 찾아 길을 낸 길이다. 이미 길은 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서명숙 이사장은 올레 길을 본떠서 각 지역에서 둘레길을 조성한다고 할 때, 거액의 예산을 들여 인공적으로 길을 포장하고 만드는 것에 대해 우려를 많이 하였다. 길은 원래 있던 곳을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흔히 꿈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한다. 어쩌면 그녀가 낸 길을 통해서, 아니 길을 걸으면서 길(미래의 꿈)을 볼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바로 운명의 길이다. 올레란 말은 아주 좁은 골목을 뜻하는 제주 말이다. 집 앞에서 마을 큰길까지 이어주는 좁은 골목이다. 제주도의 집은 돌담에 둘러싸여 있다. 집집마다 있는 이 돌담 사이에 난 좁은 길이 바로 올레이다. 좁은 골목길! 크고 넓은 길은 목적지까지 빨리 갈 수 있다. 편리하다. 바쁘고 빨리 목표를 이뤄야 하는 삶에는 적합하다. 그러나 그만큼 위험한 길이기도 하다. 자기를 잃어버린다. 정신이 피폐해지고 사람들을 잃어버린다. 지치고 고달프다. 이와 반면 좁은 길은 더디고 느리다. 불편하다. 오래 걸린다. 걸어야 하기 때문에 다리가 퉁퉁 붓는다. 그러나 거기에는 쉼과 안식이 있다. 치열한 경쟁과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아야 하는 압박에서 자유로워지고 치유가 일어난다. 인생의 지혜를 배우는 길은 좁은 길이다. 넓고 편한 고속도로가 아니다. 천천히 걸으며 주변을 돌아보게 하고, 사람들을 만나게 한다. 우리 인생의 한 걸음 한 걸음의 과정을 묵묵히 꾸준히 걸어가게 한다. 목표를 정해놓고 후다닥 해치우는 길이 아닌, 주변을 돌아보게 하고 넘어진 사람이 있으면 붙잡아 일으켜주기도 하고, 맛있는 식당이 있으면 함께 어울려 차나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하는 그런 길이다. 이 길이 바로 지혜를 배우는 지리산(智異山)이다. 지금 학생들에게 무엇을 느끼도록 해야 할까? 바로 길 위에서 길을 배우도록 돕는 것이다. 걷기 좋은 계절에 자녀와 학생들과 함께 인생의 길을 걸어보자. 안해용 경기도교육청 학생위기지원단장

[경기시론] 형평성과 공정성 차원의 병역특혜

작년 아시안게임의 가장 흥미로운 순간은 폐회식이었다. 개최국의 가수가 아닌 대한민국의 슈퍼주니어와 iKON이 등장한 것이다. 필자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인도네시아 아시안게임 폐회식에서 금메달만큼 값진 우리나라 K-문화를 아시아에서 최고임을 말해주는 것 같아 굉장한 긍지를 가지고 바라보았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요즘 방탄소년단(BTS)의 빌보드200 1위로 국위선양과 K-문화전파라는 업적 또한 필자로 하여금 한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한다. 출산(출생)을 포기했다면 이런 멋진 젊은이들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필자는 출산과 출생이 모두 행복한 세상을 꿈꾼다. 먼저 경제적으로 밑받침되지 않고는 결코 출생 자체가 행복이 될 수 없다. 한국출산행복진흥원에서는 출산과 출생을 포기하지 않는 행복한 환경이 되기 위한 첫 번째 일환으로 중소기업의 성장을 돕는 일에 힘쓰고 있다. 감사한 일은 생산자이면서 동시에 소비자이기도 한 그분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겠다고 (주)기부맘이 후원업체로 나섰다. 중소기업제품전용 기부몰을 만들고 수익금의 70%를 출산장려 기금으로 만들려 했으나 웃을 수 없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렇다고 여기에서 실망하지 않았다. 감사한 일은 BTS의 대만과 중국 총판인 H사와 미국과 멕시코 총판인 L사 그리고 한국출산행복진흥원 (주)기부맘이 한국의 중소기업 제품의 수출 길을 여는데 함께 의기투합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현재 K-Pop 중에 세계 젊은이들 사이에 당연 화제가 되고 있는 아이돌 그룹은 방탄소년단(BTS)이다. 현대경제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BTS의 가치가 중견기업의 평균매출의 26배로 5조 원 이상의 경제적 가치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젊은이들에게 항상 따라다니는 것은 병역에 관한 문제이다. 바로 국방의 의무 나이이기 때문이다, 대중음악 종사자에게 다른 대회의 우승보다 수혜자가 적고, 병역혜택이 누구 한 사람만의 특혜가 될 가능성이 지극히 희박한 기준이 있다면 국가를 대표하는 체육계 선수들과 더불어 병역특혜대상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국제협력봉사요원과 예술체육요원으로 4주간 기초 군사훈련을 받도록 하는 사회복무제도가 있다. 현재 병역법상 예술체육요원은 아시안게임 1위, 올림픽 3위 이내 입상하거나 병무청이 정한 각종 국내외 예술대회 1~2위의 성적 등을 기준으로 한다. 그 누구보다도 가장 예술체육요원의 취지에 맞는 활동을 하는 BTS를 지난 낡은 기준이 아닌 대중문화분야의 병역특례 대상으로 봐야 한다. 필자는 대중문화분야의 병역특례 대상에게 병역면제를 해주자는 것이 아니다. 예술체육요원으로 4주간의 기초훈련과정과 예비역의 의무를 하되, 해당 분야에서의 활동으로 복무를 대체하여 꾸준한 활동으로 국위 선양과 문화 창달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유지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고전음악 콩쿠르에서 1등 하면 병역특례를 주는데 대중음악으로 빌보드 1등을 하면 병역특례를 주지 않는다.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며 병역특례제도 존폐포함 제도 개선안을 7월까지 마련한다고 한다. 지금, 국가차원의 형평성과 공정성 측면에서 진지하게 고려해 볼만한 문제인 이유는 행복 지체가 미룰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양옥 한국출산행복진흥원장

[경기시론] 대한민국 정신과적 진료체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최근 들어 조현병 및 각종 정신과 환자들로 인한 살인, 상해, 방화사건으로 전국이 불안해하고 있다. 정부와 각종 지자체가 대책을 마련하고 있고 예산을 만들겠다고 한다. 그런데 이 상황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 사이에서는 이미 예견된 사건이었다. 대한신경정신과학회는 지금의 정신건강복지법이 환자의 인권강화가 아니라 오히려 필요한 입원을 제한하고 인권의 하나인 치료권을 제한한다고 반대했다. 그러나 법 통과와 관련된 절차에서 전문가의 의견은 배제됐다. 향후 발생하는 모든 문제에 대해 정부의 책임임을 공표했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못했다. 그렇다면 현재 정신건강복지법이 현실에서 어떤 부작용을 낳는 것일까? 현재 정신과 입원은 자의입원(퇴원을 원하면 무조건 퇴원시켜야 함), 동의입원(퇴원을 원하면 72시간 막은 뒤 보호입원이나 행정입원으로 전환 가능), 보호입원(정기적으로 시에 설치된 심판위원회에서 입원연장 여부 승낙을 받아야 함)이 있다. 보호입원은 일종의 강제입원으로 응급입원(경찰에 의해 3일간 입원 가능), 행정입원(시ㆍ군ㆍ구청장이 보호자가 되어 시행하는 보호입원), 보호자 2인에 의한 보호입원이 있다. 보호입원은 증상이 심해 치료의 필요성이 있어야 하고 자타해의 위험성이 동시에 있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치료의 필요성 혹은 위험성 중 한 가지만 있어도 되지만 우리나라는 동시에 있어야 한다. 그리고 보호자에 의한 입원 시 요구하는 행정절차관련 서류가 너무 많고 복잡하다. 이를 어기면 보호입원은 불법이 되고 불법감금이 되므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응급상황이 대부분인 실제 현장에서 이를 다 지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데 국가는 이를 요구했다. 결과는 경찰이나 현장에서 진료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법을 엄격하게 지켰다. 환자를 생각하면 입원을 시켜야 하나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큰 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2017년 5월31일자로 시행된 이 법의 결과 안타깝지만, 입원을 시킬 수 없는 환자들이 급증했다. 전국적인 현상이었다. 2년간 이런 상황이 누적된 결과가 작금의 사건들로 연결되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정신과적 진료체계가 바뀌어야 하는 것일까? 첫째는 사법입원으로 가야 한다. 보호입원은 현장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해당 환자가 입원치료가 필요한지 의학적으로만 판단하고 입원을 시킨다. 입원을 시킨 후 사법부에 사실을 통보하고 정해진 사법부의 위원회에서 입원치료의 지속성을 판단하게 해야 한다. 보호입원도 일종의 구금 성격을 띠는 것임으로 사법부가 적정성 및 지속 유무에 대해 승인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미 많은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이다. 둘째는 초기 급성기 기간에 집중치료를 해줄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선진국은 급성기에 집중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재정적 시스템이 되어 있다. 건강보험환자와 의료급여환자들이 차이 없이 집중적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병원기반사례관리를 통해 입원환자들이 퇴원 후 지역사회 유관기관에 잘 연계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입원치료를 통해 친근해진 병원치료자가 환자가 퇴원 후 잘 지낼 수 있도록 관리도 하고 지역의 정신과관련 센터에 연계를 해주면 환자들이 잘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1995년 정신보건법이 개정된 이후 복지재정을 통해 지역사회 정신보건센터가 건립됐다. 이제는 입원치료 시스템의 향상을 건강보험재정을 통해 뒷받침 해주어야 한다. 정재훈 한국정신보건연구회 정책이사

