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문화재단(대표이사 라수흥)이 최근 문화예술전문잡지 인인화락 2013년 가을호(4권)를 내놨다. 삶의 맛을 탐하다라는 주제로 제작된 이번 호에는 최창희 감성정책연구소장의 호모루덴스의 유희와 예술, 곽봉재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의 이웃문화협동조합 등의 내용으로 꾸려졌다. 또 재단 유망예술가 지원사업(AㆍPㆍPㆍA) 공연분야에 선정된 연출가 박정봉씨와 소리꾼 전태원씨의 흥미진진한 공연과 판소리 이야기도 함께 꾸려졌다. 여기에 이탈리아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 오스트리아 브레겐츠 페스티발,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 등 유럽의 다양한 음악축제를 소개하는 등 다양한 콘텐츠가 수록됐다. 인인화락은 수원문화재단 홈페이지(http://www.swcf.or.kr)를 통해 PDF 형태로 볼 수 있다.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 온도계의 철학 (장하석 著 / 동아시아 刊) 온도계의 눈금은 어떻게 정해졌을까? 온도계에 얽힌 과학의 역사, 그리고 철학을 통해 우리가 의심 없이 믿고 있던 과학적 진실을 뒤엎는 책이다. 이 책에서 장하석 캠브리지대학교 교수는 온도계 눈금은 물의 끊는 점(100도)과 어는 점(0도)를 기준으로 발명됐지만 실제 물의 온도는 압력과 질량 등 실험환경에 따라 제각각이라고 말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절대적 진실이라고 믿는 과학은 고정 진리가 아니라 발전하고 진화하는 가변적 진리라는 점을 진 교수는 강조하고 있다. 값 2만7천원 ■ 텃밭에서 그린 그림 (진영학 著/책과 나무 刊) 공무원 시인 진영학의 세 번째 시집이다. 농업 관련 일을 하며 평생을 땅과 함께 해온 시인의 작품을 색에 빗대면 짙은 황토빛깔이다. 은은한 흙냄새를 품은 그의 시에는 늘 흙이 등장한다. 그의 첫 번째 시집 온누리 향한 땅울림과 두 번째 시집 논두렁 밭두렁 거닐며 역시 땅과 흙을 노래했다. 흙을 통해 시인은 인간과 자연의 공존, 인간과 생명의 순환질서를 의미 있게 되묻는다. 값 1만원 ■ 안녕, 긴 잠이여 (히라 료 著 / 비채 刊) 일본 하드보일드 문학계를 대표하는 하라 료의 세 번째 장편 소설이다. 전작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내가 죽인 소녀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치밀한 플롯과 계산된 대사, 동작 등이 돋보이는 작품을 선보였다. 이번 작품에서도 고교야구, 승부조작, 동성애 등 경계가 없는 다양한 테마를 날실과 씨실 삼아 독특한 스타일의 정통 하드보일드 문학을 직조했다. 500페이지를 훌쩍 넘는 이야기 끝에 후기를 대신해 토막소설 세기말 범죄사정-죽음의 늪에서도 함께 수록돼 있다. 값 1만4천원 <이주의 베스트셀러> 1. 인생수업 | 법륜 지음 | 휴 2. 1cm+ 일 센티 플러스 | 김은주 지음 | 허밍버드 3. 정글만리. 1| 조정래 지음| 해냄출판사 4. 관계의 힘(상처받지 않고 행복해지는) | 레이먼드 조 지음 | 한국경제신문사 5. 이중섭 편지와 그림들 | 이중섭 지음 | 다빈치 6. 행복한 그림자의 춤 | 앨리스 먼로 지음 | 뿔 7.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혜민 스님 지음 | 쌤앤파커스 8. 원씽(The One Thing) | 게리 켈러 지음 | 구세희 옮김 | 비즈니스북스 9. 꾸뻬씨의 행복여행 |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 오유란 옮김 | 오래된미래 10.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 | 알랭 드 보통 지음 | 열린책들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당신은 그 어떤 것에도 중독되지 않은 채 자유의지로 살고 있다고, 단언할 수 있는가.