[인천시론] ‘사람의 죽음은 한 장의 그림을 영원히 잃어버리는 일’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과 오래 일했던 일러스트레이터 안자이 미즈마루(安西水丸)의 죽음을 추모하는 글에서 사람의 죽음은 언젠가 그려졌을 한 장의 그림을 영원히 잃어버리는 일이라고 썼다. 미즈마루는 평소에 매력적인 그림이란 잘 그린 그림이 아니라 그 사람밖에 그릴 수 없는 그림이라고 말했던 사람이다. 장애와 암 투병 속에서도 많은 이에게 희망을 남기고 떠난 장영희 서강대 교수 10주기를 맞아 고인이 남긴 주옥같은 문장을 다시 정리한 신간이 나왔다. 살아온 날들을 기적이라 말하며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많은 이에게 희망을 선물한 사람이다. 동양학 관련 저서와 역서를 100권 넘게 낸 신동준 21세기 정경연구소장이 지난달 25일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사마광의 자치통감(資治通鑑) 전체 30권 중 1차 번역본 10권을 출간했는데 이제 신 소장의 완역은 바랄 수 없는 일이 됐다. 모든 죽음은 안타깝지만 세 사람의 경우는 새삼 아깝다라는 생각이 든다. 죽음은 삶의 대극(對極)이 아니라 그 일부로 존재한다는 말은 위안일 뿐 죽음은 죽음이다. 2천100년 전 사마천은 죽음은 새털같이 가벼운 죽음과 태산보다 무거운 죽음이 있다고 말했다. 죽음에 대한 그의 생각은 역설적으로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신념과 철학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는 참 얇다. 그래도 위의 세 분은 병과 쇼크로 세상을 떠나 자살보다는 덜 안타깝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자살이라는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좋은 학교 나오시고 성공하신 분들이 시골에 있는 별 볼일 없는 사람에게 머리 조아리고 돈 주고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기자회견을 한 뒤 노건평씨와 연루된 대우건설 남상국 사장이 투신자살했다. 노 대통령 자살이야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니 말할 필요도 없으나, 세상만사 돌고 돌아 이 정권 들어서도 자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정권의 칼날 앞에서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노회찬 전 의원, 변창훈 검사, 조진래 전 의원 등이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 그들의 자살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검찰이 요즈음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한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반대하면서 정의의 대변자처럼 등장하고 있다. 경찰을 보는 국민의 불안은 더 심하다. 버닝썬 수사결과를 보면 실력도 의지도 부족한 용두사미다. 애초에 믿지도 않았지만, 명운을 걸겠다던 민갑룡 경찰청장의 말은 허언으로 끝났다. 이래서야 수사종결권을 달라고 주장할 염치가 되나. 자살자를 만드는 사회는 저열한 사회다. 생활고와 병고뿐 아니라 법이라는 이름으로, 정의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법고(法苦)의 수렁에서 빠져 자살하는 국민이 없어야 한다. 1921년 소설가 현진건은 일제의 탄압으로 많은 애국적 지성들이 어쩔 수 없는 절망으로 주정꾼으로 전락하게 되는 술 권하는 사회라는 소설을 발표했다. 100년이 지난 지금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우리의 현실은 이 시대가 자살을 권하는 사회를 넘어 자살을 강요하는 사회로 가고 있음을 느낀다. 자살을 강요하는 사회는 국가에 의한 타살이나 다름없다. 그 사람이 죽지 않았다면 볼 수 있었던 그림은 비단 화가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인재 한국뉴욕주립대 석좌교수

[경기시론] 한 마디의 힘

어버이날을 앞두고 어머니를 만난 친구의 이야기다. 평상시에도 어머니와 한 달에 한두 번은 만나 바람 쐬어 드리고 식사하는 등 잘하는 친구였는데, 그날 어머니는 이 친구의 차를 타자마자 머리를 왜 그렇게 촌스럽게 했냐,뭐 같다 이러면서 딸의 머리스타일을 타박하며 지적하시더란다.이에 친구가 역정을 조금 냈다고 했다.큰 문제는 아니다.본래 엄마와 딸의 관계는 나이 들어가며 친구 같이 그럴 수 있다.다만 연세 있으신 어른들 중엔 마음은 안 그러면서 말을 좋게 하지 못하는 분들이 있어서,연로하신 부모님께 의외로 그런 부분이 불만인 사람들이 제법 있다. 하지만 이건 어른들만의 문제는 아니다.때와 장소에 맞게,공적인 자리와 사적인 자리에 맞게 말을 하면 불필요한 구설은 피할 수 있다.말에 신중하지 않은 사람들은 문제가 생겼을 때 말하다 보면 그럴 수 있지, 농담도 못하나 등의 말로 무안함을 대신하거나 합리화한다.특히 직장에서는 너무 넘치지도 않게 그렇다고 야박하게 짠 내를 풍기지 않는 말하기 방법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 먼저 같은 말이라도 부드럽게 순화해 조금만 표현을 바꾸어주면 내 이미지가 달라지고 내가 원하는 것까지 얻을 수 있다. 동료와 문제가 생겼을 때도 좋은 말로 바꾼다면 상대는 반감이나 저항 없이 마음을 움직여줄 것이다. 또 말을 할 때 사람을 고무시키는 감탄사를 잘 이용하면 사람의 말을 잘 듣고 있다는 표현과 공감의 표현을 함께 할 수 있다.처음 만난 사람,아직 친해지지 않은 사람은 물론 자신감이 없는 소극적인 동료,격려가 필요한 사람,부하의 칭찬이 필요한 상사 등에게도 마음을 열어준다.과연, 역시, 정말, 와아 같은 짧지만 그 안에 감탄과 칭찬,공감,동조 등이 함께 내포된 표현을 해주면 상대방도 자신감을 갖고 나에 대한 호감도 높아진다. 말의 힘은 단어 하나의 선택에서도 드러난다.예를 들어1만 원을 두 사람이 나눠 가져야 하는 게임이 있다.한 사람은 돈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를 정한 후에 다른 사람에게 자기가 정한 것을 제안한다.제안을 받은 사람은 그걸 받아들이면 제안한 내용대로 나눠 갖게 되고 거절하면 둘 다 돈을 받지 못한다.문제는 여기서 사람들의 빠른 계산과 심리가 작용한다는 점이다.제안하는 사람이7대 3을 요구할 수도 있고, 9대 1을 요구할 수도 있다. 제안받는 사람은 바보가 아닌 이상 단 돈1천 원이라도 받는 게 낫지만,은근히 화가 난다면 천 원을 받느니 너도 못 받게 하겠다는 식으로 몽니를 부리며 거절할 수도 있다.이 게임을 처음에 어떤 명칭으로 소개를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고 한다.월 스트리트 게임이라고 소개하면 증권시장을 연상하며 게임을 약육강식 프레임으로 이해해 자기에게 더 유리한 분배 제안을 하고,커뮤니티 게임이라고 소개하면 뭔가 게임하는 사람들이 모두 한 팀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 훨씬 더 공평한 제안을 한다는 것이다. 게임에 어떤 이름을 부여했느냐에 따라 게임의 성격이 달라진다.어떤 단어를 선택했느냐에 따라 참여자를 경쟁자로 만들기도 하고 한 팀으로 만들기도 한다.말의 힘이 발휘되는 순간이다.친한 사람 사이도 영원히 친한 법은 없다.친하기 때문에 마음이 상하면 적대적인 사이가 되는 것도 의외로 쉽다.장점을 돋보이게 하는 별명이나 잘하는 것을 칭찬하는 말 등이 좋은 농담으로 서로 유쾌해질 수 있지 않을까. 전미옥 중부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경기시론] 동장 주민추천제, 한 걸음씩 마을민주주의로 나가자