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으면 안절부절 못하고, 구토를 느낄 정도로 과식하고, 단 하루라도 운동을 쉬지 않는 등 반복되는 사소한 습관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중독자다. 고삐 풀린 뇌(작가정신 刊)의 저자 데이비드 J. 린든은 인간이 이성적이고 합리적 존재로 만드는 고유한 특성 자유의지가 있음에도 누구나 쉽게 중독자가 되는 것은 뇌 속 쾌감회로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서 쾌감은 뇌의 복측피개영역(VTA)에서 만들어진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측중격핵, 전전두피질, 배측선조체, 편도체에 분비될 때 느끼는 즐거운 감정이다. 쾌감회로는 중뇌의 복측피개영역에서 그 아래의 미상핵과 전전두엽에 이르는 회로를 말한다. 이처럼 낯선 뇌 명칭과 딱딱한 학문적 정의에 책장을 덮지 말라.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 교수로 신경학의 세계적 권위자인 저자는 뇌과학을 쉽게 설명한다. 예로 사람들이 강렬한 사랑에 빠졌을 때 비판 기능이 사라진 채 눈에 콩깍지가 씌이는 이유와 감정적 사랑이 육체적 욕망과 분리될 수 있는 지 등 평소 연애에 대한 궁금증을 뇌과학을 기반으로 해소시켜 준다. 저자는 또 남녀가 신체 접촉 없이 생각만으로 오르가슴에 도달한다는 실험 사례와 결과를 통해 오르가슴은 가랑이가 아니라 뇌에서 일어난다는 자극적 주장을 피기도 한다. 특히 각 장마다 흥미로운 실험 사례와 결과에 덧붙여 다양한 사진과 도표를 실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이처럼 중독과 자유의지를 주제로 한 뇌과학을 쉽게 설명하지만, 궁극적으로 저자의 주장은 그 무게감이 상당하다. 사회가 각종 법률, 종교, 교육 등을 통해 쾌락을 추구하는 중독자를 의지박약아로만 몰고 가는 것에 대한 비판의식을 드러낸다. 중독이 생리적 질환이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대부분의 중독 관련 치료가 보험 회사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도 함께 꼬집는다. 이와 관련 저자는 중독이 의지박약에서 오는 질병이 아니라고 말한다. 반복적 자극에 의해 무뎌진 쾌감회로가 이전과 동일한 양의 쾌감을 생산하려고 과잉 작동하는 신경생리학적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중독 문제에 접근해야만 중독자들의 고통과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값 1만7천원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수원시지부장을 맡고 있는 김해영씨가 최근 정조대왕의 문집을 풀이한 책 지금은 정조를 읽어야 할 시간을 펴내 화제다. 최병윤 전국공무원노조 수원시지부 사무국장과 공동으로 집필한 이번 책은 정조의 문집인 홍재전서에 실린 일득록(日得錄) 열두 편 중 가장 난해한 네 편(문학, 정사, 인물, 훈어)을 풀이한 책이다. 정조의 철학과 사상 가운데 가장 유익한 부분을 선별해 일반인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풍부한 해설과 주석을 달아 이해도를 높였다. 일득록은 자기반성을 위해 정조가 규장각 신하들로 하여금 일상에서 보고들은 자신의 언행을 기록하도록 만든 책이다. 이를 통해 내성외왕, 즉 안으로 내성을 이룬 성인이 외왕인 천자가 되고자 했던 정조의 통치철학과 애민의식을 엿볼 수 있다.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여행하면서 자연스럽게 마음의 평화를 찾았습니다. 특히 야고보 성인의 유해를 정신적 지주로 여겨 외세를 물리친 원동력은 호전적인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도 적용해 볼 수 있다 하겠습니다. 