동장 주민추천제가 수원시, 세종시, 공주시, 울주군 등에서 추진되고 있다. 이미 금천구, 광산구에서는 한 차례 실행을 완료했다. 현재 여러 시, 군에서 추진되고 있는 동장 주민추천제는 희망하는 공무원 중에서 1인을 주민이 선택해 추천하고, 추천된 사람을 시장(혹은 군수)이 임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완전 개방형으로 민간 전문가를 공모하여 동장을 선출하였던 금천구의 실험과 비교하면 후퇴하였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방식의 주민추천제도 잘 운영해 나간다면 마을민주주의로 나가는 기반을 만들 수 있다. 먼저 시장의 인사권을 주민이 되찾아 자치권을 확대할 수 있다. 마을행정을 책임지는 동장을 주민이 추천하고, 시장이 임명하는 이 제도가 정착되어 두세 차례 반복된다면 주민 자치의식과 능력이 크게 성장할 것이다. 내 손으로 동장을 선택한다면, 마을 일을 한 번 더 생각하고, 한 번 더 참여하려고 시간을 낼 것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변화는 임명직 동장이 아닌 추천된 동장과 주민과의 새로운 관계 설정과 소통활성화다. 동장 추천인단으로 참여하고, 동장 희망자가 제출한 동 운영계획서를 검토하고, 토론회에 참석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주민의 요구가 분출할 것이다. 바보가 아닌 동장 희망자는 이러한 주민요구를 잘 파악하고, 향후 동 운영에 반영하려 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동장과 주민의 소통은 활성화될 것이다. 나아가 주민 추천을 통해 임명된 동장은, 추천과정을 복기하면서 향후 동의 비전과 추진전략, 사업 등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주민과의 소통을 더욱 강화하려고 할 것이다. 선거과정에서 후보자와 유권자와의 소통과정을 떠올릴 수도 있고, 공약을 만드는 과정이나, 당선 후 그 공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유권자와 소통하려고 노력하는지가 당선자의 제1의 의무가 되고 있음을 상기해보라. 동장과 주민과의 관계가 재설정되고, 소통이 활성화되면 마을행정이나 마을공동체를 복원하는 활동도 주민주도와 자치를 중심으로 변화되어 나갈 것이다. 다음으로 책임행정이다. 부임하자마자 언제 떠날지 모르는 임명직 동장과 다르게 2년(혹은 4년)의 임기를 보장받고 동장 역할을 하면서, 그 성과에 따라 평가를 받기 때문에 이전과는 다른 태도로 동장의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동 주민이 선택하였기에 주민의 지지를 활용하여, 소신껏 동 변화를 시도해 나갈 수 있다. 추천과정에서 주민과 약속한 내용을 근거로 갈등현안이나 동의 묵혀둔 문제를 중장기적 관점에서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열거한 기대효과는 여전히 미래형이며, 희망사항으로 끝날 수 있다. 자치는 주민의 치열한 요구와 기득 권력과의 싸움 속에서 얻어질 때, 올바로 실현된다. 시장이나 군수로부터 주어지는 자치는 그들의 선한 의지와 상관없이 지속되기 어렵다. 자치의식과 능력은 실천을 통해 성장한다. 지금부터라도 주민이 나서서 주민추천제의 추진방식과 진행과정을 이끌어 가야 한다. 행정이 설계하고 계획한 틀에 손님으로 참여하지 말고 주인답게 의견을 밝히고, 의견을 모으고, 그 의견을 관철시켜야 한다. 예비 동장이 제안하는 동 운영계획서를 받아 보기 전에, 주민이 먼저 동의 비전과 발전계획을 제안하여 수용토록 요구해야 한다. 동장 추천과정에서 주인답게 마을 문제를 토론하고, 대안을 마련해나가야 한다. 추천된 동장과 함께 마을 일을 기획하고, 실행해 나가며, 주어진 자치를 주민의 자치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동장 주민추천제가 마을민주주의로 나가는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한다. 유문종 경기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운영위원장

[경기시론] 괄목상대

사자성어 중에 괄목상대(刮目相對)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괄이란 단어는 눈을 긁다 또는 눈을 비비다 라는 말로서 눈을 비비고 상대를 대한다는 뜻으로, 남의 학식이나 재주가 놀라운 정도로 부쩍 향상되었다는 뜻으로 사용된 말이다. 이 말은 삼국지(三國志)에 나오는 말로 후한(後漢) 말, 魏(위)ㆍ蜀(촉)ㆍ吳(오)의 삼국(三國)이 서로 대립하고 있을 당시 오(吳)나라 손권(孫權)의 부하 중 여몽(呂蒙)이라는 장수가 있다. 그는 전공을 많이 세워 장군까지 올랐으나 매우 무식했다. 그는 학문을 깨우치라는 손권의 충고를 받아 전장(戰場)에서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공부했다. 얼마 후 손권의 부하 중 뛰어난 학식을 가진 노숙이 여몽을 찾아갔다. 노숙은 여몽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그가 옛날과 달리 매우 박식해져 있음을 알고 깜짝 놀라자, 여몽이 선비는 헤어진 지 삼일이 지나면 눈을 비비고 다시 볼 정도로 달라져 있어야 하는 법이라고 말한 데서 유래됐다. 요즘 나무의 모습은 괄목상대 그 자체이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나무의 모습을 보면서 생명의 기운을 느끼게 한다. 이처럼 학생들도 괄목상대의 모습을 보인다. 그런 변화의 모습에 부모들과 교사들은 당황하기도 하고 감동하기도 한다. 성서에 너희에게 겨자씨 한 알 만한 믿음이라도 있으면, 이 산더러 여기에서 저기로 옮겨가라 하면 그대로 될 것이요, 너희가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마태복음17:20절) 겨자씨가 산을 움직인다. 이 말의 의미는 가장 작은 것이 가장 큰 것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겨자씨는 작은 씨앗이면서 빨리 자라는 성질이 있다. 그래서 보통 겨자는 몇 개월 사이에 1.5m까지 자란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누룩도 같은 개념이다. 밀가루 서 말을 반죽하면 보통 백 명 이상의 사람들을 먹일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적은 양의 누룩이 들어가면 이 많은 양의 밀가루를 부풀게 한다는 것이다. 누룩이 들어가면 보통 3~4배 정도로 부풀게 한. 이처럼 시작은 너무나 작고 보잘것없는 것 같지만 그곳에 생명력이 있으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성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변화의 생명력이 한번 동터 오기 시작하면 반드시 현실 안에서 결실을 맺게 될 것이다. 아무도 그 생명력을 방해할 수 없으며 반드시 부풀게 할 것이다. 그때가 더딜지라도 분명히 변화의 역사는 이 땅에 이루어질 것이다. 교육은 작은 변화를 만들어 내는 활동이다. 교육이 한 생명을 변화시키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출발이 된다. 5월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그리고 스승의 날로 이어진다. 이 5월에 교육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교육은 괄목상대(刮目相對)의 변화의 생명력을 바라보고 작은 겨자씨와 누룩을 학생들의 마음에 심는 것이다. 교사들에게 이런 눈이 필요하고 부모들에게도 이런 눈이 있을 때 결코 더디 바뀐다고 해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겨자씨와 같이 작은 씨앗의 소중함을 기억하고 누룩과 같이 미세한 것이 그 엄청난 밀가루를 부풀게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안해용 경기도교육청 학생위기지원단장

[경기시론] 상생 쉬울 수 있어요

필자는 현실감 있는 실천에는 무엇이 있을까를 지금 이 순간에도 고민하는 엄마 중 한 사람이다. 또 우리 자녀는 우리가 없더라도 100년 후 행복한 대한민국에서 살기를 바라는 엄마다. 이런 엄마가 작년 주무부처에 사단법인을 신청했다. 1년 이상 기간이 소요되었지만 이번에 또 반려되었다. 사단법인을 하려면 절차가 필요하다. 먼저 발대식을 하고 1년 이상 활동을 한 후에 주무부처를 방문해야 한다고 해서 여기까진 좋았다. 1년 이상의 활동한 실적을 가지고 다시 찾은 주무부처는 담당 부서 소관이 아니라며 다른 부서로 넘겨졌다. 같은 목적 사업이 있어 독창성이 부족하단다. 운영을 제대로 하지 않은 기존의 법인들 탓에 좋은 뜻을 둔 신규법인을 제재한다는 것이다. 과연 옳은 일인가. 허가사항이기에 당연히 제대로 살펴야 한다. 서류만으로 허가를 운운하는 것이 아니라 절차적인 모순이 있다면 개편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어찌 좋은 일을 한다는데 제대로 뜻을 파악하기보다 인맥이나 학력 그리고 재력 등 제동의 조건이 개발도상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급변하는 현재, 과거의 경험이 더는 미래 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필자가 우려하는 것은 관계적ㆍ경제적 불평등 자체가 생명의 불평등으로 넘어갈 수 있기에 안타까운 마음으로 글을 쓰는 것이다. 선한 의지를 가지고 모인 참여자들이 있다. 그래서 공동이 추구하는 가치가 중요하며 상생해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어느 누군가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상생(常生)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러면 우리는 어찌해야 하는가? 소비가 먼저 생산이 먼저라고 할 수 없이 경제의 활성화라는 말은 두 가지 모두 만족스러운 상태일 때 이상적일 것이다. 주택구입비, 육아비, 교육비 등 어렵고 힘든데 출산이 행복이길 바라는 맘은 사치이다. 그래서 출산이 행복한 사회적 환경이 만들어지려면 생산과 소비의 선순환 구조가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출산행복진흥원에서는 4월26일 중소기업 미니 박람회를 동대문 롯데피트인 9층 하트박스에서 했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동일 선상에 바라보며 소비자의 체험으로부터 온 생산자의 문제점에 대한 의견을 확립해 생산자에게 자연스럽게 연결해줌으로서 궁극적인 행복한 출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확신이 섰기에 민간차원으로는 처음 시도해 본 쾌거라 생각한다. 이것은 누구 한 사람을 위함이 아니요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지속성을 가진 상생의 자리가 되도록 할 것이다. 전국의 출산율을 들려다 보자. 1위가 1.90명으로 세종시이다. 세종시의 비결은? 전국서 가장 젊고, 집값도 저렴하며,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도 많다. 세종시는 출산 장려금과 양육비가 마포구의 10배나 된다. 이는 다른 지역도 환경만 조성된다면 출생아 수가 많아질 수 있고, 100년 후 행복한 대한민국이 될 것이기에 정부와 민간 양쪽 모두 常生의 한 방향을 바라보고, 더불어 최선을 다해야 함은 여러 번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음이다. 김양옥 한국출산행복진흥원장

[경기시론] 권력을 가진 사람은 불안과 의심을 이겨내야 한다

권력은 인간들의 불안이 만들어낸 자리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그렇다. 과거 사람들은 전쟁과 기근, 맹수의 습격 등 늘 불안한 삶을 살았다. 인간의 본성상 이런 환경에선 불안이 자극된다. 따라서 사람들은 이런 불안을 없애줄 리더를 원했다. 그래서 뽑힌 리더들은 사람들을 통솔할 수 있는 권한을 받았다. 다만 이런 권한과 함께 의무도 부여받았다. 의무를 다해야만 권력은 유지되고 그렇지 못하면 권력은 박탈당했다. 귀족의 출발이었다. 귀족들은 늘 자신들이 리드하는 사람들을 보호하고 풍족한 삶을 제공해야만 했고 이런 과정에서 적들을 압도해야 했다. 압도하고자 세력을 키우다 보니 귀족들끼리의 연합이 필요했다. 연합이 이루어지면서 그들 사이에도 의심과 불안이 스며들었다. 그러다 보니 이를 해결할 제도가 필요했고, 자신들을 보호하고 챙겨줄 리더가 필요했다. 이렇게 탄생한 사람은 왕으로 추대되었다. 왕은 따라서 막대한 권한과 권력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는 왕을 위한 권력이 아니라 귀족, 백성의 안전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 궁극적 목적이었다. 이런 목적을 위해 늘 노력한 왕과 귀족은 추앙을 받았다. 그러나 목적을 잊어버리고 자신의 권력 유지에만 집착한 왕, 귀족들은 외면받았다.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탄압과 폭력을 행사한 왕, 귀족은 결국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강제로 권력을 박탈당했다. 신분제의 폐지와 민주주의의 시작은 이런 역사적 흐름에서 보면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권력을 준 사람들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만 권력을 쓰고, 일반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한 당연한 결과들이다.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이고 권력을 가지면 계속 유지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리더들 또한 인간이기에 이런 본성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따라서 민주주의 특징은 선거를 통해 리더를 뽑고 권력을 주지만 일정기간 간격을 두고 재평가한다. 선거를 통해 리더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바로 권력을 박탈당한다. 그래서 민주주의 꽃은 선거인 것이다. 그런데 국민의 생각은 다양하다. 또한, 과거와 비교하면 의식수준은 많이 높아졌다. 이들을 통합하고 요구를 충족시키려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이런 노력이 가능한 사람이라면 더 통찰력이 있어야 하고, 재능이 많아야 한다. 과거보다 각종 인터넷 매체가 발달하고, 언론의 감시 능력이 높아진 지금의 현실에선 더 자신을 관리해야 한다. 과거처럼 유착의 관계에서 자신의 무능력을 감추고 능력을 갖춘 사람처럼 꾸미는 것은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불안은 더 커질 것이고 권력박탈에 대한 불안은 늘 주변에 대해 의심하고 경계하게 한다. 이런 감정에 리더들이 압도되면 충언을 하는 사람들보다는 불안을 감소시켜주는 소위 아첨하는 사람들이 편하다. 주변에 이런 사람들이 많아지면 민심과는 다른 방향으로 정책은 진행되고, 점점 민심은 떠나간다. 과거처럼 언론플레이나 무력으로 진압할 수 있는 시절은 지났다. 우리나라 근현대사에서 볼 때 유사한 일이 많았고 이를 분석해보면 대부분 권력자가 가진 불안과 이 결과 발생한 의심과 불신, 이를 이용한 주변 사람들의 합작품인 경우가 많았다. 대한민국이 여야, 진보보수를 떠나 발전하려면 리더들이 이런 불안과 의심을 이겨내야 한다. 권력자들이 의심과 불안을 이겨내지 못하고 반목과 정쟁에 빠졌던 결과 발생한 최고의 아픔은 한일합방이라는 것을 잊지 말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정재훈 한국정신보건연구회 정책이사

[경기시론] 경력단절의 터닝포인트, 근성과 끈기

미국에서 그랜드마(Grandma)라는 별칭을 받은 할머니가 있다. 1860년 뉴욕에서 출생해서 보통의 평범한 여성으로 살아오다가, 76세부터 그림에 전념하여 80세에 개인전을 열고 100세에 세계적인 화가가 된 안나 매리 로버트슨 모지스(Anna marry Robertson)다. 일본에는 92세에 처음 시를 쓰기 시작해서 99세에 첫 시집을 낸 시바타 도요 할머니가 유명하다. 약해지지 마라는 시집은 발간 6개월 만에 70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가 됐다. 또 의외의 도구로 세상을 놀라게 한 할머니가 있다. 82세 고령의 나이에 앱을 개발한 와카이먀 마사코 할머니다. 60세에 처음 컴퓨터 사용법을 익히며 친숙해지다가 급기야 앱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는데, 2017년에는 최고령 앱 개발자의 자격으로 애플의 세계개발자회의(WWDC)에도 초청받은 유명인사가 되었다. 우리 사회의 청년들이 결혼하기를 주저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여성은 결혼을 통해 출산과 육아의 시기에 피하기 어려운 경력단절을 우려하는 특별한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된다. 육아와 살림에 집중하던 시간을 뒤로 하고 일을 하고 싶지만 결혼 전의 경력은 잘 인정해주지 않아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도 힘든 현실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타고난 직업 적성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적성보다 적응이 더 중요한 것이고, 대부분 사람이 적성이 맞아서 자기 일을 시작한 것이 아니라, 그 일을 하다 보니 직업 적성이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이제까지 하지 않았던 새로운 일을 찾아도 적응하기까지 근성과 집중력을 발휘할 수만 있다면 경력단절을 극복하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 수 있다. 앞서 소개한 할머니들도 처음부터 적성보다는 필요가 시작하게 만들었고, 집중과 적응이 근성을 발휘하게 하지 않았을까. 새로운 커리어의 시작이자 엄마와 아내로 살던 삶에서 나를 다시 독립시키고 온전한 나로 살아나가는 과정이다.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은 지역아동센터나 사회복지관, 작은 도서관 등의 초중학생에게 방과 후 부족한 학업을 돕는 프로그램인 찾아가는 배움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복지를 실현하는 이 찾아가는 배움 교실은 도민(道民) 강사를 모집해 진행해 한편으로는 일자리 창출로도 연결되는데, 지원 자격은 청년취업자나 대학생 등의 일반인도 모두 포함하지만 어떤 이유로든 현재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의 자신감 있는 도전이 특히 눈길을 끌고 있다. 나도 전문가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강의에 도전하면서, 어떤 전문성을 갖고 강의를 할 것인가를 늘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교육의 질을 높인다. 좋은 교육은 상대를 변화시키며 교육의 목적이 달성된다. 경력 단절에서 새로운 경력을 쌓아가는 과정은 지난하고 지루한 과정이기 쉽다. 앞서 소개한 열혈 여성들이 새로운 일을 시작한 나이에 주목하자. 기억력도 집중력도 시력도 체력도 젊은 시절 반의반도 안 되게 떨어진 그때에 시작했다. 마사코 할머니는 60세에 자기 집에 컴퓨터 설치를 혼자 했다. 타인의 도움을 받지 않고 컴퓨터를 설치한 게 놀라운 게 아니라, 무려 두 달 동안 설치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근성과 끈기만이 우리 삶을 변화시킨다. 전미옥 중부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경기시론] 마을공동체로 가는 첫걸음, 마을헌법이야기