10월 독서의 계절을 맞아 여행가 진종구씨(52ㆍ서정대 초빙교수)가 산티아고 순례길에 얽힌 이야기와 여로의 고난을 정리한 책 마음의 평화를 찾아 떠나다, 산티아고 순례길(어문학사 刊)을 출간했다. 프랑스 생장피에드포르에서 시작해 스페인 서부 산티아고에서 끝나는 이 책은 역사와 길에 얽힌 이야기를 모르고서는 산티아고 가는 길이 의미 없는 여행에 불과하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산티아고 가는 길의 탄생, 스페인 가톨릭 왕국과 이슬람 세력과의 전투, 각 마을별 특성 등 역사가 숨 쉬고 있는 카미노(길)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특히 대학순례자들을 위해 도시별로 대학을 찾아가는 여정도 곁들였다. 포플러 나뭇길을 걸으며 고 박정희 대통령의 치산녹화사업에 대한 회상, 호주인과 독도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눈 일, 핀란드 모녀 순례자가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를 개신교계의 거두로 지목했던 내용, KIA 자동차 판매장을 보고 저절로 애국심이 발동해 그 앞에서 서성이던 일 등 갖가지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진 교수는 산티아고 가는 길은 영혼의 순례길이자 인생의 순례길로 무한한 대지 위를 걷고 있는 인간은 한낱 점에 불과한 존재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며 마음의 평화를 원하거든 지금 길을 떠나라고 말했다. 이 책의 수익금은 전액 장애인 복지시설에 기부할 예정이다. 강영호ㆍ박상돈 기자 psd1611@kyeonggi.com
김은 추억의 음식으로 백명이 짜장면을 꼽는다 해도 그 이유가 백 가지로 다 다를 거라고 생각했다. 짜장면에 관한 추억은 지극히 사소하고 개인적인 기쁨일 테니까. 맛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깨달은 게 있다면 맛은 맛이기 이전에 한 개인의 추억이라는 사실이었다.- 여름의 맛 중 올해 황순원문학상을 차지한 하성란(46) 작가의 소설집 여름의 맛(문학과 지성사 刊)이 나왔다. 장편소설 A 이후 3년 만에 내놓은 소설집으로, 황순원문학상을 받은 단편 카레 온 더 보더를 비롯해 총 10편을 담았다. 2008년 현대문학상 수상작인 알파의 시간과 오영수문학상 수상작인 그 여름의 수사도 있다. 이번 소설집의 키워드를 꼽자면 단언컨대, 맛이다. 표제작의 주인공인 잡지사 기자 최는 일본 출장 후 자유 시간에 비슷한 발음 실수로 금각사로 가려다 은각사로 잘못 간다. 그곳에서 만난 낯선 한국 청년은 달디단 복숭아를 내민다. 까슬까슬한 털과 주르륵 흐르는 과즙에 끈적거리는 느낌이 싫어 먹지 않았던 복숭아. 통성명도 없이 헤어진 청년처럼 그 맛도 잊히면 좋으련만, 수년이 흘러도 자꾸 그 복숭아가 떠오른다. 취재를 핑계 삼아 유명한 복숭아 산지를 찾아다니지만, 어디서도 없다. 한편 최의 잡지 기획 아이템 여름의 맛을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미식가 김 선생은 콩국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의 글에는 맛에 대한 표현은 찾기 어렵다. 맛을 느끼지 못하는 미식가, 그는 미뢰의 기억이 아닌 가슴 속 추억을 적는다. 아버지가 플라스틱 바가지로 콩국을 떠 내게 주었다. 국물과 함께 차갑고 미끄러운 것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다. 나는 그것이 작은 물고기일 거라고 생각했다. 웃으면 안 되는데 나는 목구멍이 간지러워서 자꾸 웃음이 났다. 그 무덥고 무덥던 여름 날의 콩국 한 그릇.(p.65) 그가 기억하는 것은 맛이 아니라 추억이다. 어머니를 산에 묻고 내려오는 길에 아버지가 사준 콩국을 여름의 맛을 내놓은 이유도 그러하다. 은각사에서의 복숭아 맛을 결코 찾지 못하는 최와 같다. 하성란은 카레 온 더 보더에서도 카레의 맛과 향을 통해 누군가의 특별한 만남과 시간을 불러온다. 