인간은 나면서부터 자유로우며 평등한 권리를 지닌다. 인권선언이라 잘 알려진 구절이다. 1789년 8월26일 프랑스 국민 의회가 선포한 인간과 시민의 권리에 대한 선언 제1조이다. 전 세계 인류가 공유하는 인간의 기본 권리로 모든 국가와 사회 규범의 토대가 되고 있다. 국가에는 헌법이 있고, 정상적인 기관이나 단체라면 정관이나 규약이 있다. 그럼 우리 마을에는 어떤 규약이나 헌법이 있을까? 불행히도 경기도와 인천의 어디에도 마을헌법은 없다. 마을헌법이란 마을 주민이 상상하고 그려보는 마을 미래상과 그러한 미래로 가기 위한 계획, 그리고 서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약속을 담아 낸 마을 규약이다. 마을헌법은 주민을 통합해, 마을생활을 즐겁게 해줄 것이다. 공동체 구성원이 같은 가치나 미래상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은 공동체 결속력에 크게 기여한다. 마을헌법 작성과정은 주민의 생각과 문제의식을 모으고, 조정, 합의해 나가는 과정이다. 부딪히는 현안에 대한 토론이나 해결방안을 마련해 나가기 전에 미리 합의된 미래상과 가치와 기준이 있다면, 해결방안 합의 과정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마을헌법이 갖는 힘이다. 마을헌법을 만드는 과정은 다양한 기획과 수많은 토론이 필요하다. 현재 여러 마을에서 주민자치회 구성과 주민참여예산 공모 등 당면 사업을 추진하면서 마을헌법 작성 사업을 어떻게 결합시킬 수 있을까? 마을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가며, 새 옷을 떠가는 과정임을 기억해야 한다. 여러 문제를 통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마을헌법 사업도 2~3년 정도 기간을 두고 하나씩 풀어나가야 한다. 그동안 진행해오던 동 행사나 마을사업을 추진하면서, 한 편으로 마을헌법을 기획하고, 작성해 나가며, 주민의 합의를 모아가는 과정을 충분히 병행해 나갈 수 있다. 마을에는 많은 주민이 살고 있고, 재능을 가진 주민이 많다. 아직 마을활동에 나서지 않았을 뿐이다. 마을주민이 우리 동네를 느끼고 배우는 활동부터 시작해보길 제안한다. 하천과 공원, 오래된 건물과 마을 전설을 아이와 함께 체험해보는 활동도 좋다. 마을 자원을 보물찾기 방식으로 조사하고 모아보는 방법도 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마을에 관심을 두고 참여할 방법으로 마을헌법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이 사업을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진행하고 있는 마을만들기 기획사업으로 추진하거나, 마을공모사업으로 진행해도 좋다. 다만 지자체 사업이 1년 단위로 마무리되기 때문에 시작하는 첫해에는 마을헌법 추진 주체를 구성하고, 2~3년간 진행할 계획을 수립하고, 차분하게 사업을 진행해야 성공할 수 있다. 우리 사회 마을공동체 활동이 마을헌법 작성사업을 통해 한 단계 발전해 나가길 기대한다. 유문종 경기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운영위원장

[경기시론] 네 인생의 목소리를 들어보아라

파커 J.파머가 쓴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라는 책의 영어 제목은 Let your life speak(네 인생의 목소리를 들어 보아라)이다. 이 책의 저자는 미국의 존경받는 교육지도자이다. 파머는 교육학을 전공했으며 퀘이커공동체 생활을 했고 특별히 영성에 대한 강의를 하는 분이다. 1997년에 미국 교육관계자들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사람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파머의 가장 대표적인 책은 가르칠 수 있는 용기라는 책에서 현대인들이 공적인 역할에 매여 영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건강한 삶을 살아가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런 영혼의 소리를 듣기 위한 방안으로 신뢰의 써클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신뢰의 써클은 값싼 위로와 행동을 바로 잡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냥 옆에 있어주고 그가 자신을 발견하도록 애정을 담은 질문을 던지는 그룹이다. 이런 신뢰의 써클을 개발해 세계 곳곳에서 진정으로 자아와 통합을 일구는 모임을 만들고 있다.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지금 내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오고 있다. 나 자신이 들려주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한다. 이 책의 첫 장에 이렇게 시작한다. 한밤중에 깨어나 지금 내 삶이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일까? 물으며 잠을 설쳐 본 적이 있는 사람들에게라고 기록돼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고민도 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오늘날 많은 사람이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못하고 살아간다. 자신을 잃어버리고 살아가고 있다. 나를 발견하는 사람은 내가 살아갈 이유가 있고, 나를 통해 타인에게 의미 있는 존재로 살아간다. 소명이란 영어 단어인 Vocation이라는 단어는 라틴어 Voice(목소리)에서 왔다. 그런 의미로 소명은 내가 추구할 목표를 의미하지 않는다. 소명은 바로 내가 들어야 할 내면의 부름의 소리이다. 내가 살아가면서 이루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를 찾는 것이 소명이 아니라, 내가 어떤 존재인지를 말해주는 내 인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소명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당신이 인생에서 무엇을 이루고자 하기 이전에 인생이 당신을 통해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에 귀 기울여라라고 말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소명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야망과 욕심을 채우는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 진정으로 내면의 소리를 듣는 것에 익숙하지 않고 타인의 소리에 더 많이 귀를 기울이며 살아왔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래서 이 책에서 지은이는 소명은 듣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소명이란 성취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이미 주어져 있는 선물이다라고 말한 이유이다. 책은 우리의 인생이 끝없는 계절의 순환과 같다는 개념은 투쟁과 기쁨, 손실과 이득, 어둠과 빛을 부정하지 않으며, 우리가 그 모든 것을 포용하도록, 그리고 그 안에서 성장의 기회를 발견하도록 기운을 북돋아 준다라고 한다. 겨울이 있으면 봄이 온다. 봄이 지나면 뜨거운 태양이 작열한 여름이 올 것이다. 여름의 그 뜨거움이 있기에 가을의 풍성함이 있는 것이다. 그러면 차가운 겨울이 찾아오는 것이다. 이것이 인생이라는 것이다. 인생은 받아들이는 것이다. 곧 이 봄도 지나간다.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우리는 귀를 기울여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 안해용 경기도교육청 학생위기지원단장

[경기시론] 출생률을 높이는 방안은 ‘평범함’

현 정부가 저출산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젊은이들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낳겠다는 사람들을 전폭 지원하는 쪽으로 정부 정책이 바뀌고 있다고 한다. 지난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초저출산시대 난임 정책 전환을 위한 국민대토론회에서 김상희 의원은 난임 가족이 가장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며 난임 수술 건강보험 도입, 본인 부담 낮추는 방안, 횟수 제한, 나이 제한 등을 국가가 해결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저출산 예산 23조4천억 원 가운데 아기를 갖기 위해 직접 고군분투하는 난임 당사자들에 대한 지원은 187억 원에 불과하다. 이제는 초저출산 대책의 시야를 돌릴 때다. 그 시작은 임신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지원부터다. 난임 환자 22만 명이 모두 아이를 낳는다고 가정한다면 우리나라 신생아는 60% 이상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017년 10월 난임 부부에게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난임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단 45세가 넘으면 정부로부터 난임에 대한 어떠한 지원도 받을 수 없으며, 난임 당사자들은 특정 시술이 어려운 건강 상태라도 다른 시술로의 교차시술은 선택할 수 없다. 특히 남성들을 위한 난임 지원은 없으며 출산 관련 전문적인 컨트롤 타워도 없다. 또 정부는 시험관 아기 성공률이 낮아지고, 여성건강에 좋지 않다는 이유로 만 44세라는 나이 제한을 뒀다. 여성 건강을 생각한다면 제일 위험한 출산을 금지해야 한다. 나이제한을 풀고, 난임 당사자 건강상태에 따라 의사의 진단을 통해 교차시술을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그리고 전체 난임 환자 중 남성 난임이 30~40%를 차지하는데 무정자증의 정자 채취율은 300만 원 정도로 100% 본인부담이다. 여성의 경우도 건강보험 적용 횟수가 모두 소진됐다면 시험관 아기 시술 비용은 한 번에 400만~500만 원 수준이다. 경제적 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필자는 숨을 쉬고, 걷고 보는 것, 아이들의 웃음소리, 시장에서의 사람 사는 맛, 씹을 수 있는 기능 등 지극히 평범함이 행복임을 아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평범함이 주는 행복을 종종 잊고 살아가고 있다. 출산은 행복이어야 한다. 이에 출산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출산의 전반적인 교육부터 치료 부분에서의 난임 예방과 치료에 관한 지속적 관리가 필요하다. 초저출산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내릴 순 없다.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 누가 대신할 수 없으니 우리가 직접 나서야 한다. 정부만이 아니라 경제계도, 정치계도, 학계도, 사회도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 지난해 대한민국 합계 출산율 1명대가 깨지며 역대 최저인 0.98명을 기록했다. 과학기술의 발전, 복지정책의 선진화, 문명사회의 진입 등 급변하는 4.0 시대에 생활은 편리해졌다. 반면 간절히 아이를 원해도 쉽지 않은 난임 환자가 매년 늘고 있다. 그런데 한 쪽에서는 낙태를 허용하자는 의견이 화두가 돼 있고, 필자의 마음이 많이 무겁다. 김양옥 한국출산행복진흥원장

[경기시론] 성숙된 사람일수록 통합을 잘한다

정재훈 아이가 대소변의 욕구를 느껴 방출했는데 엄마는 짜증스러운 반응을 보인다. 배가 고픈데 바로 엄마가 음식을 주지 않는다. 아기는 짜증이 나고 천사였던 엄마에 대한 혼란을 느낀다. 아직 너무나도 여리고 미숙한 아기는 이런 혼란을 감당할 수 없다. 이에 아기는 나름대로 방어기제를 발휘한다. 천사엄마와 악마엄마를 분리해 다른 사람으로 기억한다. 우유에 독 한방울만 섞어도 그 우유는 독이 되기 때문에 분리해 대처하는 것이다. 생애 첫 분열이 일어난다. 이런 과정은 당분간 지속되는데 아기는 천사엄마에게는 너무나도 행복한 반응을 보이지만 악마엄마에게는 부정적 반응을 보인다. 이때 엄마의 꾸준한 양육이 중요하다. 인내를 가지고 천사의 역할을 계속해야 한다. 이런 누적된 결과가 잘 이뤄지면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도 성장, 어느 순간 천사엄마와 악마엄마가 결국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천사의 영역이 훨씬 큼으로 아이가 엄마에 대한 통합을 할 때 해독이 되는 것이다. 이런 분열과 엄마를 악마로 취급해버리는 투사의 기전은 심리적 발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첫 반응이다. 즉 내가 못난 게 아니라 저 사람, 저 상황이 나쁜 것이다. 이런 방어기제는 무서운 결과를 낳는다. 자신에 대한 성찰에 앞서 주변 사람이나 환경에 대한 분노가 늘 우선적으로 쌓이는 것이다. 또 자존감이나 자신감의 저하를 낳는다. 결국 성장이라는 것은 주변에 대한 분열적 태도나 분노적 접근에서 통합적 태도나 이해적 접근이 발달하는 것이다. 자신을 살펴보면 선악이 공존하며 위선적 태도가 공존한다. 이런 자신을 잘 이해하고 통합하면 주변 환경이나 사람들에 대한 이해력이 깊어지고 넓어진다. 나도 그런데 다른 사람도 그럴 수 있다라는 관점이 생기고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라는 관점이 생긴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보면 안타깝게도 분열과 투사의 역사이다. 왕조시대에는 당파싸움과 상대파에 대한 숙청을 자행했다. 근대사에는 이념과 이데올로기라는 미명하에 자신은 선이고 다른 이념과 이데올로기를 가진 사람들은 악으로 규정했다. 정권과 권력을 잡으면 그 동안 쌓인 한과 분노를 정의구현이라는 이름으로 상대방을 박해하고 복수하는데 사용했다. 이는 결국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2차 대전 이후 프랑스에서 독일에 협력한 사람들을 단호하게 처단했다. 물론 필요한 것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항상 무리가 있었다. 그 결과 프랑스 사회는 분열되었고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이를 수습하는데에만 수십년이 걸렸다. 프랑스를 상징하는 관용과 포용, 똘레랑스(tolerance)는 극심한 갈등과 다툼에 지친 프랑스사람들이 선택한 결과물이다. 갈등의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적어도 리더의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분열과 투사가 아닌 통합적 관점과 자신의 반성부터 우선하는 성숙된 성찰의 자세를 취할 수 있어야 한다. 분열된 남북이 하나로 통일되려면 우선 남한사회의 통합이 단단해져야한다. 남한사회의 구성원들이 서로 상대에 대한 이해와 통합적 관점으로 대할 때 단합이 이뤄진다. 남한이 먼저 성숙되고 단합된 사회가 될 때 북한을 통합적 관점으로 대하고 이해와 포용의 자세로 대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통일은 또 다른 갈등과 분열을 낳을 것이고 통일비용은 상상이상으로 높아질 것이다. 정재훈 한국정신보건연구회 정책이사

[경기시론] 커뮤니케이션도 미니멀이다

미니멀리즘(Minimalism)은 최소 한도의, 최소의라는 뜻을 가진 미니멀(Minimal)에주의라는 의미의 이즘(ism)이 더해진 단어로 단순함과 본질적 요소를 추구하는 예술 사조에서 출발했다. 요즘은 인테리어, 패션, 살림 등 생활의 여러 부분에 걸쳐 미니멀리즘의 영향을 받아 간소한 삶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삶의 방식에서도 단순한 스타일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우리 사회가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각자도생이 보편화되면서 경제적, 시간적, 심리적인 여유가 없기 때문에 자기 삶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만 에너지를 집중한다. 자신이 가진 경제적 여건과 시간을 자신의 취향이나 가치관에 따라 선택한 모임에 가볍게 투자하는 것도 그런 경향과 맥을 같이 한다. 이 때문에 사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역시 좀 더 정확하고 간결한 것을 선호한다. 직장에서도 상사가 일방적으로 방향을 제시하고 부정적인 단어와 표현으로 무엇이 잘못되고 있는지,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위주의 피드백만 길게 늘어놓는 방식으로는 부하 직원과 원만한 소통을 하기 어렵다. 기업 내에선 보고서도 한층 간결해지는 쪽으로 가고 있다. 잘 읽히지 않고 사장되는 긴 보고서나 만드는 데 시간과 에너지가 지나치게 낭비되는 파워포인트보다, 한 장 혹은 길어야 두 장짜리 보고서로 본질과 핵심에 집중하면서 업무를 밀도 있게 진행하려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인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들은 이미 이른 시간부터 제로 파워포인트(Zero Powerpoint)를 고수해왔는데, 이것은 보고나 회의 같은 커뮤니케이션에서 디자인이나 형식 같은 불필요한 것에 집중하기보다 본질적인 내용에 집중하면서 충실한 회의를 하는 것이 생산성을 높인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위기 때마다 촌철살인의 한마디로 13억 중국인을 감화시킨 덩샤오핑은 경제발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에 대해 가난한 것이 사회주의는 아니다라는 간결하고 명쾌한 한 문장으로 단숨에 여론의 반전을 꾀했다. 천재예술가 미켈란젤로는 내가 한 일은 마음속 영상에 따라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한 것이 전부였다라는 말로 완벽한 다비드상의 창작 과정을 간결하고 명확하게 설명했다고 한다. 이런 분별력을 기르려면 중요하게 분류된 것을 가지고 결론과 이유, 그리고 경과 순서로 말을 하거나 글을 쓰는 연습이 도움이 된다. 결론에 대한 근거를 대는 이유는 세 가지 정도를 준비하는 것이 적절하다. 한 가지는 너무 단순하고 깊이가 없어 보이고 두 가지는 뭔가 부족하지만, 세 가지는 다양한 시각을 제시하면서도 듣는 사람이 기억하기 쉽다. 거기에 미사여구나 화려한 수식, 추상적인 표현을 피하고 사실과 정보, 의견과 생각을 확실하게 구분한다면 최선이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달변에 막연한 로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막힘없이 이야기를 잘하는 것이 진정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잠시 멋있어 보일 수 있지만 잘못하면 자기 말에 취해서 계속 이야기하다 보면, 중요한 것은 전달하지 못하면서 거기에 자기 자랑만 횡설수설하다보면 상대방은 지루하고 짜증나고 대화가 즐겁지 않다. 간결하게 핵심을 전달하는 말 습관은 명쾌한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중요한 열쇠라고 할 수 있다. 전미옥 중부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경기시론] 민주주의 진화·직접, 그리고 숙의