주인공인 그녀는 갑자기 맡은 카레향에 스무 살 무렵에 만났던, 다섯의 노인을 봉양하며 죽음의 냄새를 짙은 카레냄새로 가리며 살아가는 소녀 가장 영은을 떠올린다. 이처럼 작가는 평범한 맛을 각기 다른 특별한 추억으로 호출한다. 또 여름의 맛이나 카레 온 더 보더에서 공통으로 주인공과는 다른 층위의 인물 이야기가 맞물리는 다층적 서사 역시 하성란표 소설의 매력으로 꼽을 만하다. 값 1만3천원.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중국은 다민족 국가다. 한족을 비롯해 장족, 회족, 위구르족, 카자흐족, 태족, 이족 등 총 56개의 크고작은 민족이 중국 사회를 구성하고 있다. 이중 총 인구가 100만여 명에 불과한 몽고족이 본 중국과 중국인의 모습은 과연 어떨까? 몽고족 출신 작가 장홍제의 저서 알다가도 모를 중국, 중국인(베이직북스 刊)을 보면 그 단초를 찾을 수 있다. 저자는 중국인의 속성을 날카롭게 지적한 대문호 루쉰(?迅)의 말로 첫번째 장을 시작한다. 중국인은 겨우 한가지 일을 성사시켜 놓고도 마치 성공을 일궈낸 양 으스댄다.(중략) 중국인은 이런 대충대충 성향 때문에 언젠가는 큰 낭패를 볼 것이다. 장 작가는 루쉰이 세상을 떠난 지 80년이 다 되는 세월이 흘렀지만 중국인의 국민성에는 별다른 변화를 찾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5천년의 장구한 역사 속에서 중원을 호령하며 세계를 좌지우지하던 중국인에게 100년도 안 되는 세월 동안 변화를 바라는 것은 어쩌면 무리한 기대일지도 모른다. 저자는 근대화를 거치면서 드러난 중국인의 이중적이면서도 졸렬한 아큐(阿Q루쉰의 단편 아큐정전의 주인공)적 기질을 중국인이라면 한번쯤 꼭 상기해야 할 부분으로 꼬집는다. 또 등소평의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좋다는 이론)은 뚜렷한 원칙 없이 경제 문제를 풀도록 한 병폐를 안겨줬다고 지적한다. 1949년 10월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운 모택동은 중국사회를 정치경제적 위기로 몰아넣었지만 1980년대 실용주의 노선을 추구한 등소평은 중국의 경제성장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중국 뿐 아니라 미국, 일본 등의 민족적 성향을 비교우위적으로 고찰한 이 책은 독자들이 중국을 어떻게 이해하고 수용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조금이나마 알려줄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보다 앞서 급격한 경제성장을 경험한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더 그러하다. 값 1만8천원 박성훈기자 pshoon@kyeonggi.com
▲공룡은 살아있다(美자연사박물관 著 / 아이위즈 刊) 6천500만년 전 멸종한 공룡이 부활했다. 물론 실제는 아니다. 책 속 이야기다. 공룡은 살아있다는 어린이 학습, 교육 교재 업체인 아이위즈가 움직이는 태양계와 함께 발간한 국내 최초 스마트폰 체험 학습서다. 무료로 제공되는 앱을 내려 받아 도서에 비추기만 하면 스마트폰 화면에 3D 영상이 구현되는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했다. 공룡이 등장한 중생대부터 공룡이 멸망한 백악기 후기까지 주요 공룡의 특징과 먹이, 서식지를 상세히 소개하고 있어 아이들 교육에 유익하다. 값 1만3천800원 ▲의식의 수수께끼를 풀다 (대니얼 데닛 著 / 옥당 刊) 미국 터프츠대학교 철학 교수이며 인지연구센터 공동 소장직을 맡고 있는 인지연구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대니얼 데닛의 저서다. 이 책에서 데닛은 우리가 의식이라고 부르는 것을 구성하는 다양한 현상을 3부로 나눠 설명한다. 그는 정신과 육체로 우리 몸이 구성돼 있음을 주장하는 데카르트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한다. 우리가 신성한 것으로 여기는 의식은 사실 감각 입력이 병렬적으로 처리된 해석의 결과물이라는 것. 