영국 인민은 의회 의원 선거 동안만 자유롭다. 의회 의원이 선출되는 즉시 영국 인민은 노예가 되고,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된다고 루소는 영국 대의민주제에 대해 일갈했다. 긴 민주주의 역사 속에서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대의민주주의 기간은 길지 않다. 피를 먹고 자란다는 민주주의를 위해 우리도 적지 않은 희생을 치렀지만,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멀다. 법과 제도를 정비해왔지만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 불거진 지방의원들의 추태나 5ㆍ18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된 인식들은 고장 난 대의민주주의를 잘 보여준다. 2016년 말부터 2017년 겨울,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왔다. 부끄러운 대통령을 탄핵했다. 세 번째로 현직 대통령이 불명예를 안고 자리에서 쫓겨났다. 고장 난 민주주의를 시민이 나서서 바로 세웠다. 이렇듯 대의민주주의 문제는 시민의 직접적인 참여와 행동으로 해결되고 있다. 위임된 권력은 부패하기 쉽다. 시민의 관심과 참여가 적을수록 부패의 문제는 깊고, 강해진다. 직접민주주의 확대가 민주주의를 살릴 수 있다. 2016년 10월에 진행된 개헌 관련 조사결과를 보면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매우 높은 것으로 나온다. 민선7기 지방자치단체 주요 정책 중의 하나는 직접민주주의 확대이다. 다행스러운 변화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직접민주주의가 만능은 아니다. 오히려 숙의과정이 없는 직접민주주의는 중우(衆愚)로 빠지기 쉽다. 여러 정치제도를 고민했던 고대 그리스인은 중우의 위험을 알고 민주주의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었다. 결정에 참여하는 시민은 그 내용에 대한 관련 정보를 충분히 알고 있어야 한다. 자신이 선택해 내려지는 결정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충분한 정보와 적절한 이해가 없는 시민에게 선택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또한 그 선택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 직접민주주의는 숙의를 전제해야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숙의방법으로 다수 시민이 참여하는 원탁토론이 많이 알려졌다. 최근 시민참여를 강조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예외 없이 500인, 혹은 300인, 많으면 1천 명이 넘는 원탁회의를 하고 있다. 행정과 몇몇 전문가, 일부 민간단체 대표가 참여하는 위원회에서 결정하던 사안을 수백 명의 시민이 참여하는 원탁회의 방식은 큰 진전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형식만 갖추어져 있을 뿐, 알맹이가 빠져 있는 사례를 자주 본다. 두세 시간 만에 마무리되는 원탁회의는 허구다. 최소한 1달 전부터 판단하려는 사안에 대해 정보를 제공하고, 의견을 묻고, 함께 모여 토론하는 자리가 선행돼야 한다. 그런 과정을 거친 다음에 원탁에 모여 최종 토론을 하고 결정해야 올바른 결론을 얻을 수 있다. 민주주의는 문화로 생활 속에 녹여져야 한다. 학습과 경험으로 체득되어 습관이 되고, 각 개인의 습관이 모여 사회적 생활양식이 돼야 한다. 법과 제도에 머문 직접, 그리고 숙의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한 최적의 공간과 범위는 마을이다. 마을에서 주민이 관심을 두고 참여할 수 있는 사안을 발굴하여, 토론하고, 함께 모여 결정하는 경험을 반복해보자. 마을계획을 세우고 주민총회도 해보자. 마을 특성을 살린 마을헌법도 만들어보자. 민주주의도 풀뿌리가 튼튼해야 더 많은 꽃을 피우고,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유문종 경기도따복공동체위원회 공동위원장

[경기시론] 메멘토 모리 교육

메멘토모리(Memento mori)라는 말은 라틴어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이다. 이 말은 당신은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하라는 표현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죽음에 대한 담론이 없다. 죽음이해는 여전히 암울하고 불투명하다. 원로 종교학자인 정진홍 교수는 자신의 죽음이 존중받지 못하고 있고, 결국 자신이 살아온 삶이 평가절하돼 절망감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는 죽음의 질이 나쁜 나라 가운데 하나다. 자살률이 OECD 국가 중에 높고,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오늘날 이렇게 죽음의 질이 떨어진 이유 중의 하나가 죽음에 대한 이해가 육체 중심의 죽음이해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실용적 측면에서만 죽음을 정의하고 있는 것이다. 심폐사와 뇌사는 죽음판정의 육체적 기준일 뿐으로 의학적 죽음정의는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결코 죽음에 대한 정의를 전체를 나타낸다고 할 수는 없다. 일반적으로 죽음준비는 노인만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죽음은 나이순으로 찾아오는 게 아니라,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다. 따라서 죽음은 노인에게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 모두에게 관계된다. 죽음준비 역시 마찬가지다. 죽음준비는 삶과 죽음 각각에 관련해 말할 수 있다. 죽음준비는 삶과 관련해 삶의 시간이 제한돼 있음에 유념하면서 지금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을 다시 돌아보고서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보다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하라는 뜻이다. 죽음준비는 한마디로 요약하면 갑자기 찾아올 수 있는 죽음에 대비해 삶을 보다 의미 있게 살라는 뜻이다. 죽음준비는 죽을 준비가 아니라 삶의 준비를 의미한다. 이런 의미에서 죽음준비를 하지 않고 삶을 영위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죽음준비는 삶을 이치에 맞게 살아보고자 임박해 있는 죽음을 생각해보라는 뜻이다. 죽음준비 교육은 이 땅에서 제대로 살도록 하기 위한 삶의 교육이다. 죽음을 평소에 준비하는 사람은 결코 자살할 수 없으므로, 죽음준비 교육은 바로 자살예방 교육이기도 하다. 죽음이란 말이 오해를 많이 받듯이, 죽음준비란 말 역시 제대로 이해받지 못하고 있다. 죽음준비란 말을 사람들은 마치 죽으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듯싶다. 그러나 죽음준비는 삶과 죽음 각각에 관련해 말할 수 있다. 첫째 삶과 관련해 생각해보면, 죽음준비는 삶의 시간이 제한되어 있으므로, 주어진 시간을 보다 의미 있게 살라는 말이다. 둘째 죽음과 관련해 말하면, 죽음은 갑자기 찾아올 수 있으니까, 죽음이 불현듯 찾아오더라도, 편안히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평소에 준비하자는 뜻이다. 따라서 죽음준비는 주어진 삶의 시간을 보다 의미 있게 영위함으로써 죽음을 편안히 받아들이자는 의미이므로, 죽음준비는 죽을 각오를 하라는 뜻이 아니라 한 마디로 삶의 준비인 것이다.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2005년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 축사에서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죽을 수도 있음을 명심하는 것이 내게 가장 중요했습니다. 죽음을 생각하면 무언가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열일곱 살 때 하루하루가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산다면 언젠가는 바른길에 서 있을 것이라는 글을 읽었습니다.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입니다. 죽음은 삶을 변화시킵니다. 여러분의 삶에도 죽음이 찾아옵니다. 인생을 낭비하지 말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이제 학교 교육에서 메멘토모리의 교육이 필요하다. 이것이 자살예방교육이고, 삶의 교육이다. 청소년들에게 인문학적인 교육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안해용 경기도교육청 학생위기지원단장