이를 증명하기 위해 저자는 직접 고안한 다중원고 모델을 제시하며 신학적 세계에 반기를 든다. 값 3만원 ▲세종처럼 읽고 다산처럼 써라 (다이애나 홍 著 / 유아이북스 刊)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오랜 고민이다. 한국독서경영연구원장으로 지난 10년간 기업과 대학에서 독서와 글쓰기 강좌를 해온 저자는 세종과 다산 등 옛 선현의 습관에서 해법을 찾는다. 저자는 세종과 다산의 공통점으로 지극정성, 백성사랑, 절대고독을 꼽는다. 고독했던 두 인물이 당대는 물론 후생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결국 진정성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다산은 그랬다. 외로울 때마다 글을 썼고, 시를 썼다. 그 글은 외로운 다산의 가슴을 어머니 품처럼 안아 주었다. 값 1만4천원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이주의 베스트셀러 > 1. 정글만리. 1| 조정래 지음| 해냄출판사 2. 인생수업 | 법륜 지음 | 휴 3. 관계의 힘(상처받지 않고 행복해지는) | 레이먼드 조 지음 | 한국경제신문사 4. 1cm+ 일 센티 플러스 | 김은주 지음 | 허밍버드 5. 꾸뻬씨의 행복여행 |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 오유란 옮김 | 오래된미래 6. 이중섭 편지와 그림들 | 이중섭 지음 | 다빈치 7.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혜민 스님 지음 | 쌤앤파커스 8. 원씽(The One Thing) | 게리 켈러 지음 | 구세희 옮김 | 비즈니스북스 9.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 양억관 옮김 | 민음사 10.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 요나스 요나손 | 열린책들
일찍이 떠나오고 싶었다, 스스로 圍離安置 되었느니/ 가시 울타리에 연록 피우고 그 푸른 그늘에서 쉬겠다/ 탐라섬 전설처럼 살겠다, 북극성 빛나리니 그리 알라/ 오름길 억새꽃들 휘날리면 생각하라, 내 손길이라고/ 서귀포바다 파도소리 보이거든 발자취로 알라, 그대여/ 이승 저승 오고가는 바람으로 머물겠다, 뭍일랑 잊겠다-<歲寒圖 밖에서> 전문 수원에서 태어나 시인이자 언론인으로 활동해 온 임병호씨가 최근 歲寒圖 밖에서(AJ 刊)를 펴냈다. 지난해 펴낸 시선집 가을빛 안개에 이어 1년 만에 내놓은 작품집이다. 1부 세한도 밖에서, 2부 봄마중, 3부 사람이 향기롭다 등 100여 편의 작품을 여섯 가지의 소주제로 나눠 엮었다. 수원천ㆍ팔달산ㆍ광교산 등 자신이 살고 있는 수원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표출하는가 하면, 애주가로도 널리 알려진 시인인만큼 술에 얽힌 이야기도 빠짐없이 쏟아냈다. 60대 남성 특유의 인생을 관조하는 여유와 청춘을 노래하는 작품도 있다. 무엇보다 1965년 화홍시단으로 시작해 시인 인생 반백년을 앞둔 임씨가 시적 감성만큼은 나이 듦 없이 소녀같은 투명하고 섬세함을 자랑하는 작품이 눈길을 끈다. 은행잎으로 물든 거리를 걷는 연인을 바라보며 정말, 사람이 향기롭다.고 말하는 시와 가을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시어들이 그러하다. 이와 관련 임애월 한국시학 편집주간은 임병호 시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관조적인 심미안으로 자연과 인생을 투시하고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맑은 기운이 느껴진다며 사유의 갈증을 따뜻한 감동으로 풀어주는 청량제 역할을 한다고 평했다. 