[경기시론] 사실혼 차별 않는 것이 곧 저출산 대책

지난 2월14일자 한 언론에 실린 진선미 여가부 장관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아이를 낳기 위한 저출산 극복방안으로 진 장관의 사실혼 차별 않는 것이 곧 저출산 대책이라는 제목만으로도 필자의 관심이 집중됐다. 진 장관은 호주제가 폐지되면 결혼하자며 18세 때 6살 연상의 남자친구와 13년 연애 끝에 결혼식만 올리고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18년을 살다가 2016년 총선 때 혼인신고를 했다고 한다. 혼인신고 안 한다고, 좋은 사람과 함께 사는 것이 죄냐는 질문으로 시작돼 결혼하지 않고 사는 동거 커플도 차별받지 않고 자유롭게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진 장관의 인터뷰 기사. 혼외나 혼인으로 출산이 증가하는 것은 무척 기쁜 일이지만 한 가정의 진정한 행복은 무엇인가 하는 물음이 남는다. 또 오로지 출산에 목을 매는 사회 분위기에만 발을 맞추자는 이야기인지, 가족의 개념과 가정에 대한 진 장관의 소신은 무엇일까 궁금함도 생겼다. 혼인신고는 하지 않아도 아이는 낳자는 그 저출산 대안이 태어난 아이에게 여러 가지 면에서 온전한 가정과 정체성을 가지게 할 수 있을지, 읽어가는 동안 필자의 마음이 답답해졌다. 결혼을 하면 결혼에 대한 책임이 따른다. 그래서 더욱 신중히 고민하고 생각해보아야 할 부분이 있다면 그건 결혼식이 아니라 혼인신고이다. 지면에 실린 몇 자의 글을 읽었다고 진 장관의 생각을 필자가 전부 알 수는 없으나, 저출산이 혼인신고 제도 때문이라는 진 장관의 글은 가족의 해체를 예사롭게 여기는 듯한 느낌이 들어 필자의 마음이 상당히 불편하다. 부부는 서로를 선택하고 자녀까지도 선택하지만, 아이는 부모를 선택할 수 없다. 그러므로 아이는 태어나면서 당연히 주어지는 행복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아이들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의 가정에서 축복받고 사랑받으면서 커야 한다. 부부라면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는 물론 자녀에 대한 의무까지 다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과 동물이 다른 점은 무엇인가? 인성과 윤리 그리고 도덕이 있는 가정을 이루며 가족들이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가치관을 전통으로 여기고 대대손손 이어온 것이며 앞으로도 이어가야 한다. 결혼을 하고자 하는 청춘남녀들은 결혼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결혼을 피하는 청춘남녀들은 그 걸림돌이 무엇인지, 결혼한 부부는 당연하게 자녀를 낳고 행복하게 양육을 할 수 있도록 그들의 고민과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여 100년 후의 대한민국 존립에 대한 걱정을 종식해야 한다. 프랑스처럼 사실혼을 인정하는 것은 다른 의식을 갖자는 것이지만 서로 좋아서 함께 동거하는 것에 대해 정부가 개입할 부분은 아니다. 그러나 출생한 아이들에 관해서는 다르다. 자신의 선택과 무관하게 태어난 아이들의 입장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아이와 혼인신고는 선택이지만 출생과 동시에 책임인 것이다. 출산만을 장려하는 것이 아니라 출산에 대한 책임으로 보육, 주거, 교육, 일자리, 성역할의 편중 등 사회 전반적인 구조부터도 만들어줘야 한다. 어떻게 이것이 저출산 대책인가? 정부는 개인의 사생활을 통제하려 하지 말고 아이와 부모가 행복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래서 출산은 행복이어야 한다. 사실혼을 인정하되 아이를 낳으면 혼인신고를 할 수 있도록 법으로 제도화하면 된다. 정책이 실질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각 부처, 지자체, 기관 및 단체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좋은 캐치프레이즈보다는 좋은 정책 시행이 국민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음이다. 김양옥 한국출산행복진흥원장

[경기시론] 내가 좋은 사람이 되면, 좋은 사람을 만들 수 있다

인간의 자존감과 자신감은 대개 타인의 반응을 통해 형성된다. 태어난 후 부모의 반응과 관계를 통해 기초가 형성되는데 따라서 부모의 양육은 매우 중요한 뿌리를 만들어준다. 아기가 힘들 때 부모가 바로바로 반응을 보여주면서 필요를 채워주면 아기는 행복감을 느낀다. 이 행복감은 자신에 대한 이미지와 타인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한다. 즉 세상이 나를 이렇게 돌봐주니 난 괜찮은 사람이다. 세상은 믿을만한 곳이다라는 긍정적 경험을 하는 것이다. 대개 3세까지 이런 뿌리가 형성되는데 그 이후에도 행복감을 유지하기 위해 타인으로부터 모종의 좋은 반응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 이런 반응을 통해 자라면서 부족했던 부분이 채워지고 수리가 되는 것이다. 이를 전문적인 분야로 자기 심리학(self-psychology)라고 한다. 자기 심리학은 이런 반응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남으로써 인간의 자존감과 행복감이 유지되고 증진된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 의하면 비록 한 사람이 어릴 적 양육을 잘 받지 못해 자존감과 자신감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나이가 들면서 만난 다른 사람이 이런 역할을 잘해 주면 결국 보완될 수 있다. 어릴 적 고아로 자란 아이가 커서 만난 선생님을 통해 잘 자랄 수 있고 어릴 적 부모로부터 방임되거나 학대받은 아이도 좋은 형이나 스승을 만나면 이런 상처가 보완될 수 있다. 이런 역할을 해주는 사람을 자기를 행복하게 해주는 대상이라고 해 자기-대상(self-object)이라고 한다. 자기-대상에 해당되는 사람은 늘 무언의 따뜻한 눈빛으로 상대방을 인정해 주고 격려해 준다. 자신이 가장 이상적이고 강력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자신을 사랑하고 인정해줌으로써 그런 인정을 받은 인간은 자존감과 자신감을 강하게 느끼는 것이다. 제자가 스승의 사랑과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것, 아이가 부모의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것, 남녀가 서로 사랑받고 싶어 하는 것, 친구의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것 등 인간이 가지는 사람에 대한 열망은 결국 그들로부터의 사랑 반응을 통해 자존감과 자기 결속감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것이다. 이 이론에 의하면 그 사람이 속한 공동체(작게는 집단이고 크게는 국가)에서 자기-대상을 잘 해주는 분위기가 조성되거나 특출나게 이런 역할을 잘 해주는 지도자가 있으면 대중은 그 사람을 따르게 되고 그 사회의 안정성도 증진될 수 있다. 한 가지 예로 들자면 25세 박모 양은 심한 우울감으로 진료실에 내원했다. 남자친구와 헤어진 직후에 증상이 심했는데 병력을 보니 어릴 적 어머니가 아빠와 일찍 이혼하고 새엄마와 함께 생활했다. 박모 양의 특징은 늘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대방의 반응에 매우 예민하다는 것이었다.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거절을 잘 못했고 남자친구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유는 내가 만약 주장을 했는데 상대방이 그게 싫어서 날 멀리할까 늘 두렵고 눈치를 살피게 돼요라고 했다. 이번 남자친구와는 생전 처음으로 3년 동안 사귀며 깊은 사랑에 빠진 사이였다. 그 남자가 웃으면 내가 다 가진 것처럼 행복했고 그 남자가 화를 내거나 토라지면 세상이 다 무너진 것처럼 힘들고 불안했어요. 이젠 그 남자가 떠나가니 도저히 혼자서 살아갈 자신이 없어요. 치료진은 어릴 적 양육과정에서 자기-대상 관계의 부재로 생긴 갈구함이 이 환자의 마음속에 강하게 존재하고 환자가 자기-대상이라고 생각했던 남자친구가 떠난 뒤 심한 자존감의 저하 및 자기 결속감의 붕괴를 경험한 것으로 판단했다. 2년 간의 전문상담치료 후 환자는 많이 호전되었고 결국 약물 치료를 중단한 뒤 치료를 종결할 수 있었다. 정재훈 한국정신보건연구회 정책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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