임 시인은 현재 경기일보 논설위원이자 (사)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장 겸 한국시학 발행인, 국제 PEN 한국본부 부이사장 등 문인으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또 제1회 경기도 인간상록수상 문학부문(1978년)을 시작으로 경기문학상, 우리문학상 본상, 한국예술문화상 문학부문 대상, 경기언론인상 특별공로상 등 화려한 수상 이력을 자랑한다. 값 1만5천원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햇살 가득한 9월의 마지막 날, 민트색 잔 꽃무늬 원피스에 두건을 쓰고 자신이 만든 퀼트 가방을 들고 있는 신채원 작가를 만났다. 딸이 그림을 그리고 엄마가 글을 쓴 분꽃이 피는 시간(책만드는집 刊)을 펴낸 작가는 소녀처럼 웃는 표정이 책과 닮아 있었다. 작가는 한남자의 아내와 두 아이의 엄마로 살면서 사소한 느낌들을 그냥 흘려보내기 아까워 일기를 쓰기 시작 했다며 내 이름의 책을 갖는다는 것은 드러나는 걸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속박일 수도 있고 부끄러움일 수도 있고 살아온 생의 일부가 남아 있다는 안도감일 수도 있으며 내가 다른 사람들의 책을 읽는 것처럼 누군가가 나의 소소한 일상과 그리움을 읽어낼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유명작가도 아닌데 책이 나오자마자 초판에 이어 2쇄를 찍었다. 독자들은 어떤 이야기에 끌렸을까. 『신혜와 신영이가 다투고 있을 때 둘의 손을 갖다 대주며 누가 먼저 사과하나 보자, 누가 먼저 용기 있나 보자. 그럼 순진한 신혜가 먼저 말한다. 오빠, 미안해. 남편과 내가 다툰 어느 날 신혜가 부엌에 있는 내 손을 잡아끌더니 제 아빠 손에 갖다 대며 누가 먼저 사과 하나 보자. 누가 먼저 용기 있나 보자. 나처럼 흉내 내고 있는 게 아닌가. -흉내쟁이 딸아이 본문 중에서』 『나도 엄마가 되었을 때 재봉틀은 아니지만 퀼트로 옷과 가방을 만들고 엄마처럼 앞치마를 하고 빵을 만들면 간혹, 빵에서 엄마 냄새가 난다. -엄마 본문중에서』 김동호 시인은 이런 글들이 엄마의 엄마에게서 물려 받은 것이고 딸의 딸로 이어갈 것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작가는 책을 내며 조심스러워 망설였는데 딸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용기를 냈다고 한다. 책이 나오기까지 컴퓨터가 서툰 아내를 위해 피곤한 퇴근길에도 워드 작업을 해 준 남편과 글의 느낌을 말해 준 아들과 미술을 전공한 딸이 일러스트와 편집을 맡고 내 딸이 책을 내다니, 자랑스러워하신 부모님이 소중한 추억으로 기억될 것 같다고 했다. 들꽃을 한 묶음 받은 것 같기도 하고 수채화를 보는 것 같았다는 독자도 있었고 흑백 사진속의 필름이 찰칵찰칵 돌아가며 자신도 모르게 따뜻함이, 밝음이, 아름다움이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는 독자들의 서평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특히. 누구에게나 반복되는 일상에서도 저자는 늘 감사하며 의미를 찾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평소 번잡하지 않고, 작고, 소박한 것을 좋아하는 작가의 성향과 진지한 삶의 자세가 시 와 수필의 사이를 변주하며 100여 편의 글로 탄생했다. 일상의 즐거움을 놓치지 않는 소녀 같은 감수성과 서정성을 바탕으로 한 신선한 감각의 책이다. 계속 글을 쓸거냐는 질문에 그녀는 앞으로 다가올 시간에 어떤 일과 마주할까 기대된다며 누구에게 자분자분 들려주듯이 사각사각 연필소리를 내며 습관처럼 쓸 것 같다고 말했다. 삶이 무겁고 고단할 때 누군가의 인생이야기는 큰 힘이 된다. 책속에 담긴 가족. 친구, 꽃, 여행, 책, 운동 등 친숙하고 다양한 느림 이야기를 통해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편안한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 값 1만2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사진=김시범기자 sbkim@kyeonggi.com